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4-12-11 21:52 (수)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타향에서

문화의 힘

선진국의 조건은 무엇인가? 중동의 부국들은 선진국 대접을 못 받으나 유럽의 소국들이 존중 받는 것은 왜 그런가?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전쟁의 결과로 일본 대신 한국이 분단된 배경은 무엇인가?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하나의 답으로서‘문화의 힘’을 생각한다.뉴질랜드 오클랜드박물관 입구에는 신라토기부터 조선백자에 이르는 150여 점의 우리 문화유산이 전시되어 있다. 과거 한국과 사업하던 분이 모아 박물관에 장기 대여하였는데 1994년에 그 분이 사망하여 국제경매에 팔릴 형편이었다. 남반구 최대의 한국예술 컬렉션이 세계적으로 흩어질 처지이니 이를 구매하여 박물관에 장기 임대해 줄 독지가를 찾아 달라고 박물관장이 협조를 요청하여 왔다. 한인 백만장자들의 의사를 타진하니 모두 부정적이었다. 정부에 건의 끝에 우리 국립중앙박물관이 구입하여 지금까지 거기에 장기 임대로 전시하고 있다. 일 년에 수십만 명이 와서 보니 우리나라에 가져 온 것보다 더 효과적인 문화 홍보가 되고 있다.1999년 가을 오사카를 방문하는 길에‘시립동양도자미술관’을 찾았다. 재일교포 이병창씨가 기증한 수 백점의 우리 옛 도자기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전주 출신으로 해방 후 오사카 영사사무소에 근무했던 이병창씨는 일본에서 건설업을 하여 모은 돈으로 우리 도자기를 구입하였는데 이를 오사카시에 기증하고 시는 이를 전시할 박물관을 건축한 것이다. 모국에의 기증도 검토하였으나 일본에서 돈을 벌어 일본 내에서 도자기를 사 모았으며 일본인들이 이를 보아야 재일교포들이 긍지를 가지고 살 수 있다는 이유로 일본에 기증한 것이다. 한국도자기의 아름다움을 우리보다 더 잘 평가하는 일본이 이를 더 잘 관리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하였다고 하였다.필자는 LA총영사로 근무 중 미국내에 한국정원은 하나도 없으나 일본정원은 19세기 후반 이래 주요 도시에 수백개가 조성되어 일본의 문화국가 이미지를 대중 속에 뿌리박는데 큰 기여를 해왔음을 알게 되었다. 정원이 문명화된 인간의 의식 속에서 차지하는 열망의 비중을 생각해 보라. 에덴동산, 바빌론 정원, 무릉도원 등 인간은 정원을 지상의 천국으로 꿈꾸지 않았는가? 노력 끝에 LA 카운티 수목원내에 5000평 규모의 한국정원을 최고의 위치에 조성하도록 수목원 계획에 포함시켰고, 현지 교민들을 중심으로 40만 달러를 모아 2007년 말 수목원에 기증하였다. 이 자금으로 2008년 10월 윤선도의‘오우가’를 개념으로 하는 기초설계가 작성되었으나 1000여만불이 드는 건설비 문제로 무산상태에 있다. 미국 뉴멕시코의 알버커키나 아리조나의 피닉스는 근래 시에서 수백만 달러를 기채하여 일본정원을 조성하였다. 미국 각 도시는 일본정원이 없으면 뭔가 부족한 것으로 느끼는 인식이 일반 시민들에게 보편화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전후에 미국이 일본의 영토 대신에 한반도 북부를 소련에 양보한 데에는 일본의 하드파워 못지않게 오랫동안 그 문화예술에 심취하고 그 소프트 파워를 평가한 결과가 아닐까 한다. 우리에겐 인류역사상 두번째로 자기를 만든 기술과 예술성, 한글이라는 우수한 표음문자를 만든 능력, 독특한 판소리 음악과 고유한 정원의 역사가 있다. 이러한 우리의 문화·예술적 자산을 체계적으로 활용하여 성장된 하드 파워에 걸 맞는 소프트 파워를 발전시켜야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4.04.17 23:02

블라인드 사이드

최근 A 선교사로부터 이메일이 왔다. A 선교사는 2006년부터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외딴 섬 잔지바르에서 학교와 병원을 짓고, 고아들을 돌보는 사역을 하고 있다. 이메일에는 최근 근황과 함께 재정형편이 급속히 어려워졌다는 소식이 담겨 있었다. 다행히 몇몇 사람의 도움으로 급한 불은 끌 수 있었다. 필자가 A 선교사를 알게 된 것은 3년 전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에 근무할 때였다. 소년원 출신중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사들의 인생스토리를 담은 동영상의 제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를 만나게 되었다. 태어나자마자 고아로 버려졌고, 청소년 시절 소매치기가 되어 소년원을 드나들던 비뚤어진 그 아이가 지금은 지구 건너편 아프리카로 건너가 선교사가 되었다는 드라마틱한 감동스토리는 듣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도 남음이 있었다. A 선교사의 성공은 한 멘토 어머니의 눈물겨운 사랑과 헌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올해 팔순 가까이 된 그녀는 30년 넘게 꾸준히 소년원 아이들을 위한 봉사를 해왔다. A 선교사도 그렇게 만나게 되었고, 그녀는 그의 삶속에서 어머니와 같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던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미국학자 에미 워너의 연구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워너 교수는 1955년에 카우아이 섬에서 가장 열악한 가정환경에서 태어난 신생아 201명의 성장과정을 40년간 추적 조사했다. 그중 3분의 2는 자라서 문제를 일으켰지만, 나머지 3분의 1에 해당하는 72명은 모범적으로 성장했다. 워너 교수는 72명이 역경을 이겨내고 반듯이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도대체 무엇인가에 연구를 집중했고, 그 결과 어려운 환경에서도 제대로 성장한 이 72명의 아이들이 예외 없이 지니고 있는 공통점을 발견해 냈다. 그 공통점은 성장과정에 그 아이들의 입장을 무조건적으로 이해해주고 받아주는 어른이 적어도 한 명은 그들 곁에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필자는 그동안 비행청소년들을 많이 만나보았다.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들중 상당수는 워너 교수의 지적대로 올바른 성장에 필요한 분량의 사랑을 받지 못함으로써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느끼지 못한 채 살아온 아이들이었다. 자존감이 낮으니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도 함부로 대하게 된다. 성인 강력범죄자의 가정환경을 심층분석한 연구결과도 거의 예외없이 범죄자들이 주로 고아이거나 결손·조손가정 출신으로 대부분 불우한 청소년시절을 보낸 경우가 많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사람이 어느 부모밑에서, 어떠한 가정환경에서 태어날지는 본인이 선택할래야 선택할 수 없는 사항이다. 자신이 도무지 선택할 수 없는 부모와 가정환경, 그것만으로 인생의 운명이 결정되고 고착되어 버린다면 그 사회는 결코 정의롭다고 할 수 없다. 세상에 태어나 제대로 된 사랑 한번 받아볼 변변한 기회조차 가져보지 못한 채 불우한 청소년기를 지내야 하는 사회는 결코 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 얼마 전 산드라 블록이 주연한 ‘블라인드 사이드’라는 영화를 보았다. 블라인드 사이드(blind side)는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시야의 사각지대를 뜻한다. 실화에 바탕을 둔 이 영화는 결손가정에 태어나 거리로 내던져진 한 흑인소년의 삶이 한 백인여인의 참사랑에 의해 기적적으로 변화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독자들도 꼭 한번 보기를 강추한다. 우리 사회의 슬픔과 절망의 ‘사각지대’가 하나 둘씩 없어지기를 기대하면서.

  • 오피니언
  • 기고
  • 2014.04.10 23:02

급변하는 세상, 전북 3.0 구현

요즘에는 늘 스마트폰을 끼고 산다. 잠자리에서 일어나자 마자 카톡을 확인하고, 식사할 때도 스마트폰을 찾는 일이 많다. 전철이나 버스에서도 고개숙이고 스마트폰에 열중한다. 심지어 화장실에 까지 꼬리처럼 스마트폰이 따라다닌다. 그리고 요즘 카페가 급격히 늘어났다. 카페에서는 커피 한잔 마시면서 스마트폰을 이용하거나 노트북 들고와 장시간 앉아 일하는 사람들도 늘어난다. 이에 맞추어 카페들도 와이파이와 인터넷 환경을 갖추어 디지털화에 적극이다. 스마트 기술의 혁신은 산업, 생활방식, 사고방식, 문화 등 우리사회 제반 영역에 큰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아날로그 시대, 산업화 시대에는 도시는 항구주변에서 발달하고, 철도와 자동차가 중요하며, 공장지역, 주거지역, 상업지역이 분리되어 이를 연결하는 대중교통과 도로망이 만들어 진다. 그러나 디지털 세계에서는 스마트 워크 방식으로 바뀌어 굳이 사무실에 가지 않고도 대부분 집에서 일하고, 업무적 만남은 자꾸 줄어들 것으로 본다. 그렇게 되면 출퇴근을 위한 자동차 수요는 줄고, 집은 일과 생활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 형태로 변화하고, 남는 시간이 많으니 걸어다니면서 즐길 수 있는 공원같은 생태환경이 중요해 질 것이다. 이에 따른 지방행정의 정책도 변화될 것이다.정부 역시 급속한 사회 변화에 맞추어 정부운영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정부 3.0은 개방, 공유, 소통, 협력의 가치를 구현하여 투명한 정부, 서비스 정부, 유능한 정부를 구현하고자 한다.디지털의 세계는 무한 복제가 가능하여 풍부한 세계로서 너그러워지고 공유가 일어난다. 디지털 시대에는 나눔, 공유, 개방이라는 3가지 키워드를 빼놓을 수가 없다. 미국의 아마존 닷컴이나 중국의 알리바바닷컴 같은 회사는 자신들의 핵심자원을 공개한다. 그리하여 소규모 사업자들이 자신들의 자원과 브랜들를 활용해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해놨고, 이로 인해 알리바바의 경우 기업공개를 통하여 3년동안 만들어진 일자리가 100만개라고 한다. 알리바바가 직접 일자리를 만든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만든 인프라로 인해 직원 4∼5명의 가내수공업 수준 기업들이 무수하게 생겨난 것이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변화에 맞추어 정부3.0 구현을 위하여 시민들이 자유롭게 데이터에 접근하고, 데이터를 가공하고 활용하여 서비스를 개발하고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그리고 시민과의 소통, 시민의 정책참여를 통해 정책수요자의 요구를 더 정확히 파악하여 국민의 다양한 유형과 특성, 선호 등을 고려하여 개인이 필요한 서비스를 원하는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수요자에게 더욱더 다가가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나가도록 하고 있다. 지난 100년간의 변화는 인류 전체 역사의 변화와 맞먹는 수준이고, 지난 20년간의 변화가 100년안의 변화보다도 크다고 한다. 앞으로 짧으면 10년, 늦어도 20년 이내에 우리의 생활은 큰 변화를 맞게 된다. 3D 프린팅,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신기술이 빠르게 적용되고 있으며, 기술혁신과 변화의 주기가 짧아짐에 따라 발빠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앞으로 다가올 시대를 예측하고 선도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각 산업과 기업, 국가와 지역의 미래가 달라진다. 전북이 과학기술과 ICT 융합을 통해 전 산업과 일상적 경제활동은 물론, 일하는 방식 등에 있어서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을 추진한다면 디지털 시대에 우뚝 서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전북 3.0 시대가 구현되기를 기대한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4.04.03 23:02

