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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의 알쏭달쏭 우리말 어원] (101) 뜬금없다, 생뚱맞다 - 거래의 기준이 되는 가격 '뜬금'

한수산의 소설 〈유민〉을 보면 “강 씨네 찰벼 논을 지나는데 뜬금없이 개구리 한 마리가 소리를 높여 울었다.”는 대목이 나온다. 또 TV 드라마를 보면 “뜬금없이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라고 말한다. 여기서 ‘뜬금없이’라는 말은 무슨 뜻이며, 어원은 무엇일까? 요즈음도 시골에는 5일마다 장이 서는 데가 있다. 소나 돼지 같은 가축과 갖가지 농산물을 시장에 가지고 나와서 손님과 흥정을 한다. 농산물은 공산품처럼 일정한 값이 없기 때문에 흥정해 값을 매긴다. “2000원에 합시다.” “2500원은 받아야 되지. 쪼금 더 쓰시오 잉.” 줄다리기해 값을 매기고 정한다. 이렇게 서로 값을 매기는 것을 ‘뜬금’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뜬금’은 ‘일정하지 않고 시세의 변동에 따라 달리 정해지는 값’을 말한다. 명사 ‘뜬금’이라는 말과 형용사 ‘없다’라는 말이 합쳐져 ‘뜬금없다’라는 낱말이 만들어지고 이것의 부사어가 바로 ‘뜬금없이’가 된 것이다. 그래서 ‘뜬금없이’라는 말은 보통 사람들이 분위기나 주제에 맞지 않게 엉뚱한 가격을 부르는 말이나 행동을 할 때 쓰는 말이다. 그리고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라는 말도 비슷한 경우에 쓴다. ‘전혀 관계없는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여기서 봉창은 주머니를 뜻하는 전라도 방언과는 다른 말이다. 옛날 흙벽돌집에 문틀 없이 그냥 창문을 흉내 내어 종이만 발라놓은 것이 봉창이다. 빛은 조금 투과돼 들어오는 상태인데 잠결에 문인지 창인지 구분 못 하고 봉창을 문인 줄 알고 열려고 더듬거리다가 내는 소리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가 된 것이다. 비슷한 뜻으로 ‘생뚱맞다’는 말이 있다. ‘생뚱맞다’는 행동이나 말이 앞뒤 상황에 맞지 않고 엉뚱하다는 뜻의 순수 우리말이다. 생소하다의 ‘생(生)’과 엉뚱하다의 ‘뚱’이 결합해서 만들어진 합성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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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8.02 20:08

[안도의 알쏭달쏭 우리말 어원] (100)번개 - '번쩍거리다'에 접미사 '게'가 붙여진 말

번개는 하늘에 나타나는 전기적인 현상을 말한다. 사계절 내내 일어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여름철에 관측된다. 천둥이 청각적인 요소를 반영한 것이라면, 번개는 시각적인 요소를 의미하고 있다. 영어로는 ‘thunder’와 ‘lightning’으로 구별된다. 번개의 어원은 어디서 왔을까? 먼저 ‘번’ 자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눈치 빠른 사람은 ‘번쩍거리다’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번개의 ‘번’ 자는 ‘번쩍거리다’의 맨 앞 자를 따온 것이다. 일부에서는 ‘번’ 자가 ‘밝다’에서 왔다고 보고도 있으나, 여러 정황상 ‘번쩍거리다’에서 온 것이 맞는 것으로 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따라서 ‘번’ 자는 명사나, 형용사가 아닌 동사 어간에서 온 말이다. ‘개’가 붙여진 사연도 재미있다. 원래는 ‘개’가 아니고 18세기까지는 ‘게’로 적었다. 답을 미리 말하면 ‘개’ 자는 접미사다. 혼자서는 쓰이지 못하고 앞말에 붙여서 쓰는 말이다. 지우개 등을 생각하면 바로 이해가 간다. 지우개는 ‘지우는 것’이라는 뜻이다. 우리말에는 이런 식으로 ‘게’나 ‘개’ 자가 붙는 것이 무척 많다. 언뜻 생각해도 지게, 덮개 등이 있다. ‘지는 것’, ‘덮는 것’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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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7.26 19:40

[안도의 알쏭달쏭 우리말 어원] (99)동냥 - 스님이 곡식 얻으러 다니며 흔들던 '동령'

거지가 먹을 것을 구하는 행위를 뜻하는 ‘동냥’은 원래 불교 용어 동령(動鈴)에서 나온 말이다. 동령(요령을 흔들다)이라는 말을 비하한 것으로, 조선시대에는 스님들이 걸식할 때 지금처럼 목탁을 치는 것이 아니라 요령을 흔들며 했던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요령’은 원래 금강령을 가리키는 말인데, 금강령이란 옛날 불교 의식에서 쓰던 도구로 번뇌를 깨뜨리고 불심을 더욱 강하게 일으키기 위해서 흔들었다. 도를 닦는 수행승이 곡식을 얻으려고 이집 저집을 돌아다니는 일인 걸식은 스님들에게 수행의 한 방편으로 인식되어 왔는데, 조선 중기 때부터 구걸의 의미로 변하기 시작했다. 성종 5년 경국대전이 완성돼 반포되면서 도성 안의 모든 염불소는 폐지되고, 스님들의 사대문 안 출입은 금지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부녀자가 절에 올라갈 경우에는 곤장 100대에 처한다는 처벌 규정을 두고 절에 가는 아녀자를 바람난 여인으로 취급하는 등 조선 왕조가 가시적으로 불교를 배척하기 시작하는 가운데 일어나게 된 일이다. 그런데 요즈음은 거지나 동냥아치가 돈이나 물건을 구걸하러 다니는 일, 또는 그렇게 얻은 물건이나 돈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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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7.19 21:44

