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4-12-01 16:01 (일)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주말 chevron_right 책의 향기

송하선 교수, 신석정 평전 '그 먼나라를 알으십니까' 펴내

문학평론가 겸 시인인 송하선 우석대 명예교수가 부안 출신의 신석정 시인(1907~1974)을 새롭게 조명했다. 신석정 평전'그 먼나라를 알으십니까'를 통해서다(푸른사상).송 교수는 자신의 문학인생 스승으로 미당 서정주 시인과 석정 시인을 꼽으며, 대학시절(전북대) 만난 석정이 현대시 창작의 길을 이끌어준 선생님으로 삼고 있다 했다. 그때부터 55년간 석정의 자료를 모았으며, 이를 기반으로 평전을 내게 됐다고 밝혔다.송 교수는 미당이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평가받지만, 석정은 그의 문단 연조에 비해 그 평가가 미흡하다는 점을 아쉽게 여겼다. 그는 그 이유로 일원화 되지 않은, 석정의 시인적 호칭에서 바라보았다. 석정에게 붙는 다원화된 호칭이 석정 시의 정체성에 혼란을 주고, 그 진면목을 발견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목가시인''참여시인''민족시인' 등의 다원화된 호칭은 석정 시를 오독하게 만드는 중요 원인이 되고 있어 석정 시인에 대한 호칭의 일원화가 필요하다는 게 송 교수의 주장이다. 가장 널리 호칭되는, 김억 시인이 붙인 '목가시인'만 하더라도 석정의 초기 시에 대한 표피적 인상만으로 본 것이며, 이 호칭을 고집할 경우 '참여시인'과 상충되고, '참여시인'을 고집할 경우 석정 말년의 시세계인 '은일사상'과도 상충된다고 보았다. 참여저항민족시인 등의 호칭을 붙여야만 훌륭한 시인으로 추앙받는 것도 아닌데, 어째서 자꾸 그걸 고집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송 교수는 조지훈 시인의 평가처럼 "석정은 지조 있는 한 선비로 살았고, 지조 있는 한 선비로서 현실과 사회를 정관하며 산 시인이다"며, 그러한 석정의 시인적 위상을 재확인과 참얼굴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이를 종합해서 석정 시인을 '전원시인'으로 부르면 어떨까 제안했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좌우익갈등과 현대사의 수난 속에서도 고향 전라도 땅에서 비와 바람과 봄과 겨울 맞으며 일생 도안 고향의 전원에서 살았던 시인이라는 점에서다. 초기 시와 중기 시, 그리고 후기 시에서 전원적 특색을 지닌 시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고, 전원시인이라고 호칭할 경우 아무런 걸림새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평전에서는 석정의 출생에서부터 습작 시절 등을 포함한 문학적 삶과 석정 문학에 나타난 사상, '촛불''슬픈 목가''빙하''산의 서곡''대바람 소리' 등에 실리거나 그 즈음 대표작품들에 대해 해설을 붙였다.

  • 주말
  • 김원용
  • 2013.08.09 23:02

박희주 소설집 '내 마음속의 느티나무'

장편소설 '사랑의 파르티잔'을 조선닷컴에 연재하며 수많은 질타와 격려가 엇갈린 극단의 평가를 함께 받았던 작가 박희주씨가 첫 번째 창작집을 내놨다. 임실 출신인 그는 이번 소설집 '내 마음속의 느티나무'를 표제작으로 아홉 편의 중·단편을 담았다(책마루). 작품집이면 으레 등장하는 작품 평 대신 그는 '작가가 쓰는 작품론'에서 "내 문학은 내 자신을 구원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했다"고 고백한다. 이는 다른 사람이 자신의 책을 읽고서 어떤 울림을 받았느냐는 차후의 문제라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실패만 거듭하던 내 외양만을 보고 문학의 효용가치를 운운하며 누가 무슨 소리를 지껄이던지 피식 웃어버리고 소설가로서 자존감을 키워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매일매일 새로운 작품을 쓰면서 여전히 비켜나지 않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그림자에 절망하곤 한다. 이는 자신의 얄팍한 지식, 편협한 체험, 경제적 빈곤, 문장력 등을 두고 자신을 다시 한번 채찍질 하는 행위에 가깝다. "무엇인가 나를 사로잡아 그 소설을 쓰도록 강력히 명령했다"는 솔제니친의 고백에 빗댄 그의 고뇌가 책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전북대를 졸업하고 지난 2005년 '월간문학' 3월호에 중편 '내 마음속의 느티나무'로 신인상을 수상하며 소설계에 입문했다. 작품마다 감성 있는 문체로 흡인력이 대단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그는 시집 '나무는 바람에 미쳐버린다'와 '네페르타리', 장편소설 '사랑의 파르티잔', 편저로 '준비한 삶이 당당하다'를 펴냈다.

