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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영화인 백학기 '가슴에 남아 있는 미처 하지 못한말'] 삶 깨달음 담은 '흰소' 연작 눈길

문학과 영화를 삶의 기둥으로 삼은 시인이자 영화인, 백학기 씨(57)가 시전집을 냈다.자신의 시집 3권을 한 데 묶은 시전집 <가슴에 남아 있는 미처 하지 못한 말>(도서출판 더클)은 그가 문단 데뷔 35년, 첫 시집을 낸 지 30년만이다.지난 1985년에 낸 첫 시집 <나는 조국으로 가야겠다>(문학과 지성사), 두 번째 시집 <나무들은 국경의 말뚝을 꿈꾼다>(1990년, 청하), 세 번째 시집 <많은 날들이 지나갔다>(2002, 새로운 눈)에 실린 200여편의 시를 묶었다. 여기에 이후라는 제목으로 불교에서 본성을 찾는 과정을 우화로 그린 심우도(尋牛圖)를 소재로 한 연작시 흰소10편과 부록으로 <신동아> 논픽션 수상작 내 가슴에 남아있는 천하의 박봉우를 보탰다.이번 시전집은 그가 세월에 따라 얻은 인생의 깨달음과 관조에 의해 추동됐다. 누구나 가슴에 남아있는 미처 하지 못한 말들이 있기 마련이다고 밝힌 것과 함께 심우도에 심취한 태도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문학과 영화에 대한 열병을 겪던 20대 중반에 펴낸 <나는 조국으로 가야겠다>는 분단된 한반도의 슬픔을 깊은 역사 의식으로 풀어낸 서정시로 구성했다.두 번째 시집 <나무들은 국경의 말뚝은 꿈꾼다>는 사랑과 상실의 아픔을 나타냈다.<많은 날들이 지나갔다>는 삶과 죽음의 이미지를 사물에 비유한 허무의 세계를 그렸다.이번 시전집에 수록한 흰소 연작은 그가 삶의 존재론적 상황을 심우도에 비유해 시적 이미지로 구현한 시다. 시전집을 펴내겠다고 다짐한 지난 봄부터 여름까지 썼다.흰소 9의 경우 심우도의 9번째 그림인 반본환원(返本還源)에 대한 해석을 담았다.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참된 지혜를 뜻하는 반본환원은 흔히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로 압축한다. 백 시인은 이를 차용해 삶의 근원적 표상을 조망하듯 나타냈다는 해석이다.산은 산이다//백년여관도 보였다/시냇가에 심은 교회도 보였고/고려수산도 지척이다//가까이/호남탕 굴뚝도 보였다// 인근 초등학교 교정에서/뛰노는 아이들 소리가/삼천대천세계를 울린다//한때는 처녀였고/한때는 어머니였던/연지암 비구니 스님이/절마당에 물을 뿌리고 있다//물은 물이다그는 심우도를 젊은 날부터 보고 알았지만, 깨우침이 온 것은 지난 봄날 고향의 자주 가는 암자에서였다며 결국 종교란 우리 삶이 궁극적인 세계로 돌아가기 위한 길잡이다고 전했다.저자는 고창 출신으로 전주고와 원광대를 나왔다. 지난 1981년 <현대문학> 2월호에 삼류극장에서 닥터지바고를로 추천완료되고, 같은 해 <한국문학> 5월호에 가난의 삼단논법이 신인상에 당선됐다. 이후 교사로 근무하다 전라일보, KBS홍보실을 거쳐 소설가로 활동했다. 지난 2000년 불혹을 넘겨 영화계에 입성했다. 고(故) 박철수 감독의 조감독 생활을 하면서 영화 배우로 활동했으며, 중국에서 드라마에 출연하는 등 배우와 감독을 병행했다. 현재 서울디지털대학에서 객원 교수를 맡고 있다.

  • 주말
  • 이세명
  • 2015.10.02 23:02

신정일 〈길에서 만나는 인문학〉- 길에 얽힌 사연들 이야기 주머니 되다

도보여행가이자 문화사학자인 신정일 씨(62)가 도내 곳곳을 누비며 역사와 문학을 들려주는 신간이 나왔다.지난 4월 <홀로 서서 길게 통곡하니>에서 조선시대 사대부의 비가(悲歌)를 통해 선비의 인간미를 드러냈던 그가 이번에는 역사, 사찰, 길, 자연 등 4부로 나눠 길에 얽힌 사연과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길에서 만나는 인문학>(신아출판사)을 출간했다.저자는 운명처럼 길 위에 나섰고, 걷다가 보니 길이 되었다며 옛이야기를 전한다. 걷기를 통해 고기토 에르고 숨(cogito ergo sum,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의 자아가 자연스레 마주하는 사색 끝에 저자의 풍부한 인문학적 지식이 차분하고 담담하게 드러난다.내 마음의 명당이라 소개한 역사 부문에서는 남원의 진산인 교룡산에서 동학의 창시자 수운 취제우의 시 한 편으로 길을 나선다. 수운이 교룡산성 안에 있는 선국사의 암자 은적암에서 8개월간 머무는 동안 그는 칼노래와 <논학문>을 지으며 동학의 핵심사상을 완성한다. 또한 이 기간 지역 유생, 스님과 문답을 나눈 일화도 소개한다. 결국 수운은 칼노래로 국가의 정사를 모반한 죄로 사형을 당한다. 후에 선각사는 1894년 동학농민혁명 당시 김개남 장군이 집강소를 설치한 곳으로 역사에 기록됐다.부안이 낳은 시인 이매창과 그의 연인 유희경, 소울 메이트(soulmate)였던 허균과의 사랑과 우정에 대한 이야기도 이들의 시와 곁들여진다. 이어 발걸음은 산경표를 정립한 신경준이 살았던 순창, 후백제의 도읍지 전주산성을 지나 통일신라시대의 석축산성인 전주 남고산성의 역사적 가치를 설파한다. 마음이 편안한 명당으로 꼽은 변산의 우반동, 군수 최치원의 자취가 남은 정읍 태인도 빼놓을 수 없다.바다쪽으로 향해 군산에 다다라서는 옛 지명인 진포를 통해 최무선이 화포로 왜군을 물리친 승전지의 역사와 함께 일제 강점기 수탈의 흔적도 짚는다. 일본인 농장주 시마타니가 자기 정원을 꾸미기 위해 완주군 고산면 봉림사 터에서 가져온 유물을 가져오거나, 해방 뒤에도 봉림사 터 인근에 있던 삼존불상이 전북대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긴 수난사도 알 수 있다.이어 사찰 편에서는 꽃비에 취하는 완주 화암사, 가는 길의 벚꽃이 아름다운 완주 송광사, 선운산 자락의 선운사, 미륵신앙의 이상 세계를 조성했던 익산 미륵사지, 김제 귀신사, 남원 실상사, 부안 내소사 등을 걸으며 절의 창건부터 주요한 사건과 인물까지 아우른다. 진안 마이산 탑사에 이르러서는 속금산이라 불리던 연유와 이성계가 왕의 꿈을 키우던 성지임을 일깨운다.저자가 걷기 좋은 길로 꼽은 곳도 소개한다. 섬진강 따라 진안 풍혈냉천에서 용포리까지의 길과 바람으로 머리 빗질을 하며 걷는 울창한 숲길인 전주 건지산 길, 여기에 무릉도원이 펼쳐지는 무주 금강길도 빠질 수 없다.그는 만나는 산봉우리와 흐르는 강물마다 수 백년간 이어진 길을 걸으며 선현과 문학에 대한 지식을 들춰낸다.책은 후반부로 갈수록 저자의 자연과 삶에 대한 평소 지론을 드러낸다. 그는 강, 산의 소중함과 함께 우리 민족에게 특별한 의미인 산을 조선 후기 한국을 찾았던 외국인의 기록에서 찾는다. 산기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산을 오른다 하지 않고 들어간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민족의 삶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였다는 것.저자는 독재시절 국가정보기관에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은 일화처럼 개인사도 전한다. 수 년이 흘러 비교적 친절했던 고문관을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며 길의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저자는 자신의 인생을 길이라 단언하며 길도 집이며, 집도 길이라는 것을 깨달은 때부터 순간순간이 마치 천금이나 된 듯이 소중해졌고, 불현듯 길로 나가는 시간이 많아졌다며 휴일 몸이 피곤하다는 이유로 방에서 리모컨이나 이리저리 누르면서 보내기 보다 마음을 열고 길을 나서는 순간, 나를 반기는 놀랄 만한 것들이 이 세상에 많다고 독자에게 당장 길로 나설 것을 권한다. 그 길 속에는 삶과 사람이 있다고 말이다. 이세명 기자△신정일 씨는 (사)우리땅걷기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선을 뒤흔든 최대의 역모 사건>, <신정일의 사찰 가는 길>, <새로 쓰는 택리지>(10권), <우리 역사 속의 천재들> 등 60여권의 저서가 있다.

  • 주말
  • 이세명
  • 2015.08.28 23:02

[전주 출신 이태근 씨 '밥상 혁명을 일으켜라'] "설탕은 가장 달콤한 독"

자가 치료로 체득한 건강법을 설파하는 이태근 씨(65)가 다시 한 번 밥상 혁명을 외친다.임실 구수골에서 자연식을 보급하는 이 씨는 지난 2013년 <하루 한 끼의 기적> 이후 새로운 건강 전도서인 <밥상 혁명을 일으켜라>(신아출판사)를 펴냈다.그가 강조하는 밥상 혁명은 가공식에서 자연식으로, 과식에서 소식으로, 육식에서 채식으로, 화(火)식에서 생식으로의 전환이다. 이는 지난 2008년 그가 펴낸 <밥상 혁명>의 연장선상이다.그는 내가 먹는 음식이 나의 몸과 마음, 정신과 의식, 영혼을 만든다며 그동안의 구태를 던지고 관습적인 일상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이어 그는 생명체의 문제는 단순히 기술적인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그 사람의 식생활과 관습, 환경과 운동, 그리고 정신과 의식을 바로 잡아야 건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저자가 현대의학에 의존하는 치료법에 한계를 느끼고 자연 치유의 전도사가 된 것은 30대에 찾아온 만성신부전증이 계기가 됐다. 누이의 신장을 이식받은 뒤 면역억제제와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다 부작용이 생긴 뒤 자연 치유에 빠졌다.그는 건강한 세포는 몸과 마음이 비어있을 때 스스로 병을 고친다는 일념을 전파하고 있다.저자는 이번 신간에서 현대인의 밥상을 신랄하게 진단한다. 이어 우리 몸의 소화과정을 살핀 뒤 피해야 할 9가지 재료를 제시한다. 궁극적으로 몸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변화가 필요조건이라고 역설한다.그는 현재 밥상이 위험한 이유로 당신 앞에 차려진 밥상의 음식은 대부분 화학첨가제, 살충제, 제초제, 성장촉진제, 항생제가 있으며, 유전자 조작 식품일 수도 있다며 육식을 섭취하면 단순히 고기만 섭취하는 것이 아니고 공장식 축산으로 제조되고 도축될 때 분노와 공포에 떨며 분비한 생화학 호르몬까지 섭취하고 있다고 전한다.아울러 그는 소고기가 인간과 자연을 병들게 하고, 유전자 조작 식품은 당신의 삶도 조작한다고 덧붙였다.이후 저자는 음식물이 입에 들어간 뒤 입과 식도를 거쳐 위, 십이지장, 소장, 대장, 췌장 등 몸에서 일어나는 소화의 과정을 각 기관별로 설명한다.이어 9가지 하얀 색을 띤 식품의 불량함을 지적한다. 익히 알려져 있는 쌀밥, 밀가루, 설탕, 정제 소금, 조미료뿐 아니라 우유, 두부, 닭고기, 계란 등도 불완전 또는 조병 식품이라 주장한다. 하얀 닭고기를 병든 시체라고 단언하며 설탕에 가장 달콤한 독이라는 꼬리표를 붙인다.또한 과잉 섭취된 단백질은 몸을 위험하게 만들며, 최근 유행했던 해독주스의 경우 불완전 소화로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곁들인다.이를 예방하고 해소하기 위해 그가 제시하는 밥상은 풍성한 영양가로 채우는 대신 가난함이 묻어나오는 찬이다. 요리는 최대한 간단히 하며, 규칙적인 것 보다 자유롭게 끼니를 먹으며, 필요 없이 물을 많이 마시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저자는 요리 재료에 열을 가해 온도를 올리면 변질되고, 향신료와 양념이 들어 가면 식재료 본연의 맛이 사라지고 미각을 자극해 과식을 조장한다고 주장한다.그는 이어 전주는 비빔밥과 한정식이 유명하지만 화려한 모양에 반찬의 수가 많고 고추장, 된장, 간장, 기름이 대부분 공장에서 만든 좋지 않을 재료다. 이는 콩나물국밥도 마찬가지라고 비판한다.저자는 결국 인체의 생화학 작용은 의식의 산물임을 강조한다.그는 노화의 원인은 스트레스가 아닌 스트레스의 인식이다며 두려움은 아드레날린으로 묘사할 수 있고, 통증의 신호를 엔도르핀이 차단하는 것처럼 생각이 가는 곳에 화학물질이 동반된다며 자신의 지능을 자극하고 새로운 지식, 의식, 시각 등으로 마음을 성장시켜야 한다고 제언한다.일부 과학적 이견을 제기할 수 있는 주장과 특정 종교에 치우진 점을 제외하면 참살이의 본질를 고찰하는 저자의 신념에 공감을 표할 수 있다.저자인 이태근 씨는 전주 출신으로 전주고와 한양대 고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한화종합화학에서 20년간 근무했다. 현재 농부, 목사,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몸이 맑으면 마음도 맑지요>, <밥상혁명>, <당신을 살리는 기적의 자연치유>, <한루 한 끼의 기적> 등이 있다.

