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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무·김치밥 - 항아리 속 김장김치로 따뜻한 밥상

밖에서 눈 쓸어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벌떡 일어나 빗자루를 들고 나간다. 서울할머니께서 "힘이 없어 눈을 못 쓸겠네"하신다. '제가 할게요 들어가세요'했더니 "천황봉에서 칼바람이 불어"하시며 빨리 끝내고 들어가자고 하신다. 사방을 둘러보니 눈으로 둘러 쌓여있다. 잠시 할머니랑 빗자루를 들고 주위를 둘러본다. 첩첩산중에 두 사람뿐이다. 눈옷을 입은 소나무들이 힘겨워 보인다. 무섭게 부는 칼바람은 눈옷을 털어낸다. 여기저기에서 옷벗는 소리가 들린다. 계곡마다 소복이 쌓인 눈은 평화로운 산골마을 풍경이다.아래뜸에서 인기척 소리가 들린다. 남실할머니께서 눈길에 조심조심 올라오고 계신다. "사람 꼴보기가 어려워"하신다. 골목길에서 서로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이 겨울을 어떻게 지낼지 걱정들이시다. 산골마을에 겨울은 어르신들 보양식이 중요하다. 봄부터 농사일에 바쁘셔서 건강을 챙기지 못하셨다. 산골 보양식은 봄부터 준비해둔 산나물이랑 더덕장아찌, 산초장아찌, 고추부각, 된장, 고추장등이다. 집집마다 준비해준 음식들을 회관으로 가지고 오신다. 오늘 점심에는 서울할머니집 청양고추장아찌다. 매운맛이 칼칼하니 좋다며 하얀 쌀밥에 쓱쓱 비벼 드셨다.상신마을에는 집집마다 처마밑에 겨울에 먹을 음식재료들이 매달려있다. 부녀회장님 처마밑에 무청시래기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고, 산동할머니네는 호박을 말려 비닐봉투에 매달아 놓았다. 남실할머니네 작은방에는 고구마를 보관해 두셨다고 한다. 서울할머니집 창고에는 보물들이 가득하다. 국거리로 감자, 토란, 시래기 등이 있고, 밥에 놓아먹을 검정콩, 밤, 호두, 은행들이 있다. 영산댁 창고에는 음료로 먹을 산야초효소, 발효식초, 약초차들을 준비했다. 봄부터 준비해둔 음식들은 집집마다 창고에 가득하다. 겨울철 보양식은 집집마다 창고에서 나온다.부녀회장님은 우리마을 영양사역할을 하신다. 매일매일 음식 매뉴얼을 정하신다. 매뉴얼이 정해지면 필요한 음식재료들은 각자의 창고에서 가져오신다. 매일 특별식이다. 오늘저녁에는 서울할머니네집 특별식이 정해졌다. 땅속에 묻어놓은 김장김치 항아리, 무 항아리는 눈이 쌓이지 않도록 볏짚을 덮어 놓으셨다. 무 항아리를 열어보니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맛나게 생긴 김장김치랑 무를 꺼내 오셨다. 산동할머니께서는 미리 쌀을 씻어 놓고 회관방으로 들어오신다. 추운데 손이 얼었다며 아랫목에 산동할머니 손을 넣어 어루만지신다. 따뜻한 마음들이 오고간다. 저녁에도 특별히 맛난 밥을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신다.한 끼 먹는 음식에는 사계절 기운이 들어있다. 봄의 따뜻한 기운은 씨앗의 촉을 틔우고, 여름의 무성함은 양분을 넉넉하게 받아 자연의 기운을 담는다. 가을에는 열매와 뿌리를 맺게 한다. 이렇게 계절 마다 자연은 농부에게 농사일을 하게 했다. 겨울철에는 대지와 농부들을 편안한 휴식을 제공한 것이다. 농부는 자연을 역행하지 않는다. 자연에 맞춰 농사일을 하고, 자연이 주는 만큼만 받아드린다. 노력하는 농부에게 곡식을 내렸다. 자연이 주는 만큼 먹으며 이 겨울을 날 것이다.[만드는 방법]△ 재료 = 김장김치, 무, 쌀, 표고버섯, 은행, 밤① 김장김치를 송송 썰어 놓는다.② 무는 채로 썬다.③ 무를 바닥에 깔고, 쌀(표고버섯, 은행, 밤)김치를 올린다. ④ 물은 일반적으로 조금 적게 한다.⑤ 밥을 한 다음 나물을 넣고 비벼먹는다. '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고광자 제철음식 이야기는 이번 회로 끝을 맺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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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12.28 23:02

72. 콩나물 잡채 - 영양 가득·담백한 초간단 별미

영산댁은 이맘 때가 가장 바쁘다. 메주 작업을 하기 때문에 새벽녘부터 일과가 시작된다. 메주 쑤는 준비는 봄부터 시작된다. 콩 씨앗을 뿌리고 한 여름 무성한 잡초콩잎을 적당하게 제거해야 열매가 여물어가기 때문이다. 올해 콩 농사는 흉작이다. 모든 농산물은 조건이 맞아야 농산물이 잘 자란다. 올해는 농사짓는 기후조건이 맞지 않았다. 씨를 뿌린 봄에는 비가 내리지 않아 씨앗싹이 움트지 않았다. 그래서 농부들은 서너차례 씨앗을 뿌리는 힘겨운 작업을 했었다. 싹이 트고 콩잎이 무성해질 때 콩꽃이 피기 시작한다. 올해는 이 무렵에 비가 자주내려 콩 꽃 수정을 하지 못해 콩 알이 여물지 못한 것이다. 한 여름 농부는 콩 밭에 풀을 메줘야 한다. 서울 할머니께서는 올해 콩농사가 가장 힘들었다고 하신다. 자주내린 비로 인해 풀을 뽑고 나면 뒤돌아서서 콩밭머리를 보면 또 다시 무성하게 자란 풀들과의 싸움에서 져버렸다고 하신다. 농부가 풀과의 싸움에 지게 되면 농산물 생산량이 그만큼 줄어든다고 하신다. 전년도에 비해 올해 콩 수확량이 반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콩 값이 오를 것을 농부들은 감지한다. 된장을 가공하는 농가들은 초 가을부터 안절부절이다. 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가공하는데 어려움이 많은 것이다. 올해는 콩 30가마를 수매했다. 메주 작업은 동지달부터 시작한다. 1년 농사가 겨울에 가공식품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메주를 쑤기 시작하면 메주 띄우기, 자연 건조, 된장 담그기, 된장 가르기, 항아리에 된장을 담아 3년 숙성시키기 등으로 진행된다. 이렇게 된장이 소비자에게 선택 받기를 기다는 것이다. 농부라는 직업은 하늘에서 내린다고 한다.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오늘은 회관에서 송년 모임을 갖기로 했다. 마을 어르신들께서는 1년 농사도 끝났으니 우리들도 송년회를 갖자고 하셨다. "영산댁이 맛난 음식 좀 해봐"하신다. 뭘 해먹을지 며칠 전부터 고민에 들어갔다. 그런데 메주쑤는 작업을 하느라 시장에 가지 못했다. 냉장고에 뭐가 있나 열어 본다. 콩나물 두 봉지가 있다. 이걸로 무슨 요리를 할지 고민을 하기 시작. 재빨리 집으로 달려간다. 냉장고 열어봐도 아무것도 없다. 큰일 났네. 건어물 보관하는 항아리를 열어본다. 산나물, 들깨, 당면이 있다. 콩나물 잡채로 당첨되었다.남실 할머니께서는 두부 조림을 하시고 계신다. "할매, 오늘 요리는 콩나물 잡채요" 했더니 "그런 요리도 있어"하신다. 콩나물 잡채는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잡채는 여러 가지 채소와 고기에 양념이 섞여 맛이 좋은 음식이므로 잔치 때에는 빠지지 않는 요리이다. 요즘 잡채에는 당면을 많이 쓰고 있으나 당면을 많이 넣는 것이 잡채의 본래 모습은 아니다. 잡채는 버섯을 많이 쓰고 당면을 조금 쓰는 것이 맛이 좋다. 잡채를 많이 만들 경우 당면을 삶아서 쓰면, 오래 두는 동안에 불어서 좋지 않으므로 당면을 삶지 않고 뜨거운 물에 담가서 불렸다가 볶아서 쓰기도 한다. 각각의 재료를 미리 볶는다면 기름을 많이 쓰게 되므로 전체로 무칠 때는 기름을 넣지 않아도 되고, 나중에 한꺼번에 무칠 때엔 그때 넣어주면 된다. 콩나물 잡채는 콩나물을 많이 넣기 때문에 영양가가 매우 풍부하고 담백하다. 콩나물이 주재료이기 때문에 다른 잡채와 달리 양파, 고추 등 부재료를 단순하게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잡채를 검게 무쳐서 먹음직스럽게 하려면 진간장을 넣어서 물을 들이고, 하얗게 하여 깨끗하게 하려면 간장 대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만드는 방법]△ 재료: 당면, 고춧가루, 설탕, 콩나물, 간장, 대파, 들기름① 콩나물을 살짝 데친다.② 당면을 삶아서 찬물에 헹군다.③ 콩나물, 당면, 설탕, 고춧가루, 들기름, 대파를 넣고 무친다.④ 후라이팬에 데쳐 먹는다.'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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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12.21 23:02