고향의 봄

봄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개나리, 진달래, 매화, 산수유가 활짝 피었고, 푸른 새싹들이 땅에서 나무에서 하루가 다르게 불쑥불쑥 돋아나고 있다. 길거리 사람들의 모습은 생기가 있고 발랄하다. 옷차림도 예쁜 꽃들처럼 다양한 색상으로 변했다.봄이 오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이 어릴 적 고향이다.유년 시절, 개구쟁이 친구들과 함께 산과 들녘을 향해 마냥 뛰놀던 추억. 뒷동산에서 깡통으로 불장난을 하다 산 전체를 온통 시커멓게 태웠던 기억. 또한 동네 아낙네들이 양지바른 텃밭이나 길가에 모여 쑥과 냉이를 캐던 모습들도 눈에 선연하다. 그리고 봄바람이 불면 젊은 청춘들은 사랑을 속삭이게 된다. 지금쯤 내 고향에는 봄이 오고 있겠지.소년이 어느덧 오십을 훌쩍 넘겼다. 35년째 타향살이라니 세월 참 빠르다.필자뿐만 아니라 고향을 떠나온 모든 분들은 봄이 오면 옛 추억에 잠기곤 한다. 그 이유는 고향이 삶의 뿌리이고 추억이자 희망이기 때문이다. 고향에 부모 형제와 선영을 두고 있는 출향민이라면 하루에도 몇 번씩 고향생각으로 눈시울을 적실 것이다. 지금 고향 어르신과 친구들은 봄을 맞이하고 있겠지.새해가 시작된 지 벌써 3개월이 지났다.작년에 우리나라 경제는 저성장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침체된 분위기였다. 군산 국가산업단지의 경우 가동률이 70% 안팎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지역경제가 위축되고 기업인과 근로자 모두가 움츠렸던 한해였다. 다행히 올 들어 경기가 서서히 꿈틀거린다고 한다. 그 여파가 전북에까지 미쳐 모두에게 웃음꽃이 활짝 피었으면 좋겠다. 정부가 2013년 귀농인구를 발표했는데, 다행스럽게 전북지역으로 귀농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참으로 기뻐할 일이다.봄은 씨앗을 뿌리는 계절이다.정부는 미래의 먹거리 산업을 위해 어떤 씨앗을 뿌려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이를 위해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창조경제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창조경제란 풍부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과학기술을 접목시켜 미래의 성장산업을 육성해 가는 것이다. 전북이 그 중심에 우뚝 서야 하며, 청년 기업인 또는 벤처들을 위한 비즈니스 밸리(business valley)를 선점해야 한다. 그래야만 젊은이들이 전북지역으로 모이고, 지역내 대학이 성장해가며, 새로운 산업을 통해 발전해 갈 수 있다. 예를 들면, 익산의 경우 ‘농업 및 식품관련 창업밸리’를 국가식품클러스터 단지내에 조성해야 한다. 이럴 경우 농촌지역이 창업의 메카로 발전해 가며, 단순한 농업이 1차(생산), 2차(가공·유통), 3차(관광 등 서비스)산업이 융합되어 6차(고부가가치 창출) 산업으로 발전해 갈 수 있다. 많은 출향민들이 고향에 대해 걱정한다. 큰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 작지만 강한 전북이 되길 소망하고 있다. 며칠 지나면 봄은 다시 추억으로 남는다.초등학교 시절, 아침 일찍 동네 어귀에 모여 씩씩하게 교가(校歌)를 부르며 등교하던 모습이 선연하다. 그 시절 선배, 친구, 후배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다시 어릴 적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다. 주말에는 고향마을을 찾아 냉이 무침과 쑥국을 맛보면서 막걸리에 취해 옛 추억에 잠길까 보다. 내 고향 남쪽나라에는 봄이 오고 있겠지. △김수흥 실장은 익산이 고향이며, 이리고, 한국외대 영어과, 미국 오리건대대학원을 졸업했다. 입법고시(10회)를 거쳐 국제국 미주주재관(워싱턴), 국제국장 등을 역임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4.03.27 23:02

한국 문화의 세계화

유럽과 미국 등 서구문명권에서 20년 가까이 외교관으로 근무하면서 우리의 문화에 대한 서양사회의 인식이 그간 많이 변화해 온 것에 금석지감을 느낀다. 오랫동안 아시아에서는 중국, 일본, 인도, 태국 등의 문화만을 주로 접해온 서양사회도 90년대 말부터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일기 시작한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문화에 어느 정도 접할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의 경제발전에 따른 한국 상품의 세계적 진출이 그 기반이 되고 있다고 본다. 중국은 2000여년 전 진나라 때부터 실크로드를 통해 로마제국과 교류를 하면서 서양문명과 쌍벽을 이루는 문명의 존재를 알린 바 있다. 일본도 16세기 중반이래 제한된 지역에서지만 서양과 교류의 문을 계속 열어둠으로써 중국 외에 또 하나의 수준 높은 문명국이 동양에 있음을 알려왔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조선시대 500여년간 사대사상과 폐쇄적 유교이념에 억매여 우리의 존재를 서구에 각인시키지 못하여 식민지로 전락하는 수모를 겪은 바 있다. 그러나 우리는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도자기, 팔만대장경, 불교건축 유산, 한글, 판소리 등 세계에 자랑할 만한 고급문화 콘텐츠를 상당 수 가지고 있다. 한류가 말 그대로 흘러가 버리고 마는 일시적 유행이나 흐름이 아니고 지속적인 영향력을 가지는 문화로 존속하려면 대중문화 위주가 아닌 이러한 고급 전통문화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그러나 한글이 아무리 우수하다고 해도 많은 정부예산을 들여 이를 외국 소수 문맹부족에게 보급하는 등의 일은 무모하고 무의미한 일이다. 같은 표음문자인 로만 알파벳이 이미 오래 전에 세계를 제패했기에 이에 우리가 도전할 일은 아닌 것이다. 남이 갖지 못했거나 세계적으로 경쟁 가능한 우리의 고급문화와 전통을 발굴하고 발전시켜 알리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2차대전중 적국으로 싸웠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대한 서양의 변함없는 호의적인 인식은 오랫동안 독특한 일본문화의 아름다움에 매료된데 기인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중에서도 일본정원은 그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으로 수백년간 서양인들을 매혹시켜왔다. 미국 내 수백 곳과 유럽 각지에 산재해 있는 수많은 일본정원은 서양인들에게 어릴적부터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깊이 각인시키고 있다. 중국도 이제 경제력을 바탕으로 중국정원을 세계 각지에 빠르게 보급하고 있다. 우리도 세계에서 자기식 전통정원을 주장할 수 있는 몇 안되는 나라의 하나이나 미국에 조차 제대로 된 우리 전통정원이 하나도 없다. 이에 필자는 아름다운 LA카운티 수목원내에 최고의 부지를 확보하고 미국 내 최초가 될 본격적인 한국정원 조성을 추진하였으나 2008년5월 갑작스런 귀국으로 중단되어 아쉽게 생각하고 있다. 현지 한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의 무관심으로 1천만불에 달하는 예산 확보가 안되어 이제 미국측이 부지 제공을 취소하려는 상황이 되었다.무형문화인 역사 속의 사건들도 그림·음악·영화 등의 예술이나 문학작품의 소재가 되어 한국문화를 세계화하는 재료가 될 수 있다. 세계화와 문화융합의 시대에 전통문화만 고집하는 국수주의는 경계해야 되지만 세계화될 수 있는 고유문화 콘텐츠를 찾아내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창조해 나가는 것은 한류를 일시적이 아니라 영구적인 현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일 것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4.03.20 23:02

