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한국을 '바다의 나라'로 일으키자 - 문해남
'누가 한국을 구원할 것이냐. 한국을 바다에 서는 나라로 고쳐 만들기 그 것일 것이다. 이 정신을 고취하며, 이 사업을 실천함이야말로 가장 근본적, 또 영원성의 건국과업임을 우리는 확신하는 바이다. 경제의 보고, 교통의 중심, 문화수입의 첩경, 물자교류의 대로, 내지 국가발전의 원천, 국민훈련의 도장인 이 바다를 내어 놓고, 더 큰 기대를 어디다가 붙일 것이냐. 우린 모름지기 바다를 외워두었기 때문에 잃어버렸던 모든 것을, 바다를 붙잡음으로써 만큼 찾아가지고, 또 그것을 지켜야 한다.' 육당 최남선이 1955년에 쓴 한국해양사 서문(바다를 잃어버린 민족) 중 마지막 부분이다. 좀 길게 인용한 이유는 이 글 만큼 바다의 의미와 중요성을 가슴깊이 와 닿도록 설파한 글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육당은 이 글에서 우리 역사에 있어서 가장 비통한 일은 우리가 반도국민, 임해국민임에도 불구하고 바다를 잊어버린 것이라고 했다. 바다를 잊음으로써 웅대한 기상이 없어 졌고, 가난해 졌으며, 문약에 빠져버렸다고 주장한다. 육당의 이글은 몇 해 전인가 어느 월간지에서 한국의 명문 100선에 들기도 하였다.인류의 4대 문명은 강 유역에서 시작을 했지만 그 이후에는 해양세력이 세계문명을 꽃 피우게 했고 경제발전을 주도했다. 에게해의 해양문명은 그리스, 로마를 거쳐 베네치아,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그리고 미국으로 발전해 갔다. 그리고 이들이 바다를 장악했을 때 이들은 세계문명을 주름잡았다. 이 같은 해양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학자들은 앞으로도 국가 해양력이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이며 국부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앨빈 토플러는 해양개발을 정보통신, 우주개발, 생명공학과 더불어 제3의 물결을 주도할 4대 핵심산업이라고 전망했고, 폴 케네디는 20세기와 21세기를 3M의 시대로 정의하고 20세기는 선교사(Missionary), 군사(Military), 상선(Merchant)의 시대였다면, 21세기의 3M은 다국적 자본(Multi-national capital), 매스미디어(Mass media), 해양(Marines)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 해양강국들은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국가 해양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웃 일본은 '21세기 일본 해양정책'을 2002년에 만들었고 금년에 해양기본법을 제정하고 총리가 본부장을 맡는 종합해양정책본부를 만들었다. 중국도 금년 초에 해양기본법을 제정하고 해양업무를 통합관리할 기구를 만들기로 했다. 미국은 2004년에 해양청사진을 수립했으며 영국은 내년을 목표로 해양관리기본법 제정과 종합해양관리기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우리나라는 1996년에 해양수산부를 만들어 종합 해양행정기구를 만드는데 앞장섰다. 그리고 그 효과도 기대 이상으로 거두었다. 그러나 아직도 뿌리가 내렸다고는 볼 수 없다. 국민들은 아직도 해양수산부를 수산의 일부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해양은 국민들 생활에 밀접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이 해양행정기구를 앞다투어 만들고 있는 것은, 지금같은 기능중심의 정부조직으로는 해양산업이 사각지대에 놓여 치열한 경쟁에서 낙오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누가 한국을 구원할 것인가. 한국을 바다의 나라로 일으키는 자가 그 일 것이다./문해남(해수부 해운물류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