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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공감 2018 시민기자가 뛴다] 시민이 생각하는 연극 “일상 속 문화를 위한 다양한 공간의 필요성 절실”

요즘 현대인은 너무도 쉽게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다. 1년 365일 다양한 문화행사, 축제, 전시, 공연 등 그냥 앉아있던 자리를 털고 일어나 밖으로 발걸음을 내딛으면 바로 그 곳이 문화예술의 현장이며 공간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문화예술 홍수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지역의 연극인이나 연극을 접하는 관객은 항상 공연에 목말라 있는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접근 어렵고 시대 뒤처지는 장르라는 인식 시민 주예성 씨는 특정 행사나 특별공연, 동아리 공연 등을 본 경험은 몇 번 있지만 사비를 들여 개인적으로 연극을 찾아 본 적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극을 본 경험이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시민 허가람 씨는 저는 연극을 두 번인가 세 번 정도 밖에 보지 않았어요. 영화 보는 것은 좋아하지만 연극은 영화보다 좀 덜 친근한 느낌이랄까, 그래서 일부러 찾지 않으면 접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물론 바로 눈앞에서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이 영화보다 훨씬 더 생생하고 실감나서 공감이 되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시민들은 여전히 연극에 대해 익숙하지 않고 어려운 장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강했다. 다양한 장르가 접목되고 첨단기술이 도입되면서 화려하고 신선한 볼거리가 많아지는 요즘, 연극은 시대에 뒤떨어진 장르로 인식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연극은 디지털 미디어가 문화 주도권을 잡는 현 시점에 점점 마이너화가 되고 있는 장르가 아닌가 싶어요. 특히 뮤지컬, 오페라 등 대형 공연매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가 작아 대중 인지도가 더욱 낮다고 생각합니다.(시민 주예성 씨) 허가람 씨는 친근하지 않아서요. 한번 보면 연극의 매력에 빠져서 자주 볼 것 같은데 처음 시작이 굉장히 어려운 것 같아요. 한번은 유명한 개그맨이 나온다고 해서 골라 봤었던 기억이 있어요. 아마도 유명한 배우가 나오지 않는 영화를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듯이 연극도 그런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특정 공간, 특정 시간에만 볼 수 있어 접근하기 어려운 것도 연극을 관람하지 않는 주된 이유로 꼽혔다. 어쩌다가 좀 흥미가 생기는 광고를 봐도, 특정 지역, 특정 시간대에만 관람이 가능하니 그 작품에 완전 꽂히지 않고서야 선뜻 시간과 돈을 투자하기 망설여진다는 것. 시민 전제홍 씨 역시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미디어 매체와는 다르게 정해진 공연장을 일부러 찾아야 공연을 볼 수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현 씨는 매체에 비해 무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스토리가 한정적인 것 같다며 거기다 홍보의 부족으로 어느 공간에서 어떤 작품이 올려 지는지 알 수 없으니깐 더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유동범 씨도 실제 공연장을 찾으면 일반 매체보다 제약이 많은 것 같고 거기다가 주변에서 많이 안 보니깐 선택에 있어서 신뢰감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아직도 부족한 일상 속 문화예술 공간 2018년 4월 기준 전라북도 인구는 184만 명이다. 그리고 민간인이 운영하는 소극장은 약 7개다. 인구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그래서 소극장을 더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2018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발표한 전략계획에서 강조된 것이 일상 속 문화다. 특정 공간을 찾아가지 않아도 우리의 주변에서 평범하게 보던 공간이 바로 문화예술 공간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를 반영하듯이 사용하지 않는 목욕탕을 개조해서 문화예술 공간으로, 폐공장이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어져 정말 우리의 일상 속 공간에 문화가 같이 존재하게 됨을 알 수 있다. 가온 클래식 스토리 강은경 대표는 다양한 공연을 만들어도 공간이 부족하다면 모든 것이 허사가 된다. 그래서 공간이 중요하다며 지역별로 골고루 복합 문화예술공간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무대 시설을 잘 갖춘 전문적인 공간 생성이 아니라 유휴공간을 활용하거나 다양한 용도로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나는 것. 또 전주에 편중되지 않고 현재 민간 공연장이 전무하거나 적은 정읍, 고창, 익산 등에 골고루 생기는 것이 핵심이다. 각 지역에 문예회관은 하나씩 있지만 대관료가 비싸고 조명 하나 쓰는 것도 돈이 붙는다. 공연인들, 또 공연을 하고 싶은 시민들이 오르기엔 부담이 큰 장소다. 따라서 공연자도, 지역민도 더 가깝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 생기길 바란다. 동시에 연극인들은 시민이 흥미를 끌 수 있는 공연 형식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관객이 친숙하고 재밌게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장르 또는 기법을 접목하는 다원 예술, 통합 예술 형식도 수용해야 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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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10.03 19:04

[문화 & 공감 2018 시민기자가 뛴다] 축제 찾아 떠나는 여행-사람·이야기 있는 지역 작은 축제가 여행 콘텐츠다

바야흐로 한국의 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다. 전국의 대부분의 지역은 축제를 준비한다. 이 시기에 버스기사들은 우수개소리로 굴러만 가도 돈을 번다고들 한다. 늦가을의 단풍철까지 맞물려 이 시기의 흥행이 그해 관광 농사를 좌우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행을 다니며 만나본 세계의 여러 축제들과 한국의 축제들을 보며 규모는 작지만 재미있고 의미 있는 축제를 찾아다니게 되었다. 오늘은 그러한 축제에 관한 이야기다. 학창시절 축제를 제외하고, 해외에서 처음 접한 축제는 1998년 호주 시드니의 Gay&Lesbian(성소수자) 축제인 마르디그라스(Mardi Gras)이다. 본래 마르디 그라스는 프랑스어로 뚱뚱한 화요일이란 뜻인데 기독교에서 부활절 전 40일(사순절)이 시작되기 전날이다. 사순절에는 보통 금욕기간인데 그 전날 많이 먹고 즐기자는 의미로 시작된 축제이다. 이른 봄에 벌어지는 마르디 그라스는 고대 로마에서 술과 방탕의 신으로 알려진 바커스를 기리는 축제와 자연스럽게 겹치며 지금의 마르디 그라스가 탄생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욕구와 내면을 마음껏 분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성소수자들의 축제로 인식되고 있다. 지금이야 성소수자가 문제가 많은 이슈화가 되어 한국에서도 관련 축제가 벌어지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동성연애자들이 대로에서 퍼레이드를 펼치고 나라 전체가 들썩 거린다는 것이 굉장히 생소하게 느껴졌다. 또한 1998년도는 호주의 Mardi Gras가 생긴지 20주년이라 더욱 성대하게 벌어져서 축제가 열리기 전부터 대대적인 광고와 더불어 많은 관심이 집중되던 때였다. 행사당일 퍼레이드를 보기위해 한손엔 호주국기와 한손엔 동성애자를 상징하는 레인보우기를 든 70만명의 인파들이 거리를 가득 메운 광경은 이슈와 상관없이 이런 것도 축제가 될 수 있구나 라는걸 느꼈다. 마르디 그라스는 미국의 뉴올리언스가 원조 격이며 가장 유명하다. 태국의 코사무이에서 거주 하던 때에도 재미난 축제를 경험했는데 물의 축제인 로이크라통이다. 무수한 운하와 강으로 뒤덮힌 태국은 물과 관련된 큰 축제가 두 가지가 있는데 건기가 끝나는 4월에 벌어지는 송크란 축제와 우기가 끝나는 11월 무렵에 벌어지는 로이크라통이다. 송크란은 이미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져 젊은 층에선 송크란 원정대를 조직하여 페스티벌시기에 맞춰 여행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물이 귀한 건기가 끝나며 태국의 전통 새해가 시작되는 4월은 수확이 끝나고 가장 더울 때이다. 페스티벌때는 서로에게 물을 끼얹으며 축하를 해주던 풍습에서 시작됐는데 요즈음에는 거리곳곳에서 물총을 쏴대며 소방차까지 동원되며 대단위로 발전했다. 송크란 축제 덕분에 서울의 신촌과 대구에서도 물총축제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11월의 로이크라통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강위에 초를 올린 작은 배를 띄워 보내는 축제이다. 치앙마이등지에서는 이때에 풍등을 날려 보내는 이펭축제가 같이 벌어지는데 최근엔 태국전역으로 확산되는 추세이다. 보름달이 뜨는 밤 많은 사람들이 강가에 모여 물로는 배를 띄워 보내고 하늘로는 풍등을 날리는 모습 또한 장관이다. 태국의 전통 풍습이 국가적인 축제가 됐다는 것이 큰 영감으로 다가온다. 풍등만 날리는 전통은 대만에서도 행해지고 있는데 최근엔 대구에서도 대단위의 풍등행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산불의 위험성과 환경이슈가 겹쳐 많은 논란이 되고 있다. 국내가이드를 하다 보니 국내의 많은 축제와 함께 했다. 그중에도 화천 산천어축제나 보령머드축제, 진주 유등 축제 등은 국내 관광객뿐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그런 축제들은 지역의 관광자원과 풍습 등을 축제화 하다 보니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축제들은 관광객을 위한 축제라기보다는 지자체의 위문잔치나 축제를 위한 축제에 그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하지만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페스티벌들이 지역에 정착하여 점점 커나가는 경우 또한 많아지고 있다. 제주도의 국제 살사페스티벌은 살사강사로 활약하던 젊은 부부가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함덕해수욕장의 잔디밭에서, 그들이 좋아하는 살사를 추며 즐기는 축제를 만들면 어떨까 라는 상상에서 시작됐다.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전 세계에서 수 천명이 찾는 큰 축제가 됐다. 필자 또한 지역에 정착하며 규모가 작아도 사람들이 모이는 축제를 고민했다. 많은 지역에서 보고 느꼈던 경험을 조금 더 지역에 맞게 적용해 보고 싶었다. 순창으로의 공정여행을 표방하여 만든 BOVO순창 프로젝트는 지난 9월 15일 순창에서 JAZZ FESTA로 발전했다. 전국에 JAZZ페스티벌은 많지만 순창은 지역에 녹아드는 축제를 원했다. 올해로 3번째 열린 본 행사는 정형화된 공연장이 아닌 지역민들이 흔히 접하는 카페와 레스토랑 등지에서 진행됐다. 관람객들은 읍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재즈도 즐기며 건전한 소비를 유도하여 지역의 발전을 꾀하고자 노력했다. 일본의 타카츠키 JAZZ STREET에서 영감을 받은 순창 JAZZ FESTA가 지속력을 가지고 롱런하길 기원해 본다. 전북에서 청년들의 메카로 통하는 완주에서도 작고 재미난 축제가 많다. 얼마전에는 고산면의 산골짜기에서 불편한 영화제를 표방한 너멍굴 영화제가 개최 되었다. 두번째로 개최된 올해는 더 많은 자원봉사자들과 관객이 찾았다고 한다. 영화를 좋아하던 청년들이 귀촌하여 자신들이 집을 짓고 살고 있는 곳에서 영화제를 개최하자는 발칙한 상상을 실현해 나가는 모습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다. 영화제를 찾아온 많은 관람객들은 마을주민들을 위하여 마을회관앞에 차를 주차하고 15분여를 비탈을 걸어 올라간다. 초저녁의 인디가수의 공연으로 시작된 영화제는 곳곳에 텐트를 치고 자리를 잡은 관객과 무심하게 팔렛트로 만든 관람석에 대충 걸터앉아 밤새 상영되는 영화를 감상했다. 내년에도 역시나 개최되는 이 영화제는 내년에도 불편함을 감수할 관람객을 기다린다. 우리가 아는 많은 축제들의 역사를 따져본다면 얼마나 되었을까? 브라질의 리오축제도 100년이 조금 넘었다. 우리나라의 축제는 20년만 넘어도 장수 축제다. 그것이 전통이던 아니던 재미와 볼거리 또는 이야기가 있다면 지속 되어 20여년이 지나면 그 또한 전통이 될 것이다. 모쪼록 이런 재미난 축제가 전통이 되었으면 한다. 그러면서 지역민도 기꺼이 즐기며 그러한 이익들이 지역에 돌아간다면 지속가능한 좋은 축제가 될 것이다. 천편일률적인 축제보다는 지역의 사람과 이야기가 담긴 축제, 그래서 재미나고 창의적인 콘텐츠들이 자리 잡길 응원해 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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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9.26 18:30

[문화 & 공감 2018 시민기자가 뛴다] 완주 와일드푸드축제 - 청정 자연에서 오감으로 즐기는 가을 잔치

축제의 계절이다. 연일 신기록을 쏟아내던 한여름 폭염이 소리 없이 물러나자 아침저녁 제법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전국 각지에서 온갖 축제 소식이 날아들고 있다. 축제 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연간 천여 개가 넘는 축제들이 판을 벌이고 관객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전북에서만 9~10월 중 추진되는 도 지정 시군 대표축제가 11개나 된다. 물론 공공기관, 문화단체시설, 마을, 공동체, 동호회 등에서 진행하는 작고 사랑스러운 축제들은 제외하고 말이다. 그러다 보니 축제마다 지역의 고유성을 반영한 특색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기보다 모객이 용이한 먹거리, 볼거리에 치우치는 사례가 많다. 이는 축제에 대한 기대감을 떨어뜨리고 관객을 쫓아내는 역기능을 초래한다. 심지어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문화관광축제에 선정되기 위해 방문객 수며 경제효과 등 성과를 부풀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완주 와일드푸드축제에 주목하는 이유다. 2014년부터 5년 연속 대한민국 축제콘텐츠 대상을 수상하고 2015년부터 4년 연속 문화체육관광부 유망축제로 선정된 완주 와일드푸드축제는 그런 가시적인 성과 외에도 완주만의 특색 있는 콘텐츠와 주민주도형의 운영체계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축제를 불과 20여 일 앞두고 전쟁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완주 와일드푸드축제의 숨은 일꾼 2명을 만나봤다. 인터뷰 시간을 3번이나 조정해야 할 만큼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개며 축제 준비에 여념이 없는 완주군 관광마케팅팀 김지현 팀장과 성현옥 주무관이 그들이다. - 얼굴 뵙기 어려웠습니다. 축제가 바로 눈앞이라 매우 바쁘시죠. (김) 바쁘기도 했지만, 실은 저희보다는 축제현장에서 더 고생하고 계시는 우리 주민분들과 추진위원회를 인터뷰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고사했어요. 축제의 내부 실무자 관점에서 들려줘야 할 부분이 더 많다는 송 국장님 설득에 마음을 바꾼 거죠.(웃음) - 두 분이 와일드푸드축제와 함께 하신 지는 얼마나 됐나요. (김) 저는 와푸(와일드푸드축제를 줄여서 부르는 별칭)가 처음 태동할 때부터 참여해서 3회까지 축제 업무를 담당했었고요. 올해 관광마케팅팀으로 오면서 다시 축제를 맡게 됐어요. (성) 지난해부터 와푸 축제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어느새 2년 차네요. - 작년 와일드푸드축제 방문객 수를 봤는데, 너무 정직하게 발표하신 건 아닌지.(웃음) (김) 지난해 방문객 수가 5만8519명이에요. 일각에선 그래도 10만 명은 다녀갔다고 해야 하지 않냐 하는 얘기도 있었지만, 저희에게 중요한 건 축제의 내실과 방문객들의 만족도, 참여한 지역공동체와 주민분들의 즐거움이나 실질적인 소득 창출 여부지, 굳이 숫자에 연연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성) 그중 외래 방문객이 약 49,000명으로 84%를 차지하고 있어요. 그만큼 지역을 넘어서 전국적인 인지도와 사랑을 받는 축제라고 자부해도 되지 않을까. 준비하는 분이나 참여하는 분들이 즐거우면 방문객 수는 자연히 늘어나지 않을까요. - 와일드푸드축제는 확실히 완주만의 특색있는 콘텐츠를 가진 것 같아요. 가장 큰 매력요인을 뭐라고 생각하나요. (김) 완주는 농촌기반 군으로 전국에서 로컬푸드를 최초로 시작한 곳이기도 하고, 공동체 육성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을 꾸준히 해온 곳인데요. 그러다 보니 음식+공동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축제의 강점은 뭐니 뭐니 해도 음식 콘텐츠와 운영시스템인데요. 천렵이나 화덕체험, 돼지코 꼬치, 꿀벌애벌레부침, 개구리&메뚜기구이, 밀떡과 대파구이, 수수부꾸미 같은 야생의 자연 음식과 전통의 건강 음식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는 점과 주민들의 참여가 기획 단계부터 실행, 축제 후 평가, 환류까지 단계마다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 올해는 완주군 내 중간지원조직의 참여가 눈에 띄는데요 어떤 역할, 의미를 갖는지. (성) 와푸축제는 주민참여형에서 주민주도형 축제로 계속 변화해가는 중이에요. 그 중간지점에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요. 올해는 가능한 많은 중간지원조직과 생활기반조직이 축제에 직간접적인 방식으로 참여하도록 적극적인 연대를 펼치고 있어요. 참여 규모를 보면 문화마당을 비롯한 놀이마당, 공연, 음식, 체험 등 축제 전 분야에 걸쳐 약 140여 개 완주군 내 기관단체공동체동호회 등이 참여하고 있고요, 그중 문화예술 분야 중간지원조직은 10여 곳 정도 됩니다. -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는지 조금 더 설명해주시죠. (김) 올해 처음 합류한 완주문화재단은 축제모니터링과 축제발전방안 정책포럼을 운영하고, 완주공동체지원센터는 지역 내 역량 있는 공동체 20곳의 핸드메이드 제품 등을 전시판매체험하는 문화마당을 운영하고, 완주생활문화예술동호회네트워크와 청소년문화의집은 각각 동호회 공연과 청소년 대상 光끼 페스티벌을 담당하고 있어요. 특히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과 아궁이협동조합이 올해 확대 운영하게 될 놀이마당을 전담 제작하기로 해 저희도 기대가 큰 상황이구요. 그리고 완두콩협동조합은 와푸축제 굿즈(Goods)의 디자인과 판매, 축제 전반의 과정을 기록하는 아카이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성) 그리고 완주군 새마을지회에서 13개 읍면의 특산품과 부녀회의 손맛이 어우러진 완주대표 밥상을 개발해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할 예정이니 꼭 들러주셨으면 해요. - 말이 나온 김에 축제 내부자가 추천하는 올해 와푸축제 Pick은 무엇이 있을까요. (성) 정말 즐거운 프로그램이 많지만, 올해 새로 신설된 와일드푸드파이터를 추천해 드려요. 평소 접하기 어려운 글로벌 푸드와 완주의 7가지 로컬푸드 등 이색음식문화를 경험할 수 있을 거예요. (김) 시랑천에서 진행되는 고깃병체험을 추천해요. 하천에서 전통방식으로 피라미를 잡아 바로 그 자리에서 반합과 돌, 불을 이용해 어죽을 끓여 먹는 프로그램인데요. 완주판 정글의법칙과 삼시세끼를 경험하실 수 있을 거예요. - 올해로 8년 차를 맞은 완주와일푸드축제, 성과와 과제가 있을 것 같습니다. (김) 성과야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죠. (웃음) 가장 큰 성과는 주민 또는 주민공동체의 발견이 아닐까 해요. 완주다운 콘텐츠를 가지고 완주군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동력은 주민들의 참여였다고 생각합니다. 8년을 거치며 주민들의 역량이 성장했고 더불어 축제도 함께 성장해 온 거라고 보고요. 축제의 지속가능성과 확장성, 지역경제 활성화 등이 숙제가 아닐까요. - 마지막으로 올해 와일드푸드축제를 꼭 방문해야 하는 이유를 하나씩 소개한다면. (김) 축제의 추세가 관람형에서 직접 체험형으로 바뀌고 있다고 하죠. 저희 축제야말로 수려한 자연을 병풍 삼아 오감을 열고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축제니 꼭 방문해주세요. (성) 와일드푸드축제는 10월 5일부터 7일까지 고산자연휴양림 일대에서 펼쳐집니다. 여러분이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을 보고, 느끼고, 먹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가득합니다. 가족과 함께 꼭 참여해보세요.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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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9.19 19:23

