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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습에 내가 몇 번 도전했느냐. 아마도 아홉 번인가 열 번인가 했을 거예요. 나의 심중을 모르는 분들은 '어머, 저거 또 하네. 돼도 안할 것인데 뭣 하러 또 왔을까.' (나는) 이런 손가락질 받고 다녔어요. 공부하는 기분으로, 공부하는 마음으로."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이하 전주대사습)에서 59세에 장원을 한 송순섭 명창은 1978년 첫 도전해 장려상을 받은 뒤 대통령상을 받기까지 무려 16년이 걸렸다. 지금처럼 대회가 많지 않았던 시절, 전주대사습은 소리를 인정받을 수 있는 최고의 기회였기 때문으나 이제는 위상과 권위가 많이 퇴색됐다. '기로에 놓인' 전주대사습의 위상과 권위를 찾기 위한 현안과 중장기적 과제는 무엇일까.지난해 전주대사습은 대대적 변신으로 고비를 넘기고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전주MBC(대표이사 선동규)대사습보존회(이사장 성준숙)가 전주 실내체육관에서 한옥마을로 나온 뒤 전통 판소리에 근간을 두면서도 현대적 감각으로 각색한 공연을 선보여 많은 시민들을 '판'으로 불러들이면서다. 전주대사습이 시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었기 때문에, 대중들을 위한 다양하고 폭넓은 소통의 무대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전주대사습의 원형을 제대로 고증해낼 문헌이나 자료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전주대사습의 현대적 계승을 위한 연구작업과 토론회가 지속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사습보존회가 그간 해온 것은 1992년 '대사습사' 발간과 지난해 서울에서 연 대사습 발전 방향을 위한 토론회가 전부다. '대사습사'는 대사습 역사를 기록한 것에 불과해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기 힘든 데다, 대사습 토론회 역시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대사습청 건립을 위해 예산 확대를 요구하는 형식적인 자리에 불과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유영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고려대 교수)은 이와 관련한 토론회에서 "대사습의 유래와 역사적 성격에 관한 학술적 고증과 토론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지난해 젊은 관객을 유인할 수 있는 적극적인 무대 변화는 호평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장세길 전북발전연구원 문화관광팀 부연구위원도 "대사습이 경연대회를 중심에 두면서 기획 초청거리 공연을 신설해 대동놀이의 축제성을 강조 것은 좋으나, 소리축제와 비슷한 인상을 주기 때문에 '경연놀이'의 축제성을 강조하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전주대사습의 최대 아킬레스건은 예산, 개최 장소다. 여기엔 '대사습의 권위와 위상을 되살려야 한다'는 조건이 따라 붙는다. 전주MBC는 지난해 20여 년 만에 전주 실내체육관에서 경기전으로 옮겨 대사습을 열면서 한옥마을을 찾는 시민들이 자연스레 대사습을 찾게 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태조 어진을 모신 신성한 공간에서 경연대회공연을 여는 것에 관한 이견이 분분한 데다, 경기전이 유료화 될 경우 새로운 무대를 찾아야 할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 대사습보존회가 한선종 전 이사장때부터 계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대사습청 건립은 그런 면에서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전주시나 전북도가 예산 부담으로 대사습청 건립에 대해 회의적인 데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전주대사습만 특별 예우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라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또한, 일부에서는 대사습이 여타 대회와 차별화 하려면 참가 자격을 만 30세에서 30대 후반 혹은 40대로 높이고, 실력이 안되는 후보자들이 많다면 과감하게 대통령상(장원)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제29회 대사습 장원인 송재영 명창(도립국악원 창극단장)은 "대통령상이 우후죽순처럼 나오면서, 수요와 공급이 안맞는 상황이 돼 버렸다"면서 "명창이 되려면 긴 세월이 요구되는데, 실력이 부족한 이들에게도 상이 가버리니까 매너리즘이 생겨 전반적으로 실력이 하향평준화 된다"고 지적했다.