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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과 영상매체의 발달로 책 읽는 문화가 갈수록 퇴색하고 있는 가운데 독서 및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한 나눔 공동체가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전주비전포럼은 지난 7월부터 우리 동네 책읽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이 단체는 회원 및 시민들로부터 기증받은 책을 지역 카페와 카센터 등 모두 23개 점포에 비치, 누구나 손쉽게 책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점포에는 책꽂이와 함께 각각 100여권의 책이 진열돼 있다.임현 전주비전포럼 대표는 13일 주민들이 멀지 않은 곳에서 책을 읽고, 이웃과 정답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현대인들의 메말라가는 감성을 북돋고, 건강하고 건전한 독서문화 형성을 위해 회원들과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임 대표는 (책이 비치된 점포가)단순한 소비공간에서 문화소통공간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달라진 환경으로 인해 손님이 많이 늘었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임 대표는 앞으로 우리 동네 책읽는 가게를 늘려가는 한편 책나눔 캠페인을 통해 더 많은 책을 확보할 계획이다.그 첫걸음으로 임 대표는 14일과 15일, 전주시 인후1동 전북은행 앞 공터에서 추석맞이 직거래 장터행사를 연다.이 기간 전주비전포럼 회원들이 내놓은 각종 생활용품 및 식용품이 판매되며, 그 수익금은 책 구입비 및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쓰인다. 보다 많은 시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책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지역사회 그늘진 곳에 나눔의 불씨를 밝히기 위한 것이다.이와 함께 다음달에는 작품에 담긴 의미를 시민들과 함께 고찰하는 저자와의 만남 및 북콘서트행사를 열 계획이다.임현 대표는 지속적인 책나눔 운동을 통해 지역사회 곳곳에 독서문화를 심겠다며 이를 위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한편 지난해 10월 창립된 전주비전포럼은 지역발전 및 공동체 활성화를 목표로 삼아 공동체 텃밭 운영어려운 이웃돕기 등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나눔을 약속해주세요. 너와 내가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작은 실천입니다. 전주에서 포토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송재한 씨(35)는 틈나는 대로 거리로 나가 카메라 앵글에 다양한 사람의 표정을 담는다. 전주 한옥마을과 서울 광화문광장 등 전국 방방곡곡에 그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매번 그의 손에는 Free Photo-나눔을 약속해주세요. 어디든 좋아요라는 글이 적힌 피켓이 들려있다.수년 전부터 시작된 이 약속캠페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번져 나갔다. 덕분에 그가 거리로 나서면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든다. 무료로 사진을 찍어주고, 인화도 해주는 데 마다할 사람이 없다.대신 한 가지 약속을 해야 한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겠습니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습니다. 좋은 사람이 되겠습니다.이처럼 그의 카메라 앵글에 담긴 사람들의 약속은 다양하다.송재한 씨는 소소해 보이지만 너와 내가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염원이 담겨 있다면서 나눌수록 행복해지는 것이 인생이라는 소중한 깨달음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송 씨는 이어 대단한 일도 아닌데 주목을 받게 됐다며 나눔의 씨앗이 세상 곳곳에서 싹을 틔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그는 또 어려운 가정형편 등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꿈을 잃고 방황하는 청춘들을 위해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이름 없는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학생과 교사가 따로 없는 이 학교에서 그는 인생의 갈림길에서 고민한 끝에 문을 두드린 사람들에게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 한다. 