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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이라는 한글 서체는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71)가 감옥(대전교도소)에서 개발한 것이다. 상형문자인 한자처럼, 한글도 지시하는 대상과의 관계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글씨를 쓰려고 시도했다. 이 서체는 출소 후 소주 브랜드로 쓰여지면서 유명해졌다. 두산소주는 '처음처럼'을 로고로 쓰는 대신 성공회대에 1억원의 장학금을 제공했다. 그런데 '처음처럼'이라는 글씨를 쓴 동기가 인상적이다. "어렸을 때 노트를 쓰다가 글씨가 마음에 안들면 그 장을 뜯어내고 새로 쓰지만 또 마음에 들지 않아 뜯어내고, 앞장을 뜯어내면 뒷장의 멀쩡한 노트가 떨어져 나가요. 그래서 그 다음 장을 다시 처음의 마음으로 쓰자는 것, …뭐 이런 뜻으로 시작된 거예요"(김정운의 '남자의 물건'에서 인용)산다는 것, 인생이라는 것은 잘못 쓰여진 노트처럼 결코 뜯어낼 수 없다. 늘 새로 시작하는 마음처럼 한결같은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니 의미심장하지 않을 수 없다. 6월1일부터는 19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된다. 전북에서는 11명의 지역구 의원들이 전북을 대표해 중앙무대에서 활약하게 된다. 초선의원이 7명이나 된다. 숫자도 적은 데다 초선의원 비율이 높아 정치력 약화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아무리 중진일 망정 초선을 거치지 않은 사람은 없다. 하기 나름이다.당선자들은 선거 때 지역발전과 관련한 많은 약속들을 내놓았다. 당선된 뒤에는 머슴 역할을 하겠다며 바위덩어리 같은 무게의 당선사례를 수도 없이 했다. 보기 좋은 모습이다. 표를 찍어준 유권자와 도민들은 언행이 일치하는지 주시할 것이다. 당선되기는 어렵지만 떨어지기는 쉽다. 지역 일을 등한히 하면 추풍낙엽이다. 이번 선거가 증명하지 않던가. 3선 의원이 신예한테 나가 떨어지고 재선의원이 겨우 턱걸이 당선했다. 무소속 후보의 득표력도 놀라웠다. 당선자와 5% 대 차이 밖에 나지 않는 곳도 두 군데나 된다. 신발끈을 한번만 더 바짝 조였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는 간극이다. 이런 실정일 진대 허수로이 의정활동을 할 수는 없다. 등원하면 일로 승부해야 한다. 지금 정부 각 부처는 내년도 사업과 예산을 놓고 작업중이다. 등원 하자마자 큰 숙제가 안겨져 있는 셈이다. 산전수전 다 겪은 장·차관들을 다루기란 녹록치 않다. 그들을 호령할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국회의원 배지 단 기분을 즐길 여유가 없다. 공부하지 않으면 빌빌 거리다 1년 지나고 한 일도 없이 4년을 허송세월 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정치력 강화다. 전북 정치권은 숫적 열세에다 응집력도 약하다. 현안 문제를 놓고도 국회의원 끼리, 또는 도정과 국회의원 간 유대가 시원치 않았다. 정치권이 똘똘 뭉쳐 제대로 된 지역발전의 구심체 역할을 하는 것이 숙제다. 다른 하나는 독창성과 창의성의 발현이다. 전북은 30여년간 낙후된 곳이다. 생각이나 판단, 일하는 방식을 과거처럼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해선 나아질 수 없다. '따라하기 행정', '패거리 정치'로는 비전이 없다. 앞서 갈려면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하고 새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 등원 초기엔 의욕이 넘치지만 시일이 흐르면 매너리즘이 유혹한다. 자리를 탐내고 권위나 내세우면서 잇권에 관심을 쏟는다면 '전승이 수승난(戰勝易 守勝難)'으로 결과되고 말 것이다. 싸움에 승리하기는 쉬우나 그 승리를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임기 4년은 금방 지나간다. '처음처럼'을 쓴 동기처럼 노트 첫 장 쓰는 마음으로 의정활동을 한다면 뜯어내지 않아도 될 두꺼운 노트로 남을 것이다. 지역도 분명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중앙무대에서 쫄지 말고 떵떵거리면서 호령하는 의원이 되라고 덧붙이고 싶다.
선거일이 코 앞에 닥쳤다. 그런데도 부동층은 20∼30%에 이른다. 도내 11개 선거구 45명의 후보들은 그야말로 진인사 대천명(盡人事 待天命)의 심정일 테고, 유권자들은 시장에 나온 상품 고르듯 꼼꼼히 뜯어보고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후보라는 상품은 유권자 입맛에 맞게, 그럴 듯 하게, 그리고 정성껏 포장돼 있다. 포장지 속에 가려진 하자를 발견해 내기란 여건 어려운 게 아니다. 유권자들의 선구안이 필요하다. 몇가지 기준이 있긴 하다. 공약이나 정책은 후보를 판단하는 유력한 수단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전문성이 있어야 판별이 가능한 사안도 있고 표를 의식하다 보니 후보간 차별성이 드러나지 않은 경우도 많다. 공약과 정책이 중요하긴 하지만 딱딱하고 재미가 없다. 눈길도 끌지 못한다. 그래서 감성 투표나 묻지마 투표가 성행한다. 고상한 기준도 있다. 막스 베버(1864∼1920)는 좋은 정치인이 되는 데는 세 가지 자질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열정'과 '책임의식', '균형감각'이 그것이다. 1919년 독일 뮌헨대학 자유주의 학생단체의 요청으로 공개 강연한 것을 정리한 '직업으로서의 정치'라는 책에서 그렇게 피력했다. 92년이 지난 지금도 딱 들어맞는 조건이다. 잠재적 대권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지난주 전남대 강연에서 총선 가이드라인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진영(陣營) 논리에 빠져 정파적 이익에 급급한 사람보다는 국익과 국민을 생각하는 사람, 둘째 과거보다는 미래가치를 이야기하는 사람, 셋째 분노나 대립을 얘기하기 보다는 온건하고 따뜻한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조건도 훌륭한 기준이다. 막스 베버나 안 원장 모두 후보들이 저마다 잘나고 똑똑하다며 즐비하게 늘어놓은 스펙 따위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는 점이 무엇보다 맘에 든다. 그런데 이러한 기준을 갖춘 사람도 드물거니와 그런 인물을 고르는 일 역시 쉽지 않다. 그렇다고 대충 선택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후보 고르기가 쉽지 않다면, 특히 부동층 유권자라면 선택 기준을 좁혀 전북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다. 정치력이 왜소한 전북의 처지도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유치 과정에서 보았듯 전북의 정치권은 너무나 무기력했다. 응집력도 약하다. 열정이나 책임, 전략 모두 낙제점이었다. 숫자로도 전북의 정치력은 허약하기 짝이 없다. 이번 선거에서 전국적으로 246명의 국회의원이 탄생하지만 전북은 11명에 불과하다. 4.4% 비율이다. 국회의원 11명으로는 국회 상임위도 다 커버하지 못한다. 상임위(16개)는 다양한 직능분야를 다루고 조율하는 기구다. 사실상의 모든 현안이 이 곳에서 논의되는 곳인데 전북은 한 개 상임위당 한 명꼴도 배치되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런 정치환경을 고려한다면 전북의 국회의원은 일당백(一當百)의 역할을 해야 맞다. 국회의원 한 명이 두 세명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막스 베버나 안 원장이 얘기하는 자질도 중요하지만 정치력이 허약한 전북한테는 오히려 일당백의 인물이 더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돼야 하지 않을까. 전북의 유권자라면 이에 걸맞는 후보가 누구인지를 놓고 천착할 필요가 있다. 선거를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선거는 후보 심판이자 인물 천거 행위이다. 기성 정치인은 그동안의 정치행위를 심판 받는 날이고 유권자는 지역 대표 인물을 선택하는 날이다. 또 쓸모 없는 정치 자원들을 솎아 내는 날이기도 하다. 점심 먹을 때도 뭘 먹을까 고민하는데 하물며 우리지역 대표 인물 뽑는 걸 그냥 대충 할 수는 없지 않는가.