문화체육관광부가 대통령상을 주는 전통예술경연대회가 전국에 31곳이나 되지만, 판소리 명창 부분은 전주대사습이 단연 최고라고 할 만큼 이를 특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제37회 대사습 장원인 박영순 도립창극단 단원은 한 인터뷰에서 "판소리를 공부하려면 무조건 전주대사습에 와야 하고, 기악을 익히려면 경주에 가야 한다는 식의 인식이 이어질 수 있도록 특화시켜야 한다"면서 "제대로 실력 있는 사람이 귀함을 받을 수 있는 대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역대 장원들은 현재 1500만원에 불과한 상금을 파격적으로 높여 전국의 명창들이 이곳을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억이 넘는 생중계기획 공연비를 자체 부담하고 있는 전주MBC가 대사습에서 손을 뗄 경우 대안이 없는 데다, 대사습 쇄신을 위한 전문 인력 확보도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지자체의 예산 확대 혹은 국비 지원 현실화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전주대사습의 권위와 위상을 되찾기 위한 첫 걸음은 대사습보존회가 국악을 사랑하고 아끼는 시민들의 모임으로 거듭나는 일이다.판소리 연구가인 최동현 군산대 교수는 "전주대사습이 전주에 생긴 것은 판소리를 좋아하는 애호가들이 많았기 때문"이라면서 "결국 대사습이 판소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곳이라는 자부심과 오랜 역사가 결부되지 않으면 다른 지역의 국악대회와 차별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
전국적으로 지난해 전통예술경연대회에 대통령상이 수여된 것은 모두 31곳. 올 상반기중 대통령상을 주는 대회는 14곳으로, 하반기 대회까지 합치면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지원될 것으로 보인다. 최고 기량자에게 대통령상을 주는 전북의 전통예술경연대회는 전주대사습놀이전국대회, 춘향국악대전, 전국고수대회. 춘향국악대전으로, 모두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지만 대회 위상은 전주대사습이 단연 앞선다.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명창 중 전주대사습 장원이 아닌 경우는 드물었다. 올해로 39회를 맞는 춘향국악대전은 (사)한국국악협회 남원지부(지부장 이상호)가 주관해 춘향제 기간에 열린다. 전체 예산은 총 1억(시비 8000만원·자체 부담금 2000만원). 초반 춘향국악대전은 춘향제와 함께 열려 인지도를 높이는 데 일조했으나, 지자체 의존도를 낮추는 데 어려움을 보이면서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 대다수 남원 출신 국악인들로 구성된 남원국악협회는 심사위원을 구성할 때 이들의 이해관계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 판소리 명창부 장원 상금은 1500만원. (사)한국국악협회 전북지부(회장 김학곤)와 KBS 전주방송총국(총국장 김영선)이 주관하는 전국고수대회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대통령상을 준다. 전북국악협회는 "2년 연속 대회 물의를 일으킨 사람은 심사에서 배제하고 지역을 안배해서 뽑는다"고 밝혔으나, 종종 '장원 낙점설'이 불거지는 등 고수대회 위상이 훼손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올해 32회를 맞는 고수대회 대명고수부 장원 상금은 1000만원이다.반면 광주에서 열리는 임방울국악제는 앞선 전통예술경연대회 보다 역사는 짧으나 청중들에게 호응을 받는 대회로 거듭나고 있다. 임방울진흥회가 소리꾼들의 영향력을 제한, 심사의 공정성을 확보하면서 국악제 내실을 기한 결과다. 언론인·경제인·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임방울진흥회는 국악인이 아닌 이사장·부이사장·시청 담당자가 분야별 명단을 구성한 뒤 무작위 추첨을 통해 심사위원을 선정하는 방식. 20회를 맞는 임방울국악제 역시 대통령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1500만원과 임방울상 금트로피가 수여된다. 전체 예산은 3억5000여 만원. 여기엔 SBS가 국악제 본선 생중계를, 조선일보가 대회를 홍보를 맡게 되면서 추가되는 부대비는 빠져 있다.