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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꿈'이다 깨고 싶지 않은

2015년 어느 봄날 토요일, 아들과 남편과 친정언니와 함께 전주천변에 자리 잡은 국립무형유산원 공연장에서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무형유산센터가 주최한 아시아명인들의 공연과 전시를 보고 나오니 입구에 '아시아아트빌리지'가 활짝 열려있다. 베트남 부스에 들어서자마자 언니는 열대과일 뷔페와 라우 까우(과일묵) 패키지 시식대로, 아들과 남편은 손과 발로 차는 다까우(전통제기)와 네이삽(전통 대나무 줄넘기) 놀이체험장으로 달려간다. 나는 태국부스로 건너와 코코넛 신발도 신어보고 결혼이주여성이 파는 어깨에 메는 색채와 문양이 신선한 작은 천 가방을 만지작거리다 결국 지갑을 열었다. 다 함께 몽골 전통가옥 게르에서 유학생들이 준비한 '서툰 이야기와 그림이 있는 전통노래공연'을 보는데 아들이 속삭인다. "엄마 하우스콘서트다!" 아들은 어느새 몽골유학생 청년과 터우마갈(솟대) 앞에서 서로 그림을 그려가며 무슨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사진을 찍는다.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중국 존에서 시부모님 드릴 오인월병을 사고, 티베트부스에서 오늘을 기념할 오색양말 하나씩을 사들고 '아시아아트빌리지'를 나와 남천교를 지나 한옥마을에 들어서니 길거리 아트마켓에 지역예술가들이 내어놓은 한지스카프가 눈에 띈다. 방금 산 태국 천 가방이랑 너무 잘 어울릴 것 같다. 집에 돌아와 거울 앞에서 오늘 쇼핑한 한지스카프를 두르고 태국 가방을 메고 티베트 양말까지 신고 보니 아시아 세 나라의 천연재료와 색깔과 문양이 맞춘 것처럼 조화롭다. 남편은 국립무형유산원 전시장에서 보았던 공예품 팸플릿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일본 대나무소쿠리를 응용한 수납용품 '만들기 궁리'에 빠진 것 같고, 아들은 낮에 만난 몽골유학생과 이모티콘으로 대화하며 킥킥거린다. 다양한 아시아가 내 몸에서, 우리 집에서 노래하는 것 같다. 물론 이건 꿈이다.같은 날, 같은 시간,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의 하루는 어땠을까? 그녀는 오늘도 아침 일찍 집을 나선다. 베트남에서 도착한 모자재료들을 준비해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 아시아아트빌리지에 방문객들이 정말 많이 온다. 2011년 봄, 경기전 앞에서 열렸던 아시아태평양무형유산축제 '아태빌리지'에 처음 참가할 때만 해도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 다니던 문화의집에서 부탁해서 베트남 모자 만들기 체험프로그램의 자원봉사자 정도로 참여했었는데 2012년~2013년에 걸쳐 전문예술가에게 그림그리기 지도를 받고 모자에 그림을 그려 넣기 시작하면서 나도 예술가가 된 듯하다. 물론 지난 3년여 시간이 쉬웠던 것은 아니지만 여러 사람들이 기꺼이 힘을 모아서인지 매번 고비를 잘 넘겼다. 손님들도 2011년에는 베트남 모자를 이국적인 체험상품정도로 알고 값싸게 사갔다면 지금은 예술작품 대접을 해준다. 베트남에 있는 친구들과 부모님께 넉넉하지는 않지만 모자 재료값으로 얼마라도 부칠 수 있어서 좋고, 주말만 팔아도 용돈은 되고, 무엇보다 한국에서 인연을 맺은 가족들이 은근히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아서 신이난다. 다른 지역에 사는 베트남 친구들이 너무 부러워해서 미안할 정도다. 걱정이 있다면 베트남 모자에 한국에서 좋아하게 된 풀꽃 등을 그리게 되면서 점점 국적이 없는 공예품이 되어가고, 그림공부하면서 한국말이 많이 늘어서 "진짜 베트남 사람이에요?"라고 묻는 손님들이 가끔 있다는 것이다. 이것도 큰일이긴 한데 지금은 이 꿈에서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 2011년 정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 고장 외국인주민 2만3천여 명 중 92.9%가 아시아에서 태어났고, 결혼이주여성 중 98%가 아시아 각국에서 우리 고장으로 살러왔다. 아, 아시아! 한국을 포함한 '다양한 아시아'가 날마다 노래하게 할 수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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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4.24 23:02

지역혁신과 혁신 클러스터

성경 말씀에 "해아래 새것이 없다"는 말이 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뜻으로 세상사는 끊임없이 변하는 것으로 그 변화에 잘 응전하여야함을 의미하는 말 일 것이다. 토인비박사도 "역사란 도전과 응전의 반복"이라고 말하였다. 변화하는 것과 변화하지 않음의 끊임없는 싸움에서 역사는 항상 변화의 방향으로 진행되었다는 것이 진리라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우리는 혁신이란 말로 자주 대체 하여 사용하여 왔던 것이다. 혁신은 바로 "변화"에 대한 외적 조건을 통해 진전해 가는 것으로 점진적인 진보가 아니라 급진적인 진보를 의미하며 개인, 국가, 산업, 지역, 기술 등의 다양한 차원에서의 전개 되어 질 수 있으며 이러한 변화와 혁신을 통해 사회 발전을 이루어 왔음을 역사가 입증하고 있다. 지역 혁신시스템은 지역 내 다양한 주체들의 네트워킹을 통해 지역 경쟁력을 높이고 地域 富를 증대 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러한 지역혁신시스템은 개별 지역의 환경에서 비전 제시자, 지식 연결팀, 산업 가치 사슬망(Value Chain)의 기업군들, 지원기관 등으로 이루어진 주체들이, 다른 요소 보다 산업을 중심으로 네트워킹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산업을 중심으로 한 주체들의 네트워킹이 되어질 때, 비로소 암묵지식(tacit Knowledge)이 결절됨 없이 왕성해지고 유용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이러한 산업중심의 지역 혁신시스템의 사례는 다양하다. 실리콘 밸리나 시스타(스웨덴), 울루(필란드), 쉐필드(영국)등도 이러한 산업중심의 지역혁신시스템의 성공 사례들이다. 이러한 산업중심사례의 핵심에는 산업 클러스터(Cluster)가 존재한다. 즉, 선진 산업군을 중심으로 다양한 에이전트들이 집적화(clustering) 되어 지역혁신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지역에서 선진 클러스터를 모방하는 정책을 수행하고 있으나 중요한 요소가 결여되어 있다. 하나는 시간적인 요소이며, 또 하나는 지역 고유의 특성이다. 즉 하나의 클러스터가 정착되는데 최소한 20~30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우리의 정책은 매우 조급하여 지역에 착근도 되기 전에 새로운 정책에 휘둘려 유야무야 되는 현상을 보여왔다. 우리지역은 어떤가? 전통문화의 고장이자 곡창지대이며 비교적 교통의 원활한 요충지로 외부 접근성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으로의 전환이 매우 늦어 산업사회의 주역이 될 수 없었으며, 지금도 여전히 신산업에 대한 수용성이 많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비교우위에 있는 일부의 기계부품산업이나 농식품 산업도 우리가 전국을 선도해 가거나 혁신해 가는 것도 아닌 산업혁신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지역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지역혁신을 위한 클러스터 논의를 활발하게 재점화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도시형 클러스터는 그 지역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인 요소와 지역 전통산업과 연계되어 첨단산업으로 발전해 가기에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철강단지가 쇄락한 뒤에 다시 지역의 문화적 끈기와 만나면서 첨단 문화산업으로 꽃 피워진 영국 쉐필드(Sheffield)처럼, 우리지역도 IT/SW산업을 기반으로 하여 CT산업과 융합할 수 있는 클러스터 전략으로 지역 혁신을 이루어 갈 수 있길 희망해보며, 이를 위해 전통문화도시 조성사업을 중심으로 문화콘텐츠 지원기관과 관련 연구기능 등의 지역혁신 주체(Agents)들이 클러스터링 되어 하나의 서식지를 형성하여 생태계로서 작동 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며, 이러한 산학연 주체들의 긴밀한 네트워킹 활동으로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져 지식잉여(spill over)가 나타날 때 전통과 첨단이 공존하는 지역부가 창출되어 질 것이며, 지역 경쟁력을 확보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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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4.17 23:02

'꿈의 오케스트라'