[문화 & 공감 2018 시민기자가 뛴다] 고려 상감청자 비색 구현의 중요성-천년 고려 사라진 ‘비색(翡色)’을 찾아서

고려 비색(翡色)이 천하제일의 청자다. 중국 송나라 태평노인이 명품을 기록한 책 <수중금(袖中錦)>에서 한 말이다. 즉소매 속에 간직할 귀한 것이 고려 비색이라는 얘기다. 이 말이 나왔을 당시는 인류 역사상 가장 아름답다고 자부하는 북송의 여관요(汝官窯) 청자 비색이 절정에 달했을 때이다. 그런데 태평노인은 다른 곳에서는 모방하려 해도 도저히 할 수 없다 할 만큼 고려 비색청자를 으뜸으로 여긴 것이다. 최근 대형 건물지가 발굴되어 세간을 뜨겁게 한 부안 유천리 요지 사적 12호에서 나오는 비색청자는, 무늬가 섬세할 뿐만 아니라 색이 유달리 정교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제작공정이 워낙 까다로운 탓에 그마저도 13세기 후반 즈음에서부터는 명맥이 끊겨 있다. 당시에도 끊임없이 비색을 연구하고 실험한 흔적이 드물게 남아 있지만, 비색은 이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신비의 색이 되고 만 것이다. 간혹 누군가 고려청자 비색을 재현해 냈다고 얘기하는 경우도 있으나, 사실상 아직까지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며, 비온 뒤 맑게 갠 가을하늘과도 같은 비색은 나오지 않고 있다. 다행인 것은, 부안청자박물관과 부안청자협회에서 사라진 비색을 재현하고자 온 힘을 쏟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비색을 만드는 유약의 투명도나 형태, 무늬에 있어 70% 정도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물론 고려 비색청자가 나오는 데에는 나무와 온도, 흙과 유약의 차이에 따라 상당부분 달라질 수 있다. 자기는 무척이나 민감하기 때문에 온도 조절에 조금만 차이가 나도 앞면은 비색이나 뒷면은 녹색으로 나오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바람이 등 뒤에서 불어오느냐 앞에서 부느냐 등의 상황에 따라 숱한 변수가 생기기도 한다. 7할은 사람이 만들지만, 나머지 3할은 불의 조화요 자연의 조화로 나오는 것이 비색청자인 것이다. 부안청자협회 소속 도예가 이종창 씨는 비색 재현을 위해 2년 동안 천연 유약 개발 실험하는 데만 200여 차례나 거듭하고 있다. 심지어 유약 만들 때 쓰는 잿물을 만들기 위해 재가 될 만한 갖가지 나무나 풀을 태워보기도 한다. 숯가마에서 나오는 재는 재색이 아닌 검은색이라 쓸 수가 없다고 한다. 신비의 청자 비색이 세계 도자사상 100% 똑같이 재현이 안 되는 유일한 도자기라고 하나, 힘이 들어도 오로지 전통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사실 세계에서 자토로 만든 그릇에 유리질의 유약을 입혀 고온으로 구워낸 자기를 최초로 창조해낸 나라는 중국이다. 그리고 10세기경 중국 오월국의 국가 기밀이었던 자기 제작기술을 전수받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자기를 만드는 데 성공한 나라가 고려였다. 다른 나라는 17세기까지도 낮은 온도에서 구워낸 토기 즉 질그릇만을 만들어낼 수 있었으니, 상상도 못할 기술에 놀라는 건 당연한 일이었을 게다. 태국이나 베트남의 자기들도 1600년 이후에나 만들어진 것들이다. 고려청자는 발생부터가 중국 청자와 많은 유사성을 지닐 수밖에 없었지만, 고려 중기인 12세기 후반 경에는 우리만의 독자적인 비색 상감청자가 개발되었다. 중요한 점은 중국과 우리나라의 청자빛을 만든 이유와 색깔의 선택이 확연히 달랐다는 것. 중국은 옥빛을 흠모하여 유약을 두껍게 바른 반면, 고려청자는 최대한 유약을 얇게 입혀 테토 색과 무늬가 얇은 유약 아래로 은은하고 섬세하게 비쳐들게 했다. 유약의 이름도 달랐다. 중국의 유약이 옥을 가리키는비색(秘色)이라면, 고려청자에 쓰인 유약은 물총새 비(翡)자를 딴비색(翡色)인 것이다. 물총새 깃털이 푸른색을 띠고 있어 청자색과 흡사하여 붙여진 명칭이다. 산예출향 역시 비색(翡色)인데, (생략) 여러 기물들 가운데 이 물건만이 가장 정절(精絶)하고, 그 나머지는 월주(越州)의 고비색(古秘色)이나 여주(汝州)의 신요기(新窯器)와 대체로 유사하다. 고려 인종 1년(1123), 송나라 휘종(徽宗)이 파견한 사신의 수행원으로 고려에 온 서긍(徐兢)이 약 1개월간 개경에 다녀간 적이 있다. 이 때 그 경과와 견문을 그림을 곁들여 엮은 사행보고서 <고려도경(高麗圖經)>에 나온 말이다. 다시 말해 중국은 옥 대체품으로서 청자와 백자를 만들었지만, 차 문화를 중시한 고려는 찻잔을 만들기 위해 도자기를 만들었다. 고려에 불교와 선종이 유행하면서 차 마시는 일과 좌선을 하는 행위가 같다고 본 까닭이다. 한낱 물(物)적인 것에 대한 집착보다는 심신을 다스리며 선(仙)의 경지를 지향하는 정신의 고매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대에 이르러 고려청자의 비색을 구현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그 활용도가 적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부안청자박물관에서는 실용성을 더해 청자로 된 향수병, 참외모양 디퓨저 용기, 향초 용기는 물론 찻잔이며 차도구 세트 등의 제품을 만들어 상품화하는 데 성공하였다. 지원이 열악한 환경에서 다양한 상감무늬를 수작업으로 장식한 품격 높은 상품으로 부안 고려청자의 위상을 높이는 데도 이제 막 첫걸음을 시도했다. 국가적 차원에서 보다 지속적인 콘텐츠 개발과 활용이 필요하겠지만, 천 년 고려 상감청자의 메카인 부안지역의 도자문화 부활은 한국 도자기의 세계 경쟁력 우위 확보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則變 變則通 通則久). 궁하면 변해야 하고, 변하면 통할 것이며, 통하면 오래 갈 것이다. 소매에 간직하고 싶을 만큼 귀하디귀한 부안지역 고려 상감청자의 비색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서서히 세계를 향해 열리고 있음이 느껴지는 즈음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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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9.12 19:25

[문화 & 공감 2018 시민기자가 뛴다] 대학 연극동아리 - 무대라면 행복했던 '낭만의 시대'

청년실업은 주로 15세에서 29세 또는 34세 사이 청년세대의 실업을 의미한다. 2000년 우리나라 경제는 만성적인 청년실업의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고 2018년 현재 대한민국은 청년실업률이 9.9%이며 체감실업률은 20%가 넘어간다고 한다. 이런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제성장의 장기안정 성장세를 유지해야 한다거나, 직업훈련 및 취업알선 프로그램을 강화 하고 중소기업 및 청년층 창업 지원, 지식경제 발전을 위한 교육개혁, 취약 청년층 직업능력 제고 등 여러 가지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나라 전체가 경제적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지금의 시대에 뜬구름과 같은 이야기처럼 들리는 것은 가슴 아픈 현실이기에 더 마음에 와 닿는 듯하다. 더군다나 이런 현실 때문인지 대학 시절의 꽃, 대학 시절의 낭만이라 할 수 있는 동아리 활동이 많이 줄어들고 그 명맥을 이어 나가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학 시절의 꽃, 대학 시절의 낭만, 극예술연구회 80~90년대 도내 대학 중 연극동아리의 활동은 대단했다. 전북대학교의 기린극회를 비롯해서 원광대학교의 멍석, 궤도수정, 무한대, 한자리, 군산대학교의 마당, 해왕성 서해대학교의 적토마 등. 사실 이 시대에 활동했던 학생들이 지금 현재 전라북도 연극계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계층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청년의 때에, 대학 시절에 해볼 만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군산대학교 해왕성에서 활동했던 노승재 씨는 말했다. 연극은 무대를 만들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대학생이 무슨 돈이 있겠어요? 그래서 무대를 만들기 위해 쓰레기장을 돌아다니며 버려진 씽크대, 메트리스를 주워서 무대를 만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좋은 추억이 되었어요. 덧붙여 선배들한테는 자문을 구할 수 있어서 좋았고 동기들 간에는 끈끈한 정을 만들어 졸업한 후에도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원광대 의대 연극 동아리 궤도수정의 고한석씨는 무대에 오르기 직전 뒤에서 대기하고 있을 때의 그 떨림과 공연이 끝났을 때의 짜릿함이 좋다며, 연극 자체의 즐거움도 있지만 연극 외적으로 화해하는 법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요즘 시대에 누군가와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자신들에게 조금은 힘든 일인데 오랜 시간 함께 하는 과정을 통해서 서로 감정이 상하는 상황이 생길 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역지사지를 직접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되지만 감정소비가 싫어서 연극의 4대 요소에 배우가 들어간다. 배우는 연극 안에서 역할을 맡게 되는데 자신이 맡은 역할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인물에 대한 다각도의 연구가 필요하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서 하나의 역할이 완성되어 가는데 바로 이 과정을 통해서 배우나 관객들은 역지사지를 배우게 된다. 노승재 씨는 가장 좋은 점은 역지사지를 배울 수 있었다는 점이라며 나와 다른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할 수 기초를 마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덧붙여 취업을 준비하면서 면접을 볼 때 면접관의 대답에 순발력 있게 대답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아마도 연극 무대에 섰던 경험이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고한석씨는 사실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연극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나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발표하는 것에 익숙해지다 보니 일명 무대 공포증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몇 년 전 멍석에서 활동했던 홍영근 씨는 반론을 제기했다. 연극은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동아리 중 하나에요. 그러다 보니 연극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자격증 공부, 토익, 성적을 신경 쓰다 보면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더욱이 사람들과 부딪히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감정소비를 하고 싶지 않아 동아리 활동을 꺼린다는 것이 큰 이유로 제기됐다. △전라북도 대학극 페스티벌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기를 기대하며 얼마 전 현대차그룹과 (사)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가 주최하는 2018 현대차그룹 대학 연극 뮤지컬 페스티벌이 열렸었다. 전국 최대 규모의 대학 공연예술의 경연대회였다. 물론 대부분의 참가 팀이 연극과 뮤지컬을 전공하는 학생들이었다. 도내에서도 전국 최대 규모는 아니어도 대학극 페스티벌이 있었다. 엄청난 상금이 주어지는 것도 외국으로 연수를 갈 수 있는 특혜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었지만 순수하게 연극을 통해서 만나고 서로 교류하며 소통할 수 있는 자리였음에는 틀림없다. 노승재 씨는 20대 때에 내가 미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다는 것은 인생을 살면서 참 중요한 것 같아요. 라고 말했다. 무언가에 미칠 수 있다는 것은 전 세대에 걸쳐서 중요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자신이 처한 환경이나 상황만을 바라보다 놓쳐 버린다면 우리만의 낭만의 시대는 사라져 버리는 것은 아닐까?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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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9.05 19:42