민주통합당의 공천 민심이 사납다. 핵심 가치인 정체성과 도덕성에 일관성이 없고, 지난 1월15일 지도부 경선 때 큰 덕을 보았던 모바일 국민경선도 동원과 불법으로 얼룩져 버렸다. 한명숙 대표는 공천혁명을 이뤄내겠다고 천명했지만 지금까지 진행되는 걸 보면 혁명은 커녕 개혁 축에도 끼이지 못하는 것 같다. 공천원칙과 기준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이다. 어느 선거구는 4배수, 어느 선거구는 2배수로 압축하고 또 다른 선거구는 필터링 기능도 하지 않고 전원 여론조사에 맡겨버리고 있다. 이런 판이니 고무줄 공천, 무원칙 공천이라는 비판이 나온다.현역 물갈이를 요구하는 국민 기대는 하늘을 찌를듯 한데 지금까지 세차례 발표한 153개 선거구중 현역이 탈락한 곳은 하나도 없다.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으면 개혁은 불가능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두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다. 하나는 원칙과 기준을 운용하는 태도다. 원칙을 제시했으면 예외 없이 적용해야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탈락자들의 불만도 없다. 그런데 이 원칙이 왔다리 갔다리 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한지붕 세가족의 태생적 한계에 있다. 민주통합당에는 민주당과 시민통합당, 한국노총 세 세력이 작용하고 있다. 공심위 결정에 세 세력의 이른바 리모컨공천이 작동하고 있다. 당초 그린 그림이 일그러질 수 밖에 없다. 강철규 공천심사위원장이 지도부와 갈등을 겪은 것도 그런 맥락이다. 그는 공천시스템을 복잡한 사거리 교통신호시스템에 비유했다. 힘 있는 사람의 수신호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정해진 원칙과 기준에 따른 시스템공천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경차는 세우고 검은 세단이라고 해서 통과시킨다면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느냐는 논리다.민주당은 사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지리멸렬했다. 전북지역에서 조차 '민주당도 이젠 회초리 좀 맞아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다. 여론조사 결과는 20%대에 머물렀고 이명박 정권의 실정(失政)에 따른 반사이익이나 보는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지난 연말 시민통합당과 한국노총이 통합되면서 지지율이 오르기 시작했다. 지난 1월 지도부 경선 때 최고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금은 내리막길이다. 국민 눈높이의 공천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민주통합당이 정신을 차리려면 회초리 좀 더 맞아야 한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 '자만심에 빠져있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는 비판을 겸허히 새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민심은 등을 돌리고 말 것이다. 중국 주(周)나라 유학자인 순자(荀子)는 '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과 같다'고 했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때로는 배를 엎어 버리기도 하는데 정치 리더들이 정치를 잘못 하면 갈아 엎을 수 있다는 걸 빗댄 표현이다. 2300여년 전의 정치철학은 지금 이 순간에도 유효하다. 지금까지 공천은 영남과 서울·인천 등 수도권, 강원·충청 일부 지역에서 확정됐다. 문제는 호남지역이다. 신경민 대변인은 "기대해도 좋다. 달라질 것이다"고 말했지만 두고 볼 일이다. 민주통합당의 텃밭이나 마찬가지인 호남은 다른 지역과는 다른 더 엄격한 기준과 잣대를 들이대야 옳다. 공천이 곧 당선이 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지금부터라도 좀 화끈하게 국민 눈높이에서 공천을 했으면 한다. "정치혁신을 원하는 국민 염원을 잊어선 안된다. 국민을 두려워 하지 않으면 집권할 수 없고 집권하더라도 좋은 정치 할 수 없다." "더 낮은 자세로 일하겠다. 국민이 원하는 인물을 공천해 달라." 강철규 위원장의 핀잔에 한명숙 대표의 화답이다. 기대해도 좋을지 모르겠다.