  • 주말
  • 이세명
  • 2015.08.14 23:02

[미래식량연구가 이삼구 씨 '귀뚜라미 박사 239'] "앞으로 곤충 먹는 시대 옵니다"

지난 2013년 프랑스 만화를 원작으로 만든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는 마지막 남은 인류가 17년째 달리는 기차 안에서 생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영화에서 충격적인 장면 중 하나는 과일과 고기를 먹는 앞쪽 칸의 상류층과 달리 뒤쪽 칸의 하층민이 먹는 단백질 블록의 제조과정이었다. 바퀴벌레로 만든 에너지 바가 하층민의 주요 식량으로 사용됐다.지난해 열풍을 일으켰던 영화 인터스텔라는 물과 식량의 부족으로 새로운 지구를 찾는 여정을 그렸다. 황사와 가뭄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구는 옥수수만 재배할 수 있는 땅으로 변하고, 인류는 식량난에 직면한다. 결국 멸망의 기로에서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다른 행성을 찾아 나선다.미래를 배경으로 한 영화 대부분이 디스토피아(dystopia)이듯 두 영화 모두 기후 변화에 인류가 대응하지 못해 초래된 비극의 한 지점을 다뤘다. 극한 시나리오가 아니더라도 이상 기후와 식량난에 대한 경고는 계속되고 있다.다가올 식량 위기를 타계하는 방안으로 귀뚜라미에 주목한 책이 나왔다. 식단 혁명을 주장하며 영양소의 공급원을 곤충에서 찾는 이삼구 씨(51)가 그 연구과정과 당위성, 결과를 <귀뚜라미 박사 239>(행복한에너지)로 엮었다.저자는 미천한 연구 결과지만 귀뚜라미는 인류식량이라는 확고한 신념과 의지로 귀뚜라미의 가치를 일깨우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그는 이 책에서 공학박사에서 미래식량연구가로 변신한 계기를 들려주고, 귀뚜라미가 환경친화적인 식량산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저자는 먼 미래가 아닌 지금 당장에라도 전세계에서 벌어질 수 있는 식량위기의 현실을 직시하고, 이에 대해 적절히 대처해야 된다는 유엔식량농업기구의 경고가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그 배경을 설명한다.현재 지구에서 30년 이상 지속되는 수퍼가뭄인 메가드라우트로 미국, 호주, 중국, 남미,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아프리카의 상수원은 고갈된 가운데 자연 환경의 파괴로 식량난을 맞고 있다는 것.그는 세계에서 이미 종자전쟁과 식량전쟁의 서막을 올리고 있다는 증거가 지구촌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현재 우리 식탁이 차고 넘치게 풍성하다고 해서 안이한 태도로 일관해서는 안 되겠다 싶어 귀뚜라미를 연구했다고 말했다.그는 곤충 가운데 고급 단백질원으로 우리나라에서 대량 생육이 적합하고 혐오감을 줄일 수 있는 곤충으로 귀뚜라미를 찍었다. 고단백 식품으로의 우수성과 효능 체험기, 식용화 과정도 책에 담았다.저자는 귀뚜라미가 혐오스럽게 인식되는 열악한 현실 속에서도 대한민국의 식량자 주권을 확보하고 세계의 기아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분명한 목표로 접근했다며 미래 인류식량이라고 하는 식용곤충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식용곤충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하루 빨리 이뤄지길 간절히 희망한다고 전했다.저자 이삼구 씨는 현재 귀뚜라미 벤처기업 239의 대표다.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UN ISO TC23/SC6에서 대한민국 대표를 맡기도 했다. Marquis Whos Who(마르퀴스 후즈 후), 미국인명연구소(ABI, American Biographical Institute), 국제인명센터(IBC, International Biographical Centre)가 만드는 세계 3대 인명사전에 등재됐고, 전북대 연구교수를 지냈다. SCI급 연구논문 20편과 곤충 대량사육시스템과 귀뚜라미 대량 산란, 사육방법 관련 약 40건의 지적재산권을 확보하고 있다.

  • 주말
  • 이세명
  • 2015.08.07 23:02

[박남준 시인 7번째 시집 '중독자'] 숙연해지고 시원해지는 시

박남준의 신작 시집 <중독자>는 오랫동안 개척하고 축적해왔던 본원적인 생태적 사유와 실존적 감각이 견고하게 결속해 있는 역동적 화폭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박남준이 그려왔던 시원(始原) 지향의 세계를 충일하고도 낯익게 바라보아왔다. 시적 영혼의 성숙 과정이기도 했던 그 지경(地境)은, 지금이 비록 폐허의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치유하고자 하는 일관된 의식에서 그 모습을 구체화한 바 있다. 박남준은 그러한 과정을 통해 시원의 형상을 복원하려 하였는데, 그것은 유토피아나 유년 시절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지각 형식으로는 근접하기 어려운 성스러움을 내장하고 있는 어떤 것이었다. 어쩌면 그것은 훼손 이전의 순수 원형을 간접화한 형상이기도 했을 것이다. 이번 시집에서도 박남준은 그러한 형상들을 구체적 자연 사물 속에서 발견하거나, 아니면 그것을 회복 불가능하게 만드는 세상에 대하여 비판의 촉수를 던진다. 따라서 제목으로 취택된 중독(中毒)이라는 은유는, 여전히 자연 사물로부터 느끼는 불가항력의 흡인력인 동시에, 삶의 가장 종요로운 기율에 대한 본능적 경사(傾斜)를 의미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 안에는 박남준이 고유하게 지향하는 시적 형이상(形而上)과 시인의 존재론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박남준 시인의 새 시집 <중독자>(펄북스)에 붙인 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문과 교수)의 해설이다.시집 <적막> 이후 5년만에 <그 아저씨네 간이 휴게실 아래> 시집을 내고, 다시 5년만에 이 시집을 낸 박 시인의 이번 7번째 시집에는 오직 시 하나만 붙들고 살아온 시인의 연륜이 오롯이 녹아있다.이제 이 시인은 노랑 상사화 꽃술을 더듬는 긴 꼬리 제비 나비를 보면서 나비도 저렇게 무게가 있구나 깨닫고, 전깃줄에 나란히 앉은 잠자리들을 보면서 저 일사불란도 불편하지않다( 나무에 앉아 하루를 관음하네에서)고 생각하게쯤 되었다. 또 언 앞강을 보면서는 간밤에 미쳐 들여놓지 못( 마음의 북극성에서)했다고 안타까워도 한다. 도처에서 찾아지는 이런 표현들을 보면서, 어쩐지 이미 이 시인은 자연 속에서 자연에 순응해 사는 게 아니라 스스로 그 자연의 한 부분이 되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이 시집 속의 시들은 봄날 산길을 가다가 만나는 향기 진한 꽃처럼 아름답고, 숲속 깊은 데서 마주치는 오래된 신목(神木)처럼 섬뜩하다. 신경림 시인은 추천 글을 통해 이 시들을 읽으면 때로는 천년 바위가 들려주는 얘기를 듣고 있을 때처럼 숙연해지는가 하면, 또 때로는 싱그러운 고목이 내는 바람소리를 들을 때처럼 시원하다. 이들 시 앞에서 문득 우리들의 일상이 초라하고 덧없이 느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고 덧붙였다.유성호 교수는 박남준 근작들은 한결같이 세계 내적 존재로서 필연적으로 가지는 슬픔 같은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하지만 그러한 슬픔을 그는 우울한 비관주의로 노래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것을 궁극적으로 자기 긍정으로 힘있게 전환하는 내적 계기들을 풍부하게 만들어놓는다고 보았다.시집은 50여편의 시를 4부로 나눠 담았으며, 4부는 단 두 편의 긴 시로 엮었다.10여년 전 모악산을 떠나 지리산자락 악양 동매마을을 터전을 삼은 박 시인은 이번 시집을 지역의 출판사에서 발간하게 된 배경을 시인의 말로 가름했다. 지역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그 지역에 살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의 몫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시집을 내는 이들에게 왜 지역에 있는 출판사에서 책을 냈느냐고 책망을 하기도 했었다. 내가 가장 불쾌해하고 싫어한다는 무리, 말과 삶이 다른 족속 따위가 나였던 것이다박 시인이 말빚을 갚기 위해 경남 진주의 대표적인 서점인 진주문고에서 시집을 낸 배경인 셈이다.

