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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아마존의 눈물, 아바타, 아이티 - 김명곤

김명곤(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장)

아마존의 와우라 족은 토기와 스테인리스 냄비를 함께 사용하며 발전기로 켜지는 텔레비전 을 즐겨 본다. 예전 브라질의 주요 수입원인 고무 채취에 동원됐던 마르보족의 상당수는 죽거나 마을을 떠났다. 여덟 살 소녀 릴리아니의 엄마는 병으로 죽고, 아빠는 도시로 나간 후 소식이 없다. 아마존 상류에 사는 마티스 족은 온 몸을 검게 칠하고 나뭇잎으로 몸을 감싼 어른이 회초리로 아이를 때리는 풍습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아이를 강하게 만들어 준다는 매서운 회초리질이나 얼굴에 새긴 사나운 재규어 문양에도 불구하고 부족민들은 병들어가고 있다. 사냥꾼 비나는 간염 보균자이며, 그의 둘째부인과 딸도 간염환자가 되었고, 큰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역시 간염으로 죽었다.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 은 지상 최대 생물의 보고이며 '지구의 허파'인 아마존의 위기를 그리고 있다. 만약 아마존이 사라진다면 인류는 또 다른 행성을 찾아 고달픈 여행을 떠나야 할 지 모른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는 에너지가 고갈된 미래 지구의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판도라라는 행성으로 날아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들은 매장된 자원을 얻기 위해 원주민인 나비족의 고향에 불을 지르려 한다. <아바타> 를 보면서 <아마존의 눈물> 을 떠올린 것은 판도라 행성의 자연이 아마존의 밀림을 닮았기 때문이고, 원주민들의 고향에 불을 지르는 짓거리가 바로 지금 아마존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바타> 에는 <아마존의 눈물> 에는 없는 '영웅'이 있다. 휠체어 신세의 다리를 얻기 위해 행성에 들어 온 주인공 제이크 설리는 판도라의 여인과 사랑을 하고 행성의 아름다움에 빠져 결국 행성을 구해낸다. 그런데 판도라의 자연을 파괴하는 주체도 백인이고, 그것을 구하는 주체도 백인이라는 설정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 의문에 대해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데이비드 브룩스는 영화 <아바타> 가 "백인 메시아가 세계를 구한다는 우화를 강화시키는 백인 관점의 인종적 환상을 심어주고 있다"고 답하고 있다.

 

1492년에 콜럼버스가 첫 발을 디딘 신대륙은 카리브 연안의 키스케야 섬이었다. 섬의 토착민들이 학살과 질병으로 몰살당하자 아프리카에서 흑인들을 데려와 노예로 부렸는데, 이들이 현 아이티 국민들의 선조다. 그 후 프랑스 식민지가 되어 가장 잔혹한 수탈을 당한 아이티의 노예들은 기나긴 독립 투쟁을 했고, 드디어 1804년에 세계 최초로 흑인 공화국이 되었다. 미주 대륙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 공화국으로 독립한 아이티에 대해 흑인노예들의 국가라는 이유로 국가 승인을 거부했던 미국은 1915년에 아이티를 점령해서 1934년까지 통치했다. 아이티가 독립 이후 34번의 쿠데타를 겪으며 최빈국으로 전락한 원인은 서구 열강의 탐욕스런 수탈과 군사개입과 점령을 반복했던 미국의 정책 때문으로 지적된다. 그 미국이 상상을 초월하는 강진 피해로 시신들과 통곡소리와 비명소리 가득한 '생지옥' 아이티의 구호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니 흑인들에게 병 주고 약 주는 백인들의 위세는 대단하다.

 

북극의 빙하가 녹고, 아마존의 숲이 파괴되고, 지진과 해일, 폭염과 강추위가 지구를 뒤덮고 있는 지금 환경파괴로 인한 자연재해는 앞으로 우리의 삶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존재가 될 것이다. 이러한 자연재해를 보는 시선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 <아바타> 는 웃었지만, 아마존과 아이티는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아이티, 아마존, 아바타. 공교롭게도 모두 '아'로 시작된다. 이 '아' 자들이 지금 우리 시대의 큰 화두를 제공하고 있다.

 

/김명곤(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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