(71) 삼색전 - 세 가지 나물, 노릇노릇 고소하게~

눈 덮인 산골마을에는 오고가는 차량이 뜸하다. 추자나무에 새둥지도 언뜻 봐서는 알아보기 어렵다. 둥지의 입구도 눈으로 덮여버린 것. 뒷집 불순재 할머니께서 윗길부터 '고삿길'(골목길의 전라도 사투리)을 쓸고 내려 오신다. 오늘은 고삿길 눈 치우기 합동 작전이 시작됐다. 빗자루로는 감당이 되질 않는다. 삽·당거래 등 온갖 도구들이 총 출동했다. 앞을 먼저 쓸고 가는 도구는 당거래다. 이 도구는 벼를 말릴때 사용하는 농기구다. 특별히 눈을 치우는 도구가 없다. 어르신들은 이제 눈을 치우는 도구를 준비해야겠다고 하신다. 한 나절이 되어서야 고삿길이 뚫였다. 마을 합동제사가 돌아온다. 제사를 지내줄 자손이 없는 영가들을 모아 합동으로 제사를 올리는 날이다. 모두 여섯 분이라고 한다. 자신의 재산을 마을에 기부한 토지에 농사를 짓은 사람들이 제사 비용을 부담한다. 올 해는 이곳에 고추를 심어 꽤 쏠쏠했다. 마을 제사를 지내기에 앞서 어르신들은 제사회의를 하신다. 제사에 올릴 제물들을 파악하고 그릇·향·초 등 제사에 필요한 용품들을 준비한다.마을에서 연세가 가장 많으신 어르신 회장님께서 제사를 주관하신다. 어르신께서는 제사 비용이 얼마나 필요한지, 또 누가 시장에 데려갈 것인지도 확인하셨다. 도로에 눈이 녹지 않아 길이 미끌미끌했다. 매년 부녀회장 차량으로 시장을 봐왔는데 올해는 운행이 어려워 버스를 타고 장을 보러 나가기로 했다. 마을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제사 준비를 하고 음식에 들어갈 양념까지 챙기느라 바쁘다. 전을 할 전기후라이팬이랑 생선찜에 필요한 솥도 내놓는다. 생선은 조기·병치·간재미를, 육류는 돼기·닭고기로 올린다. 곶감, 대추, 밤을 비롯해 과일도 준비했다. 농사를 잘 지은 덕분에 제사에 필요한 용품들도 넉넉하게 챙길 수 있었다. 서울 할머니께서는 올해 장을 푸지게 보셨다며 만족해 하셨다.제사에 올릴 삼색전은 고사리·미나리·감자순이 주원료다. 본래 삼색나물은 무·고사리·시금치지만, 구하기 어려운 시금치 대신 감자순이 대신했다. 이런 재료도 없다면 얼마 전 김장 뒤 남은 김치와 다른 야채를 섞어 부쳐내도 괜찮다. 요리엔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니깐. 삼색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 재료가 세 가지 색이 나야 한다는 것이다. 부추와 쪽파, 녹두 등을 사용하면 주황색, 푸른색, 흰색의 조합을 낼 수 있다. 차례상에 올릴 때는 물론 반듯하게 맞추어 잘라 담도록 해야 한다. 상신마을처럼 꼬치에 끼워 내놓기도 하고 세 가지 종류를 각각 부쳐서 한꺼번에 올리기도 한다. 전을 부칠 때 주의사항은 노릇노릇하게 속까지 익도록 무조건 약불에서 부쳐야 한다. 또 밀가루를 묻힐 때 한쪽만 묻혀야 예쁘게 부칠 수 있다. 전에 입힌 달걀옷이 떨어지지 않게 하려면 밀가루를 얇게 골고루 묻히는 것이 중요하다. 밀가루를 묻힌 뒤 한 번씩 털어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불의 온도. 온도가 필요 이상으로 높은 경우에는 달걀옷만 빨리 익어 속 재료와 분리될 수 있으니 적당히 고른 온도로 부쳐내는 것이 좋다. [만드는 방법]△ 재료 : 고사리, 미나리, 감자순, 들기름, 장, 꼬지, 밀가루, 계란, 식용류① 고사리, 감자순은 미리 삶아 놓는다.② 고사리, 감자순나물에 들기름, 장을 넣고 밑간을 한다.③ 고사리, 감자순, 미나리를 꼬지에 끼운 다음 적당하게 자른다.④ 밀가루를 골고루 무쳐 계란을 입힌다.⑤ 후라이팬에 노릇노릇하게 구워낸다. '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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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12.14 23:02

(70)맑은 숙성간장 북어 국 - 맑은 장으로 끓여야 색·맛 좋아

새벽 4시다. 매년 이맘 때 메주를 쑤기 위해 새벽에 시간 다툼을 한다. 메주를 넣을 가마솥에 불을 지피는 시간은 5시. 그러나 정말 뼛속까지 시리게 하는 추위는 새벽녘이 아닌 해질녘이다. 메주를 삶는 작업은 하루에 두 번씩 한다. 작업 시간은 약 14시간 정도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새벽이 중요하다. 새벽의 단잠은 5분도 꿀맛이다. 뜨끈뜨끈한 메주방이 나를 붙잡는다. 우리 집은 50여 년 전 지어진 황토집이다. 겨울철만 되면 메주와 함께 동고동락을 한다. 메주방 유혹을 뿌리치고 일어나 주섬주섬 오리털 파카를 걸치고 밖으로 나온다.어제 오후부터 내린 눈은 남원 상신마을을 하얀 눈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다. 어둠 속에서도 피어나는 하얀 눈꽃들이 아름답다. 한참 눈이 덮인 자연을 만끽한다. 볏짚에 라이터를 켜고 가마솥에 장작불을 지피기 시작한다. 불쏘시개로는 마른 대나무가 최고다. 장작이 하나 둘씩 올려진다. 메주를 쑤기 위한 땔감은 일 년 동안 준비한다. "눈 속에서도 메주를 삶네". 새벽바람을 맞고 불순재 할머니께서 오셨다. 새벽잠이 없으신 할머니께서 고샅길 눈을 쓰시며 우리집까지 오신 것이다. "할매, 이 눈속을 헤치고 어찌 왔어요. 빨리 아궁이 앞으로 오세요" 새벽 먼동이 뜨기 시작한다. 눈 속에 파묻힌 마을이 장관이다. 눈 덮인 들판에는 짐승 발자국도 없고, 강아지 발자국도 없다. 온 세상이 하얀 고요 속에 갇혔다.오늘 점심은 김장 김치에 북엇국이다. 큰 사발에 김치를 넣고, 갓·파김치 등으로 어우러진 점심상이 준비됐다. 단백질이 풍부한 북어는 알코올 성분을 분해하고 간 기능에 좋은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숙취 해소는 물론 피곤할 때 먹으면 그만. 북어는 한국 사람들에게 '국민 생선'이라 불리는 생선 중 명태의 다른 형태의 말로 열을 가하면 쉽게 풀어지기 때문에 소화기능이 약한 사람에게 이롭다고 전해진다. 명태가 마르면서 단백질 비중이 높아져 고단백 식품이 돼 어린 아이들에게도 좋고, 저칼로리 고단백의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받기도 한다.서울 할머니께서는 "북엇국 간은 뭘로 맞추느냐"고 물으셨다. "국 간장이요." 그런데도 "국이 맑고 깊은 맛이 난다"며 칭찬해주셨다. "우리집 장은 끓이지 않아요. 그래서 맑은 색깔이 나요." 동네 할머니들께서는 장을 꼭 끓이신다. 그래야 장을 보관하기가 쉽다. 그렇지만 장 색깔이 진해져 다양한 양념으로 사용하기는 어렵다. 깨끗한 색깔 음식을 조리하기에는 적합하지 않게 되는 것. 그래서 간을 맞출 때 장 대신 소금을 많이 사용한다. 끓이지 않는 맑은 장의 보관은 햇볕이 좋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두면 자연에서 숙성된 맑은 장이 된다. 오늘은 맑은 장을 넣고 끓인 북엇국이 제일 맛있다고 하신다. [만드는 방법]△재료 = 북어, 맑은 숙성장, 대파, 마늘, 생들기름① 북어를 알맞게 찢어 물에 불려 한번 헹군다.② 냄비에 북어와 생들기름 한 방울 넣고 볶는다.③ 볶은 후 물을 부어 마늘을 넣고 끓인다.④ 맑은 장을 넣고 간을 맞춘다.⑤ 마지막에 대파를 넣고 끓여 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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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12.07 23:02

(69) 청국장 띄우기 - 뜨끈한 아랫목서 발효해야 제 맛

"어디요" 조급한 목소리다. "콩 가지고 오셨어요" 했더니 "거의 다 왔어요"하신다. 아랫마을 어르신께서 경운기에 콩을 싣고 오셨다. "우리 콩 봐요" 하신다. "콩알이 굵직하니 좋아요"했더니 "올 콩 농사 정말 힘들게 지었소"하신다.지난해에 비해 콩 수확량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콩꽃이 필 무렵 비가 자주 내려 콩 꽃 수정이 제대로 되지 않은 탓이다. 콩꽃 수정이 끝날 무렵에는 가뭄으로 콩밭이 타들어갔다. 여러 모로 힘들었던 콩 농사였다. 아랫 마을에서는 콩 농사가 잘 됐다. 농사를 짓기 위해 만들어 놓은 수로(水路)가 있는 곳에 심은 콩은 가뭄을 타지 않아 콩알이 실해졌다. 윗 마을에는 주로 밭에 콩을 심었다. 가뭄이 심해 콩알이 없다고 하셨다. 아랫 동네에서 농사 지은 콩을 수매했다. 오늘은 말날이다. 상신마을에서는 말날에 콩 삶기를 한다. 올해 청국장은 서울 할머니집에서 함께 띄우기로 했다. 처음 삶은 콩은 청국장을 띄운다. 이집저집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고샅길 마다 콩 익은 냄새가 구수하게 난다. 담장 넘어로 서울할머니께서 "영산댁 빨리와 봐"하고 소리를 지르신다. "네, 가요"하며 뛰어간다. "콩이 잘 삶아졌는지 봐." 솥을 열어보니 알맞게 잘 삶아졌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일은 서울 할머니 몫이다. 나는 청국장을 띄우기 위해 대나무바구니, 깨끗한 볏짚, 바람이 들어가 않도록 잘 쌓아둘 담요도 준비했다. 청국장을 띄우는 첫 작업으로 먼저 콩을 씻어 불린다. 3~4시간 불린 콩을 조리질로 쭉정이 등을 가려낸다. 이후 큰 솥에 삶는다. 한 번에 두말반(20kg) 정도를 삶는다. 처음 1시간 끓고 나면 8시간 동안 푹 익도록 약한 불로 뜸을 들인다. 다 삶은 콩은 소쿠리에 건져 두어시간 동안 식힌다. 우리동네 집들은 대부분 50년 전에 지어진 가옥들이다. 황토로 짓은 집에 기와로 지붕 개량만 했던 가옥들이다. 그래서 청국장을 띄우기에 좋은 환경이다. 같은 황토방에서 띄우는 청국장이더라도 집집마다 맛이 다르다. 어르신들께서는 청국장을 잘 띄우게 하는 균들이 집집마다 있기 때문이라고 하신다. 메주균이나 청국장균들은 그 집에서 생활하는 사람을 닮는다는 것. 집집마다 장 맛이 달라 지는 이유다. 따끈한 아랫목에 이불을 덮어서 띄우는 옛날방식이 관건. 번거로운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발효에 그 비밀이 담겨 있다. 옛날식으로 해야 잘 뜨고 제대로된 맛을 내기 때문이다. 손을 대서 따끈함이 느껴지는 정도가 적당하다. 너무 뜨거워도, 차가워도 발효가 잘 안된다. 실내 온도는 섭씨 36도 정도, 습도도 70~80%가 딱 알맞다. 청국장을 띄운 방문을 열면 쿰쿰한 냄새와 함께 후텁지근한 기운이 확 느껴져야 한다. 청국장은 김치와 더불어 우리의 대표적 발효식품이다. 우리 선조들은 이미 고구려시대부터 그 맛에 매료됐다. 청국장은 특유의 퀴퀴하고 쿰쿰한 냄새로 가끔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지만 한 번 그 맛을 보면 숟가락을 놓을 수없을 만큼 은근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청국장은 단백질이나 비타민, 미네랄의 섭취 뿐 아니라 철분을 공급함으로서 빈혈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비타민과 미네랄의 도움으로 인체의 신진대사가 촉진되어 비만을 예방하는데 좋다. 청국장은 특히 변비를 치료하고 싶은 경우에는 식전에, 소화 증진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식후에 먹는 것이 좋다. 또한 혈액순환과 신진대사를 잘 되게 하려면 저녁에 먹는 것이 효과적이다.[만드는 방법]△재료 = 메주콩, 볏짚, 대바구니, 이불, 소금① 메주콩을 8시간 불린 뒤 가마솥에서 5시간 동안 삶는다.② 솥에서 꺼내 콩물을 뺀 후 대바구니에 담는다.③ 메주콩 중간에 볏짚을 서너곳 끼워둔다.④ 3일간 이불을 덮어준다. ⑤ 잘 띄워진 청국장에 소금을 넣어 찧는다.⑥ 먹기 좋을 만한 크기로 비닐에 쌓아 냉동실에 보관한다.'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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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11.30 23:02