[안도의 알쏭달쏭 우리말 어원] (98) 갈매기살 - 횡경막 → 가로막, 가로매기, 갈매기살

고깃집에 가면 여러 부위의 고기 말고도 ‘갈매기살’이라는 고기가 있다. 이 갈매기살은 바다에 날아다니는 ‘갈매기’의 고기가 아니다. 이것은 돼지 내장의 한 부위, 즉 횡격막(橫膈膜)에 붙어 있는 고기이다. 횡격막은 포유류의 배와 가슴 사이에 있는 근육으로 수축과 이완을 거듭하면서 폐의 호흡 운동을 돕는다. 이 ‘횡격막’을 우리말로는 ‘가로막’이라고 한다. 뱃속을 가로로 막고 있는 막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가로막에 붙어 있는 살을 ‘가로막살’ 또는 ‘안창고기’라고 한다. 그런데 이 부분의 고기를 ‘가로막살’이라고 하지 않고 이상하게도 ‘갈매기살’이라고 불렀다. 이 ‘갈매기살’이라는 명칭은 ‘가로막살’이라는 본래의 명칭에서 변형돼 나온 것이다. 처음에는 ‘가로막살’이었는데 후에 ‘가로마기살’로 변하였다. 다음으로 ‘가로마기살’이 ‘가로매기살’로 변하였고 이어서 ‘가로매기살’이 ‘갈매기살’로 변하였다. 왜 이러한 변화가 가능했던 것일까? 단지 ‘가로매기’가 ‘갈매기’와 비슷한 음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로매기’의 어원을 잘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것과 음이 비슷한 ‘갈매기’를 연계해 엉뚱하게 만들어낸 단어가 ‘갈매기살’인 것이다. 그러나 바다의 갈매기 고기는 먹어 본 사람이 드물 것이다. 푸줏간에서 바다의 갈매기살을 먹는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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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7.12 19:59

[안도의 알쏭달쏭 우리말 어원] (97)노가리 까다 - 한꺼번에 알 많이 까는 명태…새끼 노가리

버릴 것 하나 없는 국민 생선 중에 명태가 있다. 국민 생선답게 이름의 종류만도 수십 가지다. 잡는 시기와 잡는 방법, 건조 상태 등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명태는 차가운 물에 사는 한류성 어종으로 1월이 제철이다. 알이 꽉 차고 살도 통통하게 올라 가장 맛있다. 머리와 입이 큰 대구과 어종으로 등지느러미 3개, 뒷지느러미 2개, 아래턱에 짧은 수염이 1개 나 있다. 동해안 북부 지역이 최대 산지로 17세기 중반부터 어획이 본격화됐다. 서해의 조기와 더불어 조선시대 2대 어종으로, 서해의 조기와 달리 보관과 유통이 쉬워 더 널리 보급됐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나라 연안에선 더 이상 잡히지 않으며 국내 유통되는 명태는 대부분 러시아산, 일본산 생태다. 명태의 새끼는 노가리·애기태·애태·앵치, 크기에 따라 대태·중태·소태·왜태, 잡히는 시기에 따라 일태·이태·삼태·사태·오태 또는 춘태·추태 등 다양하다. 잡는 방법에 따른 이름도 재미있다. 그물로 잡은 것은 망태, 주낙과 같은 낚시로 잡은 것은 조태 또는 낚시태라 한다. 조업 장소에 따라서도 연안에서 잡아 연안태, 먼바다에서 잡아 원양태 등으로 이름이 붙었다. 가공 상태에 따라 얼렸다 녹였다를 거듭하며 말리면 황태라고 한다. 반건조 상태의 명태를 코다리라고 하는데 4마리씩 코를 꿰었다는 뜻이다. 북어와 달리 촉촉한 식감으로 조림용으로 많이 쓰인다. 색이 노랗고 살이 통통한 최우량 마른 명태를 황태라 한다. 그런데 ‘말이 많거나 거짓말을 늘어놓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노가리라 한다. 노가리는 명태의 새끼를 가리키는 말로, 명태는 한꺼번에 매우 많은 수의 알을 깐다. 따라서 명태가 많은 새끼를 까는 것과 같이 말이 많다는 것을 빗대어 나타낸 말이다. 노가리의 수만큼이나 말을 많이 풀어 놓는다는 것은 그만큼 진실성이 결여돼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일부 사전에 씨를 흩뿌리는 것을 나타내는 노가리라는 말에서 비롯했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풀이이다. 흔히 ‘노가리 풀다’, ‘노가리 까다’라고 하는 것으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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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7.05 21:02