때로는 상담을 하기도 하고, 일자리를 찾아주기도 한다.방황하는 사람들에게 목표와 꿈을 찾아주는 일에 보람을 느낍니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한 기회는 그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습니다.전주에서 나고 자란 송 씨는 영화 촬영감독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20대 중반에 상경했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생활을 이어가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 그는 지난 2010년 전주로 다시 돌아왔다. 이 즈음부터 시작된 약속 캠페인은 그의 삶의 원동력이자 기쁨이다.
부모들이 서로 도와가며 아이들을 키우는 공동육아가 지역사회의 새로운 육아모델로 각광받고 있다.전주시 송천동 롯데마트 송천점 뒤편 한적한 골목에 자리 잡은 전주시 온두레 공동체 나무는 영유아 자녀를 둔 8명의 젊은 엄마들로 구성됐다.육아정보 공유와 재능기부를 통한 협력형 영유아 교육프로그램 등 공동체 육아에 관심이 많은 나무 회원들은 부모교육 특강을 제외한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한다.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격언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지난 5월 문을 연 나무는 보육료를 내기만 하면 되는 기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과 달리 가구당 500만원의 출자금으로 설립됐다.전주시는 올해 나무를 비롯해 각 분야에서 모두 66개의 공동체를 선정, 규모별로 500만원에서 1000만원 이내를 각각 운영비로 지원했다.김경숙 나무 대표는 내 아이를 나만이 아닌 다른 엄마들도 따뜻한 시선으로 봐줄 수 있는 사회를 꿈꾸고 있다며 아낌 없이 주는 나무처럼 세상 모든 아이에 대해 조건 없는 사랑을 베풀고 싶다고 말했다.지난 24일 오전 나무에서는 아이들이 엄마들과 함께 하는 쿠키만들기 체험이 진행됐다.아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밀가루를 저울에 달고 반죽하는 동안 엄마들은 자신의 아이 뿐만 아니라 다른 집 아이들 곁에서 쿠키 만드는 것을 거들었다.이처럼 나무에서는 미술마술전래놀이숲놀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에 회원들이 직접 참여한다.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비해 엄마들의 손이 많이 가는 편이지만, 회원들의 만족도는 높다.또한 나무는 공간 한 켠에 맘스카페를 두고 있다. 회원 자녀 뿐만 아니라 영유아를 둔 엄마들이 함께 차도 마시고 육아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회원이 아니더라도 각종 프로그램에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육아공동체가 점차 자리를 잡아가면서 아이들 뿐만 아니라 엄마들도 삶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다는 게 김경숙 대표의 설명이다.김 대표는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아이들이 몰라보게 달라졌다며 엄마들도 갑갑한 집 안에서 벗어나 막막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육아방식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고 공감하면서 한층 더 친밀해졌다고 말했다.
배움에 뜻을 잃지 않은 이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습니다. 단 한 사람도 소외받지 않는 배움의 길이 열릴 때까지 교단을 지킬 것입니다.전주시 금암1동에 위치한 전주 주부평생학교소망반. 나이 지긋한 30여명의 할머니들이 손주들이 부를 법한 정겨운 동요 한 자락을 목청껏 부르고 있다.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이른 더위를 씻어내는 낭랑한 소리가 교실 문 밖을 타고 흐르는 동안 교단에 선 박영수 전주 주부평생학교 교장(55)은 음미하듯 학생들을 둘러봤다.박 교장은 올해로 30년째 이 학교 교단을 지키고 있다.그는 정규교육의 기회를 놓친 주부와 청소년들을 위해 교재까지 직접 만들어 밤 늦도록 교단에 서고 있다.주부평생학교는 초중고교 과정 검정고시반, 영어한문, 컴퓨터반을 운영하고 있다. 전체 수강생(140여명)의 95% 가량이 60대 이상 주부로, 이 중 대다수는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이 가운데 일부는 대학에 진학하기도 한다. 학교 설립 초기부터 최근까지 360여명이 대학에 들어갔다.