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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새만금 관광객, 그냥 보낼 건가? - 문윤걸

새만금 방조제가 드디어 개통된다. 우여곡절을 심하게 겪었고, 아직 이런 저런 우려와 걱정이 말끔해진 것은 아니지만 새만금 방조제가 개통되어 전라북도에 생기가 돌고 있는 듯 하다. 이제 그동안의 우여곡절 속에서 어떤 입장에 있었건 힘을 모아 새만금이 또다시 우여곡절을 겪지 않고 전라북도의 미래를 밝게 하는 자산이 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하지만 새만금 방조제가 개통되면서 당장 큰 고민거리가 하나 생겼다. 방조제 공사가 보기 드문 대역사였고, 또 새만금이 큰 논란거리가 되면서 세인들의 관심이 매우 컸으며, 무엇보다도 새만금에서 바라보는 주변 경관이 장관인 탓에 많은 관광객이 새만금으로 몰려 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라북도청는 앞으로 몇 개월간 6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려 들 것으로 예상한다 하니 전라북도 관광산업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이러한 예측은 매우 현실적이다. 지난 서해대교 완공 이후 서해대교에 관광차 방문한 인파가 몇 백만에 이르렀다. 그러니 그보다 더 장관인 새만금에는 가히 예상하기 어려운 인파가 몰릴 것으로 기대할만 하다.이 때문에 도청이 다급해졌다. 바로 밀려 올 관광 인파를 만족시켜 줄 마땅한 관광콘텐츠와 서비스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새만금이 가지고 있는 콘텐츠라면 끝이 안보일 정도의 방조제 도로와 탁 트이고 시원한 바다풍경 정도이니 말이다.도청은 긴급하게 관광객을 위한 콘텐츠와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깃발축제와 전시행사, 상설 이벤트 등 여러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역부족으로 보인다. 사실 호텔, 음식점, 문화공간 등과 같은 관광 하드 웨어가 전혀 구축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소프트 웨어만으로 만족도를 높이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새만금은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에 그치고 말 것이라는 예상이 여전히 지배적이다.앞으로도 이런 상황은 쉽게 호전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당장 새만금에 또다른 문화적 관광 콘텐츠나 숙박시설 같은 관광 서비스를 채워 넣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새만금에 몰려 올 관광객들을 그냥 빈 손으로 돌려 보내야 할 것인가?해답은 전라북도청에 있지 않다. 해답은 바로 자치단체에 있다. 인근에 있는 부안, 김제, 군산, 전주는 물론 다른 시군들이 새만금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자기 지역으로 끌어가도록 공격적인 관광 마케팅 전략을 시행하는 것이다. 즉 자기 지역의 음식과 문화, 체험 프로그램 등의 다양한 관광자원과 새만금을 연계하는 관광상품들을 관광객 타깃별로 다채롭게 고안하여 적극적으로 모객에 나서야 한다. 조금 더 공격적으로 얘기하자면 아예 새만금에 자기 지역 관광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정보 안내소를 개소하거나, 셔틀버스를 마련한다든지, 아니면 맛배기 프로그램을 들고 나가 출장 서비스를 시행하는 것도 좋겠다.앉아서 관광객을 기다리는 시대는 지났다. 술집들도 길거리로 나와 손님을 반강제로 끌고가다시피 하는 시대이다. 새만금의 관광객을 새만금에서 어차피 100% 만족시킬 수 없다면 그 부족한 부분을 자치단체들이 메워주면서 동시에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보자. 방법은 찾으면 반드시 있다./문윤걸(예원대 문화영상창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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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4.27 23:02

[문화마주보기] 한류의 재인식 - 권수태

지난 17일 필리핀 국제성결대학교 총장님 일행이 전주를 찾았다. 한옥마을을 둘러보신 후 한정식으로 식사를 하던 중 드라마 '대장금'의 영향으로 필리핀 현지에서 한식이 상류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김치를 비롯한 한류바람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다.일본에서 최근 2차 한류 붐(boom)이 일고 있고, 주부들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하다보니 주부들이 홀홀단신 한국으로 향하면서 생긴 새로운 현상인 '한류처(韓流妻)'에 대한 일본 언론 '겐다이(現代)' 기사를 보도한 신문을 보고 웃어 넘긴지 사흘만의 일이다.우리가 한류에 대해서 너무 가볍게 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한류는 매섭게 파고든다는 냉기(寒流)와 같은 발음을 가진 용어로 1999년 11월19일자 '中國靑年報'에 최초로 등장한 이후 2002년 HOT의 공연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자 널리 쓰이기 시작하여 중국 뿐만 아니라 타이완홍콩베트남타이인도네시아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었고, 이후에는 드라마가요영화 등 대중문화만이 아니라 김치고추장라면가전제품 등 한국 관련 제품의 이상적인 선호현상까지 나타났는데, 포괄적인 의미에서는 이러한 모든 현상을 가리켜 한류라고 지칭하고 있다.특히, 대장금의 경우 2003년 방송 이후 2008년 현재 약 60개국(아시아를 비롯한 이란터키 등 중동권, 짐바브웨르완다 등 아프리카권, 프랑스헝가리러시아 등 유럽권)에 수출되었고, 이란에서는 90%의 경이적인 시청율을 기록하였다고 하며, 더 나아가 한국인과 한국 자체에 애정을 느껴 한국어를 익히거나 한국 제품을 사려는 경향으로 나타나 그 경제적 효과는 약 3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한류는 1단계(대중문화 유행: 드라마, 음악, 영화등 한국의 대중문화와 한국스타에 매료되어 열광하는 단계), 2단계(파생상품단계: 드라마관광, DVD, 캐릭터 상품 등 대중문화 및 스타와 직접적으로 연계된 상품을 구매하는 단계), 3단계(한국상품 구매: 전자제품, 생활용품 등 일반적인 한국상품을 구매하는 단계), 4단계(한국선호: 한국문화, 생활양식, 한국인 등 '한국'전반에 대해 선호하고 동경하는 단계)를 거쳐 확산되며, 단계별로 콘텐츠수출, 문화상품수출 및 한국관광, 한류마케팅, 국가이미지 향상으로 이어진다.그러나, 2009년 삼성경제연구소 고정민 박사를 비롯한 한류전문가가 공동으로 참여하여 국제문화산업교류재단에서 출간한 '한류포에버: 한류의 현주소와 경제적 효과 분석'에 따르면 생산유발 효과는 2005년 5조6천544억여 원에서 2007년 3조8천793억여 원으로, 취업유발 효과는 2005년 6만2천710명에서 2007년 4만2천412명으로 감소하였다고 한다.이는 우리의 한류 지속과 확산을 위한 전략부재와 한류 활용계획의 미비로 인하여 초래된 결과이다. 한류가 만들어진 것이 우리의 의도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적어도 한류열풍을 확산하고 활용하는 방안은 만들었어야 하지 않을까?중국의 한 미용실에서는 대장금을 활용하여 한복을 입는 체험과 더불어 이영애씨의 현재 머리스타일을 그대로 해주는 방법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중국의 한 성형외과에서는 한국 연예인들 담당 성형외과 의사들을 초빙하여 한국 연예인들과 닮게 수술해주는 서비스로 대박을 터트리는 작금의 상황에서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한다.한국의 막걸리가 일본에서 열풍이 불고 있고, 미국 뉴욕에서 한국식당 붐이 일어나고 있듯이 우리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존재하며 이를 찾아서 노력한다면 말이다. 특히, 전통음식의 본고장 전라북도는 전세계 와인마니아가 막걸리에 취하고, 치즈가 한국의 발효과학 김치를 배우고 패스트푸드가 한식을 부러워하도록 해야 존재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권수태 (전주대교수 미디어정보학 정보시스템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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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4.20 23:02