[안도의 알쏭달쏭 우리말 어원] 96. 방귀(放氣) - 공기를 방출한다는 뜻인'방기'

방귀의 어원은 방기(放氣)로, 공기를 방출한다는 뜻이다. 장 속에 있는 공기가 항문을 통해 빠져나오는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인데, 남녀노소 차별 없이 평등하게 누구나 뀐다. 물론 소리의 강약과 진동, 냄새의 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냄새는 둘째쳐도 그 소리 때문에 방귀를 뀌는 것이 다소 교양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방귀는 왜 생길까? 탄수화물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을 먹게 되면 몸의 소화기 내장 안에 사는 수많은 박테리아들이 섬유질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가스를 만들어 내게 되는데, 뱃속에서 하루에 약 500cc를 만든다고 한다. 그러므로 방귀를 뀌지 않는 것은 불가능 하다. 소리는 다를지라도 변온동물들이 항문에서 가스를 배출하는데 뱀은 소화를 시키는 하나의 과정으로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청어와 같은 물고기는 포식자에게 혼란을 주거나 같은 종족들에게 의사표시를 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재미있는 유머가 있다. 방귀를 1자로 표현하면 ‘뽕’ 2자로는 ‘방귀’ 3자로는 ‘똥트림’ 4자로는 ‘가죽피리’ 5자로는 ‘화생방경보’ 6자로는 ‘골짜기의 함성’ 7자로는 ‘계곡의 폭포소리’ 8자로는 ‘쌍바위골 비명 소리’ 9자로는 ‘내적 갈등의 외적 표현’ 10자로는 ‘보리밥의 이유없는 반항’ 17자로는 ‘큰창자 작사, 작은창자 작곡, 십이지장 노래’라는 우스개도 있다. 사람은 하루 평균 15회 정도 방귀를 뀌는데 하루에 배출하는 가스는 최고 2리터 정도 되며 스트레스가 심할수록 자주 뀌게 된다. 수술환자들에겐 고마운 신호가 되기도 하는 방귀. 나오면 참지 말고 빨리 배출을 해야 건강에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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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6.28 20:16

[안도의 알쏭달쏭 우리말 어원] 95. 싸가지 - 싹·싹수·떡잎 = 버릇·인의예지·장래성

전라도 사투리 가운데 ‘싸가지가 없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 싸가지는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라는 속담의 떡잎에 해당한다. 즉 거목이 될 나무는 처음 싹 터 나오는 잎부터 그 징조가 보인다는 것이다. 이 속담에 쓰인 ‘떡잎’은 거목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징표인 셈이다. 그런데 우리는 떡잎보다는 ‘싹’이란 말을 주로 쓴다. 특히 ‘싹’이 사람을 가리킬 때는 ‘싹수’로 쓰인다. 이 ‘싹수’도 어떤 사람의 ‘앞날이 트일 징조’를 가리키면서 ‘싹수가 있다’, ‘싹수가 없다’, ‘싹수가 노랗다’ 등으로 쓰인다. 전라도 말 중 표준말 ‘싹수’에 대응하는 말 ‘싸가지’가 있는데, 이는 ‘싹’에 접미사 ‘-아지’가 결합한 말이다. ‘싸가지’는 의미가 ‘싹수’와 같으나 용법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어 ‘싸가지가 있다’나 ‘싸가지가 없다’처럼 있다, 없다와 함께 쓰일 뿐 표준어처럼 ‘싸가지가 노랗다’나 ‘싸가지가 보이다’와 같은 말로 쓰이지 않는다. ‘싸가지’에 대한 또 다른 견해는 ‘4가지’의 발음을 세게 한 것인데 여기서 4가지란 인(仁), 의(義), 예(禮), 지(智)로 싸가지가 없다는 것은 결국 ‘인의예지’가 없다는 뜻이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싸가지가 없다’는 말은 일상생활에서 아주 흔히 쓰이는 말이지만, 보통 그 뜻을 잘 모르고 사용하거나 별 의식 없이 쉽게 함부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보통은 ‘버릇이 없다’, ‘윗사람에 대한 예의가 없다’ 등의 가벼운 의미로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말의 뜻은 영원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하고, 사람들이 계속 그렇게 사용한다면 의미가 완전히 바뀌기도 한다. 결국 ‘싸가지가 없다’라는 말은 단순히 ‘버릇이 없다’라는 말의 현재적 의미를 넘어서 ‘버릇이 없어 그 장래성까지도 없다’라는 미래적 의미까지 내포된 것 같다. 장차 어떻게 전개될지도 모를 소중한 인격을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까지도 모독하는 ‘싸가지가 없다’라는 말은 욕설에 준하는 것이니 가능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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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6.21 20:57

[안도의 알쏭달쏭 우리말 어원] 94. 도깨비 - 불·종자 + 성인남자='돗 + 가비' 합성어…복을 가져다주는 '神'