가정 형편과 사회적 통념 때문에 뒤늦게 배움의 길에 들어선 이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하나라도 더 배우겠다는 열정으로 가득한 이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싶습니다.그는 주부평생학교의 창립 멤버다.지난 1986년 대학 졸업과 함께 당시 전주 중앙동에 문을 연 전주 향토학교에 교사로 들어갔다. 대학 등록금 마련을 위해 주경야독하는 청소년들을 돕기 위해 교단에 선 것이, 어느덧 30년이 흘렀다.학생들의 면모도 점점 60대 이상 주부 등 성인으로 바뀌면서 20여년 전부터 주간반을 운영하고 있다.박 교장은 제도권 교육에서 소외돼 배움에 한이 맺힌 사람들에게 자기계발의 길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며 손주 이름이나 휴대전화 문자를 쓸 수 있게 됐다며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하다. 학생들에게서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운다고 말했다.그러나 갈수록 후원자가 줄고, 정부와 자치단체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은 가장 큰 걱정거리로 남는다.학교 운영상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좀 더 나은 교육환경을 통해 학생들이 아무런 불편 없이 배움의 길에만 정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게 앞으로의 목표이자 소원입니다.한편 박영수 교장은 오는 20일 한국전통문화전당(전주 경원동)에서 열리는 2015년 전주시민의 장 시상식에서 교육 부문 전주시민의 장을 수상한다.
얼굴은 모르지만 힘겹게 하루를 버티고 있는 후진국 친구에게 희망과 꿈을 보내주기 위해 반 아이들이 용돈을 모으기로 했습니다.김제 검산초등학교는 지난 31일 학교 강당에서 전교생 9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월드비전 전북지부와 한 학급 한 생명 살리기협약식을 가졌다.국제 구호단체인 월드비전이 추진하는 한 학급 한 생명 살리기는 초중고교의 각 학급에서 학생들이 십시일반 용돈을 모아 가난과 질병굶주림으로 고통받는 해외 기아아동을 1명씩 돕자는 운동이며, 전북지역에서는 김제 검산초등학교가 처음으로 참여했다.월드비전 전북지부 김동혁 팀장은 단체로 기부활동을 벌이면 주변인의 인성과 공동체 의식 함양에도 큰 도움이 된다면서참가자가 나눔의 가치를 체득하게 되고 다문화 이해 교육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월드비전 전북지부는 김제 검산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전주 아중초등학교, 정읍 북초등학교, 이리고등학교, 원광고등학교 등 10개 학교와 결연을 추진하고 있다.이날 결연을 맺은 김제 검산초등학교는 전체 34학급, 920여 명의 학생이 가나와 말라위세네갈몽골 등 4개국의 기아아동을 돕게 된다. 이 학교는 학급당 매월 3만원씩 후원금을 모아 지원하는 동시에 편지쓰기, 선물보내기, 후원아동 소식듣기 등의 활동을 펼치며 월드비전 전문강사가 진행하는 세계 시민교육에도 참가한다.이날 결연식에서 대표선서를 한 임형선 군(6학년)은 우리보다 어렵게 생활하는 해외 아이들을 돕는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낀다 며 미래에 초등학교 선생님이 된 이후에도 아이들에게 기부활동을 권장하고 싶다 말했다.검산초등학교 학생들은 해외 기아아동에게 보낼 후원금을 모으기 위해 가족사랑 봉사활동 실천카드를 만들었다. 부모님 심부름이나 집안청소 등을 통해 용돈을 모으겠다는 계획이다.서명옥 교장은 후진국 아이들을 돕기 위해 아이들이 직접 용돈을 모으는 과정에서 노동의 가치와 돈의 소중함까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라며 더 많은 학교에서 기아 아동 돕기에 참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서 교장은 또 돈을 기부한다는 것보다 중요한 건 아이들이 희망을 나눈다는 사실이다 며 인성교육의 최고의 가치는 바로 나눔이라고 말했다.
시청과 사회복지관 등 해당 기관의 요구가 있을 때마다 지팡이 수백 개씩을 만들어 전달했는데, 필요하지도 않은 사람들 손에까지 들어가 무심코 버려지는 게 안타까웠습니다.공직 은퇴 후 15년 동안 손수 만든 지팡이를 노인들에게 무료로 전달해 온 설재천 씨(74). 고희를 훌쩍 넘긴 나이에도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지팡이 보급 봉사활동에 매달려 온 그는 12일 전주시 완산구 서완산동에서 노인 건강 봉사의 집현판식을 갖는다. 지팡이와 지압봉약재 전달 등 그동안 해왔던 노인 건강 봉사활동을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취지다.12일 문을 여는 노인 건강 봉사의 집은 설 씨의 개인 주택에 조그맣게 공간을 마련했다. 