(68) 김장 양념 - 농부 정성과 어머니 손 맛 한가득

상신마을에도 김장 준비하느라 바쁘다. 작은 산골마을이라 이집 저집 돌아가며 김장을 한다. 동네 할머니께서 매년 하는 김장이지만, 항상 새롭다고 하신다. 올해는 "뭘 넣어야 맛있을까" 걱정이란다. 다음 5일장에는 부녀회장님 차로 함께 시장을 보러 가기로 했다. 서울 할머니께서는 시장에 내다 파실 물건들을 정리하신다. 고추 20근, 팥 2되, 쥐눈이콩 5되다. 함박웃음을 지으시며 "올해 농사는 잘 안됐어도, 이게 어디냐"고 하시며, 올해 농사도 만족해하신다. 산동 할머니께서도 말린 시래기며 고구마순·토란대를 검정비닐에 넣어 오셨다. 오늘 장에는 서로 필요한 물건들을 교환해서 올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은근 걱정이 된다. 내다 팔 농산물 가격은 비싸면 좋고, 사가지고 올 물건값이 싸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장에 필요한 양념들은 양면성이 있다. 배추가격이 좋은 반면 고추값이 내린다. 서울 할머니께서는 "시장 가격이 그런데 어쩔 거여" 하시며 크게 실망하셨다. 우리는 먼저 시장에서 구입할 양념 종류가 뭐가 있는지 확인한다. 새우젓은 오랫동안 거래를 하는 단골가게에서 구입키로 했다. 모처럼 산골 사람들의 시장 나들이다. 김장철이라 시장 골목마다 왁자지껄하니 남원 사람들이 다 모인 것 같다. 넘쳐나는 김장 용품들이랑 양념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다. 배추, 무, 대파, 청강 등 풍년은 아니라는 데 농산물은 좋았다. 필요한 물건은 모두 구입했다. 산동 할머니께서는 이것저것 살 것도, 먹고 싶은 것도 많다고 하신다. "할매, 뭐 드시고 싶어요" 했더니 순댓국을 잡숫고 싶다고 하신다. "오늘 점심은 순댓국이요" 부녀 회장님께서 국밥집을 향해 나서신다. 시장에서 구입한 양념은 바다에서 나는 새우젓이랑 청각 뿐이다. 나머지 대부분은 남원 상신마을에서 자급자족한다. 김장에 들어갈 양념은 종류가 많다. 그래서 일년내내 제철에 맞는 씨를 뿌린다. 우리 마을 농사도 풍년은 아니라고 한다. 그래도 젯당골에 심어 놓은 남실 할머니네 청강·마늘은 농사가 잘 되었다. 청강은 지난 겨울 김장철이 되어서야 수확을 한다. 농산물 중 가장 긴 시간을 요구하는 농사물인 것이다. 농산물은 사계절 내내 산고에 진통을 겪으면서 자란다. 그래서 농사는 하느님과 동업을 해야 제대로 농사를 짓을 수 있다고 했다. 어쩌면 김장김치는 농부의 땀과 혼이 담긴 종합예술이라 여겨진다. 이번 주말에는 우리집 김장하는 날이다. 작년 봄에 담가 놓은 멸치액젓은 대바구니에 광목을 깔고 걸러낸 것. 이집 저집에서 멸치액젓 거르는 냄새가 난다. 잘 삭힌 냄새다. 마늘은 절구통에 찧고, 다른 양념들도 우리 동네 표다. 배추 100포기이면 소금 25kg 정도 넣고 절인다. 시간은 12시간 정도면 좋다. 소금물을 풀 때에는 너무 뜨거운 물을 넣으면 좋지 않다. 미지근하거나 차가운 물도 괜찮다. 이때 너무 뜨거운 물에 소금을 풀어 배추간을 하게 되면, 강제로 익혀진다. 물을 빼는 시간은 반나절이면 족하다. 찹쌀풀은 김장하기 전 날 미리 끓여서 식힌다. 이때 찹쌀풀이 뜨거우면 고춧가루가 익어 맛이 덜하다. 멸치액젓에 고춧가루를 넣고 버무려 놓은 뒤 찹쌀풀을 넣어 농도를 맞춘다. 모든 재료를 배합해 간을 맞출 때에는 새우젓으로 마지막 간을 하면 된다.[만드는 방법]△재료 = 고춧가루, 멸치액젓, 찹쌀풀, 청각, 새우젓, 마늘, 생강, 대파, 쪽파, 미나리, 갓① 고추는 두 번째 수확한 고춧가루가 좋다.② 김장용 고춧가루는 굵게 빻는다.③ 찹쌀풀은 덩어리가 많지 않게 끓인다.④ 마늘·생강을 넣고 절구에 찧으면 맛과 향이 좋다.⑤ 다른 양념들은 알맞게 썰어 배합한다. ⑥ 새우젓을 넣고 양념간을 맞추고, 농도는 찹쌀풀을 넣는다.'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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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11.23 23:02

(67) 뭇국 - 시원하고 얼큰한 맛 일품

남원 상신마을에 첫 눈이 날렸다. 이른 아침 문이 열리는 풍경소리가 들린다. 서울 할머니가 "일어났어, 오메 눈이 와" 하시며 들어오신다.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어 본다. 정말 눈이 내리고 있었다. "잠바지기 계곡 바람이 무섭게 눈바람을 몰고 왔어"하신다. 그러더니 "우리 무 얼어버리면 어떻게 해"걱정을 한다. "할매, 오늘은 무가 얼어버릴 만큼 춥지는 않네요"라며 걱정을 덜어드린다. 좀 있으니 산동 할머니께서도 "무가 얼어버리면 어떻게 해"하며 들어오신다. 추위가 너무 빨리 오는 바람에 미쳐 무를 뽑지 못해 걱정이시다.서울 할머니는 배추·무를 늦게 심어 배추속이 차지 않을까 염려 하셨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배추속이 차기 시작한다. 날씨가 추워지면 금세 배추 속이 차기 때문에 배추껍질은 연하고 섬유질이 단단해진다. 상신마을 무는 크기가 작다. 고지에 위치한 마을 기후 조건 때문이란다. 자연이 주는 조건대로 농사를 짓는 것. 며칠 전만 해도 무 크기가 주먹만 했었는데 이제 푸르스름한 허리를 드러낸 무가 제법 컸다. 무는 보통 큰 무와 알타리무가 있다. 알타리무로 담그는 김치를 총각김치라 하고, 열무는 알타리무를 어릴 때 솎은 것을 말한다. 언론에서는 암 예방 등을 위해 무를 매일 먹는 것이 좋다고 보도됐다. 무는 비타민 C, 포도당, 과당, 광물질, 칼슘 등을 상당히 보유하고 있어 부식물뿐만 아니라 약용 가치도 매우 뛰어나 매일 100~150g 정도 먹는 것이 좋다는 것. 특히 무의 활성물질은 세포를 자극하면서 인터페론을 만들어내 식도암, 위암, 자궁경부암 등을 억제하기 때문에 생무를 매일 천천히 씹어먹으면 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무를 썰어 말려 먹는 무말랭이는 말리는 과정에서 햇빛의 작용을 받아 칼슘이 더 많아지는데, 특히 무의 칼슘은 소변으로 배설되지 않고 몸에 흡수되어서 그 효과가 더욱 크다. 폐경기 여성에게 보이는 골다공증이나 퇴행성 관절염에 무만큼 좋은 건강식품도 없다. 더불어 무 줄기인 무청은 새끼줄로 묶어 말려두면 한겨울에 나물로 혹은 대보름날 맛깔스런 시래기나물로 해먹을 수 있다. 또 자기 전에 무를 조금 먹으면 헛배가 부르지 않고 소화가 잘 되며, 열을 내리게 하고 변도 잘 나오게 한다. 생무즙은 혈압을 점차적으로 낮추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고혈압과 동맥경화 환자들에게 꿀을 탄 생무즙은 훌륭한 건강식품이다. 이밖에도 무에 들어 있는 비타민 C는 금연에 도움을 주며 기관지 천식과 기침을 멈추며 가래를 삭이고 독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고도 한다. 무는 될수록 다른 음식과 함께 먹지 말아야 무에 들어 있는 유효성분이 희석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하니, 이 겨울에는 손님이 왔을 때 뒤꼍 움 속에서 무를 꺼내 먹음직스럽게 썰어내 과일 대신 대접해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어쨌거나 '가을무 껍질이 두꺼우면 그해 겨울은 춥다' 하던데, 그렇다면 올해 겨울은 필시 따뜻할 것 같다.이른 아침부터 김장무 걱정으로 하루를 시작하더니 저녁은 뭇국으로 마무리하게 됐다. 굵은 멸치로 육수를 내서 고춧가루를 넣고 얼큰하게 끓였다. 영산댁 도마 위에 칼질 소리가 요란하다. 쪽파를 송송 썰어 넣고 마무리한다. 이제부터 전화 벨소리 이곳저곳에서 울려야 한다. "할매들, 저녁밥 드시러 오세요." [만드는 방법]△ 재료= 무, 고춧가루, 멸치, 멸치액젓, 마늘, 파, 소금① 무를 깨끗하게 씻는다.② 멸치를 넣고 육수물을 뺀다.③ 무를 알맞게 썰어 고춧가루를 넣고 끓인다.④ 마늘, 멸치액젓, 소금을 넣고 간을 한다.⑤ 파를 송송 썰어 넣고 마무리한다.'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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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11.16 23:02

