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 연휴에 고향에 다녀왔다. 어렵사리 고향에서 만난 어른들, 친지들 그리고 모처럼 얼굴을 마주한 고향 친구들은 입을 모아 우리 전북의 도세가 타도보다 약하다고 한탄한다. 그런데 언제나처럼 걱정만 하지 그 다음이 없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어떻게 하면 도세를 키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먼 옛날 옛적부터 그랬던 것처럼 자조만 할 뿐이다. 전북의 도세가 지금처럼 쭈그러든 데는 배경과 이유가 있다. 산업화에 밀리고 지역차별에 위축되다 보니 어느 틈에 낙후된 전북, 가난한 전북이 돼 버렸다.
하지만 우리 고향 전북이 태고(?) 적부터 낙후되고 가난했던 것은 아니다. 역사 속에서 보면 전북은 잘 살던 때가 더 많았다. 가깝게는 일제 식민지 하에서도 전북은 부자 도였다. 해마다 가을 추수가 시작되면 영남의 노동인력, 실업인력이 대거 밀려들었고 입에 풀칠을 못 할 정도로 가난한 타도 민들이 전북의 푸근한 인심을 찾아 전국에서 몰려들곤 했었다. 내 고향 전북은 예로부터 먹거리가 풍부해서 인심이 후하고 사람들간의 정이 두터웠다. 그래서 일찍부터 풍류와 해학의 예술과 문화가 꽃을 피웠던 상도(上都)-퍼스트 프라빈스(first province)이다.
지난 1월 19일 JB 미래포럼이라는 작은 모임이 출범을 했다. 회원 대부분이 4~50대 청장년으로, 전북은 물론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활발하게 사업을 펼치고 있는 전북 출신 강소 기업인이 그 주인공들이다. 고향의 낙후, 그것보다 더 걱정인 패배와 좌절감만 탓할게 아니라 전북 경제인들이 앞장 서 활로를 찾고 출구를 열어보자는 취지로 자리를 함께 한 것이다. 뜻을 같이 한 회원가운데는 닭고기 업체로 출발하여 우리나라 굴지의 식품 대기업으로 성장한 하림이나 젊은 층에게 유명한 온라인 게임업체 웹젠, 재무 안정성과 기술축적이 국내 어느 기업 보다 강한 일진그룹 등 우량기업이 대부분이다. 삼성 같은 대기업, 재벌그룹은 전북에 없지만 대신 탄탄한 강소 기업이 알토란처럼 쑥쑥 자라고 있다. 21세기의 한국, 나아가 세계를 변화시킬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전북 출신 전문가와 기술인은 어느 도와 견주어도 꿀리지 않는다. 우리 전북 경제인들에게 패권을 거머쥘 후흑심(厚黑心)은 모자랄지 몰라도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소프트파워의 DNA는 누구보다 강하다는 것이 오랫동안 현장에서 고락을 함께 해온 필자의 확고한 믿음이다.
전북은 이제 눈을 크게 떠야 할 때가 되었다. 우리 전북이 가진 원형, 재능의 DNA는 21세기 4차 산업혁명의 원형-DNA와 염색체가 같다. 한국에서 일어날 4차 산업혁명의 요람은 바로 전북이고 그 혁명을 이끌 파워 엘리트 또한 전북의 신지식인, 창조 경제인들이다. 눈도 크게 뜨고 가슴도 활짝 열어야 한다. 산업화 시절 영남이 요람이었다면 선진국 창출의 요람은 호남, 그 중에 전북, 그 안에서 새만금이라고 필자는 단언한다.
JB미래포럼은 두 달에 한번씩, 이른 아침에 모인다. 각자 콩나물국밥이나 북어해장국으로 아침식사를 해결한 뒤 오피스빌딩 회의실을 빌려 강소 기업 성장을 위한 강의를 듣고 토론과 정보 교환으로 이어지는 공부모임으로 시작한다. 지식정보를 공유하고 인식을 함께 해 테크놀로지와 콘텐츠를 융합하는 창조경제의 현장으로 이어진다. 고향의 좋은 인재를 발굴하고 젊은 창업인, 영세한 창업기업도 찾아내 길을 안내해주는 역할도 해 갈 것이다. 시작은 미미하지만 끝은 창대 할 것이다. JB미래포럼이 추구 할 전북 강소 기업은 세계 제1의 큰 기업이 아니라 세계 제1의 강한 기업이다. 경계하고 무너뜨려야 할 대상이 아닌 꼭 필요해서 찾아 오는 기업이 목표다. 전북의 정, 전북의 인심과 재능이 협력해 만들 기술과 콘텐츠가 대한민국의, 아니 세계를 통틀어 유일무이한 강소 기업-강소국의 핵심으로 자리매김 할 그 때까지 JB미래포럼은 쉼 없이 달려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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