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교육 문제를 이야기 나누는 자리였다.
평생을 교직에 몸담았던 전직 교장 한 사람이 교육 일을 맡아보는 중앙행정기관을 줄곧 문교부라고 일컬었다. 함께 있던 전직 동료가 핀잔주는 말을 했다. '문교부가 뭐야, 교육부지.' 그러자 역시 교장 출신인 다른 사람 하나가 껴들었다. '허허, 교육부가 교육인적자원부로 바뀐 게 언젠데‥‥.' 또 다른 사람 하나가 나섰다.' '웃기고들 있구먼. 허긴 자네들 낡은 머리론 교육과학기술부란 이름 외기도 쉽지는 않을 걸세.'
건국 이래 우리의 교육정책이 조령모개했던 것처럼 그 명칭 또한 꽤 자주 바뀌었다. 1948년 건국과 함께 문화와 교육을 아우른다는 뜻으로 발족한 <문교부> 가 1990년 교육 전담의 <교육부> 로 개칭되었다가 다시 20001년 <교육인적자원부> 로, 2008년 정권이 바뀌면서 교육인적자원부가 과학기술부와 통합되어 그 명칭이 <교육과학기술부> 가 된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 교육인적자원부> 교육부> 문교부>
다행인 것은 명칭이 어떠하든 그 기관이 모두 이 나라의 교육 문제를 주 업무로 다뤄왔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현재의 교육과학기술부 홈페이지 메뉴 항목부터가 그렇다. 학생 · 학부모 · 교원 · 연구자 중 맨 끝의 연구자 항목만이 과학기술 정책 등 먼저의 과학기술부가 하던 역할을 맡고 있을 뿐 다른 항목은 모두 교육 현장 일들을 다루고 있다.
문제는 홈페이지 팝업창 제목의 섬뜩함이다. 학원부조리 신고 센터. 사교육비 경감 대책의 후속조치로 학원 등에서의 불법행위를 신고하면 돈을 주겠다는 내용이다. 말이 '학원 등'이지 자세히 보면 우리 교육현장 전반의 부조리를 겨냥하고 있다.
빈대 미워 집에 불 놓는다고, 곪은 부위를 도려낸다며 선 솜씨로 어설피 쓰는 칼은 자칫 더 크고 중요한 것을 망칠 수도 있다. 학원 교육도 교육인데 유독 그 비리 척결만을 강조하는 이런 엄포성 전략이 우리의 교육 뿌리와 그 바탕 모두를 불신하는 풍조로 번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선 교육 현장의 불법행위 신고는 가르침을 받는 학생과 가르치는 선생님과의 관계를 이간질하는 결정적 빌미가 될 터. 더구나 자기 자식이 다니는 학교와 선생님의 비리를 찾는 학부모들의 그 불신의 눈길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삼위일체의 결속을 미덕으로 지켜온 우리 공교육 현장의 학생 ? 선생님 ? 학부모들의 관계가 오늘처럼 이간된 상태는 일찍이 찾아볼 수 없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 중에서도 오직 가르치는 신명 하나로 사는 선생님들의 얼굴은 학부모들의 자식 보호 이기주의 앞에서 더욱 참담하게 일그러질 수밖에 없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고, 오래 전부터 스승의 날에 대부분의 학교가 문을 닫았다. 학부모가 내민 촌지 봉투를 동영상으로 잡고 있는 제자들의 그 한심한 작태 속에서 어찌 가르침의 말이 나올 수 있겠는가.
높은 교육열에 비례해 교육 현장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냉소가 매몰찬 것도 임시방편으로 서둘러 만들어내는 교육정책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학생 · 선생님· 학부모와의 끈끈한 믿음과 사랑의 줄을 다시 이어주는 그런 정책이 필요하다. 불신의 눈길을 거두고 사랑하고 따르고 밀어주는 교육현장의 따듯한 이야기가 그립다.
1960년대 초, 경상도 어느 시골 학교 선생님이 가정방문을 갔다. 갈 때 징검다리로 건넌 개울물이 소나기로 불어 돌아올 때는 아이의 아버지 등에 업혀 개울을 건넜다. 한사코 사양하는 선생님을 향해 아버지뻘 되는 아이 아버지가 간절한 눈길로 애원했다. '선생님, 지도 효자노릇 좀 하게 하소.' 아이의 할아버지가 집에서 개울 쪽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선생님 배웅을 마친 뒤 서로 손을 잡고 다시 개울을 건너가는 그 집 아버지와 아들의 뒷모습은 생각만 해도 아름답다.
'그때만 해도 가르치는 게 참 즐거웠지.'
아직도 문교부란 명칭이 입에 익은 예의 그 전직 교장의, 가정교육이 살아 있던 그때 그 시절 교육 이야기의 맺음말이다.
/전상국(소설가·김유정 문학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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