[문화마주보기] 부설전(浮雪傳) 유감 - 양은용

우리가 사는 오늘을 문화시대라고 한다. 교통통신이 발달하는 가운데 전개된 지식정보화의 각 분야를 망라하는 표현이다. 그러면 이런 시대에 있어서 지역문화(地域文化)는 어떤 위상을 정립해야 하는가? 이 문제를 생각할 때면 오래전에 찾았던 부안의 변산면사무소에 소장된 『부설전』이 떠오른다.그날, 면장님은 친절하게 우리를 맞아 골방으로 안내하여 금고문을 열어주었다. 안에 들어 있는 것은 한지본의 엷은 책 한권이 전부였다. 1992년에 전라북도유형문화재 제140호로 지정된 한문소설 『부설전』을, 나는 그렇게 해서 만났다. 18세기에 필사된 이 책은 삼국시대말 신라 진덕여왕(647-654)대의 수행자인 부설거사의 전기이다. 그는 흔히 인도의 유마(維摩)거사, 중국의 방(龐)거사에 비견되는데, 부안지역에 그 전기소설이 전해지는 것은 이곳이 그의 수행처였기 때문이다.전기에 의하면 부설거사는 진(陳)씨로, 이름을 광세(光世), 자를 의상(宜祥)이라 하였으니, 부설은 그의 법명이다. 어려서부터 총명했던 그는 동진(童眞)출가하여 일곱 살에 이미 법문에 통달하였다. 도반인 영조(靈照), 영희(靈熙)와 함께 오대산으로 수도를 떠나 김제 만경을 지나던 길에 구무원(仇無怨)의 집에 머르게 되면서 대처(帶妻)하여 거사가 된다. 주인에게는 묘화(妙花)라는 딸이 있었는데, 부설의 설법을 듣고는 벙어리이던 그녀의 말문이 열리고, 평생을 같이 하고자 하므로 그에 따르게 된 것이다.도반인 영조와 영희는 부설의 파계에 실망하고 수도의 길을 재촉하여 떠나게 된다. 등운(登雲), 월명(月明) 남매를 둔 부설은 묘화부인과 함께 수도에 전념하여 커다란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고 마침내 등운이 출가하여 계룡산에 등운암을 짓고 수도하여 깨달음을 얻고, 월명 역시 출가하여 변산에 월명암을 짓고 수도하여 깨달음을 성취한다. 부설 한 사람의 속퇴(俗退)로 두 사람이 출가하고 더불어 일가 네 사람이 도를 이룬 것이다.오대산으로 떠났던 영조와 영희는 수도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부설을 찾는다. 세 사람은 공부의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물병 세 개를 달아놓고 각각 깨뜨리자 두 화상의 물병은 쏟아지고, 부설의 것은 물만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수도의 깊이가 스님과 거사라는 형식에 있지 않음이 확연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이와같은 내용을 담은 『부설전』에는 여러 편의 시와 다양한 이야기가 주절주절 얽혀 있다. 그런 부설거사의 행적을 따라가 보면 묘화부인과 함께 수도하던 망해사에 이르게 된다. 김제 회현의 금강 하구에 고즈녁하게 자리잡아 서해의 낙조를 한아름 안고 있는 곳이다. 그 길을 따라 변산의 월명암에 오르면 병풍처럼 둘러 있는 산봉오리가 마치 연화대에 앉아 꽃잎을 보는 듯하다.그래서 시인은 「달 밝은 월명암에/ 밀려드는 안개바다/ 삼천육백 봉은 삼천육백 섬이되고/ 소쩍궁 소쩍궁 소리만/ 뱃노래로 들린다.」(이공전 작)고 노래한다. 과연 가슴저리는 이야기가 끝이 없는 곳인데, 이러한 이야깃거리(素)를 문화답사의 프로그램으로 살려보면 어떠할까? 예향인 우리고장은 이르는 곳에 아름다운 이야깃거리가 수두룩하니 말이다./양은용(원광대 한국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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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4.13 23:02

[문화마주보기] 묻지마 1등만 추구, 술 푸게하는 세상 - 김건

개그콘서트의 '나를 술 푸게 하는 세상'이 한창 화제이다. 개그맨 박성광은 술 취한 채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고래고래 소리친다. 한겨례신문 21에서도 창간기념으로 유명 인사를 초청해 '1등만 아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주제로 인터뷰 특강을 진행한다. 또한 너도나도 1등 지상주의에 푸념을 늘어놓으며, 술만 먹으면 '이놈의 세상' 하면서 세상을 한탄한다. 홍세화 선생이 "남의 욕망을 욕망하지 말라"고 했는데...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신세한탄에 절로 쓴웃음이 나온다. 모방송사의 '루저' 파문을 연상케 하는 신체치수를 특정한 구인공고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입시경쟁, 출세경쟁, 외모경쟁 등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무수한 경쟁의 터널 입구에 우리는 서있다. 그래서 우리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서슴없이 외치며 분을 쏟아낸다. 그렇게 외쳐서 후련하겠지만 정작 돌아서서 우리는 다시 줄을 서야만 하는 우리네 사회로 다시 돌아온다.아직도 밴쿠버 올림픽에 출전한 우리 선수의 경기를 떠올리면 가슴이 지금도 뛴다. 자랑스러운 우리나라가 금메달 6개를 획득하여 세계 5위를 차지했다고 스스로 대견해한다. 그런데 외신보도를 보니 금은동을 합쳐 총 14개로 오스트리아(16개)와 러시아(15개)에 이어 세계 7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이것은 무슨 차이에서 연유할까? 아마도 금메달만 중요시하는 한국의 순위산출법이고 외국은 금메달 수가 아닌 전체 메달수로 순위를 정하기 때문일 것이다. 밴쿠버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전체 메달 순위를 쓰고 있다. 그렇다 메달색깔은 중요치 않다. 여자 쇼트트랙에서 중국에게 1위를 내주고 한국이 2위와 3위를 했다고 해서 너무 슬퍼하고 속상해할 필요가 없다. 물론 조금은 아쉽겠지만... 메달 색깔에 따라 상금이나 광고 등 엄청난 돈의 차이가 이러한 순위산출방식과 1등만을 기억하는 개념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메달색깔이 아니라 메달을 획득하면 동일한 상금을 부여하는 것이 어떨까?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무사히 마치고 귀환한 자랑스러운 우리 선수의 기자회견장도 마찬가지이다. 어린 나이의 곽민정이 기자회견장에서 결국 지쳐서 쪼그려 앉아 있는 장면은 마치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을 보든듯했다. 금메달을 딴 선수만 포토타임과 인터뷰가 진행되는 볼썽사나운 모습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영화제도 마찬가지이다. 국내 최고의 영화제로 단연 부산영화제를 손꼽는다. 행사규모나 지원되는 금액을 보더라도 감히 어느 영화제도 쫓아갈 수 없을 만큼 대단한 위용을 자랑한다. 하지만 올해 비상이 걸렸다. 영화제 국비 지원금 자체가 약 20% 삭감되어서 모든 영화제가 약간의 지원금 감소를 예상하였다. 전주영화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전주국제영화제만 소폭 지원금이 상승하고 다른 모든 영화제는 소폭 감소하였다. 타 영화제와의 치열한 소모적 경쟁보다는 그간 전주영화제는 내실화와 국제화에 꾸준히 박차를 가하고 묵묵하게 11년을 걸어온 결과일 것이다.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 돌아왔다. 선거철과 맞물려 대단히 시끌벅적하고, 천안함의 침몰사건이 우리를 슬프게 하지만 개나리?진달래가 만개하는 전주를 알리고 외부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자. 무조건 1등을 위해 앞만 달릴게 아니라, 조금의 여유를 가지고 주위를 둘러보며 문화생활도 즐기고 심호흡을 해보자. 결과보다는 과정을 즐기자. 아마도 전주한지문화축제(5.1-5.5)나 전주국제영화제(4.29-5.7)가 생활의 활력소가 되며 재충전의 시간을 제공할 것이다./김 건(전주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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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4.06 23:02

[문화마주보기] 길거리 쓰레기통, 되살리자 - 문윤걸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고 싶은 것은 누구나 원하는 일이다. 아름다운 도시 만들기 역시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 일에서 출발한다.얼마 전 지인들과 함께 전라남도의 목포시를 다녀왔다. 1박 2일 동안 목포시의 곳곳을 헤집고 다녔다. 목포시를 둘러보는 동안 함께 다니던 분들이 감탄하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그 어떤 도시보다 길거리가 깨끗하다는 것이었다. 항구도시 하면 비릿한 냄새와 그만큼 지저분한 거리를 연상하는데 비릿한 냄새는 어쩔 수 없었지만 길거리는 마치 일본의 어느 도시를 다니는 것처럼 매우 청결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우리의 선입견과는 다른 거리 환경을 보면서 많이 놀랐다.우리는 그 답을 찾기 시작했다. 여러 의견을 두고 토론한 결과 그 답을 거리에 과할 만큼 비치된 쓰레기통에서 찾았다(쓰레기통조차 거의 깨끗이 비어 있었다.). 다니는 곳마다 거리에 쓰레기통이 비치되어 있었고, 그 쓰레기통을 수시로 비워낸 것이다. 이 정도되니 거리에 함부로 쓰레기나 담배꽁초를 버리는 일은 약간의 용기가 필요할 정도였다는 결론에 다다른 것이다.언젠가부터 거리에서 쓰레기통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1995년 쓰레기 종량제가 시행되면서 슬그머니 거리의 쓰레기통이 자취를 감춘 것이다.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알아서 처리해야 하며, 거리의 쓰레기통에 가정의 쓰레기까지 가져다 버리는 얌체족들 때문에 쓰레기 처리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이 원인이었다.그 결과 거리는 어떻게 되었는가? 거리에 쓰레기통을 다시 가져다 놓자. 물론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처리하는 것이 옳고, 얌체족 문제도 해결하기 어렵다. 하지만 선량한 사람들이 거리에서 생겨난 쓰레기를 계속 들고 다니게 할 수는 없지 않는가. 특히 한옥마을과 시내 쇼핑가 등 외지의 관광객이 많이 다니는 곳에는 반드시 쓰레기통을 설치하자. 한옥마을에서 사먹은 과자 빈 봉지를 자기 집까지 가져 가라면 지켜질 일인가.또 거리에 담배꽁초를 버릴 수 있는 재떨이도 만들자. 아예 흡연장소를 만들면 더 좋은 일이고. 거리의 일정 공간을 정해 재떨이도 설치하고, 흡연자를 위한 흡연 공간이라는 표시도 해두면 보행 중 흡연하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지정된 장소에서 흡연할테니 안전사고도 예방이 되고, 또 담배꽁초를 여기저기에 숨기듯 버리는 일도 없을 것 아닌가. 특히 한옥마을은 목조건물이 많아 더더욱 담뱃불로 인한 사고의 위험이 크니 야외 흡연공간을 정해 서로가 맘 편하게 지내게 하자(쓰레기통과 흡연공간은 공공 디자인 개념을 도입하여 산뜻하게 연출한다면 더더욱 거리 환경이 좋아질 것이다).길거리에 쓰레기통을 놓아둔다는 것이 관의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쓰레기통을 수시로 비워야 하고 그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감당해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부담을 통해 얻는 것도 크다. 우선 깨끗하고 청정한 거리 환경과 시민과 관광객을 위한 편의, 그리고 무엇보다도 쓰레기를 숨겨 버리면서 양심의 가책을 받아 온 시민을 떳떳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또 그것이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아름다운 도시를 만드는 과정이라는 점에서도 더욱 그렇다./문윤걸(예원대 문화영상창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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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3.30 23:02