[문화 & 공감 2018 시민기자가 뛴다] 마을 관광지의 조건 - 고유한 이야깃거리 발굴해 알리면 방문객 줄이어

지난겨울 조금 여유롭게 덴마크를 여행했다. 코펜하겐은 몇 번 방문했지만 매번 경유지여서 관광의 시간이 짧기도 했지만 제대로 둘러볼 여력이 없어서 지나치곤 했었다. 이번엔 일주일간 숙소를 잡고 구석구석 둘러보는 재미가 있었다. 유명하다는 콜렉티브 커피에서 맛있는 커피도 맛보고 주변 경치가 아름다운 루이지아나 미술관에서 그림도 감상하고 로컬 마켓인 토르브할렌에서 매일밤 맥주를 한잔씩 마시는 기간은 마치 현지인이 된 듯 했다. 삶의 만족도가 높다는 북유럽의 휘게(Hygge.일상 속의 소소한 즐거움이나 안락한 환경에서 오는 행복을 뜻하는 단어)라이프를 제대로 느껴 본 셈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는 초미니 국가로 알려진 대안도시 크리스티아나(Christiania) 라는 곳이었다. 사실 주권을 인정받지 못했기에 국가라 칭할 수도 없지만 그들 나름은 총회를 열어 정원 합의를 원칙으로 하는 직접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자치 공동체를 유지 하고 있다. 또한 공동체의 국기와 화폐까지 만들어 통용되고 있다. 그리고 스스로 EU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된 자치국가로 공표했다. 이런 역사를 지닌 곳이 우리나라 관광객들에게 그다지 인기가 없는 것은 주민 구성원들의 대다수가 부랑자와 노숙자 및 마약중독자들이기 때문이다. 그 도시를 가로질러 지나칠라 하면 여기저기 마리화나 냄새가 진동을 하고 곳곳에서는 마약거래상들이 마약을 판다. 그러니 마음 편하게 도시를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많은 관광객들이 오는 이유는 골목 어귀부터 알록달록한 마을의 장식과 모드 집들을 직접 손으로 짓다보니 창의성 넘치는 주택들을 만나고 모든 금지를 금지한다 는 슬로건에 걸맞게 자유스러움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크리스티아나가 이런 독특한 모습을 하게 된 것은 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베트남전의 영향으로 확산된 반전 운동인 68운동의 주축세력들은 대부분 2차 세계대전의 전후세대들이다. 명분이 없던 전쟁의 화살이 부모세대가 일으켰던 세계대전까지 확장되며 들불처럼 일었던 반전의 중심엔 우드스탁으로 대표되는 히피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이러한 움직임들은 각국에 다른 양상으로 반응하였는데 마침 덴마크에서는 1971년 코펜하겐에 있던 해군기지가 폐쇄되었다. 10만평이 넘는 버려진 이곳에 자유를 갈망하는 히피들과 노숙자, 부랑아, 동생애자, 미혼모 등 사회 취약계층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무질서한 와중에 그들 나름의 법칙 세 가지를 정했다. 첫째, 일체의 폭력을 금지한다. 둘째, 중독성이 강한 마약을 금지한다. 셋째, 오토바이와 자동차 금지한다. 이 세 가지를 제외하고는 공동체 내에서 어떤 일을 하든 개인의 자유다. 그렇게 나름의 규칙을 갖고 50여년이 흐른 지금, 많은 예술가들이 모여들고 자유를 찾아 떠난 이들의 종착역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다른데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광경으로 전 세계의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일반적이진 않던 문화도 나름의 철학을 가지고 만들어가니 볼거리가 된 것이다. 국내를 둘러보면 우리나라도 꽤 흥미로운 마을들이 많다. 수백년 된 전통을 간직하고 정신을 계승하여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까지 지정된 안동의 하회마을과 양동마을은 전 세계인들이 와도 감탄해 마지않는 우리나라의 자랑이다. 한때 탤런트 류시원의 생가가 있다는 사실로, 배우 배용준이 하루 기거했다는 이유로 수많은 한류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았을 정도이다. 또한 서울 북촌과 전주의 한옥마을 처럼 근대에 만들어진 한옥마을도 젊은 트랜드에 맞게 변모하여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이렇게 기백년이나 되는 전통마을이 아닐지라도 관광객들은 모여든다. 통영의 동피랑 마을이나 부산의 감천마을처럼 언덕배기의 오밀조밀 힘들게 살던 마을조차 관광꺼리가 되고 있다. 물론 무분별하게 벽화를 남발하고 자체 컨텐츠 없이 베껴내기만 한다면 오래가지 못 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마치 유행처럼 번질 모양새이다. 그런 하드웨어를 갖추지 않더라도 대안 마을이나 체험마을, 주민 자치적인 컨텐츠 생산 마을 등도 뜨고 있다. 최근엔 공해 없는 자연 속에서 전통문화와 자연을 잘 보호하면서 자유로운 옛 농경시대로 돌아가자는 느림의 삶 을 추구하는 슬로시티의 영향으로 많은 슬로시티들이 국내에도 생겨났다. 담양 창평의 삼지내 마을은 가이드를 할때 여러번 방문하였는데 2007년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지정된 곳이다. 꿀초, 한과, 쌀엿등 다양한 만들기와 다례체험, 주민들이 운영하는 밥상 등 작지만 볼거리, 먹을거리가 가득한 마을이다. 주말이 되면 전국에서 몰려온 버스들이 줄을 서있어서 예약을 하지 않고는 식사를 못 할 정도이다. 이런 곳들을 보며 크기와 전통에 상관없이 컨텐츠로도 충분한 관광이 된다는 것을 체감했다. 전북에 살다보니 아무래도 같은 지역의 작은 마을들을 눈여겨 본다. 얼마전 완주에 비비정마을이란 곳을 방문했는데 이름만 듣고는 최근에 새로 지어진 마을인 줄 알았다. 하지만 무려 1573년에 처음 지어진 비비정(飛飛亭)은 이 정자에서 바라본 한내천 백사장에 내려앉은 기러기가 유명하여 비비낙안이란 이름으로 조선시대부터 유명하던 마을이다. 그런 곳을 같은 이름의 카페도 언덕위에 지어놓아 낙조를 감상하게 만들어 놓았고 마을 할머니들이 쉐프가 되어 음식을 대접하는 비비정 농가 레스토랑도 있다. 조금 떨어진 만경강에는 철교위에 오래된 열차를 리모델링하여 예술열차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화려하고 오래된 관광지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처럼 아기자기 한 마을에서 한가롭게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며 마을을 둘러보는 여행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준다. 해외와 국내의 여러 마을 들을 관통하며 들었던 생각은 어째든 꺼리다. 볼꺼리든 먹을꺼리든 할꺼리든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한 포인트만이라도 갖춘다면 찾아간다. 남들과 똑같지 않은 마을만의 고유한 그 무엇을 발견하구 발굴한다면 이미 그 마을은 관광지이다. /장재영 세계여행가(순창 방랑싸롱 대표) *이 기사는 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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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8.29 19:56

[문화&공감 2018 시민기자가 뛴다] 삼례문화예술촌 ‘맛있는 클래食’…소시지를 곁들인 헨델? 엄숙함 벗고 식탁에 오른 클래식

여러분, 집중하지 마세요~! 몰입해 있는 관객들을 향해 손사래를 치며 한사코 집중하지 말라는 그녀의 행동에 관객들의 웃음보가 터졌다. 클래식은 일상의 공기, 바람, 때론 먼지와도 같이 특별할 것 없는 말 그대로 일상이어야 한다는 그녀. 엄숙함과 경직된 태도를 내려놓아야 비로소 클래식의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바순 연주자이자 클래식 음악강사, 요리하는 오너 쉐프로 활동하고 있는 임지윤 씨(37, 요다지 대표) 이야기다. 지난 20일 아침 10시. 삼례문화예술촌에서는 특별한 음악강좌가 진행됐다. 이름하여 맛있는 클래食. 그 밑에 붙은 부제는 더 흥미롭다. 파스타보다 유명한 음악가: 이탈리아 로시니. 통상 클래식 앞에 붙는 많은 형용사 중 맛있는은 참 낯선 조합인지라 궁금증을 불러일으켰고 그래서일까. 정원 20명 모집에 40여 명이 넘게 신청해 순식간에 마감이 됐다고 하니, 클래식이 이렇게 인기 있는 강좌였던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클래식의 불모지라 해도 과하지 않을 완주에서 색다른 컨셉과 커리큘럼으로 사랑받고 있는 맛있는 클래食의 강사 임지윤 씨를 만났다. 맛있는 클래食 주관한 임지윤 강사 - 맛있는 클래食의 인기가 상당합니다. 예상했는지. 어느 정도 기대는 했지만 이 정도로 호응해주실 줄은 몰랐어요. 바순 연주자로서 내 바순을 어떻게 해야 사람들에게 알리고 클래식을 즐겁게 전달할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하는데요. 중요한 건 연주자와 관객이 서로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것인데, 음식이 그 연결고리가 될 수는 있겠구나 싶었죠. - 그 생각이 적중한 거네요. 연주자 입장이 아닌 향유자 입장에서 좋아할 만한 요소를 고민했던 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어렸을 땐, 왜 사람들이 가요나 팝처럼 클래식을 즐기지 않을까, 왜 어려워할까, 이해를 못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클래식을 너무 경직되게, 엄숙하게만 받아들이는 풍토, 태도가 대중과 클래식의 거리를 점점 더 멀어지게 하고 있지 않나. 마음을 열어야 감동이 생기는 건데. 그런 면에서 음식은 마음을 열어주는 아주 좋은 열쇠였던 거죠. - 커리큘럼 제목만 봐도 위트가 느껴져요. 보통 바흐와 헨델은 음악의 아버지, 어머니로 불리는데 여기선 소시지보다 유명한 독일 음악가로 소개하고 있네요. 맛있는 클래食의 컨셉은 세계적인 작곡가들의 음악과 그 나라 대표 음식을 함께 맛보며, 즐기는 클래식 감상 교육 프로그램이에요. 음식도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먹어야 하듯이 클래식도 균형 있게 듣는 게 좋은데, 의외로 한쪽으로 치우쳐 듣는 경우가 많아요. 소개하고 싶은 음악가들이 많지만 제 생각에 클래식 음악의 베이스라고 생각되는 5개국 9명의 음악가를 선정해 국가별 대표 음식도 맛볼 수 있게 커리큘럼을 구성해 봤습니다. - 전체 5강으로 되어 있는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소개해주시죠. 1강은 독일 편으로 소시지보다 유명한 음악가 바흐와 헨델을 준비했는데요. 그들의 음악과 생애사를 감상하고 마지막 순서로 소시지와 사우어크라우트(sauerkraut, 잘게 썬 양배추를 발효시켜 시큼한 맛이 나는 독일식 양배추 절임)를 맛볼 수 있도록 준비했고요. 2강은 오스트리아 편인데 비엔나커피보다 유명한 모차르트와 베토벤을 주제로 역시 아인슈페너(Einspanner, 커피)와 자허토르테(Sacher torte, 케이크)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어요. 3강과 4강은 러시아의 차이콥스키와 림스키코르사코프, 프랑스의 드뷔시와 에릭 사티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이었는데, 각각 보르쉬(Borsch, 스프)와 블리니(Blini, 팬케이크), 라따뚜이(Latatui, 스튜)와 프로마쥬(Fromage, 치즈)를 준비해 참가자분들 모두 즐거워하셨어요. 오늘이 마지막 5강이었는데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음악가 중 한 분인 로시니를 소개하면서 이탈리아 대표 음식인 브루스케타(Bruschetta, 에피타이저)를 곁들여 즐기실 수 있도록 했습니다. - 참가자분들에게 색다른 경험이었을 같아요. 반응은 어땠나요. 지금까지 음악회를 하면서 받았던 그 어떤 반응보다도 따뜻하고 열렬했다고 할까요. 심지어 강좌가 끝난 후 직접 기른 거라고 하면서 호박을 선물한 관객분도 계세요. 연주회가 끝나면 꽃다발만 받아봤는데(웃음), 이런 게 완주다운 멋스러움이겠구나 싶었어요. - 바순 연주자이면서 오너 쉐프로도 일하고 있는 데, 이런 이력이 커리큘럼을 기획하는데 영향을 끼쳤겠죠.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바순을 시작했는데,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 졸업 때까진 바순밖에 모르고 살았어요. 대학 졸업 후 뉴욕을 방문할 기회가 생겼는데 우연찮게 메네스 음대 석사과정 시험을 치르게 됐고 덜컥 합격을 하는 바람에 여러 의미로 제 삶의 터닝 포인트를 겪게 됐어요. 남편을 만나 100일 만에 결혼도 하고(웃음). 당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남편은 3Job을 가졌고, 저도 레슨, 베이비시터, 식당 등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러면서도 요리 전문 채널은 꼭 챙겨서 볼만큼 요리에 관심이 많았어요. 한국에 들어와 음악활동하면서 마스터 쉐프 코리아 시즌1이라는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지원해 마스터 쉐프 합격 앞치마를 받기도 했고요. 돌아보면 그런 경험들이 쌓여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악과 요리, 두 개를 다하게 된 것 같아요. -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한데요,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가요. 조만간 지금 운영하는 요다지 안에 음악 전문 독립서점을 열 계획이에요. 제 취향대로 선택한 음악 관련 전문서적을 갖다 놓을 거고요. 무엇보다도 바순을 사랑하고 평생 음악과 함께 하는 삶을 꿈꾸고 있지만 요리, 그림, 렉쳐, 사진 등 다양한 콘텐츠와 결합한 방식이 될 거에요. 그런 의미에서 맛있는 클래食은 저만의 방식으로 준비한 독주회라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 마지막으로 친하지 않은 클래식을 즐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클래식은 엄숙하고 격식을 지켜서 관람해야 한다는 선입견을 버리시고요. 클래식은 늘 우리 곁에 존재하는 공기, 바람, 때론 먼지와도 같은 특별할 것 없는 말 그대로 일상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아요. 송은정(문화기획가완주문화재단 사무국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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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8.22 21:10

[문화&공감 2018 시민기자가 뛴다] 부안 유천리 고려시대 대형건물지 - 발굴 기와에 새겨진 '官'…최상품 청자 생산지 방증

고려시대 요업(窯業)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건물지가 확인됐다. 고려시대 왕실에 진상한 최상급 도자기를 만들던 사적 제69호로 등록된 전북 부안 12호 유천리 요지. 과거 유천리 토성이 반원형으로 둥글게 둘러앉아 있던 곳이다. 옛날에는 낮은 야산구릉의 요지 앞으로 현재의 논 대신 탁 트인 바다가 들어왔었다고 한다. 어느 면으로 보나 기골이 살아 있고, 잘 발달한 광대뼈처럼 적절한 위엄과 고졸함도 있다. 유천리 요지는 무려 150년 동안 흑백의 안료로 무늬를 새겨 넣은 상감청자가 나오는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고려 도공들이 처음 창안한 아름다운 비색 상감청자는 유일하게 부안지역에서만 발견되고 있다. 구름이나 학, 꽃과 같은 무늬를 그려 조각칼로 파내고, 그 파낸 곳에 백토(白土)와 자토(紫土) 안료를 넣어 긁어낸 뒤 유약을 발라 구워낸다. 그러면 백토는 하얗게, 자토는 검은색으로 무늬가 나타난다. 중국의 영향을 받지 않은, 우리나라만의 고유한 도자기 장식기법의 상감(象嵌). 그러기에 더욱 희소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는, 독창적이며 고귀한 자산이 되어 왔다. 그러나 지나치게 뛰어나도 삶이 거칠어지는 건 사람처럼 터나 도자기나 매한가지일 게다. 1929년 조선총독부 노모리켄(野촌健)에 의해 최초로 보고되었던 부안 유천리 요지는, 참으로 기구한 운명을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제강점기 때는 일본인에 의해 도굴과 훼손이 지속되다가, 해방 이후 국립중앙박물관과 이화여자대학교 박물관으로 사지가 갈가리 찢기듯 나누어지게 되었으니 말이다. 사람으로 치면 거혈형을 당한 거나 마찬가지라고 해야 할까. 그러던 것이, 소달구지로 실려 나가 사방으로 흩어져야 했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부안 유천리 12호 청자유적에서, 이번에는 거대 건물지가 발굴된 것이다. 청자를 구웠던 가마 1기와 함께 발견된 건물지 2동. 그리고 건물지 기와에는 특이하게도 관청을 뜻하는 官자와 客舍 등의 글자가 새겨져 있다. 그 동안 그릇을 만들던 초가 형태의 공방지가 조선시대 분청사기와 백자 가마터 주변에서 일부 조사된 경우는 있었지만, 이렇게 대규모로 고려시대 기와 건물터가 발견된 예는 드물어요. 기와에 새겨진 글자로 보아 부안 유천리 고려청자가 관의 주도 하에 제작되었음을 추정할 수 있지요. 이곳에서 출토된 고려청자는 고려 13세기 경 고려왕실 혹은 최고위층에게 공급되었던 곳으로, 이번 학술조사를 통해 여실히 증명된 것입니다. 그러나 며칠 사이를 두고 뒤늦게 발견된 大寺자로 보아 어쩌면 큰 사찰일 가능성도 있다고, 부안청자박물관 한정화 학예사는 말한다. 조사 지역인 유천리 요지 3구역은 요장(窯場) 전체를 몇 개의 구획으로 분할하고 있다. 조사지역 중앙에 위치한 석축은 동서로 길이가 약 38m, 잔존 높이는 최대 42㎝, 현재 약 4단 정도 잔존해 있다. 석축의 내측으로 정면 5칸, 측면 1칸의 대형 건물지를 시설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용무늬가 새겨진 1m 가까운 상감용무늬매병과 벽에 부착하는 5mm 두께의 청자 타일, 원통형 의자, 구름 학무늬 화분, 생활용구와 건축용구까지 600상자 분량의 파편들이 다양하게 출토되었다. 기존에도 발굴된 바 있는 청자상감물가풍경무늬찻잔은 절반으로 쪼개져 위아래로 겹쳐진 채로 발견되었다. 처음에는 사적 발굴로 유출이 많아 더 나올 게 없다는 입장이 있었다. 그러기에 더더욱 발굴을 해야 한다는 한정화 학예사의 주장으로 작년 12월 3차 발굴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물감 대신 붉은색으로 발색되는 구리 성분 안료를 가지고 동화청자를 만든 곳도, 왕이나 왕비를 상징하는 봉황무늬가 새겨진 상감백자가 나온 곳도 바로 이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더욱 가깝게 다가들어 자꾸 되새김을 가져야만 하는 중요한 요지라고 여겼던 것이다. 특히 동화청자는 연꽃잎이나 모란꽃잎 끝에 붉은색으로 포인트를 주어 장식한, 우리나라 도자사는 물론 고려청자 중에서도 손으로 꼽을 정도로 희귀하다. 더욱 다행인 것은 이번 부안 유천리 요지 발굴조사를 통해 그 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자기 제작공정과 운영실태를 밝힐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자기 요지의 경관을 복원하고, 부안지역 청자 유적지의 성격과 위상을 높이는 데 있어서도 보다 구체적인 교두보가 되지 않을까 한다. 보안면 유천리도요지 터에 위치한 부안 청자박물관에는 유천리와 우동리, 진서리에서 출토된 청자 및 청자 편들이 전시되어 있다. 2011년 에 개관한 부안청자박물관은 개관하여 얼마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참 부지런히 부안 고려청자를 발굴하고 알리는 데 힘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나라 청자 도요지 가운데 전남 강진이 유명세를 치르고 있지만, 전북 부안은 그에 버금가는 최상품의 상감청자를 생산했던 곳이며, 고려청자가 최고 전성기를 누렸던 곳이라는 것이 이로써 더욱 분명해진 셈이다. 고려시대 부안은 최상품의 청자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최적의 요건을 갖춘 곳이었다. 질 좋은 흙과 적송과 같은 나무가 풍부한데다, 청자를 운송할 수 있는 해상교통이 발달했다. 즉 평야와 산간, 해안 지대를 두루 섭렵하여 만들어진 것이 부안 고려청자이다. 77곳이나 되는 청자 가마터가 존재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지리적, 환경적 여건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 터. 고려청자는 주로 왕실과 중앙의 귀족이 사용했기 때문에 바다를 통해 홍성, 태안, 강화를 거쳐 개성까지 실어 날랐다. 그 출발점이 고려시대 조창이 있던 안흥창 인근이다. 부안 유천리 12호 청자가마터는 그 동안 위치를 몰랐던 안흥창 터로서도 유력하다. 전국의 세곡과 함께 고려청자를 왕실에 진상하기 위해 가마터 옆에 자리 잡은 것이다. 고려사와 동국여지지 등 당시 문헌에 기록된 부안 유천리 안흥창 위치와 거의 일치한다. 천하사는 살고 죽는 두 길에 그치는 법이다. 대형 건물지가 어깨가 높고 이마가 밝은 기골로 우뚝, 우리의 발 앞에 와 있는 데는 이유가 있는 것이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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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8.15 20:02