  • 주말
  • 김정엽
  • 2013.08.09 23:02

시한부 인생 그녀가 세상으로 걸어 나왔다

'내게 손가락이 열 개가 있다면 좋겠다. 아냐! 절단한 손가락은 다행이도 왼손이라 편지 쓰는 데 상관없잖아. 내게 두 발이 있다면 좋겠다. 아냐! 의족을 해서라도 다시 걸을 테다! 괴사 때문에 어차피 못 걷는데 뭘! 내게 치아가 멀쩡하다면 좋겠다. 괜찮아! 이가 빠지면 틀니해 버릴 거야.''어제도 이빨 하나는 빠져나가고 음식을 넘기지 못한다. 배가 고프다. 국물이라도 퍼먹어야지.'단국대 법학과 1학년에 재학중이던 호빈이의 인생에 뜻하지 않는 병마'전신성 경화증'이 나타난 건 온 나라가 월드컵으로 들끓었던 2002년이었다. 10년이 넘는 투병 기간 중 수차에 걸쳐 죽음의 위기를 넘기고, 두 다리와 손가락을 절단했으며, 30세에 시한부 판정을 받은 후에야 세상과의 단절에서 소통으로 돌아왔다. 그가 처음으로 인터넷에 올린 사연 글에 많은 사람들이 진심을 담은 격려와 관심을 보였고, 이에 힘입어 세상과 소통을 한 것이다. 그렇게 힘겹게 쓴 매일매일의 짧은 글들이 책으로 엮어졌다. '신호빈의 나를 외치다'(도서출판 미래지향')외롭게 투병하는 호빈이의 투병기와 함께 직장도 접고 10년 넘게 딸을 간호하는 아버지의 심정이 책 갈피마다 절절히 묻어있다. '호빈이의 생일이다. 호빈이의 어린 시절이 하나하나 머리를 스친다. 어렵고 힘든 일도 많았고, 기쁘고 행복한 날들도 있었지만 오늘 나의 마음은 매우 쓸쓸하다. 아이의 아프디아픈, 애처로운 눈길이 아른거린다. 항상 슬픔에 젖은 모습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내가 더 긍정적으로 살아야 하는데, 오늘은 마음을 잡을 수가 없다.'투병 기간 동안 느낀 감정과 일상을 기록한 일기, 아버지 신태균씨가 호빈이를 간호하며 적은 글, 부녀간에 주고받은 일상의 편지와 메일, 유명 인사들을 포함한 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와 트위터 글로 엮은 책이다.이해인 수녀, 고은 시인,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소설가 이외수씨, 방송인 전유성·차인표·손석희씨, 프로야구 박찬호씨, 방송인 산악인 엄홍길씨 등이 저자를 격려한 글이 수록됐다.임실 출신의 신태균씨(58)는 옥정호 처럼 맑은 호숫가로 사람들을 인도하라는 뜻을 담아 딸 이름을 호빈으로 지었단다. 이 책은 국내 최대 시나리오 공모전인 '우리 영화시나리오 공모'에서 '자귀모'로 대상을 받은 홍주리씨가 엮었다. 홍씨는 임실에서 교사 생활을 했던 아버지(홍범식)의 제자였던 신태균씨와의 특별한 인연으로 후견인을 자처했다.

  • 주말
  • 김원용
  • 2013.04.12 23:02

힘겨운 생 앞에서 나를 일으켜준 '시간'

시인이자 수필가인 최정선씨는 도내 문학계에서는 잘 알려진 여류 문인. 전북여류문학회·전북문인협회·전북시인협회·원광문인회·석정문학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며 '필력'도 이미 인정 받았다. 아직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 한 권을 내지 않아 그 자신에게는 부담감으로, 지역 문단에는 아쉬움을 남아있었다.그런 그가 첫 수필집 '지나온 시간은 모두 선하다'를 냈다(수필과 비평사). 공력이 묻어나는 수필집이다. 책 제목이 말해주듯 저자는'시간'에 주목했다. "'시간'은 언제나 나와 함께 했다. 함께 걷고, 함께 쉬고, 함께 슬퍼하고, 함께 기뻐하였다. 다리 아프다고, 어서 가자고, 울지 마라고, 나를 조러거나 힐난하지 않았다. 생은 도처에서 나에게 힘겨운 도전을 해왔으며, '시간'은 그때마다 나를 부축하여 일으켜 세우고 다시 걸을 수 있는 힘을 주었다."(책 머리에서)힘든 상황까지도 '지나온 시간은 모두 나에게 선하고 관대했다'는 그의 말에서 그가 어떤 자세로 삶을 살아온지 읽게 한다.문학평론가 호병탁씨는 "최정선의 글에는 예의 '대나무'같은 근본과 기품이 배어 있다. 그런 바탕 위에 심미적 예술성·철학적 사상성이 혼연일체를 이루는 글을 만든다"고 해석했다. 수필이 시와 함께 의미를 공유하며 완벽하게 어우러질 수 있다는 것에도 '드문 일이고 놀라운 일이다'고 평했다.담양의 죽녹원, 임실 운암교 외진 산길, 내변산 국립공원 골짜기, 옥정호, 전주 은행나무길, 지리산 산행에서 만나는 동식물 하나하나에 따뜻한 사랑을 느끼고, 자연을 통해 우리의 삶을 관조하는 글들을 만날 수 있다. 또 베토벤의 전원을 통해 위로를 받고, 브람스의 변주곡에서 인생의 희노애락을 이야기했다. 음악가였던 남편(고 차형균 전주대 교수)과 음악 전공의 딸을 통해 음악과 자연스럽게 친해진 그의 또다른 음악읽기다.저자는 '월간 에세이'에 2차례 수필 추천을 받았고, '월간 한국시'신인상을 받으며 시인으로 등단했다.