"우리는 이곳에서 음악을 통한 성공의 길을 배우지 않았습니다. 엘 시스테마는 우리에게 삶을 대하는 태도를 가르쳐 줬어요". LA 필하모닉 최연소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의 말이다.마약과 범죄의 땅, 베네수엘라의 역사를 바꿔놓은 음악의 기적! <엘 시스테마>- FESNOJIY전국아동청소년오케스트라 시스템을 위한 정부 재단.총 인구의 80% 정도가 극빈계층인 1970년대 베네수엘라. 경제학자이자 아마추어 음악가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는 오케스트라를 통해 어린이, 청소년들이 가난을 극복하고 성장하고 희망을 이뤄가기를 바랬다. 꿈을 실행한 것을 1975년. 수도 카라카스의 빈민가 차고에서 빈민층 청소년 11명을 모아 앙상블 그룹을 설립했다. 그리고 '엘 시스테마'라고 이름 붙였다. 이들은 총 대신 악기를 손에 들고 난생 처음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엘 시스테마(El Sistema)'라는 단어는 스페인어로 시스템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엘 시스테마는 종전의 음악교육과는 달리 사회적 변화를 추구한다. 마약과 폭력, 총기 사고 등 각종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베네수엘라 빈민가의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침으로써 범죄를 예방할 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비전과 꿈을 제시하고, 협동, 이해, 질서, 소속감, 책임감 등의 가치를 심어주고자 한 것이다.'기적의 오케스트라'로 불리는 이 이야기는 2004년 다큐멘터리 영화 <연주하고 싸워라> 2008년 <엘 시스테마> 등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는 2010년에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와 제천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으며, 적은 개봉관 수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베네수엘라의 이 실험적인 음악교육 프로그램은 엄청난 반응과 효과를 불러왔다. 특히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LA필하모닉 지휘자로 임명된 '구스타보 두다멜'과 베를린필하모닉에 최연소 연주자로 입단한 '에디슨 루이즈'의 사례 덕분이기도 했다. 빈곤을 이겨낸 그들의 음악적 성취에 많은 사람들이 환호하게 되었던 것이다.35년이 지난 현재 베네수엘라를 넘어 남미 전역은 물론 세계 각국의 사회 개혁 프로그램으로 확산되었다. 현재 미국, 영국, 한국 등 30여개가 넘는 나라에서 엘 시스테마의 영향을 받은 오케스트라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문화체육관광부(꿈의 오케스트라), 교육과학기술부(학생 오케스트라),보건복지부(아동정서발달서비스)에서 오케스트라(악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특히 문화체육관광부의 '꿈의 오케스트라' 사업은 2010년부터 전국 8개 문화재단에서 주관하고 있다. '꿈의 오케스트라' 비전과 목표는 '모두를 위한 꿈의 오케스트라'이며 아동청소년의 다면적 성장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준비하는 아동청소년 오케스트라 사업이 목표이다. 개인적 발전과 사회적 발전을 통합적으로 추구하는 국가 차원의 문화적 투자 사업인 동시에, 지역의 문화 자원이 오케스트라 운영의 구조를 형성하는 지역 문화적 네트워크 사업인 것이다. 오케스트라 교육의 목표는 뛰어난 연주자 양성이 아니라, 아동청소년의 다면적 성장과 사족, 지역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는데 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예술'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오케스트라' '꿈의 오케스트라'가 지향하는 최고의 목표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오케스트라처럼 하모니를 이루며 살아갈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본다. ※ 익산문화재단 '꿈의 오케스트라' 사업은 2010년부터 3년째 진행되고 있다. 면접을 통하여 선발된 70여명의 아이들이 7일, 오리엔테이션을 갖고 오케스트라 교육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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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4.10 23:02

'1000원 목욕탕'과 무주 예찬(禮讚)

작고한 건축가 정기용씨를 다룬 영화 '말하는 건축가'를 보면 목욕탕 이야기가 나온다. 2000년에 행정자치부 시범사업에 선정돼 면(面) 주민자치센터를 짓게 된 무주군이 모든 설계 권한을 그에게 넘겨준 이야기다. 그는 주민을 찾아다니며 주민자치센터에 어떤 시설이 있으면 좋을 지 물었다. 뜻밖의 답이 나왔다. 목욕탕이었다. 가까운 목욕탕이 없어 1년에 몇 차례 버스를 대절해 대전까지 목욕탕을 간다는 말을 들은 그는 설계도에 목욕탕을 집어넣었다. 이렇게 해서 행정기관 최초이자 지금도 다른 곳에서 찾기 힘든, 면민(面民)의 자랑 '1000원 목욕탕'이 태어났다. 안성면 주민자치센터 목욕탕을 찾았을 때는 홀수 날로 남자목욕 날이었다(짝수 날은 여탕홀수 날은 남탕). 입장료부터 기가 막혔다. 노인이 1000원, 일반인이 1500원이었다. 싼 게 비지떡? 아니었다. 규모는 168.3㎡(인원 32명 수용)이지만, 없는 게 없는, 한마디로 시내의 동네 목욕탕과 똑같았다. 화려한 찜질방, 한증막이 대세인 요즘, 얼마나 이용할까 우려했지만, 이 역시 기우였다. 지난해(12월 19일 기준)에 면 인구 4833명의 3.6배인 1만7616명이 이용했다. 하루에 72.6명 꼴이었다. 노인 인구(1461명)만 놓고 보면 이용자가 7.4배(1만786명)에 달했다. 노인에게 필요한 건강 행위로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정기적 목욕을 안성면 노인들이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전북에는 320개의 목욕탕이 있다. 이 중 211개는 동(洞)에, 38개는 읍(邑)에 있다. 면에 있는 것은 71개다. 숫자로만 따지면 적지 않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심각하다. 145개 면에서 목욕탕(한증막, 찜질방, 호텔콘도사우나, 골프장목욕탕 포함)이 있는 곳은 45개 면뿐이다. 100개 면, 26만6075명(2010)이 목욕탕이 없는 지역에 살고 있다는 얘기다. 젊은이야 차를 타고 쌩하니 읍내로 가면 되지만, 고령인 노인은 누구의 도움이 없으면 힘들다. 더구나 목욕요금 5000원에 차비까지 더하면 만만찮은 액수다. 기름 값 때문에 집에서 목욕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러하니 지역주민이 '1000원 목욕탕'(무주 무풍부남설천안성면, 순창 동계면)을 자랑스러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문제가 없진 않다. 많은 지역에서 1000원 목욕탕을 벤치마킹 왔다가도 1년 적자가 3000~4000만원이라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돌아가더란다. 지열, 태양열시스템을 써봤지만 효율이 10% 정도고, 연일 치솟는 기름 값으로 적자폭은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복지예산이 아니고 일반운영비로 충당하니 공무원이 보기에는 말도 안 되는 일일 수 있다. 차라리 '목욕바우처'를 시행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주가 더 자랑스럽다. 무주가 다른 군보다 예산이 많은 것도 아니다. 매년 상당한 적자를 내면서도 10년 가까이 1000원 목욕탕을 운영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무주군의 결단으로 무주 노인들은 전국 최고 수준의 노인복지를 누리고 있다. 단돈 1000원으로 펄펄 끓는 탕에서 한국 목욕 문화의 참 맛을 느끼고, 개운한 기분으로 옆에 있는 보건소에서 무료진료를 받는 것, 다른 면에 거주하는 노인들도 '당연히' 누리고 싶은, 그리고 누려야 할 복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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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4.03 23:02

도무지 '그녀들'을 따라할 수가 없다

집들이 선물로 받은 보라색 꽃이 핀 양난이 얼었다. 어제 낮에 봄비 맞으라고 밖에 내다 놓고 밤에 들여 놓지 않은 탓이다. 지난 밤, 우리 부부는 꽃샘추위에 감기 들까봐 한 겨울처럼 보일러 온도를 높여놓고 따뜻하게 잠들어 놓고 화초는 까맣게 잊었다. 언제쯤 생명이 끙끙 앓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우리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막둥이가 의욕을 잃었다. 5월말까지만 일하겠다고 말한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는 보지만 내심 6월에 또 사람을 찾아야 하는 내 답답한 사정이 앞선다. 20대 청년의 그늘진 얼굴은 오늘따라 더 작게 보인다. 도대체 언제쯤 상대방이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사정까지 읽을 수 있을까? 이제 내가 도저히 따라할 수 없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해보자. 첫째, 그녀들은 말이 곱다. 내가 늦잠이라도 자고 있는 날에는 들어서면서 "어제 손님들이 늦게까지 괴롭혔나보네. 어서 더 자"라고 말한다. 어쩌다 옷까지 차려입고 준비를 마친 아침이면 "아이고 부지런하기도 해라. 돈 많이 벌겠네!"라고 말한다. 매번 나의 약점을 알아서 먼저 막아주고, 듣고 싶은 말을 꼭 넘치지 않을 정도로 정확히 '절도' 있게 내뱉는다.둘째, 그녀들은 핑계가 없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주 3일 동안 우리 공간 실내, 실외의 크고 작은 관리를 책임지는 것이 그녀들의 임무다. 아침부터 하루 5시간을 꼬박 일하고 점심 한술 뜨고 커피한잔 타서 마시고 사탕 하나 입에 물고 총총히 사라진다. 1분이라도 늦게 오거나, 정해진 시간 안에 일을 못 끝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셋째, 그녀들에겐 일과 사람과 공간이 하나다. 말을 꺼낸 적이 없는데 어느새 보면 누구라도 밟고 넘어 질까봐 앞마당의 자갈을 쓸어 담고 있고, 또 휘어진 호미로 뒷마당을 갈고 있다. 다가가 말을 걸면 그때서야 "곡괭이가 하나 있으면 좋겠네!"하고 웃을 뿐이다. 또 올 때마다 시래기, 장아찌, 김부각 등 반찬을 해 오고 반찬통을 냉장고에 넣으며 이렇게 말한다. "잡사봐. 어제 새로 했는데 맛은 없어" 게다가 호떡, 누룽지, 고구마 등등 간식거리도 싸온다. 그리고 또 똑같은 말을 한다. "여즉 아침을 안 먹었을 텐데 얼마나 배고파. 어서 잡사봐!" 내가 그녀들과 함께 일한지는 이제 한 달밖에 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12일 되었다. 문화판 근처에서 20여년을 일하면서 이토록 맘에 쏙 드는 '완벽한 동료'를 만난 적이 없다. 그녀들의 학력, 경력은 모른다. 그러나 그녀들의 나이는 안다. 내가 '큰엄마'라고 부르는 그녀는 올해로 78살, '작은 엄마'라고 부르는 그녀는 69살이다. 지난 2달간 10여명의 4050대 아주머니들과 2030대 젊은이 들을 만났지만 장기적으로 일하는 것은 모두 거절당하고 더 이상 적임자 찾는 것을 포기할 즈음에 그녀들을 만났다. 10여명에게 거절당한 이유는 당연하다. 보수는 적고, 업무범위는 유동적이고, 고용조건은 안정적이지도 않고, 미래는 불투명하다. 그런데 이 모든 사정을 그녀들은 뛰어 넘었다. "남 돈 받기가 어디 쉽가니!"라는 말 한마디로. 그녀들의 관용과 배려에 감사하면서 날마다 부끄럽다. 더 많은 '그녀들'이 문화판에 '정당한 대가를 받는 동료'로 들어 올 수 있도록 길을 만드는 일로 보답을 하고 싶다. 이파리까지 하얗게 얼어버린 화초를 보며, 온갖 아르바이트에 지쳐 부스스한 얼굴로 나타난 막둥이에게 "어제도 푹 못 잤구나?"라고 매번 똑같은 말밖에 못하는 나를 보며 생각한다. 어서 빨리 나이를 먹고 싶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내 나이 여든을 바라보는 때에 모든 살아있는 것들과 그대로 조화로운 '그녀들'을 꼭 닮고 싶다. 아 그러나 아직은, 감히 '그녀들'을 따라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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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3.27 23:02

