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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토'의 진정한 의미를 살리려면

김 성 열 경남대 부총장·교육학

 
주 5일 수업제인 '놀토'가 전면적으로 시행된 지 한 달여의 시간이 흘렀다. 2005년부터 월1회, 2006년부터 월 2회 실시되었던 놀토는 금년 3월 새 학기를 맞으면서 기숙형 학교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한 전국 99.6%의 초·중·고등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다.

 

놀토는 정규 수업이 없는 토요일이다. 학생들은 놀토에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지역사회의 다양한 교육의 장을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방문할 수도 있다. 물론 학생들은 스스로 모자란 공부를 보충할 수도 있다.

 

놀토는 지난 해 7월1일부터 5인 이상 사업장으로까지 확대된 주 5일 근무제의 시행이라는 우리 사회의 근로환경의 변화 추세에 부응하여 학교에도 도입된 것이지만, 교육적으로도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무엇보다도 놀토는 주로 학교에 한정되었던 교육의 장을 지역사회로 확장함으로써 교실에서의 교과학습에 매몰되어 있던 아이들에게 체험적 교육활동을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놀토는 학생들이 학교라는 제한된 교육공간을 벗어나서 다양한 장소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공동체 의식을 기를 수도 있고, 문화나 예술, 체육활동에 참여하면서 지·덕·체의 균형잡힌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놀토의 이러한 교육적 의미를 살리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먼저,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지역사회기관들이 가족들이 함께 나들이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시설,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놀토는 학생들이 학교를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다. 지역사회가 여가 활용에 대한 주민들의 다양한 필요와 수요를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에는 과도기적으로 학교가 여전히 안전한 공간으로서 대체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는 있다. 그런데, 학교가 언제까지나 계속해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없는 일이다. 지방자치단체, 지역사회기관이 나서야 한다. 그래서 놀토에는 학생들은 학교 '안'이 아니라 학교 '밖'에서 체험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놀토는 학교에서 정규 수업만 없는 날이 아니라, 앞으로는 학교가 주도하여 제공하는 대체 프로그램도 없는 날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학교 시설이외에는 이용하기에 적당한 공간이나 시설이 없는 지역에서는 학교가 유용한 시설일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런 경우에도 학교보다는 지역사회가 학교 시설 등을 이용하여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제공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른 한편으로 놀토에 제공되는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없는 취약계층의 학생들에 대한 대책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비용이 드는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없는 학생들에게는 지방자치단체가 경비를 지원해 주어야 한다. 놀토의 확대가 계층간에 유의미한 교육적 경험의 차이를 낳고 이로 인해 더욱 심화될 수도 있는 교육에서의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은 필수적이다. 놀토의 전면적 시행은 지역사회의 구성원을 키워내는 일에 이렇게 지역사회가 책임질 것을 요청하고 있다. 다시 말해, '온 마을이 아이를 함께 기른다'는 평생교육 정신의 구현과 그 실천을 요청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지역사회의 노력과 책임의 증대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학습 또는 공부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다. 우리는 공부라고 하면 전통적인 학문 교과를 학습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학교교육에서는 교과 지식을 이해하고 기억하며, 분석하고 응용하며 종합하는 능력을 중시하였다. 이제 우리 모두 공부는 전통적인 교과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라는 좁은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실에서 배운 지식을 실제적 경험을 통하여 확인하는 것은 물론 일상적인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 다양한 예술과 체육활동을 통하여 정서적 능력을 함양하거나 단체 활동을 통해 인간관계 능력을 키워나가는 것들이 모두 다 공부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지방자치단체, 지역사회의 여러 기관들이 학생들이 놀토에 이용할 수 있는 시설과 공간,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누구에게나 제공하는 책임을 다할 때, 그리고 교과지식의 학습만이 공부라는 편협한 생각에서 벗어날 때 놀토의 진정한 의미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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