화이트데이와 용기

실패를 두려워 말고 인생의 바다 향해서 용감하게 진격하라며칠 남지 않은 3월 14일은 남성이 좋아하는 여성에게 사탕과 함께 사랑을 고백하는 화이트데이다.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는 여성이 남성에게 애정을 표현하는 날이다. 그런가 하면, 4월 14일 블랙데이는 연인이 없는 사람들이 만나 짜장면을 먹는 날이라고 한다. 386세대인 필자에게는 낯선 기념일들이다. 국적 불명이든, 기업의 상술이든 간에 짝을 찾아 나선 청춘들의 푸르른 젊음이 필자의 눈에는 부럽기만 하다. 화이트데이에 가슴 속에 품어온 연정을 상대에게 드러내기 위해서는 적잖은 용기가 필요하다. 가수 송창식의 ‘맨처음 고백’의 노랫말을 보면 그 애타는 심정을 잘 알 수 있다. “말을 해도 좋을까 사랑하고 있다고 마음 한번 먹는데 하루 이틀 사흘. 돌아서서 말할까 마주 서서 말할까 이런 저런 생각에 일주일 이주일. 화를 내면 어쩌나 토라지면 어쩌나 눈치만 살피다가 한달 두달 석달. 내일 다시 만나면 속시원히 말해야지 눈치만 살피다가 일년 이년 삼년.”노래의 주인공은 왜 주저하고 머뭇거렸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는 두려움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좋아한다고 고백했는데 정작 거절당했을 때 받게 되는 상처가 두려웠으리라. 사람의 마음에는 자신의 뜻이 좌절되는 것을, 상처받는 것을 본능적으로 피하려는 방어기제가 내장되어 있다. 올해도 벌써 두 달이 훌쩍 지났다. 새해 시작과 함께 품었던 결심이 작심삼일로 끝나버린 분들이 많을 것이다. 게으름도 원인이겠지만, 사랑고백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마음에 품었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 탓도 많으리라고 생각한다. C.S. Lewis라는 작가는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라는 책에서 “실망감(disappointment)이란 삶의 모든 부분에서 꿈으로만 간직해 왔던 소망을 힘겨운 실천으로 옮길 때 비로소 나타나는 현상이다”라고 말했다. Lewis의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실망감은 긍정적이고 좋은 것이다. 만일, 근자에 들어 실망감을 느낀 적이 없다면 문제일 수 있다. 아예 꿈이 없거나, 꿈이 있다 하더라도 꿈으로만 머물러 있고 이를 용기있게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는 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책 제목처럼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실패가 두려워서 시도 자체를 하지 않으면 어느 것도 이룰 수 없다. 배는 항구에 가만히 정박해 있으면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그것은 배의 본래 목적이 아니다. 배는 저 넓디 넓은 대양을 항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래야만 비로소 배다운 배가 된다. 우리네 인생도 그렇다. 새로운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고 뛰어드는 용기가 필요하다. 바다로 나아가야 한다. 비록 난파의 리스크가 있더라도 말이다. 도전해야 한다. 한 때 실망을 맛보게 된다 하더라도 말이다. 신학기다. 인생의 선배로서,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하는 심정으로, 앞길이 구만리같은 젊은 학생들에게 들려 주고 싶은 말이 있다. 무엇보다, 꿈을 꾸되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라는 점이다. 꿈은 이루라고 있는 것이지, 꾸라고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필자가 살아온 삶을 돌이켜 보면 무엇을 해서 드는 후회보다 하지 않아서 드는 후회가 훨씬 많다는 점을 꼭 얘기해 주고 싶다. “지금 자면 꿈을 꾸지만, 지금 노력하면 꿈을 이룬다”는 링컨 대통령의 명언과 함께 저 드넓은 인생의 바다를 향해 용감하게 진격하라고 말하고 싶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4.03.13 23:02

아기 울음소리가 그리운 시기

요즘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지난 2월 28일 발표한 통계청의 ‘2013년 출생·사망통계 잠정치’는 그러한 경향을 뒷받침한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자녀수라 하는 작년도 합계출산율은 1.19에 불과하다. 2011년 기준 평균 합계 출산율이 1.70인 OECD 34개국 중 합계 출산율이 가장 낮다고 한다. 인구 1000명당 출생아수를 의미하는 조(粗)출생률도 8.6명으로 전년보다 1.0명 감소하였으며 관련 통계작성이 시작된 1970년 이후 역대 최저치라 하니 너무 우려스럽다. 지난 2009년 합계 출산율이 1.15명일 때, 삼성경제연구소 전망에 따르면 오는 2100년에는 이대로 가면 한민족 총 인구가 현재의 절반 수준인 2468만명으로 감소한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2500년이면 현재 인구의 0.7%인 33만 명만 남게 된다고 하니, 이쯤되면 한민족은 소멸위기도 걱정해야 하는 것이다.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인가? 만혼에다 결혼기피 현상이 한 몫을 하고 있다고 한다. 작년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남성의 초혼연령은 32.1세, 여성의 초혼연령은 29.4세라 한다. 초혼연령의 증가는 가임기간의 감소로 이어져 출산율 감소의 원인이 된다.또한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 되어가고 있다. 직장을 구하지 못하거나 안정된 직장을 가지기 어렵고, 결혼생활을 유지할 정도로 수입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아서 그리고 과도한 주거·결혼비용 등이 결혼 가치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결혼해도 자신의 수입만으로는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자신이 없으면, 결혼을 주저하게 되고, 자녀 수도 줄이게 되는 것이다.그리고 자녀의 양육비 부담이 상당한 폭으로 늘어난 것도 적은 수의 자녀를 선호하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2012년 기준 자녀 1인당 대학졸업(22년간)까지의 총 양육비는 3억 896만 4000원으로 추정되어, 2009년(2억6204만 4000원) 대비 크게 늘어났다. 특히 사교육비가 월 22만 8000원으로 비중이 제일 높다. 사교육비 경감을 통한 저렴하고 균등한 교육기회가 확대되어야 한다.점점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전북에서 저출산 해결은 더 절박한 과제이다. 반듯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지역의 젊은이들이 적성에 맞는 일자리에 취업할 기회가 많아지도록 해야한다. 그래야 생활안정과 보람을 찾아서, 결혼도 적기에 하고, 출산율도 높일 수 있다. 그리고 요즘 대다수를 차지하는 맞벌이 부부들은 일과 가사의 이중부담으로 출산을 포기하거나 축소하는 경향이다. 부부가 가사와 육아를 분담하는 생활양식이 정착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은 일-가정양립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육아휴직과 유연근무제 촉진이 필요하다. 원격, 재택 근무, 시차출퇴근, 집중시간근로, 시간선택제 일자리로의 전환 등이 활성화 되어야 한다. 정부에서는 지난 2월 4일 ‘일하는 여성을 위한 생애주기별 경력유지방안’으로 대체인력지원금 인상, 시간제 보육반 확대, 초등 돌봄교실 운영, 시간선택제 채용 전환 확대, 스마트워크 활성화 등 다양한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정책들이 지역 현장에서 뿌리를 내리도록 지자체와 기업의 협조와 지원이 필요하다. 전북에서 부터 생명의 탄생을 알리는 아기 울음소리가 도처에 울리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4.03.06 23:02

우리에게 외교란 무엇인가

36년간의 외교관 생활을 마친 후, 이제 외교에 관해 가르치며 외교란 과연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서양의 전통적 개념으로는 외교는 전쟁을 방지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19세기 중국이 서양세력에게 굴욕을 당할 때까지는 외교의 개념이 서양과는 달랐다. 서양에서는 1648년 ‘웨스트팔리아 조약’을 통해 국가의 크기나 종교에 관계없이 모든 국가가 불가침적인 주권을 가진다는 원칙이 확립되었으나 동양에서는 19세기까지도 패권국인 중국에게 모든 나라들이 조공을 바치는 관계여서 대등한 국가간의 외교라는 것이 성립될 수 없었다. 작은 나라는 큰 나라를 섬기고 큰 나라는 작은 나라를 돌봐준다는 “사대자소”와 조공을 바치고 답례를 하는 “조공회사”가 대중국 관계의 원칙이었고 이에 반하면 대국의 징벌이 있을 뿐이었다. 1637년 1월 30일 조선의 인조가 송파나루에서 단상의 청 태종에게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땅에 머리를 박는 ‘3배9고두례’를 하며 대국에 항거한 것을 사죄하는 치욕을 당한 “삼전도의 굴욕” 이 이러한 냉엄한 관계를 잘 나타내 준다. 조선과 일본, 유구, 월남, 태국 등 중국의 주변국들은 상하 관계의 국제질서 속에서만 살아 온 셈이다. 이들 주변국들간 상호 관계는 중국 중심의 큰 질서 안에서 “교린”이라는 대등한 교류가 있을 수 있었으나 매우 제한된 범위의 관계라서 외교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1842년 아편전쟁을 계기로 이러한 중국 중심의 동양국제질서가 무너지고 서양식 외교개념이 지배하게 되었다. 이미 임진왜란 이전부터 서양과 제한된 범위 내에서 교류를 해온 일본은 이를 빨리 간파하고 ‘脫亞入歐’의 기치를 내세워, 사대질서 관념에서 탈피하지 못한 조선 등을 어렵지 않게 식민지화 하였다. 2차대전 이후에는 미·소 대결을 거쳐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가 확립되었으나 중국의 부상과 일본의 보통국가화로 인해 미국이 동북아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이에 따라 한국이 다시 19세기말~20세기 초와 같이 강대국 패권경쟁의 희생양이 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희생양이라는 것은 한국이 다시 주권을 잃을 우려가 아니라 북한이 중국의 영향권에 더 확고하게 들어감으로써 북한이 사실상 우리와 관계가 없는 땅이 될 것이라는 우려이다.이러한 점에서 우리에게 외교는 전쟁과 평화의 문제가 아니라 통일의 문제라는 차원임을 인식하게 된다. 통일을 위한 외교에서 전쟁과 평화는 국제관계의 상황이면서 또 외교의 수단이기도 하다. 19세기 ‘전쟁론’의 저자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은 정치(외교)의 한 방법” 이라고 했지만 우리에게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러한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 상황이다. 우리는 비스마르크의 독일과는 달리 통일외교의 수단에서 전쟁을 배제해야 되니 한 손을 묶고 싸워야 되는 형편이다. 평화적인 수단으로만 통일을 달성해야 하는 우리에게 통일의 시간이 허락될 것인지도 불명확하다. 미국이 통일에 협조적일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외교정책을 결정하는 위정자와 이를 선출하고 감시하는 백성들의 외교에 대한 깊은 이해와 책임이 더 강조되어야 한다. 외교나 국제질서의 변화에 무지해서 주권까지 잃었던 과거를 가진 우리는 역사에서의 교훈을 되새기며 불행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4.02.20 23:02