우리는 어려서부터 도깨비 이야기를 듣고 자랐지만, 도깨비를 만난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도깨비방망이를 한 번쯤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도깨비’가 있다면 서양에는 ‘해리포터’가 있다. 공통점은 누구나 당연히 한 번쯤 맛보고 싶은 마법이라는 주제와 더불어 현실이 아닌 또 다른 반전이 있어 재미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왜 ‘도깨비’라고 했을까? 박은용은 도깨비의 어원을 목도자와 돗가비의 합성이라고 했다. 목도자에 나오는 ‘두두리(豆豆里)’는 절구질할 때의 형상으로 농경사회의 방아 작업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도깨비 내용이 삽입된 방이설화나 도깨비에게 주는 가장 중요한 제물이 메밀묵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다. 그리고 ‘돗가비’설은 ‘돗+가비’의 합성어로 돗은 불(火)이나 종자(種子)의 의미로 풍요를 상징적으로 내포하고 있는 단어이다. ‘아비’는 아버지의 의미로 장물애비, 처용아비 등의 통계로 볼 때 성인 남자로 이해된다. 이들 용어는 돗+가비>도ㅅ가비>도까비>도깨비로 변화됐다. 위의 예로 보면 농경사회를 배경으로 도깨비는 복(福)을 가져다주는 신격임을 알 수 있다. 우리 민족의 토착 신격 중에 하나로 전승되어 왔음은 분명하다. 도깨비담에서 묘사되고 있는 도깨비의 형체는 대부분 도깨비불로 상징된다. 일반적인 불빛은 밝은색인데 도깨비불은 파란 불빛을 지니고 있거나 아무런 색이 없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여러 개로 분리되거나 하나로 합쳐지는 등 변화를 보이면서 도깨비불의 신비성을 간접적으로 강조한다. 이와는 달리 도깨비와 직접 대면하는 이야기의 경우 형체는 사람의 모습과 유사하지만 특이한 체형으로 제시되는 경향이 강하다. 예를 들어 ‘키가 팔대장 같은 놈’, ‘커다란 엄두리 총각’, ‘다리 밑에서 패랭이 쓴 놈’, ‘장승만한 놈’ 등 일반적으로 표현되는 도깨비는 남성이다. 도깨비담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도깨비의 냄새에 대한 것이다. 흔히 뿔이 두 개 달린 도깨비는 일본 도깨비이고, 우리 도깨비는 뿔이 달려 있지 않거나 한 개뿐이라는 등 각종 설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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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6.14 19:52

[안도의 알쏭달쏭 우리말 어원] 93. 아들과 딸 - 딸 선호한 모계사회서 유래

딸의 어원은 모계 사회에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있다. 모계에서 어머니 ‘혈통을 따른다’는 데서 ‘따른다-딸’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아들은 혈통을 ‘안 따른다’하여 ‘아딸-아달-아들’이 되었다는 것이다. 양주동 박사에 의하면 딸의 어원을 ‘앗[小]+딸[女息]’로 보았다. 즉 ‘앗’은 작다의 의미이고 ‘딸’은 말 그대로 딸이므로 ‘작은 딸’이다. 어원적 의미의 해석은 우리 고대 사회가 모계 사회였다는 데서 가능한 추론이다. 다시 말하면 딸은 정계(正系) 상속자이고, 아들은 차계(次系) 상속자였기 때문에 소자(小子, 작은 자식)의 의미를 가졌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통 가족제도를 지배해온 중심 원리는 가계 계승을 위한 직계·부계가족의 원리였다. 장자는 결혼 후 부모와 같이 살면서 부계 중심의 직계가족 형태로 가계를 계승하고, 가계 계승이 바탕이므로 부자 중심의 가족관계를 유지하게 되었다. 또 직계가족제도 하에서의 상속제도는 장자 우선과 불균등상속제도로서 가계 계승·제사 상속을 받는 장자가 우선이며, 부인이나 딸은 상속제도에서 제외되었다. 따라서 직계가족 원리가 남아선호·남존여비의 사상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가족제도와 관련해 결혼한 여성에게 남아 출산을 강요했고, 아들을 출산하지 못할 경우는 칠거지악의 하나에 해당해 일방적으로 이혼당하기도 했다.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았다는 말도 있다. 보기만 해도 징그럽고 못생기고 거기에 독까지 있는 두꺼비를 왜 하필 귀한 아들에 비유했을까? 이유는 아들은 기왕이면 똑똑한 아비를 닮은 아들이어야 한다는 데서 유래한다. 여기에서 ‘똑똑한 아비’가 바로 떡두꺼비이다. 똑똑한 아비를 우리말 공식에 대입하면 똑=(똑) 똑=(또)·(ㄱ) 아=(ㅏ) 비=(비) 오른쪽을 세로로 읽으면 똑.또.ㄱ.ㅏ.비=똑또가비= 똑도가비=떡두꺼비가 되어 결국 떡두꺼비는 똑똑 아비의 와전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이 떡두꺼비의 진실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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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6.07 20:26