지역경쟁력의 원천, 산학협력을 위해

변화와 혁신이 지속되는 글로벌 경영환경에서 지역의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이 생존하고 성장하기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것 같다. 급격한 기술변화에 따라 오랫동안 공들여 연구개발한 제품이 사장되기도 하고 설령 출시하더라도 시장에서 요구하는 제품과 다른 꼴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우량기업들도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여 급격하게 쇠퇴해 간 경우로 GM, 코닥, 소니가 대표적으로 이들은 한때 자기분야에서 산업표준을 만든 경쟁자 없는 독보적인 존재이었음에도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변화와 혁신에 쉽게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도 이러한 경영환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요즘의 변혁이 예측되기 어렵고 급진전 될 뿐만 아니라 기술력, 자금력, 마케팅 능력 등을 동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에 더욱 그런 것이다. 이러한 경영환경의 Mega Trend는 융합, 변화, 적응력이라고 할 수 있으며 개방된 문화와 다양성에 의해 강화되고 새로움을 창조해 가면서 생존력을 확보해 가는 것으로 이러한 추세를 선도하는 대표적인 기업들이 구글과 애플을 비롯한 요즘에 새롭게 뜨고 있는 지식기반 기업들인 것이다. 그럼 우리지역의 벤처 중소기업은 이러한 글로벌 대변혁의 시대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 수 있을까? 그 한방법이 산학협력을 통한 부족한 부분의 보완과 창조적 역량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미래예측이 쉽지 않은 급변하는 환경에서 필요자원을 스스로 갖추는 것은 불가능한 것으로 폭넓은 협력 자원망을 통해 이를 확보하고 이를 잘 활용하는 전략이 우선 일 것이다. 이를 통해 새로움을 창조하거나 기존의 틀을 변화시키며 시장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 이를위해 실질적인 산학협력을 통한 협업형태를 광폭망으로 갖추어 스피드에 대처해 간다면 스피드시대에 적응하는 역량을 갖추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지역의 산학협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의 경험에서 온 상호 불신만 커 보인다. 상호 보완적인 역량과 지역내 가능자원을 서로 활용하는 시스템 미비와 불신이 그 이유이기도 하지만 서로간에 궁극적인 목표에 집착하는 경향이 크기에 발생하는 것이다. 즉 대학은 인력양성과 교육을 우선으로 하는 협력을 지향하기에 기업의 협력 목적과 큰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이럴 경우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협력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본질적인 보완과 변화에 대처하기위한 자원 활용이 아닌 지엽적인 문제나 정부 사업 공모를 위한 필요로서만 서로가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사례들을 극복하고자 교과부는 대학에 산학협력단을 중심으로 기술이전사업과 자체 사업화 사업을 비롯하여 지역기업과 실질적인 협력사업을 추진하도록 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 간격은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우리지역의 기업 경쟁력은 자원 부족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기에 우수한 자원이 몰려있는 대학과의 효과적인 협력이 최선의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대학이 기업에 다가가는 노력을 기업 지향적으로 하였으면 한다. 대학의 문화로 쉽지않은 부분이 있지만 지역산업 경쟁력이 지역대학의 발전이라는 공생의 정신으로 기업보다는 대학이 조금더 변화하는 길이 성공의 길이라는 필자는 생각한다. 동시에 지자체도 이러한 협력 구조를 장려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지원을 강화해 지역의 부족한 자원을 공동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 할 때 지역기업의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한편 산학 협력의 성공적인 모델이라고 하는 MIT 미디어 LAB이 세계최고의 산학협력 모델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지역정부와 대학, 기업이 실질적인 프로젝트를 할 수 있도록 오랜기간 정성을 다한 결과였음을 인식하면서 산학협력에 대한 확신과 신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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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3.20 23:02

10조와 5천원의 아비튀스

상위 1% 상류층의 남녀는 맞선에서 이런 대화를 한다.'어느 유치원을 나왔나?''어느 레스토랑을 즐겨 다니나?'단 2가지 질문이면, 계속 앉아 있을 것인가 그만 일어날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단다.진정한 로얄 패밀리는 이 대화를 통해 걸러지고, 부자(富者)에도 부류가 나뉜다는 것이다. 이미 유치원에서부터 부류가 나뉘고, 단골 레스토랑으로 품격을 짐작할 수 있다는 거다. 그들에게 있어 진정한 부란 문화적 품격도 갖춰야 한다고 그들은 믿고 있다. 유머로 넘기기에는 씁쓸한 구석이 있다.인간은 누구나 평등하다. 그래서 다가오는 4월 총선에서 대기업 회장도 한 표, 가난한 촌부도 한 표의 권리를 갖는다. 그러나 문화는 결코 똑같은 1장을 허용하지 않는다. 클래식 공연을 보며 행복에 젖어드는 이가 있는 반면 다른 누군가는 졸음부터 쏟아진다. 브랜드 커피숍만 찾아다니는 이가 있는 반면 자판기 인스턴트 커피 한 잔으로도 행복한 이들이 있다. 사실 '문화'만큼 계급적인 것은 없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1930~2002)는 '산업화와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문화계급이 더욱 뚜렷해졌다'고 주장한다. 그가 주장하는 '아비튀스(Habitus)' 개념은 개인의 문화적인 취향과 소비의 근간이 되는 성향을 말한다. 우리는 흔히 자신의 문화적 취향을 은근히 과대평가하는 착각을 한다. 하지만 객관적 잣대로 보면 나의 문화적 취향은 사실 내가 속한 계급의 문화적 취향일 뿐이다. 부르디외 식으로 말하자면 타고난 것이 아니라 후천적 아비투스가 행동으로 나타난 것 뿐이라는 것이다. 이건희 삼성회장의 자산이 10조를 넘는다는 기사를 봤다. 그리고 그 옆에는 전국의 칼국수 평균 가격이 5천원을 넘어섰다는 기사가 나란히 실렸다. 10조와 5천원. '부익부 빈익빈'가 극명하다.자산이 10조인 사람과 점심 한 끼로 5천원짜리 칼국수를 사먹는 사람의 문화적 취향은 분명 다를 것이다. 이 둘 사이의 아비튀스는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부자라고 모두가 고급문화를 가진 것은 아니다. 또 돈이 없다고 저급문화에 중심에 있다고 단언할 수 없다. 경제적 계급만으로 고급 문화와 저급 문화가 나뉜다는 오류는 범하지 말자. '10조'라는 돈이 어느 정도 많은지 짐작도 안되는 평범한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더 많기 때문이다. '10조와 5천원' 차이문화 권력, 문화 취향의 기준이 아닌 세상 잠시 꿈꿔본다.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 1930~2002) 프랑스의 사회학자. 저서- 알제리 사회학, 재생산, 구별짓기, 호모 아카데미쿠스, 텔레비전에 대하여, 경제학의 구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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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3.13 23:02

"아빠, 미술관은 왜 이렇게 멀어?"