[문화마주보기] 미디어아트와 전통문화 - 권수태

전 세계 82개국 선수단 2,600여 명이 참가해 스키와 빙상 등 15개 종목에 걸린 258개 메달을 놓고 17일간 경쟁을 펼쳤던 2010 벤쿠버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사상 최고의 성적(금6, 은6, 동2)으로 당당히 5위에 올랐으며, 피겨스케이팅에서 역대 여자 싱글 최고점인 228.56으로 우승한 김연아를 비롯하여 우리 선수단은 국민들에게 참으로 가슴 벅찬 감동을 안겨주었다.개인적으로는 김연아의 금메달을 고대했던 만큼 시상식 장면이 방영될 때 "김연아가 시상식을 마치고 수상자들과 경기장을 돌며 포토존에 포즈를 취하기 전에 오서코치(남자 싱글 피겨스케이팅 유력한 금메달 후보자였지만 2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한)에게 달려가 금메달을 그의 목에 걸어 준다면, 그리고 그 장면이 전 세계에 방송된다면 더욱 더 진한 감동을 세계인에게 심어 주어 한국의 이미지를 급상승시킴과 동시에 우리의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일 텐데..." 라는 아쉬움이 있었다.한편, 캐나다 BC 플레이스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벤쿠버동계올림픽 개회식 공연에서는 캐나다 인디언의 역사와 문화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앞세워 경기장 천장에 설치한 대형 무대장치와 형형색색의 화려한 조명으로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6만여명의 관중과 지구촌 30억 시청자들을 매료시켰으며, 폐회식에서는 다음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러시아 소치의 영상, 모스크바의 오케스트라, 벤쿠버의 지휘자가 함께 공연하는 장면을 연출하여 최첨단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극대화시켜 보여 주었다.바야흐로 미디어아트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미디어아트는 미디어를 통하여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성을 구현하거나 다양한 예술표현을 추구하는 것으로 테크놀로지 발전에 의해 형성된 새로운 매체에 의한 예술을 총체적으로 일컫으며, IT 기술에 의한 인터랙티브 환경 제공을 통해 사용자 또는 감상자, 작가의 상호 소통을 유도해 작품에 대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게 되었다.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어 지난 '2009 서울빛축제'에서는 단순히 빛의 반짝임과 조형미에 의존하던 기존의 행사에서 벗어나, 문화와 기술의 만남 '미디어아트'를 역사, 문화, 소통, 창조, 휴식을 의미하는 오색 빛깔의 테마존을 구성하여 빛예술과학이 어우러진 새로운 축제를 시도하였고, KT건물과 세종문화회관의 외벽에 영상을 투사, 초대형스크린을 구현한 미디어파사드가 가장 눈길을 사로 잡은 바 있다.이러한 디지털 퍼포먼스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지난 1월에 광화문아트홀에서 공연된 디지로그 사물놀이 '죽은 나무 꽃피우기'는 첨단 디지털 기술의 가상공간과 한국 전통문화(사물놀이, 판소리, 전통춤)의 아날로그적인 감동이 융합된 새로운 형식의 공연으로, 홀로그램으로 입체감을 느끼는 동시에 무대 위 실제 연주자와 시간을 뛰어넘는 4차원의 앙상블 퍼포먼스를 연출하였다.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미디어아트에 전통문화를 접목하여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고 예술과 기술이 완벽히 융합된 전통문화콘텐츠야 말로 벤쿠버동계올림픽 개회식 공연과 서울빛축제의 신기함을 능가하여 세계인에 감동을 줄 수 있고, 전라북도가 꼭 추진해야만 하는 것이라고!전라북도 문화체육관광국 문화예술과에서 문화산업, 문화콘텐츠, 문화기술(CT) 등의 중요성을 인지하여 이와 관련된 사업을 적극 추진 중인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며, 차제에 한 발 더 나아가 전북의 전통문화를 근간으로 문화기술을 접목한 전통문화콘텐츠에 관련된 사업을 더욱 확대하여 추진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권수태(전주대교수미디어정보학 정보시스템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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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3.23 23:02

[문화마주보기] 문화재와 문화의식 - 양은용

문화시민이란 어떤 상태를 말할까? 그 지역이 많은 문화재를 가지고 있어서인가, 아니면 지자체가 문화관광 등에 많은 예산을 배정하고 있어서인가, 그것도 아니면 시민의 문화의식이 높아서인가? 아마도 이들 세 가지가 모두 갖추어져야 문화생활이 가능한 문화시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우리가 사는 전북지역은 곳곳에 문화재가 산재해 있다. 전주?완주가 후백제 견훤왕(甄萱王)의 도읍지요, 조선왕조의 개기지(開基地)라면, 익산 미륵산록의 기준성(箕準城)은 고조선 세력의 남래설과 관련된 유적지요, 금마지역은 마한 54국의 맹주를 자처하던 건마국(乾馬國)의 도읍지이며, 그 일대가 백제말기 무왕시대에 부흥을 꿈꾸며 도읍을 경영했던 수도이다.삼국시대의 제사유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부안과 군산?김제지역은 백제멸망기에 처절한 구국의 항전이 전개된 지역이다. 당시 일본에서 귀국해서 왕권을 승계한 부여풍(扶餘豊)은 백제잔군과 일본구원군을 이끌며 구국을 외치다 꿈을 이루지 못하고 최후를 장식하였다. 지금 이들 지역에는 이러한 역사를 전하는 개암사(開岩寺事蹟)에서부터 우금산성, 내소사, 울금바위 아래의 여러 동굴이 잊혀진 채로 남아 있다. 《일본서기》등에 등장하는 지명들 역시 〈기벌〉포가 〈계화(기불)〉도로 변천된 것처럼 고스란히 전하지만, 아직도 학계에서 역사의 공인을 받지 못한 해원(解寃)의 땅으로 남아 있다.정읍이 백제시대의 정읍사(井邑詞)에 유래하고 있음은 주지하는 바요, 고창의 고분군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는 영광을 안고 있다. 이렇게 보면 충절의 지역인 동부 산악지역의 무주?진안?장수를 비롯하여, 흥부전과 춘향전의 고향인 남원과 임실?순창에 이르는 곳이 한결같이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독특한 문화지역이다. 그 지역에 다양한 문화재가 보존되어 있음은 말할 나위없다.그러면 이들 문화자원이 우리고장을 문화지역으로 인식시키고 있으며, 시민들이 향유할 부(富)의 축적에까지 연결되고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못하다. 전북은 국토의 11%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인구는 4%, 경제는 1.5%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에게 필요한 삶의 우선적인 조건을 흔히 경제행위가 가능한 일터,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좋은 교육환경, 그리고 충분한 휴식과 경제를 아우르는 위락시설이라 말한다. 인구가 줄고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다는 것은 산업시설도 충분히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청정한 자연환경이나 선조들이 남긴 고유의 문화재를 오늘에 살려쓰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건강의식이라는 말이 있다. 건강한 사람은 우선 몸의 건강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건강상태가 100%인 사람이 스스로 건강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면 건강한 삶이 이루어지겠는가? 반대로 건강상태 80%이면서도 120%의 건강의식으로 멋진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와같이 눈부신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살리지 못하는 것은 마치 건강한 사람이 충실치 못한 건강의식으로 사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선거철을 맞이하면서 시민들의 문화의식을 가꾸어줄 구호도 들리지 않는 쓸쓸함은 나만 느끼고 있는 것일까./양은용(원광대 한국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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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3.16 23:02

