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홧병
박철현 전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화병은 화를 참다 보면 발생되는 여러 신체 증상과 함께 감정 증상이 같이 나타나는 증후군으로 국제 학회에 공인 받은 질병이다. 살면서 누구 한번쯤 겪어 봤을 화병의 증상으로는 가슴 답답함, 열감 ,치밀어 오름, 가슴에 돌덩이가 있는 느낌, 두통, 두근거림, 떨림 등의 증상을 주로 보이며, 감정 증상으로는 우울, 불안, 불면, 눈물, 식욕감퇴, 과각성 등의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
화병은 한(恨)이라는 한국인의 특별한 정서와 함께 사회적 역사적 배경속에서 사회, 가정관계에서 비롯되는 부당함, 불공정, 분노와 관련된 감정이 해소되지 못하고 장기간 쌓이고 쌓여 화병이란 형태로 터져 나오게 된다. 화병에 대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화병이 있다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4.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화병을 가진 환자들이 처음부터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화병에서 흔히 동반되는 신체증상들로 인해서 다른 진료과를 먼저 방문하여 치료와 검사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검사상 특별한 이상 소견이 없고, 치료에도 반응이 없는 경우가 많아 마음의 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게 된다.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화병은 다른 신경증적질환(우울장애, 불안장애, 신체장애)과 공존하는 경우가 많다.
화병은 적응장애, 신체장애, 우울장애 등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 때문에 우울증으로 진단되기도 한다. 화병을 진단하는 특이적이고 예민한 검사방법은 아직 확립되지 않았지만 오랜 기간 동안 스트레스가 쌓여있고, 억울하거나 분한 사건이 유발인자로 존재하며, 화를 낼만한 상황에서도 주변 사정 때문에 참아왔던 모습들이 수개월 이상이라면 화병으로 진단한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화병은 화, 분노, 억울함, 열감, 한, 가슴속 덩어리가 차있는 느낌, 답답함, 두근거림, 입 마름, 한숨, 잡념 등의 증상을 고려해 진단할 것이 권고되기도 했다.
약물 치료와 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 등을 병행하여 치료한다. 약물 치료는 환자의 우울, 불안, 분노 등의 정서적 문제를 대상으로 항우울제, 항불안제, 기분조절제 등을 조합하여 치료하며 증상개선에 큰 효과가 있다. 정신치료는 환자의 신체증상에 가려져 해결되지 않는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게 하고, 살아온 인생에 대한 인정과 공감, 지지를 통한 핵심감정의 해소를 돕는다. 인지행동치료는 왜곡된 화에 대한 인지 부조화에 대한 교정과 적절히 분노를 표현하는 대처방법을 훈련하게 된다.
신체적, 정신적 증상이 같이 나타나는 화병은 누구나 한번쯤은 걸리는 질환이라고 생각하여 소홀히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병이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증상 발생 후 빠른 시일 내에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여 상담 후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