대구탕과 선진 대한민국

언제부터인가 우리 곁에서 사라져 가던 국내산 대구가 근자에 겨울 밥상에 자주 오르곤 한다. 그 비결인 즉슨 수십년간 수천만 마리의 대구 치어를 꾸준히 방류한 덕분이다. 경제도 똑 같은 이치다. 일찌감치 도로, 항만, 통신망과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에 과감한 투자가 있었기에 고속성장할 수 있었다. SOC 축적은 국가경제의 기초체력, 즉 국가경제의 뼈대와 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것이다. 우리의 시대적 과제는 선진국 진입이다. 경제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 그런데 문제는 경제만으로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돈만으로 명문집안이 될 수 없듯이 말이다. 명문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존경받을 만한 가풍과 예의범절을 갖추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한 나라가 선진국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경제적 풍요만으로는 부족하고 정신적, 문화적 품격까지 함께 갖추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다. 돈만 있지 정신적 가치체계가 제대로 서있지 않은 나라는 졸부국가일 뿐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사회적 자본은 미약한 수준이다. 사회적 자본의 출발점은 법치다. 공동체의 약속인 법을 지켜야 한다는 시민적 규범의식은 여전히 취약하다. 사회적 자본의 보다 고차원적인 형태인 신뢰, 배려, 공감, 관용, 사랑이라는 가치의 측면에서 본다면 더더욱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미국의 한 대법관은 이렇게 말했다. 자신의 주먹을 휘두를 권리는 타인의 코 앞에서 끝난다고 말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를 들여다 보면 주먹을 마구 휘두르는 바람에 다른 사람의 코피가 터지는 일이 생겨도 아랑곳하지 않는 현상이 곳곳에서 시도때도 없이 일어난다. 천박한 성공지상주의와 탐욕적 이기주의가 횡행하는 세상속에서 더불어 사는 데 필요한 공동체 의식과 미덕은 모두 어디로 숨었는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부족한 사회적 자본을 어떻게 하면 키울 수 있겠는가. 사회적 자본과 같은 정신적, 문화적 인프라는 하루 아침에 쌓을 수 없다. 오랜 기간 인내를 가지고 지속적인 투자가 관건이다. 수십년간 대구 치어를 쉬지 않고 방류했던 것처럼. 우선적으로 범정부차원의 전략적이고 지속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다. 현재 법무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법사랑 사이버랜드, 솔로몬 로파크와 같이 어렸을 때부터 공동체의 룰을 지키는 시민적 규범의식이 몸에 배게 하는 법교육인프라의 확충이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이 일은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될 수 없다. 신뢰, 배려, 공감, 관용, 사랑이라는 가치는 시민 한사람 한사람의 마음에서 스스로 샘솟아야 하기 때문이다. 공동체는 시민을 지켜주고, 시민은 함께 사는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기여한다는 “all for one, one for all”의 성숙한 공동체의식을 우리 모두 회복해야 한다. 그리스에 이런 격언이 있다. 나이 든 노인이 자신의 남은 생애 동안 나무그늘의 혜택을 누릴 수 없음을 알면서도 한 그루의 나무를 정성을 다해 심는 사회가 위대한 사회라는 말이다. 사회적 자본의 축적은 대구치어 방류 이상으로 힘겨운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비록 우리 당대에 돌아오는 것은 없더라도 언젠가 선진 대한민국이라는 큰 물고기가 되어 돌아오리라 꿈꾸면서 법치SOC, 안전SOC의 치어를 오늘도, 내일도 이 땅을 떠나는 날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방류해야 하는 것이 우리 세대의 사명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4.02.13 23:02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사회

지난 주는 설 명절로 온 가족이 오랜만에 보게되는 기쁨이 있었다. 가족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앞날을 걱정해 주면서 덕담을 나눈다. 가족은 식구라 하여 밥을 같이 먹고 지내는 것을 기본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평소에는 동거하는 가족이라도 식사는 커녕 서로 얼굴조차 보기 힘든 경우도 많다. 저녁 늦게 업무에 지쳐 파김치로 집에 들어가면 소중한 가족간 대화나 행복을 나누는 시간을 갖기 어렵다. OECD 선진국 중에서 우리나라처럼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는 나라도 드물다 한다. 지난 2012년은 우리나라 연간 근로시간은 2092시간이었다. 그에 비해 이웃 일본만 해도 1765시간, 특히 유럽은 프랑스 1402시간, 독일 1317시간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녀양육에 대한 열망이 대단히 큰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부모역할을 할 시간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 현실 때문인지 부모 되기를 포기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00년 1.467명에서 2010년 1.226명으로 초저출산 국가(합계출산율 1.3이하)를 면치 못하고 있다. OECD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며 OECD 국가 평균은 1.70이다. 심각한 저출산 문제는 기업에서 필요한 젊고 우수한 인력을 확보할 수 없게 하며, 인력수급의 문제로 이어져 지속가능한 사회를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일과 가정생활이 조화롭게 병행 가능한 사회가 된다면 부모들이 아이를 낳는 선택을 늘릴 것이고, 부모들이 출산 육아후 다시 재취업하게 될 수 있다면 충분한 근무경력과 능력을 갖춘 여성이 육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지 않게 될 것이다. 그 만큼 우수한 인력손실이 줄고, 많은 결원발생을 메우기 위한 신규 인력 채용에 투자해야 하는 비용도 기업입장에서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일-가정 양립은 일하는 근로자 개인의 문제를 넘어 기업에도 필수적인 것이다. 최근 민간기업의 경우 신세대 직장인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야근 금지령’이 새로운 직장문화 코드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모 대기업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초과근무 제로’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직원이 야근을 하면 상급자인 팀장에게 보너스나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제도이다. 모 백화점은 야근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저녁 7시 이후엔 직원들의 PC를 작동되지 않게 만든다고 한다.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불굴의 정신으로 한강의 기적까지 일구어온 우리나라의 장시간 근로관행은 이제는 다시 생각할 때이다. 맞벌이 부부가 많은 현실에서 장시간 근로는 자녀출산을 기피하고 인구감소로 인한 인력수급의 문제 등 심각한 저출산의 재앙이 우려되며, 우리나라의 미래가 걱정되는 것이다.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가족친화적 직장문화를 가진 기업들은 창의성과 생산성이 오르고 입사경쟁율도 높아진다고 한다. 임금이 높진 않아도 직장을 떠나지 않고 오히려 타 직장에서 오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우리 전북지역에도 인구감소로 인한 걱정이 많다. 전북에서부터 지역사회운동으로 시작하여 일-가정 양립이 가능한 문화, 저녁을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삶을 만들어 나가면 좋겠다. 그러면 많은 인재들이 전북에 살고 싶어할 수 있고, 가족들도 행복하여 사회문제도 줄고 오히려 창의성과 생산성이 높은 문화가 발달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4.02.06 23:02

내 고장 지역발전의 미래

지금 세계는 지난 일세기 동안을 이어온 경제 질서를 근원적으로 파괴하고 21세기를 이끌어갈 새로운 경제 질서를 모색하고 있다. 기존체제가 붕괴하면 변화의 필요성은 필연적으로 대두한다.이제 우리 전북도 오직 역사적 방법으로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미래를 열기 위해 미래 안으로 뛰어든 실존은 불확실한 성패에 대한 결과적 비판의 관람자일 수는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내 고향 발전의 새로운 역사적 도전에 앞서 새로운 경제혁명에 뛰어드는 산고를 치러야 한다. 한 나라 지방자치단체가 발전하는 데는 전기가 있기 마련이고 그 전기를 맞는 지역 지도자들의 의지와 진취성에 따라 지역 발전의 역사가 바뀐다. 우리는 지역발전의 변혁기 중심에 서서 깊이 생각해 보자. 새 시대에 대비하여 지역 경제혁명을 위하여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스스로 찾아 나서야 한다. 그것은 우리들의 권리이며 사명이다. 우리나라 지역 경제는 이제 새 시대에 대비하여 새로운 시작으로 지난날의 우상을 깨뜨리고 부수고 우리의 의지를 새롭게 경제하려는 용광로에 투입해야 한다.변혁의 실체는 창조적 혼란과 창조적 해체를 경험하는 아픔을 통해서만 나타난다. 마치 산고의 아픔을 통해서 새 생명이 태어나는 것처럼.이제 오늘이 있게 된 원년 즉, 1960년대 초의 개발연대로 되돌아가자. 그때 우리는 반만년을 지탱해온 끈기와 저력의 역사와 교육받은 지적자원 외에는 자연자원이 거의 없는 좁은 국토, 밀도 높은 인구, 청산되지 않은 일제의 잔재, 한국전쟁 때문인 폐허, GNP 80달러뿐이었다.이로 말미암아 배고픔, 허무주의, 그리고 폐허가 출렁이던 실낙원 황토밭 한가운데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으로 시작했는지.우리도 잘살아보자는 희망적 공감대, 오직 이 하나를 붙잡고 시작하지 않았던가.꿈과 희망이 없는 사람에게는 내일이 없으며 내일이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만 있다. 믿는 사람은 꿈과 희망을 기다리지 않고 그것을 찾는다.내일을 이겨내는 우리 지역 경제의 명제는 주식회사「한국주의」를 새롭게 다져가는 길이다. 경제주체로서의 지역주민과 공직자 모두가 한국적 자본주의 체제의 공동체로서 임무와 책임을 분담하고 내일의 성숙한 지역 경제를 재정립해야 한다. 지역 경제의 경제발전은 미래를 바라보는 지역 주민들의 기대가 얼마나 긍정적인가 하는 문제에 귀착된다. 경제의 활성화는 바로 미래에 대한 비전과 자신감, 기대감이 성패를 좌우한다고 본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하려고 하는 경제정책이나 지역 발전의 미래를 얼마나 밝게 보고 경제 활성화를 진작시키는 지역 주민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느냐 따라 성장 동력의 성패 여부가 결정된다.지역 발전은 결국 지역주민의 기대감을 반영한 적극적인 생산 활동이다. 지역주민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우리 지역경제 활성화에 참여하고 경제가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느냐 하는 여부가 성장 동력에 불을 지필 수 있는 기본적인 에너지가 되는 것이다.진정으로 우리나라 지역 주민과 우리 지역을 사랑하는 공감대를 만들어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무엇을 지금 소유하고 있는가는 의미가 적다. 무엇을 어떻게 남겨줄 것인가가 중요하다. △백영훈 원장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정책자문위원장, 한국질서경제학회 명예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4.01.23 23:02

