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기업인을 위한 변명
공자에게 제자가 물었다. 사람들이 뱀은 피하면서 똑같은 뱀장어는 잡으려고 합니다. 공자가 대답했다. 뱀은 사람에게 해가 되지만, 뱀장어는 이익을 주기 때문이다.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행위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공자는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군주가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신의, 경제, 군사력을 들고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군사력, 또 하나는 경제,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것이 신의라고 하였다. 공자에 의하면 군주와 백성의 신뢰가 없이는 경제도, 군사력도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혹은 가계), 국가와 더불어 경제의 세 주체 중 하나며,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동원하고 분배하는 기구이다. 따라서 기업은 법적으로 사람과 같이 인격을 부여받아 법인이 되며, 동일한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 법률적으로 기업의 행위를 규정하는 상법은 개인의 행위를 규정하는 민법보다 우선한다. 기업은 인간을 고용하고, 자본을 모집하며, 생산물을 판매하여 시장을 확대한다. 때로는 기업의 신용도가 국가의 신용도보다 높으며, 세계적인 기업의 매출액은 한나라의 국민 총생산보다 많은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삼성그룹의 총 매출액은 국민총생산의 20%를 차지하며, 삼성전자는 이익만도 20조원을 넘어, 3조원 시대를 연다는 전라북도 예산의 7배에 달한다. 이렇게 기업의 영향력이 막강해지자 혜택을 주고라도 기업을 유치하여, 고용을 창출하고 주민소득을 높이자고 모두가 이야기한다. 기업인은 자신의 이익이나 위하여 일하는 파렴치한에서 주민을 살리는 구세주로 변했다. 자본주의의 가장 큰 병폐인 자본의 물신화가 기업의 물신화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보물 상자가 아니며, 기업인은 조물주가 아니다. 기업인은 시대가 필요로 하는 수요를 예측하고, 그에 상응하는 자본과 자원을 동원할 줄 알며, 이를 적기에 정확하게 공급하는 창조적인 사람일 뿐이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실수와 실패가 반복되며, 위기와 갈등이 고조될 때 이를 조절하고 극복하는 합리성과 인내심이 요구된다. 공자의 비유를 원용하면 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세 가지는 시장으로부터의 신뢰, 이익률, 기술력이다. 기업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사람과 자본을 모으고, 이를 창조적으로 활용하여 이익을 내서, 이를 임금과 이윤과 세금의 형태로 사회에 환원하는 기구이다. 이 과정은 투명해야하며, 그 과정이 합리적이고 과학적일 때, 시장은 그 기업을 신뢰하고 기업의 가치는 올라가는 것이다. 이를 총체적으로 지휘하는 것이 기업인이다. 기업이 늘어나고 창조적인 기업인이 많아지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행복을 당연히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만은 잊지 말자. /이진일(한백종합건설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