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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타이거 우즈와 살아남은 자의 슬픔 - 전용배

전용배(동명대 체육학과 교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성추문은 2009년 연말 지구촌을 강타한 최대의 가십이었다. 적나라한 사생활 폭로로 한 인간의 인권이 짓밟히고 있다는 시각은 극히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을 뿐 모든 것이 노출되어, 그동안 쌓아왔던 긍정적인 이미지가 한 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인류역사상 가장 위대한 골퍼라는 찬사를 들었던 타이거 우즈는 왜 이렇게 무너졌을까. 단순한 개인의 일탈인가? 그렇지 않으면, 다른 함의가 내재되어 있는 것일까. 판단하기 쉬운 문제는 아니다. 그럼에도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타이거 우즈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가정이 성립된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도 현역시절 도박과 여자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도박은 중독수준이었다. 그 이외에도 세계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던 스포츠스타들 중에는 타이거 우즈나 마이클 조던과 같은 사례가 적지 않다. 결론은 극심한 경쟁에 따른 스트레스이다. 연예계, 정계, 스포츠계는 이등을 기억하지 않는 곳이다. 즉 승자독식구조이다. 승자독식구조는 참가선수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 '승리 아니면 죽음을 다오'이다. 승리는 부와 명예 그리고 권력을 일시적으로 안겨주긴 하지만 영원하지는 않다. '달콤한 열매'를 지키기 위해 그들은 끝없는 경쟁 속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그래서일까. 연예계 스타는 '자살의 그림자'가, 스포츠 스타는 '일탈의 그림자'가, 주목받는 정치인은 '교도소 담장의 그림자'가 운명처럼 드리워져 있다. 최고가 아니면 용서가 되지 않는 환경이 이들을 자극한다.

 

원래 스포츠는 단순한 놀이에서 출발했다. 근대 유럽에서 발전한 스포츠는 '유희성'에 초점을 맞추었기에 오락이나 재미와 관련이 깊다. 이러한 스포츠가 미국에 전파되면서 새롭게 탄생했다. '경쟁성'이 추가된 것이다. 게다가 미국이 세계질서를 장악하면서, 스포츠의 '경쟁성'은 미국의 경쟁력을 담보하는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다. 물론 강함을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는 하지만, 스포츠는 미국 자본주의와 만나면서 무한경쟁을 선언하고 이를 통해 비약적인 성장을 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필요했던 것이 경쟁력 있는 '스포츠 영웅'의 출현이었다. 영웅이 없는 오늘날 유일하게 영웅대접을 받는 것이 스포츠스타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이들은 영웅이 아니라 극심한 경쟁사회에서 생존해야하는 나약한 인간 일뿐이다.

 

타이거 우즈와 관련된 유명한 일화 중에 '페인 스튜어트 사건'이 있다. 니커보커스 복장에 중절모가 트레이드마크인 페인 스튜어트는 1999년 여름 US 오픈에서 우승하고, 그해 가을 비행기 사고로 사망했다. 당시 협회는 PGA선수권대회의 일정을 조정하여 참가 선수들이 조문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모든 선수들이 플로리다 주에서 거행된 장례식에 참석했는데, 타이거 우즈만 빠졌다. 장례식후 치러진 PGA 선수권대회에서 타이거 우즈는 당당하게 우승하고 개인적으로 묘소를 참배했다. 타이거 우즈는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회를 앞두고 스튜어트의 장례식에 참석하면 마음이 흔들릴까 두려웠다'고 고백했다. 보편적 정서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행동이지만, 극심한 경쟁이 상존하는 스포츠세계에서는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살아남은 자들이 원하는 건, 현실에서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결국 현대사회에서 경쟁은 피해갈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았는데도 슬프다는 것이다. 오늘 밤 타이거 우즈는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그러나 지난 밤 꿈속에서, 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한 자는 살아남는다.' 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라는 브레히트의 시(詩),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되뇌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누가 살아남은 것이고, 누가 살아남지 못한 것인가. 과연 이것이 타이거 우즈에게만 해당되는 일일까.

 

/전용배(동명대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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