[문화마주보기] 브라보(BRAVO)전주영상위원회 - 김건

새해 들어, 전주영상위원회 사무국에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새로운 조직문화와 소통구조를 위해 새로운 실험을 진행 중이다. 직제개편을 고민하며, 신입직원을 채용하고, 사무국의 외적팽창보다는 내실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현재 전주영상위원회 뿐만 아니라 우리 지역의 대부분 단체 내에서 일하는 신세대는 기존의 세대와 분명 다른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 우선, 업무이외에도 다양한 관심사를 가지며 폭넓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Broad network), 평가결과와 보상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며(Reward sensitive), 글로벌 환경과 IT 등 새로운 것에 대한 강한 적응력을 보이고(Adaptable) 있다. 또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상대방도 명확하게 의사표현을 해주기를 기대하며(Voice), 회사보다 개인생활을 중시하며 특히 일과 생활의 균형을 추구한다(Oriented to myself).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에 발맞춰 전주영상위원회는 기성세대와 다른 BRAVO 新세대에 걸맞는 조직문화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연 중앙에 비해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문화단체가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만, 새로운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자 하는 전주영상위원회의 실천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기성세대의 가치관의 잣대로 신세대의 행동을 해석하지 말고, 차이를 인정하고 그들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들의 강점을 조직의 경쟁력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신뢰의 속도』에서 스티븐 코비는 "신뢰가 높아지면 속도는 빨라지고 비용은 내려간다"고 한다. 신뢰의 수준이 곧 조직안정과 근무환경을 성공적으로 구축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또한 신세대의 다양한 시각과 시도를 용인하고 독려하여 창의적 시도로 연결해야한다. 그리고 그들의 노력과 성과에 대해 투명하고 공정하게 보상해야하며, 직무순환이나 새로운 도전기회의 제공을 통해 업무에 신선한 자극을 줌으로써 신세대의 역량을 활용해야 한다. 기존의 수직적 커뮤니케이션에서 탈피해 적극적 의사표현이 가능한 쌍방향 의사소통의 활성화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출퇴근 시간이나 업무량 중심의 관리에서 벗어나 업무 진행과정을 중시하고, 일과 생활의 균형을 고려한 유연한 근무문화 변화가 필요하다.이러한 환경변화를 위해서는 '조직가치'에 무게중심을 둔 조직관리가 필요하다. 지역이나 타 지자체와의 경쟁보다는 경쟁의 축과 장르를 바꾸어 차별화를 두는 것이다. 즉 시간, 공간, 관계, 경쟁의 무게 중심에서 '조직가치'로 무게중심을 이동하는 것이다. 또한 신바람 나는 근무환경의 개선을 통해 Fun 조직경영을 하는 것이다. 영화산업에 있어서, 타 지자체에 비해 미약한 근무조건 및 대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업무의 성취도를 높이고 신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분명 리더의 의지와 연관된다. 먼저 자신을 낮추고 타인에게 서비스를 구현하는 서번트 리더쉽(Servant Leadership)이 요구되는 시대에 발맞추어, 기존의 기성세대부터 우선 사고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전주영상위원회에 부는 바람이 우리 지역 문화단체에도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갔으면 하는 바램이다./김건(전주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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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3.09 23:02

[문화마주보기] 김연아의 눈물 - 문윤걸

2010년 2월 25일 금요일 오후 1시 30분경, 김연아 선수가 마침내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 눈물은 곧 전국민을 울렸다. 많은 사람들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김연아 선수의 완벽하고도 황홀한 연기에도 큰 감동을 받았지만 연기를 마치고 난 후 흘리는 김연아 선수의 눈물에 더 큰 감동을 받았다고들 말한다.그 눈물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김연아 선수는 인터뷰에서 그 눈물이 무슨 의미였는지 모르겠다고 하였다. 그냥 눈물이 나더라고 했다.나는 그녀가 흘린 눈물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알 듯 모를 듯 하다. 하지만 그녀의 눈물을 보며 우리가 흘린 눈물이 어떤 의미였는지는 잘 알 것 같다. 그 순간 우리가 흘린 눈물은 공감했기 때문이 아닐까. 김연아 선수는 스스로 왜 눈물을 흘렸는지 모르겠다 했지만 우리 모두는 그 눈물이 어떤 의미였는지, 그리고 그 눈물이 무엇을 말하는지 말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알 듯 모를 듯한 의미에 크게 공감했던 것 같다. 그에 덧붙여 우리 나름대로 김연아 선수가 느꼈을 엄청난 부담감과 그 부담감을 뚫고 마침내 소망하는 모든 것을 이뤄낸 데 대한 자랑스러움, 또 그 과정에서 그녀가 겪었을 무수한 어려움과 고난, 이 모든 것이 한 순간에 겹치면서 대견하면서도 안쓰럽고, 자랑스러우면서도 미안한, 그 복잡한 심정에 그녀의 눈물에 화답하지 않았을까.하지만 이 눈물은 이내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해 주었다. 그것은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일생에 다시 없을 지 모르는 귀중한 메달을 따냈다는 안도감 때문이 아니라 엄청난 부담감 속에서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하며 애써온 사람을 보는 즐거움 때문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러한 행복감으로 거대한 공감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행복감을 맛보았던 것이다.문화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또 이래야 하지 않을까. 사람을 서로 공감하게 하고, 그러한 공감의 감동을 맛보게 하는 것. 그것이 문화의 힘이며 동시에 문화의 사명이지 아닐까 말이다. 사람이 사람다운 것은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삶을 내 삶처럼 받아들이며 때로는 기쁨과 행복을, 때로는 슬픔과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것 그것이 아닐까. 아무런 조건없이 서로를 받아들이며 마음을 함께하는 것. 그로 인해서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끼는 것, 그것이지 않을까 싶다.올림픽은 그 자체로 경쟁의 무대이다. 또 철저하게 자본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무대이다. 그러한 경쟁의 무대에서 '공감'이라는 감동이 만들어 진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즉 치열한 자기애(自己愛)로 인해 이기심에 가득한 경쟁이 난무하고 있다.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남보다 더 높은 자리에서 더 많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삶은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하지만 김연아의 눈물과 그에 화답하는 우리의 눈물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희망이 남아있음을 보여준다. 그것은 아직 우리가 공감하면 행복해 한다는 것 때문이다. 나는 이제부터 '공감'의 문화를 전하는 행복전도사가 되어보려 한다. 2010년 우리 사회에 '공감'의 문화가 꽃피우기를 바란다./문윤걸(예원대 문화영상창업대학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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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3.02 23:02

[문화마주보기] 생각을 바꿔보자 - 권수태

21세기는 창조와 문화가 힘이 되는 창조경제(Creative Economy)시대라고 한다. 이는 성장동력이 혁신 (innovation)에서 창의성(Creativity)으로, 가치의 원천이 '지식과 정보'에서 '상상력과 창의성'으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하며, 창의성은 국가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서 창조 경제의 토대임과 동시에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모델로서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창의성의 사전적 정의는 "새로운 생각이나 의견을 생각하여 냄, 또는 그 의견"으로, 기존에 있는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남들이 생각치도 못한 새로운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며, 구성요소로는 유창성(문제상황에서 가능한 많은 아이디어나 반응을 산출하는 능력), 융통성(다양한 해결책을 찾아내는 능력), 독창성(새롭고 독특한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능력), 정교성(아이디어에 유용한 사항을 추가하여 보다 가치로운 것으로 발전시키는 능력) 등이 있다.창의성은 발상의 전환을 그 근본으로 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사례로는 수영에서의 플립턴(아놀드 키에퍼라는 고등학생이 기존의 사이드턴 대신 도착 1미터 전에서 둥글게 회전하는 플립턴을 사용하여 배영 100미터에서 올림픽선수들도 깨지 못한 마의 1분벽을 깨뜨림), 높이뛰기에서의 배면뛰기(딕포스베리는 멕시코올림픽에서 기존의 가위뛰기 대신 누워서 뛰는 새로운 방식으로 올림픽 신기록 작성), 펩시의 전략(콜라시장에서 만년 2등이던 펩시는 이온음료와 과실음료 등 종합음료시장을 석권하여 107년 만에 역전) 등을 들 수 있다.올해 초 수도권에 폭설이 내려 도시기능이 마비되고 비상시 행정체계의 미비로 모두들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미국 중북부의 위스콘신주는 6개월이 겨울로 많은 폭설이 내리는데 도로 결빙으로 인한 학생들의 휴교결정을 당일 아침의 도로상황을 잘 알 수 있는 학교버스기사들이 내린다고 한다. 고위 공무원이 아니라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에게 결정권이 주어지는 상황은 우리나라에서 과연 가능할까? 이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할 때이다.창의성의 근본인 발상의 전환은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도구인 '꿈'을 바탕으로 고정관념의 타파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지금부터라도 모든 사람들이 각자 자기의 위치에서 조금만이라도 고정관념의 타파를 위해 노력해 보는 것은 어떨까?최근 초등학교 졸업식을 다녀와서 느낀 것은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정들었던 모교를 두고 졸업하는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주인공이 되어야할 고귀한 졸업식을 30여년 전과 똑같이 진행되는 지역인사들의 축사를 비롯한 관제성 졸업식으로 부터 지켜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과 만약에 좀 더 일찍 우리가 모두 뜻 깊은 졸업식을 만들어 주었다면 최근 문제가 된 막장 졸업식 뒤풀이를 막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 라는 후회감이다.한편, 올해 설날을 서울에서 맞이하였는데, 뉴스에서 귀향과 귀경 교통정보를 중심으로 설날 풍경을 전하면서 지방의 모습을 낙후하게 서울의 모습은 고급스럽게 표현하고 있었다. 이런 영상으로 인해 지방의 이미지가 더욱 더 나쁘게 비쳐진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더 나아가 '지방이 지금처럼 서울보다 못사는 지역으로 남게 된다면 지방의 아이들에게 더 큰 후회나 미안함을 가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이솝우화에 나오는 거북이와 토끼의 경주에서는 거북이가 이기지만 실제에서는 거북이가 이기는 것은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경주로를 물이 많은 지역으로 할 경우 거북이가 확실히 이길 수 있다. 발상의 전환을 통한 고정관념의 타파로 지역발전을 도모하여 지방 아이들이 더 큰 꿈을 향하여 날개를 활짝 펴서 날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권수태(전주대 교수미디어 정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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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2.23 23:02

