‘부지깽이도 일손을 거든다’는 농번기다. 바쁜 영농철에는 아궁이 옆 부지깽이도 일을 도와야 할 만큼 농가에 일손이 많이 필요했다는 것을 과장해서 표현한 우리 속담이다. 산업화 이전, 농업이 주업이던 그 시절에도 파종기와 수확철에는 일손이 정말 많이 부족했던 까닭에 이런 속담이 생겼을 것이다. 그러니 탈농촌 시대를 거쳐 인구절벽 시대 지방소멸 위기를 맞은 지금,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 농촌의 인력난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동안 농업 기계화와 각계각층에서 나선 농촌 일손돕기활동 덕분에 부족한 일손을 근근이 메울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예견된 한계가 왔다. 농촌의 인구감소·고령화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농촌 일손돕기 캠페인도 시들해졌다.
여름방학 봉사활동을 계획한 대학생들이 농촌이 아닌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익산시가 지난 6일 대학생 1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농활은 핑계고’ 발대식을 열어 눈길을 끌었다. 봉사활동에 관광을 접목한 농촌 특화 관광프로그램으로, 관계인구 창출을 통해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자는 취지다. 농촌 일손돕기가 주 목적이 아니다. 이맘때면 각 기관·단체에서 앞다퉈 나섰던 농촌 일손돕기 봉사활동 소식도 요즘은 좀처럼 들을 수 없다.
그나마 잡을 수 있는 지푸라기가 ‘외국인 계절근로자’다. 우리 논밭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찾아보는 일은 어렵지 않다. 아니, 이제 이들이 없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전북특별자치도에서는 인구문제의 해법을 외국인에서 찾고 있다. 민선 8기 출범과 함께 인구대책의 무게중심이 이민정책으로 급격하게 기울었다. 지난달 조직개편에서는 외국인 지원 및 이민정책 전담부서인 외국인국제정책과를 신설했다. 농촌 인력난 해소 대책도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그렇다고 외국인 일손을 부지깽이처럼 마냥 쉽게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크게 늘고는 있지만, 지역별로 배정된 인원 범위에서 경쟁을 벌여야 한다. 또 어렵게 구한 근로자들이 무단 이탈해 수확 시기를 놓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게다가 이들의 인건비와 숙식비 등 고용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해 농가의 부담이 만만치 않다. 시대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농촌문제로 치부하고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 농촌의 위기는 농촌에서 끝나는 게 아니다. ‘농촌 없는 도시, 농업 없는 국가’는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위기의식이 부족하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함께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그 ‘어디서나’에 농촌이 예외일 수는 없다. 농업·농촌의 위기가 임계점에 달했다. 우선 정부가 심각한 국가적 위기로 인식하고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농촌 현실에 맞게 재정비하는 동시에 국가 차원의 농촌 인건비 지원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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