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brain)는 우리 몸을 지배하는 사령탑이자 마음의 집이다. 그러나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구조’인 신비로운 뇌를 탐구하는 인류의 여정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뇌가 정보 처리를 수행하는 기본 단위는 뉴런이라고 불리는 머리카락 두께 정도의 세포들이다. 우리의 뇌 속에는 세계 인구의 수십 배에 이르는 1,000 억 개의 뉴런이 빽빽하게 들어있다. 독자들이 이 칼럼을 읽는 동안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뇌의 영역의 수많은 뉴런들이 자극에 대해 능동적으로 반응하고, 활성화된다. 뉴런은 세포내 정교한 생화학적 과정을 통해 전기 신호를 만들고, 거미줄 같은 상호 연결망을 통해 빠른 속도로 정보를 교환한다. 뇌의 감각, 사고, 학습과 기억의 기저에는 복잡한 뉴런 네트워크 상에서의 변화무쌍한 신호의 생성과 전달 활동이 자리한다.
수학자 앨런 튜링의 뇌를 창조하려는 시도는 그 대신 인류 역사상 최대의 발명품중 하나인 컴퓨터를 낳았다. 현재 세계 최고의 슈퍼컴퓨터는 기가와 테라를 넘어 페타 (1억의 천만 배) 라는 놀라운 연산 속도를 자랑하고 있다. 10만년의 인류문명 역사에서 가장 빠른 성장률을 보인 컴퓨터의 도움으로 이제 뇌의 기본 단위인 뉴런, 뇌의 영역, 궁극적으로는 뇌 전체를 모방하는 도약이 가능해지고 있다.
2005년 7월 1일 스위스 로잔공대의 뇌정신연구소와 세계 굴지의 컴퓨터 회사인 IBM은 ‘블루브레인’이라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출범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지놈프로젝트와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IBM이 개발한 블루진 슈퍼컴퓨터의 엄청난 계산 능력을 활용하여 포유류의 뇌를 생물학적으로 매우 정확하게 시뮬레이션하고, 궁극적으로 생물학적 지능의 발현에 연관된 과정을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있다.
IBM은 당대 최고의 체스 제왕이었던 개리 카스파로브와 경쟁하기 위하여 ‘딥블루’ 라는 슈퍼컴퓨터를 처음 만들었다. 1997년 5월 ‘딥블루’는 세기의 체스 경기에서 궁극적으로 승리하였고, 이 뜻밖의 결과는 전통적인 지능에 대한 사람들의 개념에 큰 도전을 안겨 주었다. ‘딥블루’는 전통적인 컴퓨터 과학의 방법론을 조합하여 초당 2억 회라는 엄청난 속도로 모든 가능한 경우수를 단순한 논리로서 따져냈다. 일견 무식해 보이는 접근에도 불구하고, ‘딥블루’는 체스와 같은 지능 게임에서 인간을 처음으로 이긴 컴퓨터로서 지능의 본질에 대한 수많은 논쟁을 낳았다.
그러나 자연과 사회의 실세계의 문제는 더욱 복잡하여 ‘딥블루’와 같이 단순한 논리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선형적 지능’으로는 접근하기 어렵다. 세상은 복잡하고 모호한 모습으로 다가오며, 우리는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학습하고 적응하여야 하며, 그리고 전혀 다른 방향에서 창의적 접근을 수행하여야 한다. 따라서 ‘선형적 지능’을 뛰어 넘어 뇌의 다양한 단계간의 상호작용에 기초하여 뇌와 같은 방식으로 사고하는 지능의 도약이 필요하다.
원자들의 모임인 분자는 그 구성 요소와는 전혀 다른 성질을 보인다. 뉴런들의 모임인 뇌의 경우에도 마치 ‘전기적 분자’와 같이 고급인지 및 사고에 있어 새로운 도약이 일어난다. ‘블루브레인’은 질적 수준의 지능 도약을 이루기 위하여 뇌와 같은 방식으로 생물학적인 뇌의 시뮬레이션을 시도하고 있다. 현재 ‘블루브레인‘은 세포 수준에서 정확한 뉴런을 10만 개 정도 모은 수준까지 이르렀다. 이는 이미 ‘캘리포니아 바다민달팽이’ 보다 5 배나 많은 수이다. 앞으로 컴퓨터의 계산 능력이 100만 배 더 증가하게 되면 인간의 두뇌 전체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파워를 갖게 된다.
뇌는 21세기 인류의 최대의 화두이자 과학기술의 마지막 미개척지이다. 뇌 연구는 근본적으로 IT, BT, NT 등 신기술이 융합되는 다 학문간 분야로서 인류의 삶의 질 향상과 미래 산업 창출 등 경제ㆍ사회ㆍ문화적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연구기반이 취약하지만, 1998년 ‘뇌연구촉진법’을 제정한 이래 국가적 차원에서 꾸준한 투자와 함께 향후 10년간의 뇌연구촉진을 위한 마스터플랜 수립이 진행되고 있다.
과연 ‘블루브레인’이 진화하여 언젠가 인간의 두뇌를 닮은 컴퓨터이 태어날 것인가? 가까운 시일에 인간 수준의 지능로봇이 출현하고 치매를 비롯한 뇌질환이 극복될 것인가? ‘작은 우주‘ 뇌의 무한한 신비의 베일을 벗겨내는 긴 여정에서 우리가 함께 풀어내야할 숙제이다.
/김승환(포항공대 물리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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