1994년 착공된 완주 봉동의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은 자동차산업의 불모지였던 전북을 상용차 생산기지로 탈바꿈시켰다. 버스와 트럭, 특장차 등 중대형 상용차를 연간 10만대씩 생산하고 있다. 상용차 전용 공장으로선 세계 최대 규모다. 이 공장의 고용인원은 4100명, 협력업체에 종사하는 인원도 30개 업체에 1100명이다. 자치단체에 내는 세금이 연간 70억원이다. 직·간접적인 지역기여도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이곳에 순탄하게 둥지를 튼 데에는 단체장의 의지와 주민들의 협력이 컸다. 1993년 무렵이던가, 당시 이승 완주군수는 단 3일만에 공장 허가를 내주었다. 고용과 소득, 지역이미지에 크게 기여하리라는 판단에서였다.하지만 농지 관련 부서에서는 저항이 컸다. 여러 이유를 대면서 제동을 걸었다. 이 군수는 으름장을 놓기도 했고 서류뭉치를 과장한테 내던지기도 했다. 이런 곡절 끝에 사흘만에 허가가 났다. 요즘으로 치면 원스톱서비스인데, 당시에는 이런 개념도 없었고 오히려 권한을 즐기던 시절이었으니 파격이었다.이럴 때 기업은 감동하기 마련이다. 당시 전성원 현대자동차 사장은 공·사석에서 이 사례를 들며 '공장하기 가장 좋은 곳이 전북 완주'라고 치켜세우곤 했다. 지역의 이미지까지 업그레이드됐다. 단체장의 의지가 이러니 부지매입도 순조로웠다.가장 먼저 기업도시가 된 울산은 지금 16개 광역자치단체에서 소득수준이 제일 높다. 활력이 넘친다. 충남 아산신도시와 경기 파주신도시도 마찬가지다. LCD에서 세계 1,2위를 다투는 삼성전자 탕정산업단지와 LG필립스 LCD단지가 들어선 곳이다. (주)효성이 전주 팔복동·동산동 일원에 탄소섬유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이다. 1조2000억원을 투자하는 매머드 프로젝트다. 탄소섬유는 부가가치가 높은 미래 신소재다. 그런데 일부 토지주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연말 안에 착공하겠다는 계획도 해를 넘겼다. 뒤늦게 막차 탄 토지주, 대토(代土)할 여건이 안되는 토지주, 보상비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토지주 등이 선뜻 동의할 리 없다. 개중에는 얼토당토않는 황당한 조건을 내건 토지주도 있긴 하다. 하지만 토지주 반발 탓만 하는 건 너무 무책임하다. 토지주 반발은 예견된 것이다. 이런 때 어떻게 할 것인지가 능력이다. 다양한 수단과 방법, 기술적인 조치 등이 강구돼야 하고, 때로는 강하게 밀어부치는 뚝심도 필요하다. 어르고 달랠 필요도 있고, 법으로 다스릴 위엄도 있어야 한다. 이런 일을 소홀히 해놓고 효성측에서 문제제기를 하자 전북도와 전주시가 뒤늦게 법석을 떨고 있다. 전북도는 지난해 투자협약 체결한다고 갑작스레 사람 불러모아 사진 찍고 홍보했다. 그런 열정이라면 토지주 협의도 진작 끝냈어야 했을 터이다. 닥쳐서야 호들갑을 떠는 건 아마추어들이나 하는 행태다. 기업한테는 시간이 돈이다. 탄소섬유 선두주자인 일본 도레이그룹은 지난해 6월 경북 구미 국가산단에서 기공식을 갖고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연간 2200톤 규모로 2013년부터 생산에 들어간다. 생산규모와 시기가 (주)효성의 그것과 비슷하다. 도레이와 경쟁해야 할 (주)효성으로선 다급할 수 밖에 없다. 이럴진대 기업한테 감동을 주기는 커녕 연말내 착공 약속도 지키지 못하면서 무슨 기업유치를 한다고 떠들어대는지 모르겠다. 오겠다는 기업도 가로막는 꼴이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탄소공장이 제대로 착공되길 기원하며 2000만원씩 내놓은 익명의 기부자가 있었다. 토지주들도 이런 심정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대승적 안목이 있어야 지역이 발전한다.
정치시즌이 본격화되고 있다. 잇달아 열리는 출판기념회가 정치의 계절이라는 걸 실감나게 만든다. 기성 정치권도 분주하고 예비 정치인들도 잰걸음이다. 내일부터는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공식적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관객들도 덩달아 바쁘다. 관객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기성 정치권이 기대에 못 미치니 확 바꿔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런데 어떻게 바꾸지? 하면 얼버무리기 일쑤다. 주자들은 많지만 딱히 ‘이 사람이다’ 할만한 입지자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함량미달도 있다. 개나 걸이나 빠꾸 퇴까지 나선다면 선거판이 희화화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옹이 하나 없고 조금도 비뚤어지지 않은 나무를 찾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모든 나무가 다 결이 좋은 것도 아니다. 얼핏 보아 나빠 보이는 나무도 나쁜 부분만 베어버리면 얼마든지 쓸모 있는 재목이 된다. 자사(子思)가 위나라 임금에게 인물을 천거하면서 한 말이다. 내년 4·11 총선은 정치신인들하테는 좋은 기회다. 야권이 통합을 결의하고 총선 공천방식도 ‘완전개방 시민경선’을 채택했으니 이처럼 좋은 조건이 없다. 또 때마침 불어닥친 이른바 ‘안철수 효과’도 천군만마다. 10·26 재보선 때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를 확실히 확인시켜 주지 않았던가. ‘통합과 혁신’ 바람도 기성 정치권을 뒤흔들 수 있는 최종병기다. 하지만 정치란 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합종연횡과 이합집산, 뒷다리걸기, 술수와 거래, 거짓말이 판 치는 게 정치판이다. 2009년 4·29 재선거 때 전주 덕진구에 출마했던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최근 이런 경험을 털어놓았다. “식당이나 술집에서 명함을 건네면 확 던져버리는 사람도 있더라. 그것도 내가 보는 데서. 내가 무슨 통닭집 알바생도 아니고 죽겠더라.” “민주당 당원들과 회의할 때 ‘앞서가고 있다. 열심히 하자’고 당부했는데 그때 아마 당원들이 나 보고 미쳤다고 했을 것이다. 실제로 나도 이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낮에는 우리 선거캠프에 와서 일하고 밤에는 정동영 사무실로 가는 사람도 있었다.”전북대 사대부고를 나온 그는 민주당 전략공천을 받았지만 12.93%를 얻고 무소속 정동영 의원한테 참패했다. 그의 경험담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단 몇달 동안에 인생에서 경험할 수 없는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다. 정치신인들은 냉대와 자기도취, 이전투구의 정글에서 살아남을 자신이 있는지 자신한테 먼저 물어야 한다. 정치판을 이전투구로 빗대지만 선거판은 그 보다 몇배 더 한 곳이다. 또 하나는 페어플레이를 하라고 주문하고 싶다. 기성 정치인들 흉내내지 않고 정도(正道)를 걷는다면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그런데 벌써부터 뒷다리걸기가 시작되고 있다. 지난 6일 전주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한명숙 전 총리는 “출판기념회 참석을 놓고 왜 소란을 피우는지 모르겠다. 안 간다고 해 놓고 참석했다.”며 깜짝 놀라 했다고 한다. 일부 라이벌 정치인들이 참석을 막았던 모양인데, 한 전 총리가 전북의 정치문화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가졌을지 궁금하다. 다른 하나는 원칙과 대의명분을 좇아야 한다는 것이다. “선거에서 질 수는 있다. 그러나 지더라도 대의명분을 어겨서는 안된다. 그래야 다음 선거에 이길 수 있다.” 문재인의 ‘운명’에 나오는 말이다.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먼데 한가한 소리를 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선거판은 이제 초입이다. 시일이 흐를수록 난삽해질 것이다. 민주주의는 과정을 중요시하는 시스템이다. 괴에테도 ‘행복은 목표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에 있다’고 하지 않던가. 한가한 소리가 아니라 나중을 생각하면 금언이 될 것이다.