  • 주말
  • 김원용
  • 2015.07.31 23:02

[익산 출신 이찬석씨 소설 '짜샤'] ‘왕따’ 그 처참한 현실속으로

왕따를 소재로 한 소설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우리 사회와 학생들에게 집단따돌림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시민운동가 이찬석 씨(55)가 <짜샤>를 펴냈다.저자는 “우리는 모두 왕따가 얼마나 나쁜 것인지, 당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괴로운지, 모두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만 조금만 깊이 들어가 보면 그 실상은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더 처참하다”며 “이 소설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이유도 없이 겪어야 했던 육체적인 폭행과 정신적인 고문 두 가지 측면을 고스란히 담았다”고 밝혔다. 이 책은 왕따 피해자의 심리가 변화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주인공 ‘성근’은 학교의 무법자인 ‘동식’이 이름 대신 ‘짜샤’라고 지목하면서부터 왕따가 된다.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외교관의 꿈을 꿨던 평범한 아이였지만 친구인 ‘민호’가 동식에게 폭행을 당하자 이를 돕다 동식의 미움을 받고 폭력에 시달린다. 동식이 장악한 교실에서는 ‘본보기의 대상이 자신이 아니기만을 바라는 나약하고 초라한 우리뿐이었다. 너나없이 관망자였기에 누구를 타하거나 왜 가만히 있었느냐고 비난할 수 없었다. 피해자를 도와줬다가는 결과가 뻔했기 때문에 우리는 비굴한 순종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 각자에게 있어서 용기는 사치일 뿐이었다. 마음은 친구를 위로하고 있었지만, 그 위로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낮게 포복해야만’했던 아이들의 심경도 전달한다. 성근은 3개월간의 주먹과 발길질을 당하며 ‘신문지 속에서 웅크린 채 울음 반 앓는 소리 반을 옥상에 게워 내었다’. 지독한 폭력에 시달린 성근은 정신분열 증세까지 보이다 ‘그 누구의 무엇도 나는 되고 싶지 않다’며 결국 죽음을 택한다. 저자는 “가해자는 가해자대로 위장하고 피해자는 피해자대로 아픔을 숨기는 만큼 이 책이 왕따 문제를 해결하는데 더욱 노력을 기울이도록 도와주는 촉매제로 작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익산 출신인 이찬석 씨는 IT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인으로 왕따줄이기국제연대의 총재를 맡고 있다. 저서로는 <생각의 밀애>, <인생 그 중심에 홀로 서서> 등이 있다.

  • 주말
  • 이세명
  • 2015.07.24 23:02

[강준만 교수 '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1'] '점수 영어' 아닌 '재미 영어' 강조

magazine(매거진)은 잡지라는 뜻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magazine gun(매거진 건)은? 잡지 총이 아니라 연발총을 뜻한다. magazine은 잡다한 것을 모아두는 창고라는 뜻을 가진 아랍어 makhzan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이탈리아(magazzino), 프랑스(magasin)가 먼저 이 단어를 받아들인 뒤 영어에는 1580년께 유입됐다. 지금도 창고라는 뜻과 함께 탄약(화약)고를 가리키고 총알들의 창고라는 의미에서 연발총의 탄창이란 뜻도 있단다. 왜 탄창이나 화약고가 잡지로 오해받는가?에 대한 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설명이다.이어 강 교수는 동물 비버(beaver)가 미국인의 사랑을 받는 이유로 유럽과는 다른 미국의 개척사에서 작용했다고 전한다.그는 미국인이 유럽인에 비해 비버에 대한 애정이 강한 점으로 활동성을 들었다. 신대륙 사람은 구대륙의 유럽인과는 달리 많은 노동을 하며 노동 자체를 신성시했고, 오늘날에도 미국인은 게으름을 도덕적인 문제로 간주하며 생산적인 것을 가장 행복하게 여긴다는 인식이다.왕성한 글쓰기를 지속하는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영어로 인문학적 소양을 넓혀주는 <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1>(인물과사상사)를 출간했다.점수를 맞기 위한 영어를 벗어나 단어를 통해 정치, 사회, 문화, 역사, 상식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이전에 강 교수가 펴낸 <교양 영어 사전>(2012), <교양 영어 사전2>(2013), <인문학은 언어에서 태어났다>(2014)의 연장선상이다.<재미있는 영어 인문학 이야기1>는 모두 10장으로 구성했다.미국의 주(州)와 도시, 성경종교신화, 식물동물자연, 정신감정심리, 남녀관계와 페미니즘, 학교교육지식, 군사전쟁고문, 정치민주주의국제관계, 조직기업경영, 디지털 문화와 기업 등으로 나눠 지식을 전달한다.이어 각 장마다 주제에 따라 10개씩 단어를 선별했다. 단어의 유래와 함께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100개의 단어를 통해 역사와 상식 등의 인문학적 이야기를 펼친다.제6장의 학교교육지식편에서 소개한 walk the chalk(워크 더 초크)는 똑바로 걷다라는 뜻과 함께 엄밀히 명령을 좇다, 신중히 행동하다는 뜻을 지닌다. 이는 배 안에서 이뤄진 음주 측정에서 나온 말이다. 선장이 배의 갑판 위에 분필(chalk)로 선을 그은 뒤 선원이 이를 따라 똑바로 걷게 해 취한 선원을 가려내던 데서 유래됐다. 미국에서는 지금도 자동차 운전과 관련해 이런 음주 측정법이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여기에 더해 by a long chalk(바이 어 롱 초크)또는 by long chalks는 훨씬, 단연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chalk는 운동 경기에서 점수를 흑판에 기록하던 분필을 가리키며, 큰 점수 차가 났다는 표현이다.이 외에도 강 교수는 SNS인 인스타그램(Instagram) 열풍을 언어를 통해 분석하고, 관료제(adhocracy)를 대체할 수 있는 조직을 고찰한다. 또 왜 dismal(디즈멀)이 음울한이란 뜻을 갖게 되었는지, 거버넌스(governance)라는 말이 왜 유행하는지, 왜 이론(theory)은 어리석거나 위험한지, 라마다(ramada) 호텔의 라마다는 무슨 뜻인지를 풀어내며 독자의 흥미를 유발한다.강 교수는 영어가 종교화된 한국에서 점수 영어로 변질된 현실을 인문학이어야 하는 영어로 제시하기 위해 재미 영어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 주말
  • 이세명
  • 2015.07.17 23:02

[정읍 출신 이석연 변호사 '사마천 한국견문록'] '사기' 통해 돌아본 우리 사회

공정함과 정의가 국민적 삶의 올바른 가치로 정립되고, 그리하여 묵묵히 일하는 사람이, 뚜벅뚜벅 정도를 걷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제대로 평가받고 대접받는 한국사회를 꿈꾼다.이석연 전 법제처장(62)이 사마천의 〈사기〉에 비춰 우리 사회 전반을 돌아보는 〈사마천 한국견문록〉(까만양)을 펴냈다.모두 22장에 걸쳐 세월호 선장의 무사유, 역대 대통령들의 실패, 지식인들의 사명 회피, 존경받는 원로가 없는 현실 등 한국사회에서 나타나는 여러 문제점들을 〈사기〉의 각 예화에 빗대 비판하는 내용을 담았다.이 전 처장은 어린 학생들을 버리고 자신의 삶을 먼저 구한 이준석 세월호 선장의 행위에서 한(漢) 무제 때 이기적 관리인 왕온서의 사례와 한나 아렌트가 지적한 악의 평범성을 들춰낸다.또한 직언하는 신하와 이를 너그러이 받아들이는 군주의 태도를 높이 받들어 동시대 위정자들에게 제시한다.위나라 문후가 신하들에게 나는 어떤 군주인가라고 묻자, 임좌만(동생에게 새로 얻은 땅을 나눠주지 않았으니) 어질지 못하다고 답했다. 이에 화가 난 문후가 책황에게 물으니 어진 임금이라고 답했다. 책황은 임금이 어질면 신하가 바르다. 임좌가 한 말이 바르니 전하가 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말을 들은 문후는 기뻐하며 임좌를 상객으로 정중히 대접했다. (중략) 직언하는 신하 없이 성공한 군주는 없다. 그러나 직언하는 신하가 있다하더라도 그것을 군주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현실정치적으로 보수 관점에 섰던 이 전 처장은 박정희 정권 당시 독재에 저항했던 시인 김지하의 결기와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상임고문의 정계 은퇴 결단을 높이 평가했다.또 저자가 이상득 전 의원의 구속 재판 과정에서 그를 만나러 갔던 예화도 눈길을 끈다.이 전 의원이 저자에게 자신의 동생이 대통령이 될 당시 장남이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라고 했던 사실을 상기하며 눈물을 떨구던 장면을 소개한 뒤 장남의 요청대로 직위에서 물러나 초야에서 유유자적했더라면 존경받는 원로로 남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비정상화의 정상화에 대해서는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비정상을 바꿀 생각은 않고 자신들의 잣대로 국민의 변화를 요구한다며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구체적 정책이 제시돼야 한다고 주문했다.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정읍 출신으로 전북대 법대와 동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법무법인 서울의 대표 변호사다.연합뉴스

  • 주말
  • 연합
  • 2015.07.10 23:02

[김제 출신 ‘글쓰기 훈련소’ 임정섭 소장 〈심플〉] 사람 마음 움직이는 글은 '단순'

글은 그 종류를 막론하고 독자가 단시간 안에 목적을 파악하고 핵심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짧은 분량으로도 독자를 효과적으로 설득하고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 SNS나 블로그 등 새로운 글이 계속 업데이트되는 미디어 환경이나, 사안을 빠르게 판단하고 결정지어야 하는 직장에서는 횡설수설한 글, 어렵고 복잡한 보고서는 살아남기 어렵다. 읽는 이로부터 가차 없이 외면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글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글쓰기 강사이자 ‘글쓰기 훈련소’ 소장인 임정섭 씨(53)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글이란 어렵고 멋진 글이 아니라, 쉽게 쓰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이라 말한다. 고급스럽기 이전에 명료해야 하고, 뛰어나기보다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인 대부분은 소설과 같은 아름다운 문장이 글쓰기의 전부라 생각해 정작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써야 하는 ‘실용적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임정섭 소장이 글쓰기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토로하는 수강생들을 보며 쉽고 간단하지만 핵심을 정확히 파고드는 글쓰기 비법을 책으로 냈다. <심플>(다산북스). 이 책은 서평·에세이·자기소개서부터 칼럼·연설문·보고서·기획서까지 각 글에 어울리는 ‘맞춤형 공식’을 소개한다. 저자는 장르에 따라 각기 다른 재료를 어떻게 동원하고, 재료 배치를 어떻게 할 때 좋은 글이 나올지 예시와 함께 공식으로 설명하고 있다.서평의 경우 말하고자 하는 핵심 주제(Point)와 간략한 줄거리(Outline), 서지 정보와 작가 소개에 해당하는 배경정보(Information), 책 속의 명문장이나 글귀인 뉴스(News), 책을 읽고 난 후의 소감(Thought)을 써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자기소개서는 자신을 한 문장으로 나타내는 콘셉트(Concept)와 그 근거를 제시하는 스토리(Story)가 큰 구조다. 보고서는 전하려는 내용의 핵심(Point), 보고를 하게 된 배경(Information), 보고 대상(Object), 자신의 의견(Thought), 참고 자료(News)를 반드시 써야만 형식을 갖출 수 있다. 글을 쓰기에 앞서 내가 쓰고자 하는 글에 꼭 필요한 재료와 구조를 알면 보다 쉽고 빠르게 글을 쓸 수 있다. 더불어 핵심만 명확히 제시하기 때문에 글이 중언부언하거나 쓸데없이 길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범인에게 글쓰기는 거룩한 예술이 아니다. 글쓰기는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킬러고, 상사를 설득하고 고객과의 협상에서 이겨야 하는 전투다. 또한 글쓰기는 정신적 소모가 많은 노동이다. 이럴 때 매뉴얼이나 공식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저자가 이 책을 낸 배경이다. 저자는“글은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다. 메시지를 효율적으로 전달함으로서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고 소통하는 도구다. 이 때문에 우리는 ‘글에 꼭 들어가야 할 요인’을 파악해 구조를 짜고, ‘두드러지게 써야 할 부분’과 ‘설득의 포인트’를 우선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그는 또 소설이나 시를 제외하고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대부분의 글은 타고난 재능이 아닌 ‘훈련’만으로도 얼마든지 잘 쓸 수 있다고 말한다. 매일 한 단락씩 생각을 자유롭게 글로 풀어내고, 다양한 수사법을 활용해 글을 확장해나가다 보면 글쓰기 근육이 키워지고 어느새 글 한 편을 거침없이 써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이 책에서 또 프로 글쟁이만 아는 글쓰기 고급 기술과 글을 잘 쓰기 위해 가져야 할 습관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글쓰기 고수들이 글감을 수집하는 방법, 대상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사고하는 방법, 눈길을 끄는 서두와 엔딩을 연출하는 방법을 익히면 남과 다른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고 글을 통해 나만의 개성을 표출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메모하기, 나만의 글쓰기 창고 마련하기, 고정 시리즈 연재하기 등의 작은 습관은 타고난 글 센스가 없는 사람이라도 노력을 통해 프로 글쟁이가 되도록 돕는다.이와 함께 본문에 실린 70여개의 예문들을 통해 글을 보는 안목과 감각을 높여주고, 인문학적 교양을 쌓을 수 있다. 김제 출신의 저자는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으며, 전북일보·경향신문·서울신문 편집기자를 지냈다. 10여 년의 언론사 경력과 기자 양성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개념 글쓰기법인 ‘포인트 라이팅’을 개발해 글쓰기 붐을 주도했고, EBS라디오 <직장인 성공시대>에 고정 출연하며 글쓰기 코치로 활동했다. <올의 생존법> <프로는 한 장짜리 기획서도 다르다> <글쓰기 훈련소> <글쓰기, 어떻게 쓸 것인가> 등의 저서가 있다.

