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어린이 날’과 ‘어버이날’ 그리고 ‘스승의 날’이 함께한 가정의 달이다. 1958년 5월부터 ‘스승의 날’이 있었다. 스승으로 존경받는 선생님은 ‘먼저 태어나서 더 많은 것들을 알기에 배울 점과 본받을 점이 많다는 의미’의 존칭이다. 학생들로부터 진정으로 존경받으며 스승으로 기억되는 선생님들은 이 땅에 몇 분이나 계시려나?
후학들에겐 ‘스승이나 어른’은 닮고 싶은 사람이면서 미래의 표본으로 경외의 뜻이 담겨 특별한 가르침을 준 사람을 ‘인생의 스승’ 또는 ‘큰 어른’이라고 부른다.
‘교사의 날’도 ‘선생님의 날’도 아닌 ‘스승의 날’이라 이름 지어진 것은 나름의 깊은 의미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선생님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사제 간의 정마저 거부하는 냉정하고 기계화된 사회현상이지만 부끄럽지 않은 선생님들로 남아주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다. ‘꼰대’라는 단어는 ‘선생님’에 대한 학생들의 호칭이며, 1960년경부터 ‘아버지나 교사, 또는 직장상사’에게 젊은이들 사이에서 쓰이던 ‘늙은이’의 은어(隱語)다. 자기의 경험이나 지식을 자녀 또는 직원들에게 자신들이 겪었던 낡은 사고방식을 강요하거나, 시대착오적 설교를 장황하게 늘어놓는데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주위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면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가장 극복해내기 어려운 감정 중의 하나가 주위의 시선과 자신만이 느끼는 열등감이라고 한다. 그것도 가까운 사람들과의 비교에서 오는 열등감이나 패배감은 지울 수 없는 상흔으로 남는다. 그런 사람들에게 ‘삶을 바꿀 수 있는 길로 안내하거나 자신감’을 심어주는 멘-토가 되는 역할이 바로 스승이나 어른이다.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은 선생님의 따뜻한 말씀 한 마디로 용기를 얻어 빗나가던 삶을 전환시켜 평생 동안 가슴에 안고 자기인생을 경영해간다. 그런가하면 개념 없이 뱉은 선생님답지 않은 말로 인생이 망가진(?) 학생 또한 없지 않았으리라.
선생님이나 어른들이 습관적으로 던지는 폭언이나 빈정거림은 젊은 학생들의 가슴에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가 되어 뇌리에 박힐 것이다. ‘너는 도대체 커서 뭐가 될래,’ ‘그 꼴 참 좋다’ ‘이게 다 네놈 때문이다’ ‘네 형 반만 닮아봐라’ 등 자녀나 학생들에게 버릇처럼 뱉어내는 실망하는 감정의 패턴은 그 사람을 헤어나지 못하는 구렁텅이로 몰고 간다.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준다고 했던가? 선생님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잘못하거나, 눈 밖에 난 학생이 있더라도 한 번 더 웃어주고, 등을 두드리며 칭찬해준다면 그에겐 새로운 변곡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종편 방송 ‘Top 7’ 프로그램의 김호중이라는 가수는 가정사로 인해 포기에 가까운 삶을 이어가던 조손(祖孫)가정의 말썽꾸러기 학생이었다고 한다. 운명적으로 만난 선생님의 진정한 뒷바라지로 지금은 인생의 전환점을 맞아 불우한 과거를 씻어가는 제2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고령사회가 되면서 노인들은 늘어가지만 ‘어른다운 어른’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다. 세상에서 제일 가까워야 할 ‘부모와 자식 사이’ ‘스승과 제자 사이’가 부적절한 언행과 이기적인 행동으로 관계의 벽이 갈수록 높아져만 간다. 선생님 그리고 어른들이여! 훌륭한 스승으로까지는 아니더라도 2세들의 미래를 가로막는 ‘꼰대’라는 호칭은 듣지 않아야겠지요?
/김형중 전 전북여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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