[문화마주보기] 백제의 꿈, 그리고 국립박물관 - 양은용

최근 국보 11호인 익산 미륵사지 서탑의 사리장엄 발굴은 백제의 꿈을 되살려 주었다. 이와 관련해서 왕궁면 일대가 아득한 낭만으로 다가온다.몇 년전 국회는 「고도보존에 관한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경주?공주?부여와 더불어 익산을 고도(古都)로 인정하고 국력을 들여 이의 보존에 착수한 것이다. 1973년 원광대학교에 마한백제문화연구소가 설립되어 시작한 미륵사지 발굴사업이, 국책사업으로 확대되어 이어져 온 결실이다. 사리장엄의 발굴은 이에 걸맞은 고고학적 성과라 할 것이다.백제의 익산천도에 관해서는 『삼국사기』에 한 줄의 기록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중국자료인 『관세음응험기』는 무왕(재위 600-641)의 천도를 분명하게 그리고 있다. 과연, 익산시 왕궁면 일대의 발굴을 통해 백제왕성터가 발굴되어 그 권역이 확실해졌다. 그곳에서는 각종 생활도구며 화장실의 휴지대신으로 사용했던 똥친 막대기들까지 발굴되었다.왕궁의 존재를 징험하는 궁터와 크고 작은 산성이며 큰 절 그리고 왕릉까지 주변에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학자들은 『삼국사기』의 찬술책임인 김부식(金富軾)이 1135년, 묘청에 의한 대화국(大華國, 평양)천도운동을 진압한 대장이었음을 상기하면서, 무왕재위 때의 기록이 특별한 점을 짚어, 백제의 천도에 관한 사항을 고의로 윤색(潤色)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어떻든 오늘날 익산지역은 금관이 출토된 웅포 입점리의 기념관을 비롯하여 왕궁리 기념관, 그리고 미륵사 기념관을 개관,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미륵사지 서탑 발굴의 사리장엄은 물론 왕궁리오층석탑내 발견유물, 즉 국보 123호로 지정된 금판 금강경(金板金剛經)과 사리용기 등은 이들에 소장되지 못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것이다. 전시관은 격이 국립박물관이 아니라는 법규정 때문이다.주지하는 바와같이, 문화재는 현지에 소장되는 것이 최적이다. 현지 주민들에 있어서 그것은, 조선왕조의 의궤(儀軌)가 프랑스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것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혹자는 전라북도에는 전주에 국립박물관이 있으니, 익산에 부대할 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충청남도는 왜 공주와 부여의 두 곳에 국립박물관을 운영할 수 있는가? 익산이 고도라는 엄정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경주를 여행하던 외국학자가 에밀레종을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나라였다면 이 작품 한 점으로도 박물관을 운영할 것입니다.」라고. 익산은 금번 유네스코에 「익산역사유적지구」를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시켰다. 지금 우리나라에 고대 도성이 완벽하게 보존되고 있는 곳이 익산밖에 없다고 하면 의아해할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이다.이제 고도 익산의 큰절 미륵사지역에 국립박물관을 운영해야 하지 않겠는가? 전시관을 격상하면 작업은 쉬어질 것이다. 최근 이에 대한 움직임은 있어 왔다. 생각해 보면, 지자체(地自體)의 발전전략을 보더라도 이는 민관(民官)이 사력(死力)을 경주해야 할 일이다./양은용(원광대교수한국문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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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2.16 23:02

[문화마주보기] 전주 바둑의 인터러뱅(Interrobang) - 김건

그간 단체전만 나가면 죽을 쑤던 박지은 9단이 막판 파죽의 4연승으로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제8회 정관장배 세계여자바둑최강전에서 한국의 우승을 확정지었다. '여자 이창호'란 닉네임에 걸맞게 4판 모두 월등한 기량을 뽐내며, 한국여성의 매서운 맛을 만천하에 알렸다. 오랜만에 그녀의 힘으로 이룩한 단체전 우승이라, 필자는 보는 내내 그녀의 손길에 숨을 죽이고 바둑의 오묘한 심연의 늪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이창호 9단이 있었기에, 농심배 대회 6연패 또한 단체전 14연승의 불패기록이 자연스레 뇌리 속을 스쳐 지나간다.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필자가 꾸준히 제기해 온), 전주시가 주도적으로 이창호 기념관 건립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 조만간 기념관의 추진방안이나 사업방안 등을 최종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관광산업과 연계한다고 한다. 하지만 단순히 이창호 기념관 정도로 일본이나 중국 관광객을 끌어 모으는 횡적인 사업추진은 다소 미흡하다. 보다 융합적이고 통섭적인 접근방식이 필요하다.주지하다시피, 태권도와 마찬가지로 바둑은 세계 속에 한국의 긍정적이고 다이내믹한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 줄 수 있는 문화상품이며, 바둑 인구가 천만을 넘어서는 대표적인 문화 레저 활동이다. 한국바둑이 국내 바둑에 뿌리 내릴 수 있게 선각자의 역할을 담당한 영원한 한국 바둑의 대부 조남철의 생가가 부안 줄포면이고, 현존 세계최강이라는 한국바둑의 힘을 여전히 보여주는 '천하제일인' 이창호 생가가 전주이며, 그의 스승인 조훈현과 맞수인 이세돌도 전남출신이다. 그들 모두를 아우르는 기념관을, 아니 '바둑 영상체험 테마파크'의 건립을 고려해보자. 무주에 유치된 태권도 성지공원처럼 바둑 테마파크를 통해 한국바둑의 성지로서의 전주 이미지를 글로벌화하고, 전주의 품격을 높이자. 전통문화중심도시인 전주이미지에 걸맞는 한국 토종 순장바둑의 보존 및 우수성을 알리고, 전통문화 콘텐츠 소스로서 활용 가능한 바둑을 영상과 연계하여 마케팅 전략화하자. 또한 최근 신세대를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바둑과 게임이 결합된 바투관련 사업도 필요하다.과연 조그만 우리 고장에서 가능할까라는 의문부호를 던지기 전에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과 우리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접근해보자. 문화체육관광부와 (재)한국기원의 문을 두드리고, 민간유치에 적극적으로 노력해 보자. 오늘날 E-sport와 함께 대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홍보수단이 바로 바둑이다. LG배, 삼성화재배, 농심신라면배, 맥심커피배 등등 대기업과 바둑간의 긴밀한 파트너쉽은 우리의 사업 추진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다.한국 바둑의 메카 '전주'의 깃발을 드높여, 보다 원대한 꿈을 우리 고장 전주에 펼쳐보자. '과연 할 수 있을까?'라고 하는 물음표를 '해냈다!'는 느낌표로 바꿔보자.(인터러뱅) "어떻게 이런 엉뚱한 생각을 다했지?!" "세상에 그런 희한한 장소가 있다고?!" 감탄사가 절로 나오도록 노력해 보자. "문화를 아는 것이 곧 국력이다"라는 백범 김구 선생의 말처럼, 우리만의 바둑 콘텐츠를 우리 전주가 선점하여 문화교류의 교두보 역할을 담당해보면 어떨까 또 다시 필자는 물음표를 떠올린다. /김건(전주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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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2.09 23:02

[문화마주보기] 한옥마을 홍보효과 높이려면 - 문윤걸

확실히 전주 한옥마을에 찾아오는 관광객이 많이 늘었다. 전주시의 통계에 의하면 2009년 이미 300만에 가까운 관광객이 찾았다 하니 대단한 일이다. 한옥마을을 전주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만들어보자는 계획이 실행에 옮겨진 것이 1999년의 일이니 만 10년만에 이만큼 성장한 것이다.이처럼 한옥마을이 명성을 쌓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한옥마을의 성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첫째는 한옥마을에 찾아오는 사람은 많지만 대부분 일시 방문형이어서 경제적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것이고, 둘째는 관광객을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키는 허브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이러한 지적은 한옥마을을 어떤 곳으로 만들어 갈 것인지(이에 대해서는 이미 그 방향이 결정되어 있으니) 보다는 이제 한옥마을의 성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찾아보라는 요구이기도 하다.하나만 생각을 바꿔보자. 한옥마을이 행정구역상 전주시에 소재하고 있다는 생각을 버려보자. 즉 전라북도의 다른 자치단체들도 한옥마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자. 많은 자치단체들이 수도권 등 타 지역에 홍보관을 세우며 특산물이나 관광지를 열심히 홍보하고 있다. 그 이유는 그곳에 사람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제 발로 전주까지 찾아오는 관광객들은 왜 그냥 보내는 것일까?(전주 한옥마을에는 전주시의 홍보물만 있다).전주 한옥마을에서 전라북도 관광홍보관, 순창 장하다 체험의 집, 임실치즈체험관, 진안 홍삼전시판매관, 고창 복분자 문화의 집 등을 운영하면 안되는 걸까? 도내 자치단체들이 한옥마을에 특산품 체험판매장이나 문화체험의 집 등을 개설하는 것은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첫째, 전주시의 경우 한옥마을에 관광 체험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는데 이를 다른 자치단체와 나누어진다는 잇점이 있다. 둘째, 다른 자치단체의 경우 전주시가 많은 예산을 들여 가꾸고 만들어 온 한옥마을을 거의 무상으로 활용하며, 제 발로 찾아오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손쉽게 고객관리를 할 수 있다는 잇점이 있다. 더불어 지자체 홍보관이나 관광안내소 역할을 겸할 수 있어 관광객 유치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자치단체간 협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옥마을을 전라북도 관광의 허브로 삼아 전라북도 관광산업을 확장해 갈 수 있다는 잇점도 있다.그리고 지역경제 차원에서는 음식이나 식품 등이 새로운 관광상품이 되어 공예품 중심의 관광상품에서 그 범위를 넓혀 가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로 많은 관광객들은 전주에서의 경험 중 음식을 최고라고 말하고 있음을 볼 때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물론 이런 시설들이 한옥마을 고유의 정취나 정체성을 위협할 수도 있다. 따라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해마다 한옥마을에 찾아오는 300만 관광객을 빈 손으로 돌려보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자치단체들간에 어떻게 서로 도울 수 있는 지 생각해보자./문윤걸(예원대 문화영상창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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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2.02 23:02