[문화&공감 2018 시민기자가 뛴다] 장애인 연극 교육 -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소통, 문화예술로 이루어져야

2017년 장애 통계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장애인구가 251만 1051명으로 총인구 대비 약 4.9%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통계에 따르면 장애인의 90% 이상이 여가 활동으로 TV 시청 정도만 하고 있다. 연극영화 등의 감상은 약 7%에 불과했다. 우리 사회에서 적지 않은 장애인이 생활하고 있지만 이들이 다양한 문화예술을 누리기는 매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전북지역 역시 다르지 않다. 현재 전북에는 올해 4월 기준으로 13만 1218명의 등록 장애인이 존재하고 176개의 장애인복지시설이 있다. 정신적신체적 장애를 가지고 있어도 활동이 가능한 장애인의 경우 난타, 그림, 음악, 체육 활동 등 예체능 활동을 진행하고 있지만 하지만 앞서 말했듯 아직 부족한 수준이다. 장애인 연극교실을 운영하는 익산시 장애인가족지원 인권센터와 군산 장애인 복지회관 연극교실 등 현장에서 도내 장애인 문화예술 향유 현황을 들어봤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얻는 기회 문화소외자 또는 문화소수자에 대한 참여 예술 형태의 예술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안에서도 또 다른 문화소외자가 생기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바로 장애인에 대한 예술 활동이다. 장애인에게 예술 참여형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예술 교육과 마찬가지 이유인 자신감의 상승과 자존감의 회복일 것이다. 2년째 장애인 연극 교실을 운영하는 익산시 장애인가족지원 인권센터의 김명남 과장은 참여하는 분들이 나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것 같다며 게다가 연극을 배우고 공연을 하기 위해 역할을 맡으면서 책임감도 기르고 서로 협동하는 법, 기다리는 법도 배운다고 말했다. 이미진 연극 교실 강사는 처음엔 과연 이 친구들이 무대에서 공연을 할 수 있을까? 아니 그 전에 연극을 배운다는 것 자체가 가능할까 하는 고민을 한 것은 사실이라며 자신이 하고 싶은 배역에 욕심을 내고, 무대에서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에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장애 수준에 맞는 예술교육 강사 부족 확실히 일반적인 연극예술 활동보다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연극예술 활동이 어렵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가장 큰 이유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 부족이 꼽힌다. 처음 대상자들을 만났을 때 비장애인들과 똑같다는 생각에 많이 놀랐어요. 아마도 그건 제가 생각하고 있던 일반적인 장애인에 대한 이미지가 잘못된 편견을 만들어 냈던 것 같아요. 비장애인들과 똑같이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호흡을 맞춰서 공연을 준비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얼마나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는지 알게 되었죠.(이미진 강사) 두 번째는 장애 수준을 고려한 교육방법과 강사의 부족을 들었다. 군산 장애인 복지회관에서 수업을 했던 김복임 연극교실 강사는 학교예술교육도 학년에 맞는 적절한 교육의 단계가 필요하듯이 장애인 연극 교육도 장애 수준에 맞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그런데 이에 맞게 교육이 가능한 강사가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기본적으로 연극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장애인 대상 연극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교육 대상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교육적 방법의 다양성이 좀더 연구 되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직접 참여하는 예술 안에서 피어나는 꿈 도내에서 장애인을 대상으로 연극 수업이 진행되는 단체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또한 대부분의 단체들이 지원을 받아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지속성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체와 교육 대상자와 교육 강사들은 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한다. 수화 강사인 김순지 씨는 말했다.농인들에게는 청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그들만의 문화가 있어요. 그것은 아마 청인들도 마찬가지일 거에요. 그런데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관계 안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 갈 수 있는 매개체가 바로 연극인 것 같아요. 바로 연극을 통해서 농인과 청인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거죠. 좀더 다양한 직접적인 예술 참여의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2년간 연극 교실 수업을 들은 진승찬 씨는 너무 좋아요. 자신감도 생기고요. 그리고 매일 센터하고 집을 왔다 갔다 하는 게 다 였는데, 색다른 경험을 하니깐 삶의 활력도 되고 기분이 좋더라고요.하면서 활짝 웃는 모습을 보였다. 강명득 씨는 제가 글씨를 못 읽거든요. 그런데 대본을 읽으려면 글을 좀 배워야 겠어요.라고 말했다. 김복임 강사는 한번은 수업이 다 마무리 되고 나서 자폐증에 걸린 아이가 저한테 다가와서 말하더라고요. 자기도 선생님처럼 연극 강사가 되고 싶다고요. 그 말을 듣고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몰라요. 장애인, 그들은 그들만의 세상에 따로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와 똑같은 세상에서 같이 호흡하며, 같이 느끼며 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선택은 그들의 몫이지만 더 많은 기회가 생길 수 있도록 사회에서 노력해야 한다. 그들도 또 다른 꿈을 꾸며 행복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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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8.08 19:34

재생공간의 가치 - 세월 간직한 낡은 공간 '문화 옷' 입고 관광이 되다

20여년을 유럽 배낭여행 전문 인솔자로 활동하다 보니 꽤 많은 시간을 유럽여행으로 보냈다. 그러다 보니 여행의 패턴이나 유행도 시간에 따라 변해 가는데 초창기에는 대표 관광지 위주로 가이드북에 나와 있는 대로 하나씩 하나씩 섭렵해 가는 도장 깨기 스타일의 여행을 주로 했다. 경험이 반복되고 시야가 넓어질수록 더 많은 곳을 두루두루 보길 원한다. 사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유럽 배낭여행객들은 이런 스타일의 여행에 익숙해 있었다. 그 후 여러 매체와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의 홍수가 온 이후에는 맛집 투어나 본인의 관심사에 따라 작은 것을 집중적으로 둘러보는 여행자들이 증가했다. 필자도 투어마다 관심사를 정해 그곳만 둘러보는 투어의 형태로 변하게 되었는데, 가령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에서는 클림트의 흔적을 찾는 여행이랄지 커피 소비가 많은 북유럽에서는 유명 커피숍 투어를 하고 영국에서는 축구장 탐방 등 모든 것을 다 보는 것보다는 한두 곳에 집중하는 투어가 만족도가 훨씬 높다. 최근의 관심사는 공간의 본 모습을 살려 새롭게 재구성해서 멋진 공간으로 변신한 곳을 찾아다니는 것인데 최근 인상 깊었던 곳은 조지아 트빌리시의 파브리카 트빌리시(Fabrika Tbilisi)라는 장소다. 원래 재봉공장이던 건물 두 동을 게스트하우스와 공방, 패션숍, 식당가와 펍 및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는데 트빌리시 최고의 힙스터들이 모여드는 젊은 공간이자 꾸준하고 다양한 문화 공연으로 지역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이색적인 게스트하우스로 관광객까지 흡수한 그야말로 조지아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 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느낌의 조지아라는 나라에서 여기만 컬러가 입혀진 듯 반짝반짝 빛나던 이곳이 많이도 부러웠다. 하지만 한국도 다양한 형태로 재생 건축물들이 늘어나면서 관련된 프로젝트들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일제강점기의 적산가옥들이 많이 남아 있는 목포는 귀촌한 청년들이 괜찮아 마을이란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삶에 지친 청년들을 목포로 불러 모은 뒤 6주 간의 합숙과 교육, 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한 후, 실패해도 괜찮은 사업계획서를 작성하고 버려진 유휴시설들에 새 숨을 불어넣어주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행정안전부의 사업으로 처음 시작하는 이 프로젝트는 2회에 걸쳐 30명씩 총 60명을 입주시킬 예정이다. 이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로 앞으로 변신할 목포의 모습이 기대된다. 서울 문래동에는 유명한 철공소 거리가 있다. 1970년대 활발하던 철강산업을 뒤로하고 쇠퇴기에 접어들자 슬럼화되었던 이곳은 예술가들이 하나둘 모여들며 예술거리를 형성하였다. 이색카페와 레스토랑들도 하나씩 늘어 지금은 문래동 예술 창작촌으로 불리고 있다. 음침하던 동네는 이제 주말이면 관광객을 모으는 재미난 동네가 되었다. 전주 팔복동에도 카세트테이프 공장을 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한 팔복예술공장이 있다. 한때 아시아 전역으로 수출까지 하던 카세트테이프 공장은 CD와 MP3의 개발로 인하여 수요가 줄자 사업을 정리한 후 버려졌다. 25년동안 고요하던 공장은 2016년 예술로 채워지며 전국의 예술가들을 불러 모으는 명소가 되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각지에 산재해 있는 농협창고의 공간 재구성이 눈에 띈다. 1961년부터 종합농협은 농업창고업법에 의해 창고사업을 시작했다. 영농자재 등을 성수기이전에 미리 비축하였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기도 하고 생산한 농산물을 비수기에 저장하였다가 적기에 배출하는 등의 역할을 했던 창고는 1970년대 통일벼의 보급으로 정부양곡보관량이 늘자 덩달아 늘어나서 전국에 1만개 이상이 건설되었다. 2000년대 들어 여러 이유로 감소하던 창고들은 이후 다양한 공간으로 변신을 시작했다. 순천의 양곡창고는 2017년 청년창업 공간 및 복합문화공간인 청춘창고로 재탄생 되었다.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을 3차에 걸친 심층 면접 후 입점자를 선정하였고 비영리단체를 만들어 스스로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2~3년의 사업 후 독립해 나갈 수 있도록 꾸준한 관리와 교육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유독 카페가 많은 담양은 서플라이라는 공간이 있는데 인테리어를 하던 사장이 자재보관용으로 찾은 공간을 카페로 리모델링한 특이한 경우다. 농협창고는 아니지만 개인양곡창고를 개조한 담빛 예술창고도 미술관과 카페로 운영되며 담양의 커피로드를 이루고 있다. 아직도 꽤 많은 양곡창고가 남아 있는 순창은 그 중 하나를 미술관으로 만들었다. 군민의 미술문화 향유와 관광객들을 위하여 1978년에 건립됐던 양곡저장창고는 옥천골미술관이 됐다. 지역작가와 일반인들의 작품을 순환 전시함으로써 예술의 벽을 낮추고 친근하게 대중에 다가서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그보다 먼저 동김제에는 창고 두 동을 로컬푸드 종합시설로 개업했다. 하나는 직매장과 카페가 들어서고 다른 하나는 레스토랑과 제빵공간으로 재생되었다. 주민 스스로 자신의 삶터를 가꾼다는 개념으로 시작한 이곳은 시간이 갈수록 필요한 시설들을 늘려 점차 발전하고 있다. 가장 최근 개조된 창고를 찾다 군산의 미곡창고를 알게됐다. 한걸음에 달려간 카페는 평일임에도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바빴다. 한쪽은 갤러리로 입구에는 커피로스팅실과 베이커리로 꾸며놓은 공간은 양곡창고 특유의 개방감을 십분 활용하여 100평 공간을 세분화시켰다. 커피로서도 최정상에 오른 장동헌 대표는 문화와 함께 가는 공간을 꿈꾼다. 다양한 문화공연과 강연 등을 소개하고 지역민과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개업 초기부터 꾸준히 인기몰이를 하여 이젠 군산 여행의 한 꼭지를 카페가 담당하게 되었다. 이렇듯 다양하게 변신한 공간들은 새 생명을 얻었다. 지자체에서 개발한 창고는 문화예술과 지역민을 위한 시설로, 민간이 개발한 곳은 관광객에게도 사랑 받는 공간으로 지역에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 도시재생과 재개발 붐을 타고 오래 된 것들이 사라져 가는 현실에서 이러한 재생건축은 스토리텔링을 만든다. 여행객들이 감탄해 마지않는 유럽의 많은 건물들은 재생되고 있다. 500년된 맥주집이 흔한 체코는 오래 됨이 곧 관광명소다. 절과 궁궐 이외에 오래 됨이 남아 있지 않은 대한민국에 지금부터 만들어 가는 공간들이 오래 됨을 넘어 관광명소가 되길 빌어본다. ▲ 장재영 세계여행가순창 방랑싸롱 대표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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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8.01 19:57

[문화&공감 2018 시민기자가 뛴다] 느슨한 연대와 견고한 지지, 꽁냥장이 협동조합 - 적당히 벌고 재밌게 살자!

