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복지의 길, 로컬 에너지
올 겨울은 예년에 비해 혹한과 폭설이 강해지고, 빈도 또한 잦아지고 있다. 겨울은 겨울다워야 제 맛이라고들 하지만, 가슴 한 켠을 짓누르는 걱정은 여전하다. 바로 우리 주위의 어려운 계층과 시골 어르신들의 힘겨운 겨울나기 때문이다. 얼마전 전남 고흥과 경기 파주에서 발생한 저소득층 화재 사고는 필자의 걱정이 단순한 기우가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그동안 사회 양극화에 따른 계층간 갈등, 소득의 격차 심화 등의 문제는 조명됐지만, 중요하면서도 기실 외면돼왔던 것이 바로 '에너지 복지'다. 경기침체에다 고유가 등 각종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에너지 빈곤은 현실화되고 있고, 이는 곧 복지 문제로 이어진다.완주군이 그간 로컬푸드 추진, 농가 레스토랑 운영, 두레농장 확대 등을 통해 농촌 어르신들의 안정적인 수입과 일자리를 보장해주는데 적극 나서고 있음에도, 어르신들에게 다가오는 농촌생활의 어려움 중 의 하나는 바로 연료비에 대한 걱정이다. 지금도 농촌에 가보면 기름값이 무서워서 동장군이 기세를 부리는 날씨에도, 보일러를 작동하지 않고 전열기구에 의지하는 어르신이 많다.최근 지역에너지, 즉 로컬 에너지(local energy)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기후 변화와 에너지 위기, 세계경제 침체 등은 이제 우리 지방자치단체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지난 2011년 9월 15일 블랙아웃(blackout, 대정전)은 도시 전력공급이 결코 안정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고, 고유가와 이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은 상기(上記)한대로 에너지 빈곤과 복지 문제를 낳고 있다.여기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핵에너지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음에도, 원전 중심이란 중앙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지속되고 있는 점도, 로컬 에너지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로컬 에너지란 지역과 마을, 그리고 개인 단위의 재생 가능한 대체 에너지를 발굴·개발하고, 이를 통해 에너지 자립과 지속가능한 농촌을 만들어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에너지원은 풍력, 태양광, 바이오매스, 목질펠릿 등 지역에 산재한 다양한 천연 자원이다.특히 로컬 에너지는 원자력 중심의 중앙정부의 전력 공급체계에서 탈피해 주민참여형 에너지의 공급과 수요를 조화시킴으로써, 에너지 빈곤을 해결하고 저탄소 녹색성장을 구현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고령층을 중심으로 한 농촌 지역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가능케해 '보편적 에너지 복지'를 앞당길 수 있다.이미 선진국은 이같은 로컬 에너지의 중요성을 인식해 다양한 에너지원 발굴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이와테현(岩手懸) 구즈마키정(葛卷町)이 유명한데, 13년 전부터 풍력발전을 시작으로 태양광 발전, 목질 바이오매스, 가축분뇨를 활용한 바이오 가스 등 로컬 에너지를 활용한 마을 만들기가 진행되고 있다. 덕택에 구즈마키정의 전력에너지 자급률은 185%를 기록할 정도다.국내에서도 에너지 정책 전환과 도시형 자립마을 등장 등 로컬 에너지의 활성화를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서울시가 원전1기 줄이기에 나섰고, 노원구 방사능 아스팔트 오염 사건 이후 45개 전국 지자체가 참여한 탈핵에너지전환 도시선언도 있었다. 이 도시선언에는 전북에서는 유일하게 완주군이 참여하고 있다.완주군은 앞으로 로컬 에너지의 발굴·개발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이미 로컬푸드를 통해 농산물의 바른 유통 정착과 도시민의 안전한 밥상, 지역농의 안정적인 소득 및 일자리 창출이란 효과를 이끌어낸 자신감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로컬 에너지의 모범 지역으로의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지난해 11월 14~15일 제4회 커뮤니티비즈니스 한일포럼에서 국내에서의 로컬 에너지의 가능성을 알아보는 자리를 가지는 한편, 필자 또한 대안 에너지 협동조합 구성을 위한 세미나 및 토론회에 자주 참석하고 있다.원자력·화력 중심이자, 중앙정부의 일방적인 전력 공급체계에서 로컬 에너지를 발굴·활성화시키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로컬푸드를 통해 정부도 하지 못한 농촌문제를 해결한 것처럼, 로컬 에너지를 통해 에너지 빈곤해결과 자립을 구현해볼 것을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