[문화마주보기] 전라북도의 인터러뱅 - 권수태

1962년 미국 광고 에어전시 사의 사장이었던 마틴 스펙터는 '의구심'과 '놀라움'이 공존하는 대단히 역설적인 부호인 인터러뱅(Interrobang)을 탄생시켰는데, 이것은 상식을 훌쩍 뛰어넘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놀라움'을 나타내는 상상 초월의 감탄사로, 출발과 끝이 물음이든 느낌이든 두 가지 감각이 창조하는 경이로운 작용을 표현한 기가 막힌 발상의 전환을 가리킨다.삼성경제연구소의 영상보고서에는 수없이 많은 질문과 수없이 많은 실패가 모이고 또 모여 물음표의 빈칸을 채우다 보면 어느덧 물음표(?)는 느낌표(!)로 변해 있을 것이며, 인터러뱅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들여다 볼 줄 아는 사람만이 볼 수 있는 창조마크라고 언급하고 있다.하나의 사례로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1984년 창립한 "태양의 서커스"단은 사양산업인 서커스에 끊임없는 질문을 던져 유지비가 많이 드는 동물 곡예를 과감히 배제하고 전통적인 서커스의 요소들 중 몇 가지(곡예와 광대)와 다른 예술(연극, 오페라 등)을 접목함과 동시에 첨단 IT 기술을 도입하여 감동적인 서커스로 재창조하였고, 연간매출 5억 달러의 경제적 효과 이외에 전 세계 100여개 도시에서 공연하는 문화산업 수출업체로 자리매김하였다.그렇다면 전라북도의 인터러뱅은 무엇일까?새로운 고민이 아니라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였고, 고민하고 있으며,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에 타 지역과 차별화되어 전라북도만이 잘할 수 있는 것에서 출발하면 된다고 본다.먼저 전라북도 심벌마크를 살펴보면, 빨간색은 전통문화, 노란색은 전북의 맛, 청색은 첨단신산업, 녹색은 친환경 녹색산업 및 새만금을 나타내고 있으며, 전북의 J를 형상화하여 고유한 역사와 전통을 보존하며 미래를 향해 힘차게 웅비하는 날개 짓을 표현하였다고 한다. 전라북도를 이보다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전라북도 홍보영상에 나오는 "맛과 멋, 소리의 고장", "가장 한국적인 전통문화를 보존 전승하고 있는 예향",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청정의 땅" 등은 타 지역사람들이 전북을 생각할 때 떠 올려진다고 하는 '전주비빔밥, 한옥마을, 조선왕조실록, 한지, 판소리, 발효식품, 새만금, 청정이미지 등'의 단어들과 맥을 같이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그렇다. 전북의 미래는 조상들이 물려주고 잘 보존하고 있는 '전통문화'에서부터 시작하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더 명백한 것은 '지금과 같은 방법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조상들이 목숨 걸고 지켜낸 조선왕조실록이 세계문화유산이 되었는데 그 혜택은 서울로 돌아가고, 전주한지가 원주한지에 위협받고 있으며, 발효의 본고장으로서 발효식품의 메카로 발돋움할 기회인 세계김치연구소를 광주에 내주는가 하면, 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의 차질이 예상되고 전주비빔밥이 진주비빔밥과 동일시됨과 동시에 한식세계화가 맛의 고장 전북과 상관없이 진행된다면 무언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것이 아닌가?그래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자타가 공인하고 있는 풍부한 역사와 문화자원, 청정이미지는 아직도 전라북도에 있기 때문이며, 국가식품클러스터를 잘 활용하는 지혜와 조선왕조실록을 가상현실로 볼 수 있는 경기전, 궁중음식과 궁궐복식을 제공하는 고급 한옥호텔, 이몽룡 주안상과 춘향가 판소리를 곁들인 음식점, 한지로 만든 도복으로 운동하는 태권도 성지, 한지의 메카에서 만드는 첨단인쇄기술 ePaper, 한식의 우수성과 발효식품을 알리는 전통음식체험관 등의 끊임없는 상상력을 통한 발상의 전환이 있으면 된다.'줘도 못 먹나?'라는 오래전 광고 문구를 조상의 질책으로 생각하면서, 지금이라도 전라북도의 인터러뱅을 찾기 위해 노력함이 어떠한가?/권수태(전주대교수미디어정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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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1.26 23:02

[문화마주보기] 회화문화재의 모사재현 - 양은용

회화문화재 한 점을 모사재현하기 위해 일본을 찾은 적이 있다. 교토의 정토종 본산인 지은원(知恩院)에 소장된 〈관세음보살32응신도〉로, 조선 명종 5년인 1550년의 작품이다.선왕 인종의 명복을 빌기 위해 대왕비가 발원하여 화원 이자실(李自實)에게 제작시켜 영암의 월출산도갑사에 봉안했던 것이다. 높이 235cm, 폭 135cm의 비단에 석채를 사용하여 관세음보살이 임금과 장군, 여인, 호랑이 등 32형상으로 드러낸 모습을 담고 있다. 고려시대 불화(佛畵)의 장중한 흐름을 잇고 있으면서도, 파릇한 색감에 담은 산수화적 기법, 그리고 해학적인 민화풍이 같이 드러나 있다. 그래서 이는 조선초 안견(安堅)의 〈몽유도원도(夢遊桃園圖)〉(1447)에 필적하는 작품으로 불린다.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들 외에도 상당수에 달하는 좋은 작품들이 일본에 소장되어 있다. 과연 얼마나 많은 작품이 해외에 유출되었는가? 유출형태도 다양해서 증여와 무역, 혹은 전쟁을 통한 탈취, 그리고 수집가들에 의한 콜렉션 등이 상정된다. 그 가운데 자국의 문화재를 지키지 못한 나약한 나라, 문화의식이 결여된 생민의 모습이 어른거린다.문화재는 원래의 자리에 있어야 제격이다. 그것이 문화재의 본질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길이다. 그렇다면 해외에 유출된 문화재를 어떻게 되돌려 놓을 것인가? 방법은 매입, 기증, 장기대출, 탈취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어느 것 하나 용이하지 않고, 탈취의 방법은 범법행위이다. 여기서 새롭게 상정된 방법이 모사재현을 통한 원본의 확보인데, 회화문화재라서 가능한 점이기도 하다. 모사에도 본래의 형상과 색감을 재현하는 원형(原型)모사와 현재의 보존상태를 담는 현상(現狀)모사의 두 가지가 있다. 이렇게 모사재현을 마치면 원래의 형태에서 변화된 과정을 확연하게 알 수 있다.자료조사를 위해 밟는 수속이 까다롭고 철저하여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했다. 그리고 현지를 찾았더니, 미술품의 보존을 위해 특별하게 마련된 실내에서 소수의 관계자들에게 행여 입김이라도 작품에 해를 미칠세라 목장갑이며 마스크 등으로 완전군장을 시킨다. 차회(茶會)에서나 봄직한 절도있는 동작으로 작품을 다루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우리나라에 있다면 과연 이와같은 취급을 받았을까 되뇌어본다.이곳에 소장하게 된 연기(緣起)며, 색조견표를 만들고, 이 기회에 견본을 확보해 두겠다며 설치된 다초점 카메라가 동원되었다.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6백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진 작품이 마치 작년에 제작한 것처럼 잘 보존되어 있다. 크고 작은 전쟁으로 수난이 끊이지 않았던 고국에서 이곳으로 피신해 있는 것이 보존상에서는 다행이라는 느낌이 없지 않다.이 작품의 모사복원은 월출산도갑사의 대웅전을 복원하는 계기가 되었다.이를 계기로 해외에 유출된 수많은 문화재의 복원, 반환을 다시 생각해 본다. 국내에 소장된 회화문화재도 그 수명이 있을 것이니, 모사재현의 방법을 확대하면 좋을성 싶다. 그렇게 할 때 우리 일상의 이르는 곳에서 만나는 문화재에 대한 느낌도 달라지지 않겠는가./양은용(원광대 교수)▲ 양은용 교수는수필가, 동아시아종교문화학회 한국대표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원광대 한국문화학과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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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1.19 23:02