교사와 은행지점장, 국회의원 신분의 친구 셋이 여행을 떠났다. 날이 저물어 잘 곳이 마땅치 않았다. 마굿간을 발견하곤 그곳에서 하루 밤 묵기로 했다. 공간이 비좁아 교사가 먼저 들어갔다. 지독한 말 냄새 때문에 채 10분도 안돼 뛰쳐나왔다. 다음엔 은행지점장이 들어갔다. 한시간쯤 견디다 그 역시 뛰쳐 나왔다. 다음엔 국회의원이 들어갔다. 한참이 지나자 이번에는 말이 뛰쳐나왔다. 정치인 부패를 비유하는 우스갯 소리다. 10·26 재보선이 끝난 뒤 매일경제 신문이 전국 성인 600명을 대상으로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물었더니 48.7%가 ‘부정부패’라고 응답했다. ‘국회의원이 귀하의 의견을 대변해 주고 있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은 5.5%에 불과했다. 정치적 의사표현이 필요할 때 지역구 국회의원 혹은 정당을 찾는다는 응답도 2%에 그쳤다. 이쯤 되면 우리나라 국회의원과 정당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무당파가 급증(73.6%)하고 있는 이유다. 기성 정치권과 정당에 대한 민심의 분노가 바로 10·26 서울시장 선거였다. 시민권력을 탄생시킴으로써 정권은 꼭 정당에서만 탄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으로선 참으로 쪽 팔릴 일이다. 민주당은 후보 경선에서부터 시민운동가한테 패했다. 작년 6·2지방선거에서는 경기도지사 후보를 내지 못하기도 했다. 해방 이후 정통 야당을 자처하는 민주당으로선 이런 굴욕이 없다. 한나라당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집권 여당이라는 프리미엄도, 최고위원이라는 후보의 화려한 지위도 무용지물이었다. 말끔한 신언서판(身言書判)도 효험을 발휘하지 못했다. 10·26 재보선 결과는 정당과 기성 정치권에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화들짝 놀란 정치권이 ‘변하지 않으면 다 죽는다’며 여러 궁리를 하고는 있지만 기대난망이다. 기득권을 포기해야 환골탈태가 가능한데 과연 정치권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놓을수 있을까. 만지작 거리다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말 것이다. 벌써부터 내년 4·11 총선이 흥미로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전북에선 물갈이론이 한창이다. 판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어항의 물을 갈아주지 않으면 이끼가 끼고 물도 탁해진다. 정치판도 그런 이치나 마찬가지다. 지난 추석때 조선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전북은 71.5%가 물갈이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지금 활동중인 18대 국회의원 초선 비율은 44.8%에 이른다. 탄핵 바람이 불었던 17대 총선에서는 초선 비율이 63%나 됐고 15대 45.8%, 16대 40.6%였다. 물갈이는 공천만 받으면 거저 먹는 호남이나 영남 같은 일당 지배구조 지역에서 특히 필요하다. 특히 전북지역의 국회의원들은 민주당 텃밭 정서 때문인지 매너리즘의 정도가 심한 것 같다. 매너리즘에 빠져 있거나 지역 일을 등한시 해 온 국회의원, 허구헌날 단체와 간담회나 열면서 표밭만 다지는 국회의원, 공천만 받으면 된다며 위만 쳐다보는 국회의원들은 비호감이다. 분노한 민심을 추스리고 다스려야 할 최종 주체는 정치권이지만 개혁과 통합, 소통이라는 민심을 확인하고도 달라진 게 없다. ‘시골의사’ 박경철씨가 기자들이 정치권 진출을 묻자 “여의도에 가면 사람이 되어 나온다는 말을 들을 때 신청서를 들고 가겠다.”고 했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단면이다. 이것이 민심 눈높이일 것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정당과 기성 정치권이 변하지 않으면 유권자들이 심판할 수 밖에 없다. 사실상 무소속이 승리한 순창 남원 재선거판이 내년 총선에서 재연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부산 시민들이) 힘을 모아주시면 내가 임기 중에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겠다." 나흘전 부산을 찾은 이명박 대통령이 지역인사들에게 한 약속이다. 그러면서 "여기 청와대에서 온 사람도 있다. 돈을 쥐고 있는 박재완 (기획재정) 장관도 와 있다"며 "여러분이 심려하는 것에 대해 부산 시민만큼 나도 신경 쓰겠다"고 했다.'이 정부가 부산에 해준 게 뭐 있느냐'는 비판여론을 의식한 것인데 대통령 스스로가 "임기 중에 최장 시간 지방에 머무는 날"이라고 언급할 만큼 깊은 애정을 보여주었다.특정지역에 대한 이런 호의가 또 있을까. 약발이 먹힐지 어떨지, 부산 민심이 어디로 흐를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권이 무척 다급해진 모양이다. 어찌됐건 부산이 부럽다. 상수원 확보, 부산울산 철도복선화, 김해공항 국제선 증설, 신발산업 지원 등에 대해 "기왕에 해줄 거면 빨리 해주는 게 좋다. 시간 끌면 예산만 더 든다"고 대통령이 언급했으니 떼 놓은 당상 아닌가.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뺏긴 뒤 전북인사들이 소리소리 지르며 뙤약볕 농성을 했어도 거들떠 보지도 않던 청와대였다. LH 후속대책이란 것을 두고도 "LH 이전 대가라는 것은 없다"며 타당한지 아닌지 용역을 통해 가리자던 정부였다. 전북에는 눈길도 주지 않던 그들이 부산한테는 "섭섭해 하지 말라"며 다 알아서 해주겠다고 하니 너무 대조적이다. 이건 공정한 사회도 아니고 공정한 판단도 아니다.대통령이 부산을 찾아 선물을 안길 즈음을 전후해 전북 도민들은 전북의 현실에 낙담해야 했다. 지역신문들은 국정감사 자료를 인용하며 전북이 어떤 현실에 처해 있는지 구체적인 수치로 보여주고 있었다. '전북 법인소득 전국 꼴찌' '가난한 전북 실상 드러나' '집집마다 빚폭탄 안고 사는 전북' '도내 가계 대출 증가율 폭증' '전북 경제활동인구 빨간불' '호남에서 기업하기 어렵다' 등등 모두가 처참한 내용이다.기사 제목만 보면 전북은 살만한 곳이 못된다. 공기업이나 개인회사로 치면 진작 구조조정됐어야 할 자치단체다. 전북을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 할 것이다.실제로 지난 8월 전북애향운동본부가 전북대 사회과학연구소와 함께 실시한 '도민 의식조사'에서는 도민 절반(47.8%)이 전북을 떠나겠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아울러 상당수가 전북의 미래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도 왜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떠나고 싶은 도민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진지하게 고민하지도 않는다. 너무 양반들이라서 그러는 것인가. 지역발전을 책임지겠다던 정치인들이 침묵하고 있는 건 더더욱 이해되지 않는다.지역간 발전 격차를 뜯어보면 민심을 달래야 할 곳은 부산이 아니라 전북이다. 대통령이 선물을 주어야 할 곳도 부산이 아니라 전북이다. 전북이 대접받지 못하는 이유를 사람 쪽수로 보는 측이 있지만 그건 옳지 못하다. 