(66) 은행 - 버릴 게 없는 자연이 준 보약

남원 상신마을 일대 은행나무 잎들은 노랗게 물들면서 열매를 맺고 있다. 그와 함께 은행 껍질에서 풍기는 고약한 악취는 어쩔 수 없이 거리에 퍼진다. 은행나무는 보기에 좋을 뿐 아니라 먹을거리로서도 요긴한 나무임에 틀림없지만 냄새 때문에 가까이 하기에 먼 당신.그래서 서울시가 가로수로 수놈 은행나무만 심기로 했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안타까웠다. 가을에 암나무에 열리는 열매가 떨어지고 나면 도로가 지저분해지고 냄새가 좋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종족 번식 본능을 눌러버린다는 게 개운하지 않아서다. 상신마을에서는 은행이 지금 한창 수확 중이다. 이곳에서는 은행 열매 특유의 구린내가 거의 나지 않는다. 서울 할머니는 "은행 열매는 익어야 냄새가 나는 거여. 도시에선 땅에 떨어진 은행이 짓밟혀 으깨지고 상처가 나면서 냄새가 더 나는 거지."라고 했다.은행 열매는 과육, 씨앗, 씨핵 등 세 부분으로 나눠어 있다. 이 중에서 우리가 먹는 부분은 얇은 껍질에 싸인 씨핵이다. 씨핵이 흔히 우리가 말하는 은행열매다. 은행을 얻으려면 수확한 열매를 보름 쯤 놔둬야 한다. 열매가 곰삭으면서 과육을 벗기기에 쉬워지기때문이다. 과육을 제거하면 껍데기가 나오고, 이걸 깨면 얇고 누르스름한 속껍질에 싸인 작은 달걀 모양의 은행이 나온다. 은행 껍질에 있는 부틸산 성분은 장 속에서 발효되면서 나오는 성분과 같아 구린내가 난다. 그렇지만 은행 껍질을 잘 벗겨서 굽거나 기름에 튀겨 먹으면 그것만큼 고소하기도 쉽지 않다.그러나 은행이 오래 전부터 사랑받은 건 고소한 맛이라기 보다는 효능 때문이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은행은 성질이 차고 맛은 달며 독성이 있다. 폐와 위의 탁한 기를 맑게 하고 숨찬 것과 기침을 멎게 한다.'고 기록 돼 있다. 이처럼 은행은 호흡기 질환에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르신들이 많은 상신마을에서는 은행을 구워 먹는 일이 많다. 산동 할머니는 "은행을 먹으면 소변이 잘 안 마려. 근데 날로 먹으면 소변이 잘 나와. 참 신기허지?" 하셨다. 실제로 은행에는 독성물질이 있어서 날로 먹거나 너무 많이 먹으면 복통·구토·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산동 할머니는 "독성은 은행을 싸고 있는 속껍질에 대부분 있는 거지, 속껍질을 제거하고 익혀 먹으면 웬만큼 먹어도 문제 없다"고 했다.아무래도 까놓은 은행이 편하지만, 아무래도 껍질 째 있는 은행이 더 오래 신선도를 유지한다. 다 먹은 우유팩에 피은행을 담아 전자레인지에 3분만 돌리면 알맹이만 쏙쏙 꺼내서 먹을 수 있을 정도다. 옛날부터 은근한 감칠맛과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 덕분에 은행은 신선로 등 고급 음식에 빠지지 않았다. 결혼 등 경사스러운 날이나 제사에 쓰는 음식으로도 애용돼 왔다. 은행을 부드러운 두부와 같이 먹으면 씹는 맛이 좋고, 여기에 '은행 밥'은 가을 감기 잡는 대표 영양밥이다. 한방에서는 은행잎차가 동맥경화증과 심장병, 복통, 설사 등에 약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은행나무는 공해도 잘 견디고 병도 안 걸린다. 은행나무 잎은 벌레도 새도 안 먹고 초식동물도 쳐다보지 않는다. 말린 은행 잎을 봉지에 담아 집안 구석구석에 두면 바퀴벌레도 없어진다고 한다. 은행 잎을 책갈피에 끼워두면 좀벌레가 덤벼들지 못한다는 얘기도 있다. 은행나무에 뭔가 해충이 싫어하는 성분이 들어 있는 모양이다. 뭐 하나 버릴 게 없는 은행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만드는 법〉 은행열매 굽기① 안 깐 은행을 우유팩 속에 넣는다.② 팩을 오무려 놓고, 전자렌지에 넣는다.③ 2분30초 정도 돌린다.④ 펑펑 터진 은행열매는 꺼내서 먹으면 된다. '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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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11.09 23:02

(65) 추어탕 - "쌀쌀한 가을, 원기 회복하세요"

서울 할머니께서 "손님이 올랑가봐" 하신다. 며칠 전부터 까치들이 이집 저집 감나무에 앉아 울어댄다. 어제는 우리집 대추나무에 앉아 마을 동구 밖을 향해 울어대며 손님이 찾아 올 거라는 예시를 했다. 서울 할머니께서 예사 까치 울움소리가 아니라시며 "정말 까치가 마을사람들 이야기를 알아 들었는가"하신다. 얼마 전에 부녀 회장님이 타향에서 살고 있는 향우회 사람들이 마을에서 모임을 갖기로 했다는 전화가 왔었다. 손님맞이 음식은 어떻게 할 것인지 의견을 물으신다. 산나물을 비롯해 배추·무·토란·고추 부각·죽순 나물 등 반찬꺼리가 정해진다. 국거리는 뭐로 할지 고민이다.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온다. 옛날에는 추수가 끝나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논물을 빼고 논 양쪽에서 사람들이 삽이나 괭이로 논고랑을 파면 흙속으로 들어간 누런 미꾸라지를 잔뜩 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고작골 수렁논에 미꾸라지가 많았는데, 지금은 그 미꾸라지를 잡을 사람이 없네 하신다. 그때만 해도 청년들이 많아 집집마다 돌아가며 추어탕 끓여 나눠 먹었다며 회상을 하신다. 부녀 회장님께서 "오늘 수작골 논에 들어가서 미꾸라지를 잡아 볼까요?"하신다. 할매들께서는 깜짝 놀라시며 "이 사람아, 우리가 무슨 힘으로 논에 들어가"하신다. 산동 할머니께서 "시장에서 맛난 토종 미꾸라지 사오면 되지" 하신다. 서울 할머니께서는 이왕이면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영산댁이 토종 미꾸라지를 사오라고 하신다. 추어탕은 미꾸라지와 갖은 채소를 넣고 푹 고아 낸 음식이다. 미꾸라지는 7월부터 11월 말까지가 제철이기 때문에 가을 생선이란 의미로 '추어'(秋魚)라고도 불린다. 미꾸라지는 동양의학서나 민간 속설에 공통적으로 정력에 좋다고 나오며 추어탕은 예부터 보양식으로 사랑 받아온 음식이다. 양식업의 발달로 인해 계절에 상관없이 추어탕을 먹을 수 있으나 과거에는 여름철 더위와 일에 지친 농촌 사람들에게 동물성 단백질 공급원으로 이용되었다. 따라서 농사일로 체력 소모가 많은 농부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추어탕은 우수한 단백질과 칼슘, 무기질이 풍부하여 초가을에 먹으면 더위로 잃은 원기를 회복시켜 준다. 양질의 단백질이 주성분이어서 피부를 튼튼하게 보호하고 세균 저항력을 높여주며 고혈압과 동맥경화, 비만증 환자에게도 좋다. 토종 미꾸라지는 색깔이 누르스름하고 크기가 작다. 미꾸라지의 모양새와 미끌미끌한 감촉 때문에 혐오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지방·단백질·비타민 A가 풍부하여 뱀장어에 못지않은 영양식품이다. 특히 7월부터 11월까지 미꾸라지가 가장 살이 찌고 맛이 좋기 때문에 여름철부터 가을철까지 보양식으로 좋다. [만드는 방법]△재료 = 미꾸리, 시래기, 고춧가루, 된장, 들깨가루, 마늘, 생강, 젠피, 집간장① 미꾸리를 깊은 그릇에 넣고 소금을 뿌려 닫아놓는다.② 20분후 미꾸리가 기절하면 깨끗하게 씻는다.③ 솥에 넣고 푹 삶아 미꾸리 살과 뼈를 분리한다.④ 뼈는 믹서에 갈아서 넣는다⑤ 미꾸리와 시래기에 된장,양념(고춧가루, 마늘,생강)을 넣고 끓인다.⑥ 중간쯤 끓으면 들깨가루를 넣고 국간장으로 맞춘다. ⑦ 젠피는 각자의 기호에 맞게 넣어 먹는다.'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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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11.02 23:02

(64) 호박죽 - 기운 북돋아주는 달콤한 영양 간식

5일 만에 집으로 돌아왔는데 동네의 풍광이 많이 변했다. 우리집 마당 입구에는 노란 감국꽃이 활짝 피었고, 돌담 너머로 자주색 국화꽃이 붉은 낙엽들이 떨어져 고샅길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텃밭의 김장배추는 제법 속이 꽉 찼다. 아직 서리가 내리지 않아 호박잎·고춧잎들이 매달려 있다. 올해 고춧잎 염장은 포기했는데 다행이다. 내일은 방아골 부녀 회장님 고추밭에 끝고추랑 고춧잎을 따러 가야겠다.서울 할매하고 고샅길부터 외치기 시작한다. 흰둥이 개만 반갑다고 짖어댄다. 아무런 인기척이 없다. 아마도 지풍골 들깨밭에 가신 모양이다. 마당에 들깨를 털어 놓으신 도구들이 여기저기 뒹굴고 있다. 처마 밑에는 벌써 곶감을 깎아 말려 놓았고, 늙은 호박도 덩어리를 따다 놓았다. 마당에 있는 작업 도구를 보면 무슨 작업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곶감 깎을 감도 한바구니 따다 놓았고, 고추장아찌를 하실 모양이다. 연한 고추도 한바구니 따다 놓았다. 햇살이 잘 비치는 곳에는 토란도 말리고 있다. 서울 할매의 추수 모습에서 덩달아 나도 부자가 된 것 같아 행복해진다.멀리 산동 할머니 모습이 보인다. 밭두렁에 늙은 호박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할매, 호박죽 끓여 먹으면 좋겠다" 했더니 "그럼 따 가"하신다. 그래서 오늘 오후 새참은 호박죽이다. 애호박이나 풋호박에 비해 성숙하다는 뜻으로 늙은 호박 혹은 숙과용 호박으로 불리는데 모양이 맷돌처럼 둥글납작하게 생겼다고 하여 맷돌호박이라고도 한다. '본초강목'에 호박은 기운을 북돋아주고 이뇨작용과 부종에 좋다고 했다. 따라서 산후 부기 제거를 위해 늙은 호박을 고와 그 물을 산모에게 마시게 하고 있으며, 탁월한 이뇨작용은 콩팥의 기능 이상으로 전신이 부었을 때 부기 제거에 도움을 준다 . 또한, 비타민과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고혈압과 당뇨병 치료에 도움을 주고 중풍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특히 호박은 잘 익을수록 당질과 당분이 늘어나 단맛이 증가한다. 늙은 호박의 당질은 애호박의 두 배이며 늙은 호박의 당분은 소화 흡수가 잘 되어 위장이 약한 사람이나 회복기의 환자에게 좋다. 늙은 호박은 독특한 향을 가지고 있고 비타민 A와 비타민 B를 함유하고 있다. 늙은 호박은 '속부터 씨까지 버릴 것이 없다'고 했다. 특히 늙은 호박의 씨에는 두뇌 발달 효과가 있는 레시틴과 필수아미노산이 많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늙은 호박의 씨를 따로 모아 말렸다가 강정이나 식혜를 만들어 먹어도 좋다. 고구마·팥·강낭콩·찹쌀 새알심 등을 넣어 호박범벅을 만들어 먹거나 나물, 찌개 등에 사용하거나 출산 후 부기를 빼기 위해 산모에게 호박꿀단지를 만들어 먹이기도 한다. [만드는 방법]△재료 = 호박, 돈부콩, 찹쌀가루 혹은 밀가루, 소금, 설탕① 호박은 깨끗이 씻어 속을 파고 껍질을 벗겨 알맞게 썬다. ② 호박과 함께 돈부콩을 넣고 삶는다.③ 호박이 삶아지면 주걱으로 으깨어 밀가루를 넣고 살살 젓는다. 알맞게 덩어리가 생긴다. (찹쌀가루를 넣을 경우 새알을 만들거나 가루를 넣어도 된다.)④ 약한 불에 잘 저어가면서 끊인 뒤 소금과 설탕으로 간을 맞춘다.'하늘모퉁이' 발효식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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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10.26 23:02

(63)감식초 - 성인병 예방에 좋은'발효 음료'