그의 현재 직업은 목수, 디자이너, 협동조합 대표다. 한때 잘나갔던 시절엔 홍대 앞 클럽 운영자이기도, 건축 인테리어 회사 대표이기도 했다. 예술인들이 모여있는 꽁냥장이 협동조합 김광열 대표 얘기다. 2011년 완주로 내려온 이후 그를 따라 십여 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완주로 귀촌했다. 그 이후 추가된 호칭이 있다. 아브라함. 그리고 밥 잘 사주는 동네 형이다. 목수, 음악가, 손 그림 작가, 삽화가, 요리사&문화기획가, 서퍼, 공예가, 미술치료사 등 구성원들의 다양한 직업만큼이나 개개인의 개성이 남다른 꽁냥장이 협동조합이 봉동읍 구암리에 거주와 창작, 놀이가 어우러지는 재미난 예술촌을 조성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토요일 오후, 완주군 봉동읍 신성마을을 지나 만경강을 지척에 끼고 있는 김광열 대표의 집을 찾았다. 꽁냥장이의 구성원 9명과 영입하기 위해 공을 쏟고 있다는 서울에서 놀러 온 젊은 예술인 2명 등 총 11명이 거실에 옹기종기 둘러앉아 일요일 물놀이와 늦가을 그림전을 궁리하고 있었다. -예술촌을 조성한다는 소식이 들리던데요. 예술촌이라고 부르니 뭐 대단한 일을 벌이는 것 같은데요. 이왕 노는 거 더 신나게, 제대로 놀자고 하는 일이에요. -제대로 놀기 위한 예술촌,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꽁냥장이 멤버가 12명인데, 현재 봉동과 삼례에 흩어져 살고 있습니다. 특히나 젊은 친구들은 아무래도 주거공간에 대한 고민이 많지요. 여기 설래(귀촌 5년 차, 손 그림 작가) 같은 경우 2013년에 내려와 5년간 6번 이사를 했을 정도고요. 그러느니 함께 모여 살자! 창작활동도 같이 하고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아트마켓, 강좌, 전시도 자유롭게 열 수 있는 공간을 한번 만들어 보자고 의견을 모으게 됐어요. 게다가 다들 서울과 수도권에서 활동하다 완주로 귀촌한 친구들이다 보니 밤 놀이문화가 부족한 걸 아쉬워했는데. 구암리 스타일의 펍(Pub)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가벼운 주머니로 언제든지 들려 음주가무도 즐기고 다른 예술인들과 교류도 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그러자면 꽤 많은 자금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알다시피 예술하는 젊은 친구들이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잖아요. 형편 되는대로 십시일반 모아 봉동읍 구암리에 500평 남짓 땅을 매입했습니다. 거주공간 3동과 공유공간 1동을 지을 예정이에요. -집들을 직접 짓는다는 얘긴가요. 물론이죠. 집뿐만 아니라 땅을 고르는 작업부터 멤버들과 함께해나갈 계획입니다. 그래서 기본적인 장비들도 갖췄어요. 특히 작은 굴착기를 샀다고 하면 다들 놀라시더라고요.(웃음) 조금 더디게 가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집을 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집, 공간이 생기는 거죠. 다행히 꽁냥장이 대부분 멤버들은 주전공 외에도 목수를 꿈꾸고 있을 만큼 관심도, 재주도 많아서 직접 짓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 같습니다. 우혜정 씨(귀촌 5년 차, 커뮤니티 까페 우마왕 운영) 같은 경우는, 요리도 하고 문화기획도 하고 있는데 심지어 완주여성직업체험 프로그램의 소목 분야 강사로도 활동할 만큼 집짓기에 일가견이 있거든요. -서로 품앗이한다는 거죠. 그렇다고 해서 무료로 노동력을 제공한다는 의미는 아니고요. 서로에게 시간당 최저임금보다 조금 높은 8,700원을 계산해 주려고 해요. 굳이 350원을 높인 이유는 계산할 때 편하려고요.(웃음) 물론 외부에 맡기는 것보다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도 크고요. -구성원 간 신뢰가 깊은 것 같습니다. 꽁냥장이 협동조합은 언제 만들어졌나요. 제가 완주에 내려오고 그다음 해니까, 2013년 즈음 만들었네요. 초창기 때는 14명이 함께 했는데 몇몇은 다시 서울로 올라가고 그 빈자리는 완주로 내려온 또 다른 젊은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채우게 되면서 지금의 모양새를 갖추게 됐습니다. -완주가 일찍부터 사회적 가치에 주목하면서 다양한 공동체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 영향을 받은 건가요. 애초에 꽁냥장이 협동조합을 설립할 때 구체적인 중장기 로드맵이나 협동조합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자거나 하는 거창한 목적이 있던 건 아니었고요. 기반 없이 귀촌한 예술가들의 비빌 언덕 내지는 혼자 놀기 심심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놀면 더 신나지 않겠나 하는 소박한 이유가 컸어요. 다만 당시 완주군에서 지원하는 공동체지원사업들이 많아서 관심을 갖게 됐고 이왕에 모여 활동하는 거 조합을 만들어 지원사업도 참여해봅시다! 했던 게 직접적인 설립 계기가 됐죠. -얘기를 들어보니 오늘 분위기도 그렇고 유연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 같아요. 그게 꽁냥장이의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규정이나 정관에 매이지 않고 원하는 누구라도 자연스럽게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 개방적인 분위기가 좋은 것 같아요. 느슨하고 유연한 연대지만 가깝게 들여다보면 서로를 튼튼하게 지지해주고 있는 그런 형태. -구성원 모두가 귀촌자들이신데 지역민과의 관계 맺기는 어렵지 않았는지. 시간이 필요한 부분인데 지역에 스며들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죠. 초창기 땐 삼례에서 지역단체들과 함께 꽁냥마켓을 열어 안심먹거리장터, 생활공예장터, 리페어장터, 어린이장터 등을 운영하기도 하고 프러포즈 축제, 와일드푸드축제, 나는 난로다 같은 지역축제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그런 참여를 통해 수입이 생기는 건 아니지만 지역을 이해하고 지역민들과 더 가깝게 교류할 수 있는 토대가 되는 것 같아요. -다양한 활동만큼 구성원 간 의견이 다른 경우도 있지 않을까요. 당연히 많죠. 개성 강한 예술인들이 모여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게 문제가 되거나 한 적은 없는 것 같아요. 꼭 전원이 찬성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을까요. 각자 생각하는 바를 자유롭게 얘기하고 혹 다른 의견이 있어도 그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자는 입장이에요. -예술공동체생활이 지속 가능하기 위한 고민을 많이 하실 것 같은데요. 그래서 도움이 될 사례들을 찾고 있어요. 올해 완주문화재단에서 완주 예술가들의 해외 배낭여행을 지원해주는 사업이 있었는데, 운 좋게 저희 팀이 선정됐어요. Viva Viva_살아있는 삶이라는 주제의 여행기획안인데. 협동조합으로 유명한 스페인에서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예술인 마을들을 다녀올 계획이에요. 이은희 씨(공예가), 우혜정 씨(요리사&문화기획가), 설래 씨(손그림 작가)가 보름 동안 다녀올 거에요. -구체적으로 어떤 마을들을 다녀오시나요. (이은희) 판자라 마을과 마리날레다 마을, 말라가까지 3곳을 다녀올 계획이에요. 판자라 마을은 인구 280여 명의 자그마한 마을이지만 7년 전부터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예술가들이 정착하며 활동하고 있는 곳이에요. 특히 마리날레다는 농업을 기반으로 한 시골 마을이지만 자체적인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활동을 활발하게 펼치며 자급자족 공동체를 유지하고 있어서 그 작동 기제를 들여다보고 싶은 곳이고요. 말라가는 워낙에 문화예술의 도시로 알려진 곳이라 다양한 마켓들을 경험해보고 싶어서 들려올까 해요. -꽁냥장이 멤버들이 구암리 예술촌에서 꿈꾸는 삶은 어떤 건가요. 조금씩 생각들이 다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자급자족의 삶이 아닐까요. 적당히 벌고 재밌게 살자! 예술가로서 작품 활동하고 전시와 마켓을 통해 소비자와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삶터와 일터가 일치하는 삶이면 충분히 행복할 것 같습니다. /송은정(문화기획가완주문화재단 사무국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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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7.25 19:33

[문화&공감 2018 시민기자가 뛴다] 전북지역 상설 뮤지컬 - 전북의 역사·문화자원 바탕 명품 브랜드 공연 '날갯짓'

진심은 말을 한다. 잔가락이 없는 울림으로 사람의 마음을 크게 들었다 놓는다. 조용한 가운데 움직임이 있으며, 모든 움직임을 한데 모아 들어 올려서 깨끗이 매듭지어 주는 명무(名舞)들의 손사위마냥 정갈하다. 호남 내륙의 몇몇 춤에서나 보이던 정중동(靜中動)의 맛, 장엄하면서도 고아한 품격이 전해진다. (재)전북문화관광재단에서 주관하는 뮤지컬 <홍도>를 벌써 두 번이나 만나러 가게 된 이유이다. △ 뮤지컬 <홍도>, 400년을 기다려온 여인의 이야기 조선시대 혁명가 정여립을 모티브로 한 뮤지컬 <홍도>는 제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인 홍도를 원작으로 했다. 대동계(大同界)를 조직하여 반상의 귀천이라든가 사농공상의 차별, 남녀차별이 없는 세상을 꿈꾸었던 정여립의 사상과 삶, 그에 얽힌 대동계 사람들의 이야기가 배경이다. 그리고 불사의 몸이 되어 자신의 첫사랑을 찾아 400년 동안 기다리는 정여립의 손녀 홍도의 삶과 사랑이 최기우 극작가의 극작으로 다시 한 번 우리에게 살아 돌아오게 된 것이다. 총연출을 맡은 권호성 씨는 홍도와 자치기라는 가공의 인물이 어떻게 관객의 마음속에 각인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했다고 한다. 그리고 뮤지컬 특성상 음악에 많은 공을 들였다. 좋은 음악은 전체 극을, 상황을, 인물에 대한 몰입도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처음엔 홍도라는 여인에 대한 표본이 없어서 캐릭터 잡기가 어려웠어요. 홍도는 개인의 삶이나 사랑보다도 정여립이라고 하는 대동세상과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나만의 홍도가 아닌 치열하게 버텨온 한 역사를 표현하려고 애썼어요. 홍도 역을 맡은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 객원배우인 29세의 김채현 씨는 말한다. 맞는 얘기다. 홍도는 자치기와의 애틋한 사랑을 그리는 여인을 넘어 시공간을 뛰어넘는 시대이고 역사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정여립이 그렇게도 부르짖었던 대동의 세계이며 정신이다. 죽을 수 없는, 결코 죽지 않는 혼의 맥이 홍도의 몸을 빌어 지금에 이르러 있는 것이라고. 거듭 두 번을 관람한 <홍도>는 극중 홍도처럼 볼 때마다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처음엔 작은 민들레꽃을 사랑하는 소녀였다가, 여인이었다가, 정여립이었다가, 불멸의 역사였다가. 홀로그램 등 디지털 영상 기법을 충분히 무대에 적용시켜서인지 시공간의 구애가 느껴지지 않는 것도 그렇지만 최첨단 영상기술, 입체음향의 결합도 한몫을 했다. 시대의 어느 곳엔가 침잠해 있는 역사를 견인해 최대한 끌어 올리고자 노력한 그 모든 것들이 우리가 전북관광브랜드 상설공연작 <홍도>를 지극히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입 안 가득 맴도는 홍, 잇부리를 혀끝으로 톡 차고 도 부르면, 홍도 내이름~ 하고 언제 어디서나 살아나올 것만 같은, 여인 홍도의 이야기를. △ 뮤지컬 아리울스토리3 <해적2: 월영의 검> 전북을 대표하는 상설공연이 또 하나 있다. 새만금의 고유한 공연 콘텐츠를 브랜드화한 아리울스토리(Ariul Story) 뮤지컬 <해적2: 월영의 검>. 군산에서 부안까지 새만금방조제를 달리다 보면 신시도 새만금휴게소 부근에 있는 상설공연장 아리울예술창고에서의 특별한 만남이 시작되는 것이다. 올 4월부터 공연된 이 작품은 창세신화라고도 볼 수 있는 서해를 관장하는 개양할미 신화와 풍어제 등의 문화자원을 활용해 에피소드 형식의 시리즈물로 재구성되었다. 아리울 즉 새만금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하여 용신족과 천신족의 대립과 통합을 통해 새만금이 진정 희망의 땅이자 생명의 땅임을 알려준다. 극의 역동성을 강화한 새로운 음악 구성 때문일까. 아니면 기존의 군무를 한층 더 강렬하고 힘찬 모습으로 변모시킨 때문일까. 대사 한마디 없이 몸짓과 표정 그리고 안무로만 이루어진 비언어극임에도 엄청난 관람객을 끌어 모았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한국무용과 스포츠댄스, 마샬아츠, 타악 등이 융합된 강렬하고 화려한 퍼포먼스로 크게 호평을 받고 있다. 하늘은 마음이 움직이는 곳에 머문다 했던가. 어쩌면 그 힘은 저 광활한 새만금과 서해 바다를 관장하는 여성 거인설화의 주인공인 개양할미가 보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혹은 아리울 달빛 아래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는 천신제가 끝나고, 사랑의 축제인 달의 축제에서 우연히 만난 극 중 아리 여왕과 미르 장군의 사랑이 지극해서일지도. 아리울을 빼앗기 위해 침략한 해적왕 염왕에 의해 계속되는 고난을 겪는 아리와 미르. 결국 염왕의 인질이 된 미르와 자신의 백성을 구하고자 검을 들고 염왕과의 마지막 결전을 치르는 아리의 모습에서는 새만금의 지향성을 보게도 되는 것 같다. 크고 무게 있는 부피를 지니고 관객을 압도시키기에 충분한 아리울스토리 시즌3: 해적 . 김충한 총연출과 최석열 안무연출, 김태근 음악감독 등에 의해 완성도를 더욱 높이게 된 작품은 아닐까. 새만금을 공연관광상품으로 자리매김시키기에도 충분한 이 작품은 금년 11월까지 공연된다. 새만금이 명품 문화관광 도시로 부상할 수 있도록 새만금의 혼이 깃든 문화예술 행사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바로 그것을, 새만금상설공연은 살아내고 있는 것이다. △ 2018 군산 근대역사문화 상설공연 군산에 희망버스가 생겼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한국 GM 군산공장 폐쇄로 많은 어려움을 겪는 군산 시민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마련된, 말 그대로 희망버스이다. 문화예술을 통해 군산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기 위함이기에 무임승차가 가능하다. 전라북도와 군산시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후원하는 <2108 군산 근대역사문화 상설공연>의 일환인 이 버스에서 지난 7일, 아리울스토리3: 해적2가 군산 시민들을 위해 막을 올렸다. 군산 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첫 문을 연 <2108 군산 근대역사문화 상설공연>은 단비처럼 군산 시민들에게 뜨거운 감동을 안겨주었다. <2108 군산 근대역사문화 상설공연>은 희망버스: 해적2 공연을 시작으로 올 11월까지 공모를 통해 선정한 팀으로 구성될 계획이다. 그리고 별별마당(마당상설공연, 거리퍼레이드, 버스킹), 집중상설공연, 찾아가는-희망버스 등 다양한 형식으로 군산 곳곳에서 사람들에게 위로와 응원이 되어줄 것이다. 찾아가는 희망버스 두 번째 움직임은 단연 뮤지컬 <홍도>다. 8월 4일, 군산 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홍도가 400년을 견뎌온 그 모든 세월을 다해 외롭고 아픈 사람들과 함께 대동세상을 만들어갈 것에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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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7.18 21:20

[문화&공감 2018 시민기자가 뛴다] 전북 문화예술교육 진단 - "예술교육, 백년 설계해 장기적·과정 중심으로 가야"

현재 전라북도에서는 8개 분야(국악, 연극, 영화, 무용, 디자인, 만화애니메이션, 공예)에 걸쳐 문화예술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연극의 경우 140여 개의 학교에서 연극을 활용한 문화예술교육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또한 전북에 거주하는 약 65명의 연극 강사들이 전문성을 가지고 학교에서 연극을 가르치고 있다. 전북지역 문화예술교육은 어느 정도의 위치에 도달해 있을까. 현재의 교육 현황을 들여다보고 보완점을 짚어봤다. △연령에 맞게, 교과연계 창의력 중요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선적으로 참여자의 연령에 맞는 교육과 소통을 통한 관계형성이 꼽혔다. 예를 들어 초등 저학년은 동화책과 연계된 역할극, 초등 중학년은 인형극이나 가면극 활동을 통한 연극 만들기, 초등 고학년은 희곡과 연극의 구성요소를 활용한 연극 만들기 체험으로 나뉘어야 한다. 통합교과 수업을 통한 교과간의 연계성이 중요하고 이를 창의적으로 표현하게 하는 것도 꼽힌다. 정현호 강사는 미술교과에 나오는 김홍도의 서당도를 통해 화가인 김홍도가 살았던 조선시대 사회상을 들여다본다. 이 과정에서 그림에 나오는 학생들의 복장이나 머리 모양을 살펴보고, 오늘날 학교 교실이라면 이러한 장면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살펴보는 식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 관계맺기불연속성 어려움 문화예술교육 강사로서 어려운 점도 있다. 김복임 강사는 학생들과의 관계 맺기를 떠올렸다. 한번은 한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말하라고 해도 말을 하지 않아서 그냥 넘어간 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그 일로 아이는 상처를 받았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저는 시간 안에 마무리하는 것에만 집중했지 오히려 그 아이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기까지 기다려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개성이 뚜렷한 아이들이 충분히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주는 것은 항상 힘든 것 같습니다. 연속적이지 않은 수업과 결과성과 중심의 교육 방식도 아쉽다. 대체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만나는 수업 구조여서 심도 있는 수업은 어려운 것 같아요. 교육이 끝나고 난 후의 일주일 동안 아이들에게 어떠한 변화가 있었고 그에 따른 수업 활동 변경 및 수정 보완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주어진 교육 시간 안에서 빠른 판단과 진행을 해야 한다는 게 어렵죠. 오지윤 강사의 설명에 채유니 강사도 말을 보탰다. 채 강사는 주어진 교육 시간 안에 결과를 얻으려 하니 힘들다며 결과는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건데 과정이 많이 생략된 결과물을 보고 이것이 문화예술교육의 전부인 듯 치부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 결과 아닌 과정 중심으로 가야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백년 앞을 내다보는 큰 계획이라는 뜻인데, 문화예술 교육 또한 백년지대계다. 문화예술교육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속 변화해야 한다. 안혜영 강사는 새로운 예술교육 방법이 제시하며 연극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채유니 강사는 형식적인 예술교육보다는 충분히 생각하고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학교, 강사, 수행 단체가 서로 긴밀하게 협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 내용과 방법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강사에 대한 인식평가도 바뀌어야 한다. 정현호 강사는 강사 평가가 다음 교육활동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통과의 지표로만 인식된다며 우수한 평가를 받은 사람은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갔을 때 그에 합당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평가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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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7.11 19:12

[문화&공감 2018 시민기자가 뛴다] 순창 청년 컨퍼런스 '청년, 청년을 잇다'