그런 논리라면 전북 푸대접은 고착될 수밖에 없고 그걸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그보다는 사람의 질적인 문제에 있다고 보는 게 적절할 것이다. 인구가 적어도 제대로 된 인물이 나타나 시대정신을 구현하면 그만이다. 같은 논리로 어려움을 타개해 나갈 역량 있는 정치인 몇명만 있어도 전북이 이처럼 처참한 몰골을 드러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LH를 뺏기고도 등신 대접 받지는 않았을 것이고, 전북을 떠나겠다는 사람이 그처럼 많지도 않을 것이다.인구나 국회의원 숫자 문제가 아니다. 단체장의 리더십과 정치권 역량 등 질적인 문제인 것이다. 리더십을 지적하고 정치권을 판갈이하자는 여론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도 전북 정치권은 부산 사례를 보고도 흥분하지 않을 만큼 무감각해져 있다./ 이경재 (논설위원)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53)이 호남 총선 출마선언을 하고 나섰다. 지난 1일이다. 내년 4.11 총선이 8개월이나 남았는 데도 '한나라당의 적지' 한복판인 광주(서구 을)에서 심판받겠다고 출사의 뜻을 밝혔다. 다른 건 몰라도 좌고우면하지 않는 당당한 태도가 좋다.이 의원은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들어간 초선이다. 대표적인 호남출신 친박계 의원이다. 내년에 지역구에 출마하면 세번째 도전이 된다. 1995년 민자당 시절 황색돌풍이 거셀 때 첫 출마를 했고, 2004년 탄핵역풍이 불 때도 출마했다.그 당시 광주에선 유일한 한나라당 후보였다. 거리에서 목이 쉬어라 연설을 하고, 새벽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골목마다 다니면서 죽기 살기로 유세했지만 얻은 표는 720표였다.호남에서 정치한다는 건 독립운동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했던가. 그런데도 그가 수도권에 눈길을 주지 않고 호남을 고집하는 건 호남에 대한 애정과 진정성일 것이다. 그는 석패율에 기댈 생각도 없다. 오히려 반대론자다.이 의원의 스토리를 꺼낸 건 우리지역 한나라당 사람들이 너무 무기력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편향의 지역정서 탓만 한다. 스스로 이런 고착적인 구조를 타개하려는 시도나 노력도 없다. 지역의 이익을 챙길 욕심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홍준표 대표가 호남을 홀대했을 때도, 이명박 정부(MB)가 영남편중의 인사정책을 폈을 때도 눈만 껌벅거릴 뿐 흰눈 한번 들이대지 못했다. 보는 이가 오히려 답답할 노릇이다.이 의원은 지명직 최고위원 두자리를 모두 충청 인사로 추천한 것을 두고 "전국정당임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어떻게 그런 사람이 대한민국에서 정치인으로 발붙이고 살 수 있나"고 홍 대표한테 직격탄을 날렸다. MB의 호남홀대 인사에 대해서도 "호남출신으로서 분노를 느낀다. 이 정부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게 편파인사다."고 쓴소리를 해대지 않던가.소외 받는 걸로 따진다면 광주 전남보다 전북이 더했으면 더했지 못하지 않다. 그런데도 우리지역의 한나라당 사람들은 번번이 소리 한번 질러보지 못하고 침묵하고 있다.명색이 집권여당이면서도 인사정책이나 예산, 현안 사업 등을 놓고도 강건너 불 구경 하듯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물건너 가도 그 흔한 삭발정치인 하나 없었다. 그러니 왜 한나라당 사람으로 정치를 하는 것인 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이런 식으로 무기력하게 정치를 해선 안된다. 한나라당을 사업의 병풍막이로 활용한다거나 공기업 자리로 가는 징검다리 쯤으로 생각한다면 아예 정치를 그만 두는 게 낫다.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우선이다.전북의 한나라당 사람들은 정신차려야 한다. 현안에 침묵하지 말고 보다 역동적으로 정치를 했으면 한다. 지성이면 감천. 정성을 쏟으면 지역정서도 반응하는 법이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니 지역정서가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먹고 사는 문제, 일자리 문제, 중앙과의 창구역할 등 할 일이 너무나 많다. 새로운 정치 목표와 새로운 인물, 지역발전에 대한 비전 욕구도 강하다. 바로 잡을 일도 많다. 모두 정치의 영역이다.지금 지역에서는 '이젠 민주당에 회초리 좀 들자'는 분위기가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1985년 12대 총선 이후 27년간 지속된 일당 독주에 대한 정치적 피로감과 실망감도 있다. 이런 기류는 이미 지난 6.2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 나타났다.한나라당한테는 호재다. 껄쩍지근하게 처신하지 말고 지역과 주민들을 위해 개운하게 한번 일을 해 보시라. 말로만 집권여당 운운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다./ 이경재(논설위원)
마침내 전북 판갈이론이 치솟았다. 전북이 이대로는 발전할 수 없다는 것, 아예 판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토지주택공사(LH) 유치 무산 이후 등장한 판갈이론은 내년 411 총선을 앞두고 있어 더 증폭될 조짐이다.전북일보는 창간 61주년 기념일인 6월1일자 통사설에서 "전북이 새로 도약하기 위해선 지금과 같은 패러다임으로는 안된다. 젊고 역동적인 새 틀이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그러기 위해선 사회지도층의 인적 쇄신을 통한 판갈이가 전제돼야 할 것이다. 자리에만 연연하는 인사들을 퇴출시켜야 마땅하다. 모래알 같은 정치권도 재편돼야 한다. 그럴 때 할퀴고 씻긴 전북도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우연의 일치인가. 최근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는 '전북의 낡은 리더십을 청산하고 변화의 물꼬를 트자'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전북 정치권의 대대적인 물갈이와 낡은 리더십 청산, 도정의 나팔수가 된 관변 단체 인사들의 퇴진, 사이비 언론 척결 등을 세상에 대고 외쳤다.왜 이런 판갈이 주장이 나올까. 전북을 이끌어가는 리더들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자리만 꿰차고 앉아 있지, 무엇 하나 속시원히 해결하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무슨 확실한 비전을 제시한 적도 없다.그동안 내로라하는 숱한 정치인과 지역 유지들이 지역사회를 꾸려갔지만 전북은 과연 나아졌는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인구는 계속해서 줄고 지역총생산은 16개 자치단체에서 뒤끝이다.반면 요령만 는다. 한자리 차지하기 위해 선거캠프에 몸담는 꼼수나 부리고 인사숨통을 트기 위해 기관 단체만 늘린다. 조직마다 예스맨들로 꽉 차 있다. 한자리에 세명이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경우도 일자리 세개를 창출했다고 통계 내는 판이다. 그러니 전북도와 통계청의 일자리 통계가 엇박자일 수밖에 없다. 