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부모님과 친척 어르신들은 “다른 걱정 말고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주곤 한다. 궁핍했던 과거에는 공부에 뜻이 있어도 대학이나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런 어른들 눈에 요즘 학생들은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는 행복한 세대일 수 있다. 요즘 애들은 고생을 너무 모른다거나, 세상이 좋아져서 헝그리 정신이 없어졌다는 말도 나온다.
그런데 정말 요즘 젊은이들은 고생을 모를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김기헌 선임연구위원은 통계청의 ‘생활시간조사’를 근거로 요즘 청년들이 오히려 과거보다 부지런하며, 생활시간 중 최장에 가까운 시간을 학습시간과 노동시간에 할애하고 있다고 말한다. 생각해 보면 요즘 청년들 정말 바쁘다. 대학에 입학해도 바늘구멍 같은 취업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학점, 영어, 인턴 등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고, 직장에 가서도 새로운 전문지식 습득과 조직생활로 쉴 틈이 없다. 청년들은 오히려 반문한다. “왜 이렇게 힘든 건가요?”
우리 경제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법하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소득격차는 심화되었다. 국민 대다수가 힘들지만, 청년들이 감내해야 할 고통은 유독 크다. 지식기반 산업과 대기업 중심의 성장으로 경제의 고용 창출력이 떨어지고 기업의 신규채용은 줄어들었다. 청년 취업자의 절반이 비정규직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 와중에 집값은 계속 올라 부모나 은행의 도움 없이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기 어려워졌다.
교육은 어떨까?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줄곧 세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입시경쟁 위주의 교육제도로는 현대사회에 필요한 창의성과 사고력, 사회성을 길러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남다른 교육열로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진학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덩달아 노동시장에 필요 이상의 고학력(over qualification)을 양산하였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와 국회는 이러한 문제인식 하에 종합적인 청년 정책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추진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정부 내 컨트롤타워로서 청와대 청년소통정책관을 신설하고, 국무조정실에는 청년정책추진단을 설치하였다. 국회에서도 청년협의체가 만들어지고, 다양한 청년 기본법안들이 발의되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앞서서 청년 기본조례를 만들고, 일자리, 주거, 교육 등을 포괄하는 시책들을 추진 중에 있다.
무엇보다 청년의 눈높이에서 통합적으로 정책을 재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청년의 참여와 권리보장도 구색 맞추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단기적으로는 작년 3월에 마련한 청년 일자리 대책과 같이, 직접적이고 체감도 높은 정책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보다 근본적인 혁신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교육제도 개혁, 주거복지 강화 등 사회구조의 변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청년들은 노력하면 성공하는 사회, 그리고 노력해야 성공하는 사회를 원한다. 하지만 현실은 흙수저, 헬조선, 노오력, N포세대 등 자조 섞인 말들이 가득하다. 인생 선배로서 안타깝고 미안한 감정을 금할 수 없다. 대한민국 청년들의 잠재력은 충분하다. 뛰어난 정신력과 성실함, 촛불시민운동에서 보여줬던 성숙한 시민의식은 전 세계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청년들이 꿈과 희망을 펼칠 수 있도록 우리 기성세대가 힘을 합쳐야 할 때이다.
/이인재 행정안전부 기획조정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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