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맛바람’이란 용어가 흔히 쓰이던 때가 있었다. 여성의 극성스러운 사회활동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겼다. ‘과도하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서다. 특히 학교에서 학부모들이 일으키는 치맛바람은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학부모는 학생‧교사와 함께 ‘교육의 3주체’로 꼽힌다. ‘교육기본법’(제12조~17조)에서도 학부모를 보호자라 칭하며 학습자, 교원, 교원단체, 학교 설립자‧경영자,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교육 당사자’로 명시해 놓았다.
학부모는 교육 당사자로서 학교 교육활동에도 참여해 인재양성에 기여해야 한다. 그런데 정작 학교에서 학부모의 활동이나 행동은 긍정적인 이미지로 부각된 적이 별로 없다. 오히려 ‘치맛바람’처럼 정반대로 인식됐다. 게다가 최근에는 ‘추락한 교권’이 사회문제로 부각된 가운데 학부모가 교권침해의 주된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 그런 사례가 적지 않았다. 교육 현장에서 종종 발생하는 교사와 학부모 간의 갈등과 마찰은 기본적으로 양측의 오랜 불신에서 비롯된다. 10여년 전 몇몇 교사들이 제자들에게 저지른 충격적인 기행(奇行)이 언론을 통해 속속 알려지면서 학창시절의 교실을 기억하고 있던 학부모들이 크게 분노했고, 교직사회는 숨을 죽여야 했다. 그런데 이제 학부모들이 사회적 공분의 대상이 됐다. 교사에게 갑질하는 몇몇 학부모들의 어이없는 행동이 알려지면서다.
교육의 3주체인 교사와 학생·학부모가 서로의 권리를 침해하는 ‘잠재적 가해자’로 인식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안타깝다. 당연히 교사와 학부모는 대립과 갈등의 관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학생인권과 교권이 함께 존중받으며 조화를 이루는 학교를 만들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학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교육 당사자로서 학부모는 자녀교육 역량을 강화하고, 학교와 건전하게 소통‧협력하면서 학교 교육활동에도 참여해야 한다. 우선 학부모와 교사, 학교 간의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 공교육에 긍정적인 에너지,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학부모의 교육활동 참여 방식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최근 정부가 지자체와 교육청-대학-기업-공공기관의 협력을 통해 지역 교육혁신과 인재양성을 지원하는 ‘교육발전특구’ 사업을 역점 추진하면서 지역사회 ‘교육협치 시스템’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학부모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학교가 방과후교실과 돌봄교실을 운영하면서 학부모와 원활한 소통을 통해 함께한다면 학교는 교과연구에 집중하고, 지역사회는 안정적인 돌봄‧교육시스템을 구축해 한층 더 탄탄한 교육공동체를 만들어낼 수 있다. 또 자유학기제와 직업‧진로체험 프로그램도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재능기부를 통해 다양한 분야로 확대한다면 훨씬 알차고 실질적인 진로탐색의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 추세 속에 지역사회 교육공동체의 소통과 협력을 중시하는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가 있었고, 교육환경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또 교사와 교육기관 관계자, 그리고 교육정책도 몇 년마다 수시로 바뀐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학벌을 중시하는 경쟁적 입시제도의 틀에 여전히 갇혀 있다. 결국 우리 아이들이 지역에서 소중한 꿈을 키우며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뒷받침해주는 것은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먼저 담당해야 할 역할이다.
/윤경애(전북학부모연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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