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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과 한반도신뢰프로세스

김관영 국회의원

최근 북한의 도발의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한반도 긴장관계가 어느 때보다 심각해지고 있다. 한반도의 정세 불안은 자본시장에도 상당한 경제적 손실을 입혔다. 지난달 6일 북한이 정전협정을 백지화한 후부터 약35일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 증발한 시가총액이 무려 56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 개성공단 잠정폐쇄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증권시장에서의 시가총액 56조원 그 몇 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남북 관계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작금의 사태를 바라보는 국내외 정치권의 시각은 군사적 전면 대결을 감수해야 한다는 세력과 평화를 추구하는 세력으로 나누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문제의 근원은 북한의 핵이다. 북핵은 군사 대결만으로 해결될 수 없으며 또한 우리만 평화를 추구한다고 전쟁 위협이 단번에 사라지지는 않는다. 결국은 정치와 외교를 통해 풀어나가야 할 문제다.

 

북한에게 있어 핵이란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안보, 경제, 에너지, 권력유지 등 정권유지를 도모할 수 있는 다목적 카드다. 그동안 북한의 핵보유 문제와 일련의 도발 행위에 있어 합의점을 찾은 적이 2차례 있었다. 1차 북핵위기를 해결한 94년 북미간 제네바합의와 2차 북핵위기의 합의점을 찾은 2005년 제 4차 6자회담에서 합의된 9.19 선언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의 사태는 이른바 제 3차 북핵위기다. 이번 상황은 1, 2차 때와 달리 핵과 미사일은 물론 재래식 무기까지 총동원되었다는 점에서 전면적이고 포괄적인 위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반도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정치와 외교가 절실하며 북핵문제 해결과 평화체제 수립을 포괄하는 담대한 구상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이 '선 핵폐기'를 주장하면서, 북핵폐기와 이에 따른 화해협력 프로그램들을 동시행동원칙에 따라 단계적으로 해 나갈 것을 천명한 9.19 공동선언이 사실상 백지화되었고, 이후 우리 정부는 북핵 문제에서 협상 레버리지를 상실한 채 미국과 중국만을 바라보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는 동안 북핵은 한미 양국의 안보를 정치에 이용하려는 안보 장사꾼과 돈벌이에 혈안이 된 무기 매매업자에 의해 이용당해왔고, 북측은 젊은 지도자의 권력기반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정치와 외교는 없고 결국은 군사적 대결만 남아있는 지금의 일촉즉발의 위기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 케네디는 '우리는 두려워서 타협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타협하기를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라고 말한바 있다. 지금의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과 적극적으로 대화채널을 복원해야 한다. 먼저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나서야 한다. 북한붕괴론에 근거한 봉쇄정책이나 방치전략이 아니라 적극적인 개입 정책으로 선회해야한다. 6자회담 또는 북미간 직접대화를 통해 신뢰를 구축하고 핵폐기 프로세스를 복원할 수 있도록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또한 당사자인 남북간의 대화가 절실하다. 통미봉남(通美封南)으로 흘러가서는 안된다. 여야간의 당리당략을 뛰어넘어 범민족적 차원에서 북한과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도록 특사 파견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대화채널을 복원해야 한다.

 

올해 초 청와대에서는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가 10년 동안 햇볕정책, 포용정책에 쓴 대북지원 금액이 약8조원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10년 동안 8조 지원, 35일 동안 56조 가치 증발. 보이지 않는 평화의 가치가 다시한번 소중하게 느껴지는 때이다. 북한과의 긴장이 고조될수록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남과북만이 당하게 된다. 이제 대화가 더욱 절실하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접근이 필요한 때이다.

 

새정부는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에 갖혀 지난 5년의 실패를 번복해서는 안될 것이다. 박대통령의 공약인 한반도신뢰프로세스도 '그랜드 바겐'처럼 공염불로 끝나서는 안된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다.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정착을 위해 담대한 자세로 나아갈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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