  • 주말
  • 김원용
  • 2013.04.05 23:02

詩로 임진왜란·병자호란 역사 재조명

"이 선생, 나 좀 만납시다."수화기 넘어로 들려오는 안평옥 시인(69)의 목소리는 상기됐다. 이튿날 그가 건넨 시집'화냥년'(도서출판 계간문예). 궁금했다. 왜 이리 도발적인, 불편한 감정을 일으키는 제목을 내걸었을까. 평소 입바른 소리를 해서 손해보는 일이 많다던 그가 뭔가 작정하고 감행한 일은 아닌가 싶었다.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현재에 녹여내면서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서사시가 우리 주변에 많지 않았습니다. 신동엽 시인이 1989년 발간한 장편서사시 '금강' 이후 이렇다 할 서사시가 없었다 이 말입니다." 15년 동안 노심초사하며 엮은 시집이라지만 제목에서 주는 오해(?)를 감안해 은근슬쩍 물었다. "조선시대 병자호란 때 청나라에 의해 강제로 끌려갔다가 고향으로 돌아온 여성들을 '환향녀'(還鄕女)라고 했다가 '화냥년'이라고 불리웠습니다. 국가와 무능한 사회 지도층에 의해 국가가 환란을 겪어 어쩔 수 없이 피해를 본 여성들을 절개가 없는 여성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게된 것이죠. 이것이 우리 역사의식의 현주소라 여겼습니다."출판사에 원고를 넘기고 나서 "정말 홀가분했다"는 시인을 두고 "나도 책 몇 권은 빌려줬으니 공이 있는데, 그 양반 참 징글징글허게 매달렸다"는 오하근 원광대 명예교수는 "그러나 '화냥년'에 관한 어원은 설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시인이 "아"하는 탄식이 절로 나오도록 하는 과거로의 회귀는 조선시대. 임진왜란이 시작되던 1592년부터 병자호란이 있던 1936년을 거쳐 1945년 소현세자 독살의 역사를 훑으며 시인은 "우리가 일본을 미워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뼛속 깊이 새겨야 한다"고 강분했다. 시집을 '바람','비','번개','천둥'으로 전개시킨 것도 무감각한 역사의식을 일깨우기 위한 극적 장치. 여기서 시(詩)는 '되돌아가기'로 시간을 역추적하거나 '예시'를 통해 순서를 엉키게도 한다. 그러나 시적 화자는 서사 속 인물과 접촉하되 사건에는 개입하지 않는 방식을 취한다. 마지막 5부에선 인조의 뒤를 이은 효종이 추진한 북벌 계획의 허와 실을 더듬는 '허생전'을 각색한 '타오르지 못한 횃불'을 실었다. 한 장 한 장 넘기는 게 쉽지 않으나 평탄하지 않았던 우리 역사의 치부를 바로 보기하는 시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시인은 "건강만 허락된다면 동학을 바로보는 시도 쓰고 싶다"고 했다. 한 인간의 비극이 아니라 동학군의 숭고한 정신 이전에 그것으로 뭉뚱그려진 그늘까지 아우르는 균형 잡힌 시각을 갖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김제에서 태어난 안 시인은 전라북도 산림행정과장을 지냈으며, 1993년 '문학세계'와 1998년 '불교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해 시집 '흔들리는 밤', '내가 사랑하는 당신에게','그리움이 뜨거운 날에','새벽 인력시장' 등을 펴냈다.

  • 주말
  • 이화정
  • 2013.04.05 23:02

"노자는 정치론이나 처신술이 아니다"

'현대 기계문명과 자본주의 물질문명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그 아래서 인간은 더욱 소외된다. 인간은 침몰하는 유람선 속에 있으면서도 위기 상황을 인식하지 못한다. 유람선 내부의 화려함과 환락에 도취하여 언젠가 그것이 자신들의 무덤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지 못한다. 현재를 바르게 인식하고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반성과 새로운 철학이 필요하다.'정읍 출신의 재야 한학자인 묵점 기세춘씨(77사진)는'노자'를 인위적인 기존의 문명을 거부하고, 민중의 해방과 저항을 노래한 문서로 파악했다. 이를 위해서는 '노자'에 덧씌워진 오역과 왜곡을 걷어내고 '노자'의 본래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먼저라는 확고한 노자관을 갖고 있다. 그의 '노자 강의'가 2008년 출간 당시 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간의 '노자'가 정치 세력의 필요에 의해 심하게 왜곡됐다며 새로운 해석들을 내놓으면서다. 그는 '노자 강의'를 통해 '노자는 은둔과 저항이지 지배계급을 위한 정치론이나 입신양명을 위한 처신술이 아니다'고 했다. 중국 청대에 이르러 실증적인 자세로 학문을 연구하려는 고증학이 일어났으나 조선은 청학을 배척해 우리 학자들은 이러한 영향을 받지 못해 올바른 접근이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기존 지배 문명, 즉 공자에 대한 안티테제이며, '승자를 상 주지 말고, 패자를 버리지 말라'는 약자를 위한 철학으로 '노자'를 바라보았다. 노자를 통해 문명의 이기를 반성하고 인간다움을 되살리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런데도 노자의 도를 공자의 인의(仁義)와 혼동하며, '노자'를 현대 경쟁 사회를 찬양하는 처세훈으로 읽히는 것에 울분을 터뜨린다. 그렇게 나온 '노자 강의'에 대해 일부 오류를 수정하고 좀 더 보기 편한 편집으로 재출간됐다(바이북스). 조선 성리학의 대가 기대승의 후손인 저자는 서울시에 근무하면서 '동학혁명연구회'를 창립했고,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되기도 했다. '평화통일연구회' '사월혁명연구회' '전북민주동우회'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국민화합운동연합' 등에서 사회운동을 하는 한편, 동서양의 철학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국내에서 처음 '묵자'를 완역 출간하며 묵자연구자로 널리 알려졌으며, 옥중에서 그 '묵자'를 읽은 문익환 목사가 그와 편지로 논쟁한 것이 '예수와 묵자'로 출간되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전주에서 '묵자' 강의를 하다가 거주지를 옮겨 현재 대전에서 활동 중이다.