  • 주말
  • 김원용
  • 2015.07.03 23:02

[진안 출신 허소라 시인 '이 풍진 세상'] 팔순 즈음에 느끼는 인생무상

팔순에 다다르는 시인이 바람만 조금 불어도 흔들리고 마는, 오 가냘픈 자신의 몸에게말한다. 우리가 만난 지도 어언 이순을 훌쩍 넘겼다. 그동안 밤낮으로 봉사해온 너를 위해 너의 가장 단단한 곳에 내 유언을 새겨놓았으니 비록 우리가 헤어진다 해도 너를 흙으로 보내지 않기 위해, 내가 새 되어 푸른 하늘을 날아가는 날 너는 다른 사람의 눈이 되고 심장이 되고 골수가 되어 다시 태어나리라시인은 타국인 중국 연변에서 쇠한 몸에 감기까지 얻자 늙음에 잇닿은 죽음을 떠올렸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도달한 지점은 인생무상이다. 근대 가요 희망가의 앞 부분을 따온 이 풍진 세상에서 우리가 굳이 떠밀지 않아도/겨울이 떠나고/우리가 굳이 손짓하지 않아도/봄은 저렇게 절룩이며 오는데/개나리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핀다. 시간에 따른 자연의 순환은 끝없다. 인간도 생성과 소멸의 굴레 속에 속한 존재일 뿐이다. 지난 폭설에도, 산불에도/온전히 죽지 못하고 썩지 못한 것들이다. 이 존재는 마침표 없이 출렁이는 저 파도 속에/떠밀려 가는데/비로소 큰 눈을 감는 곳에서 발을 구르는 자 하나 없더라/기록자 하나없었다. 그때 우리 모두는, 멱살잡이였으므로/남과 북, 동과 서, 이웃과 이웃이/질펀한 싸움판이었으므로/그 속의 골리앗이었으므로 순간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다는 노시인의 깨달음이다.허소라 시인(79)이 약 20년 만에 8번째 시집 <이 풍진 세상>(신아출판사)을 출간했다.이번 시집은 5부분으로 나눠 57편을 담았다. 제1장은 그가 평소 두었던 시대적 역사적 관심사를 소재로 했다. 이 가운데 해빙기, 비의 곡 등 몇 편은 애정이 넘쳐 다시 실었다. 제2장은 지리산, 전주, 선은리에서 얻은 단상을 실었다. 제3장은 지난 2000년 중국연변대학에서 1년간 조문학부 강의를 하던 체류의 경험을 바탕으로 했다. 제4장은 2000년대 들어 헌사(獻詞)했던 작품을 모았다. 마지막 제5장은 다른 신앙시집에 수록됐던 시를 덧붙였다.허 시인은 머리말에서 첫 시집 <목종>을 세상에 내놓을 때는 최초의 연서인 양 무척이나 수줍고 설레였는데 약 20년 만에 내놓는 8번째 시집의 자서를 쓰려니 마치 마지막 유서를 쓰고 있는 듯 만감이 교차한다고 밝혔다.시대의 양심을 읊었고, 첫사랑의 꿈이 어려 있는 산문으로 20대를 보낸 그였지만 이제는 생애 마지막 시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라는 게 중고등학교 시절 공부할 때는 보석을 찾는 것처럼 했었다며 시를 만드는 기술자가 되서는 안 되기에 마지막 시집이라는 생각으로 냈다고 말했다.아울러 그는 문학의 역할 가운데 하나가 동시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그들이 염원하는 일에 동참하고 고뇌하는 일일진대, 남은 생애에도 이 점을 명심코자 한다고 덧붙였다.작품 해설에 나선 오하근 문학평론가는 시인은 이 시집을 통해 노년을 내색하다가도 이내 이를 망각한다고 설명한다.오 평론가는 그가 살아온 풍진 세상을 읊을 때는 시대를 증언하고 그 능욕의 구렁텅이에서 시대를 건지려 노력하고 때로는 젊은이의 기지와 풍자로 시대상을 조명한다면서도 노년의 예지와 기독교의 사랑을 설교하듯 평화와 평등을 설파한다고 해석했다.아울러 그는 시인은 궁극적으로 나이를 무화시켜 한 세상의 평균 나이로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와 당위적인 사상을 노래한다고 덧붙였다.허소라 시인은 진안 출신으로 전북대 국문학과 졸업를 졸업했다. 이후 고려대와 경희대에서 각각 석사박사과정을 졸업했다. 1959년 <자유문학>에 추천을 받아 등단했다. 저서로는 시집 <목종(木鐘)>, <풍장>, <아침 시작>, <겨울밤 전라도>, <누가 네 문을 두드려> 등, 수필집 <흐느끼는 목마(木馬)>, <파도에게 묻는말> 등이 있다. 전라북도문화상, 풍남문학대상, 모악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군산대 교수와 석정문학관장을 지냈다.

  • 주말
  • 이세명
  • 2015.06.19 23:02

[최명표 편저 '윤규섭 비평전집1 인식과 비평'] 1930년대 대표 문학평론가 재조명

1930년대 문단에서 휴머니즘 비평의 중심에 있던 절산 윤규섭 평론가(1909년~미상)의 글을 모은 전집이 다시 출간됐다.지역의 문인을 발굴해 소개해 온 최명표 문학평론가는 <윤규섭 비평전집1 인식과 비평>(신아출판사)을 펴냈다.이는 지난 2003년 그가 출간했던 <인식론적 비평과 문학>(새미)의 수정보완판이다.1937년 4월 조선일보에 실은 윤규섭 평론가의 첫 비평 문단항변부터 1946년 7월 <신문예>의 민족문화론까지 월북 이전의 작품 61편을 연대순으로 묶었다. 더욱이 윤 평론가의 얼굴 사진이 처음으로 공개됐다.최명표 평론가는 지난 작업에 모자란 부분을 채웠다며 전주지역 고교 출신으로 <문장>이나 <인문평론>에서 주요 비평을 떠맡다시피 하고, 비평계를 끌고 나간 사람임에도 조명이 되지 않아 아쉬운 마음에 다시 책을 엮었다고 말했다.윤규섭 평론가는 남원 운봉 출신으로 운봉보통학교와 전주공립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한 뒤 청년운동에 뛰어들었다. 동맹휴학을 주도하고 신간회 활동을 했으며, 1930년 언론, 출판, 결사, 연구의 자유를 촉구하는 격문을 배포하다 서울로 압송돼 2년간 영어생활도 했다.이후 1937년 그는 조선일보에 문단 항변-그 사상적 혼미에 대하야를 발표하면서 비평을 시작한다.당시 그는 조선 문단을 지배하는 사상적 경향을 민족문학, 계급문학, 자연주의 리얼리즘, 심리주의 ,낭만주의, 휴머니즘이 각축하는 혼란상으로 짚었다.그는 휴머니즘론에서 필요성을 인정하고 기존 논의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새로운 개념 정립을 시도했다. 휴머니즘의 역사적 고찰보다는 현대적 의의와 조선 문단에서 의미를 구명하는데 중점을 뒀다.휴머니즘은 유물론적 토대 위에서 리얼리즘과 구별돼야 하고 정당한 방향을 지시하는 것이야 말로 과학적 사상의 임무라는 주장이었다.어떤 문학 조류일지라도 조선의 비평적 토양과의 관련성 등을 살펴보지 않고 함부로 영합하거나 거부하는 지식인의 태도는 크게 반성해야 한다는 지론을 펼쳤다.당시 그는 휴머니즘론이 왜곡 전개되는 원인을 이론의 수입자가 보수적 이론가였기 때문이라고 봤다.그는 평소 비평가는 문화적 사회적 관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비평가의 덕목으로 문제의 제출과 파악면에서 지도성을 내세우기도 했다. 또한 비평은 시대의 중심 과제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고 정의했다.그는 1930년대 후반 임화 시인평론가와 비평에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당대 유력한 비평가에게 도전해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하려는 전략적 이유와 함께 두 사람의 관점에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윤규섭 평론가는 프롤레타리아문학동맹에서 활동했고, 조선문학가동맹의 대표 주자였던 임화 시인과는 노선이 달랐다.윤규섭 평론가는 조선의 특수성을 간과한 채 전개되던 사회주의 리얼리즘론을 비판적 시각으로 검토하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상사적 인식을 중시하며 객관적 현실의 구체적 파악을 강조했다는 게 최 평론가의 설명이다.하지만 윤규섭 평론가는 월북으로 우리나라에서 잊혔다. 그는 민족문학을 화두로 삼아 논지를 펼쳐다 광복 이후에는 친일 잔재를 청산하고 자주적 독립국가를 건설하는 운동에 참가했지만 가족을 데리고 월북했다. 이후 필명을 윤세평으로 바꾸며 북한문학의 비평적 기반을 닦는 일에 힘을 쏟았다.특히 고대 문학 작품을 정리하고, 출판과 교육에 종사했다. 김일성종합대학 조선문학 강좌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때 춘향전, 홍길동전, 전우치전, 심청전 등을 주해했다. 이같은 작업을 통해 북한에서 민족문학의 기틀을 마련한 인물로 평가 받았다.그가 고전문학을 체계화할 수 있었던 바탕은 광복 전, 전주의 고서점에서 완판본을 대거 입수했기에 가능했다.최명표 평론가는 그가 쓴 완판이라는 수필에는 전주 다가동 천변에 즐비하던 책방에서 완판본을 구한 일화가 있다며 이를 가지고 월북해 고전문학을 연구할 수 있었다고 들려주었다.그러나 1960년대 북한에서도 해방후 세대가 비평계를 장악했고 이 즈음 윤규섭 평론가도 황해도의 귀순자 농장으로 숙청된 것으로 알려졌다.최 평론가는 그동안 문학적으로 반드시 거명돼야 할 비평가를 연구 공간 너머에 방치하고 있었다며 개인의 자유와 문학적 신념이 정치적 이유로 훼손되는 일은 분명히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그는 이어 윤규섭의 문학적 삶과 비평적 글쓰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한국 근대문학 비평사 연구에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되길 바란다며 비평적 글쓰기를 했던 문학적 고뇌가 동시대인에게 공유되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최명표 문학평론가는 전북대 국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소장한 문학 자료를 모아 <전북지역시문학연구>, <전북지역아동문학연구>, <이익상문학전집>, <유엽문학전집>, <김창술시전집> 등을 펴냈다.