▲ 청년허브 컨퍼런스 포스터 갈수록 청년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다양한 정책과 지원을 펼치고 있지만 좀처럼 청년 문제가 개선될 것 같지 않다. 특히 일자리 문제는 갈수록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여러 방법으로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고 활성화 하려고 하지만, 청년 실업률은 10.5%를 육박하며 극에 치달았다. 정서적인 고립도 문제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의식 때문에 청년들의 인간관계는 점점 협소해지고 있다. 사람과의 만남으로 느낄 수 있는 인정은 사라지고 점점 효율적인 것들만 추구하다보니 혼밥혼술 등 혼자 살아가는 청년들을 지칭하는 말들도 이제는 더 이상 신조어가 아니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많은 청년들이 꿈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은 많지만, 사실 이 사회에서 하고 싶은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용기와 자본, 관계 등 많은 존재들이 필요하다. 그러한 존재들이 청년 세대에는 부족하고 이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지방일수록 그러한 경향이 뚜렷한 데 취업준비생 중 약 70%가 공무원 준비를 하고 있는 지표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 헬조선 사회, 순창 청년들은 어떤가 그렇다면 필자가 사는 지역, 순창의 청년들은 어떨까. 필자가 느끼는 순창 청년들의 문제는 서로 모일 수 있는 소통의 장이나 구심점이 없다는 것이다. 인구 3만의 작은 소읍 순창은 타 도시에 비해 절대적인 청년 수가 부족하긴 하지만 생각보다 적지 않은 20대30대 청년들이 거주하고 있다. 순창에서 카페 겸 문화공간을 2년 여째 운영하고 있는데, 순창에 이런 젊은 친구들이 다 어디에 있었지?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20대30대들이 공간을 찾는다. 이들을 보면서 아쉬웠던 것은 정작 같은 지역에 사는 청년들끼리는 서로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삼오오 모여 카페를 찾는 청년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순창에는 우리 또래가 없어요. 20대30대 청년들이 우선 다 같이 만나고 연대할 수 있는 자리가 절실하다고 느꼈던 지점이다. 또한 순창의 청년들이 다양한 활동을 하기 보다는 농사나 가게 운영 등에 한정되는 것이 아쉽다. 순창에 사는 청년 대부분은 농업에 종사한다. 몇몇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주변에서도 농사 외에는 새롭게 하고 있는 사람이 없고, 자신 역시 새로운 일을 깊이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순창에서도 농사 또는 읍내에서 식당 등 가게를 운영하는 것 말고도 할 수 있는 다양한 직업, 또 다양한 청년 문화가 있다면 청년 유출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 다양한 사례로 청년에게 영감을 아직 청년 네트워크가 다져지지 않고 문화가 단조로운 순창에서는 다양한 담론을 자체적으로 생산하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비슷한 지역에서 소신 있는 행보를 이어가는 이들의 사례를 들어보면 영감을 받거나 변화의 계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러한 이유로 기획된 것이 청년 허브 컨퍼런스다. 문화기획사 우깨가 3년 전부터 전주에서 하고 있는 행사인데, 순창에도 이러한 청년과 청년을 잇는 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포맷을 빌려왔다. 행사는 5일 오후 7시 순창군 장난감도서관 2층에서 열린다. 특별한 프로그램은 없고, 딱히 할 말이 없을 수도 있지만 그냥 만나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알아간다. 이번 컨퍼런스에는 전주, 광주, 남원, 순창 등 다양한 지역에서 청년단체 10팀이 각자의 활동 사례 발표를 한다. 광주에서 동네줌인을 운영중인 김태진, 전주 타악기 연주자 두드림공동체 김은수, 완주 삼례예술촌의 더 구루오브 오디언스 김병수, 남원 청년문화협동조합의 서진희, 완주 너멍굴영화제의 윤지은, 전주 한옥버스킹의 문화통신사 김지훈, 순창 젊은농부팀인 더불어농부의 신성원 등이다. 시골에 내려와 여행자들을 위한 카페를 만든 청년, 문화기획으로 청년들의 역할을 찾아주고 싶은 청년, 농사로 본인의 꿈을 키워가는 청년, 대기업을 때려 치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청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다. △ 연대가 모여 지역 분위기 바뀌길 이날 순창귀농귀촌지원센터, 지역의 벼룩시장인 촌시장의 젊은 상인들, 순창 청년회의소 JCI 등과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지역민들도 참여할 예정이다.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연대하는 첫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사례 발표가 끝나면 자유롭게 네트워킹 파티를 진행하며 서로의 만남으로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 모든 컨퍼런스의 음식은 순창 청년들이 직접 만들어 더욱 의미 있다. 이러한 컨퍼런스가 뚜렷한 성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무언가 결과물이 나오지 않아 어쩌면 조금 답답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청년들이 함께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갈수록 줄어드는 청년들의 인간관계, 정서적 고립 등은 어쩌면 사회가 자연스럽게 형성해 놓은 분위기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 스스로를 오픈하고 만나는 것 자체만으로도 청년들은 새로운 무언가를 얻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령화 지역인 순창은 50~60대까지도 청년으로 인식된다. 대도시에서는 청년 주거 복지, 취업 지원 등 20대30대를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이 많지만 시골에서는 역소외 받고 있는 실정이다. 청년들이 도시로 떠나지 않고 내가 자란 고향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 수 있기 위해선 더 많은 연대와 의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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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7.04 18:39

[문화&공감 2018 시민기자가 뛴다] 완주 팝업스페이스 누에살롱 - 로컬푸드와 예술의 만남…'꿈꾸는 아이템' 맘껏 펼쳐요

2조 9397억원. 지난 해 중소벤처기업부를 포함한 9개 중앙부처가 창업지원에 쏟아부은 액수다. 내역을 들여다보면 금융지원, 사업화 지원과 같은 직접지원 뿐 아니라 창업교육, 멘토링/컨설팅, R&D 등 간접지원도 상당하다. 어찌 중앙부처뿐이랴. 공공기관, 지자체, 심지어 대학들도 창업생태계에 뛰어들어 국민을, 학생들을 창업전선으로 이끌고 있다. 의지와 아이디어만 있다면, 재원이 없어 창업을 못하는 일은 없겠구나 싶다. 문화예술분야 창업에 관한 관심도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2016년 문화창조벤처단지 자료에 따르면 지원기업 중 예술분야 기업 비중이 44.1%에 달한다. 문화예술기반 창업 성공사례들도 심심찮게 언론에 오르내린다. 올해 완주문화재단이 진행하는 문화예술창업과 사회적경제를 주제로 한 아카데미는 정원 10명을 예상했는데 13명이 신청해 듣고 있다. 이런 현상을 조금 뒤집어 살펴보면, 이는 예술인들의 평균 예술활동 수입이 연 1,255만원에 불과하고, 예술인 중 한명은 생계를 위해 다른 직업을 갖고 있다는 수치(2015년 문화부 예술인 실태조사)와 무관하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 문제는 언론에서 쏟아내는 각종 지표들 - 창업률보다 높아지는 폐업률이라던가, 자영업의 5년 내 생존률이 불과 20%에 불과하다는 것들- 이 문화예술분야 창업에서는 더 큰 난제라는 점이다. 기술기반이 아닌 아이디어 기반의 창업 아이템이 많다는 점, 그로인한 낮은 진입장벽과 취약한 수익구조, 비즈니스 마인드의 부족 등은 예술창업이 일반창업보다 풀어야 할 숙제가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실패할 확률이 높다는 것. 우리가 오는 7월 시범운영을 앞두고 있는 팝업스페이스 누에살롱(이하 누에살롱)에 주목하는 이유다. 완주군 용진읍 완주로 462-9에 위치한 누에살롱은 2017년 행정자치부 마을공방육성사업에 선정되어 오랫동안 폐산업시설로 방치돼 있던 (구)호남잠종연구소 폐관사를 창업지원공간으로 재생한 곳이다. 완주의 로컬아트와 로컬푸드를 기반으로 창업을 준비 중인 예술인, 청년, 예비쉐프들이 창업을 놀이처럼 즐기고, 꿈꾸는 아이템을 마음껏 실험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큐베이팅 공간이다. 창업의 전쟁터에 나가기 전 일정기간 입주해 실전과 같은 경험과 교육, 멘토링, 소비자들과의 만남 등을 통해 수요자 취향과 선호도를 충분히 파악하고 준비함으로써 실패 확률을 최대한 줄이도록 지원하는 역할이다. 151.02㎡ 규모의 단층 건물로 요리가 가능한 주방시설과 3개 구역으로 연결된 실내 공간, 야외데크와 잔디밭 등을 갖추고 있다. 또한 바로 옆에 복합문화지구 누에가 위치해 있어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과 교류 및 자문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전시, 공연, 공방아카데미에 참여하는 일반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이점도 지니고 있다. 올해는 예술과 로컬푸드를 결합한 예비창업자를 공개모집해 10주에서 12주까지 팀별 특성에 맞춰 창업아이템을 실현해 볼 수 있도록 공간과 프로그램, 전문가 멘토링 등 참여자 맞춤형 지원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완주군(공동체활력과)과 완주문화재단이 업무협약을 통해 서로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공간조성과 행정지원은 군이, 예술가 모집 및 프로그램 운영지원은 재단이 역할을 나눠 운영함으로써 사업의 시너지를 키우고 있다. 오는 7월 2일 시범운영을 시작하는 누에살롱의 첫 번째 예술창업준비팀은 3D프린팅과 미디어전시를 결합한 원더랜드다. 요즘 한창 오픈 준비에 여념이 없는 임세진(미디어전시), 임솔(3D프린팅) 작가를 만나봤다. - 청년예술창업, 하나씩만 놓고 봐도 결코 만만치 않은 길인데, 거기에 더해 동업까지, 쉽지 않은 길을 걷고 계십니다. (세진) 듣고 보니 그렇네요. 지금 이 길은 우연과 인연과 기회가 겹치며 시작된 길인 것 같아요. 지난 해 우연히 완주문화재단의 완주 한 달 살기에 지원을 하게 됐는데 운좋게 선정이 되면서 운주 용계원 마을과 고산 원오산 마을에서 레지던시 작가 생활을 하게 됐어요. 그게 인연이 되어 재단에서 청년 작가들의 창업 아이디어를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길래 설마 될까하는 심정으로 부담없이 응모를 했는데. 음, 근데 덜컥 공동 1위를 해버려서. (솔) 그때 제안한 아이템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한건데 원더랜드 : 3D프린팅으로 만든 음식과 함께하는 미디어 전시공간이었어요. - 제목만 들어서는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데, 어떤 내용인지. (솔) 누구나 일상에서 벗어나 꿈같은 시간, 꿈같은 공간을 경험하고 싶어 하잖아요. 저희는 그런 시간 그런 공간을 원더랜드라고 부르고 있는데요. 공간에 입장하게 되면 먼저 보드게임을 적용한 체험형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하는데. 위치마다 다양한 장치와 표현 기법들을 만나게 돼요. 바닥에 놓인 32개의 보드판을 다 통과하고 나면 저절로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하게 되는 프로그램이에요. (세진) 이렇게만 얘기하면 되게 교훈적인 건가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지는 않구요. 체험과 전시를 보고난 후에는 3D프린팅을 이용해 팬케이크를 만드는 체험이 연결되어 있어요. 아, 완주의 로컬 식재료를 가지고 만든 건강음료도 드실 수 있어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후 2시-8시 사이에 오시면 됩니다. - 3D프린팅과 팬케이크, 미디어와 전시. 이 조합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세진) 저는 영화를 전공하고, 졸업 후에 다양한 영상분야에서 작업을 했어요. 뮤직비디오, 공연영상, 파티, 영화제 영상작업들이요. 그러다 2016년, 서울에서 영상맵핑공간을 잠깐 운영하게 됐는데 짧은 기간이었지만 흥미로웠고 다시 해보고 싶은 경험이었어요. (솔) 저는 건축학과를 다녔고 현재는 스토리팜이라는 3D프린터 공방을 운영하고 있어요. 주로 시제품을 만드는 일과 스토리가 담긴 콘텐츠를 만드는 일들을 하고 있는데 세진과 서로의 콘텐츠를 결합해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고 싶었어요. 자연스럽게 미디어는 전시로, 3D프린팅은 먹거리와 결합시켜 낯설지만 흥미를 유발할 수 있도록 고민했죠. - 두 분에게 누에살롱은 어떤 공간? (솔) 마음껏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보고 경험해 볼 수 있는 놀이터 같은 공간이에요. 어쩌면 예술가적인 성향이 강한 저희팀에게 예술성과 실질적인 수익모델로 전환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말도 안되는 메뉴와 프로그램들을 다양하게 실험해보면서 창업초기의 데이터를 최대한 모을 수 있는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세진) 창업할 때 제일 큰 부담이 공간과 비용인데요, 이 부분을 지원해주면서 결과물에 대한 압박보다는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해볼 수 있도록 지원해줘서 좋은 것 같아요. - 누에살롱에서 인큐베이팅 과정을 마치면, 실제로 창업할 계획인지. (솔) 소양면 해월리 866-6번지 공간에서 원더랜드의 이야기를 이어가보려 해요. 누에살롱에서 테스트해본 내용과 피드백을 반영해 제대로 준비해 보려구요! 내년 초엔 만나볼 수 있을 겁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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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6.27 18:44