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는 소리꾼들의 이익을 위해 심사위원회를 구성해왔습니다. 참가자 중 자신에게 배운 사람이 아니라면, 아예 쳐다보지도 않습니다."한 판소리 연구가는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이하 전주대사습) 현주소를 이렇게 지적했다. 비교적 공정한 심사를 진행해왔다는 평가를 받는 전주대사습도 국악인들의 '입김'에서 전혀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진단이다. 예산이 적은 데다 대통령상이 수여되는 대회가 30곳이 넘는다고 볼 때 전주대사습 위상을 곧추세울 수 있는 길은 심사의 공정성부터 확보하는 일이라는 데 이견은 없어 보인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경연대회 대통령상 수여 여부를 결정하는 주요 잣대로 심사의 공정성 확보를 제시하고 있다. 대사습보존회는 1983년부터 2005년까지 대회 2주 전 심사위원 1차 명단을 선정한 뒤 전주MBC와 협의한 뒤 대회 10개 부문 심사위원(각 부문 7명)을 확정해왔다. 이전에 역대 대사습 장원을 추측하는 소문이 나돌았던 것은 대회가 열리기 전부터 심사위원 명단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이 어떤 심사위원이 참여하는지에 따라 예선 참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던 것. 대부분 대회가 참가자 접수를 마무리한 뒤 심사위원들을 위촉하는 방식과는 대조됐다. 제15회 대사습부터는 역대 장원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이들의 영향력이 강화됐다. 이전에는 대사습을 부활시킨 이들이 중심으로 심사에 참여했다면, 이후에는 소리꾼들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게 되는 국악인 위주로 심사위원이 구성된 셈이다. "나도 심사를 해봤지만 누구에게 상을 주자는 얘기를 해본 적은 없어요. 다만 실력있는 참가자를 추천해달라고 한 적은 있습니다."한 심사위원은 일부 명창들이 자기 제자를 명창으로 키우는 게 자신의 영향력도 키우고 수입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 지나치게 심사에 관여하려는 자세가 문제라고 꼬집었다.이같은 논란으로 대사습보존회MBC는 공신력을 갖춘 심사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1985년 김영자 명창은 판소리 몇 대목만 불러 예본선에 진출하는 참가자들을 걸러내기 위해 제비뽑기를 제안수락됐고, MBC는 1998년 컴퓨터 채점에 이어 2006년부터 심사회피제도를 도입했다. 심사회피제는 대회 출전자의 스승8촌 이내 친인척이 심사위원에 참여할 경우 심사회피를 신청하는 제도. 또한 문화체육관광부가 '투명한 경연대회를 위한 심사 운영 지침'을 제시하면서 전국 대회에 공정성 확보를 주문하고 있으나 지침이 구체적이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생중계 위주의 대회를 운영한다고 비난받기도 했던 전주MBC가 심사에 관한 대사습보존회 영향력을 제한하는 데 노력하는 이유다. 그 결과 전주MBC는 대사습보존회에 문화재 1명, 대사습 장원 1명, 학계 1명 등으로 심사위원(총 7명) 구성을 요구하면서 대립각을 세우곤 했다. 전주MBC는 "전국 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았거나 명망있는 분들을 모시려 하는데, 보존회가 받아들이지 않을 때가 많다"고 반발하고, 대사습보존회는 "방송사가 추천하는 교수들은 판소리를 잘 모른다"면서 비난하는 식이다.그러나 대사습 장원이면서 문화재로 지정된 이들도 많기 때문에 실기인들 위주로 심사위원들을 구성할 수밖에 없다. 결국 전통과 자부심을 내세운 전주대사습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려면, 심사의 공정성 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사습보존회가 자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이하 전주대사습이사장 성준숙)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가장 권위있는 국악의 등용문이다. 전주대사습은 19세기 말에 중단됐다가 1975년 '판'의 정신을 되살린 판소리 경연대회로 현재까지 이어져 오면서 각 부문별 명인명창 370여 명이 배출됐다. 대사습의 꽃은 판소리 명창 부문. 판소리는 관객들을 모아놓고 벌이는 공연예술의 정수다. 그런데 전주대사습을 주최하는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가 소리꾼들의 전유물로 전락했다는 논란이 새삼 불거지고 있다. 