아직도 먼 '집으로 가는 길'

작년 세모에 ‘집으로 가는 길’을 보았다. 실화에 바탕을 둔 영화에 등장하는 주프랑스대사관의 행태에 분노한다는 몇 분의 권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신파조에 불과하다고 하였고, 다른 분은 대사가 국민 보호를 소홀히 하는 장면이 많아 크게 실망하였다고 하였다. 대사가 국가간의 사건도 아닌데 사건의 추이를 추적하고 있었을 같지는 않았기에 그 아래 영사의 잘못일 것으로 짐작하였다. 여성감독 방은진에 전도연 주연이었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주부가 유혹에 빠져 남미에서 파리까지 마약을 운반했다가 공항에서 체포되고 카리브해 한 섬의 구치소에서 재판도 못 받고 2년간 수감되었던 얘기였다. ‘국가의 외면에 국민은 절망’이라는 구호하에 수백만이 관람하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영사가 파리 구치소에서 수감자를 면회한 후에는 선진국이라 법대로 잘 처리될 것으로 믿고 잊어버린 사건으로 보였다. 주인공이 마르티니크섬의 구치소로 옮겨진 후, 통역을 구해주지 못한데서 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거기에 교민이 한 명 있었는데 이를 몰랐고, 한국에서 마약운반책이 체포되어 그녀는 마약인지 몰랐었다고 증언한 기록을 마르티니크 법원에 제출토록 우리 대사관에 보냈으나 담당이 서류를 분실함으로써 재판이 1년이나 지연되고 구치소 생활을 1년간 더 했다는 것이다.서류처리 결과를 외교부를 통해 추적했으면 분실했더라도 다시 보낼 수 있었을 것이었다. 당사자들이 불친절한 공무원들을 상대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겠지만 대사관 책임과 함께, 자신의 권리는 스스로 지켜야 된다는 점도 부각하였으면 좋았지 않았을까? 그렇다고 대사관의 책임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닐 것이나, 피해자의 불필요한 고통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국가는 범죄자일지라도 인권에 더 관심을 가지고 공무원들의 책임을 더 엄격히 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인권은 국가가 그냥 보호해 주는 것이 아니고 각자가 적극적으로 투쟁하고 쟁취해야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과거 프랑스도 민주화 혁명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피와 반전을 겪었던가. 4.19, 5.18, 6.29를 겪었다고 지금 이 땅에 민주주의가 정착했다고 믿어도 좋을까? 지난 대선에 국가기관들의 개입과 그 수사 과정의 문제점, NLL을 둘러싼 남북정상회담록 공개사건 등이 그 답이 될 것이다. 그런 엄청난 일에 대해서도 우리 사회가 그 힘없는 영사에 대한 만큼의 분노를 느끼고 있는가? 또 엄청난 양의 마약(1억불)을 운반하다 체포된 것인데 대사관의 잘못만 크게 부각시키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않았을까? 즉 어려운 환경에서는 어떤 일도 할 수 있고 동정을 받을 수 있다고 오도될 우려이다. 판단력이 부족한 학생 등에게는 조심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는 각종 비리나 엄청난 사건도 금방 잊어버리고 처벌도 매우 관대하지 않은가? 중대한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그 결과의 엄중함을 보여주고, 영사의 잘못은 별개의 문제로서 그 비중의 차를 잘 구별하여 더 좋은 영화를 만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한 입에 배부를 수는 없는 일이니 이 정도라도 정부기관의 잘못을 지적하는 용기를 가진 제작진과 감독에게 질책이나 유감이 아닌 격려를 보내고 싶다. 우리에게 ‘집으로 가는 길’은 아직도 멀기 때문이다. △ 최병효 전 LA총영사는 외교부 본부 대사, 노르웨이 대사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우석대 초빙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4.01.16 23:02

새해와 지리산 포수

이 세상에는 세 가지의 귀중한 ‘금’이 있는데, 그것은 ‘황금’ ‘소금’ ‘지금’이라는 글을 읽고 감동한 어떤 사람이 아내에게 문자를 보냈다. “여보 이 세상에 세 가지 귀중한 금이 있는데, 그게 뭔지 맞춰 봐!” 잠시 후 아내에게서 답이 왔다. “현금, 지금, 입금” 잠시 후 남편이 아내에게 답장을 보냈다. “방금, 쪼금, 입금” 신년 시무식에서 직원들과 나눈 인터넷 유머다. 2014년 한해 “지금”, 곧 현재를 황금같이 소중히 여기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하자는 다짐과 함께 한 말이다. 최근 시간을 소재로 한 외국영화를 감명깊게 보았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남자가 주인공이다. 주인공은 후회되거나 지우고 싶은 과거로 되돌아가는 시간여행을 하게 되고, 그 과정을 통해 매 순간 순간 최선의 선택을 해야만 후회없는 삶을 살 수 있다는 인생의 진리를 차츰차츰 깨달아 간다는 감동적인 줄거리다. 그렇다. 이 영화가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처럼, 후회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매 순간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런데, 어떠한 선택이 과연 “최선의 선택”인가. 그 해답은 결국 무엇이 소중한 것인가라는 가치판단의 문제에 달려 있다. 지리산 포수의 예화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지리산 포수는 노루 사냥의 달인이었다. 그의 눈에 한번 띈 노루는 이미 죽은 목숨이라 할 만큼 노루 잡는 데 둘째 가라면 서러운 그였다. 오십 평생을 지리산을 누비고 다닌 그였지만, 안타깝게도 바래봉의 황홀한 철쭉, 노고단의 창망한 운해, 천왕봉의 장엄한 일출은 그의 것이 되지 못했다. 평생을 노루 엉덩이만 쫓아 다니다 보니 지리산의 멋진 산천경개를 음미하고 누릴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물론, 노루를 잡아 돈을 버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지리산 자락에 피어 있는 이름 없는 들꽃의 향기에 취해 보고 풀벌레 소리를 벗삼아 밤하늘에 휘영청 떠 있는 보름달을 바라보는 것도 그 못지 않게, 아니 그보다 더 소중한 일일지 모른다. 비교와 경쟁이 맹위를 떨치는 세상에 사는 현대인들은 어찌 보면 지리산 포수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언제나 무엇인가를 성취하는 일에 정신없이 바쁘다. 그러다 보니 매일매일의 삶속에서 만나는, 소박하고 자잘해 보이지만 진정으로 소중한 가치들을 놓치기 십상이다. 시한부 암환자들에게 남은 시간을 어떻게 쓰고 싶냐고 물으면 백이면 백 예외 없이 돈을 더 벌고, 더 크게 출세하는 데 시간을 쓰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성취적인 일보다는 가족과 시간 보내기, 친구와 화해하기 등과 같이 관계를 맺은 사람들끼리 사랑을 주고 받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싶어 한다. 죽음앞에 인간은 진실해지는 법이다. 시한부 환자에게 남은 시간은 1초도 허투루 쓸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다. 그런 사람들이 한결같이 남은 시간을 성취보다는 사랑에 쓰겠다고 말한다면, 우리네 삶에서 사랑이 성취보다 정말로 더 소중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동안의 삶을 돌이켜 보면 나 역시 지리산 포수의 신세와 크게 다르지 않았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내 앞에 끊임없이 밀려오는 “지금”의 시간을 가장 소중한 것들에 바치기로 다짐해 본다. 어느 노랫말처럼 저 높이 솟은 산보다는 여기 오름직한 동산같은 삶, 내가 가는 길만이 아닌 동행하는 사람들의 길도 함께 비추는 삶을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 나 스스로에게 매일 매일 이런 질문을 던져야겠다. “그대, 오늘이 당신 삶의 마지막 날이라면 무엇을 하고 싶은가” △김희관 고검장은 익산출신으로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의정부지검 검사장,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 등을 역임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4.01.09 23:02

