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주거와 맞닿아 있다
▲ 김창하 민달팽이주거협동조합원 공유주거살이가 두달이 되었다. 공간이 바뀌면서 내 삶도 소소히 변해 가고 있는 것 같다. 늦은밤 아파트 주차장에 겨우 주차하고 무겁게 걸어가던 귀갓길이 이제는 산책길이 되었고, 하루일정을 마무리하고 차한잔 마실 맘에 꼭 드는 공간이 생겼다. 다른 주거살이 때보다 많은 이웃이 생겼고, 기웃하는 고양이와 이웃집개의 짖음도 이제 삶의 일부가 되었다. 물론 단독주택은 여러모로 손이 많이 간다. 일찍 나가 밤늦게야 집에 들어오는 생활에서 한동안의 주말은 청소하는 날로 고정되어 있었다. 청소기 돌리고 걸레질만 반나절, 청소를 할수록 구석구석 더 치워야 할 곳이 눈에 띈다. 분리수거도 직접 해보니 쉬운일이 아니다. 평소처럼 시켜먹은 음식을 음식물이 묻은채 버려서 악취가 난적도 있었고 여전히 부엌은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다. 집에서 일어난 많은 일들 하나하나가 해야할 일로 귀결되곤 한다. 내 손을 거쳐야만 유지되는 집의 모습은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정리가 되지 않는 것은 집의 잘못이 아니라, 평소에 어지르고 다니던 나의 모습이다. 집을 정리하는 것은 한동안 산만했던 나의 마음속을 정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여전히 공용공간은 치우지만 개인공간을 어질러 놓는 나의 모습은, 겉으로만 잘 보이려는 나의 성격을 투영하고 있는 것 같다. 애써 돌아보려 하지 않아도 나를 돌아볼 수 있다는 것은, 돌아보지 못한 채 삶은 살아가는 나에게는 큰 축복이다. 나를 투영하는 장소에 누군가를 초대한다는 것은 각별한 일이다. 사회주택, 공유공간이라는 형태가 짧은 기간이지만 많은 이들을 맞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타지역 활동가들, 지역 동료들, 일정상 짧게 머무르는 손님이 숙박을 한다. 다양한 사람들의 면면 만큼 이야기도 다양하다. 활동, 삶, 연예, 요즘의 고민들, 각자 분야의 이야기들 이런 다양한 이야기도 겨울과 봄 계절이 바뀌면서, 날씨에 따라 나누는 대화가 달라진다. 이런 다양한 주제들도 결국에는 서로가 살아왔던 것, 지금 살아가는 것,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 결국 같이 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되곤 한다. 같이 사는 식구들과도 바쁜 일상이지만, 한주에 한번은 저녁식사를 같이 하면서 이야기를 한다.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를. 결국 공유주거는 주거의 물리적 정도도 중요하지만, 성패의 관건은 서로의 삶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는지가 아닐까 생각된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면 상대가 투영된 그 공간은 당연히 불편함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해한다면 내가 투영된 공간에 누군가를 받아들이면서 안정과 행복을 경험할 수 있다. 물리적 공간은 제한되어 있기에 자신만 이해받기 원하거나 혹은 한쪽만 이해해주려 한다면 그 불균형은 삶 전반에 스트레스가 되어 공동체를 와해시킨다. 삶을 공유하면서 서로간 줄다리기는 계속 될 것이고, 서로의 탐색없이도 행복한 삶을 가지는 것이 아닌 어느 순간이든 상대를 이해 해보려는 노련함을 얻는 것이 공유하는 삶의 방향일 것이다. 공유주거는 불편하지만, 그 불편함은 사실 독립된 개인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당연히 감내해야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조금은 불편하지만 서로의 삶을 바라보며 다같이 행복하자고 권하고 싶다. 독립을 통해 사회에서 스스로 설 수 있는 경험, 공유를 통해 함께하는 경험 이런 것들을 함께 하자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