  • 주말
  • 이세명
  • 2015.06.12 23:02

[황병근 개인문집 '고삐 풀린 세월'] 삶의 애환 넘어 전북 현대사 보는 듯

한 인물의 개인사를 통해 시대를 읽을 수 있다. 그 인물이 정치·사회·경제·문화적으로 활동 범위가 넓었다면 그만큼 더 시대사를 확장시킨다. 격동의 현대사를 부여잡고 산 황병근 성균관유교총연합회 전북도본부장(82)이 개인 문집을 냈다. 〈고삐 풀린 세월〉(신아출판사). 개인 문집이지만, 개인의 애환을 넘어 한국 현대사의 아픔과 전북이 달려온 발자취까지 읽을 수 있는 문집이다. 그의 삶이 그만큼 치열했기 때문이다.그의 치열한 삶은 몇몇 이력으로 확인할 수 있다. 초창기부터 10년간 전북도립국악원장을 지내며 도립국악원의 오늘이 있게 반석을 놓았고,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이사장과 전북예총연합회장 등을 지내며 전북 문화예술의 중심에서 활동했다. 두 차례에 걸쳐 전북도의원으로 정치권에 몸을 담았으며, 노인들로 구성된 에버그린밴드를 만들어 예술에서 나이가 없음을 보여줬다. 3년 전부터 유림들의 중심체인 전북유교연합회(전 유도회)를 이끌며 현역으로 사회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그의 삶에서 유명 서예가인 선친 석전 황욱(1898∼1992) 선생을 빼놓을 수 없다. 문화예술 관련 활동과 유림 활동을 하게 된 바탕이 선친의 영향이었기 때문이다.실제 석전 선생의 생전 모습을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 몇 차례 서울에서 가진 석전의 전시회에 윤보선·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유진오 박사, 이방자 여사, 황인성 전 국무총리 등의 얼굴들이 빛바랜 사진으로 등장한다. 석전 선생에게 보낸 박정희 대통령의 격려 편지와 윤보선 전 대통령·유진오 박사의 친필 편지도 수록됐다.〈고삐 풀린 세월〉의 책 이름은 필자의 아픈 역사가 묻어 있다. 그의 두 형님이 좌익과 관련돼 연좌제에 묶여 취업이 불가능했다. 그는 공자의 말을 빌려 “15세 때 학문에 뜻을 두었으나 6·25전쟁으로 그 뜻이 무너졌고, 신분상 불구자로 묶여서 30세가 넘어서도 뜻을 세울 수 없었으며, 40이 넘어서도 미혹함을 떨칠 수가 없어 술과 벗삼아 살아오다가 하늘의 명을 알아차릴 수 있는 지천명의 50세를 훨씬 넘어서야 암울했던 역경에서 그 무거운 족쇄를 풀고 신분상의 해방을 맞았다”고 했다.1985년 연좌제 폐지에 따라 초대 도립국악원장에 임명됐으며, ‘언감생심 꿈도 꾸어보지 못했던 고급공무원’을 하게 된 것을 두고서다. 그 절실했던 상황을 책 제목으로 드러낸 것이다.문집은 ‘남기고 싶은 공적’ ‘칼럼’ ‘부록’(발간사 및 자서전’ 등 3부로 엮었다. 전북도립국악원 설립을 주도하게 된 상황, 도의회 활동, 석전선생 유작품과 문화재급 고서화 등 5200점을 국립전주박물관에 기증한 경위 등을 ‘공적’으로 세웠다.20여 년간 신문 등에 게재한 글을 정리한 칼럼은 ‘목민하는 왕도정치의 구현을’ ‘과욕은 불행을 낳고 순리는 평화를 낳는다’ ‘문화예술은 인간 행복의 원동력이다’ ‘교육은 국가백년대계’라는 테마로 묶었다. “소시 이후 도학을 숭상하는 가문에서 가정교육을 받고, 문화예술 분야에서 유어예(游於藝)하며 종사했기에 문화예술진흥과 도덕성 고양, 그리고 목민정치 구현과 권선징악이 주요 관심사였다”는 것.부록으로 게재한 〈자서전〉에서 ‘인간 황병근’의 진솔한 면을 볼 수 있으며, 부인 전인주 여사(전 교사, 예절교육 강사)의 가문 이야기가 첨부됐다.김남곤 전 전북일보 사장(시인)은 문집 발간 축사를 통해 “황 회장은 한 세기를 풍미했던 석전 선생의 괴석 같은 악필(握筆)과 그 웅건한 운필정신을 이어받았음인지 선악과 미추를 바라보는 비평의식이 확연하다. 한때 전북도의 의원으로 활동했던 정치 감각의 성과와 현 유교연합회 전북본부장으로서 이 땅의 실추된 윤리의식을 선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도 높이 사지 않을 수 없다”고 적었다.출판기념회는 10일 오후 5시 전주향교 대성전에서 열린다.

  • 주말
  • 김원용
  • 2015.06.05 23:02

[이병천 글·안봉주 사진 '당신에게, 전주'] 맛과 멋의 도시 '깨알같은' 안내

전주는 여러 타이틀을 지니고 있다. 유네스코가 선정한 음식창의도시, 국제슬로시티, 한국관광의 별, 프랑스의 여행안내서 미슐랭 가이드가 최고 평점인 별 3개를 준 도시다. 여기에 국제영화제, 비빔밥축제, 국제발효식품엑스포, 전주대사습놀이, 세계소리축제 등으로 일년 내내 입, 눈, 귀가 즐겁다.역사적으로는 견훤이 후백제를 건국하며 도읍으로 사용됐고, 갑오년에는 동학혁명이 일어나 백성 자치기구인 집강소로 다스려졌다.이제는 해마다 5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한옥마을에 밀물처럼 몰려 비로소 포텐이 터진 곳이다.이들에게 전주의 겉핥기가 아닌 속살을 들춰내는 <당신에게, 전주>(꿈의지도)가 나왔다. 전주를 방문하는 사람뿐 아니라 전주 시민에게 상식이 될만한 이야기를 묶었다. 전주에서 나고 자란 소설가 이병천 씨(59)의 글에 사진기자 안봉주 씨(57)의 사진이 더해졌다.이 책은 전주 사람이라면 들어본, 또는 알고 있다고 여기지만 막상 썰을 풀기에는 다소 빈약한 콘텐츠를 가진 사람에게 유용하다. 전동성당과 오목대를 훑은 뒤 초코파이와 꼬치를 맛보고 전주를 떠나는 여행객에게는 여행지의 사연과 가치를 재인식하게 하는 안내서다.책은 장소, 멋, 맛 등 세 부분으로 나눠 전주의 이야기를 전한다. 저자는 각각의 글감에 얽히 내력과 현재의 모습까지 기술하며 풍경을 전한다. 추억과 애정이 묻어나는 시선과 맥을 같이해 작가의 탄탄한 글쓰기 실력에서 나온 간결한 문장으로 채워졌다. 중간중간 고은, 안도현 시인의 작품이 곁들여진다.더욱이 꼭지마다 꼬리에 트래블 노트(travel note)를 적어 여행자에게 깨알같은 도움말을 실었다. 한옥 게스트하우스의 시설과 이용 안내가 길잡이 역할에 충실하다.오랜 세월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경기전과 전주사고, 전동성당, 덕진연못, 전주향교 산성길과 관성묘 등 이야기가 있는 전주의 대표적인 가 볼 곳이 먼저 소개된다. 이어 멋은 전주의 현관인 톨게이트부터 시작한다. 학인당, 사투리, 소리축제와 대사습놀이, 가람과 석정 그리고 최명희, 수달, 정여립의 길 등으로 역사와 문화를 펼쳐보인다. 마지막인 맛은 싱그러운 향내를 책장에 풍기는 전주 복숭아, 고유의 음주문화인 가맥집. 메밀국수집, 오모가리탕, 피순대. 모주와 황포묵 등 한 상 넘치는 음식으로 차렸다.저자는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의 주요 촬영지였던 전주향교의 은행나무를 보고는 안도현 시인의 은행나무를 빌려 괴테와 연관짓기도 한다. 임진왜란 때 정읍 태인의 선비였던 손홍록과 안의의 충정심을 전하며 전주사고의 가치를 새삼 일깨운다. 두 선비는 전쟁이 일어나자 전주사고에 있던 태조부터 명종까지 13대에 걸친 실록 804권과 태조 영정을 내장산으로 옮긴 뒤 무사에게 지키게 해 훗날 조정에 인계했다. 오늘날 문화콘텐츠의 원천 기록인 조선왕조실록이 후대에 전해지게 된 일화다.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속의 배경이 된 전동성당도 순교자들의 피가 흐르는 곳이다. 우리나라 천주교사에 기록된 최초의 순교자인 윤지충과 권상연이 1971년 처형된 장소다. 당시 그곳은 형장이었다. 이후 프랑스 출신 보두네 신부가 1908년 성당 신축을 시작했지만 건립 비용을 2차례나 도둑 맞아 1914년에야 공사를 마쳤다.설계는 서울 명동성당 공사를 맡았던 프와넬 신부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명동성당을 아버지 성당으로, 전동성당을 어머니 성당으로 부른다는 전언이다. 성당을 쌓아올린 돌 역시 당시 신작로를 낸다는 이유로 헐린 남문 성벽의 일부였다.각기 간직한 사연뿐 아니라 실린 사진도 볼거리다. 개절별로 형형색색 옷을 바꿔 입은 전주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가을날 은행잎이 땅을 뒤덮어 노랗게 물든 향교, 7월이면 연꽃이 표면을 메우는 덕진공원, 전주천에서 포착된 수달, 산벚꽃이 만개한 봄날의 완산칠봉, 흰 눈이 소복히 내려앉은 한옥마을의 전경 등이 멋드러진 풍광으로 실렸다.저자는 전주에서 만났던 사람, 풍경, 음식, 잠자리, 사건의 이름이 당신이다며 전주에 대해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저절로 달래지는 곳, 완전한 완주(完州) 땅 안에 찐빵 팥소처럼 온전하게 들어앉은 전주(全州)라고 정의내린다.△저자인 이병천 씨는 전북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198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돼 등단했다. 전주MBC PD를 지냈다. 저서로 소설집 <사냥>, <모래내 모래톱>, <저기 저 까마귀떼>, <홀리데이> 등이 있으며, 장편소설 <마지막 조선검 은명기>, <에덴동산을 떠나며>, <90000리> 등이 있다.△사진을 맡은 안봉주 씨는 전주고와 숭실대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사진기자가 됐다. 현재 우석대 겸임교수, 전북일보 편집국 부국장을 맡고 있다. 지난 2008년 전북예술상, 2009년 올해의 좋은 기자상, 2009~2013년 한국보도사진전 우수상과 가작 등을 수상했다.