전북의 미래와 양성평등

최근 반가운 소식이 많았다. 지난 9월 새만금개발청이 출범하고,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의 이전과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의 이전 확정, 첨단 소재 분야 글로벌 기업인 일본 도레이사 등의 새만금 투자 등 소식이 있었다. 그리고 그간 전라북도 인구 감소세가 주춤하고, 앞으로 새만금 개발이 제대로 되면 인구 300만이 되는 시대도 얼마남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지역의 특색인 농업은 6차 산업으로 활용 나름에 따라 얼마든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여의도 면적의 140배(401㎢)에 달하는 광활한 새만금과 청정지역인 동부의 아름다운 관광자원 등을 활용하면 도약의 희망을 가질 수 있다.그런데 그러한 희망은 전북도민 모두가 힘을 합쳐서 역량을 발휘할 때 가능한 일이다. 여성, 청소년, 고령자 할 것 없이 모두가 각자의 개성과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최근 저출산 고령화 시대로 생산가능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출산율을 올리는 것이 당연히 중요하지만 당장 해결될 사안은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그간 출산 육아로 아까운 잠재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부터 늘려야 한다고 본다. 2013년 11월 말 현재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6.2%로서 국민소득이 3∼4만 달러 되는 나라들의 60∼70%에 비하면 아직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 전북 지역에서부터 먼저 인구의 절반인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에 앞장섰으면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여성대통령 시대이다. 최초의 여성 은행장도 탄생했다. 각 분야에서 그간 여성의 진출을 가로막는 유리천장이 서서히 무너지는 것 같다.그런데 우리나라 현실은 어떠한가? “산기슭에는 봄이 왔지만, 산 정상은 아직도 만년설이다” 매년 여성지위와 관련한 성격차지수(GGI)를 발표하는 세계경제포럼(WEF, 2013년 11월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 136국 중 111위로 최하위권이다. 2013년 3월말 현재 중앙행정기관 21개의 실국장급 고위공무원과 30개 공기업 중 상임임원에 여성은 1명도 없다. 전북도 관내 지자체의 장이나 부단체장, 실국장급, 관내 기관들의 임원급을 통털어서 아직 여성은 극소수이다.우리 부모들이 애써 공부시켜서 키운 여성인력의 재능이 육아와 가사에만 매몰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보아야 할 때이다. 얼마전 독일에서는 국방장관에 여성을 임용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여성이면 안될 것이라는 선입관으로 주저하고 있지는 않은지, 특히 우리 지역이 앞장서서 양성평등한 인력 활용에 보다 적극 나설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생각해 볼 때이다. 혁신도시나 산단 주변에 직장어린이집을 만들어 주면 육아에 큰 신경쓰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데 도움될 것이다. 그리고 맞벌이가 많은데, 육아는 형편에 따라 남성도 할 수 있는 육아휴직제가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금년 6월에는 지자체 선거가 있다. 여성을 부시장· 부지사로 발탁하고, 실국장 등 간부급에 여성을 많이 발탁할 수 있는 선거공약도 나올 법 하다. 그리고 양성 균등한 인재 활용 외에도 각계 민간 전문가의 공직 기용과 중앙부처와 지자체간 폭넓은 인사교류를 통해 다양한 인재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 인력구성의 다양화는 창의적이고 상상력 풍부한 사회를 만드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다. 전북의 미래를 위해 다양한 인재의 육성과 활약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본다. △ 심 실장은 행정자치부 인사혁신팀장, 전북도 기획관리실장, 행안부 정책기획관, 지역발전정책국장을 역임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4.01.02 23:02

다시 쓰는 주례사

어깨위에 세월의 두께가 쌓여 가면서 주변의 지인들로부터 종종 주례를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습니다. 새 인생을 시작하는 신혼부부 앞에서 모범이 될만한 삶을 살아왔다고 이야기할 자신이 없어 극구 고사를 하지만 불가피한 인연으로 아주 가끔 주례자리에 서게 됩니다. 제가 준비한 주례사라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두고 두고 새길만한 거창한 교훈은 아니고, 두 사람이 살아가면서 잊지 말고 실천해 갔으면 하는 몇가지 당부사항들입니다. 첫째, 신랑은 신부에게, 신부는 신랑에게 존댓말을 쓰고 상대방을 존중해 줄 것을 당부합니다. 지금까지 친구처럼 사귀면서 그렇지 않았다면 오늘부터 한마디씩 존댓말로 바꾸십시오. 상대방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키우기 위해서는 평소의 대화에도 품위가 담겨 있어야 합니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원래 한 몸이었던 인간의 지혜와 용력을 두려워 한 신들이 인간이 잠든 사이에 두쪽을 내고 뒤섞어서 사방으로 던져 버렸다고 합니다. 따라서, 결혼은 헤어진 나의 반쪽을 찾았음을 확인하는 의식입니다. 잃었던 짝을 찾았어도 상처가 아물어 하나가 되기에는 치료와 적응을 위한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상대방을 소홀하게 대하다 보면 미운 마음도 생기고 자기가 손해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본전 생각도 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먼저 자신을 곰곰히 살펴 보십시오. 내 상처는 얼마나 크고 흉측하며, 자신은 얼마나 부족한 사람입니까? 당신과 함께 상처를 치유하고, 당신이 거들어 내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음을 자각하면 저절로 감사하는 마음이 들 것입니다. 나보다 더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마음, 이것이 부부가 항상 지녀야 할 마음가짐입니다.둘째, 두 분은 양가 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이렇게 소중한 남편과 아내를 길러주신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효도라는 이름으로 부담스러워 하지 말고 부모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드리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찾으십시오.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지 말고 몸짓과 행동으로 실천하십시오.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제가 권하는 것은 자주 뵙고, 이야기를 나누라는 것입니다. 명절이나 생신 때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찾아 뵙고, 그럴 여건이 안되면 전화라도 자주 드리십시요. 저의 생모는 제가 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돌아가셨는데 살아계실 때, 좀 더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전화드리지 못한 게 지금도 마음에 걸립니다. 아울러, 양가 부모님께도 당부 드리겠습니다. 지금 이 식장을 나가는 순간부터 두 사람은 한 가정의 가장이고 어른들입니다. 더 이상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지 마시고 둘이서 살아가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만 봐 주십시오. 부모님 뜻을 앞세우지 마시고 자식들의 의견을 존중해 주십시오. 양가 부모님께서는 사랑만 주십시오. 혹여 더 주실 것이 있으시면 아무런 대가 바라지 말고 그냥 주십시오. 마지막으로, 한 달에 책 한권씩을 꼭 읽으십시오. 어떤 친구는 한 달에 한권씩만 읽으라고 했다고 꼭 한권씩만 읽겠다고 하던데 한달에 한권은 최소한의 기준이지 더 많이 읽을수록 더 좋다는 사족을 붙입니다. 두 분의 발전을 위해서도 그렇고, 앞으로 갖게 될 2세를 위해서도 이 약속을 꼭 실천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모는 텔레비전보고, 컴퓨터 게임하면서 자식들한테는 공부해라, 책 읽어라하는 것은 부모로서의 권위가 서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자식교육도 성공하지 못하는 사례를 많이 보았습니다. 무슨 책이라도 좋습니다. 고전이면 더욱 좋겠지만 자기계발서나 수필도 좋고, 소설이나 만화책도 좋습니다. 기왕이면 두 분이 번갈아가면서 한 권씩 준비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달부터 당장 실천하라는 뜻으로, 이번 달분은 오늘 주례를 맡은 제가 선물로 이렇게 한권을 준비해 왔습니다.행복은 살아가면서 만나는 시련과 장애 그리고 고통을 극복한 후에 얻는 결실입니다. 인생의 풍랑을 만날 때 흔들리거나 포기하지 말고 상대방 손을 마주 잡고 함께 극복해 가시기 바랍니다. 오늘 이 혼사에 증인으로 동참하신 하객 여러분의 축복속에서 두 분의 세상인연이 끝나는 날까지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 꾸려 가시기를 기원합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3.12.12 23:02

50회 무역의 날을 축하하면서

오늘은 제 50회 무역의 날이다. 1964년 11월 30일,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수출 1억 불을 달성한 날을 기념하여 수출의 날을 제정한지 만 50년이 된 것이다. 1990년에 수출과 수입을 균형적으로 발전시킨다는 취지에서 수출의 날을 무역의 날로 변경하였고, 2011년에는 무역 1조 원 돌파를 기념하여 무역의 날을 11월 30일에서 12월 5일로 바꾸어 오늘에 이르렀다. 우리나라 수출이 걸어온 길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역사와 다름이 없다. 60년대에 본격적으로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하면서 수출을 통해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전략을 채택하였다. 수출의 날에 대대적인 포상을 통하여 수출역군을 격려하고, 수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는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60년대는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가발, 의류 등 노동집약적 상품의 수출에 주력하여 수출 1억 불을 돌파한 후 7년만인 1971년에 수출10억 불을 달성하였다. 70년대는 중화학공업 육성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던 시절이었는데 ‘국민소득 1000불, 수출 100억 불’이라는 문구가 다니던 중·고등학교 곳곳에 걸려있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수출을 통한 경제성장에 총력을 쏟았던 결과로 1977년 수출이 100억 불을 돌파했고, 국민소득도 1000불을 넘어섰다. 또 수출 1000억 불을 달성하던 1995년에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도 1만 불을 넘어섰다. 1977년부터 1995년까지 수출이 10배 증가하면서 국민소득도 10대 증가하였던 것이다. 수출 증가가 국민생활 수준 향상과 직결되던 시절이었다. 수출에 좋은 것은 대한민국에 좋은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었던 시기라고 생각된다.그러나 수출이 국민소득과 이어지는 고리는 최근에 들어 크게 약화 되었다.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처음으로 2만 불을 넘어섰던 2007년 수출은 3715억 불이고, 국민소득은 2만1632불이었다. 5년이 지난 2012년, 수출은 5479억 불로 47% 증가했지만 국민소득은 2만2708불로 약 5% 증가에 그쳤다. 즉 수출이 늘어나도 이제는 그만큼 국민생활이 넉넉해지지는 않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초래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2013 중소기업 위상지표」를 보면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먼저 우리나라 총 수출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6년 31.9%에서 2012년 18.7%로 대폭 감소하였다. 거꾸로 말하면 대기업의 수출비중이 68.1%에서 81.3%로 대폭 증가한 것으로 최근의 수출 증가는 전적으로 대기업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반면에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조업의 종사자 수를 보면 대기업 비중이 2006년 24.2%에서 2011년 23.3%로 오히려 비중이 감소하였다. 대기업의 수출비중은 크게 증가하면서도 제조업에서 고용 비중은 오히려 감소한 것은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기업이 수출로 벌어드린 막대한 외화를 고용, 원자재 및 부품 구입, 투자, 세금 납부 등의 채널을 통하여 국민경제에 나누어주어야 국민경제도 같이 성장할 수 있다. 그런데 “국내 10대 그룹의 82개 상장 계열사의 사내 유보금이 지난 6월 말 현재 477조원으로 3년 전보다 43.9% 늘어났다”는 언론보도나, “한국 대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규모는 2003~2007년 470억 불에서 2008 ~2012년 1050억불로 크게 증가했다”는 언론보도를 보면 우리 대기업은 수출로 돈은 많이 벌고 있으나, 국민경제에 대한 기여는 그리 크지 않다는 비판이 근거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또 수출 증가가 우리에게 무슨 도움이 되느냐는 국민의 냉소적인 시각도 이해가 된다. 무역의 날 50주년을 맞이하여, 이제 앞으로 다가올 50년에 대한 새로운 청사진을 그려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특히 수출이 국민경제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대기업의 투자 및 고용확대, 중소기업의 수출 경쟁력 강화, 대기업의 하청기업에 대한 정당한 대가 지불 등이 이루어져야 하겠다. 그래서 무역의 날이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나아가 우리국민 모두가 함께 축하하고 기뻐하는 날이 되기를 기원한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3.12.05 23:02

