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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보수와 진보 그리고 진화 - 백홍열

백홍열(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과학자의 눈으로 바라볼 때 지구상의 생명만큼 아름답고 신기한 현상도 없다. 파도에 휩쓸리며 밤바다를 파랗게 수놓는 야광충, 바람을 타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독수리, 그리고 슬퍼하고 기뻐하며 또 아옹다옹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 그 모두 물리법칙만으로는 일어날 확률이 거의 없는 기적 같은 일이다.

 

물리법칙에 따르면 우주에서 무질서의 척도인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한다. 즉 자연은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더 무질서한 방향으로 변화한다. 예를 들어, 모아놓은 벽돌은 시간이 흐르면 더 무너져 내리지, 그 반대로 벽돌이 쌓여 벽돌집이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생명체는 이 법칙을 거스르며 끊임없이 자신의 엔트로피를 감소시키고 자연을 질서 있게 변화 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런 역설적인 기적을 과학적으로 이해시켜 주는 것이 진화라는 메커니즘이다.

 

진화는 다음 세 가지 조건이 만족되면 일어난다. 첫째는 자기복제이다. 즉 각 개체가 가진 유전정보가 그대로 다음 세대에 전달되어야 한다. 자기복제는 생명체가 존재하는 기본 조건으로, 이런 기능 없이는 생명이 지속될 수 없으며, 생명이 없으면 진화도 없다. 둘째는 돌연변이다. 진화는 근본적으로 변화이기 때문에 만약 유전정보가 변화하지 않고 자기복제만 한다면 진화는 일어날 수 없다. 돌연변이는 진화의 필수조건이다. 셋째는 자연선택이다. 생존경쟁을 통해 더 우수한 생명체, 더 적합한 돌연변이가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의 법칙이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어떤 생명체가 더 우수하고 적합한지 미리 알 수 없기 때문에, 적자생존의 법칙이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 다만 당시 결과적으로 살아남은 생명체가 적자일 뿐이다. 이런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생명체가 이기적이면서도 자식을 사랑하고, 또 죽어야 하는 이유도 자명하다. 자기 생명을 유지할 수 없으면 자식을 가질 수 없고. 자식이 있어도 사랑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로 유전정보를 보존할 수 없으며, 또 죽지 않으면 진화가 일어날 수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런 종들만 살아남은 것이다. 이렇게 진화는 논리적으로 너무나 단순하고 당연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렇게 단순하고 당연한 메커니즘을 통해 우리 우주는 살아 움직이고 있다.

 

약 40억 년 전 우리 지구는 우연히 자기복제를 할 수 있는 생명의 기원인 DNA를 만들었다. 이 원시생명은 이후 아메바, 삼엽충, 공룡 등 더 복잡한 생명체로 진화해 왔으며 최근에는 기억과 사고능력을 가진 인간이라는 특별한 생명체를 탄생시켰다. 그런데 우리 인간의 기억과 사고능력이 다시 진화의 조건을 만족함에 따라, 생명의 진화와는 별개로 생각의 진화가 이루어져 지금의 인류 사회가 만들어졌다. 따라서 보수와 진보 등 사회현상도 진화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보수와 진보는 모두 사회 발전의 필수 요소이다. 보수는 현 사회 시스템의 자기복제과정으로 진화의 첫 번째 조건이다. 즉 생명과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도 사회의 유전 기능인 보수 없이는 다음 세대로 계속 유지되고 살아남을 수가 없다. 반면 진보는 진화의 두 번째 조건인 돌연변이에 해당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환경은 계속 변하는데 거기에 적응해 변화하지 않는다면 그 사회 역시 발전하고 지속 될 수 없다.

 

따라서 보수와 진보는 앞으로 굴러가는 사회의 두 수레바퀴이다. 그리고 이 두 수레바퀴는 항상 서로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어느 한쪽이 너무 빨리 가면 좌나 우로 돌기만 할 뿐 앞으로 나아 갈 수 없다. 생명의 진화에서도 너무 빨리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그 생명체는 멸종한다. 반대로 돌연변이 속도가 너무 느려도 그 생명체는 도태되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보수와 진보는 서로 다른 입장에서 보완하고 균형을 맞추는 관계이지 적은 아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폭발하고 있는 과학문명, 이에 따른 지구환경의 급속한 변화, 불리해져만 가는 세계경제 환경 그리고 북한의 정치군사적 위협 속에 심각한 도전을 맞고 있다. 그래서 그 어느 때 보다 사회 발전의 동력이 필요한 지금, 현재와 같은 보수와 진보의 극심한 대립으로는 대한민국이 진화하여 살아남을 수 없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사회진화의 자연선택은 힘이 아니라 법과 선거결과이다. 이제라도 보수와 진보는 서로 상대방을 인정하고 균형을 맞추어 사회 진화의 법칙을 따라야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을 발전시키고, 모든 국민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살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백홍열(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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