며칠 전부터 아빠랑 도립미술관 가고 싶다던 딸(6살)을 데리고 모악산으로 향하는 길, 딸이 묻는다. "아빠, 미술관은 왜 이렇게 멀어?" 들뜬 마음에 빨리 가고 싶었나보다. "미술관이 집에서 가까우면 좋을 텐데, 미술관은 왜 멀리 있어?"라고 또 묻는다. "음." 생각해보지만 딱히 할 말이 없다. "그러니까 가까우면 좋을 텐데." 그냥 딸의 말을 되풀이한다. 딸과 함께 하는 즐거운 길이지만, 멀다고 느낀 건 나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꼽는 문화예술 향유의 첫 번째 걸림돌은 '시간없음'이다(한국문화관광연구원(2010) 조사, 시간없음 40.1%, 비용부담 27.4%, 정보부족 10.9%). '월화수목금금금'으로 불리는 직장인 생활, 딸아들 손에 끌려 영화관미술관에나 가야 예술을 즐길 수 있다. 밤늦게 일을 끝내고 색소폰이라도 배우고 싶지만 문을 여는 곳이 없다. 영화라도 볼까하고 극장에 가면 대부분 짝끼리 오기 때문에 혼자는 쑥스럽다. 일본 가나자와시의 '시민예술촌'은 24시간 문을 연다는데 우리나라 공공문화시설은 밤 10시만 돼도 문을 닫는다.개방시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접근성이다. 한 연구기관(2012)의 조사결과, 직장이나 집에서 문화시설(공연장, 미술관, 박물관, 영화관)까지 걸리는 시간이 전국 평균 46.3분이었다. 거리와 방문횟수의 상관관계도 분석했는데, 문화시설까지 걸리는 시간이 1분 늘어날 때마다 문화시설을 찾는 횟수가 0.123회가 줄어들었다. 만약 도립미술관을 모악산 밑이 아니라 시내에 지었다면 지금처럼 주로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이 찾는 공간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솔직히 문화소외층인 어린이, 노인, 직장인, 빈곤층이 찾기에는 너무 멀다. 예전에는 문화시설 '수'가 중요했다. 그리고 크고 화려한 시설을 좋아했다. 그래서 땅값이 싼 외곽지역에 멋진 문화시설들이 들어섰다. 그런데 짓고 보니 활용도가 문제였다. 예술행사가 열리기보다 놀리는 날이 더 많았다. 밖으로 빠지다보니 접근성이 떨어져 찾는 발길도 적었다. 문화시설 수보다 '활용률'에 주목하면서 소규모 '생활밀착형' 문화시설을 조성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라북도가 '작은 도서관' 및 '작은 영화관'에 힘을 쏟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정부는 2015년까지 체육시설 접근거리를 830m, 2025년에는 700m 이내로 줄여 '걸어서 10분 이내'에 생활체육을 즐길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고 계획하고 있다. 문화시설의 접근성과 관련해 이러한 체계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 문화복지를 강조하는 전라북도가 시급하게 추진해야할 정책이다. 특히 읍면지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읍면지역주민과 농임어업 종사자가 문화시설까지 걸리는 시간은 전국 평균보다 1.4배(65.78분), 1.8배(85.49분) 더 길기 때문이다. 농촌에 산다고 문화를 즐길 권리가 차별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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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3.06 23:02

당신은 누구인가요?

새벽강 은자언니에게 묻는다. "언니 나 식당하고 싶은데 컨설팅 좀 해주라""왜 식당을 하려고 하는데?""음, 배고픈 사람들 밥해 먹이고 싶어서, 따뜻하게.""푼수!"그랬다. 난 마흔네 살이나 먹은 푼수였다. '누구 밑에서 월급 받으며 눈치 보고 살기도 싫고, 장사해서 돈도 벌고 싶고, 여유 생기면 사람들에게 인심 쓰며 살고 싶다. 복 받으려고.'라는 말을 꿀꺽 삼키며 '난 이렇게 아량이 넓은 사람이다'라고 자랑 질을 한 것이다. 바로 작년까지도 난 이렇게 철이 없었다. '재주 많으면 굶어죽는다'는 말을 무슨 주홍글씨처럼 가슴에 달고 굶을까봐 전전긍긍하던 한심한 때도 있었다. 바꾸어 말하면 '재주가 많다'고 걱정한 것이다. 아주 지대로 웃기는 인사다. 참으로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기도 어렵고 남들 앞에서 표현하기는 더 어렵다. 실존하는 '나'와 기대하는 '나', 다른 사람이 인식하는 '나' 사이의 허영, 합리화, 위로 따위에 갇혀서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하기 일쑤다. 이렇게 한심한 나한테까지 사람들은 가끔 묻는다. 'OOO는 어떤 사람이야?', 'OOO가 이 일을 맡으면 잘할 수 있을까?' 문화판의 조직과 단체, 새로운 프로젝트의 책임자를 뽑는 인선의 계절이 돌아왔나 보다. 그때마다 나의 대답은 '글쎄'이다. 왜냐하면 모르기 때문이다. 나와 똑같이 그 사람도 '현재와 미래의 자기 자신', '다른 사람이 보는 자기 자신' 사이에서 헤매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북 문화판에 사람이 없다'라는 이야기를 가끔 듣는다. 정확히 말하면 '맘에 쏙 드는'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시장' 즉, 밥그릇이 커지고 다양해졌다는 이야기 일 수도 있다. 더불어 '예전보다 괜찮은' 일자리 또는 일거리를 찾는 사람들도 그 만큼 늘었다. '맘에 쏙 드는'과 '예전보다 괜찮은' 사이가 좁혀지지 않으면 '문화판은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는 소리를 더 오래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기회를 찾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아, 당신은 자기 자신을 구별해서 설명할 수 있나요? 현재의 당신은 얼마만큼 왔는지, 미래의 당신은 얼마만큼 가고 싶고 갈 수 있는지, 다른 사람들은 당신에게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고, 어떤 우려를 하고 있는지 등등을 말이죠. 혹시 캐스팅 권한을 쥔 사람들이 쓸데없는 기대를 했다가 실망하지 않도록 자기 자신을 잘 설명할 수 있나요?' 사족을 달자면 언변이 아무리 뛰어나고 말을 많이 한다 해도 한번 실천한 것만 못하고, 문화판에서 만큼은 '아는 것'과 '경험한 것'은 엄연히 다르다고 힘주어 주장한다. 그래서 나는 누구인가하면, 나는 지금 식당을 하지 않는다. 현재의 나는 여전히 누구 밑에 있고 월급도 시원찮게 받고 있지만 작년에 '식당하고 싶다'고 말만 하던 거에 비하면 한 가지는 보완해서 실천하고 있다. 부엌을 편리하고, 흥미롭고, 예쁘게 만들고 있다. 언제라도, 누가 오더라도 따뜻하고 맛있는 밥을 해 먹을 수도 있고 해 줄 수도 있도록. 조금은 아쉽고 부족해도 '꾸준히 계속할 수 있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믿으며 하나라도 실천하고 있는 중이다. 2012년 2월의 나는 이렇게 살고 있다. 그러나 2020년의 나는 아직 모른다. 더군다나 다른 사람이 보는 나는 더욱 모른다. 모르는 것이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욕먹을 일도 아니다. 당신의 건승을 기원한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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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2.28 23:02

게임산업의 이해

말썽꾸러기 게임이 핵심 문화산업으로 우리곁에 성큼 다가서 있다. 게임이 산업으로 태동하기 전에는 단순한 놀이로 우리 곁에 있었으나 이제 우리의 게임은 대표적인 문화상품이 되었으며 온라인 게임 분야에선 세계시장을 선도해 가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게임산업이 우리경제의 성장동력 산업이라고 믿고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선정하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최근엔 이런 게임이 학교폭력의 온상인양 언론과 정부의 몰매를 맞고 있어 게임산업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기관의 책임자로서 무척이나 허탈하고 아쉬움이 크다. 심지어 대통령까지 게임산업의 공해를 역설하는 극적인 반전이 이루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몇년전 대통령께서 닌텐도 같은 게임기를 왜 만들지 못하냐고 아쉬움을 표방하던 때와는 완전 다른 모습이니 어찌 당황스럽지 않겠는가 ? 현재의 이러한 양상들로 인해 게임산업을 보는 시각이 부정적인 상황으로 변해간다면 이제 막 글로벌 상품으로 발돋움 하려는 우리의 게임산업에겐 커다란 타격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근본적으로 게임은 놀이의 도구이고 여가의 방편이었다, 또한 함께 놀면서 서로 공감을 형성할 수 있는 문화 도구였는데 산업화가 되면서 가끔은 그 본래의 놀이 문화에서 한참을 더 나간 도박과 폭력성이 난무하는 상품으로 나타나기도 했는데 이는 게임 원래의 본질은 아닌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게임이 아닌 다른 어느 분야에도 있을 수 있지만 게임은 유난히 청소년 문화에 깊게 정착되었기에 그러한 문제도 더욱 부각되고 있는 것이고 또 그렇기에 다른 무엇보다 정화의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러한 정화 방법은 현재의 제도와 규제 속에서도 충분한 장치가 있건만 그 작동은 제대로 안되고 있으며 너무나도 단편적이고 중복적인 규제와 비판이 모든 부처에서 갑자기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지식산업이고 효자 수출산업이라고 청와대에서 까지 포상하고 격려하던 때가 엊그제인데 말이다. 그렇다고 게임의 중독성이나 폭력성에 의한 사회문제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게임을 대하는 정도의 차이로 이를 조절하거나 통제하지 못하는 정부의 시스템과 각 개인의 문제가 더 크다고 여겨진다. 그렇기에 이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도 산업화의 노력 이상으로 필요할 것이다. 과거 한때 만화가 지금의 게임과 같은 사회 문제가 있었던 현상도 지금의 상황과 닮아 있는데 누가 지금 만화를 비판 하는가? 우리사회가 갖고 있는 청소년 문제의 근본적인 성찰과 대안이 필요하지 게임을 잘 규제하고 억제하면 청소년 문제가 해결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게임은 이미 요즘 젊은이들이 여가시간에 가장 많이 즐기는 문화 Item이며 이미 그들의 문화코드가 되었으며 그들이 가장 일하고 싶어 하는 기업도 게임 기업인 것이다. 우리의 게임이 비록 온라인에서는 세계를 선도하지만 중국 일본을 비롯한 후발 주자들이 맹렬히 따라오고 있으며 그곳에선 우리와 같은 범부처적인 중복 규제 현상이 없다. 하물며 지금은 또다시 게임 산업 환경이 모바일, 스마트 환경으로 격동하고 있으며 놀이 도구를 넘어 교육, 치료, 훈련 등 사회 각 분야에서 활용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선도하기위한 각국의 경쟁이 본격화 되고 있는 이때에 침소봉대의 분위기에 게임 산업 종사자를 움츠려 들게 한다면 이제 막 태동기를 지나 본격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상품으로 태어나고 있는 싹을 잘라 버리는 꼴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문화콘텐츠산업 수출 비중 55%가 게임이라는 사실에서도 더욱 파이를 키우려는 노력에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며 동시에 문제점 해결은 매가 아닌 이성적인 대안을 찾아야 하며, 그 하나가 성공한 게임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게임 문화 재단 등이 앞장 서 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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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2.21 23:02