자화상

지난 주말엔 불현듯 가을이 다가기 전에 단풍을 꼭 보아야만 할 것 같아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차를 몰고 집을 나섰다. 두 아들은 자기들 세상에 묻혀 바쁘게 살면서 잠만 집에서 자는 처지라 집사람만 동행이다. 전부터 가보고 싶었지만 여태까지 못가본 영동의 민주지산을 목표로 출발한다. 가는 길가에도 단풍처럼 선명하지는 않지만 야트막한 산들을 단장하고 있는 은행나무, 참나무, 회화나무, 이팝나무, 오리나무들의 붉은색, 노란색, 갈색, 자주색, 연분홍색 잎들의 소박한 아름다움이 좋다. 모처럼 둘만의 호젓한 드라이브라서인지 평소 별로 말이 없는 집사람의 수다가 많아 졌다. 가끔씩 보내는 내 맞장구에 집안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주변 지인들의 동정하며, 세상사는 이야기까지 그 스펙트럼이 점점 커진다. 대화의 종착역은 지금 우리가 어디에 와 있으며, 은퇴하면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살 것인지에 이르렀다. 가만히 뒤돌아 보니 직장생활을 시작한지 30년이 지났다. 이젠 60을 바라보는 나이에 내가 지금껏 추구해왔던 삶이 무엇이었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제대를 앞두고 내무반 벽난로 옆에 누워 내 인생의 대차대조표를 그리며 앞으로 어떻게 내 삶을 꾸겨갈까 고민하던 후부터 삶의 궤적을 반추해 본다. 공정하지 않은 세상에 대한 젊고 순수한 영혼의 분노와 좌절, 혼자서라도 사회정의를 지켜보겠다고 세상을 향해 덤벼들었던 무모한 열정과 만용, 그러다가 한 살씩 더 먹어가며 세상과 타협하고 일상을 합리화해온 자신에 대한 회한과 부끄러움. 이런 상처와 얼룩으로 내 자화상은 형체도 제대로 알아볼 수 없는 추상화가 되어 버렸다. 갑자기 콧날이 시큰해지면서 눈가가 촉촉해진다. 집사람 눈치 챌까 봐 헛기침을 한다. 내가 그리고 싶었던 그림이 이게 아니었는데…. 이런 참담한 심정을 잘 담았던 박인환님의 시 한 구절이 떠오른다.진정코 내가 바라던 하늘과 그 계절은/푸르고 맑은 내 가슴을 눈물로 스치고/한 때 청춘과 바꾼 반항도/이젠 서적처럼 불타버렸다(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할 때)나이가 들면 눈물이 많아지는 이유가 신체에 호르몬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하던데, 점잖은 한 선배는 사람들이 나이 먹으면서 철이 들기 때문이란다. 보통 사람도 인고의 세월을 보내면서 세상과 공감할 여유와 품격을 갖추어 간단다. 그 때까지 살아오면서 방황, 사랑, 이별 그리고 죽음을 다 경험했기에 인생의 참뜻을 알아서란다. 그래서 눈물은 따뜻한 마음의 표현이니 남 앞에서 눈물 흘리는 것을 너무 부끄러워 말라고 격려한다.그러나, 사무실과 가정의 현실에서 추상을 걷어낸 민낯의 나는, 이해해주고 여유있는 상사와 가장은 아닌 것 같다. 한 세대가 넘게 같은 직장에서 봉직하다 보니 일머리도 제법 알고, 벼슬도 제법 높아졌으니 겉으로는 내말을 귀담아 들어 주는 주변사람들이 많아졌다. 내가 다 경험해본 것 일이라는 생각에 상대방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내말을 앞세우게 된다. 해봐서 아는데 이렇게 저렇게 해라라고 단정적으로 지시하는데 익숙해진다. 그러나 조금 깊이 들여다 보면 내가 안다는 것이 나한테 익숙해진 세상 살아가는 방식일 뿐이다. 물론 이제는 내가 의사결정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대놓고 반대하지는 않지만 이렇게 해서 언제 조직이 발전하고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수 있을 것인가? 아이들에게는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생활하고 공부하며 세상을 살아가길 원하는 독선적인 아빠는 아니던가?그래도 자신을 너무 자학하지는 말 일이다. 적어도 내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는 알고 이것을 고치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가? 어디를 가나 주인이 되고 하는 일마다 허물이 없는 경지야 임제스님같은 도인의 경지니 언감생심이요, 지금 당장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씩이라도 찾아서 할 일이다. 원효스님은 이렇게 현실에서 왔다갔다하는 중생들의 마음도, 무변 무외의 마음, 절대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고 했으니 이 말씀에서 약간의 위안을 얻는다. 지금부터라도 남은 생은 매일매일 과오를 조금씩 덜어내고 덜 후회하는 날들을 만들어 가자. 내 마음속에 본래적으로 갖추어져 있다는 진여법신을 찾는 공부를 열심히 해 볼일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3.11.14 23:02

수능시험 날의 짧은 생각

오늘은 201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다. 65만 명 수험생뿐만 아니라 가족, 친지까지 초조한 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다. 이번에 수능시험 수험생의 아버지로서 처음 경험을 하게 되어서인지 직접 대입예비고사를 보던 37년전 보다 더 긴장되고, 신문지상을 장식하는 수험생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의 모습에 더욱 마음이 끌리게 된다. 수능 점수 1-2점을 올리려고 애쓰는 것을 보면 그것이 아이의 인생에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애처롭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이렇게 수능시험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수학능력 시험의 결과가 수험생의 긴 인생여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즉 수능 결과가 대학입시에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좋은 대학을 졸업한 것이 취업이나 그 후 사회생활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것이다. 적지 않은 사회생활 경험에서 볼 때에 이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주위사람을 둘러보면 좋은 대학을 나온 것과 인생을 의미 있고,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대학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도 자수성가한 훌륭한 기업인들을 많이 볼 수 있고, 근무성적이나 평판과 출신대학과의 상관관계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것도 직장생활 경험에서 잘 알 수 있다. 좋은 직장을 다니기 위해 좋은 대학에 진학하려는 경우가 많은데, 이 보다 고향에서 부모, 친지,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면서 여유 있게 생활하는 것이 훨씬 나은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종종 하게 된다. 크게 보면 우리 사회가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삶이 존중되는 방향으로 건전하게 발전하고는 있지만, 아직도 우리가 스펙 중심의 기존의 사고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수능시험의 중요성이 아직은 줄어들지 않는 것 같다.이번 수능에 전북에서는 전국 수험생 65만의 3.3%인 21,640명이 응시하였다. 전북 인구가 전국의 3.7%인 것에 비하면 젊은 층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을 알 수 있다. 경제발전이 정체되어 있는 전북으로서는 우수한 인재 양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요즘은 학력이 경제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경우가 많아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지난해 전북의 수능시험 성적이 전국 8개 도권역중 상위를 차지했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반갑고, 안심이 되었다. 지난 공직생활 중에서 고향 후배들을 적지 않게 만날 수 있었는데 대부분 자질이 우수하고 성실하여 좋은 평가를 받고 있었다. 이렇게 우수한 인적자원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직장이 전북에는 많지 않다는 사실이 매우 아쉬운 점이다. 지역의 유능한 인재가 지역대학에 진학하고, 지역대학은 산학협력을 통하여 지역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주고, 지역기업은 지역인재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선순환체제가 전북지역에 만들어진다면 얼마나 좋을 가 생각해 본다. 이를 위해서는 우수한 제조업체를 전북에 유치하는 것이 선결과제가 될 것이다.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우리나라 제조업은 수출을 통하여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며, 물류, R&D 등 관련 서비스업의 발전도 도모할 수 있다. 특히 제조업의 생산성, 임금수준, 정규직 비율 등이 타산업보다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괜찮은 일자리가 제조업분야에서 만들어 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 유치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제조업 입지로서의 전북의 강점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전략적인 관점에서 타겟 업종과 기업을 선정하여 치밀하고, 일관성있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수학능력시험은 대학입시의 첫 번째 과정이고, 대학입시는 길고 먼 사회생활을 준비하기 위한 첫 걸음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수능결과는 출발점에서의 조그마한 차이이므로 앞으로의 노력과 의지에 의해 얼마든지 극복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시험 준비에 열심히 매진해 온 고향의 후배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며, 격려와 응원을 보내고자 한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3.11.07 23:02