여기서는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그가 손수 만든 지팡이와 지압봉지압대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또 심혈관 질환이나 관절염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엄나무, 우슬(쇠무릎) 등 16가지 약초도 제공한다.설 씨는 전주시청 공무원이었다. 가정복지계장으로 노인정경로당 관련 업무를 봤고, IMF가 닥치면서 1998년 삼천2동장으로 명예퇴직했다.공직에서 물러나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산과 강을 다니던 중, 평생 어렵게 모은 수억원의 재산을 전북대에 기증한 최은순 할머니의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그가 지팡이를 만들어 노인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게 된 계기다. 그는 자신의 처지에서 현실적으로 노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한 끝에 지팡이를 생각했다고 말했다.경로당 등에서 내가 직접 만든 지팡이를 짚고 다니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흐뭇합니다.설 씨가 산에서 구한 나무로 지팡이를 만들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전달해 온 지 벌써 15년째다. 그가 지금까지 노인들에게 나눠준 사랑의 지팡이는 약 4000개에 이른다.지팡이를 만들 나무를 구하기 위해 인근 산을 누비면서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실제 지난 2003년에는 지팡이 재료와 약초를 캐러 산길에 접어들었다가 자동차가 진흙탕에 빠져 4km정도 떨어진 마을 주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경운기로 끌어낸 적도 있다고 했다.또 그의 손에는 나뭇가지에 긁히고 찢긴 상처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그는 또 무의탁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목욕봉사 활동도 펼쳤다.지난 2000년에는 이같은 봉사활동을 인정받아 전주시민의 장을 수상하기도 했다.그는 공무원 후배들도 나눔의 정신실천에 동참했으면 한다 며 앞으로도 건강이 허용하는 날까지 주변 노인들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지팡이 나누기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 한옥마을이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면서 상가를 중심으로 지역에 활기가 돌고 있는 가운데 지역공동체를 사랑과 나눔의 고리로 이어가는 기부문화가 아쉽다는 지적이다.전주시는 익명의 기부자가 해마다 거르지 않고 나타난 노송동에서 지난달 천사의 날개조형물 제막식을 갖고, 기부와 나눔문화 확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가 불을 지핀 기부문화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사람 중심의 복지정책을 강화해서 천사의 도시, 전주의 위상을 정립하겠다는 취지다.그러나 정작 전주를 대표하는 도시 공간인 한옥마을에서 상인들이 지난해 저소득층 아동을 대상으로 한 엄마의 밥상사업 등에 지정 기탁한 기부금은 총 5건 3200만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옥마을이 속한 풍남동(행정동) 주민들이 지난해 기탁한 불우이웃돕기 성금은 약 2400만원(27건)인 것으로 집계됐다.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의 행렬이 꼬리를 물면서 지나친 상업화로 정체성을 잃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상업시설 수익의 일부를 지역에 환원하는 기부 행렬은 제대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전주시에 따르면 한옥마을 관광객은 지난 2002년 약 30만명에서 2008년 131만명, 2010년 350만명에 이어 2013년에는 508만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어 2014년에는 592만 8900여명이 한옥마을을 찾았다. 이는 지난해 전주를 찾은 전체 관광객 842만 4600여명의 약 70%에 해당한다.한옥마을 내 상업시설도 지난 2008년 139곳에서 2014년 366곳으로 증가, 6년만에 약 2.6배가 늘었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태조로은행로 등 한옥마을 주요 거리 상가는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이처럼 전주 한옥마을이 전국적 관광명소로 떠오른 것은 지난 2000년부터 국비와 지방비 등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전통문화거리 및 경관 조성, 공공문화시설 건립, 민간 한옥 정비사업 등을 역점 추진해온 자치단체의 노력과 시민들의 관심이 원동력이 된 게 사실이다.