전주대사습 역대 이사장은 손주항(1977~1978) 김판철(1979~1985) 김원술(1985) 송광섭(1986~1989) 한선종(1990~1993) 김판철(1994~1997) 한선종(1998~2000) 황병근(2001) 배기봉(2002~2005) 홍성덕(2006~2007) 김정호(2008~2009) 홍성덕(2010~2011) 등이 재임했다. 손주항 초대 이사장부터 배기봉 이사장까지 재력이 있으면서 국악에 조예가 깊은 이들이 대다수였다. 출마 공약으로 한선종 전 이사장은 대사습청 건립을 요구하면서 2억5000만원을 내놓기도 했다. 문제의 발단은 소리꾼 출신인 홍성덕 이사장 재임한 2007년부터. 대사습보존회가 일부 회원들을 쫓아냈다. 대사습보존회는 '회비 미납'을 근거로 들었지만, 당사자들은 "매번 총회에서 회비를 냈던 관행을 뒤집고 보존회에 쓴 소리를 하거나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이들은 다 쫓아냈다"고 비난했다. 대사습보존회 이사회원이 되려면 각각 50만원10만원 씩 내되 특별한 자격 기준은 없으나 이사회 승인을 거쳐야 한다. 현재 총 30여 명으로 구성된 이사들은 전주시 문화경제국장(당연직)을 제외하고는 국악 실기인들이다. 회원은 120여 명으로 전주대사습에서 장원을 했거나 참가 경험이 있는 국악인들이다. 정은하 대사습보존회 사무국장은 "이사회에서도 대사습 회원수가 늘어나야 한다는 데 공감하지만 무작정 늘릴 수가 없어 150여 명으로 합의한 상황"이라고만 밝혔다. 본선 생중계를 해왔던 전주MBC가 지난해 대대적인 변신을 시도했던 걸 제외하면 전주대사습은 대사습보존회가 좌지우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준 없는 회원 가입 문턱은 높게 했던 대사습보존회는 지난 37년 간 전주대사습을 기획홍보할 전문 인력 확보 노력은 전혀 하지 않았다. 모든 것은 "예산 탓"으로 돌렸다. MBC가 2006년 일부 예산지원을 중단하면서 전주대사습에 손을 떼면서 전주시가 예산을 증액하긴 했으나, 대회를 운영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경비밖에 되지 않는다는 불만이다. 냉정히 볼 때 현재 국악계는 힘이 없다. 대중 동원력이 떨어지면서 영향력도 약해졌다. 반면 대중가수는 방송으로, 콘서트로 활동 반경을 점점 더 넓혀나가고 있다. 공연 기획자 역시 경제성 없는 국악은 외면한다. 지난해 전주MBC가 대사습보존회를 거의 배제한 채 새로운 판을 만든 것도 대사습보존회의 자정 능력에 관한 깊은 불신에 기인한다. 한 국악계 인사는 "국악인 역시 대사습보존회 회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전북 국악계의 마지막 남은 자부심인 전주대사습을 대사습보존회 스스로 무너뜨리려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사)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이하 대사습보존회) 신임 이사장에 성준숙 명창(68·예명 민소완)이 추대됐다.지난 19일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사무실에서 대사습보존회 이사 24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사회 선거는 당초 성 명창과 김정민 한국문화예술직업전문학교 이사장(55)의 2파전으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김 후보가 이날 "부이사장으로 능력이 출중한 이사장을 돕는 데 힘쓰겠다"고 기권하면서 이사회 만장일치로 성 명창이 신임 이사장을 맡게 됐다. 성 이사장은 "지키지도 못할 공약(空約)을 제시하기 보다는 대사습의 발전 방향을 위해 많은 분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겠다"고 운을 뗐다. "1986년 대사습에서 (판소리) 장원을 할 무렵엔 전주실내체육관이 사람들로 꽉꽉 찼어요. 현재는 소리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나는 우리 소리에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 대사습이 그런 통로가 되면 좋겠습니다." 전주에서 태어난 성 이사장은 오정숙·이일주 명창에게 사사한 판소리 다섯 바탕을 사사했다. 시대를 건너오면서 소리판에 여성 명창들이 많아지고 소리 역시 기교적이고 장식적으로 변화되고 있지만, 소리의 본질은 역시 호방함. 성 이사장은 동초제 바디 '적벽가'를 계승, 여성으로는 드물게 '적벽가'로 전북무형문화재(1996)가 됐다. 한편, 이날 대사습보존회 이사장을 사임한 뒤 한국국악협회 이사장으로 출마·당선된 홍성덕 이사장이 참석해 "신임 이사장과 함께 전주대사습에 관심을 기울여 발전하는 길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대사습보존회 이사에는 왕기석 명창이 추천, 임명되기도 했다.
