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헌법재판소가 아시아 첫 기후소송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아온 탄소중립기본법 위헌소송에서 일부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제8조 1항에 대해 2030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수립되지 않아 과소보호금지원칙과 법률유보원칙을 위반했다는 결정인데, 이번 재판은 단순한 법리적 판단을 넘어 여러모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헌재는 정부의 대응이 ”기후위기라는 위험 상황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성격을 갖추지 못했다”라고 적시하며 현 정부의 기후위기에 대한 안이한 인식과 정책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우려가 날로 커지며 국제사회는 탈탄소 전환을 더 가속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소극적이며 도리어 시대변화에 역행하는 것에 대한 일침이다.
실제로 현 정부가 발표한 탄소중립 관련 계획을 보면, 2030년까지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비율은 기존의 14.5%에서 11.4%로, 재생에너지 비율도 30.2%에서 21.6%로 되려 축소됐다. 반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국제감축과 CCUS를 통한 감축 목표치는 높아졌으며 온실가스 감축 부담도 다음 정부에 크게 떠넘기고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어리숙한 정책의 결과로 우리 미래 먹거리의 근간이 되어야 할 재생에너지 기술과 시장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먼저 태양광의 경우, 2019년 국내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던 국산 셀이 지금은 해외 기업에 거의 잠식당한 상태이다. 풍력산업의 현황도 열악해 두산중공업이 10MW 터빈을 개발 중인 가운데, 최근 중국은 이미 20MW급 풍력 터빈으로 전력 생산을 시작했다.
한편, 이번 판결의 가장 고무적인 의미는 시민과 미래세대의 역할과 인식 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확실히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이번 소송은 청소년 기후소송, 시민 기후소송, 아기 기후소송, 탄소중립기본계획소송 4건을 병합해 심리한 재판이었다. 힘들게 지속해 온 시민과 청소년의 문제 제기와 요구가 한국의 답답한 기후정책에 변화의 계기를 열어 준 것이다.
아울러 문제해결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시민 스스로 마주한 현실의 장벽을 극복하려 노력해야 함을 이번 소송을 통해 깨닫게 된다. 실제 정책 오류와 별개로, 지역에는 여전히 이격거리 규제, 주민 수용성 문제, 농촌형/영농형 태양광에 대한 거부감 등과 같이 지역 주민 주도로 풀어야 할 재생에너지 관련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리 시민에게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영역이 많다는 의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영농형 태양광 문제를 들 수 있다. 전북지역 농촌은 이미 인구 고령화, 농업 인구와 경작지 감소, 농업 생산성 하락 등으로 인해 지역소멸 현상이 심각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농형 태양광은 농업과 태양광 발전을 병행함으로써 농지를 보존하고 농가 소득을 높여주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농촌으로의 젊은 층 유입 효과도 얻게 된다. 이는 이미 해외에서 충분히 증명된 지역발전 모델이기도 하다. 실례로 최근 중부 유럽지역의 영농형 태양광 잠재량을 실증 조사한 결과, 효율적인 작물 선택에 따라 농업 생산량이 16% 증가하고 재생에너지 생산도 3배로 느는 걸로 나타났다.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빠른 생각의 전환과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 아무쪼록 이번 헌재의 결정이 정부뿐 아니라 시민 모두에게 적극적인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임성진 전주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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