호남선 100년, 큰 잔치판을 벌이다

'칙칙~ 폭폭~' '아니에요. 토마스와 친구들이에요' 40대 이모는 '칙칙 폭폭~'이라 하고, 5살 조카는 '토마스와 친구들'이 더 친숙하다.군대를 다녀온 남성에게는 '이별의 플랫폼'이 먼저 기억될 지도 모르겠다.열차(Train).사람마다 열차에 대한 기억의 파편이 조금씩 다르지만 열차를 기억하는 저마다의 방식이 있다. 하얀 연기를 길게 내뿜으며, '칙칙폭폭' 소리는 내며 꼬리가 긴. 필자가 추억하는 열차이다.어느 유명 작곡가는 '고향역'을 작곡하고, 수학여행, 고향 가는 길 등 중요한 개인사에는 늘 열차가 있었다.한국 철도는 1899년 9월 18일. 노량진~제물포 간 철도가 최초로 개통되면서 시작되었다.천지를 진동시키며 기적을 울리던 증기기관차는 사라지고, 이제는 고속철도가 서울~부산 간을 2시간대에 운행한다. 그리고 2014년 호남선 고속철도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향을 가기 위한 차편, 특별한 이와의 여행을 위한 낭만 여행, 경제 발전을 위한 운송 수단 등 한국 철도의 역사는 우리 인생의 동반자이자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든든한 바탕이 되었다. 이렇듯 열차는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국민들의 발이자 귀향길의 동반자였습니다. 필자가 열차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다.올해가 바로 호남선 개통 100년을 맞는 해이기 때문이다.우리는 100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다. 100이라는 숫자가 주는 완전함과 1세기에 대한 동경이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게 한다. 그래서 101년보다는 100년에 더욱 힘을 주게 된다. 호남선 100년의 역사 속에 전북에서는 특히 익산역을 빼놓을 수 없다. 호남선과 전라선, 장항선이 지나는 철도 교통의 요충지인 익산역. 호남선의 개통과 함께 이리역사가 준공되고, 대전 ~이리간 호남선이 개통되고, 이리~군산선이 개통된 1912년 3월 6일을 익산역 개통 기념일로 정하고 있다. 익산은 철도와 함께 형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일제시대 수탈을 위한 운송지역으로 이리역(驛)이 발전했고, 1977년 '이리역 폭발사고' 등 익산은 역(驛)을 중심으로 한 역사가 있다. 이렇듯 익산역 개통 100년의 역사에는 시대적 아픔과 독특한 문화가 있다. 지금은 2014년 KTX 호남선 개통을 앞두고, 최신 신역사 건립이 한창이다.익산역 개통 100년을 맞아 익산시가 다양한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단순한 기념식이 아닌 시민 모두가 즐기고 축하할 수 있는 풍성한 문화행사로 마련된다. '과거 100년, 미래 100년' 호남선 개통 100년이 주는 벅찬 감동을 문화행사로 지역민과 함께 하는 큰잔치판이 벌어지겠다. KTX 환승역으로 익산역을 이용하신 분들은 시간마다 흘러나오는 '고향역' 노래를 들어보셨을 것이다. 학창시절 통학 기차를 타고 익산을 오가던 추억을 떠올리며 작곡했다는 '고향역(이종수 작곡, 나훈아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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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2.14 23:02

나의 삶의 질, '지금 당장'

소득수준과 행복지수의 결별점이 있다. 국민소득이 오르면 행복지수도 같이 오른다. 헐벗고 굶주려서는 행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민소득이 15,000~16,000달러가 되면 소득수준과 행복지수의 비례관계가 사라진다. 소득이 기본욕구를 충족하는 수준에 이르면 돈을 많이 번다고 반드시 더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것이 '이스털린의 역설'이다. 미국 일반사회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은 행복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첫째, 가족관계, 둘째, 재정상태, 셋째, 보람 있는 활동, 넷째, 공동체와 친구, 다섯째, 건강, 여섯째, 개인의 자유, 일곱째, 개인의 가치를 꼽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행복의 원천은 '건강', '가족관계' 순이다(2006년 한국갤럽조사). 국민소득이 20,000달러를 넘어선 우리나라도 소득과 행복이 따로 작동하는 '삶의 질 시대'로 접어든 셈이다. 핵심도정을 삶의 질로 잡은 전라북도의 전략은 '슬로시티를 통한 농촌활력화', '문화복지와 체육복지를 통한 행복감 증대'다(사회복지는 삶의 질의 기본 전제로 상정돼 있다). 그런데 막상 도정방향을 바꾸었지만 무슨 일을 할지 막막했다. 손에 익은 성장 패러다임에서 행복패러다임으로 전환하려니 당연했다. "여전히 빈곤층이 많은데 경제성장 없이 어떻게 삶의 질을 보장하겠다는 것인가?", "문화체육복지는 기존 문화체육정책과 어떻게 다른가?", "슬로시티가 왜 삶의 질인가?", "대체 무슨 일을 하겠다는 것인가?" 연구진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개념을 잡고, 방향을 수립하고, 사업을 구상해야 했다. "삶의 질을 연구하는 사람의 삶의 질이 제일 안 좋다", "슬로시티를 연구하는 박사의 업무 속도가 가장 패스트(fast)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공을 들였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국내외 사례를 찾아보고, 설문조사도 해보고, 기존 사업을 다 뜯어보며 재구성해도 어째 성에 차지 않았다. 철저하게 '주관적' 행복감인 삶의 질을 '보편적' 정책에 담아야한다는 점이 연구자로서 풀기 어려운 숙제였다.그러다 문득 내 자신을 돌아봤다. 선도적 정책을 생산하고 이러한 정책이 실행돼 성과를 거둘 때 연구자로서 이보다 더한 행복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는 행복한가? 가족(나에겐 6살 된 딸이 있다), 친구관계, 건강(수영을 꾸준히 했지만 최근 1년 간 단 한 번도 수영장을 가보지 못했다), 문화향유(연구 때문에 영화관에 가고, 공연장에 간다) 등 나의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은 충족되고 있는가? 내 삶의 질은? 읍면동 단위로 문화공간을 만들고, 걸어서 10분 이내에 체육시설을 배치해도 내가 이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연구를 위해 영화를 보고 공연을 보면 아무 감흥이 없다. '어떻게 하면 전라북도에 적용할까?' 관람 내내 머리만 굴린다. 문화적 빈곤은 아무리 외부에서 강제해도 해결될 수 없다. 반대로 턱없이 부족해도 문화적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다. 내 삶의 질을 높이고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롸잇 나우', 지금 당장 실천이 중요하다.그러면 너부터 그렇게 하라고? 그럴 생각이다. 삶의 질을 연구하고 문화복지 정책을 구상하는 연구자로서 자신의 삶의 질조차 향상시키지 못하는 것은 지극이 이율배반적이다. 그래서 필자도 '롸잇 나우', 나만의 삶의 질을 위한 행동에 나서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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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2.07 23:02

밥상축제

밥은 지어먹는 밥, 사 먹는 밥, 얻어먹는 밥 등이 있다. 명색이 '일하는 여성'이란 자부심으로 살아 온 나는 시어머니, 시누이, 친정언니로부터 얻어먹는 밥과 사먹는 밥을 위주로 하고 지어먹는 밥은 대충 때우며 살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양가 부모님은 물론 자식, 남편에게도 내가 지어서 밥상 한번 근사하게 차려준 기억이 없다. '남 돈 받고 일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는 말을 무슨 신념처럼 가슴에 새기며 스스로 당당하기까지 했다. 때문에 늘 내게 특별한 밥상을 준비한다는 것은 '이름난 새로운 식당'을 찾는 것이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밥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하룻밤 가족을 돌보고 등 '살림'하는 것이 직업이 되었다. 그리고 '일'로 '밥'을 짓는다. 참으로 신기한 것이 '내 집안일'로는 손이 안 가던 똑같은 일들이 '월급 나오는 회사일'이 되니 하게 되더라는 것이다. 그리고 비로소 보게 되었다. 지어먹는 밥의 풍성한 축제를. 일단 모든 밥상을 차리기 위해선 처음에 기획이 필요하다. 왜 밥상을 차리는가(기획의도), 누구를 위한 밥상인가(대상), 몇 명이나 되는가(규모), 어떤 메뉴를 올릴 것인가(프로그램), 언제어디서 준비하고 먹을 것인가(일시와 장소). 기획이 끝나고 나면 다음엔 운영이다. 참가자들에게 언제 어디서 무엇을 먹게 될 것인지 연락하고 참가를 확답 받고(섭외), 예산범위 내에서 참가자의 기호를 고려하여 식재료를 구입하고, 정해진 시간 안에 음식을 준비한다. 시간이 부족하면 일손을 구하기도 한다. 친구나 언니, 이웃 등 자원봉사자 일 수 도 있고 임시 전문인력(도우미)을 청할 수도 있다. 드디어 시간이 되면 밥상축제가 시작된다. 약속된 사람들이 자리에 앉고, 밥상이 차려진다. 밥을 푸고, 국과 찌개를 나르고, 식사를 하며 음식과 음식을 준비한 사람에 대한 칭찬과 평가와 오간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밥상 앞에서는 칭찬할 말을 찾으려 애쓴다. 싱거울 경우에만 소금을 찾는 경우가 더러 있을 뿐이다. 초대받은 사람들이 밥상에서 물러나면 주인은 안도하며 축제 뒷정리, 즉 설거지를 시작한다. 이것도 매우 중요하다. 잘 마무리를 해야 다음 밥상을 차릴 때 손이 덜 간다. 자, 여기까지가 한 번의 밥상축제다. 이 축제의 특징은 매일 매일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는 참가자 규모가 작던 크던 간에 하루에 두 세 번씩 평생 열릴 확률이 매우 높다. 또한 이 축제의 기획과 구성과 연출과 운영책임자는 매번 똑 같은 '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밥상축제에 초대되는 사람은 그 '한 사람'이 가장 사랑하는 가족, 친지, 동료, 친구들일 것이다. 그들이 가장 자주 이 축제의 참가자이자 평가자인 것이다. 결국 그 '한 사람'이 매일 매일을 차질 없이 '상설로 밥을 지어 상을 차린다.'는 것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온전히 살리는 일(살림)'이 틀림없다. 앞으로 나 같은 따위가 '일하는 여성'과 '살림하는 여성'이라 편 가르는 일이 있더라도 잊지 않길 부탁한다. 당신은 TV에 나오는 그 어떤 성공한 여성보다 가치 있는 '밥상축제의 평생 총감독이자 연출가'라는 것을. 추신 : 문화마주보기 첫 번째 글을 15년째 밥상한번 못 차려 드린 막내며느리가, 존경하는 시어머니에게 바친다.△이근영 실장은 전주세계소리축제 공연기획팀장과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마케팅분야 전문관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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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1.31 23:02