조금만 양보하면 편안해집니다

낮에는 한여름처럼 햇볕이 따갑던 주말에 직장산악회 동료들과 강원도 방태산줄기에 있는 아침가리골에 다녀왔다. 부부가 동행하는 원정산행을 나보다 집사람이 더 즐거워한다. 아침 6시 50분 집결지에 모여서 버스를 타고 7시 정각에 출발했다. 이른 시간인데도 많은 차량들로 경춘고속도로는 가다서다가 반복되었지만 마음은 느긋하다. 홍천에서 고속도로를 빠져나가니 정체도 풀리고 한가로운 산길에서 편안한 드라이브다. 북위 38도 경계를 지나 구비길을 한참 돌아서 11시 10분경에 인제군 기린면 방동리 산행기점에 도착했다. 가볍게 몸을 풀고, 방동약수터에 들러 유명한 탄산약수 한 모금을 마시고 산행을 시작했다. 쭉쭉 뻗은 소나무, 전나무와 함께 잘 가꾸어진 자작나무 숲도 참 좋다. 억새풀과 들국화 위로 하늘거리는 고추잠자리의 고운 날개 짓은 가을이 깊어졌음을 알리는 전령사다.약 한시간 정도 걸어 계곡트레킹 기점인 고경동교에 도착하니 총무가 간단하게 요기를 하잰다. 날씨가 화창한 덕분에 모두들 그늘을 찾는데 다리 밑이 제일 좋단다. 편편한 곳은 먼저 도착한 다른 팀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건너편 물가로 건너려는데 가게 앞에 자리가 났다고 부른다. 다리 밑을 되돌아가니 길위에도 이미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좁은 틈을 비집고 지나가는 게 미안한 마음에 "죄송하지만 조금 지나가겠습니다" 했더니만, 나이 좀 드신 분이 "물쪽으로 돌아가면 될텐대 굳이 이리 지나 간다."면서 언찮은 표정을 짓는다. 다시한번 미안하다고 했지만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든다. 다리밑에 있는 길도 행인들 통행이 우선이어야 할진대, 그늘을 차지하려고 길을 막고 앉아 있는 사람들이 더 미안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 생각끄트머리에 큰 도로에서도 양보하면서 작은 샛길조차 선뜻 양보 못하는 내가 갑자기 부끄러워진다.필자는 자동차 운전을 영국에서 시작했다. 운전면허는 국내에서 취득했지만 장롱면허로 유지하다가 유학가서야 처음으로 자동차를 구입했다. 운전한 경험도 없었고 또 우리와는 반대방향으로 운전하는 영국시스템에 적응도 해야겠기에 비싼 수강료를 내고 도로연수를 받았다. 안전벨트를 먼저 매고 시동을 걸고, 핸들은 반드시 두 손으로 잡으며, 차선을 바꿀 때는 방향표지 신호를 먼저 넣고, 정차시 기어는 중립으로 변속하라는 등등 이론과 실습을 거친 후에 드디어 혼자 차를 몰고 도로에 나섰다. 우리의 초보운전에 해당하는 L(Leaner driver)자 표지를 앞뒤범퍼에 붙이고 배운 대로 한다지만 운전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차는 물론이고 골목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자전거며 행인들도 공포의 대상이다. 그러나 조금 익숙해지니까 처음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방향을 바꿀 땐 바꾸는 방향을 손으로 표시해 준다. 행인들이야 교차로와 상관없이 도로를 가로 질러 다니니까 자동차 전용도로가 아닌 시내길은 저속으로 가면 된다. 서행한다고 재촉하지 않으니까 속도에 신경쓸 일 없다. 미숙한 운전으로 좌우회전 타이밍을 놓쳐 도로에서 전진 후진을 거듭해도 뒤에서는 기다려 주었고, 골목에서 차머리를 내밀고 있으면 오히려 큰 길에 지나가는 차가 양보신호를 보낸다. 이렇게 시작한 4년간의 영국운전경험은 초보운전자 시절의 긴장을 제외하고는 편안했다.서울에 와서 가장 당혹스러웠던 것은 노상이나 주차장에서 차를 빼기 위해 후진할 때, 지나가던 차가 경적을 울려대는 경우다. 주택가나 주차장내에서는 서행 운전해야 할 텐데 기다려 주기는커녕 경고음을 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침 바쁜 시간에 몇 십초 양보하는 것도 쉽지는 않겠지만 기다려주지 않는 것이 꼭 바빠서 만은 아닌 것 같다. 내 앞길에서 걸리적거리지 말라는 마초심리의 발로는 아닐까? 도로가 합류하는 지점에서 교대로 한 대씩 진행하고 있는 데 갑자기 차머리를 들이밀 때도 황당하다. 화가 나서 끝까지 비켜주지 않았고 접촉사고의 위험을 무릅쓰고 정의를 지키려고 애를 썼다. 어느날, 분을 삭이지 못해 씩씩거리는 나를 쳐다보던 집사람이 "상대방 잘못만 탓하지 말고 당신이 양보하면 안되나요." 한다. 부끄럽지만 수양이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때부터 여건이 허락하는 한 양보했더니만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때로는 뒷차로부터 빵빵거리는 질책을 듣기도 하고 드물게는 종주먹 세례도 받지만 양보한 날은 기분이 좋다. 비상등을 켜거나 손을 들어서 고맙다는 의사표시를 해도 좋고, 그냥 지나가도 마음은 여유로워 진다. 내 작은 배려가 상대방에게 전달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날은 의미있는 날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3.10.17 23:02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다녀와서

지난달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방문했다. 아시아생산성기구(APO)가 지원하는 회원국간 교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베트남과 캄보디아의 생산성진흥기관을 방문해 우리나라와의 협력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방문 목적이었다. 양 국가를 처음 방문하는 기회였기에 여러 가지로 흥미로웠는데 특히 현재의 경제상황과 전망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보았다. 베트남과 캄보디아의 경제는 여러 가지 지표로 볼 때에 우리나라의 70년대 후반, 80년대 초반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가령 1인당 GNP는 베트남이 2012년 약 1500달러, 캄보디아가 900달러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1인당 GDP가 1977년에 1000달러를, 1983년에 2000달러를 넘어선 바 있다. 양 국가 모두 70년대 우리나라처럼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수출을 늘려 나가면서 경제성장을 적극 추진해 2000년대 7%가 넘는 고도성장을 기록했다. 캄보디아는 최근에도 7%대의 높은 경제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반면 베트남의 경우 장기간 고도성장의 후유증과 세계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경제성장률이 5%대로 조정을 보이고 있다. 산업구조 면에서도 캄보디아는 아직도 농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70%에 이르고 제조업도 식품가공업과 섬유산업이 대종을 이루고 있는 반면, 베트남은 수출을 중심으로 제조업이 빨리 성장하면서 경공업을 넘어 중화학공업까지 진출하고 있었다.그러면 이들 국가의 경제전망은 어떠할 것인가? 현지에서 만나본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성장잠재력은 상당히 크나, 장애요인도 만만치는 않다는 것이다. 첫 번째로 드는 장점은 낮은 인건비다. 급격한 임금상승으로 중국의 1인당 소득이 5000불을 넘고, 인도네시아도 3000불을 넘는 상황에서 베트남과 캄보디아는 노동생산성면에서 확실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현지에서도 중국 인건비의 큰 폭 상승으로 중국을 떠나 베트남이나 캄보디아로 진출한 기업을 볼 수 있었다. 최근 두 나라의 임금도 가파르게 상승하고는 있지만 대체할 국가를 찾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미얀마 정도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으나, 인프라나 각종 제도 면에서 아직 이들 국가보다 더 매력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둘째는 내수시장의 잠재력이다. 캄보디아는 인구가 1500만 명에 불과하나, 베트남은 9000만 명이 넘는다. 더구나 월남전 종전 이후 태어난 젊은 세대의 비중이 매우 높다. 이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면서 생산뿐만 아니라 소비의 주체로 발전할 여지가 크다. 마지막으로는 베트남의 교육열이다. 베트남의 경우 전통적으로 유교의 영향이 있어서 그런지 교육열이 대단해 우리나라와 같이 교육이 가계소득 중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작년에는 수도 하노이의 명문 초등학교에서 입학원서를 얻으려고 학부모들이 한꺼번에 몰려 학교의 철제 정문이 넘어지는 등 큰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이러한 밝은 면이 있는 반면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요인도 한두가지가 아니다. 첫째는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이다. 베트남이나 캄보디아 공무원들은 봉급은 아주 작은데 비해 생활수준은 상대적으로 높다고 한다. 이번 현지 방문에서 공무원들이 외제차를 모는 것을 적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내가 만난 한국기업의 대표도 현지 경영에서 대표적인 애로사항이 관련 공무원들을 접대하는 것이라고 불평하고 있었다. 공직이 부패하면 공익보다 사익이 앞서게 돼 건전한 경제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둘째 문제점은 부정부패와도 밀접히 연관되는 점점 커져가는 빈부격차이다. 그동안의 경제성장으로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세계은행에서 규정하는 1일 1.25달러를 벌지 못하는 극빈층의 비중이 두 나라 모두 15%를 훌쩍 넘고 있다. 반면에 부동산 가격상승 등으로 신흥부자 들이 양산되고 있다. 빈부격차의 확대는 근로 의욕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사회불안요소가 돼 경제발전에는 큰 장애요인이 되는 것이다. 이번 방문을 통해 국가경제가 발전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사회지도층의 의지와 솔선수범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누구나 노력하면 땀 흘리는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경제시스템이 구축돼야만 국민의 경제하려는 의지를 모을 수 있고, 지속가능한 경제발전도 가능하지 않나 생각된다.

  • 오피니언
  • 기고
  • 2013.10.10 23:02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