  • 주말
  • 이세명
  • 2015.05.29 23:02

[이종민 전북대 교수 '미치거나 즐기거나']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 잃지말아야

이종민 전북대 교수(영문학)는 전주와 전북문화의 파수꾼이다. 그는 전주와 전북문화의 오늘이 있기까지 종횡으로 활동해왔다.1987년 비판적 아카데미즘을 내세우며 호남사회연구회를 출범시켰으며, 월간 지역문화 전문지 <문화저널>의 편집위원주간으로 활동하며 역사테마기행인 백제기행을 비롯하여 지역의 역사와 사라져가는 전통문화를 발굴하고 발전시키는 기획을 주도했다.1991년 동학농민혁명 100주년 기념사업을 제안하여 기념사회를 탄생시켰으며, 현재 사업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2004년에는 전주전통문화중심도시추진단장으로 전주전통문화정책을 국가사업에 반영시켰으며, 천년전주사랑모임상임이사로 활동하며 전주의 문화를 고민해왔다.그의 30년 문화적 내공이 책으로 묶어졌다. 이종민의 秋水客談<미치거나 즐기거나>(이지출판). 저자가 문화현장을 누비며 느꼈던 생생한 지역문화비평서다. 전북일보 오목대코너에 실은 80여편의 글과, 예전에 썼던 10여편의 칼럼을 모았다.칼럼의 성격상 긴 글이 아니지만, 편편마다 오늘의 우리를 돌아볼 수 있게 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저자가 특히 주목해온 전주의 전통문화와 관련, 전주 한옥마을한옥마을 내 공간들경기전전라감영국립무형유산원 등 지역의 소중한 문화적 자산을 어떻게 지키고 가꾸어야 할 지 제시하고 있다.저자는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 수에 취해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의 꿈을 버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일갈하고 있으며, 장사논리에 밀려 여유와 기품을 자랑하던 한옥마을이 먹거리 난장으로 변해가는 현실도 개탄했다.전라감영 복원에 대해 필자는 진정 어린 복원을 통해 관광명소로 거듭난 일본의 가나자와 성(城)을 사례로 들며 과거로의 단순한 회귀가 아닌, 미래로의 당찬 발걸음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그는 또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예리하게 메스를 댔다. 구직난, 망국적 영어 공용화 정책, 박사 실업대란, 잘못된 선거문화, 세월호 십자가, 노블리스 오블리제, 위기의 지방대학, 인재육성 타령 등 칼럼 제목만으로도 필자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또 한 줄 서기 나무가 아니라 숲을 군자불기(君子不器) 아름다운 동행 죽은 시인의 사회 사회적 참살이 홀로 함께 하는 길 생의 마지막 말 등의 칼럼을 일상의 기적이라는 테마로 묶어 소소한 삶에서 감동을 찾았다.고향인 완주 화산의 텃밭에 매실나무를 심어 매년 두세 차례 작은 음악회를 열어 수확의 기쁨을 나누고 있는 저자는 고향 근처 카페에서 매달 이종민의 음악이야기를 열고 있는 사정도 소개했다.여러 음악회에서 느낀 소회들을 사회 현상과 연결시키는 칼럼들이 지울 수 없는 노래테마에 묶였다.감히 선비를 자부하지는 못하지만 흉내는 내고 싶다. 만물을 아우르는 큰 도량이야 어림도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소소한 것 아끼며 챙겨 주는 작은 생명사랑(仁)의 마음은 잃고 싶지 않다. 저자는 추사 김정희 선생이 남긴 선비가 갖춰야 할 두 가지 덕목에 빗대며 그런 꿈과 소망으로 책을 내게 됐다고 책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 주말
  • 김원용
  • 2015.05.22 23:02

[평론가 장세진 '한국대하역사소설론'] 소설 속 과거에서 현재·미래를 보다

국내 대표적인 대하소설과 대하 역사소설을 한 권에 망라한 책이 나왔다.평론가인 장세진 작가(61)는 42번째 저서로 <한국대하역사소설론>(북매니저)을 펴냈다. 방송문학영화 등의 분야에서 평론가로 활동하는 그가 20여년간 대하소설을 다룬 글을 모아 7번째 문학평론집으로 엮었다.저자는 서론에서 <임꺽정>과 <아리랑>으로 대하소설과 역사소설에 대한 개념 정리를 통해 이해를 도왔다. 그는 근대 이전의 역사적 배경과 소재를 다룬 역사소설로의 대하소설을 정의했다.이후 전체 3부로 나눠 조정래 작가의 <한강><아리랑><태백산맥>, 박경리 작가의 <토지>, 이문열 작가의 <변경>, 홍명희 작가의 <임꺽정>, 황석영 작가의 <장길산>, 김주영 작가의 <객주><화척><야정>, 최명희 작가의 <혼불> 등 작가 16명의 소설 184권을 한 권에 압축해 해설했다.저자는 자신이 대하소설에 빠지게 된 계기로 <장길산>을 꼽았다. 작심하고 대하소설을 읽는 매력으로 대하소설은 역사를 끌어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강렬한 성취 동기로 다가왔다며 비극적인 이 땅의 역사를, 뒤틀린 사회 현실을 환기하는 힘이 있다고 밝혔다.대하 역사 소설을 강조한 저자는 소설 속 과거가 현재와 미래로 작용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각 소설의 배경을 통해 당시를 비췄다. 일제시대, 분단, 근대를 기록한 문학적 역사에서 시대를 읽는다. 또한 주인공을 중심으로 서사와 인물간 관계를 살피고 역사적, 사회적 배경을 곁들였다.<한강>의 경우 일제시대를 다룬 <아리랑>과 625전쟁 전후를 다룬 <태백산맥>에 이은 우리나라의 뒤틀린 역사를 살피는 대하소설의 완결판이다. 저자는 소설에 나타난 민중의 삶과 권력에 기생한 극소수 지배계층을 비교하며 거울의 역사로서 기능하는 대하소설의 힘을 입증한다. <한강>에서 저자는 당시 총체적인 부실이 대다수 민중을 옥죄는 참으로 지랄같은 시절을 본다. 그는 이 소설이 해방 정국에서 친일파가 그대로 사회 모든 분야의 기득권이 되고, 독립운동가가 천대 받는 현실과 개발시대의 빈부격차를 두 축으로 삼고 있다고 해석한다. 기회주의적 기득권층, 악덕 기업주와 빼잇긴 자들의 보상심리를 그리며 그 성취를 통한 독자의 카타르시스를 설명한다.소설에서 독립투사의 손자인 허진은 경제적 여러움 속에서 냉대와 차별을 받는다. 나라 위해 좋은 일 하면 뭘 해. 집안만 폭싹 망하는 걸이라는 통속적인 평가가 이를 축약한다. 친일 청산을 하지 못한 채 맞이한 분단의 악령들이 득세하는 시대에서 일제시대 순사로, 자유당 시절 국회의원으로 지내다 516 이후에도 변함 없이 지위를 지키는 강기수는 자신의 부와 명예를 아들에게까지 물려주기 위해 정치 공작을 일삼는다. 더불어 개발 독재에 빌붙어 근로자들을 수탈하고 탄압하는 박부길과 같은 인물은 역사적 비극미를 더한다고 풀이한다.저자는 <한강>이 재미있는 이유로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사건 전개, 전라도 사투리의 육담욕설을 포함한 찰진 언어, 전반적으로 무겁고 침울한 작중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유머, 익히 공감하고도 남을 세태 꼬집기, 인간사의 서사성과 조화를 이루는 적절한 자연 묘사 등도 소설의 미덕이라고 꼽는다.다만 잦은 해설적 표현방식, 너무 많은 등장인물로 밀도감이 떨어지는 점, 해촌댁황춘길서동철 등 갑자기 행적이 끊겨버린 인물로 인한 매끄럽지 못한 사건 전개 등은 아쉬움으로 꼽았다. 시대적으로는 환을 원으로 바꾼 화폐개혁이 빠진 점도 덧붙였다.장세진 작가는 전주 출신으로 전주상고와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서남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지난 1983년 서울신문사 제2회 방송평론 공모에 당선된 뒤 평론 활동에 입문했다. 현재 한별고 교사며, 한국문학협회 전북지부 평론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회갑을 맞은 기념으로 펴낸 이번 책의 출판기념회는 8일 오후 5시30분 전주 르윈호텔에서 열린다.

  • 주말
  • 이세명
  • 2015.05.08 23:02

"전북은 고전문학의 원류"

고려시대 명문장가였던 이규보(1168~1241)는 전북과 인연이 깊다. 무신정권 시기 최충헌에게 청해 구한 벼슬이 부안에 있던 재목창(材木倉)의 벌목책임자였다. 이후에는 부안 위도에서 유배생활도 했다. 그는 전주부 소속으로 근무할 때 도내를 여행하며 <남행월일기>를 남겼고 오수, 인월 등을 소재로 한 60여수의 자연경물 한시가 <동국이상국집>과 <백운소설> 등에 실려 전해오고 있다.도내를 배경으로 한 고전은 고려 이전 백제 때 정읍사를 위시로 지리산가, 선운산가, 방등산가 등 백제가요와 향가 서동요등이 있다.가사로는 정극인(1401~1481)의 상춘곡이 정읍 칠보 동진강가에서 창작됐다. 이는 송순(1493~1583), 정철(1536~1593) 등으로 이어졌다. 임실군 지사면에 불고정(不孤亭)을 짓고 가사 10장이라는 제하에 강호한정을 노래한 장복겸(1617~1703)의 연시조 고산별곡, 삼례역승으로 좌천됐으나 임금을 그리며 지은 장현경(1730- 1806)의 사미인가, 마이산을 배경으로 지은 이도복(1862~1938)의 이산구곡가 등을 들 수 있다. 완주군 봉동면의 규방가사 홍규권장가, 상사별곡과 고창군 대산면의 치산가 등도 빼놓을 수 없다.도내에서 창작된 고전은 운문뿐 아니라 산문에서도 국문학의 원류를 찾을 수 있다. 김시습(1435~1493)의 <만복사저포기>는 남원이 공간적 배경이다. <홍길동전>은 허균(1569~1618)이 부안 우반동 정사암에서 집필했으며, 소설 속의 율도국은 위도로 전해진다. 이 외에도 남원의 사대부인 조위한(1567~1649)의 <최척전>을 비롯해 <춘향전>, <흥부전>, <콩쥐팥쥐전> 등의 고향인 전북은 산문문학과 판소리 문학의 본원으로 꼽힌다.백제부터 조선 말까지 지어진 고전문학의 원류를 살핀 <전라 문학의 관점으로 본 한국 문학>(박문사)가 출간됐다.이 책은 저자인 전일환 전주대 명예교수(한국어문학과)는 지난 2013년 10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본보에 연재했던 한국문학의 원천, 전북문학의 미학의 글을 모으고 더했다. 연재 당시 지면에 실린 삽화도 함께 수록했다.저자는 현전하는 백제가요, 도내를 배경으로 한 고려의 문장, 조선시대 강호를 노래한 문학, 규방여인의 작품, 조선의 새 소리였던 판소리와 가람의 시조, 조선의 서민 문학인 몽유록계와 판소리계 소설을 다뤘다.작품은 한글을 기본으로 한자를 병기했으며, 현대어 중심으로 해설했다. 아울러 당시의 시대상이나 창작 배경, 민속학적국문학적 가치도 상세히 적었다.주로 도내를 소재로 하거나 지역 인물의 작품을 중심으로 했고, 일부 전남까지 범위를 넓혔다.저자는 가람 이병기 선생이 최초로 국문학을 시가와 산문 두 종류로 나눴는데 책으로 엮고 보니 이 두 가지 모두 도내에서 발생한 것이 견강부회(牽强附會)가 아니었다고 말했다.그는 특히 현세태와 견주어 정부를 비판하고 애국했던 선비를 조망했다.그는 유교를 바탕으로 한 선비 정신과 사상, 철학이 담긴 작품이 주로 도내에서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전 명예교수는 깨어있는 사대부는 나라가 어려울 때는 의병에 나가고, 왕이라도 잘못할 때는 이를 지적했다며 본분에 충실한 사대부를 발견한 것은 가슴 뿌듯하다고 덧붙였다.저자는 백성의 삶을 개선하고 부강한 나라를 위해 <훈민정음운해>, <시칙(詩則)>, <산수경(山水經)> 등을 지은 순창 출신의 신경준(1712~1781), 왕과 지배계층의 무능이 왜란을 불렀고 백성을 도탄에 빠지게 했다는 유민탄(流民嘆)을 쓴 조위한, 환곡제도로 사리사욕을 채우는 탐관오리를 척결해야 한다는 구폐소(救幣疏)를 왕에게 올린 임실 출신의 장복겸(1617~1703) 등의 기개를 높이 샀다.저자는 국익과 백성을 먼저 생각한 식자층과 돈만 쫓는 요즘의 지도부를 비교하면 개탄스럽다고 밝혔다.아울러 그는 규방 문학을 높이 평가하며 고전의 중요성을 설파했다.그는 당시 남성에 비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여성이 남긴 규방 가사는 오늘날 한국의 문화적 토대를 이룬다며 고전은 음미할수록 맛과 멋이 우러나는 보옥(寶玉)이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외국의 작품을 인용하기에 앞서 우리 선조의 뛰어난 문학성과 표현력을 배워야 한다고 덧붙였다.전일환 명예교수는 장수 출신으로 지난 1993년 <한국수필>에 그 말 한마디로 등단했다. 현재 국어문학회, 한국언어문학회 평의원과 고시가연구회, 한국가사문학 학술 진흥회 이사, 석정문학기념사업회 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는 <조선가사문학론>(1990)를 필두로 <우리 옛 가사문학의 이해>(2008), <옛시 옛노래의 이해>(2008), <옛 수필문학 산책>(2010)을 비롯해 수필집 <그 말 한마디>(2008), <예전엔 정말 왜 몰랐을까>(2010) 등이 있다.