전시행정에 길들여진 탓이다.혁신도시 조성 당시 주요 기능군을 놓고 자치단체끼리 티격태격하더니 그 혁신도시 터를 닦던 LH를 경남에 내주고 말았다. 이제와서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이 330조원이나 되기 때문에 LH보다 낫다는 말도 서슴 없이 한다.LH 유치 무산은 우리 지역사회의 역량이 어느 수준인지 여과없이 보여주었다. 전술 전략과 정보 및 정치력 부재, 정치권의 나태와 책임 회피, 관료주의에서 비롯된 이른바 낡은 권위주의 리더십, 관변 단체의 맹목적인 도정 들러리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도정 나팔수 역할을 한 일부 언론들이 지금도 알몸으로 뭇매를 맞고 있고, 국내 최장기 버스파업 사태에 대한 정치권의 눈치보기와 무기력증도 두고두고 입줄에 오를 것이다.고립무원의 전북. 이런 실정일 진대 뭘 더 기대하겠는가. 전북이 새롭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새 패러다임과 인적 쇄신, 즉 판갈이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문제는 판갈이를 어떻게 가능하게 할 것인가에 있다. 정치권은 내년 총선이 분수령이 될 것이다. 퇴출, 수도권 출마, 정계은퇴 등을 거론할 수 있지만 강제할 방법이 없다. 선출직 단체장은 어떻게 할 것이며, 물러나야 할 관변 인사가 버티고 앉아있다면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도민운동? 어려운 문제다.전북은 지금 너무나 침체돼 있다. 생각은 고루하고 행동은 머뭇거리면서도 자기방어에는 철벽이다. 이런 퇴영적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고는 전북이 새롭게 태어나기 어려울 것이다.권력이나 자리에 대한 욕심은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을 느끼는 바닷물과 같다. 판갈이의 장애물도 그런 욕심 많은 인사들이다. 물러날 때 물러나지 않고 권력의 맛을 계속 누리려 한다면 너무 추하다./ 이경재(논설위원)
지난 4월 치러진 일본 지방선거에서는 지방의원 수를 줄이고 월급을 깎자는 주장이 쟁점으로 대두됐다. 제3당인 공명당이 지방의원 수 감축과 월급 삭감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일부 민주당 의원들도 이에 동조했다. 구체적으로 30% 선까지 줄이자는 지역도 있었다.지방의원들이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은 까닭이다. 직무유기에다 비리와 청탁이 노골화되면 우리도 일본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말란 법이 없다. 예상보다 훨씬 앞당겨질 수도 있다.지방의원들이 일부 권력화돼 군림하거나 인사 사업청탁 등을 다반사로 하고, 집행부 들러리 서면서 이익을 챙기기도 한다. 조례 제정 등 본연의 일에는 소홀하면서 해외여행은 꼬박꼬박 나가고 의정비 올릴 궁리나 한다면 말이다.자치단체장은 어떤가. 풀뿌리 자치를 위해 연구 노력하는 단체장이 있는가 하면 선거 캠프 종사자와 측근 챙기기에 관심을 쏟는 소인배 단체장도 없지 않다.'상가집 개'라는 말이 있다. 상가(喪家)에서 뭐 먹을 게 없나 하고 두리번거리며 먹이를 찾는 개를 이르는 것인데, 다음 선거를 겨냥해 돈이 되는 것과 표가 되는 것에만 온통 신경을 곤두세우는 단체장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공무원 인사나 조직 및 사람 관리, 각종 사업도 모두 이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 '깜빵'가기 십상이다.뇌물과 비리에 연루돼 중도하차하는 단체장이 전국적으로 수두룩하다. 민선 4기(2006~2010년) 시장 군수 230명 가운데 113명이 비리나 부정으로 기소됐다. 이중 35명을 재보궐선거를 통해 다시 뽑았고 선거비용만 186억원이 들었다. 모두 시민 세금이다.전북에서는 비리와 선거법위반 등으로 낙마한 단체장이 14명에 이른다. 이창승(전주시장) 이형로( 임실군수) 강근호(군산시장) 김상두(장수군수) 국승록(정읍시장. 부인 구속) 이철규(임실군수) 김진억(임실군수) 유종근(도지사)씨는 비리였고, 강수원(부안군수)씨는 공무집행방해였다. 김길준(군산시장) 최용득(장수군수) 이병학(부안군수) 윤승호(남원시장) 강인형(순창군수)씨는 선거법위반이다.단체장이 중도하차할 때마다 지역이 큰 피해를 입기 때문에 문제다. 여러 사업들이 구조조정되고 행정의 연속성이 훼손돼 손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1심에서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속행되는 재판 때문에 행정신뢰가 실추되고 공직사회도 흔들릴 수 밖에 없다.지역의 이미지 훼손과 불명예는 물론 재보선 과정에서의 주민간 반목과 갈등, 공무원 줄서기도 만연한다. 지역사회가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그 피해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수십억 원에 이르는 재보선 비용도 모두 시민세금이다.한마디로 단체장이 한번 잘못되면 엄청난 사회 경제적 비용을 치를 수 밖에 없다. 지역 이미지에도 먹칠한다. 그런데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면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것 아니겠는가.지방의회는 지난 1991년 부활됐으니 올해로 20년, 민선 단체장 연륜은 16년이 됐다. 지방자치는 어느새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성년의 나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미스런 일들이 계속되고 있는 건 불행한 일이다. 이런 마당에 제도적 미비와 폐해를 그냥 방치해 두어선 안될 것이다.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 중도하차할 경우 재보선 공영 선거비용을 당사자한테 물리는 방안을 제도화하면 불법이 훨씬 줄어들 것이다.뇌물 등 개인 비리라면 당사자가 전액을, 선거법위반이라면 공천을 준 정당과 당사자가 각각 절반씩(무소속은 국가가 절반 부담) 부담하는 게 보다 합리적이다. 그동안 공천폐지와 선거법 강화에 주력했지만 이젠 비리나 불법을 원인시킨 당사자에 대해 경제적 책임을 함께 묻는 방안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낙숫물은 떨어진데 또 떨어진다. 그래서 돌에도 구멍을 낸다. 언론에 흘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일괄이전이 꼭 그런 격이다. 정부는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하는데 정부나 여권 고위관계자들은 LH를 일괄이전키로 가닥이 잡혔다고 반복해서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작년 9월이던가, 정종환 국토부 장관이 경제주간지 인터뷰에서 일괄이전을 언급했고 두달 뒤 국회 최규성 의원이 정부 고위 관계자가 언급한 것이라며 정부가 일괄이전 방침을 굳혔다고 소개했다. 그러자 벌집 쑤신 듯 지역이 왈칵했다.