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10마지기 농사지은 거나 지금 20마지기 짓는 거나 수익으로 보면 똑같아요. 쌀값이 곤두박질 쳐서 이제 농사짓느니 쌀 사먹는 게 더 수지맞는다고 보면 돼요."
가을을 맞은 농촌 들녘에서 추수가 한창이지만 농민들은 수확의 기쁨보다는 폭락한 쌀값 걱정에 시름이 더 깊어가고 있다. 인건비, 비료값, 기름값 등은 매년 오르는데 반해 올해 쌀값은 80kg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3만원가량 떨어져 적자를 면키 어렵다는 것이다.
25일 찾은 완주군 이서면의 추수 현장에서는 폭락한 쌀값에 대한 걱정과 정부와 자치단체의 미흡한 대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10마지기 논농사를 짓고 있는 양성철씨(64)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미소에서 쌀 한가마(80kg)에 15만원을 넘게 줬는데 올해는 13만원밖에 안쳐 준다"며 "올해는 평년작 이상은 돼서 한 마지기당 4가마니는 나오는데 쌀값이 2~3만원 떨어져 앉아서 100만원 이상 손해봤다"고 울상을 지었다.
양씨는 "아주머니들 인건비도 논일로 보면 3만5000원에서 4만원으로 오르고, 비료값도 지난해 5500원 하던 게 올해는 1만1000원으로 뛴 데다 또 오른다고 하는데 왜 쌀값만 떨어지느냐"고 목청을 높이며 "금년에는 농민들 모두 울상이라 정부에서 전량 수매라도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논을 임대해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은 더 큰 시름에 빠졌다.
임대농인 이봉수씨(65)는 "논 임대를 많이 한 사람들은 올해 폭탄을 맞은 거나 진배없고 지난해 직불제 한파 때문에 쌀직불금도 신청 못한 임대농들이 많다"며 "임대농은 그나마 농촌에서 젊은 축에 속하는 이들이 많이 하고 있는데 농촌에서 열심히 살겠다는 젊은이들이 당장 빚더미에 앉게 될 판이다"고 걱정했다.
이날 논 5300m²에서 벼를 수확한 최순한씨(52)는 "올해 RPC(종합미곡처리장)에 가면 특등급 쌀은 아예 없고 1등급으로 해서 40kg(도정 전)에 4만1000원을 주는데 지난해 5만1000원보다 1만원이나 떨어졌다"며 "정부 비축미 등 쌀 재고가 많아서 그러는지 알지만 농민들 입장에서는 농사지을 의욕마저 잃어버리고 있다"고 푸념했다.
최씨의 부인 김숙자씨(52)도 "정부가 서민경제 살린다고 예산을 펑펑 준다는데 서민인 농민들도 일한만큼의 돈은 벌게끔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전북도나 정부에서 농민들 어려움을 알고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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