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을수록 더 아른거리는 법
닿을 듯 닿을 듯 손닿지 않는 등 뒤가 더욱, 안타까운 법
잎 가버린 뒤 번쩍 피는 일주문 밖 상사화
감았던 눈 다시 뜨는 것이다 그만 잊자, 부릅뜨는 것이다
떨군 고개 들어 목젖에 걸린 낮달을 삼키는
돌탑 뒤 저 사미니
눈물 감추는 게 아니다 어룽어룽 자꾸만 따라붙는 그림자
산문 밖으로 밀어내는 거다
눈 감으면 다시 또렷해
위봉사 목어는 스스로 제 눈꺼풀 잘라버렸다
△ 슬프다. 괴롭다. ‘돌탑 뒤 저 사미니처럼’ 삶의 갈등을 경험한 시인은 처절한 외로움을 알 것이다. ‘일주문 밖 상사화’가 ‘목어’를 두드린다. 목어는 ‘사미니’의 흔들리는 마음에 혼침을 경책하는 것일까? 속을 비운 목어가 낮달을 삼킬 때 물고기가 바람을 붙잡고 소리를 낼 것이다. 사미니의 얼굴에서 눈물이 소리를 내면 목어는 막대기로 가슴을 때린다지요. 상사화 꽃잎처럼 속세와의 이별은 고요한 기쁨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소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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