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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군산에 대한 애향심 - 백봉기

▲ 백봉기

나의 고향은 군산이다. 군산에서 태어나 초·중·고는 물론 대학과 대학원까지 다녔다. 선산도 군산에 있고 형제 친척들도 대부분 군산에서 살고 있다. 또한 30년 직장생활 중 절반을 군산에서 보냈다. 내가 다니던 군산 KBS가 폐쇄되지 않았다면 나는 군산에서 정년을 맞았을 것이다. KBS 시절 서울에 가면 군산사람 왔다고 인사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나는 ‘군산사람’으로 통했다. 그래서 군산 쪽에 방송할 일이 있으면 언제나 나를 찾았다.

하지만 내가 자칭 군산사람이라고 자부하는 것은 나의 유별난 애향심 때문이다. 옛날의 군산은 흔히 말하는 ‘물 맑고 공기 좋고, 먹을 것 많고, 인심 좋은 곳’과는 거리가 있었다. 항구도시지만 바닷물은 탁하고, 아무렇게나 내버려 진 어구가 바닷가에 즐비하게 방치돼 있었다.

다른 항구도시처럼 바닷길 따라 낭만의 해변로 하나 없었다. 새만금사업이나 고군산 관광지 개발이라는 꿈이 요원했던 때였다. 그래도 나는 군산에 대한 애정이 컸으며 군산을 위한 일이라면 뭐든지 앞장서고 싶었다.

KBS 재직시절 ‘6시 내 고향’을 제작할 때도 군산의 명소를 먼저 찾아 소개했고, 다른 지역에서 해오던 임해 공개방송도 군산으로 유치해 결국 금강 하굿둑 광장에서 ‘한여름 밤 금강 콘서트’로 바꿔 시작했다. 행사는 대성공이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10년이 넘도록 계속됐다. 군산의 농구를 지원하기 위해 ‘꿈나무 어린이 농구대회’를 수년간 개최해 우수한 선수를 발굴했고, 당시 10년 넘도록 방영했던 ‘KBS 열린 주부 마당’도 내가 처음 군산에서 시작한 사업이었다. 이밖에도 고군산 사진 촬영대회, 금강권 학생서화전 등 돌이켜보면 나의 애향심 하나로 시작한 일들이었다.

하지만 아직도 생각할수록 마음 아픈 일이 있다. 1998년쯤 군산시가 주최한 ‘군산 발전 세미나’에서 나는 지정발표자로 나가 평소에 생각했던 ‘군산을 대표할 수 있는 축제’ 두 가지를 강력히 요구했었다. ‘불꽃 축제’와 ‘군산 뜬다리 축제’였다. 당시 전국이 온통 축제의 도가니에 빠져 있었는데 군산은 이렇다 할 대표적 축제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 지역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불꽃 축제’를 제안했다. 이 축제가 군산에서 필요한 이유는 최무선 장군이 처음 화약을 만들어 군산 앞바다에서 왜군을 무찌른 역사적 땅이었고 해망동 앞바다에 있는 62만 평의 인공섬이 불꽃 축제를 하기에 최적이었기 때문이다. 또 ‘뜬다리 축제’는 군산항에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뜬다리가 남아 있는 곳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다양한 해양축제를 개최하자는 것이었다. 그 뒤로 여러 차례 군산시에 추진 방향을 이야기했지만 환경오염, 해양부의 승인 그리고 이웃 충남 장항과의 문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흐지부지 꼬리를 내리고 말았던 일이다.

요즈음 서울 한강과 부산 광안리해수욕장 불꽃 축제를 보면 가슴을 치고 싶은 심정이다. 지금도 내 고향 군산에는 대표할 만한 축제가 없는 것이 못내 아쉽다. 요즘 지방선거를 마치고 입지적인 인물들의 얼굴이 연일 신문에 오른다. 그런데 나의 눈은 군산지역 당선자들의 이름과 프로필에만 시선이 쏠린다. 몸은 전주에 있지만, 마음은 아직도 군산에 있기 때문이다. 새로 등장한 선량들에게 내 고장 군산에 전국 최고의 축제를 만들어 달라는 제안을 한다. 나도 언제든지 나의 작은 힘을 보태고 싶다. 이것이 나의 꿈이고 마지막 애향심이다.

△백봉기 수필가는 KBS 제작부장, 편성부장을 역임했고 현재 한국예총 전북연합회 사무처장을 맡고 있다. 온글문학회 회장으로 <팔짱녀> 등 3권의 수필집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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