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특색 있고 재미있는 도서관들을 마주할 수 있다. 학산숲속시집 도서관, 다가여행자도서관, 연화정도서관 등 기존의 도서관과는 다른 편안한 분위기에서 책과 함께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공간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도서관은 여러 사람들이 쉽게 찾을 수 있고 그 결과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또한 전주에서는 전주국제그림책도서전, 전주도서관여행 등 문화 행사가 열리고 있어 언젠가부터 전주는 책의 도시가 되었다.
그런데 미술관은 어떠한가. 책과 미술 작품은 대중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 영역 중 하나일 만큼 문화생활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분야이다. 그리고 미술관과 도서관은 공공에게 문화의 기회를 공적으로 제공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리 지역에는 전북도립미술관을 비롯하여 미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여러 사립 미술관이 있다. 하지만 수도권과 비교해 보았을 때 다양한 전시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하여 문화적 불평등이 존재하는 지역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특색 있는 다양한 전시를 지속적으로 마련할 만큼 미술관 입장에서도 운영 자체가 쉽지만은 않다.
전주 한옥마을 근처에는 서학동 예술마을이 있다. 1980~1990년대 옛 골목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이곳에는 예술가들이 운영하는 갤러리와 공방들이 많이 모여 있다. 서학동사진미술관, 구석집, 적요쉼쉬다, 서학아트스페이스 등 여러 전시 공간들이 있고 작가들도 자신의 작업실과 공방에서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며, 다양한 문화예술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그러나 전주에 오면 한옥마을은 누구나 다 찾고 있지만 서학동 예술마을은 옛 모습 그대로 구석구석 볼거리가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한옥마을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는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전주시에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도서관과 함께 미술관을 운영하는 등 미술관 저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한 예로 서학동 예술마을에 위치한 서학예술마을도서관에는 담쟁이갤러리라는 전시 공간이 운영되고 있다.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에게 미술 작품 감상의 기회를 함께 제공한다면 풍부한 문화의 경험을 동시에 할 수 있고 사람들이 미술을 좀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둘째, 소규모 미술관에 재정적 지원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도립미술관이나 시립미술관 등 규모가 큰 미술관만이 미술관으로서 역할을 다하는 것은 아니다. 동네의 작은 미술관이 때로는 독특하고 특색 있는 전시로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음에도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지속적인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다. 미술관 입장에서도 지원을 받게 된다면 좀 더 책임감을 느끼며 품격있는 전시를 마련하고자 고심할 것이다. 셋째, 아파트 재개발, 재건축시 커뮤니티센터에 전시 공간을 마련하는 조례를 제정했으면 한다. 일상적인 삶의 공간에서 미술 작품을 가깝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예술과 문화가 우리 삶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전주가 도서관에 심혈을 기울여 책의 도시가 된 것처럼 미술관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하게 된다면 더 생기있고 품위 있는 멋진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변화와 성장이 더디고 인구도 줄어 경제적으로 위축된 작은 도시이지만 정서적으로 예술적으로 행복하고 풍요로운 도시, 전주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유가림 유휴열미술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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