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365일 가동되는 현장에서 명절이 어디 있겠습니까. 명절이라고 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바쁘지도 않은, 말 그대로 우리에게 명절은 평일과 다름없죠.”
28일 오후 2시께 전주시 팔복동 3가에 위치한 ‘삼양화성’의 종합 상황실 안. 설 연휴를 이틀 앞둔 이곳에서는 “송신! 송신!”, “CV(Control Valve) 열려 있는지 확인해주세요”라는 업무적인 용어만 오갈뿐 설 명절의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삼양화성은 폴리카보네이트(PC) 수지를 생산하는 삼양그룹 계열사로 하루 360t, 1년이면 12만t가량을 생산한다. DCS(Distributed Control System)라는 자동화 설비 시스템이 가동 중인 종합 상황실에서는 원료의 투입량, 설비의 온도, 압력 등 다양한 변수들을 직접 통제하고 있다. 종합 상황실 안에서는 문제가 발생하면 곧바로 DCS에 경고가 발생하고, 현장에 즉각 투입해 문제를 해결한다. 한 번에 근무하는 인원은 80여명으로 하루 4조 3교대 배치된다.
화학 장치산업 특성상 생산라인을 멈출 수 없기 때문에 설 연휴에도 평소와 다름없이 일을 한다. 긴 연휴를 반납하고 생산 현장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 서러울 법도 하지만, 직원들은 정상 근무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촉매 교체와 기계장치의 노후화 점검 등 정기 보수 기간이 속한 4월을 제외하면 24시간 생산공정이 쉬지 않고 작동한다.
삼양화성 지원팀 전철빈 부장은 “배관에는 원료가 액상 상태로 흘러 다니는데 만약 이를 정지했다가 재가동할 경우 퍼지(purge)와 적정 온도, 압력 등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2~3일의 시간이 소요되고 이 과정에서 엄청난 폐기 비용과 재가동 비용이 발생한다”면서 “설날이나 추석이라도 3개의 라인을 멈추면 고객사가 원하는 제품을 제 기간에 납품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정상 근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평소와 같이 공장이 운영되지만 연휴를 잊고 근무하는 직원들을 위해 설맞이 특별 간식 등이 지급되기도 한다.
삼양화성 종합 상황실에서 근무하는 A조 박철현씨(47)는 “올해 설날 기간 근무 배치표를 보니, 오는 30일에는 쉬지만 31일부터 2일까지는 오후 10시 40분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야근 근무를 해야 한다”면서 “저는 지난 25년간 삼양화성에서 근무하면서 설날이나 추석에 근무하는 것이 몸에 뱄지만, 어머니는 아직도 근무 형태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명절을 함께하지 못하는 점을 아쉬워하신다”고 말했다.
이어 “명절에 가족들 또는 친구들과 함께 하지 못해 명절에 대한 향수를 지니고 있지만 연휴 4일 동안 교대 조에서 책임지고 생산 라인을 가동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면서 “토요일이나 일요일보다 명절에 근무하는 것이 더욱 신경 쓰이는 이유는 설 연휴 동안 안전하게 공정을 가동해야만 다른 동료들이 즐겁게 명절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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