  • 주말
  • 이세명
  • 2015.03.27 23:02

옛 인물·지형으로 읽는 전주

전주지역의 정체성과 지역사를 학습할 수 있는 책이 나왔다. 전주문화원은 지역의 인물과 지형, 주요 화두를 모은 책을 잇따라 출간했다.먼저 지역 인물연구서로 이희권 전북대 명예교수의 <조선의 자랑스런 전주 사람들>(신아출판사)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의 위인을 소개했다. 이 명예교수는 <완산지(完山誌)>를 바탕으로 최양, 이경동, 유승조, 이계맹, 이주, 최명룡, 이기발, 홍남립, 이상진, 이기경의 삶을 객관적으로 기술한 뒤 그들의 주요 업적과 사상을 기술했다. 더불어 그들과 관련된 도내 유물, 유적도 곁들였다.이 명예교수는 정체성을 밝히는 일은 다른 지역과 차별화가 가능한지역사회의 역사 문화적 전통을 탐구하고 규명해 누구인지를 아는 일이다며 전라인의 정체성 정립을 위해서는 먼저 전라도가 유사 이래로 축척한 역사문화정치사회지리적 전통을 체계적으로 분석해야 한다고 서술의 배경을 설명했다.정몽주의 조카였던 최양은 외삼촌이 살해되자 진안으로 내려와 은거하며 절개를 지킨 인물로 기록됐다. 그는 이성계의 간청에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전주 인근에 머물려 조선왕조에 출사하지 않았다. 고려 말 토지제도 개혁과 노비 매매 금지를 주장했던 만큼 개혁적이었지만 한 왕조를 섬겼다.벼슬을 떠난 뒤 전주의 추탄에서 낚시를 하며 여생을 보낸 이경동은 전주 출신으로 조선 시대 높은 관직에 올라 고장의 명예를 높인 몇 안 되는 인물로 꼽혔다. 그는 좌승지, 황해도 관찰사, 예조 참판, 형조 참판, 사헌부 대사헌 등을 지냈다. 시문과 경학에 뛰어났지만 부모를 여의고 관직에서 물러나 완주에 사는 신선이라고 불렸다.전주의 유현(留賢)으로 당시 처사라 불렸던 최명룡은 유불선에 능통했지만 남긴 서적도 없이 은거한 선비로 아쉬움을 남겼다.저자는 인물 소개와 함께 부록으로 전주 남고 산성의 유물과 유적, 전라감영의 조직구조와 관찰사 기능, 반역향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정여립 모반 사건에 대한 관련 사료를 덧붙였다.더불어 전주문화원이 그동안 전주 주변의 산에 얽힌 향토사를 발간하는 가운데 <건지산>, <황방산>, <완산>에 이어 <승암산의 역사와 문화>를 냈다. 이 책은 승암산의 지형적 특성과 풍수, 동고산성의 고고학적 상과를 돌아보고 승암산의 길을 따라 가다 만날 수 있는 주요 지물도 설명하고 있다.승암산은 일찍부터 전주를 방어하는 산성으로 전주의 남동부를 둘러싸고 있다. 대동여지도, 전주부지도 등을 통하지 않고서라도 관암고인돌과 성혈, 동고산성 기와 등은 오랜 역사를 말해준다.특히 동고산성은 후백제시대 견훤이 기거했던 왕궁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동고산성을 두고 견훤의 옛 왕터라고 추청하는 기록은 조선시대 성황사를 옮기면서 남겨진 전주성황사중창기에 전해온다. 또한 1980년 전주(全州)라는 이름이 찍힌 연화문와당이 근처에서 발견돼 이를 뒷받침했다.책은 승암산의 안내서로 천주교 순교자인 유항검 일가족의 묘를 비롯해 한벽루, 낙수동, 오목대, 전동성당 등의 해설도 볼 수 있다.또한 주변 지명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문수골의 경우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 곳에 문수보살을 모시는 절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도교와도 관련이 있어 무릉굴이라 부르기도 했으며, 무능마을이라는 명칭도 있다.승암산은 유교, 불교뿐 아니라 천주교 등 다양한 종교의 중심지로 자리잡아 조선 말기에는 천주교의 성지로 치명자산이라는 이름도 얻는다.전주문화원은 연간 2차례 간행하는 <호남제일성>(통권 128호)도 함께 펴냈다. 기획 특집으로 나종우 전주문화원장이 조선전기 사회의 구조적 변화와 전라도를 주제로 고려에서 조선으로 바뀌며 행정제도의 정비를 살폈다. 당시 고현내, 현재의 태인의 경우 관원 출신의 양반이 이주하고 이곳을 본관으로 한 퇴직 관리의 낙향 등으로 향촌사회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14세기 이후 양반들이 지방으로 이주하면서 정치 권력도 이주민 출신의 양반에게 넘어가며, 군현의 통치에서도 향리가 아닌 유향소를 중심으로 한 지방관과의 연합이 세력을 키웠다는 것.이충규 전주이씨 대동종악원 전북 덕진분회장은 조경단 하마비 실체와 역사적 의미에서 건지산 시조묘역의 제단과 비 건립 논의가 1765년 시작된 이후 고종 때에 이르러서야 설치됐다는 사연을 적었다. 시조가 선향의 터전을 닦았듯이 대한 제국을 시작하겠다는 고종의 의지를 담았다. 인조 반정 이후 경기전에 방치된 풍비를 건지산으로 옮겨 하마비로 새단장해 만든 과정을 상세히 적었다. 더불어 전라도 방언의 아름다움과 정신 문화에 대한 해석도 읽을거리다.

  • 주말
  • 이세명
  • 2015.03.20 23:02

[부안 출신 남형두 연세대 교수〈표절론〉] 표절, 합리적 논의 틀 내놓아

고위 공직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표절 문제는 단골 검증 항목이 됐다. 표절 시비가 일어났을 때 그 판정 기준은 무엇이며, 어디서 판정해야 할까. 최근 10여 년 사이에 수많은 표절 논란이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다. 그것은 표절 시비가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어떤 자리에 오른 특정인을 겨냥한 게 주요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낙마하면 문제가 된 표절 논란은 금세 잠잠해졌고, 그로부터 교훈을 얻을 만한 가이드라인이나 규범을 만들어내지 못했다.그 숱한 논란 속에서도 문제 제기만 있고 해법은 없는 지루한 논쟁만 계속된 표절 문제의 악순환을 끝내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할 수는 없을까? 표절에서 벗어나 정직하고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게 하는 가이드라인은 무엇일까? .부안 출신의 남형두 교수(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가 이런 문제의식 속에 표절 문제에 관한 이성적이고도 합리적 논의의 틀을 제시한 최초의 본격 체계서를 냈다. 표절에서 자유로운 정직한 글쓰기부제를 단 <표절론>이다(현암사).그간 표절에 관한 학문적 논의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또한 표절 판정을 위한 가이드라인도 적잖이 만들어졌고 대학마다 각종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특정 사건을 해결하거나 정부나 대학 등 기관의 요청에 따라 만들어진 가이드라인이나 판정 기준은 급조된 것이 많아서 왜 그와 같은 규정이 나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논거가 부족하다. 매번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저마다의 이론이 백가쟁명식으로 제기된 것은 그 때문이다.남 교수는 자기표절 논란을 그 대표적 예로 들었다. 자신이 이전에 쓴 논문의 일부를 새로운 논문에서 가져다 쓴 경우 표절이라고 비난할 수 있는가를 두고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조차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어느 쪽의 말을 들어야 할지 몰라 허둥대기 일쑤다. 나아가 표절 의혹이 제기된 사람은 오히려 이와 같은 혼란을 틈타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기도 한다. 즉 표절에 관한 개념이 정립돼 있지 않고 기준이 모호하다는 이유를 들어 빠져나가려고 한다. 나아가 재수 없어서 걸렸다라거나 알고 보면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식으로, 정직하게 글을 쓰고 연구해온 대다수의 학자들을 매도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은 표절자들이 숨을 곳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표절 연구자들이 책임의식을 가져야 할 부분이다. 저자는 표절금지윤리 또는 표절판정기준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어떤 경우에는 표절이 되고 어떤 경우에는 표절이 되지 않는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도출하기 위한 논거가 중요하다고 보았다.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되어 있다. 1부에서는 표절 대상이 되는 지식을 특정인이 전유할 수 있는지와 관련해 철학적역사적으로 고찰한 뒤 현대적 관점에서 정보공유론이 표절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폈다. 2부에서는 간접인용(패러프레이징), 재인용, 출처표시의 단위, 부적절한 출처표시, 공저의 문제 등 현실에서 일어나는 표절의 구체적 쟁점을 찾아내 이론적으로 해법을 제시했다. 3부에서는 표절 판정 기준과 절차에 관한 규정을 일종의 모델안으로 내놓았다.책의 끝에는 표절 백문(百問)을 실었다. 독자들이 궁금해할 표절에 관한 질문 백 가지를 뽑아 독자가 해답을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학계의 공고한 침묵의 카르텔과 사회 일각의 여론재판식 문제 제기라는 양 극단의 경향은 표절을 논의하는 목적이자 근본인 정직한 글쓰기를 통한 학문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아니라 오히려 해가 된다. 가장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할 논의의 장이 가장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으로 흘러가고 있어 안타깝다.저자가 6년 여의 연구 끝에 학계의 침묵의 카르텔로 존재해온 판도라 상자를 열며 이 책을 낸 동기다. 저작권법학을 개척한 한승헌 변호사, 최고의 법률문장가 박우동 전 대법관, 균형감을 강조한 박준서 전 대법관의 영향이 많았다고 저자는 책머리에서 밝혔다.저작권법 전공의 저자는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워싱턴대학교 로스쿨에서 석박사를 취득했다. 사법시험(제28회, 1986년) 합격 후 법무법인 광장에서 변호사로 일했으며 뉴욕 주 변호사 시험에도 합격했다. 2005년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으로 자리를 옮겨 현재 교수로 재직 중이다.