  • 주말
  • 김원용
  • 2013.03.29 23:02

"진실은 현장에 있다" 지론 생생

'현장에 가보지도 않았으면서 마치 현장 기사인양 제 나름의 소설을 쓰는 행위, 가난한 삶의 근처에도 살지 않으면서도 가난의 실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떠벌리는 정치인, 장애인의 사회적 삶은 제쳐놓은 채 비장애인들의 삶을 강요하는 행정 등 헤아릴 수 없는 일들이 우리의 발길을 무겁게 합니다.'2년 전 작고한 안당 김진룡 안토니오 신부가 요촌본당에 봉직할 때인 2003년 평화신문에'와서 보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칼럼의 일부다. 김 신부는 이 글에서 삶의 현장을 제외한 채 그 현장에 대해서 말한다면 그것은 오해와 왜곡의 출발점이 된다며, 누구든지 진실에 대해 말하려면 '현장'을 떼어 놓고 말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강조했다. 진실을 향하는 이는 현장에 서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공동대표로 활동하기도 했던 김 신부가 생전에 남겼던 글들이 유고집 '와서 보라'로 엮어졌다(도서출판 문정기획). 김 신부가 전주 복자성당 주임 신부로 있을 때 사목회장을 맡았던 이병렬 우석대 교수에 의해서다. 평신도에 의해 신부의 유고집이 발간된 것은 이례적이다. 이 교수는 "많은 분들로부터 유고집 출간을 권유받고 작업에 들어갔지만, 평신도의 신부 유고집 출간이라는 첫 사례에 정말 조심스러웠고 큰 부담을 안았다"고 했다. 유고집을 통해 불의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사회적 약자를 향해서는 한없이 따뜻했던 신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천주교 전주교구장인 이병호 주교는 유고집 발문을 통해 "사제는 예수 그리스도의 뒤를 이어 복음을 선포하고 증언하기 위해 세워진 사람"이라며 "김 신부의 생전 모습과 마음속에 흐르고 있던 정신이 새로운 빛으로 우리 마음에 와닿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유고집에서는 동료 신부들이 2주기를 애절하게 추모했다. 박기호 신부(산위의마을 원장)는 "자전거도 멈추고 그의 몸도 멈췄지만 그의 영혼은 계속 가로수 길을 달려갈 것이다"고 했다. 고인이 생전에 자전거를 즐겨탄 것을 두고서다.유고집에서는 또 고인의 동생인 김 아네스 수녀가 곡을 쓰고 글을 붙인 '그대 행복한 사람'과 '그대 사랑해요'가 실려 감동을 주고 있다. 아네스 수녀는 '많이 사랑했으니, 마음 나눴으니, 미소 따뜻했으니, 침묵 품으셨으니, 불의 아파했으니, 슬픔 함께 했으니, 한 길 걸으셨으니, 그대 행복한 사람'이라고 애도했다.군산 개정 출신의 고인은 2009년 주임신부로 활동한 군산 오룡동성당에서 전군가도를 따라 자전거로 전주로 향하던 중 익산 목천포 부근에서 심장이상으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도중 선종했다. 당시 52세였다.한편, 14일 오후 2시 치명자산 옹기성당에서 고인의 2주기 추모식과 함께 유고집 '와서 보라' 출간기념식이 열렸다. 유고집 판매대금 전액은 고인이 주임신부로 활동했던 성당의 발전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 주말
  • 김원용
  • 2013.03.15 23:02

해외여행서 만난 '서로 다름'…아하!