일자리 창출, 획기적인 큰 판 필요

또 하나의 새해를 맞이하였다. 새해는 기운차게 승천 할 수 있다고 믿고 싶은 흑룡의해이라서인지 큰 기대를 갖는 것 같다. 하지만 올해의 경제상황도 일자리 창출이란 절박한 고민에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 같다.이미 30여년전 부터 제레미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이라는 책에서 기존의 일자리들이 줄어들거나 사라지고 새로운 개념의 일자리가 등장 할 것을 예견하였으며 세상은 실제로 그렇게 변해 가고 있건만 우리는 이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그럴 여력조차 없었던 건 아니었을까? 우리는 이미 글로벌 무한경쟁에 직면해 있고 변화의 속도 또한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산업 패러다임은 소프트, 콘텐츠산업을 비롯한 창조지식산업과 기후변화 및 에너지산업, 건강산업 등이 부상 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고민과 준비는 거의 전무 할 뿐만 아니라 지금처럼 대기업과 일부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는 성장구조가 고착 된다면 일자리 창출이라는 시대적 사명은 더욱 요원 할 것 같다. 이에 필자는 오랫동안 창업지원분야 종사자로서 대략 두가지 정도의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첫째는 지금과 같이 몇 개 부처가 상징적인 수준에서 지원하는 창업지원사업이 아니라 획기적이고 혁명적인 규모의 사업이 필요하고 또한 일관성있고 지속적인 사업 수행이 필요한 것이다. 정부는 올해 이 분야에 5,000억을 지원 한다고 한다. 진정 일자리 창출과 청년창업을 제1과제로 생각한다면 현재의 20조,30조 국책사업 중 이 분야에 2조 3조만 투자하여도 그 효과는 상상 이상으로 나타날 것이다. 아울러 지속적인 사업 추진이 중요한데 전문기관을 비롯하여 추진 주체가 수시로 변해왔고 사업 방식의 변화도 심해, 과거와의 단절로 인해 투자 대비 효과도 적었을 뿐만 아니라 관련 인프라마저 산재되어 시너지 효과가 쉽지 않은 구조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바라건데 이러한 사업이 정말 절실하다면 획기적 규모이어야하며 장기적인 사업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될 때야 비로서 진정한 창업생태계가 조성되고 착근 될 수 있을 것이다.둘째로 도전과 모험을 권장 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많은 청년들이 공무원과 교사를 선호하는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라면 도전과 모험을 수반하는 창업을 어떻게 권장하고 관련 정책사업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수행 할 수 있겠는가? 이런 사업의 효과는 사회 분위기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IMF이후 벤처 정책에서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땐 사회가 벤처의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였고 각종 제도가 이를 지탱해 줬으며 사회적 관심 또한 지대하여 시작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었다. 넥슨, NC-SOFT, NHN, 네오위즈, 다음 등 신흥 벤처재벌 모두가 그때 시작한 기업들 이었다. 물론 그때도 많은 부작용과 사회 문제가 있었지만 그 때가 아니었으면 지금의 젊은 벤처 기업들은 존재나 할 수 었었을까?얼마전 지역의 한 대학 교수께서 한 말이 귓가를 맴돈다 "우리지역 학생들은 타 지역에 비해 창업에 대한 관심이 매우 적다" 지역의 미래가 밝기위해선 청년창업이 많아야하고 그중에서도 기술창업이 많아야한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 숙고하여야할 문제인 것 같다.그럼에도 지금 우리앞는 탄소산업단지 조성이라는 일자리창출의 천재일우 기회 앞에서 기로에 서있는 상황이 아쉬움을 넘어 허무해 지는 느낌이 든다. 하루빨리 좋은 소식이 들려와 우리도 남들처럼 큰 판을 펼쳐보았으면 한다. 시골 동네 산업구조를 벗어날 뿐만 아니라 이들의 성공을 기반으로 하여 새롭게 도약하여야하고 새롭게 등장하는 분야와 청년산업, 지식산업 등, 산업사회에선 뒤졌어도 이 분야에선 우리가 기필고 선도자가 되어 일자리를 펑펑 만들어 봤으면 한다.△박광진 원장은 한국 S/W진흥원 사업지원부장과 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1,2,3대 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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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1.17 23:02

나는 아마추어다

나는 아마추어(amateur)이다. 클라리넷을 취미로 몇 년째 배우고 있다. 음악 전공자도 아니고, 실력도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클라리넷을 통해 문화예술을 경험하고 삶의 활력으로 삼고 있다. 최근 선진국은 생활문화예술에 주목하고 있다. '문화의 세기' 21세기에는 문화예술은 더 이상 사치의 행위가 아니다. 생활의 일부이자, 삶의 질을 높이는 척도이다. 선진국의 사례를 들어보자. 영국의 아마추어 예술 활동 보고서 'Our Creative : the voluntary and amateur arts in England'를 보면, 영국의 자발적인 예술 활동과 아마추어 예술 활동은 영국의 모든 예술 활동의 1/5을 차지하고 있다.(590만명의 회원과 49,140개의 단체가 활동. 2008년 기준)스웨덴의 '크로쿠스 프로젝트'는 직장 내의 문화 활동이 근로자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이다. 선진국일수록 생활문화예술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최근 대한민국의 문화예술 정책의 흐름 또한, 전문 작가 중심의 문화예술정책에서 아마추어라고 불리는 자생적인 문화예술동호회의 활동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것은 단순 문화 소비자에서 적극적인 문화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의 비율이 점차로 늘어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생활문화, 생활예술이라는 단어가 문화 향유라는 단어를 대체해가고 있는 것이다.아마추어 예술 활동에 참여하는 시민들은 친목도모를 위해서, 예술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 예술 활동의 성과를 자랑하기 위하여, 예술을 통해서 사회에 기여하기 위하여 다양한 커뮤니티에 참여하게 된다.올해 전라북도가 지역문화공동체(문화동호회) 활성화 사업을 추진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총3억9천만원이 투입되고, 지역문화공동체(문화동호회) 활성화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문화예술동호회 지원 사업은 '익산문화재단'이 도내에서 처음으로 시행했다. 지난 2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산재해 있는 동호회를 네트워크 할 것. 둘째, 자발적,자생적인 문화동호회의 특성을 훼손하지 말 것. 셋째, 문예진흥지원금 형식이 아닌 간접 지원 방식으로 진행해야 할 것. 끝으로 시혜적, 자선적 문화 복지를 넘어 다양하고 폭넓은 융통성을 발취할 것.아마추어 예술 활동은 전문 예술가로부터 일방적으로 전달받는 방식에서 벗어나 수용자인 시민의 주도로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적극적인 수용자의 참여는 예술가와 시민, 시민과 시민간의 다양한 관계형성으로 이어지고, 아마추어 예술 활동은 자연스럽게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형성된다. "몇 푼의 지원금으로 사업을 쉽게 하려하지 말라" "사업을 위한 사업은 안 된다"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기를 바란다.아마추어는 아마추어일 때 가장 아름답다. △김진아 실장은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석사를 거쳐 KBS 전주방송총국 작가, CBS 전북방송 PD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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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1.10 23:02

