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늙어가고 있음을 스스로 느낍니다. 아직은 중년이라며 큰소리치는 자체가 허세임을 고백합니다. 영원 속에 숨을 놓아버릴 그 때가 언제 일지 모르지만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훨씬 짧은 건 분명합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알고 계실 당신 앞에 내 살아온 날들을 성찰하며 살아갈 날을 위해 기도합니다.
감사와 자족의 마음을 갖게 하소서. 지금보다 더 갖고 싶은 욕망에 안달하지 않게 하시고 주어진 것에 감사하게 하소서. 혹시 부족함이 있을 지라도 “이만하면 됐지”라는 마음으로 자족하며 살게 하소서. 내가 아무리 좋아하고 필요한 것도 소요보다 더 많이 가지려고 거추없는 욕심을 부리지 않게 하소서.
짧아도 좋으니 매일 매일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거르지 않게 하소서. 감춤이나 꾸밈없는 나의 민낯을 돌아보며 허물을 뉘무치고 새로운 다짐으로 하루하루를 살게 하소서. 양심을 속이지 않게 하소서. 말로써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게 하소서. 잘못을 정죄하기 전에 나를 먼저 돌아보게 하소서. 너그러이 용서하는 넓은 마음을 갖게 하소서.
단점을 지적받을 때 화내지 않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하소서. 나는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 일에 누가 내 잘못을 지적하더라도 화내지 않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하소서. 아무리 억울한 일이 있어도 진실은 반드시 밝혀짐을 믿으며 인내하게 하소서. 대우를 바라는 마음을 씻어주시고 먼저 대우하는 내가 되게 하옵소서.
마음으로는 버려야지 생각하고, 입으로는 버렸다고 말하면서도 욕심은 커녕 소용이 덜한 물건 하나라도 제대로 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솔직히 자백합니다. 앞으로는 하나하나 버리려는 것에만 마음 쓰며 살게 하소서. 마음속에 옹이진 아픔이나 원망과 미움을 버리고 나쁜 일은 빨리 잊게 하소서.
베푼 것을 기억하지 않게 하소서. 믿었던 사람이 돌아서도 너무나 섭섭해 하지 말게 하소서. 좋아하는 사람이 내 결을 떠났다고 슬픔에 빠져 살지 않게 하소서. 잡동사니로 가득한 창고를 주기적으로 털어내고 비우게 하서서. 일 년에 한 번도 쓰지 않는 물건을 필요할지 모른다는 미련으로 쌓아두지 않게 하소서.
내게 소용없는 물건을 남 주는 일에 인색하지 않게 하소서. 내가 아끼는 물건이라도 다른 이에게 더 긴요하게 쓰인다면 아까운 마음 없이 물려주게 하소서. 제발 꼰대로 살지 않게 하소소서. 나이를 무기삼지 않게 하소서. 어른의 위세와 아버지의 호령을 버리게 하소서. 인공지능시대에 나의 지식과 경험은 그리 큰 교훈이 되지 않는 세상의 변화를 받아들이게 하소서. 젊위의 능력과 가능성을 우러르게 하소서. 나이 먹음을 슬퍼하거나 거울에 비쳐진 내 모습을 보며 비관하지 않게 하소서. 어른으로서 당당함을 잃지 않게 하옵소서.
육안으로 보는 실체는 허상이고 심안으로 보는 본질이 실상이라는 말을 기억합니다. 세상을 마음의 눈으로 보게 하소서. 본질을 분별하는 안을 밝혀주소서. 지금까지 잘 나가는 의젓한 사람의 손만 잡으려 하고 이익이 될 만한 사람에게만 악수를 청했음을 회개합니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말고 인연으로 보게 하소서. 앞뒤를 재고 계산하다가 좋은 인연을 버리는 일이 없게 하소서. 강산도 일곱 번이나 변한 세월인 칠순을 맞으며 간절히 기도 올립니다.
△ 윤철 수필가는 진안군 부군수를 역임하는 등 36년의 공무원 생활을 하고 수필전문지 ‘에세이스트’로 등단하여 현재 수필가로서 전북수필문학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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