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수도권의 인구 집중도가 50.1%를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비수도권을 초월했다. 출생아 수가 사망자 수보다 적은 ‘인구 데드크로스 현상’을 경험하면서 총인구 수는 절대적인 감소세로 전환됐다.
이처럼 본격적인 인구감소 시대로 전환된 지방의 문제를 벗어나기 위해 인구·사회·경제·기술·환경·정치·행정 체제 등에 대한 실증적 분석을 토대로 한 새로운 균형발전 등 근본적인 개선에 대한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지방소멸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은 지역의 실정에 맞고 지역의 특색을 살리는 정책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출산율 증가, 청년인구 유입 등 특정 세대에 초점이 맞춰진 정책보다는 전 연령대 인구가 머무르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조언도 적지 않다.
사라지는 전북의 맛과 멋, 해법은 지역 간의 연대와 협력
전북은 맛과 멋의 고장으로 일컬어졌다. 하지만 최근 전북은 각각의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 전북을 대표해 온 지역 특산물이 기후적 변화와 교통과 미디어의 발전으로 지역의 특수성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산업과 지역의 특수성 만으로 지방소멸을 막기 어려워지면서 일각에서는 지역 내 거점도시 설립 등 광역단위 행정체계 개편이 지방소멸의 해법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원특별자치도와 제주특별자치도처럼 독자권역을 통해 생존 전략을 마련하거나 주변 시·도와 연대 및 파트너십을 통해 규모를 키우는 생존 전략도 모색되고 있다.
이웃 지역인 충남은 이미 경기도와 4차 산업 글로벌 거점 베이밸리 메카시티 조성에 도전하고 있다. 부산·울산·경남, 광주·전남 역시 지역간의 연대를 통해 오랜 시간 메가시티 구상을 꾀하고 있다.
최근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타 지역의 경우 지역 특산물을 지역축제와 결합해 지역특산물의 판매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실제 이천 쌀, 나주 배, 청도 반시 등 소비자의 브랜드 지식 구축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지역특산물 구매와 관광지 재방문을 유도하는 구조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전문가들은 ‘전북의 정체성 확립’을 지방소멸에 대한 해결책으로 꼽고 있다. 어느 한 지역에 집중하는 거점도시 구축이 아닌, 14개 시·군 각각의 개성과 경쟁력을 살려 다원화 체제로 발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정 세대 중심이 아닌, 전 연령대 머무르게 할 정책 발굴 시급
전문가들은 지방소멸에 대한 가장 직관적인 해답으로 출산율 장려와 일자리 창출을 통한 청년층의 지역 노동시장 유입을 꼽는다. 여기에 지방소멸의 본질적인 문제점으로 낮은 출산율을 제시한다.
하지만 지난 2022년 12월 기준 합계출산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1.121명인 세종특별자치시였던 반면 가장 낮은 지역은 0.4명을 기록한 서울시 관악구였다. 이는 지방소멸과 출산율이 큰 관계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치다.
또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국가균형발전 3.0 패러다임 구축과 실천전략 연구’에 따르면 출생지 거주자 비중이 높은 지자체는 제주(63.3%), 전남(60.4%), 전북(58.8%), 경북(55.1%) 등으로 나타났다.
연구회는 지방에서 태어난 이들이 학령인구, 생산인구가 되면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거처를 옮기는 것으로 분석했다.
전북 역시 지방소멸을 대비해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 지원을 제외한 자체 출산장려금을 지원하는 등 인구 늘리기에 매진했다. 더 나아가 각종 일자리 지원 정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지역의 출산 장려 정책과 일자리 창출 정책보다는 '지역민을 머무르게 할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차미숙 국토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출산율에 급급한 정책과 일시적인 청년 지원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지방소멸의 위기를 맞은 지역에서 합계 출산율이 낮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오히려 서울, 부산 등 인구 밀집도가 높은 지역에서 낮은 수치를 보이는 게 현실이다.
특히 차 전문연구위원은 “현재 청년 귀농·귀촌인들을 대상으로 펼치고 있는 일시적인 지원 정책 역시 인구 유입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들이 지역에서 뿌리내리고 지낼 정착까지 이어주지 못하고 있는 일시적인 정책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방소멸은 지방의 문제로 현재 지역에서 살고있는 인구와 앞으로 그 지역으로 유입될 인구가 머무를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짝’ 관계인구 유입보다는 지속성 담보될 경제활동 인구에 집중
전주시는 지난 2020년 관광거점 도시로 선정된 이후 도내 시·군과 연계한 여행상품을 출시하는 등 관광도시로 입지를 다져오고 있다.
하지만 오래 머물 수 있는 특색 있는 관광 프로그램과 숙박시설 등이 부족한 실정이다. 전주시 관광이 ‘잠시 머물다 가는 도시’의 이미지를 가지게 되면서 체류형 관광객을 붙잡기엔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지난해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한 명의 지역 청년의 이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충원하기 위해선 40여 명의 숙박 관광객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당일 관광이 아닌 지역에 더 오래 머무르며 일반 관광객보다 많은 측면에서 지역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섬세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분석이다.
일부는 지방소멸 대안으로 ‘경제활동인구 유입’을 제안했다. 지역의 특색을 살린 일자리 창출을 통해 인구 유입을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전북연구원 이성재 박사(연구기획부장)는 “현재 전북의 동부권 인구는 자연 감소 비율이 월등하게 큰 상태이지만, 반면 군산∙익산∙김제∙정읍 등은 사회 감소 비율이 높은 상황”이라며 “이처럼 지역별로 인구 감소의 원인을 파악한 후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한 맞춤형 해결책 구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지방소멸을 막기위해 전북도가 펼치고 있는 정책은 대부분 사업 진행과 관리가 비교적 쉬운 문화관광 분야에 치중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박사는 “현재 지역에서 정체성이 모호한 지역 축제가 난립하는 등 진행과 관리가 비교적 쉬운 문화·관광 분야의 사업이 가장 많은 추세”라며 “하지만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는 일자리, 둘째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진안의 전북산림환경연구소를 비롯한 임실군의 보건의료원, 장수군의 농업기술센터 등 해당 지역의 특성을 활용한 공공기관 유치를 통해 지속성이 담보돼야 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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