'한국의 특수성 중 하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외의존도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만 떨어져도 바로 우리의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받는다. 이런 특성을 지닌 나라이니 우리는 밖을 바라보고 살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들과의 교류와 소통에 모든 걸 걸어야 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한국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도 바로 세계 지역연구다.'전북대 강준만(사진) 교수는 오래전부터 이러한 필요성을 바탕으로 세계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 '세계 문화의 겉과 속''세계문화사전''세계문화전쟁''세계의 대중매체''미국사 산책'(전 17권) 등과 같은 저서가 그 결실이다. 세계 지역연구 가운데서도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이 많은 그가 세계 문화를 대학생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책을 냈다. '우리가 몰랐던 세계문화'(인물과사상사).■ 한국vs외국 에피소드로 풀어내이 책은 강 교수의 강의를 수강하는 전북대생들에게 가능한 한 자신들의 체험을 바탕으로 관련 리포트를 쓰도록 한 뒤 이를 추려서 정리한 내용들로 구성했다. 교수와 학생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만들어진 책이란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내 평소 지론이지만,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에 가장 감수성이 발달한 시기는 20대다. 이 책의 많은 필자들이 20대의 학부생이라고 해서 행여 낮춰 보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드리는 말씀이다. 매년 외국을 나가는 우리 관광객의 수가 1000만 명을 넘는다. 20대 젊은이들 가운데 외국 물 안 먹은 이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각자의 체험을 근거로 한 '세계 문화 산책'이되, 예민한 감수성과 더불어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해보고자 애를 썼다"고 저자는 서문에서 밝혔다. '유머와 소통''성과 남녀 관계''패션의 사회학''라이프스타일과 취향''대중문화의 사회학''인간관계와 집단주의''대학문화와 소통'등 7부로 구성된 이 책은 한국에 안주해 우리끼리만 살았으면 모르고 지냈을 법한 외국과의 다른 점을 학생들의 눈으로 편하게 이야기한다. 필리핀 여행에서 여장을 한 동성애자의 유혹을 받은 경험과 트랜스젠더에게 헌팅당해 키스까지 한 친구에 관한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통해 한국과 동남아시아의 성적 소수자에 대한 태도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는가 하면('왜 한국인은 동성애에 적대적인가'), 다리 노출에 관대한 우리 문화와 반대로 가슴 노출에 너그러운 서양 문화를 탐구한다('왜 한국 여성은 하의 실종기저귀 패션에 강한가').또 미국에서 한 학기 동안 교환 학생으로 지내면서 한국과 외국의 커플 문화 차이를 보여주고('왜 한국인은 커플룩을 좋아하나'). 한국인이라면 당연한 통과의례인 셀카 인증샷을 찍는데 브라질 친구가 혼자 사진을 찍는 것을 보고 "사진 찍어드릴까요?"물었던 사소한 에피소드도 간접적 비교 문화 체험이 될 수 있다('왜 한국은 셀카 공화국이 되었나'). 우리처럼 유교의 영향을 받아 교사에게 예의 바르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꺼려하고 소극적인 중국 학생들과, 자신이 받은 시험 점수도 못마땅하다고 선생님에게 항의하지만 '강남스타일'의 패러디 뮤직비디오 '전주스타일'을 만들 정도로 적극적인 미국 학생들을 통해 문화의 차이가 창의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게 한다('한국 학생과 외국 학생은 어떻게 다른가').'왜 태국은 미소의 나라가 되었을까''세계 각국의 유머 코드''왜 이탈리아인은 두 팔을 잡히면 말을 못하나-서양인과 동양인의 제스처 문화''왜 미국인은 섹스 스캔들에 집착하나-정치인의 섹스 스캔들에 대한 문화적 차이''왜 한국 주부는 밖에 나갈 때만 꾸미나-한국 주부와 프랑스 주부의 꾸미기 문화''왜 한국의 파파라치는 사진으로 돈을 벌 수 없나-영국 미국 일본 한국의 파파라치 문화''왜 한국은 스몰 볼, 미국은 빅 볼인가-한미일 야구문화''왜 한국인은 해장도 끼리끼리 하는가''왜 한국에선 한 시간 알바로 커피도 못 사먹나' 등의 제목에서 보여주듯 세계문화와 한국 문화간 차이를 재미있게 엮었다. ■ 한국 이해하는 24가지 질문'"세계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실린 글들의 제목이 대부분 '왜 한국~'으로 시작하느냐고 의아해할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설명을 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 남의 집에 놀러가서 그 집안이 어떤지 평가하기 위해선 반드시 준거점이 있어야 한다. 그 준거점이 바로 '우리 집'이다. 우리 집을 잘 모르면서 남의 집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기 위한 전제는 자기 자신, 즉 자기 문화를 잘 이해하는 기반 위에서 자기 문화와의 비교 분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 연구인 동시에 한국학 연구인 셈이다."이 책의 24가지 장 제목의 대다수가 '왜 한국~'으로 시작하는 이유와 관련한 저자의 설명이다.

