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수확을 앞둔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설상가상이다. 추락을 거듭하는 쌀값 걱정과 폭우 피해로 잠을 설치고 있는 상황에서 늦더위에 때아닌 ‘벼멸구’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어서다. 수확을 앞두고 있던 황금들녘이 벼멸구 피해로 곳곳에서 멍석처럼 누렇게 변하고 있다. 현재까지 집계된 전북지역 벼멸구 피해 면적은 11개 시·군에 걸쳐 2,700여ha에 이른다. 전국적으로는 피해 규모가 약 2만 6000ha로 집계됐다. 축구장 3만 6000개보다 넓고 지난해 1000㏊의 26배에 이른다. 특히 전북과 전남·경남지역의 피해가 크다. 게다가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되면서 농가의 재앙을 키우고 있다. 쌀값 폭락 속에 닥친 기후재난으로 농민들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관련 법률에 따른 농업재해 보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벼멸구 피해는 장기간 지속된 이상고온이 주된 원인인 만큼 농업재해로 인정해 ‘농어업재해대책법’에 따라 정부 차원의 신속한 조사와 복구비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벼멸구 피해를 농업재해로 인정해 달라는 지자체의 건의를 선뜻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수확을 눈앞에 두고 폭락하는 쌀값 걱정에 ‘벼멸구와의 전쟁’까지 이어나가야 하는 농민들의 한숨이 더 커지고 있다. 이러다가 벼농사를 포기하는 농가가 늘어날까 걱정이다. 물론 정부가 농가 손실을 최소화하고 저품질 쌀 유통을 막기 위해 농가가 희망하는 경우 벼멸구 피해 벼를 매입하기로 했지만, 안정적인 영농을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가뜩이나 힘겹게 버티고 있는 우리 농촌이 기후재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상기온과 기록적인 폭우 등 널뛰기 기후로 농작물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재해 수준의 병충해까지 덮쳤다. 인구절벽 시대, 이대로라면 우리 농촌에서 곧 지역소멸의 신호탄이 오를지도 모른다.
우선 긴급 방제 등 벼멸구 피해 확산 방지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이와 함께 법과 제도를 개선해 기후재난에 의한 농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앞으로의 불안감도 덜어줘야 할 것이다. 당장 농어업재해대책법 시행규칙에 벼멸구 등 이상고온에 따른 병해충 피해를 농업재해에 포함시켜 신속하게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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