전주시 관계자는 관광객 증가에 따른 한옥마을의 성장세에 비해 상가 주민 등 구성원들의 기부와 나눔운동은 아쉬운 점이 있다면서 전국적 명소가 된 한옥마을이 이제 천사도시 전주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중심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이와 함께 한옥마을에 전통문화도시의 문화인력과 시설이 몰려있는 만큼, 최근 일부 단체를 중심으로 구체화된 재능기부 활동도 주변 원도심학교 학생 등을 대상으로 보다 확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북지역 문인들 사이에서 윤석정(77) 재전 진안군향우회장은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문학 애호가로 꼽힌다. 그의 명함에는 삶의 이력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수많은 직함이 빼곡히 적혀 있다. 이 중 특히 눈에 띄는 직함은 신석정 기념사업회 이사장이다.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등의 시로 곧은 시대정신을 보여준 신석정(1907~1974) 시인을 기리기 위해 지난해 7월 출범한 신석정 기념사업회는 석정문학상을 제정, 시인의 문학적 성과를 기리고 있다.윤 회장은 전주고등학교 재학 시절 은사인 신석정 시인과 맺은 인연을 계기로 문학인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갖게 됐다고 회고했다.그는 점차 잊혀져 가고 있는 신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체계적으로 기리고 후대에 알리기 위해 기념사업회를 조직했다며 앞으로도 시인의 숭고한 시대정신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그는 지역 문인들의 창작환경 개선 및 사기진작에도 힘을 쏟고 있다.해양수산부에서 20년 가까이 공직생활을 한 배경을 바탕으로 지난 2007년 호남권 최초로 제정한 전북해양문학상은 그 산물이다.이 문학상의 매년 총 상금은 500만원으로, 지역문인들의 창작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전북은 새만금 등 지역 발전의 성패가 달린 바다를 활용해야 낙후 전북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습니다. 바다를 주제로 한 문학상이 지역발전과 문인들의 창작환경 개선에 보탬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윤 회장은 지역의 후학양성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달 23일 그는 전주 르윈호텔에서 열린 재전진안군향우회 신년하례회에서 회원들이 모은 장학금 500만원을 진안군에 기탁했다.앞서 지난 2011년에는 모교인 진안초등학교 개교 100주년 행사에서는 학교발전기금으로 1억원 상당의 금품을 지원하기도 했다.사람이 곧 세상을 움직이는 힘입니다. 앞으로도 우리 학생들이 어려운 가정형편에 구애받지 않고 스스로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이와 함께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 발전은 그의 오랜 숙원이다.그는 지난 2013년부터 진안사람 한마음 큰잔치행사를 열고 있다.이 자리에서는 청정 진안산 농특산품 직거래 장터와 먹거리 장터, 윷놀이, 투호던지기 등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돼 모처럼 지역민출향민들이 단합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또한 진안으로 귀농한 도시민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애정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어르신들이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면 없던 힘도 불끈 생깁니다. 앞으로도 신명나는 우리 가락으로 삶이 힘겨운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겠습니다.19일 오후 군산 서수면 성모양로원. 모처럼 흥겨운 우리 가락이 조용하던 양로원을 들썩이게 했다.대한적십자사 전북지사 신명봉사회는 수년 전부터 이 양로원을 찾아 고전무용, 사물놀이, 전통가요 등 다채로운 공연을 펼치고 있다.신명봉사회 단장을 맡고 있는 최상현 씨(59)는 이날 특유의 신명이 더한 꽹과리 연주로 흥을 더했다.노인들은 어깨를 들썩이기도 하고, 일부는 불편한 몸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나름대로의 춤사위를 선보였다.어르신들을 뵈러 갈 때는 전날부터 맘이 설레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봄철 진달래꽃 핀 산에 가는 기분입니다.최근까지 적십자사 전북지사 익산지구협의회장을 맡았던 최씨는 지난 2002년 12월, 적십자사 봉사회에 가입했다.