  • 주말
  • 김원용
  • 2013.03.08 23:02

윤정모 소설 '들', 순창문학서 재조명

사회성 짙은 작품으로 문단의 중심에 서 있는 소설가 윤정모씨(67)의 장편소설 '들'이 연간'순창문학'에 의해 재조명됐다. 순창문인협회(회장 장교철)가 발행하는 '순창문학'은 2012년호에서 '들' 속의 순창과 농촌문학을 특집으로 게재했다.'들'은 1990년부터 92년까지 '창작과 비평'에 연재됐던 소설로, 순창을 거점으로 한 농민들의 이야기에 '순창문학'이 주목한 것이다. 황호숙 순창문협 사무국장은 '들'의 개략적인 줄거리 소개를 통해 "이 소설의 시간적 배경이 되는 1988년~1989년을 살아가는 주인공들(형권, 선형, 재현, 완준, 애경, 찬숙)과 주변 인물들 모두 순창지역에 사는 사람들이로, 순창의 농민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으며 어떤한 계기들을 통해 세상에 대한 인식을 바꾸며 변화하는지 생생하고 사실적인 관계 속에서 풀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실제 윤정모씨는 농촌 소설을 쓰기 위해 경기도 지역으로 내려 갔으나 전형적인 인물군에 대해 쓸 수 있는 젊은이가 없어 실망하다가 90년 봄 순창군 농민회 회원들을 만나서 어울리며 개개인 특출한 개성을 바탕으로 이들의 투쟁 경력과 살아온 이야기를 소설화했다고 밝힌 바 있다.특집에서는 또 황호숙씨의 인터뷰로 소설 속 모델이 된 인물들이 소개됐다. '재현'이란 이름으로 등장하는 박재근 전 순창군농민회 초대회장은 "서울 생활을 포기하고 내려올 때는 자연만 바라보고 상대하며 상처받지 말자는 각오였는 데 농민회를 만들면서 사람들과 떨어져 살 수 없음을 알게 됐다"고 했다. 당시 농민회에서 활동했던 이선형·박찬숙씨 부부, 최형권·오은미씨 부부, 풍물패 상쇠 이완준씨, 여성농민회 교육부장인 윤애경씨 등의 소설과 소설 밖 이야기들이 실렸다.경북 월성 출신의 저자는 일제 말기의 여성 군대 위안부 이야기를 다룬 중편 '에미 이름은 조센삐였다', 독일에서 활동한 작곡가 윤이상의 삶을 통해 예술적 성취와 민족적 불행의 엇갈림을 형상화한 장편'나비의 꿈' 등 역사성과 사회성 짙은 작품들로 문단의 주목을 받아왔다.

  • 주말
  • 김원용
  • 2013.02.15 23:02

무심함 속에도 온기가 있으니…복효근 시집 '따뜻한 외면'

복효근 시인(51·남원 금지중 교사)은 무표정할 때가 많다. 그러나 그 무표정 속엔 시(詩)의 샘물을 퍼올리면서 따뜻하게 번져올리는 것들과 아직도 쓰라린 것들이 동전의 앞뒤처럼 엉켜 있다. 찬찬히 따라 읽으면 숱한 마음의 갈래가 느껴지는 나직한 목소리가 들린다. 이번에 출간된 시집 '따뜻한 외면'(실천문학사)은 저마다의 고단함을 인내하는 사물을 무심하게, 하지만 어느 순간 '문득'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시인은 "우물 청소하는 마음으로 원고들을 떠나보냈다"면서 "이제 다시 빈손으로 허공 밭을 일궈 꽃을 피워야겠다"고 적었다. '따뜻한 외면'에는 "고통도 껴안으면 힘이 된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 그의 '외면'은 자포자기나 수동적 자세가 아니다. 시인은 몸과 마음의 틈바구니에서 갈등하고 주저하면서도 담담하게 '저마다 생이 갖는 가파른 경사'('자작나무 숲의 자세')를 받아들여서다. '비를 그으려 나뭇가지에 날아든 새가 / 나뭇잎 뒤에 매달려 비를 긋는 나비를 작은 나뭇잎으로만 여기고 / 나비 쪽을 외면하는 / 늦은 오후'표제작'따뜻한 외면'처럼 시인은 허공에 갇힌 떨림, 그리움, 외로움 등을 불러들여 장애물이 있는 세계에 노출된 두 존재를 접선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외면이라는 차가운 단어가 무심함을 통해 따뜻한 것으로 탈바꿈되는 순간이다. 눈에 밟히는 시도 보인다. 평화와 고통이 공존하는 삶을 맨발로 걷던 시인은 문득 슬픔과 절망에 뒤덮인다. 죽은 새에게서 민들레가 다시 피는 것을 본 시인은 노환을 앓다가 돌아가신 어머니가 새 몸을 받아 태어났을 거('시의 행로')라 여긴다. 잿빛 도시에 들어앉았던 산골 소년은 어느덧 중년 남성의 먹먹한 가슴이 됐다. 박두규 시인은 "복효근 시인의 시적 성찰의 진원지는 사람의 온기"라고 했다. 시 한 편 한 편의 소재가 된 물고기나 달팽이, 게, 자작나무 숲, 공벌레, 종이컵 등이 온기를 회복시킨다는 것. 가슴 한 구석이 허물어지거나 문득 누군가의 나직한 목소리가 궁금해진다면 그의 시를 따라 읽어볼 일이다. 따뜻한 차 한 잔을 얻어마신 기분이 들 것이다. 한편, 시인을 아끼는 지인들이 시집 출간을 기념해 16일 오후 6시 전주 최명희문화관에서 '복효근 시인의 새 시집 '따뜻한 외면'과 마주하다'를 주제로 한 소담한 자리를 갖는다.

