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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식이와 요섹남

요리 잘하는 섹시한 남자로 여자의 사랑을 받고 싶으면 요리학원 다녀보면 어떨까

▲ 홍익태 前 해양경비안전본부장

요즘 몇 끼를 집에서 식사하느냐에 따라 남자를 ‘영식님’, ‘일식씨’, ‘이식이’, 그리고 ‘삼식이’로 구분해서 부른다고 합니다.

 

‘영식님’은 하루에 집에서 식사를 전혀 안하는 남자를 칭송해서 부르는 말이고 ‘일식씨’는 한 끼만 집에서 식사하는 남자를 높여서, ‘이식이’는 두 끼를 집에서 식사하는 남자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삼식이’는 백수처럼 집에 칩거하면서 세 끼를 꼬박꼬박 찾아먹는 남자를 폄하해서 부르는 말이라고 하는군요.

 

올해 봄 무렵 가까운 대형마트 문화센터에서 운영하는 요리교실에 등록해서 1주일에 한 번씩 한식 요리 만드는 걸 12주에 걸쳐 배워 본 적이 있습니다.

 

오랜 경찰 경력 동안 가족과 떨어져 혼자 생활한 기간이 많아 어느 정도 요리를 할 것 같지만 사실 저는 요리에 취미가 없어 스스로 밥을 지어 먹은 경험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퇴직 후 집에 칩거하면서 끼니때마다 밥 내어 놓으라며 아내를 괴롭히는 ‘삼식이’가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에 용기를 내어 등록을 하게 된 것이었죠.

 

요리교실에 등록 후 앞치마와 행주 등을 준비해서 첫 수업을 들으러 가보니 30여명 수강생 중 남자는 저 포함 4명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 30명 정도는 모두 여자들이었습니다.

 

요즘 각종 예능 프로 때문에 요리하는 남자가 대세라고 해서 남자들이 꽤 많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아직은 요리를 잘 할 줄 몰라 반찬거리 몇 개라도 배우고 싶어 하는 젊은 여자 분들이 훨씬 많더군요. 어쨌든 그렇게 조금은 어색한 분위기에서 저의 요리교실 첫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요리에 대한 경험이나 소질도 없거니와 칼질마저 서툴러 첫 수업은 무척 힘들었습니다.

 

첫 요리는 잡채였는데 어떤 재료가 어디에 쓰이는지, 어디쯤에서 향신료를 얼마큼 넣어야 하는지, 당면을 얼마나 삶아야 맛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더군요. 허겁지겁 강사님이 시키는 대로 만든 잡채로 그 자리에서 저녁 식사를 하였는데 요리가 제대로 된 건지, 맛은 있는 건지 분간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 주 한 주 지나면서 조금씩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사실 저는 요리에 소질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매주 새로운 요리를 하나씩 배워가면서 소금이나 참기름 등 향신료의 양에 따라, 각종 채소 등 요리 재료들을 얼마나 볶는지에 따라 완성된 요리가 맛과 향에 있어 미묘하게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이죠.

 

각각의 맛을 지닌 재료를 적절히 이용해서 저의 손끝으로 요리를 완성하는 과정은 마치 관악기, 타악기, 현악기 연주자 모두가 함께 모여 지휘자의 지휘 아래 오케스트라 음악을 완성하는 과정에 비유될 수 있을까요?

 

문득 30여년 오랜 조직 생활을 그만두고 조금은 소원해진 가족들에게 다시 돌아온 저 또한 그러하리라 다짐해 봅니다.

 

각자 다른 성격의 구성원들이지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의 장점을 적절히 융합한다면 아름다운 가정을 꾸려갈 수 있겠지요. 마치 각각의 맛을 지닌 요리 재료들로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것처럼 말입니다.

 

삼식이가 되어 남은 인생 동안 아내를 괴롭히기 싫은 남자들, 주말에 가족을 위해 맛있는 요리 하나쯤 해 주는 자상한 아빠가 되고 싶은 남자들, 아니면 요섹남(요리를 잘하는 섹시한 남자)가 되어 여자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은 남자들은 오늘이라도 당장 요리학원에 등록해 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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