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이겨내지 못하면, 봄은 오지 않는다
김창하 민달팽이주거협동조합 조합원 올해 봄, 입주를 시작으로 이제 달팽이집에 겨울이 오고 있다. 무더웠던 여름 열기와 습기 탓에 집의 온 문을 활짝 열어 놨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 문을 제때 닫지 않으면, 한기에 잠이 깬다. 귀가 후, 비교적 따뜻한 부엌 식탁에 삼삼오오 식구들이 모여 든다. 이야기의 시작은 밖에 춥지? 너 방은 따뜻해? 이런 질문으로 시작으로, 큰 창문에서 흘러오는 한기를 어떻게 막을지, 보일러 온도는 어떻게 할지, 더 추워지면 어떻게 할지 이런저런 구체적인 고민들을 이야기하고 함께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 겨울을 맞아 이런저런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보일러 점검도 한번하고, 하루 날을 잡아 창문에 뽁뽁이와 문풍지를 붙일 예정이다. 이 글을 다 쓰고나면, 여름 화단에 심어 놨던 로즈마리도 화분에 옮겨 실내에 둘 예정이다. 혹시 동파 될 수 있는 수도는 있을지, 집 앞에 눈이 많이 와 얼면 어떡할지, 집에 자주 방문하는 길고양이는 괜찮을 지까지 겨울이 오는 데 많은 생각도 함께 오는 것 같다. 이렇든 겨울은 오고, 우리는 겨울을 지낼 준비를 해야만 한다. 저마다 다른 온도, 각각 다른 방의 상태처럼, 각자의 겨울은 조금씩 다르지만, 우리는 저마다의 겨울나기를 준비해야 한다. 근래에 집에 퇴사를 하고 취업을 준비하거나, 쉬고 있는 식구들이 늘었다. 필자는 퇴사 후 이런저런 일을 할 조건이 되지만, 다른 식구들은, 아직 퇴사라는 여유를 즐기고, 자기만의 시간을 삶의 전환으로 삼기에는 통잔 잔고가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퇴사 후 시간의 여유는 있을지 모르지만, 잔고는 전혀 여유가 없다. 결국 답답하고 수치스런 마음에 퇴사를 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마음이 꽁꽁 얼어 있다. 입사를 준비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과연 이 회사가 나의 미래를 책임 질 수 있을까? 나의 경력에 어떤 도움이 될까? 라는 이야기 보다는,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까? 좋은 상사를 만날 수 있을까? 야근, 주말 근무를 하더라도 수당이나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근로조건을 지켜줄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근로기준법 정도의 이야기지만, 정작 취업 당사자인 친구들은 근로기준법을 지켜주는 소위 제대로 된 회사를 경험해 보지 못했다곤 한다. 회사에 불만과 문제가 있어도, 무직자의 삶이 두려워, 이내 잘못된 회사에 버티고 지내게 되었다고 한다. 삶의 대부분의 시간이, 행복은커녕,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생기게 하고, 자존감을 밑바닥까지 끌어내린다. 회사의 잘못된 방식과 여러 가지 문제를, 신입사원인 청년에게 너가 아직 몰라서 그래 이런 것도 못해? 혼나면서 배우는 거야 넌 왜 융통성이 없니? 이렇게 말하며, 문제의 원인은 당신이 능력이 모자라거나, 노력하지 않아서야. 라는 식으로 몰아간다. 가장 안타까운 건, 많은 청년들이 이런 환경 속에서 자존감이 바닥을 치면서 자살충동까지 경험한다. 경직되고 단절된 사회, 여전히 근로기준법도 사업주의 이익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지역의 상황은, 청년들이 회사를 다니든 다지니 않든지 간에, 이미 생존을 위협받는 겨울이다. 청년의 겨울이 따뜻해야만, 비로소 봄을 꿈꿀 수 있다. 겨울을 이겨내지 못하면, 봄은 오지 않는다. 추운 겨운 식구들과 함께 봄을 기다리며, 따뜻하게 지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