  • 주말
  • 이화정
  • 2013.02.15 23:02

전북문학사 100년 되짚기… 도문학관 9월'동인지 특별전'

전라북도문학관(관장 이운룡)이 문예동인지를 통한 '추억의 시간 여행'을 떠난다. 문학관이 오는 9월 개관 1주년을 앞두고 '전북지역 동인지 특별전'을 기획했다. '동인지'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끼리 지어서 만든 문학지로, 한국의 초기 현대문단 형성은 바로 동인지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계몽적인 성격을 띤 초기의 잡지 '소년'(1908) '청춘'(1914)를 시작으로, 최초의 본격적인 문학동인지 '창조'(1919년)가 발간된 1910년대부터 1930년대까지 그야말로 '동인지 시대'였다. 국내 최초의 문예동인지로 알려진 '창조'보다 열흘 앞선 1919년 1월20일에'신청년(新靑年)'이 소파 방정환 선생에 의해 발간됐다는 사실이 지난 2002년 학계에 보고되기도 했다.신석정은 1930년대'시문학'에 참여했고, 소설가 채만식은 '조선문단'으로 등단했다. 서정주는'시인부락' 창간을 주도하는 등 전북 출신으로 한국문학을 빛낸 문인들 또한 직간접적으로 동인지와 연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전라북도문학관은 1910년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100년간 전북 문인들의 작품이 게재되거나 전북에서 발행된 문예동인지를 모아 개관 1주년 기념 특별전으로 일반에 보여준다. 문학관측은 알찬 전시회가 준비될 수 있도록 문인 또는 도서 수집가들이 소장하고 있는 동인지들을 출품받아 쇼케이스에 소중하게 전시한 후 반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문의 063)252-4411.

  • 주말
  • 김원용
  • 2013.02.15 23:02

"어머니는 진정 모든 사람의 사람神이다"

시인이 쓰는 수필은 어딘지 시적일 것 같고, 삶의 깊이가 묻어날 것 같다. 김용옥 시인의 수필은 이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生놀이''틈''아무 것도 아닌 것들''생각 한 잔 드시지요' 등의 수필집으로 수필가로서 입지를 단단히 한 그가 새 수필집 '살아야 하는 슬픈 이유'를 냈다(맘샘). 2005년부터 틈틈히 써온 글을 묶었다.'또 하루를 살아갈 일이 두려워 본 적이 있습니까? 또 하루를 살아갈 일이 지겨워 본 적이 있습니까?'표제에서 '슬픈'이 빠진, '살아가는 이유'의 글에서 저자는 자신의 삶을 돌아오며 삶에 대한 철학적 고뇌를 진지하게 드러냈다. 그는 '살아가는 이유'를 어머니에서 찾았다. "성자의 말을 닮아 입으로 주워섬겨도 성자의 인생을 닮는 사람을 못 보았다. 보통사람만 널려 있다. 그런데 어머니의 속성이 곧 성자의 정심을 통감했다. 툭하면 성자상 앞에 엎드려 회개하고 간구하던 나는 제일먼저 어머니께 속죄했다."'어머니는 진정 모든 사람의 사람신神이다'는 그의 어머니관은 '어머니의 지필연묵'편에서 더 구체화 된다. 어머니가 써주신'지족상락'(知足常樂, 족한 줄을 알면 늘 즐거우리라)의 명구를 무엇보다 귀한 가보로 삼았으며, 벼루함붓상자낙관함묵 등을 소재로 어머니에 대한 애정을 풀어놓았다.'제2의 나'에서는 손에 주목했다. "신이 자연을 창조했다면 인간은 예술을 창조했다. 그 예술을 창작하는 최상의 도구가 이 손이다.내 손은 늘 내 심중을 육화한다. 소리 없고 문자 없는 내 언어술사다. 제2의 나다"고 했다.수필집에서는 감나무 애찬론도 폈다. 꽃보다 아름다운 열매로 거듭나는 것이 조촐한 사람 같아 참 좋다고 했고, 표피가 자다잘게 터진 채 유난히 거무칙칙한 등걸과 윤기 자르르 흐르게 쪽 곧은 새 가지의 어우름이 아름답다고 했다. 까치밥을 남겨 자연의 생명과 더불어 사는 법을 알게 해 교육적이며, '가을 나들이 길 산자락에 발가벗은 채 정염으로 돋워낸 붉은 햇덩이를 사지 그득 매달고서, 청람 하늘 향해 열린, 기도하는 감나무는 진정 경건하다'고 보았다. 감꽃목걸이, 감잎바람, 감똑과 뾰주리감, 홍시 오우 등으로 감나무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 했다.수필집에는 또 5편의 캄보디아 여행기와 5편의 진도 여행기가 수록됐다. 1980년 '전북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은 활발한 작품활동으로 전북문학상신곡문학상백양촌문학상에스쁘와문학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 주말
  • 김원용
  • 2013.02.01 23:02

유천리 장편 '달이 뜨는 호반'

작가의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인기리에 연재됐던 유천리씨(본명 유광일)의 장편소설'달이 뜨는 호반'이 두 권의 책으로 묶어졌다(북랩).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시조 시인으로 등단한 작가가 장편소설로 독자들과 만나는 것부터 독특한 이력이다. 작가는 이미 시집'꿈꾸는 철마를 위하여'와 시조집 '천마비상도'로 필명을 알렸다. "10대는 우리에게 뭔가. 정체성, 미래에 대한 불안, 정의감,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 뒤섞인 인생의 용광로인 시기, 이 시기는 누구나 힘들게 보내지만 그래도 지나고 보면 아름다운 시기임을 깨닫는다."저자가 이 소설을 쓴 배경이자, 소설의 내용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두 살 때 어머니를 여읜 불행한 소년 김준. 할머니 손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지만 그에게 사춘기는 혹독했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극단적인 회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친구들의 갑작스런 죽음 등의 불행한 기억 속에서 10대는 아픈 만큼 성숙해갈 수 있음을 가슴뭉클하게 그린 소설이다.김제 출신의 작가는 우리 역사의 뿌리를 제대로 담은 시를 쓰고 싶어 성균관대 유학대학원에서 유교경전학을 전공했다. 법원 일반직 공무원을 퇴직한 후 경기도 고양에서 법무사로 활동하고 있다. 합기도·검도·봉술 등 고단을 보유하고, 무에타이·유도·공수도·권투 등 각종 무술을 수련했고, 특히 전통 토속기공과 무예에 관심이 많단다. 생활체육지도자·택견지도자·최면지도자·양생사 자격이 있다고 프로필란을 채우고 있다.