[문화&공감 2018 시민기자가 뛴다] 홍성모 화백의 '해원부안사계도' - 길이 56m 부안 풍광서 휘몰아치는 근원을 찾는 부르짖음

기세(氣勢)다. 홍성모 화백의 <해원부안사계도(海苑扶安四季圖)>에서 본 것은. 지금까지 숱한 그림을 보아왔건만, 그림 속에서 기세를 본 것은 처음이다. 높이 1m, 총 길이 56m나 되는 방대한 크기에서 오는 압도감만은 아니다. 그것은 큰 믿음의 뿌리이며, 크게 분발하려는 의지, 그리고 크게 의심하는 뜻에서 나오는 어떤 것이다. 정성과 믿음이 한결같은 이가 아니면 결코 찾아지지도, 보이지도 않는 문. 그 문을 만 사람에게, 문 안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온 우주에 오늘에서야 활짝 열어놓게 된 것이다. 홍성모 화백(56)은 2016년 10월, 부안에 들었다. 곰소의 젓갈식품센터 2층 빈 곳을 빌려 주중 사나흘 간 서울에서 내려와 머물며, 계화도에서 시작하여 줄포생태공원까지 해안선을 따라 총 83㎞를 화폭에 담았다. 부근의 찜질방에서 투숙하고, 겨우 화장실만을 왕래하면서 고향인 부안을 붓끝으로 종주한 셈이다. 본디 눈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완성이 있는 곳이 아니면 머무르지 않는 법이다. 그러기에 눈과 마음이 침침하여지고, 두 번이나 췌장에 문제가 생기고, 과로로 쓰러져 병원 신세를 지면서도 계속된 대장정이다. 5년 전 위도 상사화를 보고 나오면서라 했던가. 겸재 정선이 금강산을 보며 영조 대왕을 위해 <금강전도>를 그리기로 작정한 것처럼, 화백은 부안 군민을 왕이라 생각하고 부안의 바다를 그려 바치리라 마음먹었다. 죽막동 사자바위와 어우러진 바다가 하늘이 내린 정원 같아서 이 바다에 깃드는 봄, 여름, 가을과 겨울을, 고향의 바다를 이 생에서 살피고자 했다. 그래서일 게다. 한 획을 발전시켜 남은 곳을 덜어내고, 부족한 곳을 채워 넣는 대원칙이, 두루 영고성쇠의 원리까지 통하고 끊임없이 변화해 나아가는, 언제 어디서나 그러한 이치가 화백의 그림 속에는 있다. 나의 고향은 부안입니다. 붓을 든 내내 화백은 말한다. 실제로 그의 고향이 부안군 백산면이지만, 화백의 어조에서는 송아지가 입을 크게 벌린 채 어미를 부르는 소리가 난다. 추사 김정희의 말대로 가슴속에 서권기(書卷氣)가 있지 않으면 가히 대어볼 수도 없는 붓끝에서 나는 소리다. 그의 희어진 머리만큼이나 본래의 고향, 고향으로 돌아가는 부르짖음. 천지만물 생명의 근원자리이면서, 모든 이들의 궁극인 뿌리 자리. 그 자리를 애타게 찾는, 혹은 찾으라는 하나 된 외침. 아이가 어미의 젖꼭지를 빠는 힘이 내재해 있는, 그의 말이 단순한 말이 아닌 주문처럼 들리는 것도 그 때문일 거라. 그러고 보면 화백의 그림은 조선 명종 때 격암 남사고가 남긴 한국의 역사서이자 예언서인, <격암유록>에 수없이 나오는 구원의 활방(活方)인지도 모르겠다. 큰 병이 큰 약이 되기도 하듯, 알게 모르게 곪아버린 현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약이 되는 자리. 즉 어지러운 심신과 떠도는 혼백을 안정케 하는 안식의 자리 말이다. 고향을 부르는 소리를 화백은, 사람으로 말하면 뼈대가 되는 선(線)에서 찾는다. 선이 없으면 기운이 생동하지 못하고, 흙무더기처럼 후르르 무너져버린다 했던가. 그러나 선을 긋기 위해서는 제일 중요한 것이 먹색이라고, 화백은 반복해서 붓을 누르는 목소리를 냈다. 먹색이 탁하지 않고 맑아야 그림을 보는 이의 정신이 맑아지고, 먹 냄새에서도 친근함을 가질 수 있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잘 개인 그을음으로 만든 먹을 써야 한다. 생묵이 아닌 하루 재워둔 숙묵을 쓰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붓의 속도에 따라 먹이 한지 깊이 들어가지 않고 떠 보이므로, 붓을 쓸 때도 늘 삼가야 한다며 화백은 소탈하니 웃는다. 어려운 바를 먼저 하면 뒤에는 쉬워진다는 원리를 아는 이의 웃음이다. 그리고 머물러 있지 않되 머물러 있는, 이른바 동(動)정(精)이 하나로 둥근, 달과 같이 편안한 얼굴이다. 그 얼굴에서 화선지와 판을 배접할 때 쓰는, 오랜 보존을 위해 그가 썩힌 풀 냄새가 묻어난다. 화백이 처음부터 동양화를 그린 것은 아니다. 많은 화가가 그러하듯 화백 또한 먼저 접한 것은 서양화였다. 그가 본격적으로 동양화를 접하게 된 것은, 대학 시절 선천성 심장병 질환으로 쓰러지고 난 후부터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병원비가 무색했으나, 당시 원광대학교 전 동문이 1000원씩 모아 무사히 수술을 할 수 있었다. 두 번 사는 인생이기에 화백은 그 후로 새 생명 찾아주기 운동으로 <전북도민일보>와 함께 난치병 어린이 돕는 일에 앞장서기도 한다. 그렇게 나무 그림도, 바위 그림도 안 배운 상태로 동양화를 시작한 것이, <청산계곡>이라 제목을 붙인 그림으로 1986년 뜻하지 않게 미술대전 특선작으로 뽑히게 된다. 서양화의 면(面)과 동양화의 선(線)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던 때다. 다만 처음 가본 강원도 영월에 눈이 하도 많이 와서 산 계곡에 물안개가 짙었더라는데, 보이는 대로 꾸미지 않아도 무릉도원 같고, 한 폭의 그림 같은 산과 계곡을 그리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서양화에서 자주 다루던 인물화를 벗어나 여여한 자연에 심취하게 된 것이다. 그런 화백을 취재하러 온 당시 <전북일보> 이해석 기자와는 긴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도 벗하며 살고 있다. 심장병 수술 이후 동양화 35년 화력(畵力)이면, 이제는 고향을 담아도 되지 않겠는가, 싶더구만. 좀 더 있으면 손 떨리고, 눈도 침침해질 테니, 그나마 힘 남아 있을 때 부안 군민을 위해 고향에 대한 애틋한 혼신을 내어줘야 할 것 같았어. 고지식한 묘사도 늙어지면 나중엔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니. <해원부안사계도>는 이렇게 완성되었다. 군민을 왕으로 생각하여 그린 그림. 붓을 댈 때 자신을 속이지 않는 데서 시작하였으므로 엄정하다 하지 않을 수 없는 그림. 서해 바다 물결 하나, 소나무와 정자 하나도 그림을 보는 이들이나 그림을 그린 이나 서로 상응하는 기가 있는 그림, <해원부안사계도>. 만물의 원리가 변치 않는 가운데, 그 동정이 변화하고 생기와 운치가 발산됨을 온전히 붓으로 드러낸 그림. ▲ 김형미 시인전북작가회의 사무처장 민선 7기 부안 자치단체장 취임식에 맞춰 부안군청 로비에 걸리게 될 <해원부안사계도>. 그의 그림을 보든 보지 않든 모든 이들이 근원으로, 뿌리인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소리가 들린다. 외롭고, 아프고, 고뇌하고, 정한 있는 이들의 병이 낫는 소리다. 아이가 어미의 젖꼭지를 빠는 힘으로 내는 소리. 그러니 보라. 거대한 우주의 힘을 몰아오는, 그의 그림에는 여지없는 기세가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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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6.20 20:36

낭독극 페스티벌 - "목소리의 힘, 사람 빠진 예술 아닌 사람 더하는 예술이죠"

소설희곡 등을 배우가 감정을 담아 읽어주는 낭독극은 대중에게 생소하다. 지역에서는 크게 활성화 되지는 않았지만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인기 있는 장르 중 하나다. 실제 서울에서는 꾸준히 낭독극 공연이 올려지고 있으며 이제는 기본적인 형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예술 장르를 접목시켜 입체적으로 만들고 있다. 또한 낭독극을 접한 관객들은 귀로 듣는 즐거움에 빠질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그것은 바로 배우들의 움직임은 절제되고 목소리만으로 텍스트가 가진 모든 감정을 전달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색다른 형식의 낭독극을 익산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제3회 낭독극 페스티벌이 익산에 있는 아르케 소극장에서 11일부터 17일까지 열리고 있다. △ 낭독극의 매력관객의 쉬운 참여이해 아르케 소극장은 약 10년 전부터 매년 한 작품씩 꾸준히 낭독극 공연을 올리고 있다. 이도현 아르케 소극장 대표는 사실 낭독극을 처음 올리게 된 계기를 말하자면 그리 즐겁지만은 않다고 했다. 연극을 공연하기에 배우들이 부족해서 정극을 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던 해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적은 숫자의 배우가 공연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다가 낭독극을 올리게 된거죠. 그런데 공연을 하면서 낭독극이 참 매력적인 장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매년 한 작품씩 꾸준히 올리고 있죠. 오랜 기간 낭독극 공연을 올리면서 알게 된 장점 중 하나가 조금은 편안하게 희곡을 대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연극이 한 편 만들어 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낭독의 경우 무대에서의 움직임 보다는 소리, 감정, 표현에 좀더 집중할 수 있게 되고 또한 바로 이 점이 연극을 전문으로 하지 않는 관객들의 직접적인 문화예술 활동 참여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 낭독극 페스티벌, 어떻게 열리나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는 낭독극 페스티벌은 시민이 직접 낭독할 작품을 정해서 매일 한 팀씩 7일 동안 낭독공연을 선보인다. 아이들이나 청소년, 여성을 위한 낭독극, 지역의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한 낭독극 등 다양한 무대를 선보인다. 특히 올해에는 솜리골 이야기 지킴이팀과 극단 자루, 괜찮아 바비팀이 새롭게 낭독극 페스티벌에 참여하게 되면서 페스티벌의 재미와 즐거움을 더할 것으로 기대한다. 만 55세 이상의 중년 여성으로 만들어진 솜리골 이야기 지킴이 팀은 익산의 오래된 역사인 서동이야기를 기본으로 서동선화 공연을 준비했다. 익산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아리아리 인형극단은 녹두를 사수하려는 할아버지와 녹두를 뺏으려는 토깽이들의 옥신각신 팽팽한 대결이 재미있는 인형극을 준비했다. 꿈초롱 인형극단은 가람 이병기 선생님의 시를 서동 이야기에 접목시킨 색다른 작품을 준비했다. 서동이 선화공주를 아내로 맞아 백제로 다시 돌아오는 과정에서 가람 이병기 선생님의 별, 난초, 풀벌레 등의 시를 들려주게 되는데 듣는 사람들에게 귀로 듣는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처음으로 페스티벌에 참가한 극단 자루는 힘든 현실에서 서로가 영웅이 되어 함께 지켜나가야 함을 일깨워주는 작품, 영웅제작소를 준비했다. 극단 작은 소리와 동작은 옴니버스로 구성된 이야기 203040 그녀들의 수다라는 작품을 통해서 20대 여성의 꿈과 사랑, 30대 여성의 정착과 사랑, 40대 여성의 변화와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각 세대의 고민은 결국 우리 인생이 밟아 나가야 하는 과정의 하나이며 그 안에서의 행복은 다른 사람이 아닌 스스로 찾아야 함을 전한다. 손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수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모인 단체. 수화는 세계적으로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오해를 풀고 싶다는 취지 아래 생활수화 세계편(달라도 너무 달라)을 준비했는데 각국의 수화는 그 나라의 농아인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생성되고 변화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고 사용된다는 것을 알린다. 괜찮아 바비 팀은 한 가족으로 구성된 팀으로 엄마와 딸이 낭독극을 준비했다. 무대에 서 본 경험이 전혀 없지만 이번 페스티벌을 통해서 아이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준비했다고 한다. △ 시민 참여적 예술, 함께 하길 ▲ 한유경 연극연출가 김정은 배우는 낭독극을 본 관객들이 책을 찾아 읽거나 이미 책을 읽은 관객들이 공연을 보러 오는 경우가 있다며 더 실감나고 재미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매력적인 장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낭독극이 가진 여러 가지 장점과 매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낯설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것은 일반 관객들 뿐만이 아니라 같은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요즘 주변에서 많이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배우가 없다는 말이다. 연극은 사람이 다다. 사람이 느끼는 희노애락(喜怒哀樂)을 이야기하는 연극에서 사람이 빠진다면. 과연 연극은 생존할 수 있을까? 이도현 대표가 말했다. 낭독 공연의 또 다른 장점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사람이더라고요. 이 사람이 배우가 되기도 하고, 관객이 되기도 한다는 거죠. 낭독극에 대한 장점을 사람이 빠진 예술이 아니라 사람을 더하는 예술이라고 말하는 이 대표. 매년 힘들게 낭독극 페스티벌을 진행하지만 매년 새로운 사람들이 무대에 함께 서고 공연을 마친 후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이제 막 세 걸음을 뗀 아르케 소극장의 낭독극 페스티벌은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그리고 해야 할 일도 많다. 하지만 천천히 걸어갈 것이다. 함께 걷기 위해서는 함께 걷는 사람들의 걷는 속도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느리지만 천천히, 함께 걷는 낭독의 길. 이 즐거움에 함께 할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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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6.13 20:18

[문화&공감 2018 시민기자가 뛴다] 귀촌 후 완주 고산서 지역공동체 키우는 부부 김주영·이선영 씨 - 연대와 협력으로, 더불어 만드는 마을살이

그 부부는 토리와 키키로 불린다. 물론 본명이 아닌 활동 닉네임이다. 시민운동가, 사회복지 활동가, 문화기획자, 청소년교육기획자 등으로 불리기도 하고 씨앗문화예술협동조합 대표로, 함께 여는 부엌 모여라 땡땡땡 운영자로 소개되기도 한다. 더러 지인들 사이에서는 아픈 유기묘를 입양해 한 식구가 된 세 발 고양이 오이의 아빠엄마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완주군 고산에서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다양한 활동과 실험을 벌이고 있는 유쾌한 부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김주영이선영 부부 이야기다. 귀촌 5년째.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 부부는 고산을 토대로 도시의 속도를 벗어나 자신들만의 속도에 맞춰 마을살이를 하고 있다. 더구나 끊임없는 소비로도 채워지지 않던 공허한 마음이 호혜적인 관계와 조건 없는 교류 속에서 채워지는 경험을 도시 생활에 지친 청년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다. 김주영이선영 부부의 대안적인 삶과 느슨하지만 지역생태계를 만들어가는 활동들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귀촌한 문화예술활동가들이 중심이 되어 설립한 씨앗문화예술협동조합운영, 청년들의 비빌 언덕이 되기 위한 청년캠프, 청년인턴쉽과 같은 다양한 청년 지원 프로그램들, 여성농민과 지역작가들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운영하는 함께 여는 부엌 모여라 땡땡땡, 교육 관련 공동체 4곳이 모인 공유공간 온누리풀씨, 고산청소년미디어센터 공동운영, 지역문화기획 꽁냥꽁냥 등 지역 공동체들과 함께 연대하고 협력하며 사회적 가치를 실천하고 있는 이 부부의 행보는 놀랍기만 하다.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동안으로 인터뷰에 응한 토리와 키키와의 대화는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만큼이나 시종일관 행복한 에너지로 가득했다. -먼저 토리와 키키라는 닉네임의 배경이 궁금합니다. (토리) 오래된 별명인데요, 2005년 무렵 청소년종합지원세터에서 일할 때 학생들이 햄토리 닮았다고 (웃음), 토리라고 불렀는데 그렇게 익숙해지고 계속 쓰다 보니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키키) 추측하셨겠지만 마녀배달부 키키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이에요. 좋아하는 캐릭터이기도 하고,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 떠나는 키키의 여정이 저와 많이 닮은 것 같아서 사용하고 있어요. -지역 어르신들도 토리와 키키라는 닉네임으로 부르나요? (키키) 의외로 그들의 문화라고 생각해주고 계셔서인지 스스럼없이 잘 불러주는 편이세요, (토리) 저희가 주로 만나는 층이 40~50대가 많아서 그럴 수도 있고요. 오히려 행정에 계시는 분들이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닉네임 부르는 걸 더 불편해하시는 것 같아요. -귀촌한지 5년 되었다고 들었는데, 계기가 있었겠죠. (키키) 제가 어린이 어깨동무라는 NGO에서 일하다 잠시 쉬고 있는 사이에 완주에서 지인으로부터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그 공간이 삼례에 있는 삼삼오오 게스트하우스였어요. 2013년 초겨울에 내려왔습니다. 당시 도시에서의 삶을 벗어나 다른 지역에서, 다른 방식의 삶을 고민하고 있던 터라 오지 않을 까닭이 없었죠. (토리) 키키가 먼저 내려왔고, 저는 약 3개월을 주말마다 서울과 삼례를 왔다 갔다 하다가, 2014년 초 당시 다니던 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를 그만두고 따라 내려왔습니다. -삶터를 서울에서 완주로 옮기신 건데, 3개월이면 상당히 짧은 시간에 결정을 내린 거네요? (토리) 뭐랄까, 살면서 절대로 안 되는 건 없다고 생각하는 편인데요, 가진 건 없지만 더 나이 들기 전에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어요. 도시에 지쳐있었고, 도시는 나와 안 맞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도시의 속도에 내가 맞추는 게 아니라 도시가 나를 등 떠밀어서 억지로 앞으로 나가고 있는 삶처럼 느껴졌어요. 당시 우리 둘 다 직장을 그만두고 퇴직금 받은 것 다 모아서 한 달 동안 캐나다 여행을 다녀왔는데, 수중에 있는 돈을 다 쓴 거죠. 그래서 결정하기가 더 수월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씨앗문화예술협동조합이 지역 활동의 시작이었죠. (키키) 씨앗은 2013년도에 완주로 귀촌한 청년, 문화예술활동가들이 참여해 설립했습니다. 삼례 게스트하우스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일과 지역과 청(소)년을 연결하는 플랫폼이 되려고 노력했어요. 당시 청년귀촌캠프, 청년인턴쉽, 청년네트워크파티, 꽁냥마켓, 단기체류숙소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청년이 지역에 안착 할 수 있는 관문이자 비빌 언덕이 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요즘 고산이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일명 핫플레이스로 뜨고 있는데요, 토리와 키키 두 분이 그 스위치를 켠 것 같습니다. (토리) 고산의 변화가 갑자기 시작됐다기보다는 삼우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한 교육공동체를 비롯해 그동안 지역의 많은 기관단체들이 차곡차곡 쌓아온 활동들, 지역의 역량들이 이제야 비로소 차고 넘치면서 분출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거기에 더해 작년에 고산에 새롭게 문을 연 고산청소년센터 고래나 모여라 땡땡땡, 얼마 전 개소한 공유공간 온누리풀씨 등도 고산의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함께 고민하고 함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토리와 키키, 두분을 연결고리로 고산으로 귀촌한 분들이 많으실 것 같은데요. (키키)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직간접적으로 보면 30여 명 되는 것 같아요. 최근에 들어오시는 분들 특징을 보면 부부나 커플, 그리고 20~30대 청년들이 눈에 부쩍 띄어요. 특히 청년들의 경우, 자본도, 네트워크도, 경험도 부족할 수밖에 없는데 그럴수록 자리 잡는데 더 많은 고생을 하게 되죠. 이분들이 고산에 잘 정착하실 수 있도록 관계망을 갖고 돕는 게 중요해요. -나만의 속도를 가지며 살겠다고 하셨는데 아주 많은 일을 하고 계십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 게 있나요? (키키) 그러게요. 토리가 작년에는 고산청소년센터 센터장을 맡으며 고래라는 이름도 붙이고 초기 세팅을 하느라 무척 바쁘게 보냈어요. 올해는 일을 줄이고 여유롭게 지내보자 했는데 고산영상미디어센터 수탁을 받게 돼 다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토리) 키키는 3년 뒤에 떠날 세계여행을 꿈꾸고 있어요.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차 팔고 전세금 빼면 가능하지 않을까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웃음) 처음 완주로 내려올 때 돈을 모으지 말고 사람을 모으자는 약속을 했는데 여전히 그 초심을 지키려 노력합니다. 경험과 자원을 나눔으로써 지역과 청년이 함께 성장하는 변화를 만들어가는 그들. 지역공동체 발전에 기여하는 작은 씨앗이 되고자 하는 이 부부의 바람처럼 5년 전에 뿌린 토리와 키키의 씨앗은 어느덧 튼실하고 건강한 나무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다. △ 함께 여는 부엌 모여라 땡땡땡 씨앗문화예술협동조합(대표 김주영)이 운영하는 지역 커뮤니티 거점이자 공유부엌이다. 요리에 재능 있는(또는 관심 있는) 씨앗회원들이 요일을 나눠 제철 재료를 가지고 매일 다른 건강한 음식을 만든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운영하고 매일 점심 한 끼만, 정해진 재료로만 요리한다. 채식 메뉴를 중심으로 한 제철 백반부터 스파게티, 덮밥과 분식, 계절 가정식 등 매일 신선한 제철 재료로 만든 한 끼 식사를 맛볼 수 있다. 가격은 6,000원. 요일 셰프가 다르니 취향에 따라 선택하려면 사전 조사는 필수다. 점심시간이 지나면 작은 규모의 문화예술강좌나 세미나, 교육, 미팅룸으로도 사용된다. 필요하면 대관도 가능하다. 지역 농산물, 수공예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지난 4월부터 상설 운영하는 못난이장터는 모양이나 색상 때문에 선택받지 못했지만, 지역 농가나 회원들이 직접 생산해 믿을 수 있는 농산물을 전시판매한다. (물론 수량이 많지는 않아서 운이 좋아야 한다) 판매자가 보이지 않아도 당황할 필요 없다. 주변을 둘러보면 가격표도 있고, 저울도 있어서 내가 필요한 양만큼 적당히 달아서 가져오면 된다. 아직 (어쩌면 앞으로도) 수익이 남지는 않지만, 건강한 한 끼를 나누며 지역 농가와 여성, 청년들에게 비빌 언덕이 되고 주민들에게 일상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나누는 소통의 공간으로 활용되면 족하다. △ 함께 쓰는 공간 고산 공유공간 2호_온누리풀씨 따끈따끈한 지역 거점 공유공간 2호. 지난 5월 30일 문을 열었다. 지역경제순환센터에 자리한 고산 공유공간 1호 숟가락콩빵에 이어 고산에만 두 번째 공유공간이다. 관 주도가 아닌 주민 주도의 순수 민간 공간이어서 더 의미가 크다. 수년간 고산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사이좋게 교류하던 4개 단체, 씨앗문화예술협동조합, 온누리살이 사회적협동조합, 풀뿌리교육지원센터, 고산향 협동조합이 뜻을 모아 고산초등학교 인근 동우리치상가 2층에 둥지를 틀었다. 씨앗문화예술협동조합 김주영 대표가 다른 3곳 단체들의 운영위원 등으로 참여하다 보니 함께하는 활동이 많아졌고, 어느 날 차라리 함께 있는 게 더 큰 시너지가 있겠다는 생각에 제안하면서 전격 실현이 됐다. 느슨한 연대를 통해 교류협력하던 공동체 네 곳이 공유공간으로 모임으로써 보다 다양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근에 청소년센터 고래와 고산초등학교, 고산향교 등 교육기관이 인접해 있어 마을-학교-교육공동체 간 연계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행정과 사무공간 외에 청소년들의 아지트로, 교육공간으로, 때론 네트워크 파티 장소로도 활용가능한 공간이 준비되어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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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6.06 19:29