[안도의 알쏭달쏭 우리말 어원] 92. 오빠와 누나, 언니 - '어린, 미숙한'·'여형제'·'처음'서 의미 변화

많은 친족 어휘 가운데 ‘오빠’와 ‘누나’는 어원 연구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한 어휘에 속한다. ‘오빠’는 논의 자체는 있었지만 본격적인 논의가 없고, ‘누나’는 논의 자체가 거의 없다. 그렇다고 ‘오빠’와 ‘누나’의 어원 설명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들과 형태론적 계열 관계에 있는 다른 친족 어휘와 비교해 보면 단어 형성이나 형태 변화 과정을 그런대로 설명할 수 있고, 친족 어휘 전체에 적용되는 명명의 원리를 고려한다면 의미 변화의 문제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오빠’와 관련된 단어는 후기 중세국어에는 보이지 않고 근대국어 문헌인 <화음방언자의해>에 ‘올아바’로 처음 보인다. 여기서 ‘올아바’는 ‘오라바’에 대한 분철 표기며 ‘오라바’가 후기 중세국어에 나타나지는 않지만 아주 일찍부터 평칭의 호칭어로 쓰였다. 존칭형 ‘오라바님’을 통해서도 ‘오라바’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국어 친족 어휘의 존칭형은 평칭의 호칭어에 ‘-님’이 결합되는 구조라는 점에서 ‘오라바님’의 ‘오라바’가 의당 평칭의 호칭어가 되기 때문이다. ‘오라바’는 ‘올-’과 ‘아바’로 분석된다. ‘올-’은 올밤, 올벼 등에 보이는 ‘올-’과 기원이 같다. ‘아바’에 선행해 이른, 어린, 미숙한 정도의 의미를 보인다. ‘아바’는 본래 ‘부(父)’에 대한 평칭의 호칭어이다. 그런데 ‘오라바’에서 ‘아바’는 ‘부(父)’의 의미가 아니라 ‘남자’의 의미를 보인다. 따라서 ‘오라바’는 ‘아버지보다 어리고 미숙한 남자’ 정도로 해석된다. ‘누나’와 관련된 말은 후기 중세국어에도 문헌이 나타나지 않는다. 근대국어 이후에 조어된 단어로 추정되고 ‘누니’에 호격의 ‘아’가 결합된 ‘누니아’가 축약된 형태로 간주된다. 19세기 말 <한영자전>에 ‘누나’가 처음 보였으며 이후에는 실제 많은 용례를 보인다. 이때 ‘누나’에 ‘여동생’의 의미가 있었다. ‘누나’의 본래 의미는 ‘여형제’이고, ‘여형’(女兄)과 ‘여제’(女弟)의 의미도 갖는다. 그런데 지금은 의미가 축소돼 ‘여형’의 의미만 보인다. ‘언니’는 20세기에 들어서야 나타난다. ‘언니’의 어원을 ‘앗, 엇’에 접미사 ‘-니’가 결합해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하는 견해가 있다. 이때 ‘앗, 엇’은 ‘처음’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앗니, 엇니’는 ‘초생자’(初生子)의 의미를 갖는다. 이것이 손위 여자 형제나 손위 여자를 이르는 말로 변했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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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5.24 20:06

91. 아저씨, 아주머니, 아가씨 - 아기 주머니 가져서 아주머니?

우리말의 어원을 찾다 보면 문헌적인 것도 있지만 민간 어원설도 많다. 하지만 뭐가 정설이냐의 판단은 아직 논쟁 속에 있다. 민간 어원설에 보면 ‘아저씨’는 기혼 남성이 아기의 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아주머니’는 기혼 여성이 아기의 주머니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말이라고 했다. 그리고 ‘아가씨’는 미혼이지만 아기의 씨를 받을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란다. 그런데 어원사전을 보면 아저씨는 앗(小)+엇(親)+이(조사), 아주머니는 앗(小)+엄(어미)+아니(접사), 아가씨는 아가(어린아이)+씨(氏)의 변천 과정을 거쳐 이뤄졌다고 했다. 아주머니의 어원은 아주+머니로 분석하면 ‘아주’는 아저씨의 ‘아저’와 함께 ‘작은아버지, 어머니’의 작은(叔)이라는 뜻이다. 근원적으로 ‘아주’는 사람으로 볼 수도 있고 아차(亞次)에서 바로 다음이란 버금의 뜻으로 볼 수도 있다. ‘머니’는 할머니, 어머니의 ‘머니’와 함께 여성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리고 ‘아줌마’는 ‘아주머니’를 친근하게 부르는 말인데 ‘엄마’와 ‘어머니’의 관계와 같다. ‘아저씨’는 ‘아자비’의 ‘저’를 우리말 순화 과정을 거쳐 ‘저(儲-버금 저)’를 써서 ‘아저(阿儲)’로 쓰게 되었으며 아비를 뜻하는 ‘압’과 높임을 나타내는 ‘씨(氏)’의 합성으로 만들어진 말이다. 즉 버금아버지라는 뜻이다. 원래 아저씨는 부모와 같은 항렬의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외삼촌, 고모부, 이모부를 부를 때 쓰는 말인데 친근하게 부르는 말은 ‘아재’다. 이 말도 ‘아줌마’와 마찬가지로 나중에는 아버지와 같은 또래의 남자들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고, 지금은 결혼한 남자이지만 아직은 늙지 않은 남자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아가씨’의 15세기 어형은 ‘아기씨’이다. 그런데 현대 국어에서 ‘아가씨’는 ‘시집갈 나이의 여자’를 가리키는 반면에 ‘아기씨’는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의 딸’을 가리키던 말이었다. 따라서 이 말은 형태뿐 아니라 최근에도 의미의 변화를 겪은 것으로 보인다. ‘아가씨’의 ‘씨’는 높임을 나타내는 접미사이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그런 존대의 의미를 배제한 채 쓰이는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폄하되는 직업에 종사하는 미혼 여성에게도 아가씨라는 호칭을 더러 쓰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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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5.17 20:38

