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금요칼럼] 戊子年의 국제정세 전망 - 이서항

이서항(외교안보연구원 연구실장)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것은 시간을 재고 미래를 내다보면서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점이다. 달이 지고 해가 뜨는 자연현상에 시간이라는 개념을 부여하여 달력을 만들고 해(年)를 구분하는 것은 우리 인간만이 할 수 있으며 해가 바뀔 때 사람들은 앞일을 예측하면서 새 희망을 그려볼 수 있는 것이다.

 

무자년 새해도 많은 사람들의 희망과 바램을 안고 기지개를 편지 벌써 열흘이나 지났다. 벽두부터 국제유가가 배럴당 1백달러를 넘어서고 있어 국민 모두를 안타깝게 하고 있지만 아직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 10년만의 정권교체로 새 정부가 출범하는 우리에게 올 한해동안 국제정세는 과연 어떻게 다가올 것인가? 인간만이 갖고 있는 예측력을 동원하여 앞을 내다본다면 다음과 같은 네가지의 전망이 가능하다.

 

우선 첫째,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프랑스?일본?호주 등 세계 주요국에서 정권교체 내지 정부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곧 이들 국가의 대외정책 노선 변화로 이어져 새로운 국제안보 환경이 전개될 것이 분명하다. 특히 2009년 미국 행정부가 공화당에서 민주당의 그것으로 바뀔 가능성은 이라크를 포함한 중동문제, 북핵문제, 기후변화문제에의 대응 등 주요 국제현안에 대한 정책기조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더욱이 중국?러시아 등 이른바 ‘권위주의적 자본주의 강대국’들이 부상함에 따라 미국중심의 ‘단극적 국제질서’에도 일정한 변화가 예고된다.

 

안보환경의 변화 속에서 국제사회가 직면할 가장 중요한 현안은 기후변화에의 대응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구온난화를 포함한 기후변화가 환경?안보?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 감축문제는 선진국의 에너지 사용, 경제구조 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그 목표 설정과 이행방법을 둘러싸고 국가들간의 치열한 논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세계경제 측면은 새해초부터 나타난 고유가 행진이 보여주듯 불안정성과 불균형성이 내연하는 상태가 계속될 것이다. 고유가와 함께 중국?인도 등 신흥시장국가의 자원수요 급증, 유동성 과잉에 따른 투기적 수요의 확산, 달러화의 가치 하락 및 이에 따른 세계적 불균형 조정의 어려움 등 위험요인들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경제도 판도 자체가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이 필요한 이러한 시나리오를 그릴 수 있는 배경으로는 미국이 갖는 경제적 위상의 약화, 단일경제권 유럽연합(EU)의 영향력 증대, 중국을 비롯한 이른바 BRICs 의 급속한 부상, 그리고 동아시아의 세계경제의 중심지역으로의 부상을 들 수 있다.

 

셋째, 동북아로 눈을 돌려보면 이 지역이 앞으로 당면할 구조적 도전의 요소는 ‘변환하는 미국’ (transforming U.S.), ‘부상하는 중국’ (rising China), ‘보통화하는 일본’ (normalizing Japan), 그리고 ‘복귀하는 러시아’ (returning Russia)가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지역에서는 기존의 패권국가, 신흥국가, 그리고 재도약?재부상을 쫒는 국가군(群)간의 경쟁과 견제가 표면화되면서 새로운 세력구도가 형성되고 그 결과 지역안보정세의 유동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끝으로 한반도를 보면, 북한에 있어서는 대내외적으로 체제변화를 향한 필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구도 공고화 작업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또한 시장경제요소를 도입하여 경제발전을 시도할 것이나 회복이 부진한 경제는 향후 국제사회의 지원에 그 추이가 영향 받게 될 것이며 핵무장 의지를 포기하지 않는 한 경제재건을 위한 환경 조성은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비핵화에 우선순위를 두는 한국의 ‘실용정부’ 출범과 중국의 ‘대북 피로감’이 영향을 미쳐 북한이 핵폐기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의 지원과 교역은 크게 줄 것이며 이는 북한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평화체제 구축을 포함한 남북관계도 핵문제의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핵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남북관계는 협력과 갈등의 이중성 속에서 진전과 정체를 반복하는 이상한 형태의 발전추세를 보일 전망이다.

 

앞으로 펼쳐질 우리 주변의 국제정세를 보면, 어느 하나도 쉽게 해결될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미래를 내다보면서 계획을 세우고 준비태세를 갖출 수 있는 것이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인간의 능력인 만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더 이상 혼란과 불행은 없을 것이다.

 

△이서항 실장은 핵확산금지조약 평가회의 한국대표,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공동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서항(외교안보연구원 연구실장)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부尹대통령, 6시간만에 계엄 해제 선언…"계엄군 철수"

정부尹대통령 "국무회의 통해 계엄 해제할 것"

국회·정당우의장 "국회가 최후의 보루임을 확인…헌정질서 지켜낼 것"

국회·정당추경호 "일련의 사태 유감…계엄선포, 뉴스 보고 알았다"

국회·정당비상계엄 선포→계엄군 포고령→국회 해제요구…긴박했던 15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