남원 상신마을 가을 하늘 아래 홍시가 열렸다. 키가 큰 감나무는 고개를 들어야 볼 수 있다. 이것을 '하늘길'이라 표현한다. 하늘길에 빨간 감이 열렸다. 카메라를 들고 붉게 물들어가는 가을 풍광을 찍기 위해 바람길 따라 포즈를 취한다. 청아한 가을 하늘빛 아래 매달린 붉은 홍시감을 보니 마치 수채화를 그려놓은 듯 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감나무 아래 주차공간을 옮겨야 했다. 10월 중순부터 홍시감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감나무 밑 고삿길은 빨간색으로 덧칠된다. 홍시감에 떨어지는 계절에는 주차공간을 감나무에 양보한다. 이미 땅 위에 떨어져 속 터진 홍시를 보노라니 홀로 사시는 산동 할머니가 떠올랐다. 추수가 늦어 타들어가는 속마음이 속 터진 홍시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남실 할아버지께서 들깨 밭농사를 일찌감치 끝내셨다. 멀리서 일산 할머니네 벼 베는 기계소리가 요란하게 들린다. 몇 년 전부터 상신마을에서는 농사짓는 기계 소리가 사라졌다. 농기계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이 떠나고 어르신들만 남은 것이다. 벼농사를 짓는 농가는 한 가구에 불과하다. 어두컴컴한 산 그림자가 내리는 시간이 되어서야 기계 소리가 멈췄다. 점심을 한참 넘겨서야 할매는 고작골에서 내려오셨다. 걸망 속에 홍시감을 가득 따 오셨다. "이걸 어디에다 쓸까?"하고 우리 집으로 가져오셨다. "감식초를 만들면 될 것 같다"면서 감을 받았다. 서울 할머니와 늦은 점심을 함께 먹고 홍시를 따기로 했다. 마을 입구에 있는 하늘길 감나무 아래로 모였다. 장대와 큰 바구니를 들고 홍시를 따기 시작했다. 양조식초가 보급되기 전에는 식초를 구입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집에서 직접 식초를 제조해 먹었다. 중상류층 가정에서는 초를 만들어 음식의 양념으로도 사용했지만, 가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집에서는 식초를 만드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고, 식초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실패할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감식초는 술과 함께 가장 오랜 역사를 갖는 발효식품 중 하나다. 동맥경화나 고혈압 등 성인병 예방, 콜레스테롤 저하, 체지방 감소, 피로회복에 효과적으로 알려져 있다. 감식초는 먹시를 세척해 항아리 저장시켜 1차로 숙성시킨 뒤 맑은술과 누룩을 넣어 여과시킨다. 숙성 저장해 보관했다가 부뚜막에 올려놓는 긴 과정을 통해 제조되는 '기다림의 미학'을 담은 식품이기도 하다.감식초에 들어 있는 비타민 C는 숙취 해소뿐만 아니라 혈관을 강화시켜 순환기 계통의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또 다른 효능은 영양소가 소장에서 잘 흡수되게 도와준다는 것. 예를 들어 칼슘은 인체에서 잘 흡수가 안 되는데, 우유 마실 때 감식초를 한 스푼씩 타서 마시면 흡수를 도와 아이들의 간식으로도 좋다. 일반적으로 물 한 컵에 시중에서 파는 감식초 10cc 정도를 섞으면 숙취 해소용 음료로 마시기에 적당하다. 또 선식을 먹을 때나 음식 맛을 낼 때도 일반 양조 식초보다는 감식초를 이용하면 건강을 유지하는 데 좋다. 다만 궤양 등 질환을 앓는 경우라면 더 많이 희석해서 섭취해야만 속 쓰림 등의 유발을 막을 수 있다. [만드는 방법]△재료 = 붉은 홍시감, 항아리① 홍시감을 깨끗한 천으로 닦는다.② 항아리를 깨끗하게 씻어 햇볕에 자연 소독을 한다.③ 항아리에 차곡차곡 감을 넣는다. 용기에 8부정도만 넣는다.④ 광목으로 덮어 마무리를 한다.⑤ 서늘한 곳에서 일 년 동안 보관 후 거른다.(자연발효식초는 식초 맛이 강하지 않아 음료로 먹기에 좋다)'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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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10.19 23:02

62. 무청김치 - 비타민·미네랄 풍부한 웰빙 음식

이른 봄이면 토종 장다리무를 심는다. 겨울 내내 땅 속에 파묻어 놓은 항아리에 씨앗용 무는 특별히 따로 보관한다. 남원 상신마을에서는 집집마다 토종무 씨를 받는다. 장다리무는 3월에 심어 6월이면 하얀 씨앗 무꽃이 핀다. 꽃이 지면 퉁살퉁살한 토종무 씨앗 열매를 얻게 되는 것이다. 가을에 심을 시래기용 토종무 씨앗을 직접 생산하는 것이다. 방아골에 심어놓은 서울 할머니네 무 농사가 잘 되었다며 일산 할머니께서는 부러워 하셨다. 이렇게 생산된 무 씨앗은 잘 말려서 헛간 처마 밑 씨앗주머니에 넣어 대롱대롱 매달아 놓는다. 서울 할머니네 헛간 처마 밑에는 여러 종류의 씨앗이 매달려 있다. 씨앗을 보관할 때 바람이 잘 통하고 눈에 보이는 곳에 보관하는 게 비법이다. 이렇게 생산된 토종무 씨앗은 9월이면 밭에 뿌린다. 시래기용 무는 여름에 감자를 내놓은 뒤 심는다. 시래기용 무는 집에서 가까운 곳에 심어야 한다. 시래기를 채취해서 말리려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래서 집에서 가장 가까운 밭에 심으신다. 서울 할머니께서는 우리집 바로 앞밭에 심으셨다. 아침이면 담장 너머로 "에고, 많이 자랐네" 하고 무밭에 인사를 한다. 무는 주인의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자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서울 할머니께서는 이른 아침이면 꼭 밭에 나오셔서 농작물 상태를 점검하신다. 벌써 엊그제 심어둔 가을무가 빼곡히 올라왔다. "할매, 무김치 담그면 맛나겠어요" 했더니 "그렇지 않아도 무 속아서 오늘 김치 담근다"고 하신다. 무청은 식도와 위, 간, 대장 등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윤활제 역할을 한다. 무에는 피를 맑게 해주는 성분이 있고 무청에는 많은 양의 섬유소가 있어 변비를 없애 주기 때문에 간에도 역시 좋을 수밖에 없다. 변비가 생기면 숙변이 생기고 숙변이 있으면 간의 해독 작용이 원활하지 않아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막는다.무청에는 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 A·C가 포함 돼 있고 칼슘·나트륨 등 미네랄도 풍부하다. 또한,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고 철분 등 무기질과 섬유질이 풍부해 대장 건강에도 좋은 식재료다. 관절 류머티즘이 있는 사람도 배추(김치)를 보다는 무청이 특효가 있다.오늘은 동네 김치 담그는 날이다. 불순재 할머니께서도 나오셨다. 무를 속을 때에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튼실한 무를 남기고 모두 뽑아 버린다. 어떤 무를 뽑고 어떤 무를 남겨 놓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서울할머니께서 뽑아 놓으신 무청을 다듬는 일이 내 몫이다.배추김치에 넣을 무를 잘라내고 이렇게 나온 시퍼런 무청을 시들기 전에 데쳐서 잘 말려 두어야 시래기로 쓸 수 있다. 원래 시래기는 김장을 끝내 놓고 한숨 돌리기 무섭게 갈무리해야 하는 재료다. 주렁주렁 엮은 시래기를 담장이나 처마 밑에 매달아 말리던 모습은 늦가을 시골 풍경 중에서도 유독 풍성하고 정겨웠다. 누르스름하게 마른 시래기를 한 움큼 덜어내 삶아 불리면 겨우내 구수한 국거리, 나물거리로 그만 한 게 없다. 겨우내 시래기를 먹으며 자란 세대 중에는 시래기를 질기고 거친 음식으로 기억하는 사람도 많다. 쉽게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거친 음식이긴 해도 잘 불리고 잘 삶아야 제 맛을 볼 수 있는 식재료였다. 김치를 담가 나눠보니 여섯 통이 담겼다. 농사 잘 지어 아무런 대가 없이 나눠주신 서울 할머니께 감사인사를 했다. 따끈따끈한 흰 쌀밥에 연한 열무김치를 얹어 맛난 김치 밥상이 차려졌다.[만드는 방법]△재료 = 무청, 마른고추, 고춧가루, 마늘, 새우젓, 멸치액젓, 밥① 먼저 마른 고추, 마늘, 새우젓, 멸치액젓, 밥을 넣고 믹서에 갈아서 양념을 만든다.② 어린 열무를 씻어 살짝 소금 간을 한다.③ 열무를 한 번 씻어 물기를 뺀다.④ 믹서에 갈아진 양념과 고춧가루, 멸치액젓을 넣고 간을 맞춘다.⑤ 열무에 양념을 넣고 버무린다.'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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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10.12 23:02

(61) 토란대 - 햇볕에 잘 말려 나물로 먹으면 제맛!

가을 햇살이 고운 날 낙엽 뒹구는 소리에 밖에 누가 왔나 싶어 방문을 열어본다. 그렇지만 아무도 없다. 바람이 살랑거릴 때마다 감 나뭇잎이 바람길 따라 움직인다. 하늘은 맑고, 무성했던 앞산 계곡에 나뭇잎이 하나 둘 떨어지더니 산길이 보인다. 멀리 고삿길에서 발걸음소리가 가깝게 들린다. 아마도 서울할머니 발걸음 소리인 것 같다. 명절 끝엔 항상 쓸쓸함이 더하다. 북적거렸던 집안에는 이제 모두들 제자리로 돌아가고 일상적인 날로 돌아온 것이다. "영산댁 오늘 남원시내 안 나가"하신다. "오늘은 시내에 갈 일 없어요" 했더니 "그럼 우리 토란대 껍질 벗기자"고 하신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남원 상신마을 추수 준비가 시작되었다. 서울 할머니집 토란대 껍질 벗기는 날인 줄 알았나 보다. 산동·불순재 할매랑 부녀회장님께서는 작은 과도와 장갑을 끼고 서울 할매집에 모이셨다. 토란대 껍질을 벗기려면 며칠 전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 동네에서는 명절 때가 되면 집집마다 꼭 해야 '꺼리'가 있다. 나이가 많으신 어르신들께서는 자식들이랑 꼭 함께 해야 할 작업 중 한 가지는 토란대 베는 작업이다. 토란대는 키가 커서 부피도 많고, 무게도 무겁다. 그러다 보니 홀로 작업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명절이 되면 꼭 이 작업부터 하신다. 명절 때 작업해서 비닐포대에 3일간 쌓아 둬야 껍질 벗기기가 쉽다.서울 할매 껍질 벗기는 소리는 '직'하며 잘도 벗겨진다. 영산댁은 토란대 껍질이 잘 벗겨지지 않는다고 연장 탓을 하고, 불순재 할매는 토란대 길이를 짧게 해서 벗겨보라고 가르쳐주신다. 산동 할매는 자식들 모두 떠나고 나니, 등짝에 파스 한 장 붙여줄 사람이 없다며 "에고, 어찌 살까" 하셨다. 서울 할매는 옆에서 한소리 하신다. "우리는 그래도 행복한줄 알아, 파스 못 붙이면 서로 붙여 주면 되지" 하시며 "이웃 사람들이 있어 얼매나 좋아" 하신다. 이 모든 것들이 상신마을 자연의 선율이다. 따사로운 햇살이 할매들 어깨에 내려 앉았다. 들깨·참깨·팥·콩 등 아직 수확은 하지 않았지만, 현재 어떤 종류의 열매가 많이 열렸더라면서 정보 교환을 하신다. 가을추수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서울 할머니께서는 올해 성동마을에서 가져온 토란대 종자를 심었다고 하신다. 올해 토란대 수확이 좋지 않으시단다. 가뭄이 심해서 물 부족으로 토란대 농사가 형편없지만, 토란 알 맛은 좋다고 하신다. 어느새 토란대 껍질 벗기는 작업이 끝나간다. 햇볕이 잘 드는 앞마당 가득 토란대가 널려 있다. 산동 할매께서 "여러 사람 손이 거치니 이렇게 좋아" 하신다. "그려, 나 혼자 했으면 사흘은 걸려" 하시며 새참 준비를 하신다. 명절에 남은 음식들을 모두 가지고 나오신다. 불순재 할머니는 토란물이 들어 손끝이 까맣게 변했다. 햇살이 따사롭게 비춰진 앞마당에는 몇 시간 전 널어놓은 토란대가 벌써부터 말라간다. 이틀 동안 말리면 건조는 끝이다. 이렇게 말려 놓은 토란대는 나물이나 탕에 넣어 끓여 먹을 것이다. 긴긴 겨울동안 산골마을에 훌륭한 반찬꺼리로, 오리탕이랑 돼지 뼈다귀탕에도 넣어 끓여 먹으면 맛날 것이다. [만드는 방법]△재료 = 토란대, 집간장, 들기름, 마늘, 들깨가루① 냄비에 토란대에 물을 충분하게 넣고 삶는다. 삶아진 물을 벌리지 말고 반나절 정도 담가 놓는다.② 삶아진 나물을 찬물에 헹궈 하루 정도 담가 놓는다.③ 물이 잘 빠지도록 채반에 나물을 건져 놓는다. ④ 토란대에 집간장, 들기름, 마늘을 넣고 밑간을 해놓는다.⑤ 밑간이 된 나물을 짜박하게 볶는다. (여름철에는 깔끔하게 볶는다. 찬바람이 불면 들깨가루를 넣고 볶으면 맛이 더욱 좋다.)⑥ 대파·통깨를 넣고 집간장으로 간을 맞춰 마무리한다'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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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10.05 23:02

