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이 들어간 쌀밥’, ‘무를 썰어 넣은 쇠고기 계란 국’, ‘숯불에 구운 불고기’, ‘계란을 입힌 쇠고기 산적’, ‘조개젓과 굴젓’…. 가슴 높이까지 올라온 수많은 음식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화려한 밥상은 전라감영의 감사가 나를 위해 특별하게 차려 보내 주었을 것이다. 가슴이 벅차오르는 밥상이다”(조지 클레이턴 포크의 조선 여행 기록집 <은자의 왕국(inside the hermit kingdom)> 중) 은자의>
135년 전 전라감영을 찾은 귀한 손님에게 대접하던 밥상은 어땠을까.
전라도 음식의 뿌리로 알려진 전라감영 상차림이 세상에 나왔다. 전주대 송영애 교수와 전주시가 외국인 대사가 1884년 기록한 고문헌을 토대로 ‘전라감영 아침밥상’을 실물 재현하면서다.
1884년 11월 10일 전라감영을 방문한 주한미국공사관 대리공사 조지 클레이턴 포크(1856~1893)는 김성근 전라감영 관찰사로부터 2박 3일간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당시 국가로부터 조선에 관한 정보 수집을 명받은 그는 전주에서 받은 귀한 밥상을 상세히 기록했다. 부족한 내용은 그림으로도 남겼다.
송영애 전주대 교수가 국내 최초로 전라감영 상차림을 실물 재현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덕분이다. 포크 대사는 둥근 상 위에 오른 17개 요리에 번호를 매겨가며 위치와 상세한 재료·조리법 등을 묘사했다.
송 교수는 “반찬 수로만 따지면 9첩인데 소·닭·돼지·오리·꿩 고기 등 육류만 8종이나 되는 귀한 접대상”이라며, “무엇보다 전주 십미(十味)에 해당하는 콩나물과 무가 들어간 음식이 올랐다. 콩나물은 보통 외국인 접대상에 잘 오르지 않는 음식”이라고 밝혔다.
전주는 유네스코음식창의도시로도 선정된 ‘맛의 고장’이지만, 음식 문화를 기록한 고문헌은 찾아보기 어렵다. 간혹 발견된 기록은 민간인의 개인 여행이나 밥·국·회 등 간단한 식재료 소개정도여서, 신뢰도 높은 인물인 포크의 기록은 양적·질적으로 연구가치가 높은 자료다.
하지만 정작 전라감영 소재지이자 최근 복원사업까지 추진 중인 전주에서 ‘전라감영 상차림’연구와 콘텐츠 개발 활용이 지지부진해 활성화가 요구된다. 도리어 광주 세계김치연구소가 후발주자로 나서 최근 ‘조지 포크가 경험한 19세기 조선의 음식문화’연구를 발표하는 등 관련 분야 활성화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연구 토대를 다진 전주에서 지역 요리연구가, 역사학자, 콘텐츠기획자 등이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콘텐츠를 적극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송 교수는 “당시 전주의 음식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최고(最古)이자 최초의 문헌”이라며 “타 지역 감영에서도 발견되지 않은 감영 접대상·연회 상차림 기록들은 ‘전주’의 문화 자산이다. 이대로 묻히지 않도록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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