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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 특별기고④] 다시 쓰는 '한강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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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희 전북여성가족재단 원장

 

 노벨 문학상 수상의 열기가 좀처럼 식을 줄 모르고 한반도를 달구고 있다. 가히 신드롬급이다. 그럴 만도 하다.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고대하던 상이었나. 이웃 나라 일본에서 한 번씩 수상자가 나올 때마다 부러움의 눈초리로 바라만 봐야 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이 있었지만 매번 기대와 실망을 반복했던 문학상에 대한 미련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한강의 기적” 식민지 시대의 단절과  6.25 전쟁의 참상을 극복하고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이루었을 때 세계는 대한민국을 그렇게 불렀다. 그런데 노벨상 수상 이후 요즘 그 “한강의 기적”이라는 단어가 다른 의미에서 다시 소환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책이 없어서 못파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하니, 이제 그동안 세계를 휩쓸어 오던 K-컬쳐의 반열에 문학이라는 장르를 하나 더 얹게 되었다. 

  무엇보다 감동적인 것은 노벨 문학상 작품을 번역본이 아닌 원문으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때로는 수상작을 읽으면서도 원문과 번역본이 갖는 괴리감 때문에 그 깊이를 온전히 느낄 수 없었던 아쉬움을 이번에는 말끔히 털어버릴 수 있게 되었다. 

  더구나 여성이다. 아시아 여성 최초다. 그동안 고은, 황석영 같은 남성 작가들에 가려 후보로 언급조차 되지 않았기에 이번 수상이 더욱 놀랍고 반갑다. 

  요즘처럼 ‘백래시(backlash)’를 비롯하여 여성에 대한 혐오를 조장하는 분위기 속에서 한강 작가의 작품들은 잊지 말아야 할 가치들을 담고 있다.

스웨덴 한림원은 수상 발표에서, 그녀의 작품이 “폭력, 슬픔, 가부장제 등 다양한 장르를 탐구하며 경계를 넘나든다”고 했다. 또한 아사히 신문은 “전쟁과 분단,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보편성을 지닐 것”이라고 평했다.

문학계에서는 한국 문단에서 비주류에 머물러 있던 여성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성차별적 해석의 패러다임을 바꿔놨다고 보고 있다.

  <아무도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과 그 역사적 상흔을 세 여성의 시각으로 그려낸 것이다. <채식주의자>는 ‘고기를 어떻게든 먹이겠다는 아버지’를 통해서 한국의 폭력적인 가부장적 세계를 투영했다. 또한 작가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폭력과 악, 그것을 처절하게 거부하는 연약한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면서 약자들의 상처와 비극을 직시하고 있다. 

  그러나 5.18과 제주 4.3을 모티브로 쓴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를 두고는 이념의 공격까지 난무하고 있다. 게다가 경기도에서는 유해 도서로 분류해 폐기한 곳도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러한 비판들이 노벨상의 권위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 

  최근 들어 여성 작가들의 해외에서의 활약이 눈부시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면서 일반 국민들에게 ‘한강’이라는 이름이 알려진 이후, 여성 작가들이 세계 유수의 국제문학상에 대거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이들이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간극에 대해서도 대답이 필요할 것 같다.   

  한강은 전체 노벨 문학상 수상자 120명 가운데 아시아 최초의 여성 작가다. 그녀의 수상을 계기로 아직 빛을 발하지 못한 많은 여성 작가들이 우리 문학계에서 중심에 우뚝 서게 되기를 기대한다./전정희 전북여성가족재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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