보편적 문화복지, 실천이 중요하다

주중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주말에도 밤낮없이 일만 하던 지인(知人)이 있었다. 그에게 휴식이란 우리나라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잠, 아니면 술이었다. 그러던 그가 마흔을 넘기면서 달라졌다. 건강을 생각하며 시작한 수영이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어느 날은 필자에게 "색소폰을 배우고 싶다"며 어디에서 배울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이 아닌가. '월화수목금금금'으로 통하는 한국남성의 전형을 보여줬던 그의 일상에 생활체육과 문화예술이 깃들기 시작한 것이다. 혹자는 "생활이 넉넉해지니 색소폰을 배우려는 것이지 당장 배고픈데 무슨 예술이냐"며 반문할 수도 있다. 예술은 여전히 "있는 사람"의 선택적 욕구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색소폰을 배우려는 지인의 살림살이가 나아진 것일까? 필자가 보기에 "올해가 제일 힘들어. 작년은 아무 것도 아니야"라는 말을 반복하는 것으로 봐서 별반 달라진 게 없다. 두둑한 주머니에서 색소폰을 배우려는 욕구가 생겨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로위(Lowy)라는 학자는 문화적 욕구를 인간의 이차적 욕구로 규정한다. 하비(Harvey)라는 학자 역시 인간의 사회적 욕구에 의식주, 의료, 교육 이외에 레크리에이션을 포함시킨다. 이처럼 사회변화에 따른 욕구의 다양화와 삶의 질 추구로 인해 선택적 욕구였던 문화욕구가 필수적 욕구로 등장하고 있다. 색소폰을 배우려는 예술향유 욕구는 경제교육수준과 상관없는 현대인의 당연한 욕구이자 권리가 된 것이다. 전라북도는 '문화복지' 강화를 2012년 주요사업으로 수립했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복지와 달리 문화복지는 중산층 이하까지 포함한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보편적 복지'로 통한다. 문화복지는 단순히 생활 속 예술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전북도민 모두가 색소폰연주자, 행위예술가, 서예가, 드러머, 기타리스트, 발레리나발레리노, 연극인, 성악가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민주주의', 바로 그것이다.출발은 나쁘지 않다. 지나치리만치 양적성장에 집착했던 기존방식을 벗어나려 노력했다는 점만으로도 반가운 일이다. 문화예산도 497여억 원(문화재, 문화관광일반 제외)으로 작년보다 25.48%가 늘었다. 이 중에서 문화복지 예산은 15.6%(도서관사업 제외)다. 사업도 체계구축, 활동지원, 공간제공, 향유확대 등 다양하다. 특히 문화코디네이터 양성지원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시범사업으로 선정될 정도로 괜찮은 사업도 적지 않다. 문제는 실천이다. 문화코디네이터는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시군 공무원, 또는 예술단체의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 문화동호회 지원 및 활성화 사업 역시 전담 조직을 꾸리지 않으면 기존사업에서 별반 달라질 것이 없다. 부족한 공간 및 강사에 대한 지원, 문화동호회 참여 및 활동을 배가시키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문화예술의 거리 역시 '예술' 없는 거리가 되지 않도록 프로그램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나중은 '미약'해져버리는 일들이 많았다. 이번에도 그러하지 않을 거라 장담할 수 없다. 그렇다고 "말만 무성할 게 뻔하다"며 지레 포기할 필요는 없다. 올해 문화복지 정책이 미약한 것은 분명하지만, 문화계가 주체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앞으로 창대해질 수 있는 가능성은 열어놨기 때문이다. △ 장세길 부연구위원은 전북문화저널에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2010년에 전북대학교에서 문화인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재)전북발전연구원 문화관광팀에서 문화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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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1.03 23:02

겨울방학

'내일이면 방학이다! 오늘은 대통령을 뒤로 모셔두고 국민교육헌장을 외우는 순서대로 집으로 간다!' 풍남초등학교 4학년6반 김순재 담임선생님 말씀이다. 시작되는 겨울방학, 남부시장을 끼고 전라북도 전역에 발이 되어주는 배차장에서 김제, 정읍, 부안, 고창 이름표를 왼쪽 가슴에 단 완행버스를 올라탄다. 쑥고개 넘어 금천을 지나 김제군 금구면 금구리 449번지 할머니 집으로 장기투숙차 떠난다. 충청도 조치원이 고향인데 이곳으로 시집와 말투가 서울식이라 모두 서울할머니라 부른다. 자그마한 체구에 강단이 분명해서 무섭기 조차한 우리할머니, 사시는 곁으로는 가족으로 이어진 세분의 할머니가 걸어서 5분 안에 모여 산다. 추운날이 다가도록 걷혀지지 않는 이불동굴이 있는 곳, 샘을 가운데 두고 옆집에 사는 담배 잘태우시는 가운데집 할머니는 입체적4D를 갖춘 스토리텔러다. 깊은 밤 남산 꼬깔봉을 넘어오는 촛불하나가 있는데 집 앞 팽나무 밑까지 내려오더라. 가까이 가서보니 호랑이 꼬리에 초가 말려있어, 담배하나주면 안잡아먹지, 싸리재 저수지 언덕 옆에 무덤가에 저 외눈박이 물새가 우는 사연 등.다음은 앞집에 살아서 앞집할머니라 불리는 키가 크신 할머니다. 치마를 오른쪽으로 감아올려서 허리띠를 질끈 동여 멘다. 저고리 소매 걷어부쳐 장고채 꼬나들면 소여물 속 콩대도, 아궁이 부지깽이도, 지난여름 장마 때 처마 끝에 비 받아 뒷간재로 광나게 닦아낸 찬장 속 놋수저도 나와서 춤을 춘다. 앞집할머니, 그 시절 서울 워커힐에서 공연문의가 왔을 정도다. 그 다음 학다리 건너 살아 다리건너할머니다. 남쪽으로 방향을 하고 높은 곳에 자리한 집이다. 하늘색이 칠해진 격자창이 길게 쳐있는데 키발을 딛으면 바깥풍경이 72미리 삼남극장 시네마스코프 영화 속 한 장면이다. 로마 시가지를 내려다보는 네로처럼 온 동네가 한눈에 들어온다. 창을 사이에 두고 따뜻한 방과 매서운 바깥바람은 밤새 얼마나 싸웠는지 포화 속 얼음 궁처럼 성에로 피워 놨다. ET의 손가락이 되어 창에 찍으면 금새 녹아내리는 물방울은 창틀에 돋보기로 변신해 잠시 머물다 스며 사라진다. 그 방에는 당숙의 서재가 있다. 보물섬에서 생고생하는 걸리버, 거꾸리와 장다리 아빠 김성환씨, 고바우영감 동생 코주부 아저씨, 장발장 삼촌을 둔 소공녀, 틴틴의 사부 홍길동, 석가모니 친구 손오공 등 해마다 찾아올 때까지 그들은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유년의 겨울방학은 서울할머니 집을 베이스캠프로 하고 세분 할머니 집을 오가며 여물어갔다. 함석으로 달아맨 채양 처마 끝, 지난 여름방학 잠자리채 둘러메고 왕거미 집을 찾던 자리에는 고드름이 길이 재며 걸려있다. 포근한 날씨에 똑똑 덜어지는 소리에 발맞춰가며 할머니 따라 장에 가는 날! 박하사탕에 튀밥도 튀고, 바늘 사러간 만물상 벽에 기대있는 하얀 광목에 미국국기 바탕을 두고 손에 손잡는 짙은 청색마크가 선명히 찍힌 밀가루 푸대가 돋보인다. 겨울밤 우주전쟁을 치루는 화로를 웃묵에 두고 대청마루 콩나물시루 물 내리는 소리에 때맞춰 서생원 오줌 싸는 긴 겨울밤에 손주는 샤갈의 눈내리는 마을의 주인공이 되어 꿈길 위를 날아다닌다.이제 타임머신은 밤낮길이가 없어진 동지날과, 캐롤이 사라진 크리스마스를 사이에 두고 완산소방서 신호등 사거리에 멈춰선다. 옆에 서있는 노란색 학원차 몸통에 이렇게 써있다. '자물쇠학원'이라고. 그 학원 건너편에 빠삐용 학원을 차리면 어떨까? 처마 없는 육면체, 꽃 없는 시멘트 덩어리 속에서 꿀 찾아 붕붕거리며 들랑거리는 일벌처럼 살아가는 우리의 아들딸의 겨울방학은 어디쯤에 왔을까? 자물쇠학원에 갇혀있을까? 미국사람 밥해먹고 사는 집에 가서 살다보니 김치 맛을 잊었을까?만리장성 중국어학원에 진시황되어 자고 있진 않을까? 스티브잡스 일기장에 찍힌 날씨를 보고 한국의 계절을 읽을까?나는 오늘도 할머니와 같이 지내온 그해 겨울방학 속으로 들어갈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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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12.27 23:02