이때부터 그는 매주 도내 노인요양시설을 찾아 국악봉사를 하고 있다. 생업으로 삼아온 국악을 활용해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그는 또 국수 만드는 기술을 배워 홀로노인소년소녀 가장 등에게 직접 만든 국수를 내놓기도 한다.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고 나서야 익힌 그의 국수뽑기는 전문가 못지 않다는 것이 지인들의 평가다.하지만 아픔도 있었다. 지난해 5월 그는 이렇게 익힌 기술을 다른 봉사회 회원들에게 가르치던 중 기계에 손가락이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그는 손가락 하나가 온전하지 못하다. 지금은 많이 호전됐지만 국악인에게 중요한 손가락이 다쳐 상심이 컸다.좋은 일을 하다 그렇게 된 것이니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 다만 손가락 감각이 예전 같지 않아 이웃에게 보다 흥겨운 우리 가락과 맛있는 국수를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자괴감이 들 뿐입니다.이때 때묻은 최씨의 수첩이 눈에 띄었다. 수첩에는 주말을 제외하고 요일별로 봉사 일정이 빼곡히 기록돼 있었다.그는 몸이 두 개여도 모자랄 만큼 바쁘지만 우리 이웃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없던 힘도 생긴다. 대단한 일도 아닌데 많은 분들이 응원해준다고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그는 앞으로도 회원들과 함께 삶이 외롭고 힘겨운 이들에게 희망을 전할 수 있는 나눔과 봉사에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전주 수선화봉사회 신현만(63) 회장은 겨울철이 되면 더 바빠진다.신 회장은 회원들과 함께 지역 홀로노인 및 소년소녀가정, 장애인 등 사회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집 고치기, 고장난 가전제품 및 보일러 수리 등의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그는 못 만들고 못 고치는 게 없다. 날이 추워지면 말썽을 부리는 보일러 배관연통까지 그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만능 맥가이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2000년 2월 전주시 평화동 한 성당 옆 컨테이너박스에 사무실을 차린 수선화봉사회는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 봉사의 손길을 펼치고 있다. 홀로노인과 장애인, 모자보호시설 등이 수선화가 보듬고 있는 이웃들이다.8일 모자보호시설인 전주 원광모자원에서 만난 신 회장은 이날 모자원 내 배수가 잘 되지 않는 세면대, 낡은 타일을 무상으로 교체해 줬다. 1990년대 중반까지 건설업에 종사한 그의 다재다능한 손 기술이 유감 없이 발휘됐다.IMF의 영향으로 회사가 부도난 뒤 힘든 나날을 보내다가 주위에 더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관심을 갖게 돼 봉사의 길로 나섰습니다. 혼자 힘으로는 전구 하나 갈지 못하는 홀로노인과 장애인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뒤부터 이 일에 더욱 몰두하게 됐습니다.수선화봉사회는 노인복지시설 등을 찾아 목욕봉사, 밑반찬 나눔, 김장김치용 농산물 지원 등 다양한 이웃돕기에 나서고 있다. 처음에는 10여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그의 뜻에 동참하는 회원이 200명에 달한다. 회원들은 전주지역 제과점에서 후원 받은 빵을 사회복지시설에 전달하기도 한다.진정한 봉사는 물질적인 지원이 전부가 아닙니다. 우리 이웃들에게 꼭 필요한 부분을 찾아 부족한 것을 채워주고 정신적 빈곤을 달래주는 것이야 말로 가장 고결한 봉사입니다.신 회장은 스스로도 넉넉하지 못한 형편이지만 사회 가장 낮은 곳에서 신음하고 있는 이웃들에게 희망의 등불을 비추고 싶은 마음이 크다.하지만 인생의 황혼을 바라보는 그도 이제는 몸이 예전 같지 않아 고민이 많다. 또한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이웃이 많은데 비해 적극적으로 봉사에 나서는 사람이 갈수록 줄고 넉넉하지 못한 재정형편으로 인해 봉사회를 꾸려가는 일도 갈수록 팍팍하다.그럼에도 그는 무거운 공구통을 들고 자신을 찾는 또다른 봉사현장으로 발길을 옮겼다.신 회장은 자치단체의 재정적 지원이 끊긴 지 10년도 넘었다. 회원 모두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도 자비를 털어 봉사에 나서고 있다면서 어려운 여건이지만 한겨울 추위와 배고픔, 외로움에 떨고 있을 이웃들이 부르면 어디든지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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