[안도의 알쏭달쏭 우리말 어원] 90. '개'와 '참'의 의미 - 개를 천대하는 풍토…단어 앞에 '개'가 붙어

‘개’자를 이름 앞에 붙이는 것은 ‘가짜다’, ‘안 좋다’, ‘~인 척하다’의 의미를 갖는다. 반대로 좋은 것은 ‘참’이란 글자를 붙인다. 우리 조상들은 수 천 년을 살아오면서 ‘참’과 ‘개’를 가지고 많은 말들을 만들어 냈다. 쉬운 말로 바르고 진실된 것은 단어 앞에 ‘참’자를 붙였다. 그런데 내용이 바르지 못하거나 진실되지 못한 것 또는 좀 아니라고 생각되는 단어 앞에는 ‘개’자를 붙이면서 말을 만들어 왔다. 그 예를 들어보면 ‘참’자에는 참기름, 참나무, 참나물, 참꽃, 참나리, 참말로, 참모습, 참붕어, 참사랑, 참새, 참외, 참조기, 참치, 참흙 등 많은 말들이 만들어졌다. 반면 ‘개’자에는 개살구, 개놈, 개새끼, 개자식, 개판, 개꽃, 개나리, 개꿈,개나발, 개다리, 개떡, 개똥철학, 개망신, 개망나니, 개흙 등과 같다. 이와 같이 진짜와 가짜의 구분을 ‘참’자와 ‘개’자로 말을 만들어 오랜 세월을 살아온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서 ‘개’가 왜 나쁜 쪽으로만 쓰였는지는 분명치 않다. 그러나 아마도 사람보다는 개를 천대 시 하는 풍토에서 나왔을 것으로 본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마음속으로 생각한 결과를 입을 통해 말로 표현하고 온몸을 이용해 행동이나 눈짓으로 표현하고 또한 그것들을 문자로 표현하면서 만물의 영장 다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 말이 생겨난 깊은 유래나 원인들은 전문가가 아니면 잘 모른 채 많은 말들을 막 쏟아 내면서 자연스럽게 잘 살아가고 있다. ‘참’(眞)과 ‘개’(犬), 이 두 글자의 어울림 말에 대해 언급하면 여기에서 ‘참’은 한자어의 진(眞)의 뜻인 ‘참’, 즉 사실이나 이치에 어긋남이 없음을 뜻하는 것이고 ‘개’는 한자어 견(犬)의 뜻인 짐승, 즉 우리가 기르는 개인 것이다. ‘참’의 반대는 거짓이 아니라 ‘개’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말에 먹을 수 있는 것엔 ‘참’이 붙고, 먹을 수 없는 것엔 ‘개’가 붙었다. 즉 좋은 것, 멋진 것엔 ‘참’이 붙고 볼품없는 것엔 ‘개’자가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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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5.10 20:59

89. 미역국 - '미역국 먹었다'…일제때 우리 군대 강제해산서 유래?

미역은 한 인간의 탄생, 즉 아이의 출산부터 우리 곁에 있었다. 선조들은 태기가 있을 때면 장미역부터 마련했다. 꺾지 않고 말린 미역을 장미역이라 하는데, 산모가 아이를 잘 낳고 태어난 아이도 오래 살 수 있게 도와준다는 의미가 있다. 산모의 방 한쪽에 상을 놓고 그 위에 장미역과 쌀을 올려둔 것이 삼신할미상이다. 삼신할미는 아이의 출산과 성장을 관장하는 신으로, 아이가 태어나면 삼신할미상의 미역국을 통해 건강과 복을 받기를 기원하는 풍습이 있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미역국을 먹는다’는 말이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고 미끄러져서 떨어진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시험에서 떨어진다는 뜻으로 사용되었을까? 많은 사람은 미역국의 미역이 미끌미끌하니까, 그렇게 사용된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분명하지는 않지만, 이 말도 유래가 있다.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우리나라를 강점하면서 우리나라 군대를 강제로 해산시켰을 때 그 ‘해산’이란 말이 아이를 낳는다는 ‘해산’과 말소리가 같아서, 해산할 때에 미역국을 먹는 풍속과 관련해 이 말이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미역국을 먹었다’는 말은 ‘해산’ 당했다는 말의 은어로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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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4.26 20:56