[문화마주보기] 전주 길어올리기 - 김건

전주국제영화제가 그간 야심차게 추진해온 임권택 감독의 〈달빛 길어올리기〉가 드디어 순풍에 돛을 달고 항해를 시작한다. 이제 막 구운 고구마처럼 따끈따끈한 시나리오를 토대로 전주 일원을 헤집으며, 촬영으로 활용될 장소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가까운 한옥마을부터 전동성당, 남부시장, 동문사거리 등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거리에서 그들을 곧 만나보게 될 것이다.11회 전주국제영화제 기간에 선보일 〈달빛 길어올리기〉는 전주의 자랑인 명품 한지와 그것을 복원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사람의 이야기, 사람 냄새가 진동하는 휴먼드라마이다. 천년의 문화를 이어받은 한국문화의 역사 그 자체인 한지를 소재로 했다는 점 외에도, 대한민국의 대표 거장 임권택 감독의 101번째 작품이라는 점에서 국내외적 관심을 받고 있다. 자고로 한지는 백번의 손길을 거친다고 하는데, 이미 100작품을 완성한 임권택이 101번째로 한지영화를 택한 것은 우연일까? 한국적 이야기를 가장 잘 다루고, 지난 50여 년간 쉼 없이 활동하며 전 세계적으로 작품성과 예술성을 인정받은 대한민국 대표 감독 임권택, 그가 전주에서 100% 촬영하며 전주한지를 소개한다. 아니, 한지를 달빛 속에서 길어올리기 보다는 우리 전주를 길어올리기 위해서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그의 역사는 그 자체로 한국영화사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을 뿐 아니라 갖가지 최초, 최고의 기록으로 한국영화계를 움직이는 견인차 노릇을 해왔다. 영화 〈서편제〉(1993)로 한국 최초의 100만 관객 시대를 열었고 〈취화선〉(2003)으로 한국 감독 최초 칸 영화제 감독상을, 아시아 영화인으로는 최초로 제55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명예황금곰상(The Honorary Golden Bear)을 수상했다. 뿐만 아니라 2007년 프랑스는 임권택 감독의 평생에 걸친 작품 활동에 경의를 표하며 '레지옹도뇌르 훈장'을, 두바이 국제영화제에서는 '평생 공로상'을 수여해 세계적 거장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누구보다 한국인의 삶을 가장 잘 이해하며 영화 속에서 가장 잘 표현하는 감독! 이제 한지, 그 자체를 닮아온 사람의 이야기로 101번째 역사적인 메가폰을 잡으려 한다.영화 〈달빛 길어 올리기〉의 주연은 충무로의 단단한 버팀목 박중훈과 한국 여배우의 위상을 전 세계에 떨친 월드스타 강수연, 동갑내기 '충무로 대표 배우' 박중훈-강수연의 운명적 만남이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더하게 한다. 임권택 감독과 처음 작업하는 배우 박중훈은 "한국영화계의 거장이시고 존경하는 임권택 감독님의 101번째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돼 영광"이라며 출연을 자처했으며, 〈아제아제 바라아제〉 이후 20년 만에 임권택 감독과 조우한 강수연은 "101번째 영화를 만드신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이건 내가 해야 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운명처럼 들었다"며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또한 〈형사〉 〈친구〉 등의 완성도 높은 영상미로 유명한 황기석 촬영감독이 임권택 감독의 첫 디지털 촬영 작품을 함께 한다는 점에서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자, 이제 길어올리기만 하면 된다. 우리의 멋들어진 고장과 우리의 자랑 한지를 한껏 뽐내기 위해서 그들에게 자리를 내주며 최대한 작품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이제까지 도시나 지역명을 차용한 여러 영화가 있었지만 진정으로 전주라는 도시를 길어올릴 수 있는 우리 영화를 만나보자. 그리고 그들의 행보를 조용히 지켜보며 속으로 외치자. '전주한지 파이팅!'. /김건(전주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 김건 부집행위원장은파리 1대학 영화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건시네마 대표, 전주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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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1.12 23:02

[문화마주보기] 20년만에 새로 꾸는 꿈 - 이명훈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던가? 어디 강산만 변하겠는가? 사람의 마음도 사람의 꿈의 현실에 맞게 변한다. 변한다기 보다는 꿈을 이루어가는 방향이 현실과 타협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변하기를 두 번. 20년이 흘렀다. 아니 벌써?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니 앞으로 갈 길도 보인다. 호랑이 새해 첫날부터 웬 넋두리인가 싶다. 기축년을 보내고 경인년을 맞이하면서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행복하게 살지를 생각하게 되었다.스무 살에 시작된 굿 인생은 마흔이 될 때까지 끝없는 다리 놓기의 연속이었다. 20년 동안 만들어진 다리는 아주 단단했다, 혼자 놓은 다리가 아니고 수십 명 수천 명이 함께 놓은 다리이기에. 오늘도 그 다리를 많은 사람들이 건너고 있다. 공연도 하고, 교육도 하고, 체험도 하면서 말이다. 그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을 키워내는 일 또한 다리 놓는 일의 연속이다. 그들이 먼 훗날에 더욱 멋지고 아름다운 다리를 완성시킬 것이다.불혹을 넘긴 나이에 그 다리의 끝에 서서 뒤 돌아보니 예술가로서의 내가 없다. 꿈꾸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얼마나 정신없이 달려온 삶이었던가? 그 다리는 개인적인 꿈이 아니고 함께 한 모든 사람들과 만들어낸 꿈이었던 것이다. 걸어 온 길을 돌이켜 보면 참으로 많은 사람들의 격려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이었다. 지역의 굿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과 자부심, 그리고 책임감이 나와 함께 굿 동지들을 키워왔는데, 조금이라도 힘들다고 내비치거나 함께 하자고 하면 '예술은 배고픈 것이여' '당신들이 좋아서 하는 일 아니냐?' 라며 문화적 책임을 외면하는, 문화 예술과 거리가 먼 타자들이 많이 있다. 그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중심적인 사람들인데도 말이다. 그래서 아주 가끔은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오뚝이처럼 다시 우뚝 일어서는 힘은 같이 굿을 치는 사람들과 멀리서 묵묵히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에게서 받는다.2010년 새해, 20년 만에 새로운 꿈을 꾸기로 다짐한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따라잡지 못하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따라잡지 못한다.'라는 명언이 있듯이 그동안 천재는 아니었지만 노력하는 삶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즐기는 삶을 살기로. 흥청망청 즐기자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인 삶을 즐기자는 것이다. 즐기기 위해서는 그만큼 내 안에 쌓여 있어야 하고 오감이 그대로 열려 있어야 한다. 오감 열기와 온 몸으로 표현해내는 피나는 시간들을 딛고 20년 동안 튼튼하게 만들어 온 다리 위에서 멍석을 깔고 곡예를 하듯이 춤을 추는 것이다. 다리 위의 진정한 아름다운 잽이가 되는 것이다. 자기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을 견뎌 내면서 가야 하는 길이다. 스스로는 외롭겠지만 결국은 모두와 행복하게 만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또 다른 꿈인 것 같지만 그동안 내가 꾸어 온 꿈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행복하게 맞는 경인년이다.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이 또렷이 보이기에./이명훈(고창농악보존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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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01.05 23:02