  • 주말
  • 김원용
  • 2015.03.13 23:02

[고창 출신 유재영 선생 추모집 〈춘강문집〉] 고전문학·지명연구 발자취 엿 볼 수 있어

국어학 가운데 지명 관련 연구에서 업적을 쌓으며, 별세하는 순간까지 연구와 저술을 지속했던 고창 출신의 춘강 유재영 선생(1932~2009). 그의 제자들이 중심이 돼 지난 2010년 초 문집의 발간위원회가 발족된 이래 5년 만에 〈춘강문집〉(전5권, 도서출판 박이정)이 나왔다.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춘강문집〉에는 강영옥 전북도 문화재전문위원, 이정진오종근임성규정영길유승섭권면주 문학박사 등이 발간위원회에 참여했다. 춘강기념사업회 대표인 유동일 전남대 교수(고분자융합소재공학부)는 유족으로 문집 발간을 총괄했다.고(故) 유재영 선생은 〈전래지명의 연구〉 등 30여권에 달하는 저서 및 역주서, 〈이재 황윤석의 실학사상〉을 비롯한 어학, 고전문학, 지명 등에 관한 논문 약 40여 편을 발표했다. 그 이외에도 논설, 행장, 비문, 수필, 기행문 등에도 연구 흔적을 남겼다. 도내 지역의 지명 및 고전문학을 연구하며, 현장답사와 숨은 자료를 발굴하면서 겪은 일들을 수필과 기행문에 담았다.그는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문리과대학장, 교육대학원장, 한국언어문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지명의 어원에 천착했다. 〈전북지방 전래지명의 연구〉는 학술원 어문학 부문 최우수논문, 〈보한집〉(역주, 형설출판사, 1982)은 한국일보의 출판문화상 부문 우수저서로 선정되기도 했다.지난 2006년 봄에는 그가 평생에 걸쳐 수집한 2만여 권에 달하는 도서를 전남대 호남한문학연구실에 기증했다.이런 연구 업적이 5권의 책에 정리됐다. 제1권에 어학과 고전문학, 제2권에 고전문학과 지명, 제3권에 군지, 제4권에 인물약전, 행장, 비문, 제5권에 생애, 수필, 기행, 송백장청, 회고록 등을 수록했다.제1권은 두시언해의 어학적 고찰 외 7편의 어학 논문, 이름 표기의 한 연구 외 6편의 이름물명 논문, 이재 황윤석의 목주잡가에 대한 고찰 외 18편의 고전문학 논문이 실려 있다. 특히 조선 후기 국어학에 공헌한 실학사상(어학)은 이재의 역할을 집중적으로 다룬 논문이다.제2권은 그가 지명 학자로 자리매김하는 자료로 구성했다. 남행록에 대한 고찰 외 10편의 고전문학 논문, 전북지방 전래지명의 연구 외 16편의 지명 논문, 직방잡기 외 3편의 논설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지명에 관련한 다양한 업적은 전래지명의 연구, 전북전래지명총람과 같은 춘강의 대표 저술로 마무리했다.제3권은 군지 편찬에 관련한 글을 모았다. 지명 연구에서 축적된 춘강의 역량이 군지 편찬까기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여기에는 익산에 관한 8편의 글, 정읍에 관한 7편의 글, 완주에 관한 3편의 글, 고창에 관한 9편의 글이 실려 있다.제4권에는 다양한 형식으로 인물을 다뤘다. 춘강이 관심을 둔 인물에 대한 약전, 서문해제, 하서, 가장행장, 비문 등을 수록했다. 실학, 유학, 불교 등을 망라하며, 호남의 인물과 문학을 기술했다. 모두 11명에 관한 14편의 잡문이 있다.마지막 권은 춘강의 생애가 연보, 저술목록, 사진으로 기록됐고, 수필과 기행문이 더해졌다. 수필과 기행문은 특히 도내 지역을 중심으로 한 현장답사, 자료조사를 담아 의미를 더했다. 또한 일상의 기록으로 국내 여행과 국외 여행에 대한 글도 덧붙였다. 후반부는 그가 회갑을 맞이해 동료, 친지 등의 글을 모은 송백장청과 타계 뒤 추모의 글로 이뤄진 회고로 이뤄졌다.춘강의 또 다른 업적인 고려 시가문학 역주(파한집, 보한집, 백운소설연구), 초학자를 위한 한적 역주(여범, 삼자경, 사자경, 추구, 몽어, 몽구), 가전문집 역주[초남시집, 덕천시고, 진산세적, 허재집, 월주집(소두산), 월주집(이철우), 동율유취] 등은 이미 단행본으로 출간돼 서문이나 해제만을 이번 문집에 담았다.〈춘강문집〉의 서문을 쓴 강신항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춘강 선생의 문집을 접하고서 조선 실학시대에 호남을 대표했던 여암 신경준(1712 ~1781)과 이재 황윤석(1729~1791)을 떠올리게 되었다면서 한 번 살다가 가는 인생을 아름답게 그리고 후회 없이 충실하게 살고 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고, 특히 세상의 온갖 유혹에 현혹되지 않고 꾸준히 학구의 길만을 걷는다는 것은 결코 범인이 할 수 있는 생애는 아니다고 고 유재영 선생을 평했다.그는 이어 이 문집이 관련 학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확신을 덧붙였다.

  • 주말
  • 이세명
  • 2015.03.06 23:02

[교수들이 풀어쓴 군산 안내서] 일제·미군정서 새만금까지의 군산학 정립

국내 여행지 가운데 전주 한옥마을과 함께 각광을 받는 곳이 군산 근대문화유적지다. 일제 강점기와 미군정 시기 등을 겪어온 시대의 흔적이 관광상품화돼 인기를 얻고 있다. 혹자가 일컫듯 작은 대한민국인 군산의 근대를 깊이 있게 살핀 <군산의 근대 풍경:역사와 문화>(도서출판 선인)가 나왔다.이 책은 군산대 새만금종합개발연구원이 매년 기획총서로 펴내는 환황해새만금연구총서의 17번째다. 갈수록 관광객에게 매력적인 장소로 각인되는 군산지역을 주제로 학제간 통섭학으로 군산학을 정립하고 그 성과를 공유확산하는데 의미를 뒀다.역사 4편, 문화 4편 등 다양한 주제의 개별논문 8편을 엮었다.8명의 공저자 가운데 공종구 군산대 교수(국어국문학)는 머리말에서 군산의 지역사회가 부쩍 많은 관심과 주목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지난해 <왜 우리는 군산에 가야 하는가>(글누림)이라는 책이 나올 정도로 이러한 사실을 반증한다고 밝혔다.그럼에도 그는 외부에서 먼저 지역의 가치를 선점해 연구성과를 낸 점에는 아쉬움을 표했다.이어 공 교수는 1899년 개항 이후 역사 문화유산과 유물이 곳곳에 남아 있고 근대역사박물관의 개관으로 군산이 근대 문화 역사 도시로 환골탈태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군산의 근대에 대한 학문적 가치를 올리고 군산학을 알리는데 목적이 있다고 덧붙였다.먼저 영산대 국제학연구소 소장인 최영호 교수는 군산 거주 일본인의 귀환 과정에 나타난 지역적 특성에서 일제 강점기 옥구를 포함한 군산에 거주했던 일본인이 해방 직후 결성한 세화회를 탐색해 결성 과정과 주요 활동, 지역적 특징을 설명했다.최 교수는 이 지역의 세화회는 현지 정착성이 높고 조선인과의 관계가 양호했다는 점을 들었다. 아울러 서울과 부산에 비해 짧은 기간에 그쳐 귀환 원호 활동에서 괄목할 만한 실적은 없었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임원 구성의 모습이었다고 해석했다.이어 김민영 군산대 교수(경제학과)는 미군정 정부 수립 시기 군산 옥구 지역의 사회와 경제를 주제로 1947~9년 군산신문의 자료를 바탕으로 해방 직후 미군정 시기의 사회경제상을 살폈다.군산과 옥구지역은 해방 이후 이전까지 경제력을 장악한 일본인의 철수와 대일 통상이 차단되면서 상업도시의 위치가 흔들리고, 군산항이 무역항의 기능을 상실하면서 이후 지속적으로 침체했다고 분석했다.김 교수는 당시 신문 기사를 소개하며 이를 뒷받침했다. 호남이 살기 좋다는 말을 믿고 평안남도에서 군산으로 온 부부가 경기침체를 겪으며 생활고를 이유로 부부싸움을 한 뒤 부인이 복어알을 먹고 자살한 기사 등 옛 신문의 기록이 흥미를 더한다.김두헌 군산중앙고 교사는 군산 지역 세거 가문 연구 환황과 과제에서 고려시대 정착한 제주 고씨와 조선 전기 이주한 평강 채씨 등 두 유력한 가문을 중심으로 계보와 추이를 추적해 지역의 위상을 탐색했다.그는 고려시대부터 조선 초까지는 서울과 같이 먼 거리에서 이주했지만 후기로 갈수록 이같은 현상은 급격히 줄고 관직에 진출한 수도 감소했다고 전한다. 이른 시기에 온 두 가문도 시간이 흐르면서 중앙의 문벌 가문에 비해 지위가 낮아져 중앙과 지역에 세거한 가문의 지위가 점점 양극화된 점을 확인했다. 제주 고씨 이전에 유력한 가문이었던 옥구 임씨도 고려 전기에 주요 문벌의 위치였지만 16세기 이후 자취가 사라졌다.김 교사는 고려시대에는 해상 활동이 비교적 활발히 전개돼 군산지역의 사회적 위상과 그에 속한 가문의 위상이 높았지만 조선시대에는 사대 외교 및 공도정책(空島政策)으로 소극적인 대외정책이 이 지역 가문의 지위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근대문화도시조성사업과 군산근대문화도시경관 변화의 기록을 통해 송석기 군산대 교수(건축공학과)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진행된 사업을 검토추적해 앞으로 지속될 군산 원도심의 경관 조성사업과 관련된 쟁점을 고찰했다.군산이 낳은 문학인을 조명한 류보선 교수는 문학으로 본 군산에서 채만식 소설가와 고은 시인을 중심으로 군산의 근대 문학 지형을 탐색했다. 최성윤 상지대 교수(국어국문학)는 이근영의 삶과 문학으로 임피 출신의 소설가를 발굴했다.장은영 조선대 강의전담교수는 고은의 만인보, 공종구 교수는 채만식의 삼봉사를 분석해 이해를 도왔다.이와 함께 연구총서 18권인 <환황해 새만금발전의 도전과 과제>도 함께 출간됐다. 군산대 강태원, 고현정, 김민영, 박재필, 황성원 교수와 김형성 성결대 교수, 김재구 전북발전연구원 연구위원, 김명아 한국법제연구원 부연구위원, 김미희 새만금개발청 사무관이 참여해 새만금사업이 직면한 문제를 검토하고 발전방향을 제시했다.산업차원에서 신재생에너지인 해상풍력산업을, 이어 환황해 경제권의 비즈니스, 유통 등의 역할을 수행할 물류와 교통체계를, 최근 새만금 종합개발계획에서 강조된 해외투자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수요자 중심의 개발계획의 의미를 재조명했다.

  • 주말
  • 이세명
  • 2015.02.06 2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