88. 양말 - '서양 버선'…버선을 한자로 쓰면 '말'

우리가 신고 다니는 ‘양말’이 한자에서 온 말이라고 하면 깜짝 놀랄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한자어다. 원래 버선을 한자로 ‘말’(襪·버선 말)이라고 했다. 그런데 서양에서 이 버선과 비슷한 것이 들어오니까 버선을 뜻하는 ‘말’에 ‘양’자를 붙여서 ‘양말’이라고 했다. 버선하고 양말이 이렇게 해서 달라졌던 것이다. 이렇게 서양에서 들어왔다고 해서 ‘양’자를 붙이거나 ‘서양’을 붙여 만든 단어들이 꽤 있다. 그 예가 무척 많음에 놀랄 것이다. 몇 가지를 예를 들어 보자. ‘양철’도 ‘철’에 ‘양’자가 붙어서 된 말이다. 쇠는 쇠인데, 원래 우리가 쓰던 쇠와는 다른 것이 들어오니까 ‘철’에 ‘양’자만 붙인 것이다. 우리말에 ‘동이’라고 하는 것은 물 긷는 데 쓰이는 질그릇의 하나인데, 서양에서 비슷한 것이 들어오니까 여기에 ‘양’자를 붙여 ‘양동이’라는 단어를 만든 것이다. 또 양은은 구리, 아연, 니켈을 합금하여 만든 쇠인데, 그 색깔이 ‘은’과 유사하니까 ‘은’에 ‘양’자를 붙여 ‘양은’이라고 한 것이다. ‘양재기’는 원래 서양 도자기라는 뜻이다. 즉 ‘자기’에 ‘양’자가 붙어서 ‘양자기’가 된 것인데, 모음 역행동화가 이루어져 ‘양재기’가 된 것이다. 오늘날에는 쓰이지 않는 말인데 서양에 다닌다는 뜻으로 ‘다닐 행’자 앞에 ‘양’을 붙인 무역회사를 ‘양행’이라 했다. ‘유한양행’이라는 회사가 그렇게 해서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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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4.19 20:18

87. 양치질 - '소독 효과' 버드나무 가지 '양지'로 이 닦는 것

여러분은 매일 아침저녁으로 ‘양치질’을 하지요? 이 ‘양치질’의 어원을 아시나요? 언뜻 보아서 한자어인 줄은 짐작하겠으나 간혹 ‘양치질’의 ‘양치’를 기를 양(養), 이 치(齒)로 써놓은 사전도 있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양치질’의 ‘양치’는 엉뚱하게도 ‘양지질’ 즉 ‘양지’(버드나무 가지)에 접미사인 ‘질’이 붙어서 이루어진 단어라고 한다면 믿겠는가? 그러나 실제로 그렇다. 고려의 계림유사에도 ‘양지’(버들 양, 가지 지)로 나타나고, 그 이후의 한글 문헌에서도 ‘양지질’로 나타나고 있다. ‘양지’ 즉 버드나무 가지로 ‘이’를 청소하는 것이 옛날에 ‘이’를 닦는 방법이었다. 오늘날 ‘이쑤시개’를 쓰듯이, 소독이 된다고 하는 버드나무 가지를 잘게 잘라 사용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를 청소하는 것을 ‘양지질’이라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어원 의식이 점차 희박해져 가면서 이것을 ‘이’의 한자인 ‘치’에 연결시켜서 ‘양치’로 해석해 ‘양치질’로 변한 것이다. 19세기에 와서도 이러한 변화를 겪었다. 이 ‘양지’는 일본으로 건너가서 일본음인 ‘요지’로 변했다. ‘이쑤시개’를 일본말로 ‘요지’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 중 일부는 아직도 ‘이쑤시개’를 ‘요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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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4.12 19:31

[안도의 알쏭달쏭 우리말 어원 86. 이녁] 상대를 조금 낮추어 이르는 말

‘이녁’은 우리가 잘 모르고 거의 사용하지 않는 표준어이다. 1936년 <조선어 표준말 모음>에서 ‘이녁’을 표준어로 규정한 이래로 현재도 이를 따르고 있다. ‘이녁’을 명사 ‘자기’로 풀이하면서 ‘이편’은 비표준어라고 하였고, 당신의 비칭(卑稱)이라 하였다. ‘녘’은 ‘편’이나 ‘쪽’과 같은 의미다. ‘남편’도 여기서 유래된 것으로 원래 사람이란 뜻인데 지금은 호격 접미사로 쓰이는 말이다. 그러나 ‘이녁’이 과연 표준어의 조건을 두루 갖추었을까? 남부 지방에서는 ‘이녁’을 자주 사용하지만 중부 지방에서는 좀처럼 쓰지 않는다. 박경리, 문순태, 한무숙, 현진건 등의 소설가가 ‘이녁’을 자주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중에는 전라도 출신이 많다. 따라서 ‘이녁’은 주로 남부 지방에서 사용되는 방언임이 확실하다. ‘이녁’은 두 가지 용법으로 쓰인다. 하나는 재귀대명사 ‘저, 자기’의 용법이고, 다른 하나는 2인칭 대명사의 용법으로서 평대하는 상대 즉 ‘너’라고 할 수 없고 ‘당신’이라고 하기도 어려운 상대를 지칭할 때에 사용된다. 최근 국어사전에서는 ‘이녁’을 상대를 조금 낮추어 이르는 말, 자기 자신을 낮추어 이르는 말이라 하였다. 이에 따르면 ‘이녁’이 2인칭 대명사이면서 동시에 1인칭 대명사로도 쓰인다는 모순에 빠진다. 또한 두 뜻풀이에서 ‘낮추어 이르는’ 말이라고 한 것도 빗나간 것이다. ‘이녁’은 표준어의 ‘자네’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당신’에 해당하기도 하므로 ‘낮추어 이르는’ 말이 아니다. 친구 사이나 평대하는 상대에게 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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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4.05 21:11