(60) 추석 차례상 - 한해 농사 지켜주신 조상님들께 감사

어머니의 무명 앞치마가 달빛에 환하게 비춰진다. 내일 밤에는 보름달을 볼 수 있겠구나 하시며 준비한 음식을 정리하신다. 나물이랑 삼색전, 고기전은 서늘한 광방에 놓으시고, 송편은 광방 시렁에 올려 좋으셨다. 차례상에 올릴 과일들은 깨끗하게 씻어 장독대위에 올려놓으신다. 생선, 닭고기 삶은 것들은 부엌 선반 위에 올려놓으셨다. 다 늦은 밤이 되어서야 어머니의 머릿수건과 무명 앞치마는 주인의 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지금은 모든 음식을 만들어 냉장고에 보관한다. 그 당시 어머니 음식 보관법이 있었다. 나물은 시원한 광방 바닥에 놓으라고 하셨다. 송편은 광방 높은 곳 시렁 위에 보관하셨다. 송편을 덜 굳게 하는 지혜였던 것이다. 다음날 차례상에 올릴 과일은 바구니에 담아 무명천을 덮어 장독대 위에 올려놓으셨다. 아마 싱싱하지 못한 과일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밤이슬을 맞혀 조금 더 싱싱한 과일을 만들기 위한 어머니 나름의 방법이었을 것이다. 생선찜과 닭고기는 마지막에 조리하셨다. 그래서 온기가 있는 부엌 선반 위에 올려놓으신 것이다. 그 시대에 맞는 음식보관법이다. 밥그릇과 국그릇, 수저가 우리집에 남아있는 유일한 놋그릇이었다. 아버지께서는 부엌에 있는 재를 가지고 우물가에 앉아 닦으셨다. 어머니께서는 하루 종일 우물가와 부엌을 떠나지 못하셨다. 우물을 퍼내는 담당을 하셨고, 음식을 만드는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담당을 했다. 아궁이에는 솥 두 개가 걸려 있다. 한쪽은 가마솥, 다른 한쪽에는 양은솥이 있다. 음식의 성질에 맞게 불 조절을 잘 했다. 송편은 가마솥에 시루를 얹어 찌고, 나물은 양은솥에서 볶았다. 간을 보라며 한 잎씩 넣어 주셨던 그 맛을 잊지 못한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가을날이다. 산동 할머니네 자녀들은 내일부터 내려온다고 하고, 남실할머니 자녀들은 벌써부터 와서 추석준비를 하고 있다. 집집마다 홀로 살고 계시는 어르신들은 모처럼 가족들과 북적거리는 정다운 시간을 가질 것이다. 한 해 동안 건강하게 농사 잘 지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 조상님께 가족 모두와 함께 감사의 차례상을 올릴 것이다. △ 추석 차례상 올리는 순서1.강신 = 제주가 향을 피운다. 집사가 잔에 술을 부어주면, 제주가 모삿그릇에 3번 나누어 붓고 두 번 절한다. 신주를 모실 경우 혹은 묘지에서는 아래 참신을 먼저 하고 강신한다. 묘지에서는 모삿그릇 대신 땅에 뿌려도 무방하다. 2. 참신 = 기제사와 같다. 일동이 모두 두 번 절한다. 3. 헌주 = 술을 제주가 올린다. 기제사와 달리 제주가 직접 상 위에 잔에 바로 술을 따르는 것이 보통이다. 4. 삽시정저 =떡국 혹은 송편에 수저, 시접에 젓가락을 정돈한다. 5. 시립 = 일동이 잠시 동안 공손히 서 있는다. 6. 사신 = 수저를 거둔다. 뚜껑이 있다면 덮는다. 일동이 2번 절한다. 지방과 축문을 불사르고, 신주를 썼다면 다시 모신다. 7. 철상, 음복 = 기제사와 같다. 상을 치우고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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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9.28 23:02

59. 추석제물 - 대추·밤·감 이야기 "한 해 농사 결실 정성 담아 올리세요"

추석이 다가오면 들판에는 오곡이 무르익고 과일들도 영글어간다. 한 해 농사의 결실을 거두는 때이다. 추석제사 음식은 농부가 농사를 잘 지어 조상님께 음식 맛을 올리는 것이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제사 음식은 제상의 규모, 음식하는 솜씨와 방법차이는 조금씩 다르지만 조상님께 올리는 농부의 마음은 같을 것이다. 우리 집은 가족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추석 음식을 많이 장만 하셨다. 주로 쌀농사를 많이 지으신 아버지께서는 송편 빚을 쌀은 먼저 추수하셨다. 추석이 돌아오면 제사상에 올릴 준비는 집안사람들 모두가 준비를 했었다. 어머니께서는 추석 무렵이면 제일 먼저 모싯잎을 따다 삶아서 송편재료 준비를 하셨고, 송편 만들 준비는 큰 언니가 했었다. 송편 안에 넣을 고물들은 콩, 깨, 설탕, 고구마 등 이었다.가마솥에 송편이 익어간다. 몇 번이고 송편이 익었는지 확인을 하곤 했었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는 아버지께서는 뜨거운 가마솥 조심하라고 소리를 지르곤 했었다."광자야! 동생들 손 데이면 어쩌려고 하냐." 야단치는 아버지의 잔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맴돈다. 송편 빚기가 끝나면 동네아이들은 추석에 입을 새 옷 자랑을 하느라 마을공터에 모여 부모님 몰래 새 옷을 가지고 나와 서로 입어보곤 했었다. 어린시절 추석은 보름달 모양처럼 행복 만땅이었다. 대추나무 사이로 가을 햇볕이 들어온다. 마당앞 담벼락에 자리하고 있는 대추나무는 고샅길을 지나가는 사람들 마다 "대추가 많이 열렸네"하며 한마디씩 예쁘다는 표현을 한다. 내가 이집으로 이사 온지가 4년째다. 대추나무 나이는 10년쯤 되었다고 한다. 옆집 서울할머니께서는 금천할머니 살아계실 적에는 대추나무가 효자였다고 한다. 추석 무렵이면 금천할머니께서 대추를 따다 시장에 내다 팔아 추석장을 보셨다고 하신다. 할머니의 경제적 재산 가치가 높았던 대추나무였던 것이다. 금천할머니께서 살아 계실 적에는 이집에서 귀한 대접을 했다고 한다. "할매, 어떻게 대접을 했어요?" 라고 묻는다. 서울할머니께서는 "금천할매는 저녁에 요강에 소매를 모아 아침이면 대추나무에 거름을 줬어" 하신다. 바람이라도 부는 날이면 새벽에 일어나 대추열매를 주우시장에 내다 파실 준비를 하셨단다. 금천할머니께서는 대추의 큰 뜻을 알고 계셨을까? 대추가 지니고 있는 깊은 의미는 왕이 될 만한 후손이 나오라는 뜻도 있다고 한다. 대추는 태양이 속해있는 대 은하계 모형을 나타낸 것이므로 진설상에 있어 으뜸이라고 한다. 이런 뜻을 담고 있는 대추나무 한그루는 나에게 남겨 주셔서 감사하다. 올 해 추석준비는 동네에서 함께 준비한다. 대추는 금천할머니께서 심어놓으신 나무에서 가장 좋은 놈으로 준비했고, 몇 칠전에 서울할머니랑 고작골 밤나무에서 한바구니 주워왔다. 그중 가장 색깔이 좋은 놈으로 준비를 해 놓았다. 밤은 정승이 나오라는 뜻이라고 한다. 밤3알이 한 밤송이다. 가운데 있는 밤은 '영의정' 오른쪽에 있는 밤은 '우의정' 좌측에 있는 밤은 '좌의정'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감은 부녀회장님 젯당골 단감나무 밭에서 따오기로 했다. 감은 씨가 6개로 六조판서의 서열을 의미한다. 집안에 육조판서 감이 나오는 정도를 점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씨가 6개인 것은 천부경의 六생 七 八 九운의 육감세계를 나타낸 것으로 우리몸의 물리적 몸의 작용 즉 오감세계를 벗어난 영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상신마을에서는 한 달 전부터 추석준비를 동네 사람들 모두가 함께 해오고 있다. 나물은 봄부터 준비해온 고사리, 취나물, 다래 순으로 준비했고, 앞으로 남은 것은 어물이다. 다음 장날에는 동네 할머니들이랑 함께 나가서 준비하기로 했다. 이렇게 작은 산골마을에는 농부의 마을과 정성을 담아 조상님께 올릴 제상을 준비한다.'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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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9.21 23:02