[문화마주보기] 새만금을 사랑하는 방법 - 전성환

"사랑이란 말은 너무 닳고 닳아서 언제나 인용문이다." 라는 말이 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다 보니, 내가 어떤 상황이든, 얼마나 간절하든 상관없이, 그 말은 인용문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사랑에 버금가는 인용 단어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새만금'이라는 단어다. 너무 자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다 보니 이제 더 이상 새롭지도 설레지도 않는 단어가 돼버린 것이다.그러나 사랑이란 말이 아무리 낡았어도 가슴에 사랑을 품은 한 그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듯이, 새만금이란 단어도 그렇다. 전북도민에게 새만금은 끝내 껴안고 갈 수밖에 없는 단어다. 그렇다면 새만금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새로운 사랑법을 발견해보면 어떨까? 아무리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논해도 나의 사랑은 특별하듯이, 누가 뭐라 해도 새만금은 우리에게 특별한 그 무엇이다.많은 사람들이 새만금 내부개발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도 새만금의 실체는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다. 우리는 줄기차게 새만금을 사랑한다고 말해왔지만, 실체가 없는 대상을 사랑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새만금의 실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아니, 너무나도 확실하고 의연한 실체가 있다. 그것은 '세계 최장 33km 방조제'다. 볼 수 있고, 달려볼 수 있고, 만져볼 수 있는 실체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실체를 갈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만들어진 실체를 보듬고 껴안는 것이 훨씬 현실적인 사랑법이다. 새만금 방조제는 전라북도의 위대한 관광자산이다. 그것은 부안과 군산을 연결하는 바다위의 길이지만, 전라북도의 미래를 가늠해주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방조제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우리가 가장 서둘러야 할 것은 방조제 관광 인프라 조성이다. 얼마 전 JTV에서 〈서해, 과거를 품고 미래로 흐른다〉는 새만금 관광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적이 있다. 군산 근대문화유산, 신시도 바다둘레길, 선유도를 중심으로 한 고군산군도 풍경, 변산반도의 깊은 이야기, 새만금을 가장 잘 조망할 수 있는 김제 망해사 등이 새만금 관광권역에 들어 있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조용헌 교수는 "전라감사 이서구가 새만금이 육지로 바뀔 것은 예언했다."며 "그 예언처럼 새만금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꿀 것이다."고 말했다.그러나 우리가 가만히 있는데도 미래가 저절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지금부터 하나씩 준비를 해야 한다. 입시의 중압감에 찌든 대한민국 중고생들의 수학여행 일번지로 새만금 방조제를 마케팅 하는 것은 어떨까? 미래의 기둥이 될 청소년들에게 탁 트인 서해바다와 그 한가운데로 쭉 뻗은 바닷길을 걷고 뛰게 하며 호연지기를 기르게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 대학생 국토순례 대행진 필수코스로 새만금을 포함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 자연스럽게 새만금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심호흡할 수 있는 곳으로 자리매김 될 것이다.여기에 하나 더 추가한다면 새만금 관광 스토리텔링을 개발하고 문화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장예모 감독의 〈인상 프로젝트〉를 벤치마킹할 필요도 있다. 지역 주민들이 주인공이 되고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대형 문화공연상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시간과 인력과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일이지만, 전문가의 지혜와 힘을 모은다면 오직 새만금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문화상품이 만들어질 것이다.새만금은 20년을 끌어온 사업이고 앞으로도 몇 년이 더 걸릴지 모른다. 정치권의 변화와 사회담론의 흐름에 따라 영향도 많이 받는다. 그러한 물결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는 이미 구현된 실체를 하루빨리 '내 것'으로 만드는 지혜와 결단이 필요하다. 빚더미 남이섬을 '나미나라 공화국'으로 환골탈태시켜 최고의 관광지로 바꾼 강우현 씨는 말한다. "계속 망설이면 계속 그렇게 사는 겁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가고 싶은 곳으로 가세요. 지금 하고 싶은 일을 채워줘야 내일 더 좋은 일이 생깁니다."지금 우리가 새만금 방조제를 가꾸고 다듬어야, 내일 더 좋은 새만금이 만들어진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실체적 자산을 가꾸고 살리고 팔아야 우리가 원하는 미래로 갈 수 있다. 결국 현재가 모이고 쌓여서 미래가 되기 때문이다./전성환(전북도 홍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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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2.29 23:02

[문화마주보기] 이벤트성 문화를 부추기는 크리스마스 - 김윤태

서민경제가 갈수록 악화되는 현실에서 국민혈세가 사용되는 이벤트성 축제가 광화문광장에서 연이어지고 있다. 한글은 창제한 세종대왕동상 뒤에서 "풀라워 카펫"이라는 장소가 하루아침에 스케이트장으로 변했는가 하면 스노보드 국제행사로 변신하며 이벤트를 양산하고 있다.한국의 전통적인 문화축제는 사라져가고, 이미 외래축제를 통하여 이벤트성 문화로 변질되어 절정에 달한 것은 오늘 어제의 일이 아니다.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 축제문화도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크리스마스 Christmas 는 Christ 와 Mass의 합성어로써 "그리스도에게 미사를 드린다."라는 뜻이다. 크리스마스의 유래는 로마와 독일에서 찾을 수 있다.크리스마스는 로마에서 농경신을 섬기는 사트루누스(Saturnus)를 기리는 "사투르날리아"축제와 관련하여 태양신의 탄생일을 12월 25일로 지정하고 동지날에 축제를 하던 이교적인 풍습에서 연유한다. 태양신을 섬기는 이들은 12월 24일부터 1월 6일 까지를 명절로 지키고 있었다. 크리스마스는 시작은 교황 히폴리투스가 217년경에 태양신 미트라 탄생일인 12월 25일에 예수탄생을 기념하는 축제를 거행한 것에서 유래한다. 1월6일 그리스도 탄생일로 섬기던 성탄축제를 12월 25일로 변경한 것이다.독일에서는 크리스마스를 바이나하튼(Weihnachten)이라고 부른다. Weih는 축성한다는 뜻이고 nachten은 밤이라는 뜻이다. 즉, "축성하는 밤" 이라는 뜻이다. 이 단어의 유래는 게르만 전통의 거친밤(Rauhnaechte)과 관련이 있다. 이 거친밤 역시 12월 24일부터 1월6일 까지 열 두 날의 밤을 의미한다. 유럽에서는 이 거친밤 동안에 마적의 힘들이 작용하는 기간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이간동안에는 독일에서는 빨래를 밖에다 걸지 않는다. 이것은 인간의 희생을 요구하는 보단신의 영향을 받지 않기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게르만족의 풍습기간은 기독교의 크리스마스 축제기간과 현재에도 일치 한다. 성탄축제가 끝나는 1월 6일은 기독교에서 공현절이라고 한다. 유럽에서는 공현절 축가행렬을 지금도 하고 있다. 이처럼 기독교적 축제를 지칭하는 크리스마스와 게르만과 로마의 이교도적인 풍습은 19세기 미국에서 가족중심의 선물을 주고받는 소비문화로 변형되어 한국에 상륙한다.한국에서의 크리스마스의 유래는 1936년 매일신보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그 제목을 보면 "기독교인 손에서 상인의 손으로 넘어간 크리스마스"라고 되어 있어, 외래축제가 초기에 어떻게 정착되어 가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특히, 1940년 미군정에 의하여 공휴일로 지정된 크리스마스는 지금 까지 국가공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특히 한국전쟁이후 1980년대까지 지속되었던 통행금지가 예외적으로 풀리던 12월 25일은 올 나잇(all nacht)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낳게 된다.사실과는 다르게 변화 발전한 크리스마스역사에 한국 기독교문화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2005년도에 미국에서는 크리스마스와 주일인 일요일이 겹쳐지는 일이 발생 했다. 대다수의 미국기독교신자들은 교회 문을 닫고 예배를 쉬었다고 한다. 미국에서 크리스마스는 교회의 날이 아닌 가족의 날로 여기는 축제문화가 있었던 것이다. 그날 예외적으로 한인교회들은 미국에서 성탄예배를 교회에서 드렸다고 한다.한국전쟁이후 이루어진 미국문화수용과 한국문화의 혼재상태에서 문화적인 메시지를 수신 발신하는 사회적 미디어는 자가 발전 하며 새로운 크리스마스 문화를 창조해 가고 있는 것이다. 광화문광장에서 시청광장과는 다른 새로운 크리스마스의 창조적인 이벤트가 궁금해진다./김윤태(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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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2.22 23:02

[문화마주보기] 일본사회의 특수성과 주변성 - 임경택

국제사회에서 정치적 지도성이라는 측면에서 일본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높지 않은 반면에, 기술이나 경제면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아왔고, 그 발전의 배경에 서구와 같은 가치체계나 윤리적인 기반이 있을 것이라 추측되어 그것을 규명하고자 하는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 자체가 서구적 사회과학의 패러다임에 기초한 것으로서, 대부분의 일본문화론도 서구의 기준을 염두에 두고 서구와의 비교를 배경으로 한 것이다. 특히 서구인들에게 일본은 독특하게 비쳐져 왔지만, 그러한 독자성이라는 어느 사회에서나 나타나는 현상이다. 나로서는 서양모델로는 잘 설명되지 않는 일본사회의 측면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우선 일본은 지리적으로 동아시아의 문명권의 주변에 위치함으로써, 그 영향을 받으면서도 그것이 반드시 체계적으로 수용되지 않고, 단편적으로 수용되어 왔다. 한국처럼 중화문명의 세계관을 관념체계로 수용한 것이 아니라, 주위의 구체적인 물건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토착의 민속신앙이 근거가 되어 왔던 것이다. 즉 일본에서는 사람들의 생활에서 중시되는 것은 일상생활과 직접 관계있는 구체적인 물건이 중요한 의미장치로 존재하는 것이다. 에도시대의 국학자들도 인간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서 '자연이나 인간에 대하여 느끼는 정감'을 해독할 수 있는 마음을 들고 있다. 내면의 정신성과 외면의 물건이나 장소를 명확히 구별하는 전제를 가진 한국인으로서는 가장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고, 거꾸로 한국사회에서 논리적이고 추상적인 언어가 우월시되는 것에 대해 일본인들은 매우 피곤해 한다. 오늘날의 일본인들에게서도 외래의 논리적인 사고에 대하여 관념적이거나 공허한 것으로 간주하여 기피하는 자세를 발견할 수 있다. 일본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다 보면 반드시 듣게 되는 말이 "예를 들면, 어떤 것인가?"이다.이와 같이 물건이나 장소와의 관계에 기반을 두고 경험의 축적에 의한 생활개선과 세련을 지향하는 태도는, 결국 극히 지역 한정적이고 개별적인 생활현실의 지속을 중시하며, 정착성을 강조하게 되어, 물건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한국인의 유동성과 좋은 대조를 형성하게 된다. 일본에서 기독교가 수용되지 않는 것도 체계성 그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는 일본의 민속문화의 전통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는 관점이 필요하다.요약한다면, 기술 경제 분야에서 성취한 일본의 발전과 성공은, 논리성이나 체계성에 연유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물건 및 장소와 결부된 경험의 축적과 지속적인 개선을 추구한 결과이며, 장인들의 기술을 존중함으로써 얻게 된 결과라고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일본사회가 지닌 특수성이라 생각되며, 그로 인해 자신들의 특질을 충분히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언어화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임경택(전북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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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12.1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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