84. 생선이름 어원 - 선비처럼 먹물 있다해서 '文어'

예로부터 내려온 물고기(생선)의 어원을 살펴보자. 생선 이름 뒤에는 대개 치와 어가 붙는다. 그런데 이것은 비늘의 유무로 구분한다. 즉 어자가 붙는 생선은 비늘이 있고, 치자가 붙는 생선은 비늘이 없다. 갈치, 넙치, 참치, 날치, 가물치와 붕어, 잉어, 숭어 등을 보면 그럴듯하다. 그러나 장어나 문어, 홍어는 어떤가? 따라서 단순히 비늘의 유무에 따라서 치와 어로 구분했다는 말은 보편적이기는 하나 좀 의구심이 든다. 다음은 생선 이름의 유래를 찾아보자. 갈치가 지금은 비싼 생선이지만 예전에는 고등어와 함께 서민들이 주로 먹는 싸구려 반찬거리였다. 그런데 옛날에는 칼치라고도 불렀다. 이는 그 모양이 칼(刀)과 같이 생겨 칼의 고어인 '갏'에서 ㅎ이 없어지고 갈이 되었고 뒤에 접미사 치가 붙어서 갈치가 되었다. 문어는 글을 쓰는 선비처럼 먹물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글월 문(文)자를 넣어 지어졌다고도 하고, 조선시대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를 보면 문어가 사람의 민머리(대머리)와 닮아서 민어라 부르다가 문어라 변한 것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경상도에서는 언제나 제사상에 문어가 오른다. 지금은 우리나라에서 잘 잡히지 않는 명태는 함경북도 명천에 태 씨 성을 가진 어부가 있었는데 어떤 물고기를 낚아 관찰사에게 바쳤는데 그 관찰사가 이를 아주 맛있게 먹고 그 이름을 물었으나 아무도 알지 못하였다. 그래서 그가 바로 지방의 명자와 어부의 성 태자를 붙여 명태라 부르게 하였다. 복어는 위협을 느끼면 배를 부풀리는 습성이 있어 배 복(腹)과 관련이 있다. <본초강목>에서는 고대 중국의 미인 서시의 젖가슴처럼 부드럽고 희다며 서시유(西施乳)라고 했다. 바지락은 깊이 20㎝ 안팎의 얕은 개흙 속에 살며 번식력 좋다. 개펄에서 이 조개가 바지락 바지락 소리를 내며 밟힌 데서 유래했다. 백합은 조개껍데기 무늬가 100가지나 될 정도로 다양하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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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3.22 18:51

83. 깍쟁이 - 조선 말 서울 청계천서 구걸하며 살던 거지

“대장장이 아저씨는 정말 개구쟁이야.” 이처럼 ‘-장이’는 그것과 관련된 기술을 가진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이고, ‘-쟁이’는 그것을 나타내는 속성을 가진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다. 따라서 ‘옹기장이, 칠장이’처럼 직업을 나타낼 때는 ‘-장이’를 쓰고 ‘겁쟁이, 고집쟁이, 멋쟁이’ 등 사람의 특징을 나타낼 때는 ‘-쟁이’를 쓴다. 깍쟁이는 깍정이가 변해서 된 말이다. 깍정이는 원래 서울 청계천과 마포 등지에서 일정한 거처 없이 살며 구걸을 하거나, 장사지낼 때 상여 앞에서 잡귀를 쫓는 행동을 하며 돈을 받던 무뢰배들을 일컫는 말이다. 과거 서울 사람들에게는 ‘서울 깍쟁이’라는 비칭이 따라붙었다. 깍쟁이의 원뜻은 ‘거지’였으나 현재는 ‘이기적이고 인색한 사람’, ‘얄미울 정도로 약빠른 사람’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고 이 말을 듣는 사람도 그리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 조선 말 서울 거지들은 개천 다리 밑이나 동대문 옆 가산에 모여 살았다. 땅굴을 파고 사는 거지들을 ‘땅거지’ 또는 ‘땅꾼’이라 불렀는데 영조 임금이 땅꾼들에게 뱀을 잡아 파는 독점권을 준 이래 땅꾼은 뱀잡이를 뜻하는 말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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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3.15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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