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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복지논쟁과 합의 민주주의

박후건 (경남대 교수·정치외교학)

요즘 정치권에서는 복지논쟁이 한창이다. 야권에서는 국민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보편적 무상복지를, 그리고 여권에서는 필요한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적용되는 선별적 복지정책이 현 한국 현실에 맞는 복지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작 복지논쟁에 불을 붙였던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은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한국형 복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에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전의원은 민주당의 무상복지를 선거용 캐치프레이즈로, 박근혜 의원의 한국형 복지를 포장만 있고 내용이 없는 것으로, 그리고 한나라당은 복지정책을 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며 모두를 비판하고 있다.

 

누구의 정책이 옳건 간에 복지가 한국정치의 중요한 화두가 된 것은 현재 한국사회의 현실을 고려할 때 환영할 만한 일이다. 1997년 이른바 IMF사태라는 외환위기때부터 한국사회의 양극화는 급속하게 이뤄졌다. 양극화 문제가 가속화되는 주된 요인들 중에는 비정규직 문제가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한국 전체 노동자의 약 50%인 830만명 정도이며 이들은 정규직의 47% 정도의 임금을 받고 있는데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또한 한국은 OECD 국가 중 저임금계층이 가장 많고 임금 불평등도 가장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저임금계층은 452만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26.5%이고, 상위 10%와 하위 10% 임금격차는 무려 5.25배나 된다. 그러므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은 반드시 필요하며 여기에 대한 건설적인 논쟁은 장려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정치권에서 벌이고 있는 복지논쟁은 복지가 담고 있는 목적을 벗어나고 있다.

 

원래 복지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적 혜택을 사회성원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줌으로서 공동체에 대한 사회성원들의 의식을 강화하고 진정한 공동체로서 거듭나기 위해서이다. 이런 맥락에서 복지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개인이 사회성원이면 기본적으로 부여받는 개인적 권리 차원에서의 복지와, 사회성원 그 누구도 사회에서 배제시키지 않고 평등하게 고려해 공동운명체로서 갈 수 있는 토대를 유지하겠다는 사회적 차원의 복지이다. 개인에 대한 고려와 사회에 대한 고려라는 복지의 이러한 두 가지 측면은 마치 사회라는 거대한 지붕을 떠받들고 있는 두 개의 기둥과 같고 음과 양 같은 유기적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 특히, 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핀란드처럼 복지가 잘 되어 있는 북유럽 국가들의 복지정책은 복지의 이 두 가지 측면 중 어느 하나에 치중하지 않고 균형을 잘 맞추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은 복지정책이 본격적으로 가동된 것이 경제발전을 어느 정도 이룬 후가 아니라 경제개발과 동시에 이들 국가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이것이 가능하였던 것은 이념적으로 각기 다른 견해를 갖고 있는 각 정당들이 당리당략에 치우치지 않고 합의 민주주의를 통해 사회통합을 견고히 하는 방향에서 복지정책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국민의 모든 후생을 보장하는 과잉복지는 국민들로 하여금 복지병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승리자와 패배자가 엄격하게 나누어지는 시장경제에서 열심히 살았지만 패배자의 대열에 낄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당당한 사회성원으로 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는 건전한 복지정책은 시장경제를 지속적으로 돌아가게 하고 사회통합을 통한 국가경쟁력을 제고하는 데도 필요불가결하다. 복지논쟁이 마치 선거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달성하겠다는 목적과 다른 정당 또는 다른 대권후보와 차별성을 갖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되었다면 사회통합이라는 복지의 가장 중요한 목적을 망각하는 것이다.

 

정치권은 복지를 당리당략의 도구가 아닌 일시동인(一視同仁)이라는 정신 아래 합의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복지는 그야말로 백년대계이며 국가발전의 가장 중요한 내용 중 하나이며 척도이기 때문이다.

 

/ 박후건 (경남대 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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