(58) 허브 된장 소스 - 향긋한 허브향, 돼지고기와 찰떡궁합

아침과 낮의 기온차가 심하다. 남원 운봉 지역에서는 본격적으로 추수에 들어갔다. 올해 추석에는 햅쌀로 밥을 지어 조상님께 올릴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조상님 묘 벌초하느라 마을 사람들은 바쁘다. 옛날에는 윗상신마을에 약 40호가 살았다고 한다. 지금은 약 15호가 살고 있다. 고향을 찾아 벌초하는 사람들과 만나면 어르신들께서는 옛날이야기를 하신다. 지금은 마을 지형이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집터들이 작아 오밀조밀하게 붙어 있었다고 한다. 어쩌다 맛난 음식이라도 하면 옆집 사람들이 냄새로 알게 되어 음식하는 집만 먹을 수가 없었단다.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콩 한쪽이라도 서로 나눠먹고 살았다며 회상을 하신다. 추석 때는 꼭 하는 음식들이지만 특별히 어느 집에서는 술 빚는 솜씨가 좋았고, 어느 집은 모시 잎으로 송편 빚는 솜씨가 좋았고, 어느 집은 수정과 식혜를 잘 만들었다며 옛 추억을 이야기한다. 동네 할머니들께서 우리집에 모였다. 올해 추석에는 동네에서 떡을 만들어 먹자고 하신다. 집집마다 떡하러 방앗간에 가는 것이 번거로워 함께 떡하는 날짜를 받으셨다. 서울 할머니께서 명절상에 올릴 생선이며 고기는 언제 장보러 갈지도 날짜를 정하신다. 일산 할머니께서 "고기는 어떻게 양념을 해야 맛이 날까?"하신다. "할매, 제가 맛 난 양념 만들어 볼께요." 했다. "그려, 한 번 맛난 양념 만들어봐"하신다. 할머니께서는 항상 해오시던 음식이지만 해년마다 음식맛이 달라진다고 하신다. 서울 할머니는 우리 동네에서 소문난 음식 전문가다. 음식에는 양념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신다. "뭐든 장맛이여, 그 집 장맛을 보면 음식맛을 알 수 있어." 하신다. 이장님께서는 로즈마리와 민트 허브농사를 지으신다. 올해 봄에 로즈마리 효소를 담가놓았다. 허브를 양념으로 사용하면 어떨까 해서 효소를 담궈 본 것이다. 돼지고기와 허브는 궁합이 잘 맞는다. 그래서 허브, 된장, 효소를 넣어 허브된장 소스를 만들어봤다. 돼지고기에 허브된장 소스를 넣으면 잡냄새를 잡아주고 고기의 신선도를 유지해 주는 역할을 한다. 올해 여름 우리집에 오신 손님들에게 허브된장소스를 뿌린 삼겹살, 주물럭을 선보였더니 반응이 참 좋았다. 돼지고기의 특유한 냄새가 제거되고 된장을 넣어 느끼하지 않고, 허브향이 베어 맛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남원에서는 허브로 다양한 가공제품을 만들고 있다. 주로 차를 가장 선호하는 것 같다. 허브는 향이 강해 우리음식과는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고기와 허브는 궁합이 잘 맞는다. 허브는 우리 음식과 맞지 않는다는 것은 나의 편견이었던 것이다. 허브를 말할 때 대표적인 게 로즈마리다. 로즈마리는 기억력과 집중력 향상과 노화를 방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통이나 현기증, 감기에도 좋다고 한다. 특히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간의 활동을 도와주고 머리를 맑게 한다. 주로 요리에 많이 이용되는데 고기의 누린내나 생선의 비린내를 없애고 풍미를 더한다. 생잎이나 마른 잎을 모두 이용하는데 생잎은 샐러드, 스테이크와 같은 요리에 이용되며 마른 잎은 그대로 닭·돼지고기·소고기 요리에 향신료로 이용되며 쿠키, 과자, 빵, 케이크, 스프 등에 쓰인다. 생잎이나 마른 잎을 그대로 이용하거나 가루를 내어 이용한다. [만드는 방법]△재료 = 된장, 건조된 로즈마리, 산야초효소① 건조된 로즈마리를 가루로 빻는다.(거칠게 빻아도 좋다)② 된장을 넣고 믹서에 간다. 이때 효소를 넣고 묽게 해서 간다.③ 된장, 산야초효소, 로즈마리를 넣고 배합한다.④ 로즈마리의 양은 각자 취향에 맞게 알맞게 넣는다.⑤ 마늘, 양파, 고춧가루 등은 각자 입맛에 맞게 한다.'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 주말
  • 이화정
  • 2012.09.14 23:02

57. 태풍피해 낙과, 사과즙으로 - 상큼한 과즙, 피로회복 효과 만점

새벽 4시44분 집에 들어온 시간이다. "어쩔 것이여, 어쩔 것이여"하며 긴 한숨을 내쉬는 아낙네가 볼라벤 태풍에 대한 저항을 하고 있다. 태풍의 위력으로 봐서는 저항하는 몸부림이 너무도 소박하기 짝이 없다. 26446㎡ 사과밭 과수원에서는 쓰러진 사과나무와 낙과들을 줍기 위해 날마다 50명씩 봉사하는 사람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 엄청난 농산물 재해를 뭐라 설명해야 할지 막막하다. 이 넓은 땅이 사과로 꽉 찬 듯한 착각에 빠진다. 농장집 부부는 매일 새벽 5시에 일과를 시작한다. 그렇게 10년간 일궈온 농장이란다. 농장집에서 전화가 왔다. "영산댁, 오늘 사과즙 좀 내줘." 어려운 이웃을 위해 뭔가를 할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다. 마을에 있는 사과가공시설로 할머니들이 모이셨다. 할머니들께서는 손에 뭔가를 들고 오신다. 사과를 다듬기 위해 도구와 즙을 내리는데 필요한 용품이다. 주인이 정신없을 것 같아 도구들을 준비해 오신 것이다. 어르신들께서는 참 현명하시다. 서로가 말 하지 않아도 이웃끼리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잘 안다. 사과즙을 짜기 위해서는 씻기, 분쇄하기, 짜기, 멸균처리, 포장 등 분업을 해야 한다. 사과를 실은 화물차가 들어온다. 입이 '쩍'하고 벌어진다. 이렇게 많은 사과들이 떨어졌다니 또 한 번 놀란다. 여기저기에서 "에고 어쩔까나"하는 안쓰러운 목소리가 나온다. 사과즙 내리는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문제는 너무나 많은 양이다. 사과를 분쇄하는 공정이 가장 빠르게 진행된다. 가장 늦은 공정은 멸균처리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의 균형을 맞출 수가 없다. 점심이 지나고 저녁이 지나간다. 이때까지는 사과밭을 어떻게 복구할 것인지가 핵심 이야기꺼리였다. 그런데 9시가 지나고 12시가 가까워지자 눈앞에 사과즙이 오고 간다. 이제부터는 많은 양의 사과즙을 어떻게 팔 것인가에 대한 걱정이다. 새벽 2시면 끝날 거라 예상했지만, 내 예상은 빗나갔다. 공정을 마치는 시간이 4시20분. 가공된 사과즙 박스가 공장을 가득 메웠다. 일의 피곤함 보다는 사과즙을 어떻게 팔 것인가에 대한 걱정 때문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나는 세상에서 '농부'가 가장 행복한 직업이라 생각했다. 오늘 새벽엔 마냥 행복할 수가 없다. 자연과 농부가 서로 잘 이겨내는 방법이 무엇일까. 밭 작물을 철저하게 대비하는 것은 농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그렇지만 볼라벤 태풍 앞에서는 10년간 일궈온 사과나무가 싹쓸이 되고 말았다. 새벽에 바라본 농촌의 풍경은 고요하고 평화롭다. 어제와 다른 오늘은 어젯밤에 짠 사과즙을 어떻게 판매할 것인지 고민을 해야 한다. 방법은 바로 이웃 소비자께서 피해가 심한 농산물을 구매해 주는 것. 항상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시는 농부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생사과즙에는 피로 회복에 유익한 사과산을 포함해 유기산이 함유되어 있는데 유기산은 몸에 쌓인 피로 물질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사과잼이나 사과즙 등을 꾸준히 섭취해도 피로를 덜 느끼는 체질로 바뀔 수 있다. 사과 100g에는 칼륨이 100mg 이상 포함되어 몸 속에 든 염분을 배출시켜 고혈압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용성 식이섬유인 펙틴 성분도 콜레스테롤을 배출시키는 역할을 해 혈압이 급격히 올라가는 것을 막아 준다고 한다. 사과즙 속에는 니코틴을 해독하여 폐기능을 강화해 주는 효능이 있어 흡연자들이 드시면 좋다.'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 주말
  • 이화정
  • 2012.09.07 23:02

56. 호박전 - 비오는 날 막걸리와 '찰떡궁합'

여름 끝자락에서 날마다 소낙비가 내린다. 이런 날이 지속되면 고추말리는 작업이 여간 어렵다. 이른 새벽부터 옆집 서울할머니 손수레 소리가 요란하다. 새벽녘인데 어딜 가실까? 소리만 듣고도 알 수 있다. 며칠 전에 따온 고추를 비닐하우스에 말려 놓으셨다. 오늘도 비가 내려 말리는 작업이 어렵다고 판단하셨나 보다. 그래서 일산 할머니집 고추건조기에 넣으려고 서두른 모양이다. 남원 상신마을로 이사 온지가 벌써 4년 째다. 이젠 경운기자동차오토바이 소리를 듣고도 어르신들께서 어느 밭으로, 뭘 하러 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요즘은 김장 배추를 심기 위해 밭을 간다. 붓당골밭에는 남실 할아버지 경운기 소리가 요란하고, 젯당골밭에서도 부녀회장님께서 밭을 갈고 계신다. 처서가 지나면 김장배추를 심기 위해 바삐 서두르는 것이다 산동 할머니께서 비를 패해 정자에 앉아 계신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셨다. 남실 할머니께서 소낙비가 내리는 모습을 보며 "세월은 못 이겨"하시며 그 뜨거웠던 한 여름 땡볕도 힘없이 가벼렸고 "세월 이길 장사는 없어"하신다. 올 여름도 어르신께서는 큰 어려움 없이 농사일을 잘 하셨다. 추수까지 무난하게 농사일을 마무리 했으면 좋겠다. 올 여름에는 계동할머니께서 기운이 없어 편찮으셨다. 가까운 이웃사촌들은 밥이 보약이라며 제철에 나는 푸성귀들로 밥상을 차려 식사를 함께 했다. 제철음식이 계동 할머니께 보약이 되었나 보다. 며칠간 함께 식사를 했는데 기운을 차리셨다.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께서는 한 여름 땡볕을 조심해야 한다. 새벽녘부터 바삐 움직이던 서울할머니께서 호박 서너 덩어리를 들고 오셨다. 산동할머니는 "뭘 그렇게 많이 들고와"하신다. "상신마을 사람들 다 모였는디, 호박전이나 부쳐 먹자" 하신다. "장마에 무럭무럭 키가 큰 것은 호박잎하고 풀들이여"하시며 또 들깨밭 풀 걱정을 한다. 농부의 걱정은 끝이 없다. 새벽녘부터 고추말리는 것 때문에 걱정이고, 들깨밭 풀 때문에 걱정을 하신다. 산동 할머니께서 걱정 끝에 결정타를 날렸다. "에고, 하늘이 준대로 먹어, 욕심 부리지마."하신다. "그려 우리가 어쩌겠는가, 하늘이 준대로 먹어야제."하고 오늘은 모든 걱정이 마무리된다. 빗속에 우산을 쓰고 호박전 부칠 준비를 한다. 신문지를 깔고 가스렌지에 후라이 팬도 올라갔다. 사람들이 많아 두 군데에서 호박전이 익어간다. 정자 처마에 낙숫물이 제법 많이 떨어진다. 빗소리, 사람들 소리, 호박전 익어가는 소리가 맛나게 느껴진다. 농사일에 지친 어르신들께서는 이웃사촌들의 소리에 힘들었던 어깨를 내려 놓으셨다. 부녀 회장님께서 부산에 사는 동생들이 사왔다며 막걸리를 꺼내 오신다. 호박전에 막걸리, 이런 걸 바로 금상첨화라 하는가 싶다. 우리 동네에는 구멍가게도 없다. 그래서 막걸리 한잔이라도 마시려면 여간 힘이든다. 막걸리가 나오자 영산댁이 제일 좋아라 한다. "할매, 막걸리 받으세요." 이젠 건배할 차례다. 산동 할머니께서 "모다들, 건강하세요"라고 외치신다. 호박전에 막걸리 한 잔으로 마음이 꽉 채워졌다. 호박은 단백질, 탄수화물, 미네랄, 식이섬유 등을 함유하고 있으며 비타민A, 비타민C, 비타민E 등 다량의 비타민을 함유하고 있는 비타민의 보고다. 비타민 A인 카로틴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고, 위점막을 보호하는 기능이 있어 속이 아플 때도 효과가 좋다고 한다. △ 만드는 방법재료 = 호박, 고추, 집간장, 밀가루, 식용류1. 호박을 깨끗이 씻는다.2. 납작하게 잘 익을 정도로 썬다.3. 납작하게 썰어진 호박 위에 소금을 약간 뿌려준다.4. 밀가루에 집간장, 고추 등을 썰어 넣고 반죽을 한다.5. 반죽에 썰어진 호박을 한 장씩 넣어 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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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8.24 23:02