최근엔 '상황 끝'까지 진도가 나갔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출국에 앞서 최종 지침을 내렸고, 정부는 13일 '경남 일괄이전'을 발표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이쯤되면 바위 같은 심지를 가졌더라도,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겠는가 하는 반신반의로 굳어지고 만다.LH 문제든 뭐든, 정치권이나 정부 깊숙한 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국민들은 알 도리가 없다. 그곳의 정치세계는 국민들한테는 외적인 영역이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려면 개인이 스스로 탐색하거나 상상을 하는 것, 누군가로부터 보고를 받는 것 등 세가지 방법이 있지만 앞의 두 방법은 한계가 따른다. 복잡다기한 현대사회에서는 누군가의 보고, 즉 언론보도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칼자루를 쥔 정부나 여권이 언론의 이런 속성을 이용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 플레이는 권력과 금력이 있는 개인이나 집단이 언론매체를 통해 자기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가 깔린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다.언론 홍보이론은 언론플레이는 나쁜 관계를 만든다며 가급적 하지 말라고 가르치지만 LH 일괄이전 언론플레이는 목적하는 바를 연착륙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언론플레이는 여론몰이를 통해 자신의 목적을 충족시킨다는 점에서 사기 또는 여론조작에 해당된다.LH 일괄이전을 흘린 건 두가지일 것이다. 대통령의 의중이거나 경남에 몰아주려는 정치적 판단이 그것이다. 그러나 어느 것이든 절차를 밟지 않고 그런 결정을 내린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분산배치였던 정부 방침이 대통령 말 한마디로 일괄이전으로 선회했다면 독재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 벌어진 것이고, 정치적 판단에 의해 결정됐다면 지나던 소도 웃을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정부 정책이라면 누가 봐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판단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 그것은 원칙과 기준에 따른 결정이다. 전북이 내건 분산배치는 정부 약속인 데다 두 지역이 이익을 공유하기 때문에 하등 문제될 게 없다.그러나 만약 일괄이전할 방침이라면 세부적인 기준과 원칙을 세워 심사한 뒤 전북 또는 경남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경남이 일괄이전을 주장했다고 해서 무작정 LH를 경남에 보낸다는 건 말도 안된다. 정부정책을 '뽑기'나 '찍기'로 결정한다면 너무나 유치하지 않은가. 일괄이전한다면 어느 곳이 더 경제적 효율적인지 등을 심사해 입지를 결정해야 맞다. 이건 기본중의 기본이다.마침내 민주당이 LH 분산배치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잘못된 건 반드시 바로잡는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정책결정은 민주적 절차를 밟아 결정돼야 하고 절차는 투명성과 공정성이 담보돼야 한다. 당연히 밟아야 할 이런 민주적 과정이 이행될 수 있도록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나서야 할 일이다.그래서 언론플레이가 얼마나 무망한 것인지, 원칙도 기준도 없이 목적을 달성하려는 노력이 얼마나 허망한 짓인지 드러내야 한다. 아니 땐 굴뚝엔 절대 연기가 나지 않는다는 것도 확인할 겸./ 이경재(논설위원)
과학벨트 입지와 동남권 신공항 공약이 백지화됐다. 이명박 대통령(MB)의 공약이 두달 간격으로 연거푸 뒤집혔다. 충청에 이어 이젠 영남민심이 들끓고 있다. 다음엔 전북민심이 들끌을 차례인가?지금 전북의 가장 큰 현안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전 문제다. 당초 국토해양부는 분산배치 방침을 내세웠다. 전북은 이를 따랐지만 경남은 통 크게 일괄배치를 내걸었다. 전북과 경남이 첨예하게 대립해 있는 이 사안을 MB 정부가 처리할 시간이 임박해지고 있다.그런데 숙제가 잘 풀리지 않는 모양이다. 지난달 김완주 지사가 김황식 국무총리와 임채민 국무총리실장, 청와대 관계자 등을 만나고 온 뒤부터는 '한계'를 느끼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게다가 최근 돌아가는 상황도 전북한테 결코 유리하지 않다. 경남도가 힘을 기울인 동남권 신공항이 무산된 것도 전북한테는 악재다. 만약 신공항 입지가 경남 밀양으로 선정됐다면 LH이전 문제는 전북에 훨씬 유리했을 것이다. 한 곳에 두개씩 몰아줄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LH이전도 결국 정치적 결정 아니던가.또 7년간이나 대구경북연구원장을 지낸 홍철(66) 원장이 LH이전 열쇠를 쥔 대통령 직속의 지역발전위원장에 임명된 것도 수상쩍다. 그는 "일 좀 하라고 고향에 데려왔을 텐데, 일 해준 것은 없고 빚만 지고 가는 느낌이다. 이제 빚을 갚아야 하지 않겠는가. 꼭 챙기겠다"고 했다. 이임에 앞서 지역 기자들과 식사자리에서 한 말이다. 밥 먹는 자리일 망정 고향 편향적 속내를 드러낸 언사가 날카롭다. 그 비수가 전북에 꽂힐지도 모른다.대통령 경제비서관과 건교부, KDI, 국토연구원장 등을 지낸 홍철 위원장은 지역발전 분야의 국내 대표적인 석학이다. 유종근 지사 시절 그가 국토연구원장 때 전북도와 업무협약을 맺은 적이 있어 낯설지는 않다.그렇긴 해도 지역발전위원장 자리를 5개월 동안이나 비워두다가 그를 앉힌 것 자체가 'LH 이전 미션'을 수행하라는 암묵적 뜻이 담긴 건 아닌지 모르겠다. 과학벨트와 동남권 신공항 대선공약이 순식간에 뒤집히는 걸 보면 LH이전 문제 쯤은 새발의 피일 것이다.정책결정에서 신뢰는 생명이나 마찬가지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신공항 무산 이유를 설명했지만, 민심은 "무산시킬 바엔 임기 초반에 했어야지, 피 튀기는 싸움을 시켜놓고 없던 일로 하면 어떡하느냐"를 따지고 있다. 결국 정책신뢰의 문제인데 민심은 MB정부와 MB의 신뢰문제를 질타하고 있는 것이다.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이 "정부나 정치권이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우리나라가 예측 가능한 국가가 된다."고 한 것도 MB의 무신(無信)을 점잖게 나무란 것이다. 뒷북만 친다는 비판도 있지만 신뢰를 헌신짝처럼 내던지는 요즘같은 시류에서 그의 말은 금언(金言)이다.논어 '안연편(顔淵篇)'에 실린 '무신불립(無信不立)'. 국민의 믿음을 잃으면 나라가 바로 서지 못한다. 이미 2500년 전에 공자가 한 말이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론'이 신드롬을 일으킨 배경도 우리 사회가 정의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민이 신뢰하지 못하는 정부와 정치인, 정의롭지 못한 판단을 하는 세력들이 새겨야 할 교훈이다.LH이전을 다루는 문제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정부가 당초 내세운 원칙을 따를 때 신뢰도, 정의도 바로 설 것이다. 일괄이전이 효율적이라면 혁신도시 조성 취지가 그 기준이 돼야 한다. 홍철 위원장이 자신의 명예에 걸맞는 판단을 하길 기대한다.
