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주보기] 전라북도의 인터러뱅 - 권수태
1962년 미국 광고 에어전시 사의 사장이었던 마틴 스펙터는 '의구심'과 '놀라움'이 공존하는 대단히 역설적인 부호인 인터러뱅(Interrobang)을 탄생시켰는데, 이것은 상식을 훌쩍 뛰어넘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놀라움'을 나타내는 상상 초월의 감탄사로, 출발과 끝이 물음이든 느낌이든 두 가지 감각이 창조하는 경이로운 작용을 표현한 기가 막힌 발상의 전환을 가리킨다.삼성경제연구소의 영상보고서에는 수없이 많은 질문과 수없이 많은 실패가 모이고 또 모여 물음표의 빈칸을 채우다 보면 어느덧 물음표(?)는 느낌표(!)로 변해 있을 것이며, 인터러뱅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들여다 볼 줄 아는 사람만이 볼 수 있는 창조마크라고 언급하고 있다.하나의 사례로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1984년 창립한 "태양의 서커스"단은 사양산업인 서커스에 끊임없는 질문을 던져 유지비가 많이 드는 동물 곡예를 과감히 배제하고 전통적인 서커스의 요소들 중 몇 가지(곡예와 광대)와 다른 예술(연극, 오페라 등)을 접목함과 동시에 첨단 IT 기술을 도입하여 감동적인 서커스로 재창조하였고, 연간매출 5억 달러의 경제적 효과 이외에 전 세계 100여개 도시에서 공연하는 문화산업 수출업체로 자리매김하였다.그렇다면 전라북도의 인터러뱅은 무엇일까?새로운 고민이 아니라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였고, 고민하고 있으며,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에 타 지역과 차별화되어 전라북도만이 잘할 수 있는 것에서 출발하면 된다고 본다.먼저 전라북도 심벌마크를 살펴보면, 빨간색은 전통문화, 노란색은 전북의 맛, 청색은 첨단신산업, 녹색은 친환경 녹색산업 및 새만금을 나타내고 있으며, 전북의 J를 형상화하여 고유한 역사와 전통을 보존하며 미래를 향해 힘차게 웅비하는 날개 짓을 표현하였다고 한다. 전라북도를 이보다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전라북도 홍보영상에 나오는 "맛과 멋, 소리의 고장", "가장 한국적인 전통문화를 보존 전승하고 있는 예향",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청정의 땅" 등은 타 지역사람들이 전북을 생각할 때 떠 올려진다고 하는 '전주비빔밥, 한옥마을, 조선왕조실록, 한지, 판소리, 발효식품, 새만금, 청정이미지 등'의 단어들과 맥을 같이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그렇다. 전북의 미래는 조상들이 물려주고 잘 보존하고 있는 '전통문화'에서부터 시작하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더 명백한 것은 '지금과 같은 방법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조상들이 목숨 걸고 지켜낸 조선왕조실록이 세계문화유산이 되었는데 그 혜택은 서울로 돌아가고, 전주한지가 원주한지에 위협받고 있으며, 발효의 본고장으로서 발효식품의 메카로 발돋움할 기회인 세계김치연구소를 광주에 내주는가 하면, 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의 차질이 예상되고 전주비빔밥이 진주비빔밥과 동일시됨과 동시에 한식세계화가 맛의 고장 전북과 상관없이 진행된다면 무언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것이 아닌가?그래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자타가 공인하고 있는 풍부한 역사와 문화자원, 청정이미지는 아직도 전라북도에 있기 때문이며, 국가식품클러스터를 잘 활용하는 지혜와 조선왕조실록을 가상현실로 볼 수 있는 경기전, 궁중음식과 궁궐복식을 제공하는 고급 한옥호텔, 이몽룡 주안상과 춘향가 판소리를 곁들인 음식점, 한지로 만든 도복으로 운동하는 태권도 성지, 한지의 메카에서 만드는 첨단인쇄기술 ePaper, 한식의 우수성과 발효식품을 알리는 전통음식체험관 등의 끊임없는 상상력을 통한 발상의 전환이 있으면 된다.'줘도 못 먹나?'라는 오래전 광고 문구를 조상의 질책으로 생각하면서, 지금이라도 전라북도의 인터러뱅을 찾기 위해 노력함이 어떠한가?/권수태(전주대교수미디어정보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