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읍성, 남원 광한루원, 전주 경기전의 관람료가 15일부터 19일까지 닷새간 무료다. 전국 76곳 주요 국가유산 유료 관람시설을 무료 개방한 것은, 5월 17일 자로 문화재청이 ‘국가유산청’으로 출범하는 것을 기념하고 ‘국가유산의 가치를 국민과 함께 나누기 위함’이다.
△문화재의 새 이름 국가유산
1962년부터 62년간 문화재(文化財)란 용어를 사용했다. 문화재는 일본법의 영향으로 제정된 ‘문화재보호법’에 따른 것으로, 재화적 가치와 사물의 관점을 지녀 한계가 있었다. 1972년 유네스코가 제정한 세계 문화와 자연유산 보호에 관한 협약에 따라 문화재가 아닌 유산(遺産, heritage)의 개념을 전 세계가 쓰고 있어 국제적 추세에도 부합하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2005년경부터 문화재 체계에 관한 개선 움직임이 꾸준하게 있어왔다. 문화재 대상을 살펴봐도 ‘천연기념물 황새’나 ‘천연기념물 고창 중산리 이팝나무’, ‘명승 옛길 갈재’를 비롯하여 전통 부채를 만드는 장인인 ‘선자장’ 등 값을 매기기 어려운 대상을 이제껏 문화재라 했다. 문화재라 칭하기가 어색하기만 했는데 다소 늦은 감마저 있다.
기존 문화재보호법을 개선한 ‘국가유산기본법’이 시행됨에 따라, 문화재 명칭과 체제도 ‘국가유산’으로 전환되었다. 2023년 말 기준 전라북도에 지정된 1238개 문화재를 포함하여, 최근 보물로 지정된 ‘남원 대복사 동종’에 이르기까지 이제는 ‘문화재가 아닌 국가유산’이다.
△이제는 국가유산
국가유산 체제에서는 유형의 특성을 고려하여 문화유산·자연유산·무형유산으로 분류된다. 정책의 목적과 기능에 따른 기관의 조직도 각 유산 특성에 맞게 개편했다. 영문명칭도 ‘Cultural Heritage Administration(CHA)’에서 ‘Korea Heritage Service(KHS)’로 변경되었다.
관리에서 서비스 개념이 반영되어 문화유산·자연유산·무형유산을 국가가 책임지고 국민에게 서비스한다는 의미를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국민과 함께 누리는 미래가치, 국가유산” 국가유산청의 슬로건이다. 문화재청은 ‘어제를 담아 내일에 전합니다’였다
과거 보존·관리 중심에서 ‘향유·진흥의 대상’으로, 국가유산 중심에서 ‘국민중심으로’ 정책적 변화를 엿볼 수 있다. 격차를 해소하고 다양성을 누릴 수 있도록 규제를 개선하고 활용과 산업을 강화하며 국가유산복지 개념을 도입한 점도 특별하다.
△지역의 활력이 될 국가유산
국가유산 체제에서는 가치가 있는 비지정 유산과 멸실·훼손의 우려가 있는 유산도 보호할 대상이 된다. 하지만, 점차 인구는 감소하고 보호해야 할 유산은 늘어가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우리 고장의 아름다운 유산과 웅숭깊은 선조의 흔적은 국가유산이 건네는 미래의 가치임이 분명하다.
국가유산으로 미래가치를 창출하고 지역발전의 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주민의 관심과 협력이 필요하다. 국가유산의 가치와 장소성을 효율적으로 연계하는 주민주도형 지역공동체와 더불어 지역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역사도시는 물론이고 마을 단위와 유산 가치를 지닌 공간에 이르기까지 지역성이 깃든 인프라를 조성해야만, 지역소멸로 쇠락해지는 지역에 국가유산이 기회 요소가 될 수 있다. 과거·현재·미래를 아우르는 국가유산이 지역의 활력이 되어 그 가치를 함께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윤주 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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