내일 모레면 일제히 개학을 한다. 학생들은 희망찬 발걸음을 내딛으면서 등교할 것이다. 그러나 상쾌한 출발도 잠시, 곧 짜증을 맛보게 될지 모른다. 시내버스를 타기 위해 30여분씩 기다려야 한다면 성인 군자도 욕설을 내뱉고 말 것이다.직장인들도 이와 다르지 않다. 수십분씩 기다려야 가까스로 버스를 탈 수 있다면 아침부터 기분 더럽게 잡치고 말 것이다. 시장에 나서는 아주머니나 병원에 가야 하는 노인 등 교통약자들은 지금도 말 할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다.전주 서곡지구에서 삼천동이나 효자동으로 등교하는 학생, 전주에서 삼례로 등교하는 대학생들은 경제적 부담 때문에 택시 탈 엄두를 내지 못한다. 소요시간을 측정하기도 어렵다. 교통약자들이 시내 곳곳에서 이런 짜증나는 하루를 경험하고 있다.시민 고통이 이럴진대 파업 하나 해결하지 못하는 걸 보면 우리 사회가 어떤 수준인지 가늠할 수 있다. 시민을 대표한다던 그 잘난 정치인들은 지금까지 무얼 했으며 어디에 가 있는지 모르겠다. 생색 낼 곳은 내가 먼저, 질퍽한 곳은 나몰라라 식이다.파업은 지난해 8월2일 버스회사와 한국노총 간에 체결한 통상임금 관련 임단협 내용에 민노총이 이의를 제기하며 교섭을 요구했지만, 회사 측이 노조를 인정치 않자 12월8일 행동에 옮긴 것이 시발이다. 그리고 80일을 넘기고도 해결될 기미가 없다.그동안 노사 모두 시민들한테 욕을 너무 많이 먹어 배가 부른 상태일 것이다. '욕 먹으면 오래 산다'는 속설도 있으니 그들은 틀림 없이 장수할 것 같다. "지사나 시장은 도대체 무엇하는 거냐"는 질책이 쏟아지고 있으니 욕 먹기는 김완주 도지사와 송하진 전주시장도 마찬가지다. 두 단체장은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 시민 눈높이의 판단이 필요한데 그렇지 못했다.김 지사는 원래 발을 담그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론과 도의회 공세에 밀려 마지못해 관심을 나타냈다. 그러나 실기했다. 얼마전 제시한 처방도 효력을 담보할 만큼 강력하지도 않다.일의 우선 순위로 따진다면 김완주 지사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두 버스업체한테 받은 500만원씩의 후원금을 지금 당장 돌려주는 게 먼저 할 일이다. 그래야 떳떳하고 향후 행정행위에 대해서도 오해 받지 않는다.그러고 난 뒤 김 지사와 송 시장은 버스업체 보조금에 대해 실태조사를 벌여야 한다. 직년 한해동안 지원된 돈은 23개 업체에 모두 391억원이다. 적자재정에 218억, 벽지노선 손실보상에 164억 원이고 나머지가 기타 분야에 지원됐다.시민 세금으로 지출된 예산이 적정하게 쓰였는지, 위법사실은 없는지 들여다 보는 건 당연하다. 조사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위법사실이 없다면 버스업체한테도 오해를 씻어낼 좋은 기회다. 아울러 김 지사와 송 시장은 1박2일 정도 운수노조원들과 생활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진정성이 있으면 통하는 법이다.운수노조는 버스기사와 공무원들 한테 불법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달리는 시내버스에 돌을 던지는 위험한 짓을 해서도 안된다. 불법을 저지르고는 어떠한 정당성도 담보할 수가 없다.파업은 노사갈등을 넘어 사회문제화돼 있다.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한 중재안도 제시됐지만 버스업체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파업사태 하나 해결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가 참으로 안타깝다. 이러고도 경쟁력 있는 지역, 기업하기 좋은 전북이라고 내세울 수 있겠는가./ 이경재(본지 논설위원)
요즘 정운천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석패율(惜敗率) 제도의 전도사가 됐다. 가는 곳마다, 사람을 만날 때마다 석패율제 도입을 주장한다. 영호남 간 지역구도를 극복하고 정치발전을 위해서는 이 제도가 해결책이라는 것이다.그는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된 뒤 첫 당무회의 때 당돌하게도(?) 석패율제 도입을 당론으로 채택하자고 요구한 주인공이다. 현역도 아닌 정치 초년병이 정치 고수들 앞에서, 그것도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최고위원 회의에서 정치복귀 신고식을 석패율 일성으로 치른 셈인데, 일단 그 용기가 가상하다.그런 뚝심과 용기로 산적해 있는 현안들을 성취해 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지금 전북은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새만금개발청(가칭)도 말 뿐이고 새만금국제공항은 아예 계획 조차 없다. 국제공항도 없는 새만금을 어떻게 동북아 중심으로 개발한다는 건지 우습기 짝이 없다.자치단체간 경쟁이 치열했던 국책사업 유치에서도 잇따라 헛물을 켰다. R&D특구(6000억), 로봇랜드 테마파크(7000억), 수출용 신형원자로(2500억), 첨단의료복합단지(5조6000억), 국립산악박물관(175억) 등이 모두 다른 지역에 유치됐다. 새만금이 적지라며 전북유치를 요구했던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는 아예 논쟁 깜도 안된다.이런 걸 보면 이 정권에서 전북은 존재감도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권한테 눈 한번 흘기지 못하는 게 전북이다. 참으로 나약하기 짝이 없다. 정부와의 창구 기능이 원할치 못하니 소통도 제대로 될 리 없다. 그러니 정보에 어둡고 매번 뒷북 치기 마련이다.정운천의 석패율은 이런 걸 읽고 나온 하나의 대안인 것처럼 보인다. 이 제도는 지역구와 비례대표 출마를 동시에 허용하고 지역구에서 낙선할 경우 득표율이 높은 후보자를 비례대표에 당선시키는 제도다. 그럴 경우 기존 비례대표 54명 가운데 호남에서 한나라당도 5명, 영남에서 민주당도 8~9명 정도 국회의원이 나올 수 있다.특정 지역의 일당 독주를 마감하고 고착된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혜택의 쏠림현상'이 줄어들고 화합과 소통문화 정착에도 기여할 것이다. 아울러 시민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정치서비스도 한결 나아질 것이다.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2008년 2월 18대 총선을 앞둔 대구 방문에서 '석패율에 기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했었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문제인데 정운천 최고위원은 최고위원 몇명한테는 이미 동의를 받았고 나머지 최고위원들은 설득중이라고 했다."새만금과 토지주택공사 이전 해법을 찾기 위해 여당의 심장부로 향했다" "전북 발전을 위한 최선의 선택은 여당 지도부에서 직접 조율할 수 있는 최고위원 입성"이라던 자신의 말 대로 심장부에 들어간 이상, 전북의 현안에 대해 뭔가 성과를 나타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의 다짐은 공허한 수사(修辭)에 불과할 뿐이다.이명박정부 첫 농림식품부 장관으로서 그의 1차 정치실험은 광우병 파동으로 낙마하면서 실패로 끝났다. 작년 도지사 선거 출마의 2차 정치실험 역시 실패했다. 하지만 4%에서 시작해 18.2%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린 그는 이제 불모지에 싹을 튀우는 상생정치 실험을 하고 있다."지역주의는 제도로써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생명을 걸 정도로 뛰어들어서 해결해 볼 생각" 이라던 그의 정치실험이 어떻게 결과될 지 지켜볼 일이다./ 이경재(본지 논설위원)
안호영 의원 '통합의 길'
난 웹툰 작가이다 4
점술사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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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무상담] 병력동원소집 보류대상자는 어떤 사람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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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수필] 김치, 삶을 버무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