초심(初心)과 역설적 이야기

사람들은 시작할 때의 마음을 쉽게 잊어버리곤 한다. 개인이나 조직이나 방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견제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서 하다못해 친목모임에서도 감사라는 직분이 마련되어 있다. 감시자는 귀찮고 대하기 껄끄럽다. 하지만 조직이나 기관에 감사기구라는 견제장치가 없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초심을 지키기 위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면 방만하고 부패해져 와해되기 쉽상이다. 시냇가에서 잡은 송사리를 수조에 담아두고 다음날 일어나 보니 물고기는 모두 떠올라 죽어 있었다. 환경이 갑작스레 변한 탓에 물고기는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것이다. 어느 날 물고기를 잡는 어구에 송사리는 간 데가 없고 그들의 천적 쏘가리가 세 마리 들어 있었다. 다음에 잡힌 송사리들은 천적과 함께 수조에 넣어 두었다. 다음날 놀랍게도 죽어서 떠오른 송사리는 한 마리도 없었다. 송사리는 천적을 피해 다니느라 쉴 새 없이 헤엄쳤을 것이다. 반대로 스트레스가 송사리를 살린 것이다.개구리 무리가 의기투합하여 더 나은 서식지를 찾아 이동 중에 두 마리가 깊은 웅덩이에 빠지게 되었다. 개구리들은 위험에 처한 동료개구리를 바라보며 손짓을 하며 외쳤다. 자신의 갈 길을 계속 가야 했던 일행은 동료의 위험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으나 어차피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이니 고생하지 말고 편하게 죽음을 택하라고 소리쳤다. 한 마리는 자포자기하고 스스로 더 깊은 곳으로 자신을 던져 죽고 말았다. 그러나 다른 한 마리는 포기하지 않고 처절한 노력을 기울여 웅덩이를 탈출하였다. 그리고 동료개구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듣지 못하는 개구리였다. 동료들의 몸짓을 응원으로 알았던 것이다. 그 개구리는 역경을 이기고 생존하여 더 강한 개구리가 되었다.전자의 이야기는 한 친척의 경험담이며 후자는 필자의 아들이 들려준 학교의 시험문제 지문을 살짝 각색한 것이다. 적절한 스트레스는 변화를 이겨낼 원동력이 되기도 하며 역경 앞에서 장단점이 전도되기도 한다. 개인이나 단체 또는 기관이나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발전의 힘이 될 수도 있으며 장점에 자만하면 파멸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또한 초심을 벗어날 때 선의와 악의의 경계가 모호해지기도 하며 그때 선의는 피해를 불러온다. 의사는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없애 나가는 직업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의사의 사명은 병자를 돕는 것이고 세상의 병자가 사라지면 의사는 필요 없는 존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의 초심은 병자 없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다. 하루를 보내고 났을 때 피로와 함께 무력감이 몰려오면 일을 멈추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하고 쉽게 생각하려는 나태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 이때 스스로를 다잡게 하는 것이 바로 초심이다.어린 시절 산골 마을은 하늘과 구름, 나무와 새, 개울물과 물고기 모두 참으로 신기한 것 투성이였다. 그 시절 소나기 떨어지는 저수지에 빗방울이 원을 그리며 퍼지고 또 다른 빗방울의 둥근 무늬를 만나고 소멸되는 장면은 필자의 마음 속 배경화면이 되었다. 그때 필자는 하나의 빗방울이 되었다. 그리고 작은 원이 되어 세상 속으로 퍼지며 다른 빗방울의 무늬를 만나 서로를 스치고 삶의 굴곡을 만들어가고 있다. 확장은 소멸되어가는 현상이다. 소멸되어가는 필자에게 초심은 동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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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12.20 23:02

꼬꼬면 드셔 보셨수?

해마다 12월이 되면 각종 미디어 매체에서 그해의 이슈를 모아서 영향력과 중요도를 가늠해 보곤 한다. 어느 해인가는 아버지가 우리집안의 10대 뉴스를 만들어 연초에 온가족들이 모인자리에서 발표 적이 있었다. 그때는 그저 재미삼아서 웃고 넘겼었는데 해가 갈수록 연말이면 스스로 한 해 동안 무슨 일 들이 일어났으며 그 중요도가 얼마만큼 파장을 미쳤나 생각해보게 된다. 기억은 아주 한시적이고 인상적인 것에 머무르기 때문에 간략하게라도 기록으로 간단히 남겨두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올해의 10대 뉴스를 간추려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최근에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표한 2011년 소비 트렌드를 가늠해 볼 수 있는 10대 히트 상품을 보면서 그 10개중에 내가 실제로 소비하고 있거나 공감이 되는 부분을 꼽아보기도 하고, 내 마음을 확 끌어당기지 않는 것들은 무엇 때문일까 생각도 해보았다. 꼬꼬면, 카카오톡, 갤럭시 S2는 내게도 새로운 경험이고 특히 카톡은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것도 무료로 동영상파일까지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최고인 것 같다. 일일이 등재하지 않아도 내게 등록되어 있는 전화번호는 알아서 자동으로 친구목록에 올려주는 섬세하게 진화되는 IT기술이 우리들의 생각과 느낌을 어느 선까지 확장시킬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포스트 PC시대에 접어들었고, 영화 속의 사이버 세계가 곧 현실로 나타날 날도 머지않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그 외에 스티브 잡스, 나는 가수다, K-POP, 연금복권, 도가니,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통큰 반값 PB상품들이 올해의 히트상품들 목록이다. 뻔한 제품속성과 형식의 고정관념을 탈피하여 통념을 깨는 새로움을 주거나, 세계가 인정한 한국의 대표상품들을 통해서 신뢰와 자부심을 심어주거나, 경제적 부담을 경감시켜주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점을 선정이유로 들고 있다.그중 연금복권은 40대 이상 연령층에서 71 % 정도 소비한다고 한다. 고물가 시대에 아이들은 한창 뒷바라지를 해야 할 때인데다 은퇴이후의 삶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된 중장년층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일확천금을 노려서 한몫에 타는 것이 아니라 매월 연금처럼 타서 쓸 수 있다는 것이 아주 매력적이다. 실제로 노후에 대한 대비보다는 당장 눈앞의 자녀교육비 지출이 더 급한 시기에 복권에 당첨되어 노후걱정을 날려버릴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것은 없을 것이다. K-POP은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최근에 일본에 가서 일본대학의 한국어학과 교수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면접 때 학과지망이유를 물어보니 K-POP때문이라는 답변이 많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닛케이나 텐츠 10위 안에는 들지 못했지만 일본에서도 20위 안에는 K-POP이 들어있는 것을 보면 대단한 영향력이 있는 것만큼은 사실인 것 같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대중문화의 영향력에 의해서 인생의 가장 중대한 선택이 좌우될 만큼 사고와 가치관이 많이 달라졌다. 이제 라면은 고춧가루가 들어가야 된다는 통념을 깨고 꼬들꼬들한 하얀 라면으로 우리의 감성을 사로잡은 꼬꼬면이라도 먹으면서 세대 간의 간극을 좁혀볼 때이다. 일본에는 하얀코코아가 인기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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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12.13 23:02

도서관과 평생교육원은 법적 기능이 달라

최근 전주시는 조직개편을 하여 “시민의 문화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평생교육원을 신설하여 하부조직에 완산도서관과, 덕진도서관과, 평생교육과를 두어 시립도서관의 직제를 없애고자 한다.전주시립도서관은 1949년 전라북도도립도서관으로 개관하여 1963년 현 명칭으로 개칭하여 사용해 왔다. 전주시는 도서관 확장과 시민의 지적 수준향상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여 그 기반이 잡혀가는 시기에 찬물을 끼 얻는 정책이 나와 참으로 아쉽다.우선 아래 법조항을 비교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도서관법」제2조 정의 1항에 보면 “‘도서관’이라 함은 도서관 자료를 수집·정리·분석·보존하여 공중에게 제공함으로써 정보이용 ·조사·연구·학습 ·교양·평생교육 등에 이바지하는 시설”을 말한다. 「평생교육법」2조 정의 1항에서 “‘평생교육’이란 학교의 정규교육과정을 제외한 학력보완교육, 성인 기초·문자해득교육, 직업능력 향상교육, 인문교양교육, 문화예술교육, 시민참여교육 등을 포함하는 모든 형태의 조직적인 교육활동을 말한다.” ‘평생교육원(기관)’은 그 목적을 시행하는 곳을 말한다. 평생교육원이 도서관보다 폭이 넓은 것처럼 보이나 그 폭은 훨씬 좁다. 도서관은 평생교육을 포함하여 많은 도서관 정의에 나온 역할들을 할 수 있지만, 평생교육원은 교육 분야 만 할 수 있다. 이러한 직제는 전주시 단체 위에 국을 올려놓은 것과 같은 것으로 잘못된 직제 개편으로, 도서관을 평생교육원 속에 감추는 것은 이유가 어찌됐든 바람직하지 않다. 예로 옷장 깊숙이 옷을 보관하면 찾기 어려운 것처럼, 도서관의 직제가 없어지면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도서관은 시민생활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기관이므로 시민들의 눈에 잘 띄도록 하고, 상징성을 가진 도서관의 직제를 두는 것이 좋다. 또한 주무과가 평생교육과가 된다면 더욱 안 된다. 언젠가는 현재 사용하는 도서관 명칭도 평생정보학습관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시립도서관의 부흥은 선진전주의 미래며, 자산이고 보고(寶庫)이다. 이에 7개 도서관을 ‘시립도서관’ 직제를 살려 사업소로 나가던지, 굳이 필요하다면 ‘도서관평생진흥국(?)’을 만들고, 그 밑에 평생교육과 사업소 형태의 시립도서관 직제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즉 도서관 직제를 별도기구로 존치하는 것이 독서문화도시로써 그 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왜 일본 같은 도서관 선진국들이 도서관명을 그대로 사용하고 귀하게 여기는지 고려해봐야 한다. 「도서관법」제27조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보면 공공도서관 운영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 이를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관할 도서관을 직접 운영 관리함으로써 도서관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사업과 활동을 수행”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48년간 잘 운영해오던 시립도서관 직제가 없어지고 평생교육원 하에 두고 덕진도서관과를 만드는 것은 2분화되어 시민들에게 혼동을 준다. 완산, 덕진으로 나누는 것은 광역시가 될 경우 가능한 일이다. 도서관의 위상은 곧 시민 위상의 척도이므로 여기에 걸 맞는 도서관 직제와 명칭이 있어야 한다. 다시 한 번 이 같은 책무를 되짚어 보고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지 않으면서 본래 목표했던 조직 안정화와 시민들의 삶에 질 향상을 위해 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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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12.0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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