[문화&공감 2018 시민기자가 뛴다] 순창 청년활동 - 공정여행·콘서트·라디오까지…서울청년의 순창 정착기

고추장을 빼곤 딱히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던 순창에 필자가 정착한지 2년 가까이 된다. 재미난 것을 만들어 보자는 단순 무식한 생각으로 연고도 없던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실향민 아버지 밑에서 평생을 방랑자처럼 살아가는 나에게 고향이란 개념은 희박하다. 전 세계 어디나 정 붙이고 사는 곳이 저의 터전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순창은 이미 나의 고향이 되어 가고 있다. 많은 곳을 여행 하며 경험으로 잠재되어 있던 아이디어들을 지역에 실험하고 녹여 내는 것이야말로 나의 적성이라는 것도 얼마 안가 깨달았다. △ 소담한 순창 배경으로 한 공정여행 필자는 순창에서 방랑싸롱이라는 카페를 열고 2년 째 운영 중이다. 카페를 열고 제일 먼저 해보고 싶었던 시골에서의 재즈콘서트는 고즈넉한 한옥에서 두 번이나 열었다. 많은 분들의 호응으로 가능성을 봤고, 2017년 공정여행 프로젝트 [BOVO순창]으로 확장시켰다. 여행작가의 강연과 여행자 벼룩시장, 재즈콘서트를 엮었던 2박3일의 상품은 300여명이나 참가하며 큰 반응을 이끌어 냈다. 두번째 [BOVO순창]은 전라북도 문화관광재단과 행자부 한국지역진흥재단의 지원으로 더욱 성대하게 치러 냈다. 방문객 500여명, 숙박객만 100여명 이르며 순창에 작은 소란을 만들었다. 올 가을에는 굿네이버스와 한국타이어에서 주관하는 드림위드 사업으로 조금 더 완성된 형태로 세 번째를 행사를 진행 중이다. 이번엔 다양한 군민들이 참여 하는 뮤직페스티벌을 목표로 차근차근 준비 하고 있다. 지역민들도 즐기고 소상공인들이 혜택을 받고 관광객은 건전한 소비를 함으로 주최 측은 다음번 축제를 만들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간다. △ 비영리단체 통해 청년 활동 확장 지난해엔 조금 더 다양한 활동을 위하여 비영리단체인 [BOVO문화관광연구소]를 설립하였고 지역 청년들의 발굴을 시작했다. 오는 7월 5일 전북의 각지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을 초대하여 순창의 청년들과 만나는 청년 허브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다른 지역의 청년들은 어떤 활동을 하며 살아가는지 들어보고 지역 청년들의 네트워킹도 만들어 가자는 취지다. 컨퍼런스를 위해 순창 귀농 청년들이 유기농 밥상을 준비하며 손님맞이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번 모임을 통해 장수지역인 순창에서 오히려 역 소외 받고 있는 청년들만의 문화를 만들어 갔으면 한다. 또한 BOVO문화관광연구소는 문화체육관관부가 주최하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2018년 독서문화캠프의 전라권 청소년 시행사업자로 선정됐다. 순창군립도서관과의 컨소시엄으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도서관을 제외하곤 책을 접하기 힘든 지역의 청소년들을 위하여 섬진강변에서 반짝 열리는 6개의 책방으로 작은 기적을 꿈꾸어 보려 한다. 전국의 청소년들이 참가 가능한 캠프는 7월 23일부터 25일까지, 8월 8일부터 10일까지, 두 번에 걸쳐 선착순 50명씩 모집한다. 무료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본인이 추천하는 책 1권만 가지고 오면 된다. △ 군민과 함께 하는 라디오영상 사라져 가는 것들을 기록하는 마을 미디어는 중요하다. 마을을 디지털로 기록하며 재미난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던 차에 마침 순창에서 올 초부터 마을미디어 교육을 시작했다. 순창군 마을공동체지원센터에서 주관하였고 전주 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에서 교육을 맡았다. 순창 라디오를 시작으로 신문, 방송까지의 목표를 두고 마을미디어 활동가 양성교육을 하는 것이다. 총 5주간의 교육으로 마을미디어의 이해와 라디오 녹음장비 사용법, 녹음후의 편집 프로그램 사용법등을 배우며 짧은 프로그램 제작까지 마쳤다. 교육생들이 주축이 되서 팟 캐스트를 제작하는 우리만의 라디오, 순창FM을 시작했다. 순창의, 순창에, 순창을 위한 방송을 만들기 위해 보다 많은 순창 분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지역 각계각층의 주민들과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의 인터뷰를 녹음했다. 100명도 넘는 군민들의 인터뷰를 만들었는데 이런 것이 마을 미디어의 힘이 아닌가 싶다. 그렇게 순창FM의 개국방송을 마쳤고 지금은 군민들이 성우로 열연한 드라마 라디오등 여러 편이 온라인 사이트에 게재됐다. 팟방에서 순창FM을 검색하면 된다. △ 군민 자체적으로 즐기도록 교육도 ▲ 장재영 세계여행가순창 방랑싸롱 대표 라디오를 넘어 추후 영상 콘텐츠 제작을 위하여 직접 교육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순창군귀농귀촌지원센터에서 지원하는 나만의 생업찾기 프로그램이다. BOVO문화관광연구소에서 청년영상콘텐츠제작과 마을영상 만들기 20강의 강좌를 운영하고 있는 것. 지역민과 함께 콘텐츠를 만들어 순창을 알리고 마케팅하는 것이 목표다. 작지만 재미난 문화를 만들어 가는 순창을 눈여겨 봐주길 바란다. 고추장 말고도 무언가 있다는 걸 보여줄 것이다. /장재영 세계여행가순창 방랑싸롱 대표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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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5.30 19:51

[문화&공감 2018 시민기자가 뛴다] 완주군 ‘청년키움식당’ - "우리도 식당으로 돈 벌 수 있어요"…푸른 꿈들의 '맛있는 도전'

맛있게! 건강하게! 그녀의 음식철학만큼이나 맛있고 건강한 목소리를 지닌 박수연 씨는 한창 양배추를 다듬고 있는 중이다. 초여름 연초록 나무향이 수연 씨가 운영하고 있는 식당 일면식으로 들어와 손님처럼 앉아 있다. 덩달아 앉아서 한우 육개장칼국수를 시켜놓고 있으려니, 주방 안으로 하루 장사 준비에 바쁜 수연 씨가 들여다보인다. 움직일 때마다 초록초록 싱그러운 소리가 따른다. 수돗물 흐르는 소리도 초록초록, 그릇 부딪는 소리도 초록초록. 우석대학교 외식산업조리학과 박사과정에 있는 32세의 수연 씨. 같은 학교 친구들 4명과 팀을 이루어 일면식 창업을 한 건 지난달 4월 23일이다. 겨우 보름 남짓 해온 장사지만 여느 식당 주인 못지않은 자신감이 배어 있다. 겨울부터 메뉴 개발에 힘써온 노력과 열정 때문이다. 그리고 도전이 두렵지 않은 젊음이 있어서다. 농림축산식품부 공모사업에 완주군이 선정되어 운영하게 되는 청년키움식당. 말 그대로 청년들의 꿈을 견인하는 곳이다. 외식창업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이 직접 창업 기획을 하고 매장을 운영해봄으로 해서 실전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이 따른다. 외식업설비가 갖춰진 사업장에서 자기부담금 고민 없이 역량을 키울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탐나고 매력적인 일인가. 마음껏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외식분야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한 공간인 것이다. 완주군은 그 동안 외식창업인큐베이팅 추진단을 운영해 총 10개 팀의 참가팀을 모집했다. 그 중 수연 씨 외 4명으로 구성된 일면식 팀이 첫 번째 참가팀이다. 인큐베이팅 추진단은 메뉴개발과 경영, 회계, 구매 등 외식창업에 필요한 전문가를 운영위원과 자문위원으로 위촉해 참가팀들에게 집합교육은 물론 개별 컨설팅을 진행해왔다. 그리고 지역 내 우수 로컬푸드를 활용하여 청년들의 첫 외식창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청년키움식당은 인큐베이팅 사업이에요. 10개 팀 총 38명의 청년들이 1년 간 각 기간별로 운영하도록 하고 있죠. 기간이 두 달밖에 안 되어 식당 운영을 하기에는 너무 짧다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이곳은 단순한 식당 개념은 아니에요. 자기 적성을 찾아 나갈 수 있는 곳이라고 해야 할까요? 직접 운영을 해봄으로 해서 자신이 외식업 창업에 자질이 있는가, 이 일이 생각했던 것처럼 자신과 맞는가. 자기점검이 되기도 하거든요. 인큐베이팅 추진단 차경옥 팀장은 말한다. 덕분에 수현 씨는 자금에 쪼들리지 않고 여유 있는 마음으로 식당을 운영할 수 있어 재미가 있다. 학교 수업 마치고 와서 팀원들과 돌아가면서 운영하는 식당 일이 힘들기는커녕 아주 신이 났다. 아무래도 수연 씨에게는 외식업 운영이 적성에 맞는가보다. 그래서일까. 시켜놓은 한우 육개장칼국수 면이 불었다고 다시 내오겠다며 들고나가는 수연 씨 발뒤축에서도 연신 초록초록 소리가 난다. 소심한 마음을 극복하고 용기를 낼 때, 편안함을 추구하려는 마음을 극복하고 모험을 주저하지 않을 때 나는 소리. 마음의 상태이며, 의지의 결과인 젊음의 소리이다. 자기부담금이 없기 때문에 매출 고민은 안 해도 돼요. 그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해낼 수 있을까를 우선으로 생각하게 되지요. 그러니 생각이 더욱 발전할 수밖에 없고, 더 높은 차원의 꿈을 키울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저는 나중에 일면식을 브랜드화 하고 싶거든요. 우리도 돈 벌 수 있어요. 젊은 사람이 창업을 하면 경험이 없어 미숙할 거라고 보는 것이 사회적 관례이다. 수연 씨는 창업 청년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이 더 너그러워졌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어린 나이에 창업을 하였다며 되레 실력 있게 보는 이들도 많이 생겼다. 사무실이나 관공서가 많은 주변 여건으로 인해 점심 손님이 많다더니,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 금세 왁자지껄해진 걸 보면 의심할 여지가 없다. 수연 씨는 직접 개발한 두부 까르보나라, 홍시 간장볶음면, 한우 육개장칼국수, 매콤 닭고기볶음면을 차례로 야무지게도 내어간다. 메뉴들이 모두 지역 내 로컬푸드를 활용하여 신선하고 이색적이다. 두부는 소양, 닭고기는 삼례읍, 홍시는 동상면 특산품. 어쩌면 청년키움식당을 운영하는 청년들과 함께 지역도 함께 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함께 고민하고 함께 넓어지는 것은 아닐까. 젊음이란 어떤 일정 기간을 말하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일정 기간을 살았다고 해서 늙은 것도 아닐 것이다. 이상이 없을 때, 존재의 믿음과 염원이 없을 때 생의 저 밑바닥에서부터 영혼의 주름이 생기는 것일 테다. 수연 씨의 생각에도 식당을 맡는 두 달 기간이 경험을 쌓기에는 턱없이 짧다. 하지만 이 두 달간의 경험을 토대로 장차 삼례읍에서 본격적으로 창업을 해볼 생각이다. 한 달에 한 번 메뉴를 바꾸는 먼슬리(monthly) 메뉴 도 고안하고 있는 중이다. 여름에는 배국수를 만들고, 가을과 겨울에는 또 다른 계절음식을 내놓아 찾는 손님들의 건강까지 책임지고 싶다고. 물론 재료를 순수 로컬푸드로만 활용하자니 음식의 단가가 적은 편은 아니다. 지금까지 장사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느냐는 질문에 수연 씨는 서슴없이 경험담 하나를 꺼내놓는다. 구두 형식의 셀프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일면식에, 어느 날 연세가 있는 손님이 오셔서는 글쎄, 미국 스타일 한국에서 안 먹혀. 하더란다. 음식은 맛있네. 결국 남은 국물까지 다 먹고 가더라는데,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로 한우 육개장칼국수를 먹어보니, 조미료 없이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서인지 깔끔하고 가뜬한 느낌이 든다. ▲ 김형미 전북작가회의 사무처장 팀원이나 손님을 가족같이, 뭐든 아끼지 않고 내어주어야 한다는 경영마인드가 확실한 수연 씨다. 각양각색의 손님들이 보이는 즉각적 반응을 살핌으로 해서 음식 연구를 더 깊이 해보고자 하는 의욕을 얻는다고 한다. 과연 청년키움식당을 수료하고 나면 메뉴 개선이나 마케팅 등 지원 프로그램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볼 만하다. 문화 행사 연계 시스템을 갖추어 청년들이 만든 음식과 문화가 함께 어우러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꿈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인큐베이팅 추진단은 이렇게 당차고 도전정신이 있는 청년들을 위해 창업대출 지원을 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우리는 믿는 만큼, 자기 확신에 찬만큼, 희망을 가지는 것만큼 젊을 수 있다. 의심하고, 두려워하고, 절망하면 열 살 먹은 아이도 여든 살의 얼굴이 되어 있겠지. 완주군은 청년키움식당에서 이 청년들이 움직이고 있는 한 여름에도 초록초록, 여름 너머 가을에도 겨울에도 초록초록 잎 싱그러운 소리가 날 모양이다. 젊음을 품어 안기로 했으니, 갈수록 젊어지는 건 당연한 일일 터.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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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5.23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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