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⑩ 하지] 하짓날 비 오면 풍년…기우제 지내기도
하지는 양력 6월 21일경이며, 올해는 22일이다. 망종과 소서 사이에 들며, 24절기 가운데 열 번째 절기다. 이 절기는 태양의 황경(黃經)이 90로서 일 년 중에 낮의 길이가 가장 길고, 반대로 밤의 길이가 가장 짧은 때이다.이날은 태양이 황도상의 가장 북쪽인 하지점에 이르게 되는데, 이는 지구 표면이 받는 열량(熱量)이 가장 많아지며, 더위가 계속 쌓여 하지 이후에 더욱 더워져 삼복(三伏) 시기에 가장 덥게 된다. 반면 동지(冬至)에 가장 길었던 밤이 조금씩 짧아지기 시작하므로 하지와는 대조적이다. 하지는 일 년 중 태양이 가장 높이 뜨고 낮의 길이가 길어져 무려 14시간 반이나 된다.이 무렵이 되면, 생물들에게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고려사에 따르면 5월 중기인 하지 기간 15일을 5일씩 3후(候)로 나누었는데, 초 후에는 사슴이 뿔을 갈고, 중 후에는 매미가 울기 시작하며, 말 후에는 밭에서 자라는 한약재인 반하(半夏끼무릇)의 알이 생긴다고 했다.이 때는 기온이 점점 높아져 여름으로 접어들기 시작하므로 우리 농가에는 할 일이 많아졌다. 밀과 보리, 감자, 마늘 등을 수확하여 저장해야 하며, 누에치기는 이 시기가 적기이므로 아주 바쁜 때이다. 또한, 메밀 파종과 늦콩 심기도 서둘러야 한다.모내기를 끝내고 비료 주기와 병충해를 예방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옛날에는 대마를 재배하는 농가에서는 이를 수확하느라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었다. 논과 밭에서 매일같이 자라나는 잡초를 제거하느라 농부들은 허리 펼 겨를도 없이 김매기를 해야 했다. 너무 바쁜 시기라 오죽하면 유월 저승을 지나면 팔월 신선이 돌아온다는 말도 있다. 이즈음 수고가 가을의 알찬 수확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라 할 수 있다.하짓날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그러므로 옛날에는 비에 관한 여러 가지 풍속을 행하기도 했다. 농작물이 잘 자라려면 비가 충분히 와야 하는데, 하지 때까지 충분한 비가 오지 않으면 기우제를 지냈다. 수리시설이 부족한 때 3~4년에 한 번 정도 가뭄으로 인한 재해를 당하였으므로, 조정과 민간을 막론하고 기우제가 성행했다.비에 대한 관심은 이미 단군신화에 나타나 있다. 환웅이 거느리고 하강했다는 풍백(風伯), 우사(雨師), 운사(雲師) 세 신은 모두 비에 관한 신이다. 비에 대한 관심은 절대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기우제(祈雨祭)는 연중행사였으며, 가능한 모든 방법이 동원되었다.산이나 냇가에 기우제 제단을 만들고, 마을 전체의 공동행사로 마을의 장이나 지방관청의 장이 제주(祭主)를 맡고, 돼지, 과실, 닭, 술, 떡, 밥, 포 등을 제물로 올렸다. 지역에 따라서 약간 다르지만 하지 무렵의 공동체 행사로는 기우제만큼, 큰 행사는 없었다.세시기에 따르면 동지, 춘분, 하지, 추분은 동서양 모두 제일 중요시 하는 태양력의 큰 기준이다. 동지는 해가 가장 짧고, 반대로 하지는 해가 가장 길며, 춘분 추분은 해가 똑같은 절기다. 이처럼 이 네 절기는 해 운동의 중요한 분기점이요, 새로운 계절이 일어나는 기점이며. 또한, 24절기 중에 기초가 되는 절기 이므로 계절의 분기점 기절기(基節氣) 라고 한다.하지가 되면 우물가 앵두나무에도 붉고 앙증맞은 열매가 맺기 시작한다. 앵두는 과일 중 가장 먼저 익고 모양도 예쁠 뿐 아니라 맛도 새콤달콤해 계절의 별미다. 조선 시대 세종대왕은 앵두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아들 문종은 경복궁 안에 앵두나무를 많이 심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