  • 주말
  • 김원용
  • 2013.02.01 23:02

역사의 순간 순간 날카롭게 새기다

김철규 전 전북도의회 의장(72)은 칠순이 넘은 지금에도 여전히 부조리한 사회현실에 눈을 부릅뜨고 있다. '사회의 어떤 양상을 하나의 중요한 문제로 파악하고 그것의 모순과 부조리를 파헤쳐 우리가 가야할 지향점을 제시하는 일에 특출한 능력이 있다'고 문학평론가 호병탁씨는 그를 평한다. 전북일보에서 23년간 기자로 활동하고, 전북도의원을 거쳐 현재 군산뉴스 대표로 활동하는 그의 직업과 무관치 않다.그가 낸 산문집'구름이 짓는 흔적'(수필과 비평사)도 같은 연장선에 있다. '국회의원이 서 있어야 할 자리''겨우 줄 서는 것이 개혁인가' '전국을 휩쓰는 안풍'등을 통해 정치적 소신을, '재벌이 골목대장인가''절규하는 영화동 주민들''성폭력으로부터 해방을''생각만 해도 아찔하다'등에서는 우리 사회의 병폐들을 날카롭게 지적한다.여기에 삶을 관조하고 성찰하는 이야기들도 만날 수 있다. 충북 괴산군 소재 사랑산의 연리지 산행을 통해 인연을 생각하고, 필자가 가장 좋아한다는 백합꽃을 통해 순결을 다짐한다. 병원 입원중 청명한 가을을 보내면서 정치적 욕심이나 명예도 모두 떠나보내고 오직 비워진 마음을 지키면서 남은 인생 여정을 낙천적으로 보내고 싶다는 심정을 비쳤다.50년 역사의 군산 역전 반짝시장이 사라질 운명에 놓인 상황과, 군산의 대명사로 통해온 째보선창의 옛 추억이 사라지는 모습 등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풍향계 없는 군산 정치판''강봉균 국회의원이 남긴 족적''김관영 당선자가 지켜야 할 일''상의회장은 아무나 해서는 안 된다''문동신 군산시장에게 바란다' 등 군산뉴스 대표로 쓴 칼럼들을 이번 산문집에 묶었다.'표현'수필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수필가로 등단한 저자는 '아니다, 모두가 그렇지만은 않다'등 7권의 칼럼집을 냈다.

  • 주말
  • 김원용
  • 2013.01.25 23:02

복작복작 지지고 볶는 소시민의 삶

"'내 퍼즐의 끝은 이것이었다'. 드디어 명산시장을 떠날 때가 된 것이다. 오 영감은 오른쪽 안주머니에 잡히는 은행통장을 지그시 눌러보았다. 낙원을 사들인다고 뽑아낸 병구의 전 재산이다. 동그라미를 뒤에서부터 몇 번이나 세어보았지만 실감이 나지를 않는다. 세상이 온통 분홍빛이다."소설가 라대곤씨(73)가 낸 다섯번째 소설집 '퍼즐'(신아출판사)의 극적인 반전이다. 군산 명산시장 번영회장 직함을 갖고 있는 병구가 아랫사람 오 영감에게 보기 좋게 당한 소설의 결말이다. 일제 강점기 잔재들을 군산의 근대문화유산으로 관광상품화하는 것을 마뜩해 하지 않은 데서 작품은 출발한다. '구도심 활성화도 좋지만 아무래도 일본인 거리를 복원하겠다는 것은 나이를 먹은 시민들에게는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중략). (일본양조장이 있던) 술 공장에 유곽골 시장까지 복원하면 어떨까? 홍등가 유곽까지 확실하게 복원을 해서 옛날의 흥청대던 군산을 다시 만들자. 명산시장 번영회장 김병구가 꿈꾸어 오던 세상이다."시커먼 속을 갖고 있는 주인공 병구가 제 꾀에 넘어가 비웃음거리가 된 작가의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작가는 투병 중에도 '퍼즐'을 포함 8편의 단편 소설을 써 이번 소설집에 담았다. '내 이름은 똥개''도둑맞은 배꼽''불경죄''비열한 동행''장미를 위한 랩소디''운명''환각' 등이다. 저자는 "좀 특별한 소재들이지만 모두 주변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다. 주인공이 조금씩 모가 난 이상한 성격의 소유자들이지만 비슷비슷한 사람들이 부딪히고 이해관계가 맞물린 이야기들이다"고 소개했다. 또 "잠이 오지 않는 밤에 퍼즐을 풀어가는 재미로 읽으면서 이 시대에 소시민들의 삶이 이런 것이었구나 하는 마음으로 함께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냈다"고 덧붙였다.

  • 주말
  • 김원용
  • 2012.12.21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