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몇 년 전 쇠락해 가는 구도심에 서울의 아파트 가격 반의반 값도 안 되는 주택을 하나 구매했다. 비록 싼 가격이지만 제법 널찍한 화단을 조성하고 조그마한 텃밭도 만들어 푸성귀는 자급자족하고 있다. 그리고 마당에 자갈을 깔아 오솔길을 만들어 가끔 맨발로 지압운동도 하며 소일하고 있다.
작은 화단에는 상록수 몇 그루와 더불어 철 따라 피고 지는 꽃나무를 심었더니 보기도 그럴 싸 하다. 이전에는 공터로 비워두어 잡초만 무성하고 험상한 모습이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웃 사람들이나 지나는 사람들도 형형색색의 조화로운 꽃과 향기에 취해 가던 걸음을 멈춘다.
텃밭에 심어놓은 가지와 고추는 허튼 꽃을 피우는 법이 없으니 변변찮은 식탁에는 훌륭한 찬거리가 되고 있다. 특히 화학비료를 주지 않아 맛도 시장에서 파는 물건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오늘도 폭염에 구슬땀을 흘리며 폭염을 견디고 살아남은 꽃들과 채소를 돌보면서 동병상련의 고통을 나눈다.
가을이 익어 가면서 기온이 내려가고 하늘이 맑아지니 꽃 색깔도 선명해지고 채소들의 잎새도 싱싱함이 더해진다. 올여름을 되돌아보면 지구 온난화로 인한 온도의 상승으로 기상 관측 사상 유례가 없는 더위가 몰려 왔다. 그런데 앞으로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벌써 내년이 걱정된다.
지구 온난화 주범 중에는 각종 공해 물질의 배출이 큰 요인이다. 그런데 우스갯소리 같지만, 미국 한 연구소에서 소들이 뀌는 방귀도 한 몫을 차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소나 돼지의 방귀와 트림, 분뇨에서 나오는 메탄가스 때문인데,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3배나 강한 온실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계속 육식을 즐겨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볼 일이다. 육식을 하면 소 방귀 보다 훨씬 고약한 사람 방귀의 우려 때문이다.
아파트에 살면서 못하나 마음대로 박아보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지금 사는 곳은 큰소리로 부부싸움을 한들 누구 하나 간섭하는 이가 없다. 옆집 사는 사람들이 귀가 어두워진 노인들일까? 아니면 세상 풍파 다 겪었기에 모르는 척하는 걸까? 이 생각에 저 생각에 잠 못 이루며 상념을 풀었다 되감기를 몇 번 하는 날 밤은 방귀가 밀려나온다.
오늘도 어제 저녁 재종형님과 몇 잔 나눈 막걸리가 제대로 발효가 되었는지 방귀가 밀려나온다. 고가 아파트 가지고 종부세 내며 사는 사람들은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면서도 중화작용을 하는 나무하나 풀 한 포기 심지 않았기 때문에 방귀를 뀔 자격도 없다. 하지만 나는 전원주택에 살면서 화단과 텃밭에 각종 상록수와 화초들을 많이 심은 사람으로서 방귀를 뀔 자격이 충분하다. 그래서 오늘은 시원스럽게 방귀를 뀌어 본다. 그러면 화단의 나무들이 내가 배출한 배기가스를 중화시키는 작용을 하고 푸른 초장의 작은 초목들도 한몫 거들 것이다.
우리는 평생 건강과 행복과 사랑과 돈을 찾아 헤맨다. 하나를 성취해 정상에 올랐다 한들 또 다른 욕구와 고통이 생기며 생각대로 꾸준한 행복이 지속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영원한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 마음속에 근심 걱정 응어리 모두 방귀로 배출하고 마음을 비운 채 항상 오늘을 축제처럼 살자. 여러분은 이런 방귀를 뀔 자격이 있다.
=================================================================
△안관엽 씨는 소방공무원으로 재직하다 퇴직했다. 지금은 취미로 정원관리사와 공인중개사로 일하고 있다. 가끔 시간 나는 대로 글을 쓰고 있으며 올해 말 시집을 출간할 예정이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