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지역 주한미군 송유관 실태와 문제점] 지하 매설 관로 '깜깜'…정부 차원 현황 조사 시급
△군산 주한미군 송유관의 실태 주한미군은 미 공군 군산비행장에 필요한 유류 운송을 위해 내항~미 공군비행장, 외항~미 공군비행장 2개 구간에 걸쳐 송유관을 매설했다. 지역민들과 해당 송유관을 관리 중인 주한미군 소속 DESP(defense energy support point) 관계자에 따르면 1940~50년대에 매설한 것으로 추정되는 내항~미 공군비행장 구간의 송유관은 1980년대 초에 해망동 저장소 폭발사고로 폐쇄됐다. 주한미군은 이를 대체하기 위해 1982년 1월 외항~미 공군비행장 구간(약 9km)에 송유관을 추가 매설,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 내항~미 공군비행장 구간은 육상과 지하, 외항~미 공군비행장 구간은 지하로 각각 매설됐다. 이 가운데 외항~미 공군비행장 구간은 3부두에서부터 군장산업단지~(구)해경 사거리~열대자 마을 입구~전주·군산 간 자동차전용도로(국도 21호선) 종점부와 인근 하천을 관통해 옥녀저수지 제방 및 인근 논과 배수로 등을 경유, 미 공군비행장 기지 내부로 연결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내항~미 공군비행장 구간에 대한 자료는 국방부를 비롯해 군산시에서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역민들은 내항~미 공군비행장 구간 송유관은 당시 산북동과 미면(미성동) 일대를 경유했으며, 일부는 육상에 노출돼 있었고 대부분 철거됐지만 지하에 매설한 송유관은 방치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복웅(73) 군산 역사문화연구원장과 복수의 지역민은 “송유관은 지금의 소룡동, 미성동 해안선을 따라 지상과 지하에 매설됐다”며 “외부로 노출된 송유관을 보호하기 위해 구간별로 보초를 섰으며, 당시 이 지역이 바닷가였던 점을 고려할 때 일부는 지하에 매설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육상에 노출된 관은 전부 철거됐지만 일부 지하로 매설된 관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옥서면 주민 조공 씨(66)는“미 공군비행장 인근 옥구저수지 제방을 따라 육상에 설치된 관은 철거됐지만 지하에 매설된 관은 어느 곳을 경유했는지조차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종단송유관(TKP)은 철거, 군산지역 송유관은 방치 지역민들의 설명을 토대로 볼 때 내항~미 공군비행장 구간에 매설된 송유관은 한국종단송유관 설치 시기보다 한참 이전인 1940~50년대에 매설됐으며, 지하에 매설된 관은 현재까지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방부에 따르면 한국종단송유관(TKP, Trans Korea Pipeline)은 주한미군이 1968년부터 1970년까지 포항에서 의정부까지 총 468km 구간에 송유관을 건설·운영했다. 이 송유관은 1992년 국방부가 주한미군으로부터 인수했으며, 정부는 송유관의 노후화로 교체 필요성 및 환경오염 문제 등이 대두되자 2004년 폐쇄했다. 이후 대한송유관공사가 건설한 여천과 온산에서 성남까지 총 910km의 남북송유관(SNP, South-North Pipeline)으로 대체됐다. 국방부는 계속 사용 중인 저유소 2개소(왜관, 평택)와 성남에서 평택까지 총 76km의 송유관을 제외한 한국종단송유관을 철거하고 토양오염 정화작업 및 군 용지·사유지 재산을 정리 중이다. 그러나 군산 외항~미 공군 비행장 간 매설된 송유관은 국방부에 인수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소유라는 이유로 지난 37년간 노후 및 관리상태도 모른 채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특히 매설한 지 60년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내항~미 공군비행장 구간의 송유관은 어느 곳에 묻혀있고 어떤 상태인지조차 알 수 없다. △토양 오염 여부 등 확인도 못 해 가장 큰 문제는 국방부를 비롯한 관련 기관 자료에 군산시에 묻힌 송유관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점이다. 특히 내항~미 공군비행장 구간에 설치됐던 송유관은 존재 여부도 몰랐기에 환경오염 여부 등은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실제 송유관이 경유하는 옥녀저수지 인근 논과 배수로에서 기름유출로 기름띠가 형성됐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토양과 지하수 오염에 대한 우려도 일고 있다. 주민 양 모 씨(76·여)는 “2005년 주한미군 송유관이 경유하는 옥녀저수지 인근 논과 배수지에서 다량의 기름띠가 형성됐었다”고 주장했다. 또 “2009년께 소방차가(훈련 목적인지 화재 진압인지 불분명함) 논에 설치된 콘크리트 구조물을 들이받아 기름이 유출됐고 이후 주한미군과 관리업체로 보이는 사람들이 나와 보수했다”고 말했다. 녹색연합은 “2003년 논 경작자 문 모 씨는 옥서면 미 공군비행장 울타리와 맞닿은 자신의 논에서 심한 기름 냄새가 나고 땅이 오염됐다고 신고했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이 매설한 송유관에서 기름이 유출, 인근 토양과 지하수에 흘러들어 광범위하게 오염시킬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정부 차원 송유관 전수조사 시급 군산지역에 매설된 주한미군 송유관의 실체가 드러남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는 주한미군으로부터 도면 등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송유관의 위치 파악 및 환경조사를 실시해 토양오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송유관 철거 및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대리한 고봉찬 변호사는 “국방부와 지자체에 관련 자료가 없다 보니 각종 굴착공사 등으로 파손될 수 있다”며 “송유관 노후 및 부식에 따른 기름 유출로 토양과 지하수 등의 환경오염이 우려되지만, 민간이 나서 이를 조사하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주민들은 사실상 환경오염에 무방비 상태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배제선 녹색연합자연생태팀장은 “TKP는 30년 사용 후 철거하고 막대한 예산을 들여 토양오염 정화 등을 실시했다”면서 “그러나 군산지역에 매립된 2개 구간의 송유관은 60년 이상 됐거나 최소 37년째 사용하고 있는데도 관련 정보가 없어 정부 차원의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주한미군 소속 DESP의 한 관계자는 “송유관 부식 및 파손 등의 점검을 위해 연 1회에 걸쳐 전기저항 테스트 등 정기점검 및 수시점검을 실시하고 있으며, 기름 유출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다만 점검 결과 및 관련 자료는 주한미군 사령부의 허가 없이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