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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화 어우러진 '삼례문화예술촌'

일본 대지주 건축물 원형 보존 / 갤러리·박물관·공방에 카페도

▲ 완주군 삼례읍 삼례역로 81-13 일원에 조성된 삼례문화예술촌. 일제시대 양곡창고 건축물의 원형이 보존되어 있다. 안봉주기자 bjahn@

연일 이어진 송년회의 웃음도 잦아들면서, 구멍난 세밑 가슴 속을 깊숙이 파고드는 찬바람. 연말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마음앓이를 치유할 수 있는 명약으로 문화예술 만한 것도 없다. 더욱이 일손에서 잠시 해방된 주말이라면, 밀려오는 문화에 대한 허기와 갈증을 달랠 수 있는 추천목록에서 완주군 삼례읍에 자리한 ‘삼례문화예술촌’을 빼놓을 수 없다.

 

삼례문화예술촌에 들어서면 갤러리·박물관·공방 등 문화예술 분야의 다채로운 욕구를 한방에 해결할 수 있다. 또 창 넓은 탁자에 앉아 조그만 연못과 눈을 맞추며 찻잔을 기울일 수 있는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문화카페도 마련되어 있다.

▲ 삼례문화예술촌 입구.

이곳은 우리네 아픈 역사의 상처를 극복하고 새로운 문화예술을 꽃피우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먹먹한 감동을 안겨준다.

 

만경강 하류에 위치한 삼례는 토지가 비옥하고 기후도 온화해 예로부터 만경평야가 펼쳐졌고, 이같은 자연적 혜택은 군산·익산·김제와 더불어 일제시대 수탈의 현장이란 시련으로 변해 버렸다. 일제시대 식량수탈을 위해 완주지역에 들어선 일본인 대지주 농장은 조촌면(당시) 반월리 전북농장, 삼례면(당시) 삼례리 조선농장 등이다.

▲ 삼례문화예술촌 인포메이션 센터의 문화공간 안내도.

일본인 대지주 시라세이가 1926년 설립한 식민농업회사인 이엽사 농장은 삼례역 부근 삼례면(당시) 후정리에 자리 잡았고, 삼례지역 농민들의 피땀을 착취하기 시작했다.

 

현재 삼례문화예술촌으로 사용되는 건축물은 이엽사 농장이 착취한 양곡을 보관하기 위한 창고로 활용되었다. 이 건물의 건축물대장을 추적하면 192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건축용도가 양곡창고라는 점에서 이견의 소지는 거의 없다.

 

서해가 만조를 이루면 바닷물은 이 양곡창고와 맞닿은 만경강 삼례 비비정마을까지 밀려들었고, 일본인들은 이때에 맞춰 양곡창고를 활짝 열고 마차와 지게를 이용해 강가에 닿은 배에 양곡을 실었다. 당시 삼례지역 주민들은 밤마다 ‘한 말 한 섬’ ‘한 말 한 섬’ 쌀가마니를 세는 소리를 들으며 굶주린 배를 움켜쥐었다고 전해진다.

 

한국 근대사의 눈물과 함께 세워져 100년 가까운 풍파를 버텨온 일제시대 양곡창고가 한국인의 마음과 영혼을 담은 문화예술촌으로 곱게 새단장을 하고 무심하게 내방객을 맞고 있다.

 

완주군은 이곳을 문화예술촌으로 꾸미면서 기존 건축물의 원형을 고스란히 보존하는데 힘썼다. 이근형 문화관광과장은 “삼례농협으로부터 양곡창고를 인수한 이후 문화예술촌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원형 보존이 최대의 컨셉이었다”며 “타지역 리모델링 사업과는 달리 삼례문화예술촌 건축물은 현재 상태의 90% 이상이 일제시대 당시 것이다”고 설명했다.

 

● 완주책박물관 박대헌 관장 "근대 도서 디자인 변천 과정 한눈에"

새것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이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헌것들. 헌책의 수준을 넘어 고서의 반열에 오른 도서의 깊은 맛과 의미를 알아 내려면 전문지식과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완주책박물관 박대헌 관장으로부터 책박물관을 음미하는 접근방법을 들어본다. 박 관장은 ‘서양인이 본 조선’ ‘우리 책의 장정과 장정가들’ ‘고서 이야기’ 등 책을 저술한 고서 전문가이다. 이번달엔 ‘한국 북디자인 100년’이란 저서로 한국출판진흥재단으로부터 한국출판학술상을 수상했다.

 

박 관장은 기획전시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대해 “이 전시는 우리나라 근대 도서 디자인의 변천 과정을 한눈에 보여주려 노력한 기획물”이라며 “도서를 디자인한 김환기·구본웅·정현웅·김용준·이인성·천경자 등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눈여겨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함께 전시한 조선시대 능화판으로 표지를 찍은 고서도 빼놓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상설전시는 ‘옛날은 우습구나’와 ‘철수와 영이’로 구성된다. 박 관장은 “중학 1년 시절인 1952년부터 1992년까지 40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쓴 만화일기를 찬찬히 따라가면 한국 현대사를 살았던 한 평범한 남자의 꿈과 현실, 희망과 좌절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철수와 영이’에선 1950년대와 1960년대 꽁보리밥·책보자기·몽당연필 등 이미지와 함께 형이나 언니한테 물려받았던 옛 교과서들을 볼 수 있다”며 “우리들에게 익숙하고, 최고의 베스트 셀러였던 철수와 영이의 그림을 김태형 화가가 그렸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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