국악의 최고봉을 자랑해온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이하 전주대사습) 위상과 권위가 갈수록 퇴색하고 있다. 다른 지역의 국악대전이 매년 발전을 거듭하는 사이 전주대사습은 상대적으로 뒷걸음질치면서다. 그나마 아직까지는 가장 오랜 전통을 갖고 있다는 강점으로 명성을 유지하고 있으나, 현재와 같은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이하 대사습보존회) 폐쇄적 회원제와 미흡한 예산, 비전 없는 보존회의 부실한 운영이 계속될 경우 그 위상이 급전직하(急轉直下)할 것이란 우려가 많다. 본보는 대사습보존회의 새 집행부 구성을 계기로 전주대사습의 현재를 진단하고 옛 위상을 찾을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기획 연재물'전주새사습, 기로에 서다'를 마련했다.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가 성준숙 명창(68)을 새로운 이사장으로 맞아들였으나, 국악계에서는 이를 기점으로 전주대사습이 쇄신할 수 있을 지 '기대반 우려반'으로 지켜보고 있다. 성 이사장은 19일 기자들과 만나 전주대사습과 오랜 인연을 강조하면서도 쇄신을 통한 발전안에 대해선 '신중론'을 견지했다. 성 이사장은 "어떤 발전 방안을 내놔야 할 지 윤곽이 잡히지 않았다"며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지만, 그것을 바로 관철시킬 수 있을 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두고 전주대사습의 공식 지도부가 쇄신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주변의 기대에 부합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소리꾼들의 이해집단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대사습보존회가 새롭게 거듭나려면 소리꾼 중심의 기득권과 과감한 단절을 해야 하나, 이들의 입지만 더 강화시켜줄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다. 이같은 혹평 이면에는 그간 대사습보존회가 자력으로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의 성장 동력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실제로 국악인들 사이에서 3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주대사습이 임방울진흥회가 20여 년 간 운영해온 '임방울 국악제 전국대회'만 못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악인 외에도 언론인·공무원·경제인 등으로 구성된 임방울진흥회는 소리꾼들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철저히 관객들을 위한 국악제를 기획하는 데 주력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비교적 공정한 심사로 대회의 위상이 살아나면서 1700석이 모자랄 정도로 판소리를 즐기는 관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게다가, 임방울진흥회는 국악제 기간에는 아마추어 국악인들을 위한 '판소리 장기자랑'을, 국악제 앞·뒤로는 '임방울 국악교실'을 통해 국악 대중화에 힘을 쏟고 있다. 심지어 매년 국악제 평가보고서를 제작, 발전방안을 자체 검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맥락으로 일각에서는 "지난해 전주MBC가 대사습보존회를 거의 배제하다시피하면서 전주대사습을 변신시킨 것은 더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 아니겠느냐"면서 "전주대사습이 제대로 거듭나려면, 예산을 지원하는 지자체와 방송사가 소리꾼들이 맘대로 못하게 하는 게 관건"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앞서 대사습보존회가 지난 10일 이사회를 통해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정관을 일부 개정한 것을 두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사회는 이날 정관 제2조 중 대사습보존회는 전주에 두되, 필요한 곳에 지회를 설치하도록 개정했다. 하지만 지역 문화계는 이를 두고도 "다른 지역에 사무실을 마련하면, 대사습이 더 나아지느냐"면서 "소리꾼들이 감투쓰려는 욕심 보다는 대사습이 제대로 발전할 수 있도록 쇄신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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