55. 고구마순 볶음 - 제철 채소로 건강한 밥상 '뚝딱'

고구마밭 고랑이 물에 잠겼다. 며칠 전만 해도 가뭄에 밭작물들이 메말라 거북등처럼 갈라졌었는데 말이다. 자연의 섭리란 인간이 측정할 수 없는 경제선이다. 아직 고랑에 물이 감겨 있는데 장대비가 또 쏟아진다.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지면 앞마당에 널어놓은 고추를 거둬들여야 한다. 아래뜸 들깨밭에 가신 서울할머니께서 급하게 올라오신다. "할매 고추 거둬놓았어요." 했더니 "에고, 숨이 차서 죽것네" 하시며 한숨을 고르신다. "비가 많이 와도 걱정, 비가 오지 않아도 걱정"이란다. "농사군은 하느님이랑 동업을 해야 혀"하신다. 할머니네 고구마밭이랑 고추밭 고랑에도 물이 차 있다며 걱정을 하신다. 두 사람 대화는 농사일 걱정이다. 할머니께서는 마루에서 일어나신다. 고구마밭 고랑치기를 해야겠다며 삽을 들고 나가신다. 나도 우산을 받쳐 들고 할머니를 따라 나선다. 농사일이 고단 하신 모양이다. 혼잣말로 궁시랑 궁시랑 하신다. "고구마는 물손을 받으면 금방 썩어 버려" 하시며, 있는 힘을 다해 고랑을 치셨다. 빗속에서도 농사일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시급한 문제다. 빨리 고랑물을 배수해 줘야 고구마 열매가 커간다. 두 사람은 빗속에서도 한 가지 일을 더 했다. 고구마순이 연하다며 김치도 담가먹고 볶아도 먹자고 하신다.농부가 농사를 잘 짓는 방법중 하나는 자연에 순응하며 인위적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위적인 대책방법은 지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농사를 지으시면서 터득한 지혜에서 나온다. 상신마을에서는 농사를 혼자서 짓는 것이 아니다. 동네 농작물들 상태를 모두가 서로 다 알고 계신다. 누구네 들깨밭에는 거름이 부족하고, 누구네 콩밭에는 콩 순을 짚어 줘야할 시기 등 서로의 농작물에 관심을 갖으신다. 일산할머니께서는 산동할머니네 들깨밭에 거름이 부족하며 우리집 거름 있으니까 한주먹 갖다 뿌려 주라고 말씀 하신다. 올 봄에 산동할머니께서는 일산할머니께 토란씨을 주셨다. 이렇게 서로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채워 가며 농사를 짓는 것이다.할머니들께서는 비가 내려 아무 짓도 못 하겠다며 회관으로 모이셨다. 서울할머니께서는 고구마순이 들어 있는 바구니를 들고 오셨다. 남실할머니께서는 양배추랑 호박을 들고 들어오신다. 할매들께서는 모두 한손에 뭔가를 들고 오셨다. 산동할머니께서는 "고구마순이 연해서 맛나겠다고 하신다" 그럼 오늘 저녁은 회관에서 해 먹자고 결정을 내리셨다. 갑자기 부엌이 부산해진다. 부녀회장님께서는 양배추 삶고, 호박은 된장국 끓이셨다. 영산댁은 막 껍질이 벗겨진 고구마순 볶음이다. 멸치 서너 마리 넣고, 들기름에 집간장을 넣고 자박하게 볶는다. 맛 난 냄새가 난다고 하신다. "할매, 간 좀 봐주세요"하며 서울할머니 입에 고구마순 볶음을 넣어드렸더니 간이 딱 맞는다고 하시며, 고추 몇 개 썰어 넣으면 칼칼하니 맛나겠다고 하신다. 뚝딱 시골밥상이 차려졌다. 옹기종기 둘러 앉아 못처럼 시끌벅적한 저녁밥상을 맞이했다.시골밥상 차림은 간소하다. 그렇지만 우리 몸에 필요한 제철 영양분을 섭취 할 수 있어, 힘든 농사일을 하면서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것 같다. 고구마순에는 식이섬유 함유량이 12% 정도로 섬유질의 함량이 많아 배변활동을 원활하게 하여 변비를 예방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한 고구마순에는 우유보다 많은 칼슘이 들어있으며 칼륨성분도 풍부해 골다공증에 좋다고 한다. [만드는 방법]△재료 : 고구마순, 고추, 집간장, 고춧가루, 마늘, 멸치, 들기름① 고구마순 껍질을 벗긴다.② 깨끗하게 씻어 채반에 건져 놓는다.③ 팬에 고구마순, 집간장, 들기름, 멸치를 넣고 뚜껑을 닫아놓는다.④ 반쯤 익으면 고추가루, 마늘을 넣고 간을 맞춰 볶는다.'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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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8.17 23:02

54. 얼갈이 배추김치…싱싱한 자연 그대로 '할매표 반찬'

한낮의 열기는 모든 일들을 쉬게 한다. 느티나무 그늘에서 쉬고 있는 어르신들께서는 "큰 일이여" 하시며 하늘을 원망하듯 푸념을 늘어 놓으셨다. 더위에 가뭄까지 겹쳤다. 밭 작물들이 타들어 가고 있다. 남실 할머니께서는 들깨밭 걱정이시고, 서울 할머니께서는 토란밭 걱정이시다. 동네에서 가장 가뭄을 심하게 타는 것은 토란밭이다. 이집 저집 할 것 없이 토란대가 말라가고, 고추밭에 고추는 빨갛게 익기도 전에 푸르스름하게 말라버렸다. 오늘은 '하늘 땅 사람'이라는 주제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체험 프로그램을 하는 날이다. 1시에 들어오는 상신마을 버스에서 아이들은 가방을 메고 내린다. 상신마을에서 체험을 하기 위해 들어온 아이들이다. 정자나무 그늘에 앉아 계시는 어르신께서는 "우리마을에는 아이들이 없는데, 어디서 이렇게 많이 왔냐며" 반갑게 맞아 주신다. 아이들도 "할머니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건넨다. 체험하는 아이들을 위해 마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로 밥상차림을 하고, 간식으로는 감자와 강냉이를 준비했다.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인스턴트 음식과 과자를 먹지 않기로 했다. 밥 한 끼마다 할매들 콘셉트를 붙였다. 점심은 서울 할머니표 산나물 밥상이다. 요즘 아이들은 야채와 나물을 잘 먹지 않는다. 할매표 콘셉트로 밥을 잘 먹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을 많이 했다. 상신마을에 있는 동안에라도 아이들에게 좋은 먹거리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점심에 산나물을 먹으면서 아이들은 신기해했다. "이런 것도 먹어요" 한다. 나물에 고추장, 들기름을 넣고 쓱쓱 비벼 먹게 했더니 맛있게 먹는다. 점심밥은 성공이다.부녀회장님은 얼갈이 배추를 가져오셨다. 저녁은 '부녀 회장님표' 얼가리 배추김치에 감자된장국 밥상이다. "통정골 밭에 얼갈이 배추를 심었더니 벌래가 다 먹고 요것 남았다"면서 아쉬워 하신다. 할매들께서는 "그래도 저녁 밥 상을 차릴만한 양은 된다"며 아쉬움을 달랜다. 마른 고추를 믹서기에 갈아서 양념을 만들었다. 대나무 숲에다 3년 전에 담가 놓은 멸치젓을 꺼냈다. "할매, 맛이 어때요" 했더니 "곰 삭아서 맛이 좋다." 하신다. 양념에 멸치액젓을 조금 넣고 버무렸다. 된장국에 얼갈이 배추김치를 척 하니 숟가락에 얹어 먹으면 좋겠다면서 입맛을 다진다. 오이 무침에 고추볶음, 얼갈이 배추김치, 감자조림, 된장국 저녁준비는 끝이다. "와, 저녁 밥이다." 밥상을 보며 반가워하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많은 걸 생각하게 했다. 집에 있었으면 과자며 아이스크림, 통닭, 피자 같은 간식을 먹었을 것이다. 그래서 저녁밥은 먹는 둥 마는 둥 밥에 대한 소중함을 몰랐을 것이다. 그렇지만 오늘은 간식을 먹지 않는 탓에 아이들은 저녁밥을 보며 "밥이다." 라고 감동했다. 정성껏 준비한 '할매표 저녁밥상' 차림도 만족이다. 선생님들께서는 아이들이 이렇게 밥을 맛있게 먹을 줄을 몰랐다며 맛난 밥을 해줘서 감사하다고 하신다. 2박3일 동안 아이들은 많은 것들을 보았다. 농부들이 농사짓는 모습이며, 건강한 음식이야기도 강의 내용이었다. 떨어져 있으면서 가족의 소중함도 알았을 것이다. 캠프가 끝나고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갔지만 할매표 밥상은 잊지 못할 것이다. 다음날 메일이 도착했다. 감사하다는 내용과 다음에 또 오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만드는 방법]△재료 = 얼갈이 배추, 마른 고추, 마늘, 멸치액젓, 밥, 양파① 얼갈이 배추를 다듬은 뒤 씻는다.② 얼갈이 배추는 살짝 간을 해야 맛이 좋다.③ 간이 곁들여진 배추는 한 번 헹궈 채반에 받쳐 놓는다.④ 마른 고추에 마늘, 밥 등을 넣고 믹서기에 간다.⑤ 얼갈이 배추에 양념, 양파를 썰어 넣고 멸치액젓으로 간을 맞춘다.'하늘모퉁이'발효식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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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2.08.10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