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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 서동설화, 이젠 마음의 역사가 되길

1400여년 전 마를 캐어 팔아서 생활을 하던 백제의 한 남자가 신라의 왕의 딸을 사랑했고, 결국 꾀를 내어 혼인에 이르게 됐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국적도 다르고 신분도 다른 남녀가 만나 결혼까지 성공했으니, 영원할 것 같은 사랑도 쉽게 변하고 마는 오늘날 더 아름다운 로맨스다.

 

지난 19일 익산 미륵사지에서는 서동설화가 허구라는 것을 증명해 주는 중요한 단서가 나왔다. 금제사리봉안기에 새겨진 '우리 백제 왕후께서는 좌평 사택적덕의 따님으로'라는 글귀에 세상은 아름다운 설화 하나를 잃었다고 시끄럽게 떠들었다.

 

오랜 세월에 걸쳐 국가나 민족이 겪어 온 정치적·사회적·문화적 변천의 과정이나 중요한 사실·사건의 자취를 역사(歷史)라고 한다. 각 민족 사이에 전승돼 오는 신화, 전설, 민담 따위는 통틀어 설화(說話)라고 말한다.

 

하나는 사실이고 하나는 거짓인데, 그렇다고 해서 사실인 역사는 취해야 하고 거짓인 설화는 버려야 한다는 시각에는 무리가 있다. 설화 역시 우리 민족의 정신과 삶의 모습이 바탕이 되어 만들어진 것 아닌가.

 

사실 서동설화에 대한 문제제기는 역사학자들 중심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동과 선화의 사랑이야기가 축제가 되고 문화콘텐츠로 끊임없이 활용되고 있는 것은 역사적 사실을 뛰어넘는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옛날 사람들이 무식해서, 혹은 착오로 인해 서동설화가 내려온 것은 아닐 것"이라는 이종주 전북대 국문과 교수의 말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단순히 사실로서의 진실이 아닌, 사람들의 마음 속 진실이었기 때문에 오랜 생명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 아닐까. 서동설화는 이제 마음의 역사가 되어야 할 것이다.

 

도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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