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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노예

박종화 피아니스트·서울대 음대 교수

   
 
 

한강의 기적을 경험한 우리나라는 급성장과 함께 그 속도와 성취감에 중독된 느낌이 든다. 물론 중독자체는 그렇게 부정적이지 않다. 오히려 속도중독과 성공집착은 우리국가에 대단한 경쟁력을 가져다주며 어마어마한 원동력을 제공해준다. 허나 이에 의한 사회적 부작용도 무시하지 못한다. 부작용의 증상은 세계 자살률 2위와 낮은 행복지수로 뚜렷하게 진단되어있고 다양한 사회부문에서도 고통의 자국은 선명하다.

 

딜레마다. 자연자원이 희박한 우리나라로서는 인간자원을 최대로 활용해야하고 선진국의 문턱으로 들어섰다고는 하나 앞으로 해결해나갈 과제들이 무겁게 우리 어깨를 누르고 있다. 어떻게 하면 지속적이고 발빠른 발전을 유지하면서 우리의 행복을 지켜나갈수있을까?

 

사회와 개인의 진화가 동시에 진행돼야 올바른 해법이 나오지않을까 싶다. 만약 지금 나날이 거론되고 있는 사회복지가 사회적 진화의 열쇠라면, 개인적 진화의 핵심은 바로 교육에 있다.

 

우리나라 학생들과 의사소통을 할 때마다 느끼는 어려운 점이 있다. 질문을 해야할 때 또는 받았을 때 발언을 두려워한다는 사실이다. 배움의 장에서 자기 의견이나 질문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것은 학생이 갖춰야 할 기본적 태도이며 이런 습관의 연장선에서 토론식 교육이 가능해진다. 동료 앞에서 감정이나 의사를 표현하는 연습은 초등교육 시절부터 진행돼야 하며 그 연장선상으로 중학교 시절부터 토론식 수업이 진행돼야 한다.

 

토론식 교육의 장점은 주어진 정보를 접했을때 동료들과 다양한 각도의 해석 및 견해를 교환하며 그 정보에 대한 깊은 이해를 얻을수있다는 점과 토론의 절차를 통하여 자기와 다른 가치관를 가진 자에 대한 존중 및 공감하는 법을 배울수 있다는 점이다.

 

영국의 한 사립초등학교에서는 학교등급이 하위 25퍼세트권에서 못 벗어나자 교사들이 회의를 열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실행해보자고 결정한다. 아이들 사이에 인기가 많은 해리 포터 소설을 바탕으로 교재를 바꿔보자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해리 포터 소설의 캐릭터로 변신해 학교에 등교했고 선생들 또한 책안의 캐릭터로 수업을 운영해 나아갔다. 영어는 해리 포터 책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연극을 창작하고, 수학은 책 안의 마술들을 응용해서, 체육은 소설 속에서 나오는 매혹적인 스포츠 퀴디치를 응용하여 수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매 학기마다 아이들에게 다음학기의 테마 선택권을 주었다. 해리 포터 다음에는 타이타닉, 아프리카, 왕자와 공주 등등의 테마로 커리큘럼을 매학기 갱신했다. 결과는 경이로웠다. 단 3년만에 이 학교는 하위 25퍼센트권에서 상위 5 퍼센트권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입학 희망자들이 넘쳐나는 엘리트 학교로 탈바꿈 한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아침일찍 등교해서 학과목들을 공부하고 방과후 사교육 시스템에서 늦게까지 다시 공부를 하고 귀가한다. 그리고 학부형들은 시험통과를 최우선시 하는 사교육 시스템에 엄청난 경제적 자원을 투자한다.

 

이런 환경속에서 학생들은 시험을 잘 치를수있는 기술을 전수받으며 지식을 공식으로 축소하는법들로 노트를 채운다. 학부형들은 학생들 못지않은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경제적 부담을 실감하고 삶의 선택들을 후회한다.

 

과연 창의력을 외치는 이 시대에 걸맞는 인재들을 이런 시스템에서 배출해 낼 수 있을까? 감성이 풍부하고 시대와 공감 할 수 있는 리더들을 탄생시켜 낼 수 있을까?

 

지금 우리나라는 학생들을 지식의 노예로 감금하고있다. 이제는 학생들이 지식의 자유인이 될수있도록 풀어주어야 할 시기다. 그래야지만 지식의 마스터가 될수있는 가능성을 제공할수 있다.

 

한국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한국의 성공과 행복의 열쇠는 바로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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